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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제안의 모든 챕터: 챕터 231 - 챕터 240

1272 챕터

제231화

그러나 그 뉴스가 터져 나온 이후로 이주혁이 부승민을 대하는 태도는 180도로 돌변했다. 그의 눈에 부승민은 그저 양다리를 걸치는 아주 파렴치하고 무책임한 바람둥이로 낙인찍혔다. 온하랑에게는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인간!두 사람의 관계를 놓고 보자면 분명 부승민이 강제로 온하랑을 압박했을 터였다.어르신의 건강이 점점 나빠져 가며 부승민도 서서히 본성을 드러냈을 거고, 온하랑은 눈칫밥을 먹으며 어르신이 노년에 그녀로 인해 사랑하는 손자와 사이가 멀어지는 것을 우려하여 어쩔 수 없이 부승민을 따랐을 거다. 분명 그럴 것이다!“그래서 그 말은 당신이 루머를 퍼뜨려 온하랑에게 집중된 비난의 화살을 당신 쪽으로 돌리겠다는 의미인가요?”이주혁은 부승민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제가 왜 사람을 때렸는지 아세요?”부승민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이주혁은 바로 휴대폰에 저장된 녹음 파일을 열었다.직접 들어보세요.휴대폰에서 대화 소리가 흘러나왔다.“... 딱 봐도 음란한 여자네 뭐.”“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직접 봤어?”“그때 내가 자세히 봤거든. 그 엉덩이와 허리는 진짜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 혼을 쏙 빼놓더라고...”“나라면 이 여자를 하룻밤 내내 기분 좋게 해줄 수 있었을 텐데...”“고객이 그렇게 많은데 네 차례가 오기나 할 것 같아?”여러 비속한 말들이 오간 뒤로 시끄러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마도 싸움이 벌어진 것 같았다.“이주혁 씨, 당신 아무리 팬이 많다고 해도 그렇지 이렇게 사람을 함부로 때리면 안 되죠.”한바탕 소란이 지나가고, 그 뒤에 이어진 말들은 더욱 귀에 거슬렸다.“그러고 보니 온하랑이 당신 촬영 현장에 보러 온 적이 있었지. 혹시 당신도 그 여자 고객인 거야? 이렇게 싸고도는 걸 보니, 그 여자가 끝내주게 해줬나 봐... 더러운 년, 쪽팔린 줄도 모르고. 왜, 다른 사람이 말하는 건 두렵대?”부승민은 무릎 위에 내려놓은 손을 지그시 움켜쥐었다. 손등에는 시퍼런 핏줄이 튀어나오고, 손가락 마디마디는 하얗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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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차가 별장 정원에 이르자 부승민은 차에서 내렸다. 자리에 멈춰 서서 고개를 들어보니 안방 등이 꺼져 있었다.거실로 들어온 부승민은 등을 켜고 일부러 서랍 앞으로 가서 확인했다. 안방 비상 열쇠가 도로 들어있었다. 이윽고 부승민은 조심스럽게 방으로 들어갔다.칠흑같이 어두운 방 안에 몇 가닥의 은은한 빛이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와 침대 머리에 쏟아져 내리며 베개 위에 가지런히 놓인 그녀의 머리칼이 어렴풋이 보였다.침대 중간에 볼록 튀어나온 작은 몸집은 어둠 속에서 유난히 왜소하고 가냘파 보였다.몸을 동그랗게 웅크린 그녀의 반쪽 얼굴은 이불에 가려져 있었다.조용히 침대 옆으로 가서 앉은 부승민은 천천히 이불 한쪽 끝을 내리고, 희미한 달빛을 빌어 깊게 잠든 그녀의 얼굴을 응시했다.부승민은 그제야 그녀의 미간에 나타난 깊은 주름을 발견했다. 머리가 땀에 흠뻑 젖은 그녀는 악몽이라도 꾸는지 잠꼬대를 하며 끙끙거리고 있었다. 이때 꿈속에 공포스러운 장면이 나타났는지 불현듯 그녀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지며 가빠지더니, 꽉 움켜쥔 손가락에 의해 시트에 몇 겹의 주름이 잡혔다. 몸은 뻣뻣하게 굳은 채로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구슬 같은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며 입술을 달싹이던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부승민은 몸을 숙이고 간간이 들려오는 그녀의 가녀린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니야, 아니라고. 난 그런 적 없어...”그녀의 눈가에 서서히 눈물방울이 맺히더니 애처로운 목소리와 함께 주르륵 흘러내려 베개에 스며들었다.