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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작가: 고운
인터뷰 영상이 대중에게 공개된 건 일요일 경제 채널 오전 뉴스에서였다. 그리고 동일 시간대에 공식 사이트와 앱 계정, 공식 블로그에도 발표했다.

일요일 온하랑은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쉬었다.

부승민과 온하랑이 다툰 이유를 알고 있는 안씨 아주머니는 노파심에 온하랑더러 임신 사실을 부승민에게 알려주라고 말했지만, 온하랑은 한사코 거부했다.

온하랑은 문득 어젯밤 부승민이 그녀의 배를 어루만지며 물었던 말이 떠올랐다.

“만약 여기에 우리 아이가 있어도, 이혼할 거야?”

그녀는 부승민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전에 똑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오빠가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 안 나?”

그때 그녀는 감정을 억누르고 그에게 물었다.

“... 만약 우리에게 애가 있대도 오빠는 끝까지 이혼할 생각이야?”

이제 시간이 꽤 지났다고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의 대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만약이란 건 없어. 있다고 해도 그 아이가 태어나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부승민도 그 일이 생각났는지 표정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온하랑은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다.

“오빠 말이 맞아. 만약이란 건 없어. 있다고 해도 안 낳을 거야.”

갑자기 호흡이 거칠어지고 가빠지더니, 부승민은 온하랑을 똑바로 응시했다. 얼굴이 굳은 채 이를 악물고 무언가를 말하려던 부승민은 결국 말을 잊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그리고 오늘 점심때까지도 돌아오지 않았다.

온하랑은 그가 어디로 갔는지 관심이 없었다. 배고프면 밥을 먹고,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고, 졸리면 자고 그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점심 식사 시간이 되자 안씨 아주머니가 떠보듯이 물었다.

“사모님, 대표님께서 돌아오시면 같이 식사 하실래요? 전화해서 여쭤보실래요?”

“그럴 필요 없어요. 어차피 밖에서 굶어 죽지는 않을 거니까요.”

안씨 아주머니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대표님, 행운을 빌어요. 저도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온하랑이 한참 점심을 먹고 있을 때 김시연에게서 카톡이 왔다.

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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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가 진행된 지 20분이 지났다.진행자는 잠시 줄거리를 요약하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사실 시청자분들 모두가 부승민 씨의 연애사에 관심이 아주 많으실 텐데요. 부승민 씨도 아시다시피 최근 인터넷에 당신과 온하랑 씨에 대한 소문이 나돌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온하랑 씨와의 관계에 대해 공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솔직히 경제 채널 관계자도 부승민이 인터뷰에 응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방송국 경영진은 이를 중시하고 특별히 베테랑 진행자를 파견해 사회를 보게 했다. 그리고 인터뷰 진행 과정에서 불쾌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연민우에게 미리 질문 목록을 보내 가능한 질문들을 추리도록 했다.최근 부승민의 소식이 화제가 되면서 방송국 측에서도 이슈몰이를 하기 위해 질문 목록에 사생활에 관한 질문을 포함했다.애당초 부승민 측에서 부결할 줄 알았는데 연민우가 돌려보내온 질문 목록에 사적인 질문을 그대로 보류했을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 방송국 입장에서는 뜻밖의 기쁨이 아닐 수 없었다.부승민은 카메라를 향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사실 저는 사람들이 제 사생활에 관심을 가지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과거 여러 루머에 대해서도 여론이 확산되는 게 싫어 굳이 해명에 나서지 않았는데, 일부 사람들은 지나친 행동을 서슴지 않았어요. 인터넷에 제 와이프의 개인 정보를 유출해 심각한 사이버 폭력까지 당하게 만들 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이 자리를 빌려, 저 부승민은 인터넷에 루머를 퍼뜨리고 여론을 선동하는 사람들에 대해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 변호사가 이미 증거를 확보하고 고소장을 작성했으니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할 겁니다. 인터넷은 법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 아니니, 시청자 여러분도 현명하게 판단하시고 유언비어를 믿지도 퍼뜨리지도 마시고 다함께 청정한 네트워크 환경을 유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진행자는 깜짝 놀랐다.“온하랑 씨가 대표님의 부인이라는 말씀이세요?”고개를 끄덕인 부승민은 카메라를 굳건히 쳐다보며 말했

