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18화

Author: 고운
사정을 모르는 일부 사람들이 맞장구를 쳤다.

특히 갖은 수를 써서 부승민에 대한 소식을 알아내 처음으로 이곳에 나타나 그와 돈독한 관계를 다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말이다.

노준형은 부승민이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지만, 부승민은 한참 침묵하다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럼 당신이 보기엔 내가 어떤 사람과 어울리는데요?”

그 사람은 부승민이 자기 말에 대꾸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기분이 들뜬 그 사람은 무심코 한마디를 내뱉었다.

“당연히 추서윤 씨 같은 분이죠!”

부승민은 아무런 기색도 내비치지 않고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며 물었다.

“당신들도 같은 생각인가요?”

그들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으며 잇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어두운 그림자 속에 앉아 있는 부승민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술잔을 흔들며 한참 동안 침묵했다.

아직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남자가 또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마 대표님과 추서윤 씨의 경사스러운 날도 곧 다가올 테지요?”

쾅!

갑자기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부승민은 앞에 있는 테이블을 걷어차 넘어뜨렸다. 위에 놓인 술이 와르르 깨지며 액체가 사방으로 튀었다.

부승민은 어두운 표정으로 눈썹을 잔뜩 찌푸린 채 아무 말도 없이 술잔을 집어던지고 큰 보폭으로 자리를 떠났다.

남자는 깜짝 놀라 멍하니 부승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문이 닫힐 때까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남자의 주위에 있던 몇 사람들도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침묵을 지켰다. 룸 안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다른 사람들은 얼떨떨해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반대편에서 카드놀이를 하던 몇 명의 사람들도 무슨 일인지 몰라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았다. 카드를 손에서 내려놓고 만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계속하세요.”

이때 강민의 목소리가 고요한 정적을 깼다.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부승민을 쫓아갔다.

다른 룸 안에서.

“화내지 마. 저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잖아. 그러니까 굳이 상대할 필요 없어.”

술잔을 들고 잔에 비친 자기 모습을 바라보던 부승민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위태로운 제안   제319화

    부승민은 최근 밤마다 그를 뒤척이게 했던 일을 떠올리며 또다시 술을 연거푸 들이마셨다.아무리 말려봤자 소용이 없었고, 강민은 그저 부승민이 술을 퍼마시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부승민이 술을 너무 많이 마시자 강민은 잠시 망설이다가 밖으로 나가 온하랑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시각 온하랑은 오베니아 공항 대기실에서 트로토와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온하랑은 강민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 것을 보고 김시연과 주현을 슬쩍 쳐다보고는 일어나 창가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강민 씨? 무슨 일이에요?”“승민이가 지금 술을 마시고 있어요.”그 이름을 들은 온하랑은 심장 박동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무슨 뜻이에요?”그가 술을 마시는 게 그녀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금방 퇴원하고 아직도 약을 먹고 있어서 술 마시면 안 되는데, 제가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아서요.”“지금 저더러 설득하라는 건가요? 강민 씨도 설득하지 못하는데 전 더더욱 불가능할 거예요. 게다가 애초에 제 말은 듣지도 않을 거고요.”“우선, 효과가 있든 없든 적어도 시도라도 해보세요. 어쨌든 하랑 씨를 구하려다 다친건데, 상처가 재발해 치료도 못하고 죽게 내버려둘 건 아니잖아요.”치료 못하고 죽을 정도는 아니지만...온하랑은 미간을 찡그리고 잠시 망설였다.“알았어요. 그럼 전화 바꿔주세요.”룸으로 돌아온 강민은 부승민이 술잔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고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그만 마셔!”부승민이 눈살을 잔뜩 구기고 쳐다보자, 강민이 휴대폰을 건네며 말했다.“네 전화야.”‘벨소리를 못 들은 것 같은데?’이미 눈이 살짝 풀려있던 부승민은 반신반의하며 전화를 건네받았다.“여보세요?”그는 조금 불안정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부승민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가 술을 마셨다는 걸 알아챈 온하랑은 감정을 추스르며 말했다.“오빠?”익숙한 목소리에 부승민은 몸을 움찔하더니 자리에 똑바로 앉았다. 그는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눈에는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 위태로운 제안   제320화

