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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제안의 모든 챕터: 챕터 321 - 챕터 330

1272 챕터

제321화

말을 마친 그는 잔뜩 흥분한 채 자리를 떴다.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김시연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온하랑에게 말했다.“아무래도 우리 나름대로 인연이 있나 봐요, 이런 데서 다 만나고.”온하랑은 김시연의 말에 그저 웃을 뿐 별다른 대답을 하지는 않았다.그녀도 김시연의 말 속에 담긴 뜻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그저 민지훈에게 별생각이 없었을 뿐이었다.식사를 마친 그들은 방으로 돌아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호텔 로비에 모여 함께 스키장으로 향했다.더원파크힐.부승민은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숙취로 인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극심한 두통에 저도 모르게 다시 눈을 질끈 감은 부승민은 손을 들어 천천히 자신의 관자놀이를 문질렀다.귓가에는 가르릉 거리는 백색소음이 울려 퍼졌다.깨질 듯이 아파오던 머리가 괜찮아질 때쯤에야 부승민은 다시 천천히 눈을 떴다. 그는 손으로 단잠에 빠져있는 송이를 살며시 어루만지며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꿈속에서 부승민은 온하랑의 전화를 받았다. 꿈속에서 받았던 그 수화기 너머의 온하랑은 부승민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고 있었다.차가운 현실에 내쳐진 부승민의 눈빛에는 씁쓸하고도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온하랑이 그렇게 따뜻하고 다정하게 부승민을 대한다니,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부승민은 진심으로 온하랑이 보고 싶었다.부승민의 마음속에서 온하랑이라는 존재가 잊히기는커녕 점점 커져만 가고 있었다. 눈을 감는 순간 머릿속에는 온통 온하랑의 얼굴만 떠올라 쉽사리 잠자리에 들 수도 없었다.이제 부승민은 알코올의 환각 효과에 의지해야만 겨우 잠자리에 들 수 있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갑자기 울려 퍼진 전화벨 소리가 깊은 그리움에 잠겨있던 부승민을 다시 현실로 끄집어냈다.부승민은 침대 맡의 탁자 위에 놓여있던 휴대전화로 손을 뻗어 발신인을 확인했다. 휴대전화 화면에 떠 있는 이름이 연민우인 것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파란색 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전화를 받는 부승민의 목소리는 잔뜩 잠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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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이 일에 대해서도 의심스러운 게 조금 많습니다. 첫 번째로는 사모님께서 그곳에 계실 때 사이가 아주 각별하던 여자 동기가 한 명 있었는데 사모님께서 귀국하신 뒤에도 그 여자 동기라는 사람이 사모님께 따로 연락을 해봤더니 사모님께서는 아예 모르는 사람처럼 아주 차갑게 대했다는 겁니다.”“두 번째로는 우리 쪽 사람이 사모님께서 계시는 곳은 물론 근처 지역들까지 포함해 모든 병원을 수소문 해봤는데요. 대학 병원이고 작은 클리닉 병원이고 그 어디에서도 사모님의 분만 기록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사모님께서는 더 먼 곳으로 가서 아이를 낳으셨거나, 아니면 누군가가 일부러 사모님의 병원 기록을 지웠다고 의심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또 하나 이상한 건, 사모님께서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결석을 하셨으면 보통은 성적표에도 반영이 돼야 하는 게 보통입니다만, 사모님 성적표를 봤을 때 전공과목을 포함한 모든 과목의 성적에서 아무런 이상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좋았습니다.”연민우의 말이 끝났지만 부승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오랜 시간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기다리다 못한 연민우가 다시 한번 부승민을 불렀다.“대표님?”“더 알아봐. 그리고, 이 일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은 몰라야 하는 거 알지?”“네, 알겠습니다.”부승민은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휴대전화를 다시 침대 맡에 있는 탁자 위로 던져놓았다. 한순간에 공허해진 부승민은 손을 뻗어 송이에게 장난을 쳤다.아직 천진난만하기만 한 송이는 부승민의 손가락을 꼭 안은 채 여린 이빨로 힘껏 깨물었다. 그래봤자 부승민에게는 단순한 간지러움으로 느껴지겠지만.부승민은 눈을 꼭 감고 연민우의 말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았다. 머릿속에서는 차마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추측이 스쳐 지나갔다. 온하랑도 본인이 출산했다는 걸 아예 모르고 있다면?그게 아니라면 어떠한 이유로 온하랑이 자신의 유학 시절 기억을 아예 잊은 거라면?