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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1화

만약 오늘 부승민이 정말 작정하고 손 볼 생각으로 찾아온 거라면 이들은 반항 한 번 못 해보고 그대로 목숨을 잃거나, 부승민의 수하들 손에 불구가 되겠지.부승민이 데리고 온 사람들은 누가 봐도 뒷골목에서 싸움질 좀 하고 다녔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이미 밑바닥으로 떨어질 때까지 떨어진 인생이니 교도소든 뭐든 두려울 게 없었다. 게다가 경찰에 신고한다고 해도 부승민의 입김으로 그 건달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풀려날 게 뻔했다.게다가 풀려난 건달들이 자신에게 앙심을 품고 무슨 짓을 저지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남은 평생 이 건달들에게서 벗어나지 못할 것을 생각하니 벌써 인생이 피곤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부승민은 내리깔고 있던 눈을 치켜뜨고 자신의 앞에 무릎 꿇고 앉아있는 유민상을 바라보았다.부승민의 시선에 흠칫 몸을 떤 유민상이 다급하게 용서를 구걸하기 시작했다.“부승민 씨, 제가 정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한 번만 용서 해주십시오! 돈이고 뭐고 다 필요 없습니다. 인터넷에 올린 그 기사들은 지금 바로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부승민 씨와 온하랑 씨께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용서만 해주신다면 뭐든 하겠습니다!”“이거, 너랑 진재영이 만든 첫 작품 아니잖아, 내 말 맞지?”유민상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질려 꿇고 있는 다리마저 달달 떨려오기 시작했다. 그는 뒤늦게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그게...”부승민은 유민상의 변명을 기다리기라도 하듯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평온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유민상은 어쩔 수 없이 모든 사실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8월쯤에 진재영이 사진 몇 장을 들고 저를 한 번 찾아왔었습니다.”그는 덜덜 떨리는 눈빛으로 부승민의 표정을 조심스레 살피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그 사진은 바로 부승민 씨와 추서윤 씨가 함께 BX 그룹 본사로 들어가는 사진이었습니다.”“그리고?”“더 없습니다. 이 두 번이 다입니다.”여전히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부승민을 발견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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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온하랑은 부승민 없이 꿈도 꾸지 않은 채 아주 편히 잘 수 있었다. 어찌나 잘 잤는지 평소엔 꿈도 꾸지 못한 늦잠까지 잤다.도우미 아주머니가 어젯밤 부승민의 일을 얘기해주기도 전에 온하랑은 급히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회사까지 이동하던 중, 온하랑은 자신의 휴대전화에 뜬 인스타 알림을 발견했다.제목은 바로 이러했다:[#스캔들_연구소_공식 사과]해시태그는 이미 실시간 검색어에까지 올라가 있었다.호기심에 해시태그를 눌러본 온하랑의 눈에 제일 처음으로 들어온 게시물은 다름 아닌 스캔들 연구소의 공식 사과문과 모든 게시글이 지워진 피드였다. 유명세를 먹고 사는 계정이 댓글 창과 공유기능을 모조리 폐쇄해버렸다.어제까지만 해도 게시글은 절대 지우지 않겠다고 고집하던 스캔들 연구소가 하루아침에 180도로 태도를 바꾸자 사람들은 계정이 해킹당했거나 누군가의 협박을 받고 모든 게시글을 지운 것으로 추측하기 시작했다. 스캔들 연구소의 하루아침에 달라진 계정 상태는 오히려 네티즌들의 반감을 산 듯 보였다.하지만 스캔들 연구소가 댓글 창을 닫고 게시글을 내린다고 해도 진작에 그들의 게시물을 캡처해 보관하고 있던 사람들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스캔들 연구소가 올렸던 찌라시들의 캡처 본과 화면 녹화본을 가진 사람들로 인해 또 다른 사이트가 생겨나고 그 사이트는 많은 네티즌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 규모가 점점 커지더니 암호까지 맞춰가며 돈을 받고 사진과 영상들을 판매하는 사람들까지 등장했다.[ㅂㅅㅁ, ㅇㅎㄹ 50분짜리 호텔 XX 영상, 필요하신 분은 디엠 주세요.][ㅇㅎㄹ 고객 접대 영상, 구매하실 분만 디엠 해주세요.]무엇보다 온하랑과 관련된 선정적인 루머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누구는 그녀가 지금 전무직까지 오른 건 다 잠자리 덕분이라 떠들었고, 또 누군가는 그녀가 항상 침대 위에서 고객을 접대한다고 떠들어댔다. 