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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화

온하랑이 웃으며 안전벨트를 풀고 조수석에서 내리더니 뒷좌석에 올라타며 말했다.“난 시아랑 뒤에 탈게.”“당신은 내 라이벌이에요!”쪼끄만 아이가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는지 온하랑을 보며 진지하게 말하자 온하랑은 하마터면 웃음을 참지 못할 뻔했다.“맞아, 난 네 라이벌이야.”그때, 부승민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전화를 받았다.“...뭐라고?”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상대방에게 물었다.온하랑은 백미러로 그의 미간이 찌푸려지는 걸 보았다.전화기 너머에서 무슨 말을 했는진 모르겠지만 부승민이 버럭 화를 냈다.“됐어! 핑계대지말고 일단 먼저 진정시켜. 내가 지금 갈 테니까.”전화를 끊은 그가 이어폰을 수납함에 던져넣었다.“무슨 일이야?”온하랑이 물었다.“뉴욕지사의 한 직원이 실수했나 봐. 내가 직접 가서 처리해야 할 것 같아.”부승민이 백미러로 온하랑을 보며 말했다.“얼마나 걸리는데?”“이틀. 넌 어떡하려고? 나랑 같이 갈래?”“연휴도 거의 끝나가는데, 난 먼저 강남시에 돌아가 있을게.”“알겠어, 도착하면 비서한테 너 마중 나오라고 할게.”“응.”“강남시가 어디예요?”옆에 있던 부시아가 두 사람의 대화를 다 듣고는 묻자 부승민이 웃으며 말했다.“시아 너, 삼촌이랑 말 안 한다고 하지 않았어?”“흥.”그러자 부시아가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삼촌한테 물어본 거 아니거든요. 숙모한테 물어본 건데.”온하랑은 부시아의 귀여운 행동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가 백미러로 부승민과 눈을 한번 마주치고는 말했다.“강남시는 Z국에 있어. 시아 삼촌이랑 할머니의 고향이야. 이제 기회가 되면 할머니한테 시아 데리고 놀러 가 달라고 하면 되겠다.”부시아가 도도하게 말했다.“당연히 그래야죠.”부시아는 조금 전 자기 입으로 부승민과 얘기하지 않겠다고 한 건 다 잊어버린 듯 가는 길 내내 부승민에게 자신이 학교에서 겪었던 일을 재잘재잘 말했다.친해지면 말이 많아지는 스타일 인 것 같았다.부선월의 집에 도착한 후 온하랑은 부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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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부선월의 집에서 밥을 먹은 후, 부승민은 온하랑을 호텔에 데려다주고는 바로 뉴욕으로 향했다.온하랑도 호텔에서 하룻밤 묵은 후, 다음 날 바로 강남시로 돌아갔다.추석 연휴의 여행이 이로써 끝이 났다.온하랑은 기사에게 연락하지 않고 대신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연락해 그녀를 마중 나와 달라고 했다.비행기에서 내린 그녀는 아주머니와 함께 병원으로 가 산부인과 검사를 받았다.그녀는 이제 임신 14주 차가 되었다. 초음파 검사에서 태아가 이미 어느 정도 자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의사가 옆에 있는 아주머니에게 말했다.“여기 보이시는 게 아기 손이고요, 이게 발이에요. 여기가 머리인데 아직 눈이랑 코는 잘 안 보이네요. 아기는 건강하고요, 발육도 잘 되었네요.”의사의 말은 들은 아주머니가 매우 기뻐했다.산부인과 검사가 끝나고 진료실을 나서려고 할 때 의사가 당부했다.“임신 기간에는 성관계를 절제하실 필요가 있어요. 태아 발육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온하랑이 얼굴을 붉히며 알겠다고 대답했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주머니가 부승민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봤지만 온하랑은 묵묵부답이었다.집에 돌아온 후, 온하랑은 짐을 간단히 풀고 휴식을 취한 후 곧바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10월 7일부터는 다시 출근하기 시작했다.온하랑이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을 때,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누군가 급하게 노크했다.“들어오세요.”비서가 빠른 걸음으로 들어오며 말했다.“온 전무님, 밖에 지금 형사님 두 분이 와 계시는데...”