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29화

Author: 고운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3-27 22:39:01
“증거가 이렇게 명확한데 어떻게 오해란 말이죠? 오 부대표님, 믿지 못하겠다면 직접 진재영과 당신 아들한테 확인해 봐요!”

오상철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부승민이 이렇게 말하는 건 분명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오상철이 계속 말이 없자 부승민은 이어서 말했다.

“고 이사님 말씀대로 이번 뉴스로 회사 명예와 주식이 크게 영향을 받고 막대한 손실을 끼쳤으니, 저와 회사의 명의로 진재영과 오진후에게 명예 훼손과 비방으로 민사와 형사 소송을 제기할 겁니다. 오 부대표는 항상 회사에 충성하는 분이시니 회사의 결정에 따를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BX 그룹의 법무부는 결코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었다.

거기에 더해 이번 뉴스가 확실히 큰 영향을 미치고 악질적이었던 만큼, 부승민과 회사가 승소한다면 진재영과 오진후는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야 할 것이다. 집이 망하는 건 물론이고 여차하면 감옥살이까지 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명예 훼손과 비방은 소송감이었다. 오진후가 저지른 일의 배후가 오미연이라는 걸 오상철이 안다고 하더라도 부승민이 오미연을 고소하지 않거나 오미연과 합의를 한다면 그 책임은 모두 오진후가 떠안아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오상철은 오미연 같은 인간을 도왔다는 사실이 무척 후회스러웠다.

오미연은 이미 이성을 잃을 정도로 미쳐있었다. 오상철이 자신을 포기할까 봐 일부러 오진후를 끌어들인 것이다.

평정심을 되찾은 오상철이 반문했다.

“정 그러시다면 우리 툭 터놓고 얘기하죠. 대표님과 온하랑 씨가 밀접한 사이라는 건 사실이 아닌가요? 대표님은 무조건 승소할 거라고 확신하나요?”

소파에 등을 기대앉은 부승민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드러났다.

“오 부대표가 믿지 못하겠다면 시도해 보던가요!”

오상철은 침묵했다. 아마도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는 것 같았다.

“당신 앞에 지금 두 갈래 길이 놓여 있습니다. 하나는 제가 패소하는 데 베팅하는 거죠. 위험도는 높지만, 수익은 클 겁니다. 베팅에 실패한다면 오진후는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것은 물론 감옥에 들어가야 하죠. 이미 오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위태로운 제안   제230화

    문자 내용을 한 번 쭉 훑어보니 전부 입에 담지도 못할 각종 욕설과 저주, 인신공격으로 뒤덮여 있었다.미간을 잔뜩 찌푸린 부승민의 얼굴은 몸서리쳐질 정도로 음침해졌다. 마음속에서는 부아가 치밀었다.그는 화면을 빼곡히 채운 욕설을 보며 온하랑이 무슨 심정이었을지 상상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온하랑이 혼자서 이런 것들을 묵인하고 억울함을 감내하며 묵묵히 일했을 생각을 하니, 부승민의 가슴속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뒤따랐다.그리고 그가 전원을 켠 짧은 시간 안에도 계속 새로운 테러 전화와 저주 문자가 잇따랐다.부승민은 카톡을 열고 채팅창을 찾아봤지만, 이 감독과의 대화는 없었다. 아마도 온하랑이 이 감독을 차단하면서 대화창도 삭제한 모양이다.퍼뜩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 부승민은 휴대폰 갤러리로 들어가 캡처 화면을 이리저리 뒤져보았다. 역시나 온하랑이 저장해 놓은 증거가 있었다.두 사람의 대화 기록 제일 밑부분에 있는 건 이 감독의 메시지였다.[내 손에 있는 프로그램 다음 시즌 타이틀 스폰서십을 줄 테니, 오늘 밤 포시즌 호텔에 갈까요?]눈빛이 싸늘하게 변한 부승민은 휴대폰을 책상 위에 탕, 내려놓고는 어딘가로 전화했다.“부 대표님께서 어쩐 일로 저에게 전화를 다 주셨나요?”휴대폰 너머의 사람은 믿어지지 않는 듯 한껏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듣기로 이 감독한테 아주 인기가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다면서요?”“네, 네! 투자하시려고요? 그렇지만 전 그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여기저기가 지뢰밭이라서 방송국에서 제한하고 있거든요. 아마 조만간 조기종영 할 겁니다.”“조기종영 할 거라고요? 그럼 크게 터뜨려서 이 감독이 다시 이 바닥에 발도 못 붙이게 만들어 봐요! 일 처리를 제대로 하면 당신이 맡은 프로그램 투자에 대해 고려해 보죠.”휴대폰 너머의 사람은 흥분에 겨워 재차 다짐했다.“부 대표님, 안심하고 지켜보세요!”저녁, 부승민은 접대 자리가 있었다.룸에서 나오자 벌써 시간이 10시가 되어가고 있었다.파트너 측은 아주