이럴 경우, 여태껏 그녀가 단 한 번도 유학 시절의 경험을 얘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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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육광태가 말을 이었다.[내가 어디서 들은 게 있는데 전 애인을 잊을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이 바로 새 애인을 사귀는 거라고 하더라. 내가 보기에 온하랑 씨는 이미 마음 정리 다 한 것 같은데?]육광태의 메시지를 보던 부승민은 끓어오르는 분노에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었다. 그는 마음속 깊은 것에서 불길이 타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도 그와 동시에 가슴 한쪽이 쓰라렸다.그 쓰라림은 심장을 타고 목젖까지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점점 입술까지 밀려와 입 안쪽에서 씁쓸한 맛이 돌았다.온하랑은 이미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오직 부승민만이 제자리에 멈춰서서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만을 바라보며 온하랑이 한 번이라도 돌아봐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온하랑은 이미 부승민에게 실망할 대로 실망해 더 이상의 기대를 품을 생각이 없었다. 온하랑이 그런 부승민이 있는 곳으로 뒤 돌아 봐줄 리가 만무했다.부승민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하든 절대 온하랑에게서 용서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온하랑을 완전히 놓아줄 수 없었다.잠자코 있던 부승민이 육광태에게 답장을 보냈다.[무슨 짓을 해서라도 어떻게든 저 두 사람 막아. 그 어떤 대가를 지불하든 무조건 막아! 지금 바로 노르웨이로 갈 테니까!]사진 속의 어린 남자가 감히 본인 주제도 모르고 온하랑에게 손을 대려는 모습이 눈 뜨고 봐줄 수 없을 정도로 가증스럽고 짜증 났다. 부승민은 어떻게든 그 남자에게 온하랑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낸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었다.부승민의 말에 육광태의 빠른 답장이 돌아왔다.[오케이.][내가 어떻게든 사람 시켜서 시간 끌어볼 테니까 빨리 와.]곧이어 부승민은 연민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당장 트롬쇠로 가는 항공권 한 장만 좀 끊어줘, 빨리!”“네, 알겠습니다.”연민우는 진작 부승민의 이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바로 대답했다.부승민은 과거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이었다. 지나간 일에 대해 하나하나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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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다만 온하랑이 아직 초보자인 탓에 한 번 내리막길에서 넘어진 이후로 다시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다행히 근처에 있단 민지훈이 달려와 넘어져 있던 온하랑을 부축해 다시 일으켜 세웠다.온하랑은 민지훈의 부축 덕에 무사히 스키 스틱을 짚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그녀는 눈가에 묻은 눈가루를 털며 민지훈에게 얘기했다.“고마워요.”민지훈은 쑥스러운 듯 겸연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저기… 누나, 카톡 친추 좀 해도 될까요?”혹시라도 온하랑이 거절할까 봐 민지훈은 그녀의 대답이 돌아오기도 전에 다급하게 말을 덧붙였다.“아, 저 그게, 카카오페이로 세탁비 드리려고 그러는 거예요.”온하랑은 개의치 않다는 듯 답했다.“그럼요, 나중에 시연이한테 제 번호 달라고 하세요.”민지훈은 그제야 신난다는 듯 귀엽게 난 날카로운 두 덧니를 내보이며 배시시 웃었다.“네! 감사합니다, 누나!”지금 이 시기의 노르웨이는 낮이 아주 짧았다. 오후 3~4시밖에 안 된 시간인데도 하늘은 이미 어둑어둑 해가 지고 있었다.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스키장에 있던 가로등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했다. 스키장에 있던 눈들도 가로등의 불빛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종일 스키장에 머물던 그들은 5시가 되어서야 지친 몸을 이끌고 스키장을 벗어났다. 몸은 기진맥진이었지만 마음만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후련하다고 할 수 있었다.그들은 스키장을 벗어나 돌아가는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김시연은 온하랑의 지쳤음에도 한껏 밝아진 표정을 바라보며 그녀의 어깨를 툭툭 쳤다.“어때요? 스키 재밌죠?”온하랑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네, 오늘 정말 재밌었어요.”“진작 이랬어야 해요.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재밌게 노는 데만 집중해요. 한 달 뒤면 부승민 그 눈치 고자는 깔끔하게 잊힐 거예요!”온하랑이 김시연의 말에 가볍게 웃어 보였다.둘의 대화를 들은 민지훈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온하랑과 김시연을 바라보았다. 