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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위태로운 제안: Chapter 301 - Chapter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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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1화

예전 부승민은 일부 사람들이 왜 그렇게 담배를 피우기 좋아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야 비로소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담배 한 대를 다 피우고 담배꽁초를 비벼 끈 부승민은 찬 바람을 맞으며 몸에 밴 담배 냄새를 다 날려 보내고서야 방에서 나왔다.온하랑은 이미 아래층에서 부승민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곧 내려올 거라는 걸 알고 있는 듯했다.두 사람은 일순간 마주쳤던 시선을 재빨리 피했다.부승민은 아직도 미련이 남아있고, 온하랑은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다. 굳이 서로 말하지 않아도 훤히 알 수 있었다.“가자.”“그래.”온하랑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승민의 뒤를 따라 차에 올라탔다.부승민은 이번에는 일부러 속도를 늦추거나 하지 않았다. 가는 길 내내 막힘이 없었고, 차가 이내 가정법원 주차장에 도착해 멈춰 섰다. 그들이 이곳으로 온 건 이번이 두 번째다.차에서 내린 후 각자의 서류를 챙긴 부승민과 온하랑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누구도 말하지 않았고, 괴이한 침묵이 흘렀다.안으로 걸어 들어갈 때 부승민은 갑자기 온하랑의 손을 잡았다. 그녀가 손을 빼내기 전에 얼른 한마디를 보탰다.“마지막으로 한 번만.”지난 3년 동안, 부승민은 당장이라도 멀리 떠나가 버릴 것 같은 위태로운 온하랑의 마음을 되돌릴 기회가 무수히 많았지만, 안타깝게도 끝내는 그 기회를 잡지 못했다.그녀는 이미 그에게서 마음이 떠난 지 오래였다.온하랑의 손을 꼭 감싸쥔 부승민의 커다란 손은 여전히 따뜻했다.온하랑은 지난번 가정법원에 왔을 때를 떠올렸다. 그녀는 앞이 잘 보이지 않았고, 부승민은 그때도 지금처럼 그녀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올라갔다.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또 뭔가 달라 보였다.창구 앞으로 간 부승민과 온하랑은 서류를 들이밀었다. 이름을 흘긋 본 직원은 고개를 들어 그들과 말하려다가 문득 무언가 알아챈 듯 다시 고개를 숙여 서류에 적힌 이름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재차 확인한 직원은 고개를 들어 부승민과 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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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부승민은 손에 들린 이혼 확인서 등본을 어찌나 힘껏 구겨 쥐었는지 뼈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한순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직원은 혼인관계증명서에 무효 처리 도장을 찍으며 말했다.“이건 다시 가져가실 건가요? 아니면 바로 폐기할까요?”“주세요!”서류를 건네받은 부승민은 나머지 하나를 온하랑의 손에 쥐여주었다.온하랑은 적잖이 당혹스러웠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혼 확인서와 함께 가방에 집어넣었다.“가자.”“그래.”돌아가는 차 안에서 온하랑은 창문을 열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살을 에는 듯한 차가운 바람이 그녀의 얼굴에 날카롭게 부딪혔다.온하랑은 무표정한 얼굴로 오른쪽 백미러를 통해 자기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마음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후련하지 않았고, 오히려 무거울 따름이다.미세한 욱신거림과 쓰라림이 천천히 그녀의 가슴 한구석을 옥죄어왔다.그다지 아프지는 않았지만, 가슴 전체가 답답하고 불편했다.온하랑은 자신의 눈시울이 붉어진 것을 부승민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눈에 힘을 주며 버텼다.하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열여섯 살 때부터 스물다섯 살까지 거의 10년에 가까운 시간이다. 키우던 반려동물을 갑자기 떠나보내도 커다란 아쉽움이 남을 텐데, 그게 사람이라면?그것도 온하랑이 10년을 좋아한 사람이다. 차갑고 어두웠던 그녀의 삶에 한 줄기 햇살 같은 사람이자, 그녀가 애타게 쫓으려 했던 빛이다.부승민은 이미 온하랑의 삶에 녹아들어 습관처럼 굳어버렸다.어떻게 짧은 시간 안에, 그에 대한 미련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단 말인가.그러나 몇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도 끝내 그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이미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지칠 대로 지쳐버린 온하랑은 이제는 그냥 다 내려놓고 싶었다.