  • 위태로운 제안   제240화

    부승민은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성격도 맞지 않았고 제가 부전공까지 수강해서 학업이 바빠서 그녀와 함께 할 시간이 적었어요. 입사 후엔 일하느라 바빠져서 관계가 소원해지고 갈등도 많아졌어요. 결국 합의하에 헤어지기로 했죠.”비교적 공식적인 답변이었다.“아무래도 종사하는 업종과 관련이 있나 봐요. 배우는 촬영 들어가면 적어도 한 달씩 걸리고, 애인도 바쁘면 관계를 지속하기 힘들죠. 그럼 지금 BX 그룹 대표시니까 바쁘실 텐데, 온하랑 씨는 개의치 않아 하시나요?”부승민은 웃으며 말했다.“하랑씨도 엄청 바쁘시고, 자주 같이 야근하니 오히려 충실한 삶을 살고 있어요.”“들어보니 온하랑 씨가 낙하산이라는 소문은 헛소문이라는 말씀인가요?”부승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BX 그룹에서 그런 짓은 하지 않아요.”“추서윤 씨가 귀국 후 BX 그룹과 계약을 맺었다는 말이 있던데 혹시 부승민 씨와 관련인 있나요?”최근 인터넷에는 대표모델이 임서우에서 추서윤으로 바뀌었다는 소문이 돌았다.“네. 추서윤 씨가 국내 활동을 시작하고 싶어 해서 조금 도움을 줬습니다.”“대부분의 커플들은 합의하에 결별하더라도 친구가 되기는 많이 힘들어하더라고요. 근데 추서윤 씨가 귀국 후 바로 부승민 씨한테 연락하신 걸 보면 아직 연락하고 지내시나 봐요? 이러면 온하랑 씨가 질투할까 두렵지 않으신가요?”“다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이라 연락할 일이 많아요. 저와 추서윤 씨 아버님과도 자주 협력하는 관계이고 하니 이별 후에도 종종 연락하게 되었습니다. 추서윤 씨를 도운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지만 제가 처신을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선을 제대로 긋지를 못해서 온하랑 씨를 제3자로 보이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악플에 시달리게 했죠. 하랑 씨한테 많이 미안할 따름이에요.”이윽고 부승민은 카메라를 응시하며 진지하게 말했다. “여보, 미안해.”“설마 이러시려고 인터뷰에 응하신 건 아니시겠죠? 들어보니 부승민 씨한테 온하랑 씨가 아주 소중한 존재인 것 같은데요?”“네. 온하랑 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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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242화

    인터넷에서 일부 사람들의 침묵은 또 다른 사람들의 기쁨이다.입으로는 사이버 폭력을 반대한다며 추서윤 인스타에 악플을 달며 조롱한다. 매체의 폭로에 따르면 추서윤 팬들은 여론몰이에 휩쓸렸을 뿐이라고 했지만, 민윤 커플에 대한 소문이 불거졌을 때 몇몇 팬들은 소속사 공식 계정에 찾아가 소문의 진위에 관해 물었다.이에 소속사에서는 급히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하트 이모티콘을 달았을 뿐이다.이에 민윤 커플을 응원하는 팬들은 이 답장을 민윤 커플의 관계를 인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심지어 어떤 팬들은 이를 캡처해 다시 민윤 커플을 태그하고 인스타에 업로드 했다. 이 게시글은 여전히 핫이슈였다.되려 지금은 민윤 커플의 안티팬들이 공식 계정의 답변을 가지고 추서윤의 나쁜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그들은 “제3자”라는 딱지를 추서윤에게 붙이고 마구 씹어댔다.[뭐? 이 상황에서도 추서윤 팬들은 걔가 제3자인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고?][소속사에서 이런 답장을 하는 것은 여론몰이에 동참하는 것 아닌가? 온하랑이 악플에 시달릴 때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아?][그래, 어쨌든 죄명이 하나쯤은 있으니까.]추서윤 소속사의 무대응에 일부 팬들은 끊임없이 공유하며 여론을 부추겼다. 임리안과 이주혁의 팬들은 부계정을 개설해 손을 씻었다. 수운성 촬영 초반에 두 팬클럽은 서로 많이 싸웠었다. 추서윤도 곧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30분 후, 추서윤 소속사에서는 추서윤과 부승민은 친구 사이일 뿐이라고 일침을 가하며 허위 사실 유포를 자제해 달라고 요구했다.한 팬은 추서윤을 지지 한다며 악플이 달리는 것을 제지했다.하지만 그중에 눈에 띄는 댓글이 있었다.[부승민과 스캔들 났을 때도 조용히 있고 온하랑이 욕을 먹고 있을 때도 아무 말도 없더니 부승민이 해명하니까 이제야 입장을 밝히는 거 봐. 정말 흉측해!]팬들이 추서윤을 믿고 옹호하던 와중에 한 사람이 나서서 소속사의 잘못이 크다며 운영팀을 해고할 것을 요구했고 팬들은 이 댓글을 리트윗하며 응원했다. 결국 추서윤 소속사