둘의 대화로 대충 김시연이 얘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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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온하랑이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죠.”온하랑은 민지훈에게 정말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숙소에 도착한 김지연은 바로 침대 위에 엎어져 미동도 하지 않았다.세 사람은 방에서 반 시간 정도 머물며 피로를 달랬다. 곧이어 식당으로 가 저녁 식사를 마친 그들은 옥상에 있는 온천에 몸을 담갔다.피로에 찌든 몸이 따뜻한 물에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순간적으로 혈액순환이 잘 되는 듯한 느낌과 함께 모공들이 열리며 온몸이 개운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온천욕 한 번에 이때까지 쌓였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다.온천은 야외 온천으로 되어있었던 터라 온천 밖으로는 찬 바람이 매섭게 불어오고 있었다. 온하랑은 저도 모르게 목까지 깊이 담가 추위를 달랬다. 온천에 몸을 녹이며 호텔 옥상에서 보이는 바다의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했다.온천을 나선 그들은 찜질방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만난 외국인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그들만의 낭만을 즐겼다.찜질까지 끝내고 방으로 돌아온 김시연은 침대에 누워 오늘 찍은 사진들을 보정 하고 있었다.그녀는 휴대전화를 만지작대며 온하랑에게 말을 걸었다.“맞다, 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뭔데요?”온하랑은 마스크팩을 하며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었다.“우리 내일 오로라 보러 가는 거 말이에요. 렌터카 타고 우리끼리 갈까요, 아니면 패키지여행 신청할까요?”“우리끼리 운전해서 가기로 하지 않았어요?”주현은 순간 또 뭔가가 떠오른 듯 말을 이었다.“저희끼리 운전해서 가도 오로라 볼 수 있을까요? 우리 다 여긴 처음인데,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놓치면 어떡해요?”“저도 지금 그것 때문에 고민 중이에요. 원래는 우리끼리 차 렌트해서 가기로 했잖아요. 근데 방금 온천욕 하면서 보니까 요즘 날씨 엄청나게 흐리던데요? 구름도 두껍고. 일기예보 어플 봐도 오로라가 보일 확률이 엄청 낮다고 나와요. 그래서 말인데 패키지여행 신청해보는 건 어떨까요? 가이드가 우리보다 훨씬 더 잘 알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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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그녀는 길고도 두꺼운 패딩으로 온몸을 펭귄처럼 꽁꽁 감은 것도 모자라 끈 달린 털장갑까지 낀 채 무의식적으로 팔을 벌려 몸을 팡팡 쳐댔다.눈앞에서 움직이는 온하랑의 실물을 본 부승민은 당장이라도 당당한 발걸음으로 다가가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하지만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걸 부승민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온하랑이 마음을 연 것도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그녀의 앞에 부승민이 다시 나타난다면 온하랑은 여행 내내 또다시 무거운 마음을 짊어져야 할지도 몰랐다.시간에 맞춰 도착한 버스가 부승민의 시야를 가렸다.가이드가 온하랑 일행 세 명의 신분을 모두 확인한 후 곧바로 그들을 버스에 태웠다.버스에는 이미 열댓 명의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아시아인의 생김새로 미루어보아 미리 타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한국인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앞장서서 버스에 올라탄 김시연은 아무도 앉지 않은 일렬로 이어진 좌석의 제일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온하랑은 김시연을 따라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고 주현은 그들과 통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앉게 되었다.김시연은 차량 내부 시설을 쭉 둘러보더니 온하랑에게 얘기했다.“이 버스 그래도 나름 좀 고급스러운 것 같지 않아요? 에어컨도 있고요. 전에 제가 우연히 인터넷에서 봤던 패키지 상품들은 다 엄청나게 작고 낡은 차에 간식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더라고요.”“그럼 이 패키지가 다른 것들보다 가격이 좀 더 되나 보죠?”온하랑이 김시연의 말을 듣고 추측하기 시작했다.왜인지 모르게 그녀는 호텔에서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계속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 탓에 여태껏 계속 좌불안석 상태였다. 그 느낌은 버스에 올라타서도 여전히 지속됐다.그녀는 어딘가 이상한 느낌에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별다른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앞 좌석의 승객이 둘의 대화를 우연히 엿들은 것인지 김시연과 온하랑에게 말을 걸어왔다.“아니에요, 가격은 다 같아요. 제가 전에도 한 번 와봐서 알거든요.”