순간 부승민의 가슴은 칼로 에는 듯 아팠다. 이윽고 툭 튀어나온 목울대가 위아래로 움직이더니 손을 들어 부드럽게 온하랑의 등을 토닥여주던 부승민은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며 나지막이 말했다.“내가 지켜줄게. 그러니까 아무 걱정 말고 자. 너한테 상처 준 사람들 전부 가만두지 않을 거야.”“너무 보고 싶어, 아빠. 제발 날 집에 데려가면 안 돼...”온하랑은 또 아버지가 나오는 꿈을 꿨다.어릴 적, 넓고 듬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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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할아버지의 탄식, 동료들의 경멸 어린 시선, 부민재의 위로, 선배의 도움 이 모든 건 그때의 부승민에게는 한없이 무겁게만 다가왔다.그는 감상에 젖을 새도 없이 그저 최선을 다해 데이터 유출로 뒤따른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한편 추서윤은 사고 후 트라우마를 겪으며 그에게 유난히 의지했다.부승민도 더는 서로 생각할 시간을 가지자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추서윤을 대할 때 그가 느끼는 감정은 대부분 어쩔 수 없는 마음과 만회하는 마음, 수용하는 마음이었다.한 번도 오늘과 같은 느낌은 받아본 적이 없었다. 마음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하고 쿡쿡 쑤시는 것 같은 느낌.계단에서 멈춰 선 부승민은 휴대폰을 꺼내 연민우에게 전화했다.“연 비서.”“네, 대표님. 말씀하세요.”연민우는 부승민이 오늘 밤에 있는 협력안에 대해 추가로 분부하려는 줄 알았다.“전에 경제 채널에서 계속 나에게 특별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네?”연민우는 자신이 환청을 들은 줄 알았다.부승민은 항상 매체에 자신의 사생활을 드러내는 걸 꺼렸기에 공개적인 장소에서 발표할 때의 동영상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인터뷰에 응한 적이 없었다. SNS 계정도 없었고,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도 극히 드물었다.“대표님, 제대로 생각하신 거 맞으시죠?”온하랑이 안타까워 부승민이 직접 해명에 나서려고 한다는 걸 연민우는 바로 알아차렸다. “그래. 그쪽에 연락해서 시간과 질문을 잘 조정해 봐.”“네, 알겠습니다.”...토요일 오전 부승민과 온하랑은 본가로 향했다.“삼촌! 숙모!”네 살이 된 부윤민은 거실에서 깡충깡충 뛰어나와 그들을 맞이했다.“일찍 왔네, 윤민이.”온하랑은 아이의 손을 잡고 거실로 들어갔다.부윤민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빠가 날 데리고 등산하러 갈 거래요. 삼촌이랑 숙모도 같이 갈래요?”부윤민이 말하는 등산은 아마도 성묘를 가리키는 것 같았다.부씨 일가는 공원 묘원을 소유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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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예전의 관례에 따라 그들은 본가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 교외에 있는 공원 묘원으로 향했다.다함께 테이블에 모여 앉아 왁자지껄 떠들며 풍성한 점심을 먹었다. 어린 부윤민의 엉뚱한 소리에 그들은 이따금 함박웃음을 터뜨렸다.부유민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온하랑은 저도 모르게 눈가에 웃음기가 어렸다.배 속의 아이가 태어난다면 어떤 모습일지 모르겠지만, 부윤민처럼 사랑스럽고 아무 근심 걱정 없는 아이로 커가길 바랐다.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부승민은 넋 놓고 온하랑의 고운 미소를 바라보았다.얼떨결에 부승민과 눈이 마주친 온하랑은 얼굴에 드리운 미소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더니 금세 표정이 굳어버렸다. 젓가락을 내려놓은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손에 남은 물기를 닦아내고 화장실에서 나오자, 누군가 문 앞에 서있었다.위에는 진회색 코트를 걸치고 그 안에는 셔츠를, 아래에는 정장 바지를 입고 구두를 신은 뒷모습은 아주 곧고 듬직해 보였다.만약 남자가 손에 피다 만 담배를 들고 있지 않았다면 온하랑은 그 사람을 부승민으로 착각했을지도 모른다.