온하랑은 칼로 찌르는 듯한 마음의 고통을 억누르며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이제 안녕, 열여섯 살의 하랑아.오늘 이후부터 그녀는 과거와 작별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것이다.“부승민.”온하랑이 돌연 그의 이름을 불렀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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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부승민은 키가 너무 커서 병원 침대는 그가 눕기엔 작아 보였다.의식을 잃기 직전에 발생한 일을 떠올린 온하랑은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어쩔 바를 모르며 부승민의 침대 옆에 뛰어가 그의 손을 꼭 그러잡았다.“오빠? 괜찮은 거지? 빨리 일어나서 뭐라고 말 좀 해봐!”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렇게 무서웠던 적은 처음이다. 부승민도 아버지처럼 교통사고 이후 혼수상태에서 영영 깨어나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그녀는 그때의 사고 장면을 잊을 수 없었다. 그때도 트럭이 그녀가 앉아있는 조수석을 향해 오른쪽에서 돌진했다.아버지가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어 자신의 생사를 마다하고 그녀를 보호하지 않았다면 아버지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죽는 사람은 오히려 그녀였다. 바로 그때처럼 부승민도 위험을 무릅쓰고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렸다. 설마 부승민도 이렇게 그녀를 떠나가려는 걸까?온하랑이 아무리 불러도 침대에 누워있는 부승민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온하랑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마음속의 공포가 점점 커졌다.“부승민, 죽지 마!”온하랑은 이제 아무렇지 않게 부승민을 내려놓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생기를 잃고 침대에 누워있는 부승민을 보는 순간 마치 보이지 않는 무형의 손길이 그녀의 심장을 옥죄이며 천천히 밖으로 끄집어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부승민에게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온하랑은 절대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그녀는 화근덩어리다. 주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여러 가지 불행을 가져다준다.마땅히 죽어야 할 사람은 바로 그녀다.“울지 마. 나 괜찮아.”부승민의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온하랑이 고개를 들어보니 부승민은 어느새 눈을 뜨고 있었다.머리에 하얀 붕대를 감고 그윽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는 살짝 헝클어지고 잘생긴 얼굴은 약간 창백해져 오히려 유연한 아름다움이 비쳤다.온하랑은 저도 모르는 새에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그 순간 그녀는 자기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왜 그래? 좋아서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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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괜한 생각하지 마. 오빠가 날 실리려다가 다쳐서 마음이 편치 않을 뿐이야.”온하랑은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 그녀는 부승민 때문에 아픈 마음을 단순한 불안감으로 관념을 바꿔버렸다. 낯선 사람이 그녀를 구하려다가 다쳤을지라도 감동받고 걱정하긴 매한가지니까.그러나 마음이 아프다는 건 다른 의미이다. 누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당신이 한 남자를 마음 아파하고 있다는 건 그 남자에게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부승민의 눈은 다시 빛을 잃고 어두워졌다.“왜 널 살리려고 했는지 안 물어보는 거야?”그런 위기 상황 속에서 그는 이것저것 생각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심지어 자기 안위조차 내팽개치고 의도적으로 핸들을 돌렸다. 오로지 그녀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본능보다 이성이 앞섰다.“이유가 어찌 됐든 내가 고마워해야 하는 건 당연한 사실이야. 고마워, 오빠.”온하랑은 진심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부승민이 목숨을 걸고 구해줬으니 온하랑도 목숨으로 보답할 것이다.혹시나 언젠가 부승민한테 위험이 닥친다면 온하랑도 그를 위해 목숨을 내던질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믿을 수는 없었다. 다시 마음을 내줄 리는 더욱 만무했다.