비서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형사로 보이는 두 사람이 온하랑의 사무실로 들어오더니 신분증을 보여주었다.왼쪽에 서 있던 사람이 입을 열었다.“온하랑 씨 되십니까?”온하랑은 하고 있던 일을 중단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네, 제가 온하랑입니다. 무슨 일이시죠?”“BX 그룹의 한 비서에게서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누군가 상업 기밀을 유출했다는데 온하랑 씨에게 혐의가 있어서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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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알겠어요, 같이 가시죠.”온하랑이 컴퓨터를 끄고 가방을 챙기며 말했다.그러자 형사 둘이 온하랑의 양쪽에 서서 그녀를 데리고 나갔다.그중 한 형사가 문밖으로 나서며 오상철에게 한마디 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오상철 부대표님. 저희가 꼭 확실하게 조사하겠습니다.”경찰서에 들어선 후, 온하랑은 핸드폰을 바친 뒤 심문실에 들어갔다.그녀의 맞은편에 앉은 경찰이 그날의 CCTV를 보며 온하랑에게 물었다.“온하랑 씨, 그날 왜 부승민 씨의 사무실에 들어간 거죠? 들어가기 전에 부승민 씨가 회사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나요?”“알고 있었어요. 제가 부승민 씨의 사무실에 간 건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였어요. 부승민 씨의 허락을 받았고요.”경찰이 그날 온하랑과 부승민이 나눈 대화 내역을 보며 말했다.“둘은 무슨 사이죠?”“부부예요.”경찰이 온하랑을 한번 보고는 심문실을 나갔고, 방 안에는 온하랑만 남게 되었다.온하랑은 그날 부승민의 허락을 받고 그의 사무실에 들어갔다는 걸 증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증명할 수 있는 건 그것뿐, 중간에 부승민의 사무실에서 혼자 있을 때 무슨 일을 했는지는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니 진짜 범인을 잡기 전까지 그녀는 혐의를 벗을 수 없었다.하지만 혐의와는 별개로 그녀가 범인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이상 24시간이 지나면 그녀는 풀려날 수 밖에 없었다.문제가 있다면 24시간이 생각보다 긴 시간이라는 것이었다.심문실에는 의자와 책상만 있었다.온하랑은 의자에 기대 앉은 채 의자 손잡이에 팔을 대고 턱을 괬다.그 자세로 얼마 동안 있고 난 뒤, 온하랑은 일어서서 심문실을 이리저리 걸어 다니다가 다시 의자에 앉았다.심문실 안은 그녀의 숨소리만 가득했고, 아무것도 없는 밀폐된 방에 할 일도 없이 혼자 있는 건 지루하고 약간 무섭기까지 했다.점심시간이 되자 한 경찰이 간단한 밥과 반찬, 그리고 물 한 병을 가져다주었다.온하랑은 입맛이 없었지만 배 속의 아이를 생각해서 밥을 몇 입 정도 먹은 후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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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부승민을 따라 심문실을 나서던 온하랑이 계성진을 발견했다.그때, 부승민이 계성진의 곁을 지나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여기는 알아서 처리해 줘, 우리는 먼저 가볼게.”“네.”온하랑도 계성진에게 고개를 약간 숙여 인사했다.온하랑은 계성진과 아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가 BX 그룹 법무팀의 특채 변호사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는 강남시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스타 변호사였다.온하랑은 계성진이 기밀 유출 사건의 조사 때문에 경찰서에 왔다가 그냥 온 김에 그녀를 빼내 준 것이라고 추측했다.온하랑이 부승민의 뒤를 따라가며 물었다.“뉴욕에 이틀 정도 있다 온다 하지 않았어? 왜 이렇게 빨리 왔어?”부승민이 어두운 눈으로 온하랑을 보더니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으며 어이없다는 듯웃었다.“그걸 말이라고 해? 그럼 뭐 네가 진짜 안에서 밤이라도 새게 내버려 둬?”