    Last Updated : 2024-03-27
  • 위태로운 제안   제231화

    그러나 그 뉴스가 터져 나온 이후로 이주혁이 부승민을 대하는 태도는 180도로 돌변했다. 그의 눈에 부승민은 그저 양다리를 걸치는 아주 파렴치하고 무책임한 바람둥이로 낙인찍혔다. 온하랑에게는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인간!두 사람의 관계를 놓고 보자면 분명 부승민이 강제로 온하랑을 압박했을 터였다.어르신의 건강이 점점 나빠져 가며 부승민도 서서히 본성을 드러냈을 거고, 온하랑은 눈칫밥을 먹으며 어르신이 노년에 그녀로 인해 사랑하는 손자와 사이가 멀어지는 것을 우려하여 어쩔 수 없이 부승민을 따랐을 거다. 분명 그럴 것이다!“그래서 그 말은 당신이 루머를 퍼뜨려 온하랑에게 집중된 비난의 화살을 당신 쪽으로 돌리겠다는 의미인가요?”이주혁은 부승민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제가 왜 사람을 때렸는지 아세요?”부승민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이주혁은 바로 휴대폰에 저장된 녹음 파일을 열었다.직접 들어보세요.휴대폰에서 대화 소리가 흘러나왔다.“... 딱 봐도 음란한 여자네 뭐.”“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직접 봤어?”“그때 내가 자세히 봤거든. 그 엉덩이와 허리는 진짜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 혼을 쏙 빼놓더라고...”“나라면 이 여자를 하룻밤 내내 기분 좋게 해줄 수 있었을 텐데...”“고객이 그렇게 많은데 네 차례가 오기나 할 것 같아?”여러 비속한 말들이 오간 뒤로 시끄러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마도 싸움이 벌어진 것 같았다.“이주혁 씨, 당신 아무리 팬이 많다고 해도 그렇지 이렇게 사람을 함부로 때리면 안 되죠.”한바탕 소란이 지나가고, 그 뒤에 이어진 말들은 더욱 귀에 거슬렸다.“그러고 보니 온하랑이 당신 촬영 현장에 보러 온 적이 있었지. 혹시 당신도 그 여자 고객인 거야? 이렇게 싸고도는 걸 보니, 그 여자가 끝내주게 해줬나 봐... 더러운 년, 쪽팔린 줄도 모르고. 왜, 다른 사람이 말하는 건 두렵대?”부승민은 무릎 위에 내려놓은 손을 지그시 움켜쥐었다. 손등에는 시퍼런 핏줄이 튀어나오고, 손가락 마디마디는 하얗게

    Last Updated : 2024-03-28
  • 위태로운 제안   제232화

    차가 별장 정원에 이르자 부승민은 차에서 내렸다. 자리에 멈춰 서서 고개를 들어보니 안방 등이 꺼져 있었다.거실로 들어온 부승민은 등을 켜고 일부러 서랍 앞으로 가서 확인했다. 안방 비상 열쇠가 도로 들어있었다. 이윽고 부승민은 조심스럽게 방으로 들어갔다.칠흑같이 어두운 방 안에 몇 가닥의 은은한 빛이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와 침대 머리에 쏟아져 내리며 베개 위에 가지런히 놓인 그녀의 머리칼이 어렴풋이 보였다.침대 중간에 볼록 튀어나온 작은 몸집은 어둠 속에서 유난히 왜소하고 가냘파 보였다.몸을 동그랗게 웅크린 그녀의 반쪽 얼굴은 이불에 가려져 있었다.조용히 침대 옆으로 가서 앉은 부승민은 천천히 이불 한쪽 끝을 내리고, 희미한 달빛을 빌어 깊게 잠든 그녀의 얼굴을 응시했다.부승민은 그제야 그녀의 미간에 나타난 깊은 주름을 발견했다. 머리가 땀에 흠뻑 젖은 그녀는 악몽이라도 꾸는지 잠꼬대를 하며 끙끙거리고 있었다. 이때 꿈속에 공포스러운 장면이 나타났는지 불현듯 그녀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지며 가빠지더니, 꽉 움켜쥔 손가락에 의해 시트에 몇 겹의 주름이 잡혔다. 몸은 뻣뻣하게 굳은 채로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구슬 같은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며 입술을 달싹이던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부승민은 몸을 숙이고 간간이 들려오는 그녀의 가녀린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니야, 아니라고. 난 그런 적 없어...”그녀의 눈가에 서서히 눈물방울이 맺히더니 애처로운 목소리와 함께 주르륵 흘러내려 베개에 스며들었다.순간 부승민의 가슴은 칼로 에는 듯 아팠다. 이윽고 툭 튀어나온 목울대가 위아래로 움직이더니 손을 들어 부드럽게 온하랑의 등을 토닥여주던 부승민은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며 나지막이 말했다.“내가 지켜줄게. 그러니까 아무 걱정 말고 자. 너한테 상처 준 사람들 전부 가만두지 않을 거야.”“너무 보고 싶어, 아빠. 제발 날 집에 데려가면 안 돼...”온하랑은 또 아버지가 나오는 꿈을 꿨다.어릴 적, 넓고 듬직한