    전화를 끊은 온하랑은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김시연은 기분이 다소 가라앉아있는 온하랑을 보고 무심히 물었다.“누구 전화에요?”“친구요.”온하랑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쳇, 하랑 씨 친구를 제가 모를까 봐요. 그 친구가 설마 부승민은 아니겠죠?”자기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눈치 챈 김시연이 투덜거렸다.“아직도 전화해서 뭐 한대요? 설마 하랑 씨한테 질척거리는 건 아니죠? 하랑 씨, 절대 마음 약해지면 안 돼요.”“당연하죠.”온하랑은 확신에 차서 말했다.“방금 전화한 사람은 승민 씨 친구예요. 지금 승민 씨가 술 마신다고 저더러 설득해 달라고 했어요. 어쨌든 절 구하려다 다친 건데 모른 척할 수는 없잖아요.”주현이 말했다.“전 하랑 씨가 바보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거라 믿어요. 그렇지만 그 감정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에요.”두 시간 뒤, 온하랑 일행은 트로토와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나와 그들은 공항버스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버스 창밖을 내다보니 도로 양쪽이 여전히 눈으로 덮여 있었다.김시연이 예약한 호텔은 오로라클리오였다.“제가 공략을 좀 찾아봤었는데 이 호텔은 부둣가 바로 옆에 있대요. 전망도 좋고, 제일 위층에 야외 온수 풀도 있고요. 뜨거움과 차가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거예요.”김시연이 들떠서 말했다.노르빈의 겨울에 최상층의 야외 온수 풀에서 몸을 담그는 것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호텔에 체크인한 세 사람은 짐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저녁을 먹으러 호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호텔 레스토랑은 부두 바로 맞은편에 있어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며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온하랑이 음식을 담은 접시를 들고 와 김시연의 맞은편에 앉아 먹으려고 하는데 누군가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누나?”고개를 들어 올린 온하랑은 민지훈이 놀란 표정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고 싱긋 웃었다.김시연은 온하랑의 의미심장한 표정을 바라보며 씨익 웃으며 말했다.“오, 또 만나네요. 여기 머무시나 봐요?”“네

  • 위태로운 제안   제321화

    말을 마친 그는 잔뜩 흥분한 채 자리를 떴다.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김시연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온하랑에게 말했다.“아무래도 우리 나름대로 인연이 있나 봐요, 이런 데서 다 만나고.”온하랑은 김시연의 말에 그저 웃을 뿐 별다른 대답을 하지는 않았다.그녀도 김시연의 말 속에 담긴 뜻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그저 민지훈에게 별생각이 없었을 뿐이었다.식사를 마친 그들은 방으로 돌아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호텔 로비에 모여 함께 스키장으로 향했다.더원파크힐.부승민은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숙취로 인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극심한 두통에 저도 모르게 다시 눈을 질끈 감은 부승민은 손을 들어 천천히 자신의 관자놀이를 문질렀다.귓가에는 가르릉 거리는 백색소음이 울려 퍼졌다.깨질 듯이 아파오던 머리가 괜찮아질 때쯤에야 부승민은 다시 천천히 눈을 떴다. 그는 손으로 단잠에 빠져있는 송이를 살며시 어루만지며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꿈속에서 부승민은 온하랑의 전화를 받았다. 꿈속에서 받았던 그 수화기 너머의 온하랑은 부승민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고 있었다.차가운 현실에 내쳐진 부승민의 눈빛에는 씁쓸하고도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온하랑이 그렇게 따뜻하고 다정하게 부승민을 대한다니,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부승민은 진심으로 온하랑이 보고 싶었다.부승민의 마음속에서 온하랑이라는 존재가 잊히기는커녕 점점 커져만 가고 있었다. 눈을 감는 순간 머릿속에는 온통 온하랑의 얼굴만 떠올라 쉽사리 잠자리에 들 수도 없었다.이제 부승민은 알코올의 환각 효과에 의지해야만 겨우 잠자리에 들 수 있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갑자기 울려 퍼진 전화벨 소리가 깊은 그리움에 잠겨있던 부승민을 다시 현실로 끄집어냈다.부승민은 침대 맡의 탁자 위에 놓여있던 휴대전화로 손을 뻗어 발신인을 확인했다. 휴대전화 화면에 떠 있는 이름이 연민우인 것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파란색 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전화를 받는 부승민의 목소리는 잔뜩 잠겨

  • 위태로운 제안   제322화

    “이 일에 대해서도 의심스러운 게 조금 많습니다. 첫 번째로는 사모님께서 그곳에 계실 때 사이가 아주 각별하던 여자 동기가 한 명 있었는데 사모님께서 귀국하신 뒤에도 그 여자 동기라는 사람이 사모님께 따로 연락을 해봤더니 사모님께서는 아예 모르는 사람처럼 아주 차갑게 대했다는 겁니다.”“두 번째로는 우리 쪽 사람이 사모님께서 계시는 곳은 물론 근처 지역들까지 포함해 모든 병원을 수소문 해봤는데요. 대학 병원이고 작은 클리닉 병원이고 그 어디에서도 사모님의 분만 기록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사모님께서는 더 먼 곳으로 가서 아이를 낳으셨거나, 아니면 누군가가 일부러 사모님의 병원 기록을 지웠다고 의심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또 하나 이상한 건, 사모님께서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결석을 하셨으면 보통은 성적표에도 반영이 돼야 하는 게 보통입니다만, 사모님 성적표를 봤을 때 전공과목을 포함한 모든 과목의 성적에서 아무런 이상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좋았습니다.”연민우의 말이 끝났지만 부승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오랜 시간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기다리다 못한 연민우가 다시 한번 부승민을 불렀다.“대표님?”“더 알아봐. 그리고, 이 일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은 몰라야 하는 거 알지?”“네, 알겠습니다.”부승민은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휴대전화를 다시 침대 맡에 있는 탁자 위로 던져놓았다. 한순간에 공허해진 부승민은 손을 뻗어 송이에게 장난을 쳤다.아직 천진난만하기만 한 송이는 부승민의 손가락을 꼭 안은 채 여린 이빨로 힘껏 깨물었다. 그래봤자 부승민에게는 단순한 간지러움으로 느껴지겠지만.부승민은 눈을 꼭 감고 연민우의 말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았다. 머릿속에서는 차마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추측이 스쳐 지나갔다. 온하랑도 본인이 출산했다는 걸 아예 모르고 있다면?그게 아니라면 어떠한 이유로 온하랑이 자신의 유학 시절 기억을 아예 잊은 거라면?이럴 경우, 여태껏 그녀가 단 한 번도 유학 시절의 경험을 얘기하지 

