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승민의 마음은 복잡한 감정들로 마구 뒤엉켰다.이마의 핏줄이 튀어나오고 꽉 악문 이에서 끄드득 소리가 났다. 애써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제했다.부승민과 온하랑의 아이는 태어나지도 못했다. 그런데 온하랑이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 아이가 있다니?!그 남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온하랑의 첫 번째 남자인 걸까?온하랑이 혼자 아이를 낳게 한 것도 모자라 그녀를 책임지지도 않았다.그 사람이 누군지 안다면 갈기갈기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것이다.전에 온하랑은 이주혁과 함께 해외로 나가려고 했었다. 설마 이주혁이 그 남자인 걸까?해외에서 둘이 살림을 차린 건가? 온하랑이 대학교 3학년일 때부터 둘이 만났었다니.마음 한구석에서 커다란 불길이 치미는 것 같았다. 그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타올라 부승민의 이성을 집어삼킬 것 같았다.연민우는 마치 기둥처럼 병실 밖의 벽에 꼭 붙어 서서 병실 안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병실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들려오지 않았다.연민우는 부승민이 지금 너무 속상하여 혼자 조용히 추억을 돌이키며 마음의 상처를 달래고, 모든 슬픔을 삭이는 중일 거라 생각했다.쾅.갑자기 병실에서 들려온 귀청이 터질 듯한 소리에 연민우는 몸을 흠칫 떨었다.이윽고 소란스러운 소리가 이어졌다.자세히 들어보니 테이블이 바닥에 쿵, 넘어지는 소리, 소파가 이동하면서 나는 마찰 소리, 유리컵이 바닥에 떨어지는 날카로운 소리 그리고 바닥에 무언가가 쾅, 떨어지는 소리였다...놀라서 어깨가 움츠러든 연민우는 미리 나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부승민이 분노에 차서 테이블을 걷어차는 모습을 상상하니 등골이 오싹했다.한바탕 시끄러운 소리가 지나간 후 병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안에서 거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먼저 돌아가.”부승민의 목소리는 그나마 차분했지만 피곤함과 씁쓸함이 섞여 있었다.연민우는 휴대폰을 흘끗 들여다보았다. 이미 밤 11시가 되었다.지금 상황을 보면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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