    Last Updated : 2024-03-28
  • 위태로운 제안   제233화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할아버지의 탄식, 동료들의 경멸 어린 시선, 부민재의 위로, 선배의 도움 이 모든 건 그때의 부승민에게는 한없이 무겁게만 다가왔다.그는 감상에 젖을 새도 없이 그저 최선을 다해 데이터 유출로 뒤따른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한편 추서윤은 사고 후 트라우마를 겪으며 그에게 유난히 의지했다.부승민도 더는 서로 생각할 시간을 가지자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추서윤을 대할 때 그가 느끼는 감정은 대부분 어쩔 수 없는 마음과 만회하는 마음, 수용하는 마음이었다.한 번도 오늘과 같은 느낌은 받아본 적이 없었다. 마음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하고 쿡쿡 쑤시는 것 같은 느낌.계단에서 멈춰 선 부승민은 휴대폰을 꺼내 연민우에게 전화했다.“연 비서.”“네, 대표님. 말씀하세요.”연민우는 부승민이 오늘 밤에 있는 협력안에 대해 추가로 분부하려는 줄 알았다.“전에 경제 채널에서 계속 나에게 특별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네?”연민우는 자신이 환청을 들은 줄 알았다.부승민은 항상 매체에 자신의 사생활을 드러내는 걸 꺼렸기에 공개적인 장소에서 발표할 때의 동영상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인터뷰에 응한 적이 없었다. SNS 계정도 없었고,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도 극히 드물었다.“대표님, 제대로 생각하신 거 맞으시죠?”온하랑이 안타까워 부승민이 직접 해명에 나서려고 한다는 걸 연민우는 바로 알아차렸다. “그래. 그쪽에 연락해서 시간과 질문을 잘 조정해 봐.”“네, 알겠습니다.”...토요일 오전 부승민과 온하랑은 본가로 향했다.“삼촌! 숙모!”네 살이 된 부윤민은 거실에서 깡충깡충 뛰어나와 그들을 맞이했다.“일찍 왔네, 윤민이.”온하랑은 아이의 손을 잡고 거실로 들어갔다.부윤민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빠가 날 데리고 등산하러 갈 거래요. 삼촌이랑 숙모도 같이 갈래요?”부윤민이 말하는 등산은 아마도 성묘를 가리키는 것 같았다.부씨 일가는 공원 묘원을 소유하고 있

    Last Updated : 2024-03-29
  • 위태로운 제안   제234화

    예전의 관례에 따라 그들은 본가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 교외에 있는 공원 묘원으로 향했다.다함께 테이블에 모여 앉아 왁자지껄 떠들며 풍성한 점심을 먹었다. 어린 부윤민의 엉뚱한 소리에 그들은 이따금 함박웃음을 터뜨렸다.부유민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온하랑은 저도 모르게 눈가에 웃음기가 어렸다.배 속의 아이가 태어난다면 어떤 모습일지 모르겠지만, 부윤민처럼 사랑스럽고 아무 근심 걱정 없는 아이로 커가길 바랐다.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부승민은 넋 놓고 온하랑의 고운 미소를 바라보았다.얼떨결에 부승민과 눈이 마주친 온하랑은 얼굴에 드리운 미소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더니 금세 표정이 굳어버렸다. 젓가락을 내려놓은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손에 남은 물기를 닦아내고 화장실에서 나오자, 누군가 문 앞에 서있었다.위에는 진회색 코트를 걸치고 그 안에는 셔츠를, 아래에는 정장 바지를 입고 구두를 신은 뒷모습은 아주 곧고 듬직해 보였다.만약 남자가 손에 피다 만 담배를 들고 있지 않았다면 온하랑은 그 사람을 부승민으로 착각했을지도 모른다.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부민재는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아주버니.”온하랑은 웃으며 부민재에게 인사했다.“숨어서 담배 피우시는 거예요?”부민재는 힘없이 웃으며 담배를 꺼버렸다.“집에서는 와이프가 못 피게 하니까.”“형님도 걱정해서 그러시는 거죠.”“그래. 나도 어쩌다 가끔 한 대 피우는 거니까, 절대 말해면 안 돼.”“네, 못 본 척 해드릴게요.”서로를 끔찍이 사랑하는 부민재 부부 사이에 온하랑은 크게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그럼 전 먼저 돌아가 볼게요.”“잠시만!”부민재가 온하랑을 불러세웠다.“왜 그러세요, 아주버니?”“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소식을 봤어.”이 말을 들은 온하랑은 마음이 불편해져 눈을 내리깔았다.김정숙과 소청하가 아무것도 묻지 않았기에 그녀도 괜찮은 척하며 표정 관리를 할 수 있었지만, 결국 부민재가 찔러 버리고 말았다.“네 잘못이 아닌 거 알아. 이건 승민이 잘