  • 위태로운 제안   제243화

    추서윤은 더는 병에 걸렸다는 핑계로 부승민을 불러낼 수 없게 되었다.그녀는 부승민을 불러낼 다른 계획을 세우던 중 인터뷰 영상을 접하게 되었다.댓글 창에 악플이 끊임없이 달리자 안수빈은 소속사가 빨리 입장을 발표하기를 부탁했다.안수빈은 한숨을 쉬며 추서윤에게 물었다.“서윤아, 뭔 대책이라도 있어? 만약 네가 포기하고 이번 고비를 넘기면 수운성 여주인공 역할로 다시 전세 역전을 할 수도 있어. 하지만 네가 포기를 못 하겠다면...”안수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추서윤은 이를 악물고 또박또박 말했다.“나 절대 포기 못 해!”추서윤은 오랫동안 참아왔기에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부승민의 아내 자리는 무조건 추서윤의 자리여야만 했다!안수빈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이래야 내가 아는 추서윤이지!”추서윤은 안수빈을 지그시 바라봤다.“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응. 네가 마음 독하게 먹어야 해.”...한편 인터뷰를 본 추장훈은 추상훈에게 연락했다."부승민이 인터뷰 한 거 봤지? 내가 저번에 부승민과 온하랑 관계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고 얘기했었잖아. 그때는 믿지도 않더니, 인터뷰를 한 번도 응하지 않던 부승민이 이번 인터뷰에서 모든 걸 다 밝혔으니 이혼은 한 물 건너간 것 같아. 추서윤도 부씨 일가의 안주인이 되긴 힘들 것 같아...”추장훈은 말과 다르게 한쪽으로는 은근히 기뻐했다.최근 추상훈이 추장훈에게 주식을 달라고 졸라대면서 회사 일에 끼어들어 은근히 짜증이 났었다.그는 내심 추서윤이 진짜로 부씨 일가의 안주인이 될까 봐 두려웠다. 그렇게 되었다가는 추상훈과 함부로 관계를 끊지도 못한다. 하지만 이제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나중에 추상훈이 또 주식을 탐낼 때 단칼에 거절해도 추상훈은 아무 말도 못 할 것이다.집에서 인터뷰 영상을 본 추상훈은 피가 솟구쳐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분명 주위 사람들 모두 추서윤을 부씨 일가 안주인으로 여겼다. 추상훈도 부승민의 장인 어른 행세를 하며 사람들한테 사위 자랑을 늘어놓았다.

  • 위태로운 제안   제244화

    일요일 내내 부승민은 나타나지 않았다.아마도 온하랑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고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일요일 저녁 5시경, 또 다른 뉴스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A시에 위치한 BX 그룹 산업단지에서 화재가 발생해 한 명이 숨지고 세 명이 부상을 당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아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였다.마침 지나가던 행인이 공개한 영상에는 당시 불길이 하늘로 치솟으며 주변이 어수선해지고 소방관들은 불을 끄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가뜩이나 네티즌들이 대기업과 자본가에 대한 적개심이 뚜렷한 데다 최근 여론의 도마 위에 올려져 있는 부승민의 발언이 곳곳에 퍼지면서 조롱하는 댓글로 가득했다.유부남인 부승민이 바람을 피운다는 주장도 점차 힘을 싣고 있었다.언제부터인가 인터넷에는 부승민을 겨냥한 여러 버전의 화재 원인이 떠돌기 시작했고, 일부 영업 계정에서 여론몰이를 시작하자 누리꾼들은 더욱 열광했다.부승민이 경찰조사에 협조하겠다고 입장을 밝혀도 소용이 없었다. 댓글 창은 여전히 욕설과 비난으로 도배되고 있었다.몇몇 이성적인 누리꾼들이 조사 결과를 기다리자는 건의도 일부 누리꾼에 의해 자본가의 앞잡이로 몰리고 있다.이 뉴스가 보도되자 연민우는 더원 파크힐로 가서 온하랑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부승민이 뒷수습하기 바빠 한동안 집에 돌아올 수 없어 서둘러 짐을 챙기러 왔다고 했다.텅 빈 방을 보던 온하랑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머뭇거리다가 끝내 전화를 걸지 못했다....월요일, 온하랑은 늘 그랬듯이 출근했다.회사에 들어서자 그녀를 만난 사람들은 모두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디렉터님 안녕하세요.”"좋은 아침이에요. 디렉터님.”"디렉터님, 아침 드셨어요? 여기 두유가 하나 더 있어요.”온하랑은 쌀쌀한 웃음으로 호의를 거절했다. 그녀가 모퉁이를 지날 때 한 여직원과 부딪쳤다. 여직원은 욱하려다 온하랑을 보자 표정이 변했다.“죄송해요, 디렉터님. 어디 다친 곳 없으시죠?”“괜찮습니다.”온하랑은 미

