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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화

작가: 고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3-27 22:38:41
온하랑이 웃으며 안전벨트를 풀고 조수석에서 내리더니 뒷좌석에 올라타며 말했다.

“난 시아랑 뒤에 탈게.”

“당신은 내 라이벌이에요!”

쪼끄만 아이가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는지 온하랑을 보며 진지하게 말하자 온하랑은 하마터면 웃음을 참지 못할 뻔했다.

“맞아, 난 네 라이벌이야.”

그때, 부승민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전화를 받았다.

“...뭐라고?”

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상대방에게 물었다.

온하랑은 백미러로 그의 미간이 찌푸려지는 걸 보았다.

전화기 너머에서 무슨 말을 했는진 모르겠지만 부승민이 버럭 화를 냈다.

“됐어! 핑계대지말고 일단 먼저 진정시켜. 내가 지금 갈 테니까.”

전화를 끊은 그가 이어폰을 수납함에 던져넣었다.

“무슨 일이야?”

온하랑이 물었다.

“뉴욕지사의 한 직원이 실수했나 봐. 내가 직접 가서 처리해야 할 것 같아.”

부승민이 백미러로 온하랑을 보며 말했다.

“얼마나 걸리는데?”

“이틀. 넌 어떡하려고? 나랑 같이 갈래?”

“연휴도 거의 끝나가는데, 난 먼저 강남시에 돌아가 있을게.”

“알겠어, 도착하면 비서한테 너 마중 나오라고 할게.”

“응.”

“강남시가 어디예요?”

옆에 있던 부시아가 두 사람의 대화를 다 듣고는 묻자 부승민이 웃으며 말했다.

“시아 너, 삼촌이랑 말 안 한다고 하지 않았어?”

“흥.”

그러자 부시아가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

“삼촌한테 물어본 거 아니거든요. 숙모한테 물어본 건데.”

온하랑은 부시아의 귀여운 행동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가 백미러로 부승민과 눈을 한번 마주치고는 말했다.

“강남시는 Z국에 있어. 시아 삼촌이랑 할머니의 고향이야. 이제 기회가 되면 할머니한테 시아 데리고 놀러 가 달라고 하면 되겠다.”

부시아가 도도하게 말했다.

“당연히 그래야죠.”

부시아는 조금 전 자기 입으로 부승민과 얘기하지 않겠다고 한 건 다 잊어버린 듯 가는 길 내내 부승민에게 자신이 학교에서 겪었던 일을 재잘재잘 말했다.

친해지면 말이 많아지는 스타일 인 것 같았다.

부선월의 집에 도착한 후 온하랑은 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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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202화

    부선월의 집에서 밥을 먹은 후, 부승민은 온하랑을 호텔에 데려다주고는 바로 뉴욕으로 향했다.온하랑도 호텔에서 하룻밤 묵은 후, 다음 날 바로 강남시로 돌아갔다.추석 연휴의 여행이 이로써 끝이 났다.온하랑은 기사에게 연락하지 않고 대신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연락해 그녀를 마중 나와 달라고 했다.비행기에서 내린 그녀는 아주머니와 함께 병원으로 가 산부인과 검사를 받았다.그녀는 이제 임신 14주 차가 되었다. 초음파 검사에서 태아가 이미 어느 정도 자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의사가 옆에 있는 아주머니에게 말했다.“여기 보이시는 게 아기 손이고요, 이게 발이에요. 여기가 머리인데 아직 눈이랑 코는 잘 안 보이네요. 아기는 건강하고요, 발육도 잘 되었네요.”의사의 말은 들은 아주머니가 매우 기뻐했다.산부인과 검사가 끝나고 진료실을 나서려고 할 때 의사가 당부했다.“임신 기간에는 성관계를 절제하실 필요가 있어요. 태아 발육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온하랑이 얼굴을 붉히며 알겠다고 대답했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주머니가 부승민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봤지만 온하랑은 묵묵부답이었다.집에 돌아온 후, 온하랑은 짐을 간단히 풀고 휴식을 취한 후 곧바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10월 7일부터는 다시 출근하기 시작했다.온하랑이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을 때,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누군가 급하게 노크했다.“들어오세요.”비서가 빠른 걸음으로 들어오며 말했다.“온 전무님, 밖에 지금 형사님 두 분이 와 계시는데...”비서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형사로 보이는 두 사람이 온하랑의 사무실로 들어오더니 신분증을 보여주었다.왼쪽에 서 있던 사람이 입을 열었다.“온하랑 씨 되십니까?”온하랑은 하고 있던 일을 중단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네, 제가 온하랑입니다. 무슨 일이시죠?”“BX 그룹의 한 비서에게서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누군가 상업 기밀을 유출했다는데 온하랑 씨에게 혐의가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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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203화