    Last Updated : 2024-03-29
  • 위태로운 제안   제235화

    부영훈 부부가 부승민 때문에 다투다가 교통사고로 돌아갔으니, 그는 그 책임을 전부 자신 탓으로 돌린 건 아닐까. 그들을 간접적으로 살해했다고 생각하며 부민재가 하룻밤 사이에 부모를 잃게 만든 범인이 자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까?이어진 부민재의 말은 그녀의 생각을 증명해 주었다.“그때 나는 부모님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모든 것을 승민이 탓으로 돌렸어. 뒤에서 몰래 승민이를 괴롭히고 할아버지에게 이르지 말라고 협박했어. 처음에는 할아버지가 알게 될까 봐 무섭고 두려웠지만 나중에야 승민이가 나를 도와 일부러 할아버지 앞에서 숨긴다는 걸 알았어. 그러다가 할아버지도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거야... 다른 집에는 보통 형이 동생한테 양보하는데, 반대로 승민이는 항상 나에게 양보했거든. 승민이가 부모님 일로 죄책감을 느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무언가를 보상하려고 한다는 걸, 나도 그때야 알았어.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마음속에 강박 관념으로 자리 잡았을 거야. 추서윤한테도 마찬가지일 테고.”“그래요?”온하랑이 중얼거렸다“승민이가 너한테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지 않았어?”부민재가 추서윤에게 발생한 일을 말한다는 걸 온하랑은 자연스럽게 알았다. 그녀는 강민에게서 얼핏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정확한 사정은 몰랐다.부민재는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창밖을 바라보며 기억을 더듬었다.“그때 승민이가 회사로 들어와 인턴으로 일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야. 학업과 업무로 바쁘다 보니 추서윤을 소홀히 했었나 봐. 둘은 말다툼을 했고 화가 난 추서윤이 울며 뛰쳐나갔거든. 승민이는 쫓아가지 않았어. 그리고 추서윤 친구의 전화를 받고서야 추서윤이 실종된 사실을 알았어. 곧 납치범들이 몸값을 요구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납치범들은 원래 승민이를 겨냥했기 때문에 순순히 몸값만 줬다면 추서윤은 무사했을 테지만, 너도 승민이의 성격을 알다시피 다른 사람에게 협박당하는 게 싫어서 경찰에 신고를 했어. 납치범들이 어떻게 알았는지...”그래서 납치범들은 추

    Last Updated : 2024-03-30
  • 위태로운 제안   제236화

    온하랑은 밑으로 떨어트린 손을 꼭 움켜쥐었다.부민재는 마치 그녀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 같았다.“걱정 마, 할아버지께서는 고집스러운 분이 아니셔. 무엇보다도 네가 행복하길 바라실 거야. 나도 할아버지를 설득할게...”“난...”온하랑이 말하려고 할 때 뒤에서 발소리와 함께 부승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랑아, 왜 아직도 여기 있어? 어, 형도 있었네요.”부민재는 부승민에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처제랑 좀 얘기하고 있었어.”부민재는 따뜻한 성품을 지녔다. 온하랑은 본가에서 살 때 오히려 부민재와 사이가 더 좋았다.부승민은 아무 의심도 하지 않고 온하랑에게 말했다.“아까 많이 안 먹었잖아. 가서 좀 더 먹어.”“네.”온하랑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부민재의 시선이 그들 사이에서 몇 초간 맴돌다가 입을 열었다.“나도 돌아갈게. 아니면 너희 형수가 내가 또 밖에서 담배 피웠다고 의심할 거야.”바닥에 떨어진 담배꽁초를 보고 부승민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부민재는 낮은 목소리로 당부했다.“절대 형수에게 말하지 마.”“몸에서 담배 냄새나요.”부승민이 눈썹을 치켜올렸다.부민재는 발걸음을 멈추고 어깨를 으쓱이며 힘없이 말했다.“밖에 나가서 한바퀴 돌다가 와야겠다.”...점심을 먹고 두 대의 차가 본가를 빠져나와 공원묘원 산 아래에 가서 멈춰 섰다.공원묘원으로 출발할 때부터 부승민은 계속 침묵했다. 예년에도 마찬가지였다.예전 온하랑은 몹시 의아했었다. 부승민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고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아버지와의 유대감도 깊지 않을 테고, 게다가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이렇게 그리워한다는 사실이.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모든 게 이해됐다.“아버지, 어머니, 저희가 뵈러 왔어요. 윤민아 와서 할머니, 할아버지께 인사드려.”부윤민은 눈앞에 비석을 보며 어리둥절했지만, 순순히 따랐다.“할아버지, 할머니 안녕하세요.”그러나 부승민은 옆에 쭈그리고 앉아 아무 말 없이 지켜보며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않았다. 감정이 없어서 차가운

    Last Updated : 2024-03-30
  • 위태로운 제안   제237화

    부승민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오늘 밤에도 바빠?”온하랑이 돌연 물었다.“왜?”“할말이 있어서.”“지금 말하면 안돼?”온하랑은 눈앞에 오가는 차들을 바라보았다.“그냥 집에 가서 말할게.”그녀는 부영훈 부부와 같은 참극이 벌어질까 두려웠다.더윈파크힐로 돌아 와 차 키를 테이블에 올려둔 부승민은 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어 두고 물 두 잔을 따르며 물었다.“아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어?”“오빠, 우리 이혼하자.”온하랑은 차분히 말했다.그 말을 들은 부승민은 제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 물을 따르며 어안이 벙벙해서 온하랑을 바라보았다.“뭐라고?”잔이 채워진 줄도 모르고 물을 계속 따랐다.“우리 이혼 하자고.”온하랑은 부승민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다시 말했다.그 순간 부승민은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부승민은 온하랑을 바라보며 눈에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심지어 자신이 물을 따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흘러넘쳐 나온 뜨거운 물이 그의 손가락을 빨갛게 데우고 옷소매를 적셨다.그가 말이 없자 온하랑이 이어서 말했다.“일단 할아버지께는 비밀로 하고 이혼신청서부터 발급받자. 이혼 사실은 감출 수 있을 때까지 감추고.”부승민은 온하랑은 바라보며 여전히 침묵했다.“어머, 대표님. 물이 흘러넘쳐요.”도우미 아주머니가 방에서 나오며 부승민이 바닥에 물을 붓는 걸 보고는 그의 손에 들려있는 잔과 주전자를 빼앗았다.“데인 거 아니예요? 가서 연고를 가져올게요.”“괜찮습니다! 들어 가세요.”부승민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소름 끼치게 싸늘했다.부승민의 분노를 눈치챈 안씨 아주머니는 흠칫 놀라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얼른 방으로 들어갔다.온하랑이 임신한 사실을 아는 아주머니는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대표님, 할 말이 있으면 좋게 말하세요. 절대 손대지 마시고.”안씨 아주머니의 방문이 닫히자 부승민은 어두운 눈빛으로 온하랑을 바라보며 물었다