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부민재는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아주버니.”온하랑은 웃으며 부민재에게 인사했다.“숨어서 담배 피우시는 거예요?”부민재는 힘없이 웃으며 담배를 꺼버렸다.“집에서는 와이프가 못 피게 하니까.”“형님도 걱정해서 그러시는 거죠.”“그래. 나도 어쩌다 가끔 한 대 피우는 거니까, 절대 말해면 안 돼.”“네, 못 본 척 해드릴게요.”서로를 끔찍이 사랑하는 부민재 부부 사이에 온하랑은 크게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그럼 전 먼저 돌아가 볼게요.”“잠시만!”부민재가 온하랑을 불러세웠다.“왜 그러세요, 아주버니?”“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소식을 봤어.”이 말을 들은 온하랑은 마음이 불편해져 눈을 내리깔았다.김정숙과 소청하가 아무것도 묻지 않았기에 그녀도 괜찮은 척하며 표정 관리를 할 수 있었지만, 결국 부민재가 찔러 버리고 말았다.“네 잘못이 아닌 거 알아. 이건 승민이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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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부영훈 부부가 부승민 때문에 다투다가 교통사고로 돌아갔으니, 그는 그 책임을 전부 자신 탓으로 돌린 건 아닐까. 그들을 간접적으로 살해했다고 생각하며 부민재가 하룻밤 사이에 부모를 잃게 만든 범인이 자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까?이어진 부민재의 말은 그녀의 생각을 증명해 주었다.“그때 나는 부모님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모든 것을 승민이 탓으로 돌렸어. 뒤에서 몰래 승민이를 괴롭히고 할아버지에게 이르지 말라고 협박했어. 처음에는 할아버지가 알게 될까 봐 무섭고 두려웠지만 나중에야 승민이가 나를 도와 일부러 할아버지 앞에서 숨긴다는 걸 알았어. 그러다가 할아버지도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거야... 다른 집에는 보통 형이 동생한테 양보하는데, 반대로 승민이는 항상 나에게 양보했거든. 승민이가 부모님 일로 죄책감을 느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무언가를 보상하려고 한다는 걸, 나도 그때야 알았어.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마음속에 강박 관념으로 자리 잡았을 거야. 추서윤한테도 마찬가지일 테고.”“그래요?”온하랑이 중얼거렸다“승민이가 너한테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지 않았어?”부민재가 추서윤에게 발생한 일을 말한다는 걸 온하랑은 자연스럽게 알았다. 그녀는 강민에게서 얼핏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정확한 사정은 몰랐다.부민재는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창밖을 바라보며 기억을 더듬었다.“그때 승민이가 회사로 들어와 인턴으로 일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야. 학업과 업무로 바쁘다 보니 추서윤을 소홀히 했었나 봐. 둘은 말다툼을 했고 화가 난 추서윤이 울며 뛰쳐나갔거든. 승민이는 쫓아가지 않았어. 그리고 추서윤 친구의 전화를 받고서야 추서윤이 실종된 사실을 알았어. 곧 납치범들이 몸값을 요구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납치범들은 원래 승민이를 겨냥했기 때문에 순순히 몸값만 줬다면 추서윤은 무사했을 테지만, 너도 승민이의 성격을 알다시피 다른 사람에게 협박당하는 게 싫어서 경찰에 신고를 했어. 납치범들이 어떻게 알았는지...”그래서 납치범들은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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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온하랑은 밑으로 떨어트린 손을 꼭 움켜쥐었다.부민재는 마치 그녀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 같았다.“걱정 마, 할아버지께서는 고집스러운 분이 아니셔. 무엇보다도 네가 행복하길 바라실 거야. 나도 할아버지를 설득할게...”“난...”