  • 위태로운 제안   제323화

    육광태가 말을 이었다.[내가 어디서 들은 게 있는데 전 애인을 잊을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이 바로 새 애인을 사귀는 거라고 하더라. 내가 보기에 온하랑 씨는 이미 마음 정리 다 한 것 같은데?]육광태의 메시지를 보던 부승민은 끓어오르는 분노에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었다. 그는 마음속 깊은 것에서 불길이 타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도 그와 동시에 가슴 한쪽이 쓰라렸다.그 쓰라림은 심장을 타고 목젖까지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점점 입술까지 밀려와 입 안쪽에서 씁쓸한 맛이 돌았다.온하랑은 이미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오직 부승민만이 제자리에 멈춰서서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만을 바라보며 온하랑이 한 번이라도 돌아봐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온하랑은 이미 부승민에게 실망할 대로 실망해 더 이상의 기대를 품을 생각이 없었다. 온하랑이 그런 부승민이 있는 곳으로 뒤 돌아 봐줄 리가 만무했다.부승민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하든 절대 온하랑에게서 용서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온하랑을 완전히 놓아줄 수 없었다.잠자코 있던 부승민이 육광태에게 답장을 보냈다.[무슨 짓을 해서라도 어떻게든 저 두 사람 막아. 그 어떤 대가를 지불하든 무조건 막아! 지금 바로 노르웨이로 갈 테니까!]사진 속의 어린 남자가 감히 본인 주제도 모르고 온하랑에게 손을 대려는 모습이 눈 뜨고 봐줄 수 없을 정도로 가증스럽고 짜증 났다. 부승민은 어떻게든 그 남자에게 온하랑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낸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었다.부승민의 말에 육광태의 빠른 답장이 돌아왔다.[오케이.][내가 어떻게든 사람 시켜서 시간 끌어볼 테니까 빨리 와.]곧이어 부승민은 연민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당장 트롬쇠로 가는 항공권 한 장만 좀 끊어줘, 빨리!”“네, 알겠습니다.”연민우는 진작 부승민의 이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바로 대답했다.부승민은 과거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이었다. 지나간 일에 대해 하나하나 따

  • 위태로운 제안   제324화

    다만 온하랑이 아직 초보자인 탓에 한 번 내리막길에서 넘어진 이후로 다시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다행히 근처에 있단 민지훈이 달려와 넘어져 있던 온하랑을 부축해 다시 일으켜 세웠다.온하랑은 민지훈의 부축 덕에 무사히 스키 스틱을 짚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그녀는 눈가에 묻은 눈가루를 털며 민지훈에게 얘기했다.“고마워요.”민지훈은 쑥스러운 듯 겸연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저기… 누나, 카톡 친추 좀 해도 될까요?”혹시라도 온하랑이 거절할까 봐 민지훈은 그녀의 대답이 돌아오기도 전에 다급하게 말을 덧붙였다.“아, 저 그게, 카카오페이로 세탁비 드리려고 그러는 거예요.”온하랑은 개의치 않다는 듯 답했다.“그럼요, 나중에 시연이한테 제 번호 달라고 하세요.”민지훈은 그제야 신난다는 듯 귀엽게 난 날카로운 두 덧니를 내보이며 배시시 웃었다.“네! 감사합니다, 누나!”지금 이 시기의 노르웨이는 낮이 아주 짧았다. 오후 3~4시밖에 안 된 시간인데도 하늘은 이미 어둑어둑 해가 지고 있었다.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스키장에 있던 가로등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했다. 스키장에 있던 눈들도 가로등의 불빛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종일 스키장에 머물던 그들은 5시가 되어서야 지친 몸을 이끌고 스키장을 벗어났다. 몸은 기진맥진이었지만 마음만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후련하다고 할 수 있었다.그들은 스키장을 벗어나 돌아가는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김시연은 온하랑의 지쳤음에도 한껏 밝아진 표정을 바라보며 그녀의 어깨를 툭툭 쳤다.“어때요? 스키 재밌죠?”온하랑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네, 오늘 정말 재밌었어요.”“진작 이랬어야 해요.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재밌게 노는 데만 집중해요. 한 달 뒤면 부승민 그 눈치 고자는 깔끔하게 잊힐 거예요!”온하랑이 김시연의 말에 가볍게 웃어 보였다.둘의 대화를 들은 민지훈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온하랑과 김시연을 바라보았다. 둘의 대화로 대충 김시연이 얘기한 