    “알겠어요, 같이 가시죠.”온하랑이 컴퓨터를 끄고 가방을 챙기며 말했다.그러자 형사 둘이 온하랑의 양쪽에 서서 그녀를 데리고 나갔다.그중 한 형사가 문밖으로 나서며 오상철에게 한마디 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오상철 부대표님. 저희가 꼭 확실하게 조사하겠습니다.”경찰서에 들어선 후, 온하랑은 핸드폰을 바친 뒤 심문실에 들어갔다.그녀의 맞은편에 앉은 경찰이 그날의 CCTV를 보며 온하랑에게 물었다.“온하랑 씨, 그날 왜 부승민 씨의 사무실에 들어간 거죠? 들어가기 전에 부승민 씨가 회사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나요?”“알고 있었어요. 제가 부승민 씨의 사무실에 간 건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였어요. 부승민 씨의 허락을 받았고요.”경찰이 그날 온하랑과 부승민이 나눈 대화 내역을 보며 말했다.“둘은 무슨 사이죠?”“부부예요.”경찰이 온하랑을 한번 보고는 심문실을 나갔고, 방 안에는 온하랑만 남게 되었다.온하랑은 그날 부승민의 허락을 받고 그의 사무실에 들어갔다는 걸 증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증명할 수 있는 건 그것뿐, 중간에 부승민의 사무실에서 혼자 있을 때 무슨 일을 했는지는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니 진짜 범인을 잡기 전까지 그녀는 혐의를 벗을 수 없었다.하지만 혐의와는 별개로 그녀가 범인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이상 24시간이 지나면 그녀는 풀려날 수 밖에 없었다.문제가 있다면 24시간이 생각보다 긴 시간이라는 것이었다.심문실에는 의자와 책상만 있었다.온하랑은 의자에 기대 앉은 채 의자 손잡이에 팔을 대고 턱을 괬다.그 자세로 얼마 동안 있고 난 뒤, 온하랑은 일어서서 심문실을 이리저리 걸어 다니다가 다시 의자에 앉았다.심문실 안은 그녀의 숨소리만 가득했고, 아무것도 없는 밀폐된 방에 할 일도 없이 혼자 있는 건 지루하고 약간 무섭기까지 했다.점심시간이 되자 한 경찰이 간단한 밥과 반찬, 그리고 물 한 병을 가져다주었다.온하랑은 입맛이 없었지만 배 속의 아이를 생각해서 밥을 몇 입 정도 먹은 후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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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204화

    부승민을 따라 심문실을 나서던 온하랑이 계성진을 발견했다.그때, 부승민이 계성진의 곁을 지나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여기는 알아서 처리해 줘, 우리는 먼저 가볼게.”“네.”온하랑도 계성진에게 고개를 약간 숙여 인사했다.온하랑은 계성진과 아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가 BX 그룹 법무팀의 특채 변호사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는 강남시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스타 변호사였다.온하랑은 계성진이 기밀 유출 사건의 조사 때문에 경찰서에 왔다가 그냥 온 김에 그녀를 빼내 준 것이라고 추측했다.온하랑이 부승민의 뒤를 따라가며 물었다.“뉴욕에 이틀 정도 있다 온다 하지 않았어? 왜 이렇게 빨리 왔어?”부승민이 어두운 눈으로 온하랑을 보더니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으며 어이없다는 듯웃었다.“그걸 말이라고 해? 그럼 뭐 네가 진짜 안에서 밤이라도 새게 내버려 둬?”이틀은 그저 대략 예상한 시간이었을 뿐이고, 일을 일찍 끝낸 그는 바로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비행기가 착륙한 후 연민우가 남긴 메시지를 확인한 그는 바로 경찰서로 달려오며 계성진에게 연락했다.온하랑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오상철 부대표가 직원들 다 보는 앞에서 그렇게 말하는 데 나도 어쩔 수 없었어...”그렇다고 사람들 앞에서 그들이 부부라는 사실을 공개할 수는 없었으니까.“고집은.”부승민이 그녀를 약간 질책했다.“할아버지나, 작은삼촌이나, 혹은 부민재한테 연락해도 넌 당장 거기를 빠져나올 수 있었어.”다른 사람이었다면 경찰서에 발을 들이기도 전에 혐의에서 벗어났을 텐데 온하랑만 미련하게 그 안에 갇혀 한나절을 보냈다.그녀는 상류층에 속해 있으면서도 여전히 서민의 마음가짐을 갖고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마음가짐과는 별개로 이런 위치에 있으면 사람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릴 수밖에 없었다.온하랑이 회사에 금방 들어갔을 때 그녀가 부씨 집안 빽으로 들어왔다는 소문이 자자했었다. 그래서 그녀는 지난 몇 년 동안 일에 더 매진해서 자기 능력을 증명하려고 노력했다.온하랑은 만약 그녀가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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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205화