온하랑이 말하려고 할 때 뒤에서 발소리와 함께 부승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랑아, 왜 아직도 여기 있어? 어, 형도 있었네요.”부민재는 부승민에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처제랑 좀 얘기하고 있었어.”부민재는 따뜻한 성품을 지녔다. 온하랑은 본가에서 살 때 오히려 부민재와 사이가 더 좋았다.부승민은 아무 의심도 하지 않고 온하랑에게 말했다.“아까 많이 안 먹었잖아. 가서 좀 더 먹어.”“네.”온하랑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부민재의 시선이 그들 사이에서 몇 초간 맴돌다가 입을 열었다.“나도 돌아갈게. 아니면 너희 형수가 내가 또 밖에서 담배 피웠다고 의심할 거야.”바닥에 떨어진 담배꽁초를 보고 부승민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부민재는 낮은 목소리로 당부했다.“절대 형수에게 말하지 마.”“몸에서 담배 냄새나요.”부승민이 눈썹을 치켜올렸다.부민재는 발걸음을 멈추고 어깨를 으쓱이며 힘없이 말했다.“밖에 나가서 한바퀴 돌다가 와야겠다.”...점심을 먹고 두 대의 차가 본가를 빠져나와 공원묘원 산 아래에 가서 멈춰 섰다.공원묘원으로 출발할 때부터 부승민은 계속 침묵했다. 예년에도 마찬가지였다.예전 온하랑은 몹시 의아했었다. 부승민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고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아버지와의 유대감도 깊지 않을 테고, 게다가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이렇게 그리워한다는 사실이.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모든 게 이해됐다.“아버지, 어머니, 저희가 뵈러 왔어요. 윤민아 와서 할머니, 할아버지께 인사드려.”부윤민은 눈앞에 비석을 보며 어리둥절했지만, 순순히 따랐다.“할아버지, 할머니 안녕하세요.”그러나 부승민은 옆에 쭈그리고 앉아 아무 말 없이 지켜보며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않았다. 감정이 없어서 차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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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부승민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오늘 밤에도 바빠?”온하랑이 돌연 물었다.“왜?”“할말이 있어서.”“지금 말하면 안돼?”온하랑은 눈앞에 오가는 차들을 바라보았다.“그냥 집에 가서 말할게.”그녀는 부영훈 부부와 같은 참극이 벌어질까 두려웠다.더윈파크힐로 돌아 와 차 키를 테이블에 올려둔 부승민은 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어 두고 물 두 잔을 따르며 물었다.“아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어?”“오빠, 우리 이혼하자.”온하랑은 차분히 말했다.그 말을 들은 부승민은 제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 물을 따르며 어안이 벙벙해서 온하랑을 바라보았다.“뭐라고?”잔이 채워진 줄도 모르고 물을 계속 따랐다.“우리 이혼 하자고.”온하랑은 부승민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다시 말했다.그 순간 부승민은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부승민은 온하랑을 바라보며 눈에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심지어 자신이 물을 따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흘러넘쳐 나온 뜨거운 물이 그의 손가락을 빨갛게 데우고 옷소매를 적셨다.그가 말이 없자 온하랑이 이어서 말했다.“일단 할아버지께는 비밀로 하고 이혼신청서부터 발급받자. 이혼 사실은 감출 수 있을 때까지 감추고.”부승민은 온하랑은 바라보며 여전히 침묵했다.“어머, 대표님. 물이 흘러넘쳐요.”도우미 아주머니가 방에서 나오며 부승민이 바닥에 물을 붓는 걸 보고는 그의 손에 들려있는 잔과 주전자를 빼앗았다.“데인 거 아니예요? 가서 연고를 가져올게요.”“괜찮습니다! 들어 가세요.”부승민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소름 끼치게 싸늘했다.부승민의 분노를 눈치챈 안씨 아주머니는 흠칫 놀라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얼른 방으로 들어갔다.