  • 위태로운 제안   제24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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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1310화

    최국환의 말을 들은 온하랑은 멈칫했다.“최 회장님, 약속드릴 수 없습니다. 메이슨은 상황이 특별하기에 반드시 진심으로 그를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가족이 옆에서 보살펴 주어야 합니다.”‘동철 씨와 줄곧 사이가 좋지 않았던 최 회장님은 정성껏 메이슨을 보살필 수 있을까?’게다가 최씨 가문에는 임가희가 있기 때문에 온하랑은 그녀가 메이슨의 존재를 알게 된다면 최동림의 후계자 계승을 위하여 걸림돌인 그를 해칠 수 있다고 예측했다.메이슨은 최동림보다 두세 살 어렸다.“동철이가 현재 실종되었기에 나의 손자인 메이슨을 내가 반드시 잘 돌볼 거야. 이미 결정된 일이야. 하랑이 너랑 상의하려고 온 거 아니야.”최국환의 목소리는 무거웠다.온하랑이 엄마라는 점을 고려해 그가 직접 온 것이었다. 아니면 경호원더러 메이슨을 데려오라고 했을 것이다.온하랑은 최국환이 끝까지 막으면 그와 메이슨은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렇다면 최 회장님께서 메이슨을 위하여 저의 몇 가지 조건을 들어주셨으면 합니다.”“말해봐.”“첫째, 제가 떠난 후 메이슨을 최씨 가문에 데려가서 아줌마와 미아 선생님이 계속 돌보게 해주세요. 최 회장님께서는 매일 시간을 내셔서 메이슨의 학습 상황을 물어봐 주세요.”온하랑이 없는 상황에서 최국환은 메이슨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언젠가 임가희는 메이슨의 존재를 알게 될 것이기에 최국환의 옆에 둔다면 그녀는 자신의 명성을 위해서 섣불리 나서지 못할 것이다.메이슨이 계속 별장에 머물면 아줌마와 미아 선생님은 권력과 힘이 없기에 마음대로 할 수가 없을 것이며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그를 노릴 기회를 줄 수 있다.온하랑의 말을 들은 최국환은 머리를 끄덕였다.그는 메이슨을 옆에 두고 잘 가르칠 생각이었다. 만약 좋은 후계자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고 반대로 그가 자질이 평범해도 최국환은 그를 키울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잠시 후 최국환의 핸드폰이 울렸다.“잠깐만. 먼저 통화 좀 할게.”“네, 최 회장님. 편안한 대로 하세요.”통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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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윤은 잠시 멈칫하더니 그를 바라보았다.“...네.”설윤의 쓸쓸한 모습을 본 최동철은 그녀에게 물었다.“함께 갈래요?”설윤은 돈을 좋아하기에 그도 그녀에게 많은 돈을 줄 수 있었다.그러나 설윤은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 저 여기 더 있고 싶어요.”최동철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럼, 나중에는?”“나중에? 그때 다시 얘기해요.”설윤은 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저 혼자예요. 저만 신경 쓰면 돼요.”최동철은 평온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최동철이 떠난 후 자신을 구해준 설윤에게 보답의 의미로 많은 금액의 돈을 송금해 주었다....회사에 처리할 일이 많았던 부승민은 첨단 연구소에서 스카우트한 사람들과 함께 강남시로 돌아갔다.경주에 며칠 더 머무른 온하랑은 여전히 최동철의 소식을 들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최동철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오랫동안 경주에 머물렀던 온하랑은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어 메이슨을 데리고 강남시로 돌아가려고 했다.만약 최동철이 돌아온다면 온하랑은 메이슨을 다시 데려오면 되고 그가 돌아오지 못한다면 그녀가 메이슨의 유일한 보호자이다.아줌마에게 메이슨의 짐을 정리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하던 중 별장에 불청객이 찾아왔다.거실에서 아줌마가 짐 정리하는 것을 지켜보던 메이슨은 최국환이 사람을 데리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바로 온하랑의 뒤로 숨어버렸다.“최 회장님, 어떻게 오셨어요?”최국환을 본 온하랑도 깜짝 놀랐다.“하랑아, 미리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와서 미안해.”최국환은 온하랑 뒤에 숨은 메이슨과 땅에 놓인 캐리어를 보고 물었다.“메이슨을 데리고 강남시로 돌아간다고?”그는 오래전부터 메이슨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네, 맞아요. 동철 오빠가 돌아오기 전에 제가 메이슨을 강남시로 데려가 돌보려고 해요.”온하랑이 대답했다.“승민이는 동의한 거야?”온하랑은 머리를 끄덕였다.“혹시 어떤 일로 찾아오셨어요?”그녀는 눈길로 아줌마에게 먼저 메이슨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가