    “여보세요? 대표님? 대표님?”전화는 오상철에게서 걸려 온 것이었는데, 그는 부승민이 전화를 받은 후 아무 말도 없자 더 불안해졌다.그러다가 오상철이 세 번째로 부승민을 불렀을 때 전화기 저편에서 느릿한 대답이 들려왔다.“오상철 부대표님, 이 시간에 어쩐 일이시죠?”부승민은 방을 나와 방문을 닫은 후에야 오상철의 부름에 답했다.“대표님 귀국하셨나요? 연 비서한테서 들었는데 직원의 부주의로 뉴욕지사에 일이 터졌다면서요? 그래도 대표님이 계셔서 문제가 커지기 전에 잘 수습되었다고 들었어요. 역시 우리 회사는 대표님이 없으면 굴러가질 못한다니까요.”오상철이 전화하자마자 갑자기 아부의 말을 쏟아내자 부승민이 예의상 웃어 보이며 말했다.“무슨 용건으로 전화하셨죠?”오상철은 그제야 전화를 한 진짜 이유를 말했다.“회사 기밀이 유출되었다는 사실에 제가 맘이 너무 급한 나머지 온 전무님을 의심했습니다. 저는 그저 회사를 위하는 마음에 그랬을 뿐 온 전무에게 사적인 감정으로 그런 게 절대 아니니 대표님이 대신 온 전무에게 말 좀 잘 해주실 수 있을까요.”부승민이 온하랑을 경찰서에서 빼낸 후 집에 데려오자마자 오상철에게서 전화가 왔다는 건, 오상철이 그를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오상철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었다면 온하랑에게 직접 전화했을 테지만 부승민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건 이번 일에 대한 부승민의 태도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겠지.만약 부승민이 이 일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 오상철은 걱정할 것 없이 평소처럼 지내면 된다.하지만 만약 부승민이 이번 일 때문에 오상철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품게 되었다면 늦기 전에 오해를 풀고 그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 나중에 부승민이 자신에게 복수하는 걸 방지해야 했다.“부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부대표님이 회사를 위하는 마음에 그렇게 했다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부대표님은 그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한 거잖아요. 온하랑 씨도 그 정도쯤은 알고 있으니 이해할 겁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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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206화

    온하랑이 부승민과 추서윤 사이에 끼어든 바람녀라는 기사는 이미 발표된 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여전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추서윤에 대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그 아래 댓글에 꼭 온하랑을 언급하고는 했다.특히 얼마 전 있었던 추서윤의 생일파티에 대해서도, 추서윤의 팬들은 그녀의 생일을 축하하는 동시에 온하랑에게 저주를 퍼부었다.온하랑의 아버지 때문에 온하랑을 두둔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발표회에서의 일도 온하랑이 바람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의거가 되었다.하지만 그 증거가 추서윤의 팬들을 설득할 정도로 유력하지는 않았기에 그들은 여전히 온하랑을 바람녀로 생각하고 있었다.이 스캔들에 관해서는 정확한 증거가 없었기에 이제껏 다들 이렇다 저렇다 추측만 할 뿐이었다.하지만 방금, 더 이상 추측으로 넘길 수 없을 정도의 명확한 사실 근거를 기반으로 한 기사가 터지며 부승민과 온하랑이 다시 실검에 올랐다.오늘 연민우가 전화한 건 바로 이 일 때문이었다.기사에는 온하랑과 부승민이 같이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 두 사람이 같이 쥬얼리 샵에서 쇼핑하고 있는 모습, BX 그룹 주차장에서 둘이 같은 차에 오르는 모습 등을 담은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더 이상 남매 관계라는 변명으로 넘어갈 수 없을 정도의 확실한 증거였다.이 사실을 가장 먼저 터뜨린 건 SNS에서 유명한 한 인플루언서였다.그는 사진들과 함께 긴 내용의 문자를 올렸는데 마치 부승민과 온하랑을 잘 아는 듯한 말투였다.[...사실 좀 슬퍼요, 저도 일이 이 지경까지 될 줄은 몰랐거든요. 대학교 때 부승민 씨와 추서윤 씨는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어요. 능력도 비슷하고, 집안 상황도 비슷하고, 정말 하늘이 빚어 준 것 같은 선남선녀였는데. 참 아쉽게 됐네요... 사실 저는 지금도 부승민 씨가 추서윤 씨를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쩔 수 없죠...][온하랑 씨도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뭐랄까... 음... 되게 도도하고 고압적이었어요. 얼마 전에 온하랑 씨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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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207화