일부 성형외과들도 이 틈을 타 온하랑이 자신들의 병원에서 비밀리에 성형수술을 받았다며 허위광고를 해댔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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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이주혁이 사람들에게 가로막혀 자신에게 손을 댈 수 없다는 것을 의식한 스태프는 더 기가 산 건지 더 오만방자한 태도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부 대표님이랑 추서윤 씨가 사귀고 있던 거 모르는 사람 있어요? 온하랑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중간에 끼어든 건데, 전 무슨 말도 못 합니까?”극도의 분노에 이주혁의 이마에 핏줄까지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을 잡고 있던 사람들의 손을 강하게 뿌리치고 그 스태프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극한의 분노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이주혁을 막을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결국, 진 감독이 직접 현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싸움이 일단락되었다.진 감독은 사건의 전후를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촬영장 화장실에서 주먹다짐을 한 사람들을 따로 한 명씩 휴게실로 불러 개인 면담을 시작했다.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는 기사라면 진 감독도 진작에 확인했다. 그 기사의 진위는 알 수 없어도 이주혁이 온하랑을 마음에 품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 정도쯤은 일전 온하랑과 함께 한 식사 자리에서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결국, 스태프가 먼저 뒤에서 온하랑의 루머를 퍼뜨렸다는 것을 알게 된 진 감독은 그 스태프를 따로 불러 먼저 이주혁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건방지기 그지없던 스태프였지만 이성이 돌아온 지금, 괜한 오기를 부려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이 일이 이주혁의 팬덤에게 알려지는 순간, 수많은 비난 여론 속에 잠겨 죽을 것이 뻔했다. 어디 그뿐일까, 여기서 괜히 고집만 더 부렸다간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었다. 누가 봐도 지금 이 드라마 촬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스태프가 아닌 주연 이주혁이었으니까.스태프가 이주혁에게 고개 숙여 사과한 모습을 확인한 진 감독은 이제 이주혁더러 함부로 스태프에게 손찌검한 것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하지만 이주혁은 진 감독의 요구를 철저히 거절하며 자신은 스태프에게 사과할 생각이 조금도 없음을 강력하게 어필했다.이주혁이 먼저 주먹질을 한 것은 엄연한 사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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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온하랑의 끈질긴 추궁 끝에 이주혁은 혹시라도 온하랑에게 걱정거리가 될까 단지 드라마 촬영 중에 생긴 작은 트러블이라고만 대충 얼버무렸다. 이주혁의 대수롭지 않은 듯한 대답에 온하랑은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듯했다. 별다른 방도가 없었던 온하랑은 그저 시답잖은 말들로 이주혁을 위로해주는 수밖에 없었다.[아무것도 모르면서 인터넷에서 함부로 지껄이는 사람들 말, 굳이 마음에 담아두려 하지 마. 지금 제일 중요한 건 네 일이니까.]온하랑의 위로에 이주혁이 바로 답장했다.[걱정하지 마.]공교롭게도 안티팬 단체의 멍청한 편집 덕분에 이주혁에게 역전승의 기회가 주어졌다.만약 자신에게 맞은 그 스태프가 카메라 앞에 얼굴만 비추지 않았더라도 지금쯤 모든 네티즌의 공격을 감수하고 있는 건 이주혁 하나뿐일 터였다.하지만 여론 조성을 위해서인지 안티팬 단체들은 굳이 자신에게 손찌검을 당한 스태프를 따로 섭외해 아무 잘못도 없는 무고한 사람으로 꾸며 진 감독까지 의도치 않게 이주혁의 편에 서도록 끌어들여 버렸다.이렇게 된 이상, 이주혁과 진 감독은 한마음 한뜻이 될 수밖에 없었다.수운성은 제작 규모가 꽤 큰 드라마로서 꽤 많은 투자자의 투자를 받아 제작에 들어간 작품이었다. 그 이유 중 첫 번째가 바로 추서윤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제작 감독이 진 감독이었기 때문이었다.투자자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진 감독이 이 드라마에서 손을 떼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았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진 감독을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야만 했다. 그러니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이주혁이 스태프에게 손찌검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으니 진 감독이 사과를 요구했다는 쪽으로 상황이 흘러가게 만들기를 원했다.