    Last Updated : 2024-03-31

Latest chapter

  • 위태로운 제안   제1272화

    수화기 너머로 임가희는 잠시 멍해 있다가 임연지가 충동적으로 행동했을까 봐 걱정하며 바로 물었다.“오늘 센트럴 백화점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아? 모르셨어요?”간하림은 간단하게 사건의 경과를 설명했다.“따귀를 맞은 일로 설윤은 굉장히 화가 났어요. 그래서 지금 사모님께 복수할 생각만 하고 있다니까요.”그 말을 듣자 임가희는 안심했다.뺨 한 대 맞고 참지 못해 도망가는, 겨우 스무 살짜리 감정적인 계집애 따위는 신경 쓸 가치도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무심하게 말했다.“이틀 후에 너희 가게로 갈 거야. 그때까지 설윤을 잘 부추겨서 나한테 덤비게 만들어.”간하림은 곧바로 그녀의 의도를 알아챘다.“알겠습니다. 사모님,”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드는 장면은 반드시 녹화되어 최국환에게 전달될 것이다.하지만 어떻게 하면 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들도록 만들 수 있을까?리우 그룹.최국환은 회의를 마치고 몇몇 오랜 친구들과 식사를 하러 갔다.모임이 끝나고 나서야 비서가 그에게 말할 기회를 찾았다.“오전에 사모님과 설윤 씨께서 전화하셨습니다. 설윤 씨는 가방을 사지 않겠다고 하시며 환불해 달라고 하셨습니다.”“갑자기 왜?”“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전화에서 설윤 씨 목소리가 이상했어요. 울먹이는 것 같았습니다.”최국환은 한창 젊은 애인에게 푹 빠져 있던 터라 설윤에게 전화를 걸었다.거의 끊어지려는 순간, 전화가 연결되었다. 설윤의 목소리는 살짝 쉰 듯했다.“국환 씨.”“김 비서 말로는 가방 환불해 달라고 했다던데. 그렇게 갖고 싶어 하더니 왜 갑자기?”설윤은 잠시 말이 없다가 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싫어졌어요. 이유는 없어요.”“이유가 없어? 그럼 목소리는 왜 그래? 누가 괴롭혔어? 누군지 말만 해. 감히 내 여자를 괴롭히다니!”“묻지 마세요. 저 때문에 국환 씨와 사모님 사이가 나빠지는 건 싫어요.”“오? 내 마누라와 관련된 일이야?”“말했잖아요, 묻지 마시라고요. 더 물으면 저 진짜 삐질 거예요.”“아이고, 또 어린애

  • 위태로운 제안   제1271화

    “정말... 어이가 없어...”설윤은 시선을 피하며 돌아서려 했다.“어딜 가요? 방금 구매 기록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이제 와서 못 보여주는 건데요?”임연지는 설윤의 길을 막아서며 그녀 손에 든 선물 상자를 잡고 비꼬듯 말했다.“젊은 아가씨가 왜 이렇게 뻔뻔해요? 유부남인 거 뻔히 알면서 끼어들다니. 내 고모부가 그쪽 아빠보다 나이도 많은데, 역겹지도 않아요? 몸 팔아서 얻은 가방을 들고 다니니까 좋아요?” 마침 가게에 들어오던 손님 몇 명이 임연지의 말을 듣고 문 앞에서 수군거렸다.설윤은 수치심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인 채 임연지를 밀치고 가게를 나서 황급히 도망쳤다.간하림은 그 모습을 보고 재빨리 뒤따라갔다.“저기요. 설윤 씨, 가방은...”점원은 임연지의 손에 들린 선물 상자를 보고 두 번 불렀다.그러나 설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이게 다 무슨 일이래!“그만 불러요. 안 올 거예요.”임연지는 웃으며 손에 든 선물 상자를 내려다봤다.“저 여자가 싫다고 두고 갔으니 이 가방 저 주세요.”“임연지 씨, 죄송하지만 설윤 씨는 그런 말씀이 없으셔서...”“걱정 마세요, 분명히 환불할 거예요. 환불하면 이 가방 저한테 남겨 두세요.”임연지는 선물 상자를 점원에게 건넸다.점원은 임연지의 배경을 생각하며 마지못해 대답했다.“설윤 씨가 환불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네.”가방을 못 사서 한진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했는데 상황이 반전되고 내연녀까지 혼내주고 나니 임연지는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윤아, 괜찮아?”마침내 매장 근처를 벗어나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사라지자 설윤은 걸음을 멈추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간하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넋이 나간 채 앞으로 걸어갔다.“윤아, 어디 가서 좀 앉을까?”설윤은 마침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근처 카페의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간하림이 그녀를 위로했다.“윤아, 너무 속상해하지