  • 위태로운 제안   제325화

    온하랑이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죠.”온하랑은 민지훈에게 정말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숙소에 도착한 김지연은 바로 침대 위에 엎어져 미동도 하지 않았다.세 사람은 방에서 반 시간 정도 머물며 피로를 달랬다. 곧이어 식당으로 가 저녁 식사를 마친 그들은 옥상에 있는 온천에 몸을 담갔다.피로에 찌든 몸이 따뜻한 물에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순간적으로 혈액순환이 잘 되는 듯한 느낌과 함께 모공들이 열리며 온몸이 개운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온천욕 한 번에 이때까지 쌓였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다.온천은 야외 온천으로 되어있었던 터라 온천 밖으로는 찬 바람이 매섭게 불어오고 있었다. 온하랑은 저도 모르게 목까지 깊이 담가 추위를 달랬다. 온천에 몸을 녹이며 호텔 옥상에서 보이는 바다의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했다.온천을 나선 그들은 찜질방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만난 외국인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그들만의 낭만을 즐겼다.찜질까지 끝내고 방으로 돌아온 김시연은 침대에 누워 오늘 찍은 사진들을 보정 하고 있었다.그녀는 휴대전화를 만지작대며 온하랑에게 말을 걸었다.“맞다, 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뭔데요?”온하랑은 마스크팩을 하며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었다.“우리 내일 오로라 보러 가는 거 말이에요. 렌터카 타고 우리끼리 갈까요, 아니면 패키지여행 신청할까요?”“우리끼리 운전해서 가기로 하지 않았어요?”주현은 순간 또 뭔가가 떠오른 듯 말을 이었다.“저희끼리 운전해서 가도 오로라 볼 수 있을까요? 우리 다 여긴 처음인데,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놓치면 어떡해요?”“저도 지금 그것 때문에 고민 중이에요. 원래는 우리끼리 차 렌트해서 가기로 했잖아요. 근데 방금 온천욕 하면서 보니까 요즘 날씨 엄청나게 흐리던데요? 구름도 두껍고. 일기예보 어플 봐도 오로라가 보일 확률이 엄청 낮다고 나와요. 그래서 말인데 패키지여행 신청해보는 건 어떨까요? 가이드가 우리보다 훨씬 더 잘 알지 않을까요? 

  • 위태로운 제안   제326화

    그녀는 길고도 두꺼운 패딩으로 온몸을 펭귄처럼 꽁꽁 감은 것도 모자라 끈 달린 털장갑까지 낀 채 무의식적으로 팔을 벌려 몸을 팡팡 쳐댔다.눈앞에서 움직이는 온하랑의 실물을 본 부승민은 당장이라도 당당한 발걸음으로 다가가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하지만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걸 부승민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온하랑이 마음을 연 것도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그녀의 앞에 부승민이 다시 나타난다면 온하랑은 여행 내내 또다시 무거운 마음을 짊어져야 할지도 몰랐다.시간에 맞춰 도착한 버스가 부승민의 시야를 가렸다.가이드가 온하랑 일행 세 명의 신분을 모두 확인한 후 곧바로 그들을 버스에 태웠다.버스에는 이미 열댓 명의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아시아인의 생김새로 미루어보아 미리 타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한국인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앞장서서 버스에 올라탄 김시연은 아무도 앉지 않은 일렬로 이어진 좌석의 제일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온하랑은 김시연을 따라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고 주현은 그들과 통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앉게 되었다.김시연은 차량 내부 시설을 쭉 둘러보더니 온하랑에게 얘기했다.“이 버스 그래도 나름 좀 고급스러운 것 같지 않아요? 에어컨도 있고요. 전에 제가 우연히 인터넷에서 봤던 패키지 상품들은 다 엄청나게 작고 낡은 차에 간식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더라고요.”“그럼 이 패키지가 다른 것들보다 가격이 좀 더 되나 보죠?”온하랑이 김시연의 말을 듣고 추측하기 시작했다.왜인지 모르게 그녀는 호텔에서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계속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 탓에 여태껏 계속 좌불안석 상태였다. 그 느낌은 버스에 올라타서도 여전히 지속됐다.그녀는 어딘가 이상한 느낌에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별다른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앞 좌석의 승객이 둘의 대화를 우연히 엿들은 것인지 김시연과 온하랑에게 말을 걸어왔다.“아니에요, 가격은 다 같아요. 제가 전에도 한 번 와봐서 알거든요.”“그럼 이 패키지는 생긴 지 얼마 