따라서 겉보기엔 언론이 지금 매섭게 이주혁을 물고 뜯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주혁이 임찬호라는 캐릭터를 잃을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고 볼 수 있었다. 기껏해야 맡고 있던 광고나 타격 조금 입고 말 것이다.만약 이주혁이 수운성에서 뛰어난 연기실력만 보여주는 데 성공한다면 이주혁은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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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눈을 잠깐 질끈 감았다 뜬 온하랑은 비서가 두고 간 서류로 손을 뻗으며 최대한 정신을 차려 곧 있을 회의의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다....“대표님, 큰일 났습니다.”다급한 발걸음으로 회장실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연민우의 목소리와 태도에까지 조급한 기색이 여실히 드러났다.“전무님 전화번호와 온갖 개인 SNS 계정들이 모조리 공개되어 버렸습니다!”연민우의 말에 표정이 차갑게 식은 부승민 역시 바로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너무 걱정하진 마십시오, 대표님. 전무님께서도 이미 공개된 그 전화번호는 과감히 버리셨으니까요.”“가서 IP 추적부터 해. 증거가 될 만한 것들은 모조리 수집하고 경찰에 신고 넣어!”화가 제대로 난듯한 부승민이 한 글자, 한 마디에 힘을 실어 얘기했다. 부승민은 주로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공권력의 힘을 빌리기보다 자신의 선에서 조용히 끝내는 편이었다. 하지만 매번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처리하는 것의 단점은 바로 다른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끔은 공권력을 이용한 공개적인 본보기가 필요할 때도 있는 법이다.목숨 소중한 줄도 모르고 함부로 덤벼대는데, 그렇다면 원하던 대로 그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 지 제대로 느끼게 해줘야지!“네, 지금 바로 추적 시작하겠습니다.”부승민도 자리를 뜨려던 그 순간,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휴대전화가 울렸다.부승민은 바로 휴대전화를 들어 수신 버튼을 눌렀다.“부승민 씨,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수화기 너머로 젊은 청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뭡니까?”“진재용 말입니다. 오상철 부대표님의 먼 친척 되는 사람이던데요. 평소엔 빈둥대며 놀기만 하다가 최근 들어 오진후 군과 부쩍 가까워진 것으로 보입니다.”오진후라면 오상철 부사장의 아들이었다.부승민은 의외의 소식에 천천히 미간을 좁혔다.“그럼, 그 둘 사람 거래 내역은?”“이미 대표님께 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오진후는 아마 오미연한테 철저하게 조종당한 걸 거야. 넌 그 두 사람에 대해서 계속 알아봐 줘.”“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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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기사들이었지만 임직원들은 그 아무도 감히 언급하려 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감히 언급할 자격이 없었다.하지만 이 상무 이사라면 그럴 자격이 충분했다.그는 회사의 상무 이사직을 맡고 있을 뿐만 아니라 회사의 주주로서 이사회의 멤버였으니 그는 단순히 회사의 주가와 직결되는 일에 관해 얘기한 것뿐이었다.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부승민에게 문제가 있다 해도 감히 부승민을 지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모두가 보는 앞에서 모독을 당한 온하랑의 창백한 안색이 더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녀의 속은 이미 죄책감으로 얼룩져 있었다.“저 하나 때문에 회사 이미지에 손해를 끼친 점, 정말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온하랑의 말은 이내 부승민에 의해 끊겨버렸다.그는 덤덤한 표정으로 자리에 있는 임직원들을 하나하나 쏘아보며 말했다.“지금 이 얘기를 할 타이밍은 아닌 것 같은데요.”여기서 투표를 통해 결정되는 자리는 오직 재무부 부장직 하나뿐이었다. 나머지 임직원들의 해임권과 부임권은 모두 부승민에게 있었다.고승범 이사가 애써 웃으며 경직된 미소로 말했다.“그렇죠.”누가 봐도 온하랑을 회사에 남겨두려는 부승민의 의도 섞인 말이었다. 여기서 또 다른 의견을 제시해봤자 부승민의 미움만 살 게 뻔했다.“계속하시죠.”말을 마친 부승민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회의에 집중했다.오상철 부대표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미 앞에서 다 해주셨네요. 굳이 같은 말을 반복하진 않겠습니다.”“하지만.”아무 말 않고 넘어가려나 싶던 그 순간, 오상철이 재빨리 화제를 전환했다.