  • 위태로운 제안   제1270화

    한진은 큰 도움을 주고도 단지 가방 하나 사달라는 부탁만 했을 뿐인데 실망을 안겨주게 생겼으니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심지어 가방을 선물해주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했는데 무슨 생각 할지 걱정되었다. 설마 공짜로 주기 싫어서 쪼잔하다고 오해하면 어떡하지?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임연지가 물었다.“다음번에 언제 입고되나요?”점원은 임연지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회원 가입하시면 나중에 재고를 확보할 때 연락드리고 있어요.”“그래요. 할게요.”임연지는 마지못해 동의했다.“연락처가 어떻게 돼요?”점원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물었다.임연지는 전화번호를 말하며 머릿속으로 한진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했다.“설윤 씨, 어서 오세요. 가방 찾으러 오셨죠? 잠깐 앉아 계시면 금방 가져다드릴게요.”다른 점원의 반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네, 고마워요.”소리의 출처를 따라 고개를 돌린 임연지는 젊은 여자 두 명을 발견하고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윤아, 여기 점원이랑 아는 사이야? 물건을 엄청 많이 샀나 보네? 부러워.”나지막이 속삭이는 여자 목소리가 임연지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이내 경멸이 담긴 표정으로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았다.‘세상 물정 모르는 촌년들. 잠깐! 왼쪽에 있는 여자가 낯이 좀 익은데?’그리고 고개를 돌려 찬찬히 뜯어보았다.분명 어딘가 본 듯한 얼굴이다.기억을 되짚어보던 찰나 점원이 정교한 선물 상자를 들고나와 두 여자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뚜껑을 열고 안에 든 가방을 보여주었다.“설윤 씨가 구매한 가방이에요. 한번 확인해 보세요.”설윤은 가방을 꺼내 꼼꼼히 살펴보았다.“확인했어요. 고마워요. 먼저 가볼게요.”점원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려던 순간 불쾌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대뜸 울려 퍼졌다.“재고가 없다면서요? 분명 제가 먼저 왔는데 왜 저 사람한테 주는 거죠?”싸늘한 표정으로 따지는 임연지를 보자 점원이 서둘러 해명했다.“이 가방은 손님께서

  • 위태로운 제안   제1269화

    일과를 마친 설윤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돌아갔다가 간하림과 다시 마주쳤다.이내 먼저 입을 열었다.“하림아, 내일 쉬는 날인데 같이 쇼핑하러 가지 않을래?”임가희가 부탁한 일을 떠올리자 간하림은 흔쾌히 동의했다.다음 날, 두 사람은 약속 시간에 맞춰 센트럴 백화점 근처의 카페에 도착했다.일단 만나자마자 설윤은 밀크티 두 잔을 주문했고, 백화점으로 걸어가면서 쪽쪽 빨아 마셨다.간하림이 말했다.“여긴 명품밖에 없을 텐데? 지난번에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발견했다가 가격 보고 기겁했잖아. 그나저나 꽤 익숙한 곳인가 봐? 여기 자주 와?”“내가 무슨 재주로? 국환 씨 따라 몇 번 다녀갔을 뿐, 며칠 전에 가방 하나 주문했는데 오늘 픽업하러 가는 거야.”“헐! 회장님 너무 근사하잖아.”설윤을 바라보는 간하림의 눈빛에 부러움이 가득했다.“그러니까 얼른 행동 개시해야 한다고. 사모님과 이혼시키고 너랑 결혼할 방법을 찾아야 해.”비록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질투심이 활활 타올랐다.목적을 이루기 위해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는 감정이었다.사실 그녀는 속으로 뻔했다. 최국환과 임가희는 결혼 전에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설윤에게 준 돈은 부부의 공동 재산에 속하지 않는지라 다시 빼앗아 갈 자격이 없었다. 물론 최국환이 직접 개입하면 회수가 가능했지만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설령 나중에 임가희가 설윤에게 본때를 보여주거나 최국환의 마음이 식는다고 해도 그동안 받았던 값비싼 선물은 여전히 가져갈 것이며 현금화하면 그래도 두둑이 챙길 수 있다.결국 임가희가 손을 쓰는 이상 설윤은 곧 최국환에게 찬밥 신세 당하므로 얼추 비슷한 액수의 보수를 받을뿐더러 임가희라는 인맥까지 확보하기에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였다.그제야 간하림은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설윤의 표정은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어젯밤에 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네 말이 맞아. 국환 씨 아내와 적이 된 이상 내가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상대방이 봐주는 건 아니지. 고작 돈 몇 푼