온하랑이 임신한 사실을 아는 아주머니는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대표님, 할 말이 있으면 좋게 말하세요. 절대 손대지 마시고.”안씨 아주머니의 방문이 닫히자 부승민은 어두운 눈빛으로 온하랑을 바라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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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인터뷰 영상이 대중에게 공개된 건 일요일 경제 채널 오전 뉴스에서였다. 그리고 동일 시간대에 공식 사이트와 앱 계정, 공식 블로그에도 발표했다.일요일 온하랑은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쉬었다.부승민과 온하랑이 다툰 이유를 알고 있는 안씨 아주머니는 노파심에 온하랑더러 임신 사실을 부승민에게 알려주라고 말했지만, 온하랑은 한사코 거부했다.온하랑은 문득 어젯밤 부승민이 그녀의 배를 어루만지며 물었던 말이 떠올랐다.“만약 여기에 우리 아이가 있어도, 이혼할 거야?”그녀는 부승민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내가 전에 똑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오빠가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 안 나?”그때 그녀는 감정을 억누르고 그에게 물었다.“... 만약 우리에게 애가 있대도 오빠는 끝까지 이혼할 생각이야?”이제 시간이 꽤 지났다고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의 대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만약이란 건 없어. 있다고 해도 그 아이가 태어나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부승민도 그 일이 생각났는지 표정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버렸다.온하랑은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다.“오빠 말이 맞아. 만약이란 건 없어. 있다고 해도 안 낳을 거야.”갑자기 호흡이 거칠어지고 가빠지더니, 부승민은 온하랑을 똑바로 응시했다. 얼굴이 굳은 채 이를 악물고 무언가를 말하려던 부승민은 결국 말을 잊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그리고 오늘 점심때까지도 돌아오지 않았다.온하랑은 그가 어디로 갔는지 관심이 없었다. 배고프면 밥을 먹고,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고, 졸리면 자고 그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점심 식사 시간이 되자 안씨 아주머니가 떠보듯이 물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돌아오시면 같이 식사 하실래요? 전화해서 여쭤보실래요?”“그럴 필요 없어요. 어차피 밖에서 굶어 죽지는 않을 거니까요.”안씨 아주머니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대표님, 행운을 빌어요. 저도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어요.’온하랑이 한참 점심을 먹고 있을 때 김시연에게서 카톡이 왔다.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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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인터뷰가 진행된 지 20분이 지났다.진행자는 잠시 줄거리를 요약하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사실 시청자분들 모두가 부승민 씨의 연애사에 관심이 아주 많으실 텐데요. 부승민 씨도 아시다시피 최근 인터넷에 당신과 온하랑 씨에 대한 소문이 나돌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온하랑 씨와의 관계에 대해 공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솔직히 경제 채널 관계자도 부승민이 인터뷰에 응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방송국 경영진은 이를 중시하고 특별히 베테랑 진행자를 파견해 사회를 보게 했다. 