Latest chapter

  • 위태로운 제안   제1313화

    온하랑은 머리가 복잡했다.‘메이슨이 나의 아이가 아니라면 그럼 그 아이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메이슨에게 감정이 없었던 그녀는 엄마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그를 보러 왔다. 하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메이슨에게 정들기 시작했을 무렵 누군가가 메이슨이 그녀의 친자가 아니라며 진짜 아이는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온하랑의 마음은 지쳐있었다.한순간 그녀는 지금처럼 메이슨을 자기 친자식처럼 키우며 모두 잊어버리자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녀가 낳은 아이가 지금 어딘가에서 힘겹게 고군분투하며 구하러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갈등하고 있었다.만약 그 아이를 찾지 못한다면 그녀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전화를 걸어온 부승민은 부드럽게 말했다.“다 봤어?”온하랑은 몇 초간 침묵을 이어갔다.“응, 봤어...동철 씨한테 잘 물어볼게.”“동철이가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어.”“그러나 혈연관계는 옳으면 옳은 거고, 아니면 아닌 거야. 유전자 검사를 다시 의뢰할 거야.”“그래, 내가 내일 갈게. 나와 함께 동철이를 만나러 가자.”부승민이 말했다.만약 계략이 탄로 나 화가 치밀어 오르면 최동철은 온하랑을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다.부승민은 철저하게 최동철을 방어하며 그에게 그 어떤 기회도 주지 않았다.“그럴 일 없을 거야.”“불안해서 안 돼.”“...”부승민은 화제를 바꾸었다.“병원에 다녀왔는데 간호사가 원녕이의 검사 수치가 서서히 정상 수치로 돌아오고 있다고 했어. 보름 정도 지나면 퇴원할 가능성이 있대.”부승민에게서 원녕의 소식을 전해 들은 온하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됐어. 수고했어, 승민아.”통화를 마치고 온하랑이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메이슨은 이미 여러 개의 곰 모형 쿠키를 만들어 놓았다.그 남자는 최동철이 유전자 검사서를 위조했다고 했다.하지만 온하랑은 메이슨의 신분을 의심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최동철은 친자확인서를 그녀에게 보여준 적이 없었다.온하랑은 메이슨이 그녀에게 경계심이 없기에 모낭이

  • 위태로운 제안   제1312화

    반죽을 열심히 다루는 메이슨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온하랑의 마음속에서 복잡한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부승민의 말에 그녀는 마치 큰 바위에 가슴을 짓눌린 듯 숨이 막혔다.‘메이슨이 친자가 아니라면 최동철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최동철은 어떻게 먼저 메이슨을 찾아서 그의 존재를 알렸을까? 그러면 진짜 아이는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그녀는 메이슨이 이상한 낌새를 느끼지 못하도록 애써 감정을 억눌렀다.“엄마, 이것 보세요. 곰돌이 같아요?”메이슨은 갓 눌러놓은 곰돌이 쿠키 틀을 들어 올리며 순진한 미소를 지었다.온하랑은 웃으면서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곰돌이와 똑같아. 참 잘했어, 메이슨.”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인 메이슨은 머리를 숙여 계속 쿠키를 만들었다.그러나 온하랑은 더 이상 집중할 수가 없었다.부승민이 그녀 몰래 핸드폰 설정을 변경했을 당시 그 남자는 서우현의 핸드폰을 훔쳐 그녀에게 모든 것을 알렸다.비록 그가 말한 것이 모두 진실이었으나 그의 등장은 여전히 수상했다.‘예를 들어 그는 누구일까? 왜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왜 이제야 모든 진실을 알려주는 것일까?’심호흡을 한 그녀는 잠시 마음속의 의심을 가라앉혔다.그동안 함께 지내면서 온하랑은 그 남자가 메이슨이 겪었던 일에 대하여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확신했다.불쌍하고 죄가 없는 어린 메이슨은 복잡한 어른들의 세계에 휘말리지 말아야 했다.정신을 차린 온하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괜찮아, 아빠가 돌아오시면 네가 만든 쿠키를 보고 기뻐하실 거야.”그녀는 멈칫했다.“메이슨, 먼저 천천히 쿠키를 만들고 있어. 엄마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위층에 다녀올게.”“네.”메이슨은 고개를 끄덕였다.태연하게 위층으로 올라와 방문을 닫자 온하랑의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이메일을 열고 망설이던 그녀는 결국 부승민이 보낸 동영상을 클릭했다.영상 속 심문실에는 마른 얼굴에 몇 군데가 찢어지고 피로 얼룩진 옷을 입고 있는 젊은 남자가 의자

  • 위태로운 제안   제1311화

    온하랑은 쪼그리고 앉아 메이슨을 똑바로 바라보았다.“메이슨은 경주에 집이 있기에 낯선 강남시에 가고 싶지 않은 거잖아? 마찬가지로 엄마에게도 이곳은 낯선 곳이야, 엄마의 집은 강남시에 있어.”슬퍼하는 메이슨을 온하랑은 계속 달래주었다.“앞으로 엄마가 메이슨 보러 자주 올게. 메이슨도 엄마가 보고 싶으면 강남시에 찾아와도 돼.”그녀가 조산을 앞두고 있을 당시 부승민이 보낸 사람들이 한발 늦은 탓에 먼저 메이슨을 데려간 최동철이 각종 절차를 밟아 양육권을 가졌고 그 사이 메이슨도 이미 이곳에 적응해 버렸다.최동철은 온갖 정성을 쏟아서 메이슨을 돌봤으며 마음이 예민하고 내성적이었던 그는생활환경을 자주 바꿀 수 없으므로 여기에 머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메이슨은 의기소침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온하랑은 그의 주의력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이모가 만들었던 쿠키를 기억해? 엄마가 메이슨이 도움이 필요한데 함께 만들 수 있을까? 아빠가 돌아오시면 메이슨의 솜씨가 어떤지 맛보라고 하자.”기분이 언짢았던 메이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쿠키를 만들기 시작하자 곰돌이 모양의 틀로 반죽을 찍던 그는 천천히 빠져들기 시작했다.쿠키를 만들던 중 온하랑은 부승민의 전화를 받았다.그가 물었다.“출발했어?”“아니, 깜빡했어. 아까 최 회장님 다녀가셨는데 동철 오빠의 소식이 있다고 하셨어.이틀 더 머물다 그가 돌아오면 돌아갈게.”부승민은 몇 초간 침묵을 이어갔다.그가 기분이 언짢다고만 생각한 온하랑은 웃으면서 말했다.“며칠인데 못 기다리겠어?”“아니.”부승민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혹시 우현 씨 핸드폰을 훔쳤던 사람을 기억하고 있어?”“응, 기억해.”바로 서우현이 그 남자를 찾았고 그의 입에서 메이슨의 신분을 알게 되었다.온하랑은 식탁에서 쿠키를 열심히 만들고 있는 메이슨을 바라보았다.“그가 왜?”“줄곧 그가 나타난 것이 좀 이상하다고 의심하고 있었던 터라 사적으로 사람을 시켜 그를 찾으라고 했는데 며칠 전 그를 찾아서 잡고 심문하니 진