온하랑의 감사 인사는 부승민이 듣기에 그저 가혹할 따름이다. 그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그저 입으로만 고맙다고?” “그럼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데?”“너...”엉겹결에 말이 입밖으로 튀어나왔지만 부승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말했다.“... 내가 퇴원할 때까지 병원에서 돌봐주면 안 돼?” 그 한순간 부승민이 하고 싶었던 말은 사실‘너 나를 떠나가지 않으면 안 돼? 우리 다시 시작하자’ 라는 말이었다.온하랑이 눈살을 찌푸렸다. 위급한 상황을 틈타 이런 말을 하면 안 됐다고 생각한 부승민은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온하랑이 동의하자 부승민의 마음에 기쁨이 차올랐다.이윽고 온하랑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날 구하려다가 다쳤으니 내가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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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부승민은 한참 뒤에야 두 사람이 이미 이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 이상 서로의 행방에 대해 알려줄 의무가 없었고, 생활에 간섭할 이유도 없었다.온하랑은 앞으로 자기만의 삶을 살며 자기만의 일을 할 것이다.아마도 부승민은 어쩌다 가끔 본가에서만 온하랑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온하랑이 일부러 그를 피한다면 일 년 동안 못 보는 것도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부승민은 가슴이 저렸다. 그는 정말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뭐 먹고 싶어? 내가 내려가서 사 올게.”온하랑의 목소리에 부승민은 생각을 멈추고 천천히 눈을 뜨며 말했다.“그냥 아무거나 사. 난 별로 입맛이 없어.”“그래. 그럼 내가 알아서 살게.”온하랑은 휴대폰을 들고 병실을 나섰다.이십 분쯤 지나자 그녀는 밖에서 음식을 사 들고 돌아왔다. 손에는 만두, 빵, 계란, 두유, 소고기 야채죽을 들고 있었다.온하랑은 음식을 한꺼번에 테이블에 올려놓았다.“이것저것 사 왔어. 뭘 먹을래?”“지금은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먹기 싫어도 먹어야지. 가뜩이나 다치기까지 했는데, 잘 먹어야 몸도 빨리 회복할 거 아니야. 게다가 원래 위도 안 좋잖아...”절반 말하다가 온하랑은 갑자기 멈추고 침묵했다.그들은 이미 이혼한 사이다. 어떤 말은 그녀가 하기에는 주제넘은 감이있었다. 부승민도 침묵했다. 지난 3년 동안 온하랑은 항상 부승민을 관심하며 하루 세끼를 잘 챙겨 먹으라 당부했다. 그가 업무에 몰두하거나 회의하느라 식사 시간을 잊어버리지는 않았는지, 온하랑은 직접 찾아가 그를 감독하곤 했다. 그렇게 그들은 점차 함께 그의 사무실에서 밥 먹는 습관을 들였다.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는 다시는 그녀의 관심과 당부를 들을 수 없었다. 심지어 함께 마주 앉아 밥 먹을 그 흔한 기회조차 드물었다.온하랑은 모든 음식을 절반씩 덜어 침대 앞 테이블에 올려놓았다.“여기다 올려 둘게. 먹고 싶을 때 알아서 먹어.”온하랑이 돌아서서 병실을 나가려고 하자 부승민은 온하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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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그럴 필요 없어. 전에 이혼 협의할 때 더윈파크힐은 너에게 주기로 했잖아. 내가 나갈게.”부승민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마음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온하랑은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냥 오빠가 가져. 아니면 내가 부동산 중개인에게 팔아달라고 할게.”전에 이혼 협의서를 작성할 때 온하랑은 이 별장을 가지고 싶어 했었다.이 집에는 두 사람이 함께 생활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온하랑은 그들의 추억이 깃든 이곳을 남겨두고 싶었다. 그리고 이 집이 추서윤에게 점령당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그러나 온하랑은 이제 더는 이 별장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지 않았다. 지나간 기억들은 그녀에게 고통과 아쉬움만 가져다줄 뿐이었다.내려놓기로 마음먹었으니 지나간 모든 것들을 다 같이 버려버릴 것이다.온하랑의 말을 들은 부승민은 몸에 얼음물을 들이부은 것처럼 온몸이 시리고 가슴은 커다란 돌덩이로 짓눌러 놓은 것처럼 호흡이 가빠지며 숨이 막혀왔다.그녀가 지금 그들이 3년 동안 함께 살아온 별장을 팔아버리겠다고 한다. 약간의 추억조차 남기기 싫단 말인가?이렇게도 그를 벗어나고 싶단 말인가?온하랑은 가방을 들고 병실을 떠났다.부승민은 두 눈을 감고 무기력하게 침대에 누워있었다. 마치 심장을 칼로 도려내는 것 같은 아픔에 온몸이 마비되고 오한이 들었다.온하랑이 떠났다.앞으로는 더 이상 그녀를 찾을 정당한 핑계가 사라졌다.그가 의도적으로 찾지 않는 한 두 사람이 서로를 만날 횟수는 매우 적을 것이다.