  • 위태로운 제안   제1308화

    “설윤 씨, 일어났어요?”최동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소리에 따라 고개를 돌린 설윤은 최동철과 눈이 마주쳤다.최동철은 웃으면서 말했다.“일어났으면 와서 아침을 먹어요.”최동철은 이미 건조된 설윤의 옷을 가져왔다.“네.”설윤은 베갯머리에 두었던 핸드폰을 보고 열 시가 넘었음을 확인했다.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그녀는 이불로 가슴을 가리고 이불 밑에서 속옷을 찾아 천천히 입었다.최동철은 쓰레기통을 옆으로 걷어차고 설윤에게 칫솔 컵과 치약을 묻힌 칫솔을 건네주고는 그녀가 이를 닦은 후 따뜻한 수건도 건네주었다.서로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던 두 사람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 누구도 어젯밤 일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았다.아침을 먹은 후 발목 찜질을 한 설윤은 이곳에서 며칠 더 머무를 수 있다는 생각에 쿠팡에서 옷을 구매하려고 했다. 집 앞까지 다음날 배송될 수가 있기에 아주 편리했다.옷을 몇 벌 고른 설윤은 소파에 앉아 있던 최동철을 보며 물었다.“최 대표님, 제가 쿠팡에서 옷을 구매하면 내일 도착하는데, 혹시 대표님도 필요하신가요?”조건이 우월한 최동철과 같은 귀공자는 사람을 시켜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었기에 온라인으로 쇼핑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그녀의 말을 들은 최동철은 머리를 끄덕였다.“갈아입을 옷 두 벌만 골라주세요, 부탁드려요.”구체적인 요구는 없었다.“네, 알았어요.”머리를 끄덕인 설윤은 남성 의상을 검색하며 물었다.“사이즈는 얼마 입어요?”“신장은 185, 몸무게는 75킬로로예요.”“네.”설윤은 최동철이 말한 사이즈에 따라 내의 한 벌과 니트 및 팬티 두 벌을 고르고는 그에게 말해주었다.최동철은 설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말을 마친 후 방안은 조용하기만 했다.오후쯤 부하의 전화를 받은 최동철은 통화 중 계획 하나를 언급했으나 설윤은 이해하지 못했고 자신과 관련이 없기에 신경 쓰지도 않았다.저녁이 되자 설윤은 샤워 후 침대에 누웠다.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눈을 뜬 그녀는 최동철이 그의