  • 위태로운 제안   제1268화

    “자, 이제 그만하고 출근하자. 아니면 매니저한테 또 혼날라.”설윤은 옷매무새를 다듬고 탈의실을 나가려고 했다.“먼저 가. 나 립스틱만 바르고.”“알았어.”설윤이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간하림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사모님이 부탁한 일이 어려운 것도 아니군.’...병원에 도착한 최동철은 올라가는 대신 온하랑에게 전화를 걸었다.온하랑은 부승민과 작별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섰다.유치원 확인하러 직접 다녀온다고 하는데 굳이 말릴 이유가 없었다.차에 타고 나서 메이슨을 데리러 갈 줄 알았던 그녀의 예상과 달리 최동철이 말했다.“별장에 계신 이모님이 연락이 와서 오늘 메이슨이 일어나자마자 발이 아프다고 했다네. 아마도 어제 강행군이었나 봐. 그래서 집에서 쉬겠다고 해서 우리 둘만 가면 돼.”온하랑은 미안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어제 많이 걸어 다니긴 했죠. 메이슨을 말렸어야 했는데...”“네 탓 아니야. 내가 너무 바빠서 녀석이랑 놀아주지 못하는 바람에 무리한 거지.”이에 온하랑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동철 오빠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메이슨도 철이 들었고.”최동철이 피식 웃었다.“우리 사이에 남사스럽게 뭔.”이동하는 동안 두 사람은 담소를 나누면서 편안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했다.동언 국제 유치원에 도착하자 젊은 선생님이 반갑게 맞이하며 소개와 함께 내부를 구경시켜주었다.“우리 유치원은 총 3개의 반으로 나뉘는데 최대 학생 수를 각각 20명 이내로 확보하여 교사들이 모든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게끔 노력하죠. 교실에는 멀티미디어 교육 장비가 구비되어 있으며 전용 독서 공간, 놀이 공간, 수공예 공간, 실내외 감시 카메라, 그리고...”꼼꼼하게 알아본 결과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 온하랑은 꽤 만족했다.이내 유치원을 나서고 최동철에게 의견을 물었다.최동철이 말했다.“몇 군데가 노후한 것만 빼고 기본적인 인프라는 괜찮네. 시설 개조 명목으로 2억을 기부할 생각이야. 게다가 메이슨도 특별한 케이스라

  • 위태로운 제안   제1267화

    설윤은 그녀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봤어? 다른 사람한테 절대 얘기하면 안 돼.”“당연하지.”간하림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나 몰라? 걱정 붙들어 매.”그리고 다정하게 설윤의 팔짱을 끼고 클럽 탈의실로 향했다.아직 아무도 없었고, 간하림은 옷을 갈아입으며 궁금한 듯 물었다.“윤아, 최 회장님과 어떻게 알게 되었어?”딱히 언급하고 싶지 않은 설윤은 대충 둘러댔다.“우연한 기회에 마주쳤어. 전에 일하던 곳에 놀러 왔다가 마침 내가 접대를 담당했거든.”그러고 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간하림은 부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이내 손을 뻗어 설윤의 잘록한 허리를 꼬집었고, 뽀얀 피부에 선명한 붉은 자국을 바라보았다.“최 회장님이 네가 진짜 마음에 드나 봐. 직접 출근하는 곳까지 데려다주고, 정말 좋겠네.”설윤은 피식 웃으며 옷을 갈아입었다.“너도 든든한 지원군이 있잖아.”“든든하긴 개뿔! 하늘과 땅 차이거든?”간하림이 툴툴거렸다.“가게에 오면 지명할 뿐이지 너처럼 최 회장님 전속 담당이 아니야.”심지어 손님마저 감히 설윤에게 집적거리지 못했고, 누가 봐도 사전에 단단히 경고한 게 분명했다. 반면, 그녀는 치근덕거리는 사람이 있어도 꾹 참아야만 했다.설윤은 웃으면서 아무 말 없이 거울을 보며 헤어스타일을 다듬었다.“윤아, 나중에 사모님이 되면 날 잊지 마.”“무슨 소리 하는 거야? 우리가 뭐 하는 사람인지 정녕 몰라?”이내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바르더니 간하림을 흘겨보았다.“국환 씨가 싫증이 나기 전에 돈이라도 두둑이 챙기면 땡큐고, 사모님은 감히 넘보지도 않아.”간하림은 납득할 수 없는 듯 바짝 다가갔다.“우리가 뭐 어때서? 최 회장님 와이프도 결국에는 사모님 자리에 오르는 데 성공했잖아. 그리고 며칠 전 기사 못 봤어?”“무슨 기사?”곧이어 출입구를 힐끗 쳐다보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누군가 최 회장님 와이프의 얼굴을 칼로 난도질해서 끔찍한 상처를 입었대.”“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 위태로운 제안   제1266화

    임연지는 집에 도착하자 거실 소파에 앉아 굳은 얼굴로 손에 든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는 임가희를 발견했다.테이블에 놓인 등기 전용 서류 봉투 위에 여러 장의 사진이 널브러져 있었다.“고모, 왜 그래요?”말을 마치고 나서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고모부가...”이내 나머지 사진도 확인했는데 전부 어떤 젊은 여자와 다정한 스킨십을 하는 최국환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결코 가벼운 사이는 아닌 듯싶었다.“왜 이렇게 소란스러워?”임가희가 싸늘한 얼굴로 그녀를 흘겨보았다.임연지는 목을 움츠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그리고 쪼그리고 앉아 임가희를 올려다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고모, 이제 어떡해요?”“어떡하긴?”임가희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모른 척해야지. 지금 네 고모부 덕분에 우리가 먹고 사는 거야. 괜히 추궁했다가 홧김에 쫓아내기라도 한다면 더 손해이지 않겠어?”그렇다고 마냥 당할 수는 없었다.지금껏 비슷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지만 하나같이 머리가 텅 빈 여자들이라 그녀의 도발에 넘어가서 부랴부랴 찾아와 따지기 급급했다. 나중에 울면서 최국환에게 하소연하면 정이 떨어진다며 다시는 만나주지 않았다.또한 최국환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신분과 집안, 그리고 사회적 지위 때문이었다.어쨌거나 그 나이 먹고 결혼을 3번이나 하면서 웃음거리로 전락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본처의 자리를 위협받지 않은 이상 고작 여자 문제로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뭐 있겠는가? 뒤에서 몰래 처리하면 그만이었다.“그냥 넘어가려고요?”비록 고모의 말도 맞지만 그래도 왠지 꺼림칙했다.“넌 신경 쓰지 마. 고모부 앞에서도 티 내지 말고.”임연지는 사진 속 여자를 힐끗 쳐다보며 속으로 ‘여우 년’이라고 욕하고 마지못해 대답했다.“알았어요.”임가희는 사진을 모두 치웠다.무언가를 떠올린 듯 임연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참, 고모, 만약 이 여자가 임신하면 어떡해요?”“네 고모부의 컨