  • 위태로운 제안   제1310화

    최국환의 말을 들은 온하랑은 멈칫했다.“최 회장님, 약속드릴 수 없습니다. 메이슨은 상황이 특별하기에 반드시 진심으로 그를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가족이 옆에서 보살펴 주어야 합니다.”‘동철 씨와 줄곧 사이가 좋지 않았던 최 회장님은 정성껏 메이슨을 보살필 수 있을까?’게다가 최씨 가문에는 임가희가 있기 때문에 온하랑은 그녀가 메이슨의 존재를 알게 된다면 최동림의 후계자 계승을 위하여 걸림돌인 그를 해칠 수 있다고 예측했다.메이슨은 최동림보다 두세 살 어렸다.“동철이가 현재 실종되었기에 나의 손자인 메이슨을 내가 반드시 잘 돌볼 거야. 이미 결정된 일이야. 하랑이 너랑 상의하려고 온 거 아니야.”최국환의 목소리는 무거웠다.온하랑이 엄마라는 점을 고려해 그가 직접 온 것이었다. 아니면 경호원더러 메이슨을 데려오라고 했을 것이다.온하랑은 최국환이 끝까지 막으면 그와 메이슨은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렇다면 최 회장님께서 메이슨을 위하여 저의 몇 가지 조건을 들어주셨으면 합니다.”“말해봐.”“첫째, 제가 떠난 후 메이슨을 최씨 가문에 데려가서 아줌마와 미아 선생님이 계속 돌보게 해주세요. 최 회장님께서는 매일 시간을 내셔서 메이슨의 학습 상황을 물어봐 주세요.”온하랑이 없는 상황에서 최국환은 메이슨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언젠가 임가희는 메이슨의 존재를 알게 될 것이기에 최국환의 옆에 둔다면 그녀는 자신의 명성을 위해서 섣불리 나서지 못할 것이다.메이슨이 계속 별장에 머물면 아줌마와 미아 선생님은 권력과 힘이 없기에 마음대로 할 수가 없을 것이며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그를 노릴 기회를 줄 수 있다.온하랑의 말을 들은 최국환은 머리를 끄덕였다.그는 메이슨을 옆에 두고 잘 가르칠 생각이었다. 만약 좋은 후계자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고 반대로 그가 자질이 평범해도 최국환은 그를 키울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잠시 후 최국환의 핸드폰이 울렸다.“잠깐만. 먼저 통화 좀 할게.”“네, 최 회장님. 편안한 대로 하세요.”통화 중

  • 위태로운 제안   제1309화

    설윤은 잠시 멈칫하더니 그를 바라보았다.“...네.”설윤의 쓸쓸한 모습을 본 최동철은 그녀에게 물었다.“함께 갈래요?”설윤은 돈을 좋아하기에 그도 그녀에게 많은 돈을 줄 수 있었다.그러나 설윤은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 저 여기 더 있고 싶어요.”최동철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럼, 나중에는?”“나중에? 그때 다시 얘기해요.”설윤은 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저 혼자예요. 저만 신경 쓰면 돼요.”최동철은 평온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최동철이 떠난 후 자신을 구해준 설윤에게 보답의 의미로 많은 금액의 돈을 송금해 주었다....회사에 처리할 일이 많았던 부승민은 첨단 연구소에서 스카우트한 사람들과 함께 강남시로 돌아갔다.경주에 며칠 더 머무른 온하랑은 여전히 최동철의 소식을 들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최동철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오랫동안 경주에 머물렀던 온하랑은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어 메이슨을 데리고 강남시로 돌아가려고 했다.만약 최동철이 돌아온다면 온하랑은 메이슨을 다시 데려오면 되고 그가 돌아오지 못한다면 그녀가 메이슨의 유일한 보호자이다.아줌마에게 메이슨의 짐을 정리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하던 중 별장에 불청객이 찾아왔다.거실에서 아줌마가 짐 정리하는 것을 지켜보던 메이슨은 최국환이 사람을 데리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바로 온하랑의 뒤로 숨어버렸다.“최 회장님, 어떻게 오셨어요?”최국환을 본 온하랑도 깜짝 놀랐다.“하랑아, 미리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와서 미안해.”최국환은 온하랑 뒤에 숨은 메이슨과 땅에 놓인 캐리어를 보고 물었다.“메이슨을 데리고 강남시로 돌아간다고?”그는 오래전부터 메이슨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네, 맞아요. 동철 오빠가 돌아오기 전에 제가 메이슨을 강남시로 데려가 돌보려고 해요.”온하랑이 대답했다.“승민이는 동의한 거야?”온하랑은 머리를 끄덕였다.“혹시 어떤 일로 찾아오셨어요?”그녀는 눈길로 아줌마에게 먼저 메이슨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가