  • 위태로운 제안   제1307화

    방안은 어두웠고 쥐죽은 듯 조용했으며 가끔 바깥 거리에서 들려오는 기적 소리만 들렸다.설윤이 네 번째로 몸을 뒤척일 때 옆에서 최동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잠이 안 와요?”낮고 유혹적인 목소리가 깊은 밤의 정적을 뚫고 그녀의 고막을 가볍게 두드렸다.“... 네, 동철 씨도 잠이 안 와요?”“네.”최동철은 낮은 소리로 대답했지만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실내는 다시 조용해졌고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집안의 난방이 너무 커서인지 설윤은 온몸이 뜨거워지는 것 같아 다치지 않은 발목으로 이불을 걷어차며 팔을 이불 밖으로 내밀었는데 조심하지 않고 최동철이 밖에 놓은 팔과 부딪혔다.피부가 닿는 순간 설윤은 재빨리 팔을 비켰으나 뜻밖에도 최동철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떠나지 못하게 했다.그의 손은 매우 컸다. 뜨거운 온도가 그녀의 몸에 닿는 순간 그 뜨거운 열기가 서서히 얼굴에 퍼지며 설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설윤은 머뭇거리다가 그의 손에서 손목을 빼려고 힘을 썼지만 실패했다.“뭐 하는 거예요?”“보통 운동 후에 몸이 피곤해서 잠이 잘 오는데, 한 번 시도해 보겠어요?”최동철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어둠 속에서 그의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설윤은 그의 차분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마치 아침에 무엇을 먹을지 묻는 것 같았다.몇 초 동안 머뭇거리다가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그 목소리는 깃털처럼 가벼워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았다.그녀의 대답은 마치 닫힌 문을 여는 열쇠처럼 들렸다. 최동철은 그녀의 팔을 풀어주었는데 그녀가 손을 거둘 때 신속히 이불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갔다.남자는 공격적인 기운을 풍기며 달려들어 순식간에 그녀를 덮쳤다.설윤은 저도 모르게 또 겁이 났다.그녀는 숨을 죽이고 손끝을 그의 가슴에 떨어뜨린 채 천천히 위로 거슬러 올라가 어깨에 놓았다.“... 몸에 상처가 있는데 그럼...”“조심할게요.”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두 눈이 마주쳤다.서로의 눈 밑에는 빛을 볼 수

  • 위태로운 제안   제1306화

    설윤이 차례로 밖에 씌워져 있는 랩과 붕대를 제거하니 몇 바늘 꿰맨 상처가 드러났다.그녀는 알코올로 주변을 부드럽게 닦은 후 다시 연고를 꺼내 면봉으로 고르게 발랐다.최동철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고개를 숙이고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드러난 옆모습은 매끄러운 얼굴 라인을 자랑했다. 아마 스무 살 어린 나이어서인지 볼에는 젖살이 있어 통통했고 피부는 희고 섬세해서 모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거즈를 몇 바퀴 두른 후 설윤은 나비 모양으로 매듭을 지었다.“다 됐어요.”“고마워요.”“별말씀을요.”설윤은 자신의 발목을 내려다보았다.“난 샤워하러 가고 싶어요. 욕실에 걸상 하나 놔줄 수 있어요?”최동철은 몸을 일으켜 동그란 걸상을 들고 화장실로 갔다. 다시 나오면서 그는 다치지 않은 팔을 내밀려 말했다.“부축해 줄게요.”설윤은 느릿느릿 침대로 옮겨 한 손을 그의 팔에 얹고는 다치지 않은 발을 먼저 땅에 대고는 절뚝거리며 화장실로 갔다.그녀를 안쪽 욕실로 데려다준 후 최동철은 샴푸 등을 욕실 벽에 있는 선반 위에 놓아주고는 밖으로 나가며 문을 닫아 주었다.설윤은 느릿느릿 옷을 벗었다. 속옷은 팬티는 이거 하나밖에 없었다. 빨면 곧 마를 수 있겠지만 마르기 전에는 그저...이틀 전에는 혼자 살아서 괜찮았지만 지금은 곁에 남자가 한 명 많아졌다.그러나 씻지 않으면 위생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두 장 더 사는 건데...’고민 끝에 설윤은 속옷을 빨았다. 다 빤 후 드라이어로 말리면 10분 정도면 다 마를 수 있었다.이때 설윤은 문득 최동철이 나왔을 때 머리를 말리지 않은 것이 떠올랐는데 보아하니 드라이어로 팬티를 말린 것 같았다.간단히 샤워를 마친 후 설윤은 팬티를 씻고 말린 후 간단히 머리도 말렸다. 그런후 속옷과 팬티를 입고 목욕 수건을 둘렀는데 다행히도 이 수건은 충분히 길어서 가슴부터 무릎까지 감쌀 수 있었다.이때 밖에서 문소리가 들렸다.“다 씻었어요?”“...네.”“그럼 제가 들어갈까요?”