보통의 이혼한 부부처럼 서로를 간섭하지 않고 각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부승민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뼈마디는 하얗게 변하고 우두둑 소리가 났다....별장으로 돌아온 온하랑은 짐을 싸기 시작했다.캐리어를 바닥에 열어놓고 옷장에서 옷을 꺼내려고 고개를 돌리는 새에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여행 가방 안에 들어가 그녀를 향해 야옹거렸다.온하랑이 송이의 머리를 쓰다듬자 송이는 온하랑의 손가락을 다정하게 핥았다.온하랑은 물론 송이를 데려갈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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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온하랑은 송이를 안고 계단을 내려왔다.다음 날 오전 온하랑이 송이를 애견 카페에 맡기러 갈려고 할 때 예상 밖에 문 앞에서 아주머니와 마주쳤다.“아주머니, 왜 돌아오셨어요?”“연 비서님이 가셔서. 전 필요 없어졌어요.”아주머니는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송이를 안고 어디 가시는 거예요?”“아주머니, 저희 이제 이혼했어요. 앞으로는 사모님이라고 부르지 말아 주세요. 저 곧 여행 갈 거라서 송이를 잠시 애견 카페에 맡기려고요.” “그냥 여기에 두면 안 돼요? 송이도 이미 이곳에 익숙해져 있는데, 낯선 애견카페에 보내면 적응 못 할 수도 있고 아직 너무 작아요.”온하랑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여긴 오빠 집이라 여기 두면 안 될 것 같은데요.”“괜찮아요. 송이도 대표님이 데려온 거니까 잠시 둬도 괜찮을 거예요. 대표님도 이 집을 당분간 팔지 않을 거라 하셨고요. 게다가 이렇게 큰 별장은 당장 팔리지도 않을 거예요. 저도 있는데 뭐가 걱정이세요. 만약 대표님이 진짜 팔아버리시면 제가 송이를 집에 데려가 며칠 돌보면 돼요. 적어도 송이는 제가 익숙할 거고 저도 송이를 정말 좋아하거든요.”아주머니에게 맡기는 것이 애견 카페에 맡기는 것보다 훨씬 낫다.온하랑은 곰곰이 생각하고 말했다.“아주머니, 그럼 그렇게 해요. 고마워요. 송이를 잘 부탁드려요.”“사모... 하랑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송이를 이쁘게 잘 키울 테니까요.”그리고 온하랑은 본가로 향했다.이미 부승민과 끝냈으니 김정숙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했다.그녀가 입원해 있을 때 김정숙이 그녀를 보러오지 않은 건 아마도 부승민이 김정숙에게 이 사실을 숨겼기 때문일 것이다.김정숙은 눈치가 빨라 이미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하랑아,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았지. 그래, 잘 이혼했어. 승민이는 너에게 어울리지 않아. 어찌 됐든 넌 할머니 손녀니까 앞으로 자주 보러 와야 해, 알았지?”“알았어요, 할머니. 저와 오빠의 관계가 어떻든 할머니가 제 할머니인 건 영원히 변함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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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본가에서 나온 후 온하랑은 짐을 챙겨 김시연의 집으로 갔다.김시연은 가족들과 함께 살지 않고 혼자 아파트에서 살았다. 넓은 공간과 밝은 전망의 큰 아파트였는데 매우 쾌적했다.온하랑은 여행에서 돌아오면 자신도 큰 아파트를 사서 혼자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이후의 일이다.김시연은 이미 여행 경로를 다 짜놓았다.얼마 전 온하랑이 보러 왔을 때 김시연은 온하랑의 여권을 가져가 비자를 발급받고 항공권도 준비해 놓았다.온하랑은 김시연의 집에서 여행에 필요한 짐을 다시 쌌다.그날 밤, 온하랑과 김시연, 주연 세 사람은 여행 경로의 첫 방문지인 노르빈으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북쪽으로 가는 길이라는 뜻의 노르빈은 북유럽 5개국 중 하나로 겨울에는 주로 스키를 타고 오로라를 볼 수 있었다.김시연의 계획에 따르면 그들은 주요하게 오로라를 쫓고 노르빈의 인간미를 느끼며 스키는 그저 부가적인 것이다.오로라는 일종의 자연 현상이다. 지구의 남극과 북극 부근 지역의 초고층 대기 중에 밤에 나타나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빛으로 다양하고 다채롭고 예측할 수 없으며 매우 장관을 이루어 종종 사람이 말로 묘사하기에는 어려움을 느끼게 한다.온하랑은 사진으로만 본 적이 있던지라 김시연의 계획을 알게 되었을 때 금세 관심이 쏠렸다.대기실에서 김시연은 휴대폰 지도를 확대하며 신나서 소개했다. “...오베니아에서 이틀간 놀다가 트로토와로 가서 오로라를 쫓고, 차를 렌트해서 여름섬, 링와스섬으로 가서 유람선을 타고, 스위엘로 갔다가 나베론섬으로 가서 다시 차를 렌트하고 5일간 놀다가 돌아올 때 샹포르테에 들려 며칠 노는 거예요. 다들 어떻게 생각해요?”“전 좋아요. 그냥 시연 씨가 알아서 하세요.”온하랑은 흔쾌히 대답했다. 주현은 시간을 계산해 보고 말했다.“이번 왕복 여행에 거의 보름이 걸리네요. 마침 연차도 다 썼어요.”“그럼 주현 씨는 샹포르테에 갔다가 먼저 돌아가요. 전 하랑 씨랑 다른 곳에 들려 더 놀다가 돌아갈 거예요.”