  • 위태로운 제안   제1308화

    “설윤 씨, 일어났어요?”최동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소리에 따라 고개를 돌린 설윤은 최동철과 눈이 마주쳤다.최동철은 웃으면서 말했다.“일어났으면 와서 아침을 먹어요.”최동철은 이미 건조된 설윤의 옷을 가져왔다.“네.”설윤은 베갯머리에 두었던 핸드폰을 보고 열 시가 넘었음을 확인했다.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그녀는 이불로 가슴을 가리고 이불 밑에서 속옷을 찾아 천천히 입었다.최동철은 쓰레기통을 옆으로 걷어차고 설윤에게 칫솔 컵과 치약을 묻힌 칫솔을 건네주고는 그녀가 이를 닦은 후 따뜻한 수건도 건네주었다.서로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던 두 사람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 누구도 어젯밤 일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았다.아침을 먹은 후 발목 찜질을 한 설윤은 이곳에서 며칠 더 머무를 수 있다는 생각에 쿠팡에서 옷을 구매하려고 했다. 집 앞까지 다음날 배송될 수가 있기에 아주 편리했다.옷을 몇 벌 고른 설윤은 소파에 앉아 있던 최동철을 보며 물었다.“최 대표님, 제가 쿠팡에서 옷을 구매하면 내일 도착하는데, 혹시 대표님도 필요하신가요?”조건이 우월한 최동철과 같은 귀공자는 사람을 시켜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었기에 온라인으로 쇼핑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그녀의 말을 들은 최동철은 머리를 끄덕였다.“갈아입을 옷 두 벌만 골라주세요, 부탁드려요.”구체적인 요구는 없었다.“네, 알았어요.”머리를 끄덕인 설윤은 남성 의상을 검색하며 물었다.“사이즈는 얼마 입어요?”“신장은 185, 몸무게는 75킬로로예요.”“네.”설윤은 최동철이 말한 사이즈에 따라 내의 한 벌과 니트 및 팬티 두 벌을 고르고는 그에게 말해주었다.최동철은 설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말을 마친 후 방안은 조용하기만 했다.오후쯤 부하의 전화를 받은 최동철은 통화 중 계획 하나를 언급했으나 설윤은 이해하지 못했고 자신과 관련이 없기에 신경 쓰지도 않았다.저녁이 되자 설윤은 샤워 후 침대에 누웠다.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눈을 뜬 그녀는 최동철이 그의

  • 위태로운 제안   제1307화

    방안은 어두웠고 쥐죽은 듯 조용했으며 가끔 바깥 거리에서 들려오는 기적 소리만 들렸다.설윤이 네 번째로 몸을 뒤척일 때 옆에서 최동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잠이 안 와요?”낮고 유혹적인 목소리가 깊은 밤의 정적을 뚫고 그녀의 고막을 가볍게 두드렸다.“... 네, 동철 씨도 잠이 안 와요?”“네.”최동철은 낮은 소리로 대답했지만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실내는 다시 조용해졌고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집안의 난방이 너무 커서인지 설윤은 온몸이 뜨거워지는 것 같아 다치지 않은 발목으로 이불을 걷어차며 팔을 이불 밖으로 내밀었는데 조심하지 않고 최동철이 밖에 놓은 팔과 부딪혔다.피부가 닿는 순간 설윤은 재빨리 팔을 비켰으나 뜻밖에도 최동철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떠나지 못하게 했다.그의 손은 매우 컸다. 뜨거운 온도가 그녀의 몸에 닿는 순간 그 뜨거운 열기가 서서히 얼굴에 퍼지며 설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설윤은 머뭇거리다가 그의 손에서 손목을 빼려고 힘을 썼지만 실패했다.“뭐 하는 거예요?”“보통 운동 후에 몸이 피곤해서 잠이 잘 오는데, 한 번 시도해 보겠어요?”최동철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어둠 속에서 그의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설윤은 그의 차분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마치 아침에 무엇을 먹을지 묻는 것 같았다.몇 초 동안 머뭇거리다가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그 목소리는 깃털처럼 가벼워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았다.그녀의 대답은 마치 닫힌 문을 여는 열쇠처럼 들렸다. 최동철은 그녀의 팔을 풀어주었는데 그녀가 손을 거둘 때 신속히 이불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갔다.남자는 공격적인 기운을 풍기며 달려들어 순식간에 그녀를 덮쳤다.설윤은 저도 모르게 또 겁이 났다.그녀는 숨을 죽이고 손끝을 그의 가슴에 떨어뜨린 채 천천히 위로 거슬러 올라가 어깨에 놓았다.“... 몸에 상처가 있는데 그럼...”“조심할게요.”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두 눈이 마주쳤다.서로의 눈 밑에는 빛을 볼 수