“그럼 이 패키지는 생긴 지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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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많은 승객이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기도 전에 오로라는 사라져버렸다.하지만 그 짧은 순간의 오로라는 승객들에게 큰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순식간에 차 안에 있던 모든 승객이 창문에 달라붙어 차창 밖에서 눈을 떼지 않고 각자 토론을 시작했다.20분 정도의 시간을 더 달리자 저 멀리 끝없이 아득히 펼쳐진 하늘 위로 신비한 초록빛과 보랏빛이 나타났다. 광선은 어두운 밤하늘을 밝게 수 넣은 것도 모자라 하늘 아래 산까지 아리따운 보랏빛으로 물들였다.차 안의 승객들은 모두가 잔뜩 들뜬 채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차창 너머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그 오로라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사라지지 않고 밤하늘을 수 놓고 있었다.버스가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오로라가 점점 가까워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는 평평한 곳에 멈춰 섰고 승객들은 오로라를 보기 위해 빠른 속도로 차에서 내렸다.온하랑도 눈앞의 하늘을 보며 빠르게 뛰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했다.넓디넓은 곳에서 끝없이 펼쳐진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바닥과 아주 가까워 손 뻗으면 금방이라도 닿을 것만 같았다.파란색, 보라색, 녹색들이 한데 모여 끝없이 펼쳐진 오로라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오로라 빛과 함께 펼쳐진 별들은 은하계처럼 오로라와 함께 운동하며 밤하늘의 자태를 수놓았다.그 모습은 정말 보는 이에게 이토록 넓은 우주에서 인간의 인생이 얼마나 작게만 느껴지는지를 실감하게 했다.오로라를 봤으니 사진을 남겨야 했다.차에서 내린 승객들 대부분이 전문적인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예를 들자면 바로 주현 같은 승객들 말이다.수십 장의 풍경 사진들을 찍은 후에야 김시연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온하랑의 손에 쥐여주며 오로라와 함께 사진을 찍을 준비를 했다.사진 촬영을 끝내고 온하랑에게서 휴대전화를 건네받은 김시연은 깜짝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하랑 씨, 너무 대단한 거 아니에요? 이 각도 진짜 너무 잘 찍었어요!”인물 사진만 잘 찍은 게 아니라 오로라까지 한 앵글 안에 담긴 완벽한 사진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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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김시연이 온하랑을 바라보며 말했다.“하랑 씨, 지금 취미가 없어서 고민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사진 촬영도 진짜 괜찮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어차피 하랑 씨 돈 없어서 굶을 걱정도 없잖아요. 카메라 한 대 마련해 놓으면 여기저기 놀러 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인생샷 건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 사진도 찍어주고 그럼 좋죠. 생각만 해도 얼마나 재밌는 일이에요!”온하랑이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네, 좋죠.”그녀의 인생에 부승민만 남기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부승민 때문에 버렸던 그녀의 것들을 이제 하나하나 다시 주워 담아야 할 차례였다.온하랑은 카메라를 들고 김시연과 주현을 위해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주었다.마지막쯤엔 세 명이 단체로 기념사진을 남기며 사진 촬영을 마무리했다.신나게 즐기고 있는 관광객들과 달리 가이드와 운전기사는 한쪽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간식까지 옮겨오느라 분주해 보였다.온하랑 역시 오랜 시간 계속된 사진 촬영에 조금 지쳐 카메라를 주현에게 넘겼다. 그렇다고 다시 버스 안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었기에 바로 모닥불 옆으로 가 자리를 잡고 따뜻한 불을 쬐고 있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한 관광객이 멀지 않은 곳을 가리키며 하는 말을 들었다.“저기 있던 차 말이야, 혹시 여기까지 혼자 운전해서 오로라 보러 온 건가?”온하랑은 관광객이 가리킨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온하랑의 눈에는 어딘가 익숙해 보이는 차량이 들어왔다.하지만 번호판에 노르웨이 번호판이 붙은 것을 확인하고는 온하랑은 그저 자신의 착각이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조금 전의 들뜬 감정이 누그러지고 극 지대의 추운 바람이 느껴졌다. 갑자기 밀려드는 추위에 관광객들은 몸을 녹이기 위해 모닥불 옆으로 몰려들어 준비되어있던 간식들을 하나둘씩 골라 집었다.가이드가 대화 주제를 이끌어가며 자연스럽게 외향인들의 대화 참여를 이끌었다.모닥불 주위는 금세 시끌벅적해졌다.