  • 위태로운 제안   제1305화

    그녀의 최근 행동을 보면 물질, 환경, 품질 등에 큰 요구가 없는 것 같다."물론이죠."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부잣집 도련님은 일반인에게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설윤은 회억에 잠겨 말했다.“제가 아주 어렸을 때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그때 이웃들이 그러는데 엄마 병은 고칠 수 있었지만 돈이 없어서 일찍 퇴원했기 때문에 병세를 끌어서 돌아갔다고 했어요.”엄마가 돌아간 후 집주인은 장례를 치러주고는 그녀를 보육원에 보냈다.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최동철은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미안해요.”그는 그녀의 신원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문서에는 간단히 ‘6살 때 생모 병으로 사망’으로만 적혀있었다. 그녀의 입을 통해 들으니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괜찮아요. 다 지나갔어요.”설윤은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고개를 갸웃했다.“혹시 동철 씨는 돈이 싫으세요?”최동철은 그녀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돈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왜 최국환과 임가희와 암투를 벌였을까?“돈은 나에게 있어 숫자일 뿐이죠. 어쩌면 우리가 다투는 것은 돈이 아니라 권력이에요. 더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권력이죠.”최동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설윤은 아는 둥 마는 둥 고개를 끄덕였다. 호텔에서 최동철을 끌어들인 후 그는 주위를 살펴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가 처음으로 이렇게 허름한 곳에 왔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고 선택의 여지가 없어 참았을 뿐이다.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었을 뿐인데 겨울 날씨여서 그런지 금세 어두워졌다.저녁을 먹은 후 설윤은 또 얼음찜질하고 연고를 한 번 더 발랐다.발목 부기가 많이 가라앉은 것 같았다.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나는 것을 보아 최동철이 샤워를 하는 모양이다.며칠 동안 피해 살다가 드디어 안전하고 안정된 환경에 이르자 그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어깨에 부상이 났다고 설윤이 일깨워주었지만 최동철은 신경 쓰지 않고 랩으로 상처를 감싼 후 씻으러 갔다.설윤은 저도 모르게 어젯밤에 본 화면이 떠올랐다.넓은 어깨와 가슴,

  • 위태로운 제안   제1304화

    최동철은 잠시 눈을 내리깔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그런데, 젊은이. 아내랑은 어떻게 알게 됐어? 정말 잘 어울리네.”둘 다 잘생기고 아름다웠으니까.“저희는... 대학 동기입니다.”“그래? 몰라보겠어. 아내는 참 어려 보이는데 벌써 스물여섯이라니.”최동철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네, 동안이라 자주 오해를 받습니다.”스물여섯은 설윤의 가짜 나이였다.집주인은 작은 양념병을 들고 나와 최동철에게 건넸고 우유 두 병도 함께 내주었다.돌아온 후, 최동철은 집주인 아주머니의 말을 설윤에게 전했다.설윤은 웃으며 말했다. “동철 씨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서로 잘 맞춰주니 완벽하네요.”최동철은 가볍게 웃으며 가스레인지의 밸브를 열었다.점심은 밥에 감자 볶음과 돼지고기였다.최동철의 요리 실력은 훌륭했다. 삼겹살을 바삭하게 볶아내 느끼함 없이 밥과 잘 어울렸다.다행히도 다친 쪽은 왼팔이라 오른손으로는 무리 없이 할 수 있었으나 속도는 다소 느렸다.식사 후, 설윤은 다시 한 번 발목에 냉찜질을 했다.냉찜질을 끝낸 후 최동철이 약을 가져오자 설윤이 말했다. “제가 할게요.”“그래요.” 최동철은 순순히 응했다. 한 손으로는 불편했으니까.바쁜 대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 외출할 수 없는 민박집 안, 두 사람은 갑자기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설윤은 침대에 기대어 휴대폰을 만지작거렸고 최동철은 소파에 앉아 눈을 감은 채 잠시 멍하니 있었다.설윤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옆모습은 뚜렷한 이마선과 오똑한 콧대가 더해져 눈매가 깊어 보였고 날카로운 턱선이 또렷했다.정말 잘생겼다.그의 이목구비는 최국환과 약간 닮았다.하지만 나잇살이 들어 퉁퉁해진 최국환과는 달리 최동철은 참으로 젊었다. 눈빛 속에도 서른 살 남자의 단단함으로 가득했고 이는 세상 물정에 밝고 노련한 최국환과 완전 달랐다.잠시 머뭇거리던 설윤이 말했다. “동철 씨, 피곤하면 여기서 주무세요.”그의 키는 너무 커서 작은 소파에선 편히 쉴 수 없었다.설윤은 발목 부상