  • 위태로운 제안   제1306화

    설윤이 차례로 밖에 씌워져 있는 랩과 붕대를 제거하니 몇 바늘 꿰맨 상처가 드러났다.그녀는 알코올로 주변을 부드럽게 닦은 후 다시 연고를 꺼내 면봉으로 고르게 발랐다.최동철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고개를 숙이고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드러난 옆모습은 매끄러운 얼굴 라인을 자랑했다. 아마 스무 살 어린 나이어서인지 볼에는 젖살이 있어 통통했고 피부는 희고 섬세해서 모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거즈를 몇 바퀴 두른 후 설윤은 나비 모양으로 매듭을 지었다.“다 됐어요.”“고마워요.”“별말씀을요.”설윤은 자신의 발목을 내려다보았다.“난 샤워하러 가고 싶어요. 욕실에 걸상 하나 놔줄 수 있어요?”최동철은 몸을 일으켜 동그란 걸상을 들고 화장실로 갔다. 다시 나오면서 그는 다치지 않은 팔을 내밀려 말했다.“부축해 줄게요.”설윤은 느릿느릿 침대로 옮겨 한 손을 그의 팔에 얹고는 다치지 않은 발을 먼저 땅에 대고는 절뚝거리며 화장실로 갔다.그녀를 안쪽 욕실로 데려다준 후 최동철은 샴푸 등을 욕실 벽에 있는 선반 위에 놓아주고는 밖으로 나가며 문을 닫아 주었다.설윤은 느릿느릿 옷을 벗었다. 속옷은 팬티는 이거 하나밖에 없었다. 빨면 곧 마를 수 있겠지만 마르기 전에는 그저...이틀 전에는 혼자 살아서 괜찮았지만 지금은 곁에 남자가 한 명 많아졌다.그러나 씻지 않으면 위생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두 장 더 사는 건데...’고민 끝에 설윤은 속옷을 빨았다. 다 빤 후 드라이어로 말리면 10분 정도면 다 마를 수 있었다.이때 설윤은 문득 최동철이 나왔을 때 머리를 말리지 않은 것이 떠올랐는데 보아하니 드라이어로 팬티를 말린 것 같았다.간단히 샤워를 마친 후 설윤은 팬티를 씻고 말린 후 간단히 머리도 말렸다. 그런후 속옷과 팬티를 입고 목욕 수건을 둘렀는데 다행히도 이 수건은 충분히 길어서 가슴부터 무릎까지 감쌀 수 있었다.이때 밖에서 문소리가 들렸다.“다 씻었어요?”“...네.”“그럼 제가 들어갈까요?”

  • 위태로운 제안   제1305화

    그녀의 최근 행동을 보면 물질, 환경, 품질 등에 큰 요구가 없는 것 같다."물론이죠."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부잣집 도련님은 일반인에게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설윤은 회억에 잠겨 말했다.“제가 아주 어렸을 때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그때 이웃들이 그러는데 엄마 병은 고칠 수 있었지만 돈이 없어서 일찍 퇴원했기 때문에 병세를 끌어서 돌아갔다고 했어요.”엄마가 돌아간 후 집주인은 장례를 치러주고는 그녀를 보육원에 보냈다.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최동철은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미안해요.”그는 그녀의 신원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문서에는 간단히 ‘6살 때 생모 병으로 사망’으로만 적혀있었다. 그녀의 입을 통해 들으니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괜찮아요. 다 지나갔어요.”설윤은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고개를 갸웃했다.“혹시 동철 씨는 돈이 싫으세요?”최동철은 그녀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돈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왜 최국환과 임가희와 암투를 벌였을까?“돈은 나에게 있어 숫자일 뿐이죠. 어쩌면 우리가 다투는 것은 돈이 아니라 권력이에요. 더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권력이죠.”최동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설윤은 아는 둥 마는 둥 고개를 끄덕였다. 호텔에서 최동철을 끌어들인 후 그는 주위를 살펴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가 처음으로 이렇게 허름한 곳에 왔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고 선택의 여지가 없어 참았을 뿐이다.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었을 뿐인데 겨울 날씨여서 그런지 금세 어두워졌다.저녁을 먹은 후 설윤은 또 얼음찜질하고 연고를 한 번 더 발랐다.발목 부기가 많이 가라앉은 것 같았다.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나는 것을 보아 최동철이 샤워를 하는 모양이다.며칠 동안 피해 살다가 드디어 안전하고 안정된 환경에 이르자 그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어깨에 부상이 났다고 설윤이 일깨워주었지만 최동철은 신경 쓰지 않고 랩으로 상처를 감싼 후 씻으러 갔다.설윤은 저도 모르게 어젯밤에 본 화면이 떠올랐다.넓은 어깨와 가슴,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