그리고 인터뷰 진행 과정에서 불쾌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연민우에게 미리 질문 목록을 보내 가능한 질문들을 추리도록 했다.최근 부승민의 소식이 화제가 되면서 방송국 측에서도 이슈몰이를 하기 위해 질문 목록에 사생활에 관한 질문을 포함했다.애당초 부승민 측에서 부결할 줄 알았는데 연민우가 돌려보내온 질문 목록에 사적인 질문을 그대로 보류했을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 방송국 입장에서는 뜻밖의 기쁨이 아닐 수 없었다.부승민은 카메라를 향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사실 저는 사람들이 제 사생활에 관심을 가지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과거 여러 루머에 대해서도 여론이 확산되는 게 싫어 굳이 해명에 나서지 않았는데, 일부 사람들은 지나친 행동을 서슴지 않았어요. 인터넷에 제 와이프의 개인 정보를 유출해 심각한 사이버 폭력까지 당하게 만들 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이 자리를 빌려, 저 부승민은 인터넷에 루머를 퍼뜨리고 여론을 선동하는 사람들에 대해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 변호사가 이미 증거를 확보하고 고소장을 작성했으니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할 겁니다. 인터넷은 법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 아니니, 시청자 여러분도 현명하게 판단하시고 유언비어를 믿지도 퍼뜨리지도 마시고 다함께 청정한 네트워크 환경을 유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진행자는 깜짝 놀랐다.“온하랑 씨가 대표님의 부인이라는 말씀이세요?”고개를 끄덕인 부승민은 카메라를 굳건히 쳐다보며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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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부승민은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성격도 맞지 않았고 제가 부전공까지 수강해서 학업이 바빠서 그녀와 함께 할 시간이 적었어요. 입사 후엔 일하느라 바빠져서 관계가 소원해지고 갈등도 많아졌어요. 결국 합의하에 헤어지기로 했죠.”비교적 공식적인 답변이었다.“아무래도 종사하는 업종과 관련이 있나 봐요. 배우는 촬영 들어가면 적어도 한 달씩 걸리고, 애인도 바쁘면 관계를 지속하기 힘들죠. 그럼 지금 BX 그룹 대표시니까 바쁘실 텐데, 온하랑 씨는 개의치 않아 하시나요?”부승민은 웃으며 말했다.“하랑씨도 엄청 바쁘시고, 자주 같이 야근하니 오히려 충실한 삶을 살고 있어요.”“들어보니 온하랑 씨가 낙하산이라는 소문은 헛소문이라는 말씀인가요?”부승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BX 그룹에서 그런 짓은 하지 않아요.”“추서윤 씨가 귀국 후 BX 그룹과 계약을 맺었다는 말이 있던데 혹시 부승민 씨와 관련인 있나요?”최근 인터넷에는 대표모델이 임서우에서 추서윤으로 바뀌었다는 소문이 돌았다.“네. 추서윤 씨가 국내 활동을 시작하고 싶어 해서 조금 도움을 줬습니다.”“대부분의 커플들은 합의하에 결별하더라도 친구가 되기는 많이 힘들어하더라고요. 근데 추서윤 씨가 귀국 후 바로 부승민 씨한테 연락하신 걸 보면 아직 연락하고 지내시나 봐요? 이러면 온하랑 씨가 질투할까 두렵지 않으신가요?”“다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이라 연락할 일이 많아요. 저와 추서윤 씨 아버님과도 자주 협력하는 관계이고 하니 이별 후에도 종종 연락하게 되었습니다. 추서윤 씨를 도운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지만 제가 처신을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선을 제대로 긋지를 못해서 온하랑 씨를 제3자로 보이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악플에 시달리게 했죠. 하랑 씨한테 많이 미안할 따름이에요.”이윽고 부승민은 카메라를 응시하며 진지하게 말했다. “여보, 미안해.”“설마 이러시려고 인터뷰에 응하신 건 아니시겠죠? 들어보니 부승민 씨한테 온하랑 씨가 아주 소중한 존재인 것 같은데요?”“네. 온하랑 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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