“며칠 전, 이 감독님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감독님께서 제게 그러시더군요. 온하랑 전무님께서 요청한 단독 스폰서 자리를 거절하신 것도 모자라 이 감독님의 메신저를 차단까지 하셨다고. 전무님, 이게 사실입니까?”다른 상무 이사가 오상철의 말을 거들었다.“이 감독님? 이 감독님이라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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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부승민은 언성을 높여 제지했다.“됐어요, 그만 해요! 오 부대표는 고작 이런 일 따위로 이렇게 심각해져서는 언제까지 언쟁할 건가요?”“저도 회사를 생각하는 차원에서 그러는 겁니다.”얼굴이 어두워진 오상철이 억울하다는 듯 말하자, 부승민은 어이없어 코웃음을 치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온하랑의 성격상 고객이 지나친 일을 하지 않는 한에는 절대 섣불리 블랙리스트에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걸. 이때 가만히 지켜보던 임재현이 상황을 무마하려고 나섰다.“오 부대표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일개 프로그램 감독일 뿐인데 뭐가 대수에요. 손을 잡지 않겠다고 하면 내치면 그만이죠. 하랑 씨도 일에 집중하고 이 문제에 대해 신경 쓰지 말아요.” 임재현은 권력 다툼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 몇 년 동안 온하랑이 그의 밑에서 MQ 를 아주 잘 이끌어 왔기에, 그는 한가하게 지낼 수 있었으며 신경 쓰지 않고도 적지 않은 이익을 분배받을 수 있었다. 이 얼마나 편안한 일이란 말인가!한편 누구도 자기편을 들지 않아 안색이 더욱 어두워진 오상철은 온하랑을 날카롭게 쏘아봤다. 시선을 채 거두기도 전에 등줄기가 오싹한 느낌을 받으며 슬쩍 곁눈질한 오상철은 부승민이 싸늘한 눈길로 자신을 흘겨보는 걸 발견했다.그의 서슬에 마음이 덜컥 내려앉으며 주눅이 들어 버린 오상철은 회의가 끝날 때까지 얌전히 자리에 앉아 침묵으로 일관했다.회의가 끝날 무렵, 부승민은 손에 들린 문서를 정리하며 일부러 자리에 앉아 몇 초 동안 시간을 끌다가 사람들이 거의 빠져나가고 나서야 온하랑에게 말했다.“온 전무, 제 사무실로 왔다 가요.”두 사람이 회의실에서 나오자, 비서가 다가와 말했다.“대표님, 휴게실에서 경찰관 두 분이 기다리고 계십니다.”“알았어요. 저희가 바로 그쪽으로 갈게요.”‘저희라니?’온하랑이 무슨 영문인지 몰라 의아해하고 있을 때, 부승민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제가 신고하라고 했어요. 온 전무의 개인 정보를 유출한 사람을 절대 가만 놔둬서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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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이번 일만 없었더라면 오미연은 지사에서 잘나갈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이제 부승민은 절대 오미연을 BX그룹에 남겨두지 않을 것이다.온하랑은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대표님 사람이니, 대표님이 알아서 하세요.”그녀는 처음부터 오미연을 의심했다. 추서윤은 그럴싸한 화제로 관심만 끌었을 뿐, 비방죄에는 해당하지 않았기에 온하랑도 추서윤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만일 폭로한 결정적 증거만 있어도 부승민이 직접 해명한다면 추서윤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았다.오직 오미연만이 거리낄 게 없었다. 그러나 부승민을 좋아하기에 몰래 초점을 강하리에게 맞췄다.천천히 온하랑 앞으로 다가가 멈춰 선 부승민은 손을 들어 그녀의 귀밑 잔머리를 부드럽게 매만지며 나지막이 말했다.“미안해.”이번 오미연의 사건에 관해 부승민은 처음부터 끝까지 온하랑에게 사과의 한마디를 빚지고 있었다. 애초에 부승민이 온하랑을 믿어주기만 했더라면 아마 이런 일도 뒤따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인터넷 곳곳에서 공격받을 일도, 네티즌들의 온갖 욕설을 들을 일도 없었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그녀였지만, 마치 시궁창에 살고 있는 생쥐처럼 나타나기만 하면 사람들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온하랑은 저도 모르게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대표님.”만약 부승민이 미안하다는 말을 조금만 더 일찍 했더라면 그녀는 크게 감동받았을지도 모른다.“지금 다른 사람은 없으니까, 그냥 이름 불러도 돼.”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을 한 온하랑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제 생각에 고 이사님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사적인 일로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으니, 저도 책임을 면할 수 없어요. 마음 편히 이 자리에 계속 있을 수도 없고요. 그러니까 제가 사직하는 게 맞아요.”부승민은 미간을 살짝 구겼다.“이건 어디까지나 내 문제야. 