  • 위태로운 제안   제1303화

    최동철은 약품이 담긴 봉지를 찾아 안에서 멍과 부기를 가라앉히는 연고를 꺼냈다. 고개를 돌리니, 설윤이 느릿느릿 신발을 벗고 있었다.그는 연고를 탁자 위에 내려놓고 그녀 앞에 쭈그려 앉았다. “내가 해줄게요.”신발과 양말을 벗자 뽀얗고 작은 발이 드러났다. 다섯 개의 발가락은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었고 동글동글 귀여웠다. 발톱은 깔끔한 곡선을 이루며 정리되어 있었으며 발등의 뼈선은 유려하게 흐르며 섬세한 곡선을 그렸다.발목 근처에는 큼직한 멍과 부기가 올라와 있었다.최동철은 그녀의 발바닥을 받쳐 들고 부은 부위를 살짝 눌러보았다.“앗...” 설윤이 숨을 들이마시며 얼굴을 찡그렸다.“아파요, 누르지 마세요.”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상태가 꽤 심각해 보이는데 내가 침대까지 옮겨줄 테니까 당분간은 움직이지 마요.”그렇게 말하며 일어나 그녀를 안으려 했다.“안 돼요!” 설윤은 급히 손으로 그를 막았다. “동철 씨도 팔 다쳤잖아요.”최동철은 몸을 숙여 다친 왼팔은 내리고 오른팔로 그녀의 다리 밑을 감싸 안았다. “두 손으로 내 목을 잡아요. 이쪽 팔은 힘을 쓰지 않을 거니까 안심해요.”한 손으로 안으려고?설윤은 그의 목에 양팔을 감고 조심스럽게 몸을 맡겼다.그는 오른팔로 그녀의 허벅지를 받치고 두 걸음 만에 침대 곁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잠시만 기다려요. 집주인한테 얼음팩 좀 받아올게요.”“네.”최동철은 약 10분 뒤 얼음주머니 두 개를 들고 돌아왔다. 하나는 냉장고에 넣고 다른 하나는 그녀의 발목에 살며시 대주었다.얼음의 차가운 감촉에 설윤은 본능적으로 입술을 앙다물고 손으로 얼음주머니를 누르며 말했다.“너무 차가워요.”“20분은 찜질해야 해요. 하루에 세 번에서 네 번 정도로요.”설윤은 그에게 붕대를 가져와 얼음주머니와 발목을 단단히 감도록 했다.그녀는 침대 머리에 기대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우리 둘 다 밖에 나가지 말죠. 배달 앱으로 장을 보면 되니까요. 그런데 동철 씨,

  • 위태로운 제안   제1302화

    의사는 최동철을 한번 쳐다보며 말했다. “젊은이, 앞으로는 아내 말 잘 들어요. 괜히 고집부리지 말고.”“여보, 들었지? 의사 선생님도 그러시잖아!”최동철은 잠시 입을 말없이 있다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알겠어.”봉합이 끝난 뒤, 의사는 약을 처방해주었다.병원을 나서며 설윤은 최동철을 바라보았다. “이제 어디로 갈 거예요? 누가 데리러 와요?”최동철은 그녀를 한번 쳐다보고 짧게 대답했다. “당분간은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설윤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왜요?”“그건 알 필요 없어요.”설윤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래요.”그녀는 두 걸음 앞서 걸으며 말했다.“이 작은 도시는 꽤 조용하네요. 며칠 더 머물 생각인데, 동철 씨도 안 간다니까 같이 지낼까요? 서로 보호도 되고.”최동철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호텔은 눈에 띄니까 단기 임대 민박을 찾는 게 더 안전하고 편리할 거예요.”“좋아요.”“근데 검색해 보니까 민박은 대부분 더블침대 방이더라고요. 괜찮으세요?”“설윤 씨가 괜찮다면 전 상관없어요.”“그럼 예약할게요.”최동철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온라인으로 예약할 거예요?”대부분의 예약 앱은 신분증 정보를 입력해야 해서, 한 번 사용하면 위치가 노출될 위험이 있었다.설윤은 그의 걱정을 알아채고 휴대폰을 흔들며 말했다.“걱정 마세요. 이 폰은 제 이름으로 등록된 게 아니에요. 추적 못 할 거예요.”최동철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준비가 철저하네요. 그런데 어떻게 임가희한테 이렇게 몰렸어요?”“임가희가 이렇게 빨리 제 존재를 눈치챌 줄 몰랐거든요. 그랬다면 좀 더 철저히 준비했을 텐데요.”최동철은 코끝을 만지작거리며 아무렇지 않은 척 먼 곳을 바라봤다. 마치 자신이 그녀의 정보를 넘긴 장본인이 아니라는 듯이.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 두 사람은 예약한 민박으로 향했다.민박은 단일 방 구조로, 면적은 47㎡. 방에 들어서면 왼쪽에는 오픈형 주방이 있고 가스레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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