  • 위태로운 제안   제1265화

    “침착해.”임연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호텔에서 제공한 가운을 느긋하게 껴입었다.“샤워했어? 나랑 같이 씻을래?”“꿈 깨.”이내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으면서 문을 열자 알몸으로 나타나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려는 오재원을 발견했다.“연지야.”그녀는 남자의 손길을 슬쩍 피했다.“호텔에서 푹 쉬어. 먼저 가볼게.”“아직 이른데? 좀 더 있다 가.”“안돼.”임연지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오재원을 스쳐 지나가 침대 옆으로 걸어가서 바닥에 떨어진 옷을 집어 들었다.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쌀쌀맞은 얼굴을 보자 오재원은 꼬리를 내렸다.“알았어. 그럼 언제 다시 올 거야? 그리고 원하는 집이 있으면 알려줘. 부동산에 물어볼게.”“방 3개, 풀옵션. 나머지는 알아서 해.”“그래.”임연지는 옷매무새와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방을 나갔다.그리고 문이 닫히는 순간 뒤돌아보며 혀를 찼다.‘역겨운 놈.’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몸을 싣고 한진에게 답장을 보냈다.[호텔을 벗어나니 공기마저 상쾌한 기분이야.]한진이 대답했다.[하하하! 참,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우리 오빠가 인맥을 동원해서 각 언론사에 수시로 주시하라고 했잖아. 그중에서 제보받은 회사가 있는데 편집장이 이메일을 보자마자 오빠한테 연락했대.]그러고 나서 이메일의 스크린샷을 보내주었다.본문의 첫 마디가 온하랑이 필라시에서 유학할 때 최동철과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었다.임연지는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대박인데? 고마워, 한진아. 오빠한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해줘. 네가 아니었다면 진짜 아프리카로 쫓겨났을지도 몰라.]그동안 한진의 오빠가 사전에 뉴스를 차단하지 못하고 자칫 폭로라도 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이제 결과를 확인한 이상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하지만 대체 누가 제보했단 말이지?한진이 다시 문자를 보냈다.[물론 메일 주소를 역추적한 결과 여전히 너희 집으로 되어 있어. 아마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가상 주소를 사용한 것 같아.][미친놈.]임연지는 화가 나서 머리카락을

  • 위태로운 제안   제1264화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임연지는 그 틈을 타서 오재원의 손을 뿌리치고 재빨리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갔다.오재원은 그녀를 따라 나가려고 했지만 잠시 뒤 자신이 들고 있던 캐리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끌며 엘리베이터를 나왔다.방에 들어가자 오재원은 서둘러 캐리어를 한쪽으로 밀어두고 임연지를 끌어안고는 침대 쪽으로 밀어붙였다. “연지야, 빨리 나 주라고. 더는 참을 수 없어.”“오재원! 이거 놔! 먼저 일어나!”“안 돼. 연지야,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그냥 즐기기만 하면 돼.” 그녀는 그를 힘껏 밀쳤고 마음속에서 강한 반감을 느꼈다. 그녀는 그의 억제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오재원의 힘이 너무 강해 벗어나기 힘들었다. “오재원, 내 말 들어봐. 우리 얘기 좀 해야 해.” 임연지는 차분하게 말하며 그가 자신의 말을 듣길 바랐다.하지만 오재원은 이미 욕망에 눈이 멀어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임연지에게 입을 맞추려 했고 손은 그녀의 몸을 함부로 만지기 시작했다.“얘기할 필요 없어. 네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걸 알아. 우리는 지금 중요한 일을 하는 거야.” 그는 말을 마친 후 임연지의 입술을 막았다. “연지야, 잘 생각해. 네가 만약 나를 밀어내면 난 바로 나갈 거야.” 임연지는 속에서 역겨움이 밀려왔지만 그녀의 밀치는 손길은 결국 멈춰 섰다.“그래 이거지.”오재원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는 충분히 즐겼다. 모든 일이 끝난 후 오재원은 임연지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너 너무 향기로워. 연지야. 어쩌면 이제 우리 아이가 여기 있을지도 모르겠네.”임연지는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더 이상 그를 피하지 않으면 정말로 오재원에게 뺨을 갈길 것만 같았다.화장실에 들어간 임연지는 핸드폰을 꺼내 한진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진아, 살려줘. 진짜 그 사람이 너무 싫어!][돌아오자마자 나랑 자려고 하고 역겨워 죽겠어!][내가 기다리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