너랑은 아무 상관 없어. 잡생각 하지 말고 편하게 일해.”온하랑은 입술을 감쳐물었다. 그녀도 잡념을 떨쳐버리고 싶었으나 이런 짓눌리는 환경속에서 가슴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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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증거가 이렇게 명확한데 어떻게 오해란 말이죠? 오 부대표님, 믿지 못하겠다면 직접 진재영과 당신 아들한테 확인해 봐요!”오상철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부승민이 이렇게 말하는 건 분명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오상철이 계속 말이 없자 부승민은 이어서 말했다.“고 이사님 말씀대로 이번 뉴스로 회사 명예와 주식이 크게 영향을 받고 막대한 손실을 끼쳤으니, 저와 회사의 명의로 진재영과 오진후에게 명예 훼손과 비방으로 민사와 형사 소송을 제기할 겁니다. 오 부대표는 항상 회사에 충성하는 분이시니 회사의 결정에 따를 거라고 생각합니다만?”BX 그룹의 법무부는 결코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었다.거기에 더해 이번 뉴스가 확실히 큰 영향을 미치고 악질적이었던 만큼, 부승민과 회사가 승소한다면 진재영과 오진후는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야 할 것이다. 집이 망하는 건 물론이고 여차하면 감옥살이까지 해야 할 것이다.게다가 명예 훼손과 비방은 소송감이었다. 오진후가 저지른 일의 배후가 오미연이라는 걸 오상철이 안다고 하더라도 부승민이 오미연을 고소하지 않거나 오미연과 합의를 한다면 그 책임은 모두 오진후가 떠안아야 한다.지금 이 순간 오상철은 오미연 같은 인간을 도왔다는 사실이 무척 후회스러웠다.오미연은 이미 이성을 잃을 정도로 미쳐있었다. 오상철이 자신을 포기할까 봐 일부러 오진후를 끌어들인 것이다.평정심을 되찾은 오상철이 반문했다.“정 그러시다면 우리 툭 터놓고 얘기하죠. 대표님과 온하랑 씨가 밀접한 사이라는 건 사실이 아닌가요? 대표님은 무조건 승소할 거라고 확신하나요?”소파에 등을 기대앉은 부승민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드러났다.“오 부대표가 믿지 못하겠다면 시도해 보던가요!”오상철은 침묵했다. 아마도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는 것 같았다.“당신 앞에 지금 두 갈래 길이 놓여 있습니다. 하나는 제가 패소하는 데 베팅하는 거죠. 위험도는 높지만, 수익은 클 겁니다. 베팅에 실패한다면 오진후는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것은 물론 감옥에 들어가야 하죠. 이미 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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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문자 내용을 한 번 쭉 훑어보니 전부 입에 담지도 못할 각종 욕설과 저주, 인신공격으로 뒤덮여 있었다.미간을 잔뜩 찌푸린 부승민의 얼굴은 몸서리쳐질 정도로 음침해졌다. 마음속에서는 부아가 치밀었다.그는 화면을 빼곡히 채운 욕설을 보며 온하랑이 무슨 심정이었을지 상상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온하랑이 혼자서 이런 것들을 묵인하고 억울함을 감내하며 묵묵히 일했을 생각을 하니, 부승민의 가슴속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뒤따랐다.그리고 그가 전원을 켠 짧은 시간 안에도 계속 새로운 테러 전화와 저주 문자가 잇따랐다.부승민은 카톡을 열고 채팅창을 찾아봤지만, 이 감독과의 대화는 없었다. 아마도 온하랑이 이 감독을 차단하면서 대화창도 삭제한 모양이다.퍼뜩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 부승민은 휴대폰 갤러리로 들어가 캡처 화면을 이리저리 뒤져보았다. 역시나 온하랑이 저장해 놓은 증거가 있었다.두 사람의 대화 기록 제일 밑부분에 있는 건 이 감독의 메시지였다.[내 손에 있는 프로그램 다음 시즌 타이틀 스폰서십을 줄 테니, 오늘 밤 포시즌 호텔에 갈까요?]눈빛이 싸늘하게 변한 부승민은 휴대폰을 책상 위에 탕, 내려놓고는 어딘가로 전화했다.“부 대표님께서 어쩐 일로 저에게 전화를 다 주셨나요?”휴대폰 너머의 사람은 믿어지지 않는 듯 한껏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듣기로 이 감독한테 아주 인기가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다면서요?”“네, 네! 투자하시려고요? 그렇지만 전 그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여기저기가 지뢰밭이라서 방송국에서 제한하고 있거든요. 아마 조만간 조기종영 할 겁니다.”“조기종영 할 거라고요? 그럼 크게 터뜨려서 이 감독이 다시 이 바닥에 발도 못 붙이게 만들어 봐요! 일 처리를 제대로 하면 당신이 맡은 프로그램 투자에 대해 고려해 보죠.”휴대폰 너머의 사람은 흥분에 겨워 재차 다짐했다.“부 대표님, 안심하고 지켜보세요!”저녁, 부승민은 접대 자리가 있었다.룸에서 나오자 벌써 시간이 10시가 되어가고 있었다.파트너 측은 아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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