김시연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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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교통사고가 발생한 후 그녀는 트럭 운전사로부터 어떠한 사과도 받지 못했다. 그녀가 받은 거라고는 법원에서 강제 집행한 배상금일 뿐이었다.그리고 온하랑이 굳건히 그 운전자를 엄하게 벌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배상금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배상금도 운전사의 전부 재산이나 다름없었다.평범한 고아였다면 그녀가 그 돈을 받기 위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몰랐다.당시 아버지의 신분 때문에 교통사고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고, 부승호를 비롯한 사회 각계 인사들과 언론의 도움으로 그 운전자는 음주 운전으로 사람을 숨지게 한 뒤 도주한 혐의로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이제 7년이 지났으니, 운전자가 출소하는 것도 정상이다.비록 아무리 무거운 처벌일지라도 아버지를 잃은 온하랑의 피해를 보상할 수는 없었지만, 온하랑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트럭 운전사는 온하랑을 알아보지 못한 듯 온하랑을 지나쳐 남자 화장실로 들어갔다.“하랑 씨, 뭘 그렇게 봐요?”김시연은 화장실에서 나와 멍해 있는 온하랑을 보며 온하랑의 시선을 따라 남자 화장실 쪽을 바라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아무것도 아니에요.”온하랑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빨리 가요, 곧 탑승할 거예요.” “네.”온하랑은 걸어가는 내내 계속 남자 화장실 쪽을 보며 마음속에 드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처음 경찰과 검찰청에서 조사한 바로 트럭 운전사의 가족은 매우 평범했으며 심지어 가난하다고 할 수도 있었는데 왜 그가 여기에 나타났을까?현재 일부 국내선은 고속열차보다 저렴하다고는 하지만 여기는 국제선 3번 대기실이고 여기서 탑승하는 몇 대의 비행기는 모두 북유럽 국가로 향하는 비행기다. 여정이 길고 관광 시즌이라 푯값은 몇백만 원이 오가는데, 트럭 운전사의 가정 조건으로 놓고 볼 때 아주 큰 비용이다.걸어가는 내내 생각에 잠긴 온하랑은 미처 앞을 보지 못해 갑자기 한 남자와 부딪혀 넘어질 뻔했지만, 다행히 김시연이 부축해 줬다.“죄송합니다.”온하랑은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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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육광태가 위치 추적기를 부착할 때 온하랑은 마침 넋 놓고 있었기에 아무런 의심 없이 그저 자신이 우연히 부딪힌 거라 생각할 것이다.부승민의 눈에 어두운 빛이 스쳤다. 곧바로 전화를 끊은 부승민은 숨을 죽이고 휴대폰 앱을 열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도에 작은 파란 점이 나타나 있었고, 강남국제공항에 멈춰 있었다.부승민은 입꼬리를 올리고 옅은 웃음을 지으며 눈을 감았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맞은편 소파에 앉아있는 연민우를 보며 말했다.“가서 퇴원 절차 밟아줘.”연민우는 흠칫 놀랐다.“대표님, 아직 상처가 회복되지도 않으셨어요.”“괜찮아.”연민우가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으려고 하자 부승민은 눈을 치켜뜨고 그를 다그쳤다.“빨리 가지 않고 뭐해?”연민우는 머뭇거리며 말했다.“대표님, 제가 한 가지 사실을 알았는데 대표님이 알고 계신 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말씀드려도 될까요?”“뭔데?”“사모님과 관련된 일입니다.”그는 부승민이 급히 퇴원하려는 이유가 온하랑을 찾아가기 위해서라는 걸 알았다. 온하랑은 괜찮은 사람이지만 그의 고용주는 부승민이었고, 그는 부승민이 속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온하랑과 관련이 있다니?부승민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말해 봐. 뭔 일인지.”그리고 그는 한마디를 보탰다.“네 탓을 하는 일은 없을 거야.”그제야 연민우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전에 사모님이 유산하셨을 때 진료 기록을 보신 적 있습니까?”“아니.”부승민은 단호하게 대답하며 연민우에게 계속하라는 눈짓을 보냈다.연민우가 생각하기에도 그랬다.온하랑이 입원해 있는 동안 부승민은 계속 온하랑 옆에 있었고, 온하랑의 상태도 모두 의사한테서 듣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관련이 적은 일은 의사가 말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연민우는 온하랑의 진료 기록을 보다가 한 부분이 인상에 깊게 남았다. 그는 이 문제를 한 달 동안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었다.원래 그는 부승민과 온하랑의 사이가 처음처럼 좋아진다면 이 말을 꺼내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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