이틀은 그저 대략 예상한 시간이었을 뿐이고, 일을 일찍 끝낸 그는 바로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비행기가 착륙한 후 연민우가 남긴 메시지를 확인한 그는 바로 경찰서로 달려오며 계성진에게 연락했다.온하랑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오상철 부대표가 직원들 다 보는 앞에서 그렇게 말하는 데 나도 어쩔 수 없었어...”그렇다고 사람들 앞에서 그들이 부부라는 사실을 공개할 수는 없었으니까.“고집은.”부승민이 그녀를 약간 질책했다.“할아버지나, 작은삼촌이나, 혹은 부민재한테 연락해도 넌 당장 거기를 빠져나올 수 있었어.”다른 사람이었다면 경찰서에 발을 들이기도 전에 혐의에서 벗어났을 텐데 온하랑만 미련하게 그 안에 갇혀 한나절을 보냈다.그녀는 상류층에 속해 있으면서도 여전히 서민의 마음가짐을 갖고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마음가짐과는 별개로 이런 위치에 있으면 사람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릴 수밖에 없었다.온하랑이 회사에 금방 들어갔을 때 그녀가 부씨 집안 빽으로 들어왔다는 소문이 자자했었다. 그래서 그녀는 지난 몇 년 동안 일에 더 매진해서 자기 능력을 증명하려고 노력했다.온하랑은 만약 그녀가 회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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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여보세요? 대표님? 대표님?”전화는 오상철에게서 걸려 온 것이었는데, 그는 부승민이 전화를 받은 후 아무 말도 없자 더 불안해졌다.그러다가 오상철이 세 번째로 부승민을 불렀을 때 전화기 저편에서 느릿한 대답이 들려왔다.“오상철 부대표님, 이 시간에 어쩐 일이시죠?”부승민은 방을 나와 방문을 닫은 후에야 오상철의 부름에 답했다.“대표님 귀국하셨나요? 연 비서한테서 들었는데 직원의 부주의로 뉴욕지사에 일이 터졌다면서요? 그래도 대표님이 계셔서 문제가 커지기 전에 잘 수습되었다고 들었어요. 역시 우리 회사는 대표님이 없으면 굴러가질 못한다니까요.”오상철이 전화하자마자 갑자기 아부의 말을 쏟아내자 부승민이 예의상 웃어 보이며 말했다.“무슨 용건으로 전화하셨죠?”오상철은 그제야 전화를 한 진짜 이유를 말했다.“회사 기밀이 유출되었다는 사실에 제가 맘이 너무 급한 나머지 온 전무님을 의심했습니다. 저는 그저 회사를 위하는 마음에 그랬을 뿐 온 전무에게 사적인 감정으로 그런 게 절대 아니니 대표님이 대신 온 전무에게 말 좀 잘 해주실 수 있을까요.”부승민이 온하랑을 경찰서에서 빼낸 후 집에 데려오자마자 오상철에게서 전화가 왔다는 건, 오상철이 그를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오상철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었다면 온하랑에게 직접 전화했을 테지만 부승민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건 이번 일에 대한 부승민의 태도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겠지.만약 부승민이 이 일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 오상철은 걱정할 것 없이 평소처럼 지내면 된다.하지만 만약 부승민이 이번 일 때문에 오상철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품게 되었다면 늦기 전에 오해를 풀고 그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 나중에 부승민이 자신에게 복수하는 걸 방지해야 했다.“부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부대표님이 회사를 위하는 마음에 그렇게 했다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부대표님은 그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한 거잖아요. 온하랑 씨도 그 정도쯤은 알고 있으니 이해할 겁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말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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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온하랑이 부승민과 추서윤 사이에 끼어든 바람녀라는 기사는 이미 발표된 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여전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추서윤에 대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그 아래 댓글에 꼭 온하랑을 언급하고는 했다.