기타를 챙겨온 한 관광객이 공연을 시작하자 모두가 하나둘씩 영상촬영을 시작했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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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부승민의 잘생김은 위엄 있는 잘생김이었다. 훤칠하게 큰 키에 차가운 인상의 카리스마 넘치는 고고한 느낌을 물씬 풍기는 그런 사람이었다.여자의 친구가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미친? 진짜로? 야, 우리끼리 한 번만 더 갔다 올래? 나도 훈남 좀 보자!”여자는 검은 차량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말을 꺼냈다.“난 못 가겠어. 딱 봐도 엄청 차가워 보였단 말이야!”“알겠어, 그럼.”여자의 친구는 아쉬운 듯 주차된 검은 차를 바라보며 답했다.서로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바로 서로의 얼굴이었다.훤칠하게 잘생긴 육광태는 오자마자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의 환영을 받았다.패키지여행에 참여한 많은 관광객이 먼저 육광태에게 다가가 말을 걸기 시작했다. 집은 어디에 있는지, 나이는 어떻게 되는지 같은 호구조사에 가까운 질문들이 대부분이긴 했다.육광태는 그런 질문들에 대답해줄 수 있는 선에서 다 대답해주었다. 조금 곤란한 질문들은 장난 섞인 말로 대충 얼버무리는 센스도 함께 겸비했다.또 누군가가 육광태에서 이곳에는 여행으로 온 것인지 일로 온 것인지를 물었다.육광태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일, 여행이요.”“그래서 일로 온 거예요, 여행으로 온 거예요?”육광태 역시 더는 해명할 생각이 없다는 듯 대충 얼버무리며 말했다.“친구랑 같이 와준 거예요. 최근에 실연을 당해서 좀 많이 힘들어하고 있거든요. 같이 여기저기 돌아다녀 주면 월급 준다길래 왔어요.”말을 마친 그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온하랑을 바라보았다.오래전부터 이미 자신을 잘 알고 있던 사람처럼 행동하는 육광태에 온하랑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방금 집이 강남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온하랑은 아마도 신문 같은 곳에서 자신의 얼굴을 보았으리라 예상했다.한 관광객이 부럽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무슨 그런 친구가 다 있대요? 저도 소개 좀 해주시면 안 돼요? 저도 그런 친구 좀 사귀고 싶네요.”육광태를 데리고 왔던 여자와 그 여자의 친구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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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서 불놀이가 끝났다. 관광객들은 함께 단체 사진을 찍고 다시 돌아가는 버스 위로 올라탔다.조금 전의 그 검은 차는 돌아가는 길에도 그들이 탄 버스 뒤를 계속 뒤따라갔다.호텔로 돌아와 보니 시간은 이미 새벽 4시가 다 되어있었다.늦은 시간이었지만 세 사람은 전혀 졸음이 오지 않아 조금 전 본 오로라를 떠올리며 찍었던 사진들을 쭉 확인해보았다. 신나게 웃고 떠든 덕에 호텔 방의 분위기가 달아올랐다.김시연은 이미 보정 해둔 사진 몇 장을 골라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했다.일전 온하랑과 부승민의 열애 기사가 떴던 초반부터 온하랑의 편에 서서 글을 올렸던 김시연의 계정에는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악플이 달렸었다.하지만 부승민이 직접 사실을 밝히고 전세가 역전되자 김시연은 순식간에 의리녀로 거듭나면서 그녀의 계정 팔로워 역시 급속도로 늘어났다.물론 비아냥대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았다. 애초에 두 사람은 친구가 아니었다느니, 온하랑의 명성을 용한 것이라는 등의 루머를 퍼뜨리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지만 김시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본격적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 그녀는 이미 자신의 인스타그램 피드에 여행에 관련된 여러 질문을 올렸고 많은 팬이 각자의 여행 후기들을 남겨주었다.오베니아를 떠날 때도 그녀는 이미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오베니아를 여행하면서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함께 열심히 보정 한 사진들을 올렸다.김시연이 이번에 올린 사진은 아홉 장으로 구도를 맞춰 올렸다.오로라 밑에서 찍은 세 사람의 단체 사진 주위로 노르빈의 아름다운 풍경 사진과 오로라 사진들로 꽉 채워 올렸다.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댓글 수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누군가는 오로라의 아름다움을 칭찬했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여행 후기를 공유해주기도 했다. 또 어떤 이들은 부러움과 질투 섞인 댓글을 달기도 했다.화목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댓글 중 김시연은 의도치 않게 거슬리는 댓글을 하나 발견했다.[가운데 저 사진 말이에요. 제일 왼쪽에 서 있는 사람, 온하랑 씨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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