특히 얼마 전 있었던 추서윤의 생일파티에 대해서도, 추서윤의 팬들은 그녀의 생일을 축하하는 동시에 온하랑에게 저주를 퍼부었다.온하랑의 아버지 때문에 온하랑을 두둔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발표회에서의 일도 온하랑이 바람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의거가 되었다.하지만 그 증거가 추서윤의 팬들을 설득할 정도로 유력하지는 않았기에 그들은 여전히 온하랑을 바람녀로 생각하고 있었다.이 스캔들에 관해서는 정확한 증거가 없었기에 이제껏 다들 이렇다 저렇다 추측만 할 뿐이었다.하지만 방금, 더 이상 추측으로 넘길 수 없을 정도의 명확한 사실 근거를 기반으로 한 기사가 터지며 부승민과 온하랑이 다시 실검에 올랐다.오늘 연민우가 전화한 건 바로 이 일 때문이었다.기사에는 온하랑과 부승민이 같이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 두 사람이 같이 쥬얼리 샵에서 쇼핑하고 있는 모습, BX 그룹 주차장에서 둘이 같은 차에 오르는 모습 등을 담은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더 이상 남매 관계라는 변명으로 넘어갈 수 없을 정도의 확실한 증거였다.이 사실을 가장 먼저 터뜨린 건 SNS에서 유명한 한 인플루언서였다.그는 사진들과 함께 긴 내용의 문자를 올렸는데 마치 부승민과 온하랑을 잘 아는 듯한 말투였다.[...사실 좀 슬퍼요, 저도 일이 이 지경까지 될 줄은 몰랐거든요. 대학교 때 부승민 씨와 추서윤 씨는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어요. 능력도 비슷하고, 집안 상황도 비슷하고, 정말 하늘이 빚어 준 것 같은 선남선녀였는데. 참 아쉽게 됐네요... 사실 저는 지금도 부승민 씨가 추서윤 씨를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쩔 수 없죠...][온하랑 씨도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뭐랄까... 음... 되게 도도하고 고압적이었어요. 얼마 전에 온하랑 씨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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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만약 추서윤이 이 스캔들에 껴있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을 것이었다.온하랑은 일반인이었고, 부승민은 비록 공인이지만 연예계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들의 연애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하지만 연예인과 관련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졌기에 사람들은 이번 일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게다가 이 스캔들에서 추서윤이 피해자였고 온하랑이 가해자였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본가들에게 그리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이 스캔들에서 온하랑과 부승민의 편을 드는 사람들은 다 자본가의 발닦개 취급을 받으며 같이 욕먹고 있었다.순식간에 두 사람에 관한 기사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며 BX 그룹의 주식마저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연민우의 전화를 끊은 부승민이 연락처를 뒤지더니 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몇초 후, 통화가 연결되어 전화 너머에서 한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부 대표님, 무슨 일이시죠?”“하루 줄게. 지금 당장 ‘스캔들 연구소’, ‘이슈텔러’, ‘연예계의 모든 것’, 이 세 SNS의 주인이 누군지 알아 와.”아무래도 이제껏 언론에 너무 관대하게 대처했나 보다. 그의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려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건지.전화기 너머의 남자가 건들거리며 말했다.“부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내일 좋은 소식 들고 올게요!”부승민은 전화를 끊고 포털사이트에 다시 들어갔다.연민우가 일을 잘 처리했는지 언론은 어느 정도 통제된 상태였다.그는 핸드폰 화면을 끄고 방으로 들어와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나간 거 아니었어?”문 닫는 소리에 눈을 뜬 온하랑이 부승민을 보며 말했다. 방금 잠에서 깬 탓에 목소리는 조금 잠겨있었다.부승민은 온하랑이 잠에서 깬 걸 알고는 큰 걸음으로 침대로 다가가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나가? 내가 가긴 어딜 가?”온하랑은 어둠 속에서 부승민을 뚫어지게 바라볼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녀와 한참 동안 눈을 마주치던 부승민은 그제야 깨달았다. 온하랑은 그가 추서윤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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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온하랑은 이주혁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녀가 아침을 먹고 있을 때 이주혁에게서 카톡이 왔다.[인터넷에서 떠드는 건 신경 쓰지 마. 그 사람들은 그냥 분풀이할 데가 필요한 것뿐이야. 시간이 지나면 관심 가지는 사람 없을 거야.]연예인들은 다들 세컨드 계정이 있었고 이주혁도 마찬가지였다.게다가 그는 온하랑에게 관심이 있었기에 댓글에서 온하랑을 욕하는 걸 보고는 참지 못하고 세컨드 계정으로 그들과 한 판 붙었다.[어이구, 온하랑 발닦개 납셨네...]그러나 결국은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산 채 무참히 패배하고 말았다.이 사실을 모르고 있던 온하랑은 그의 문자를 받고 어리둥절해졌다.[무슨 뜻이야?]채팅창의 1이 사라졌지만 이주혁은 오래도록 답장이 없었다.그는 지금 후회하고 있었다.온하랑이 스캔들이 터진 사실을 모른다는 걸 알았더라면 절대 방금 그 문자를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이제 와서 문자를 취소하는 것도 웃기기만 할 뿐이었다.온하랑도 뭔가를 눈치채고 다시 물었다.[안 알려줄 거야? 그럼 내가 알아서 찾아봐도 되고.]그러자 이주혁은 어쩔 수 없이 온하랑에게 ‘스캔들 연구소’가 올린 게시물의 링크를 보냈다.[이런 건 그냥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언론사들은 말도 안 되는 얘기만 지어내고, 네티즌들도 그냥 생각 없이 따라서 욕하는 것뿐이야. 그러니까 맘에 담아두지 마.]이주혁은 링크와 함께 위로의 말도 보냈다.이주혁이 보내준 게시물을 쭉 훑어본 온하랑은 표정 변화가 없었다.‘뭐, 글은 잘 쓰네. 말도 두루뭉술하게 잘하고. 딱 언론인이 쓸 법한 글이네.’스크롤을 아래로 쭉쭉 내리다가 게시물이 올라온 시간을 확인한 그녀는 고개를 들어 맞은 편에 앉아 있는 부승민을 보았다.“기사 봤어. 새벽에 연 비서님한테서 전화 온 거 이거 때문이야?”부승민은 그녀의 핸드폰 화면을 흘깃 보더니 말했다.“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 이미 사람 시켜서 다 처리했어.”“그래.”말은 마친 온하랑은 여전히 표정 변화 없이 샌드위치를 한입 물었다.그 사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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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게다가 부승민은 왠지 모르게 그에게 적의를 보이기도 했다.예전에 그냥 착각이라고 생각하며 넘긴 것들이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 보니 퍼즐이 맞춰지는 듯했다.자세히 생각해 보면 온하랑이 말하는 남자 친구가 부승민 임을 가리키는 많은 단서들이 있었다.생각이 꼬리를 물며 이어지던 중, 이주혁은 일전에 온하랑이 남자 친구와 곧 헤어질 것 같다고 얘기했던 때가 부승민이 추서윤을 위해 생일파티를 준비했을 때라는 걸 기억해 냈다.그리고 추서윤이 화상을 입었을 때 그녀가 별로 크게 다치지 않았는데도 부승민이 그녀의 옆에서 밤새 간호했다는 사실도 떠올렸다.추서윤과 부승민의 관계가 이렇게 복잡하게 이어져 있는데, 그런 남자가 온하랑에게 어울리기나 할까?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이주혁은 온하랑에게 다시 문자를 보냈다.[하랑아, 만약 그 기사가 사실이라면 넌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부승민은 네가 의지할 만한 사람이 아니야,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핸드폰을 켠 온하랑이 이주혁에게서 온 두 통의 문자를 확인했다.예전의 그녀였다면 이 상황에서 부승민을 두둔하고 나섰겠지만 지금은 그저 미간을 찌푸릴 뿐이었다.온하랑이 답장을 보내려고 할 때 옆에서 부승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의지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그가 가소롭다는 듯 약간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럼 누가 의지 할 만한 사람인데? 이주혁이?”깜짝 놀란 온하랑이 핸드폰을 몸 뒤로 숨기며 경계 어린 눈빛으로 부승민을 보았다.“왜 남의 핸드폰을 훔쳐봐?”“훔쳐본 적 없어. 당당하게 본 건데.”부승민은 밥 먹을 때 그녀가 계속 핸드폰을 붙들고 있기에 뭐하나 궁금해서 살짝 곁눈질했고 그때 이미 온하랑이 이주혁과 문자를 주고받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그 사실만으로도 짜증이 나는데 온하랑이 차에 올라타서도 이주혁과 문자를 하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부승민은 그녀의 핸드폰을 들여다보았고 그 웃기지도 않는 대화 내용을 보게 되었다.“너...”온하랑이 부승민을 흘겨보고는 핸드폰을 다시 꺼내 이주혁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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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무슨 실검?”그러자 옆사람이 말을 받았다.“나 봤어! 새벽에 터진 그거 말하는 거지? 1시간도 안돼서 감쪽같이 사라지던데? 역시 우리 부 대표님 대단하시다니까.”“대체 무슨 실검인데?”“소리야, 너 알면 진짜 충격받을 텐데.”소리라고 불린 직원이 헛숨을 들이키며 말했다.“설마 민윤커플이 깨진 거야?”다른 두 여직원은 소리가 민윤커플의 팬인 걸 알고 있었고 그녀가 얼마나 그들을 지지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소리는 SNS에서 꽤 유명한 민윤커플의 팬이었다.그녀는 BX 그룹의 직원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SNS에 ‘추서윤이 부승민을 찾으러 또 회사에 왔다.’ 같은 소식을 올렸고 그 덕분에 팔로워가 적지 않았다.“맞아. 부 대표님이랑 MQ의 온 전무에 관한 얘기인데... 인스타그램에 ‘스캔들 연구소’라고 쳐봐.”소리가 검색을 하자 다른 한 사람이 말을 이었다.“봐봐, 증거도 꽤 많아. 이건 빼박이지. 같이 집에 들어가는 사진이 엄청 많이 찍혔어.”“아아악-!”게시물을 확인한 소리가 비명을 내질렀다.“이게 뭐야?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부 대표님은 추서윤씨랑 사귀는 거 아니었어? 내 민윤커플...”“그러게 덕질하는데 감정을 쏟으면 안된다니까? 부자들이 다 그렇지 뭐. 그나저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냐 더니, 역시 얼마 전에 그런 소문이 돈 데는 다 이유가 있다니까. 온하랑도 진짜 역겹다, 어쩜 임자 있는 사람을 꼬시고 다녀...”“아아악! 진짜 짜증 나 죽겠네. 남의 남자 뺏는 X들은 다 죽어야 돼!”“조용히 해, 누가 들으면 어떡해.”“괜찮아, 여기 다른 사람 없어.”“...”온하랑은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아, 진짜 토 나오네. 발표회 때 그런 짓을 해놓고 죽은 아버지 팔아서 인성 세탁했잖아. 사람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지? 진짜 그 아버지 없었으면 어쩔뻔했대?”소리가 큰소리로 온하랑을 욕했다.그녀는 신제품 발표회 날 온하랑과 부승민이 이런저런 이벤트를 같이 했을 때부터 온하랑을 곱지 않게 보고 있었다.“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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