    만약 추서윤이 이 스캔들에 껴있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을 것이었다.온하랑은 일반인이었고, 부승민은 비록 공인이지만 연예계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들의 연애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하지만 연예인과 관련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졌기에 사람들은 이번 일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게다가 이 스캔들에서 추서윤이 피해자였고 온하랑이 가해자였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본가들에게 그리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이 스캔들에서 온하랑과 부승민의 편을 드는 사람들은 다 자본가의 발닦개 취급을 받으며 같이 욕먹고 있었다.순식간에 두 사람에 관한 기사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며 BX 그룹의 주식마저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연민우의 전화를 끊은 부승민이 연락처를 뒤지더니 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몇초 후, 통화가 연결되어 전화 너머에서 한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부 대표님, 무슨 일이시죠?”“하루 줄게. 지금 당장 ‘스캔들 연구소’, ‘이슈텔러’, ‘연예계의 모든 것’, 이 세 SNS의 주인이 누군지 알아 와.”아무래도 이제껏 언론에 너무 관대하게 대처했나 보다. 그의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려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건지.전화기 너머의 남자가 건들거리며 말했다.“부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내일 좋은 소식 들고 올게요!”부승민은 전화를 끊고 포털사이트에 다시 들어갔다.연민우가 일을 잘 처리했는지 언론은 어느 정도 통제된 상태였다.그는 핸드폰 화면을 끄고 방으로 들어와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나간 거 아니었어?”문 닫는 소리에 눈을 뜬 온하랑이 부승민을 보며 말했다. 방금 잠에서 깬 탓에 목소리는 조금 잠겨있었다.부승민은 온하랑이 잠에서 깬 걸 알고는 큰 걸음으로 침대로 다가가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나가? 내가 가긴 어딜 가?”온하랑은 어둠 속에서 부승민을 뚫어지게 바라볼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녀와 한참 동안 눈을 마주치던 부승민은 그제야 깨달았다. 온하랑은 그가 추서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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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208화

    온하랑은 이주혁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녀가 아침을 먹고 있을 때 이주혁에게서 카톡이 왔다.[인터넷에서 떠드는 건 신경 쓰지 마. 그 사람들은 그냥 분풀이할 데가 필요한 것뿐이야. 시간이 지나면 관심 가지는 사람 없을 거야.]연예인들은 다들 세컨드 계정이 있었고 이주혁도 마찬가지였다.게다가 그는 온하랑에게 관심이 있었기에 댓글에서 온하랑을 욕하는 걸 보고는 참지 못하고 세컨드 계정으로 그들과 한 판 붙었다.[어이구, 온하랑 발닦개 납셨네...]그러나 결국은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산 채 무참히 패배하고 말았다.이 사실을 모르고 있던 온하랑은 그의 문자를 받고 어리둥절해졌다.[무슨 뜻이야?]채팅창의 1이 사라졌지만 이주혁은 오래도록 답장이 없었다.그는 지금 후회하고 있었다.온하랑이 스캔들이 터진 사실을 모른다는 걸 알았더라면 절대 방금 그 문자를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이제 와서 문자를 취소하는 것도 웃기기만 할 뿐이었다.온하랑도 뭔가를 눈치채고 다시 물었다.[안 알려줄 거야? 그럼 내가 알아서 찾아봐도 되고.]그러자 이주혁은 어쩔 수 없이 온하랑에게 ‘스캔들 연구소’가 올린 게시물의 링크를 보냈다.[이런 건 그냥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언론사들은 말도 안 되는 얘기만 지어내고, 네티즌들도 그냥 생각 없이 따라서 욕하는 것뿐이야. 그러니까 맘에 담아두지 마.]이주혁은 링크와 함께 위로의 말도 보냈다.이주혁이 보내준 게시물을 쭉 훑어본 온하랑은 표정 변화가 없었다.‘뭐, 글은 잘 쓰네. 말도 두루뭉술하게 잘하고. 딱 언론인이 쓸 법한 글이네.’스크롤을 아래로 쭉쭉 내리다가 게시물이 올라온 시간을 확인한 그녀는 고개를 들어 맞은 편에 앉아 있는 부승민을 보았다.“기사 봤어. 새벽에 연 비서님한테서 전화 온 거 이거 때문이야?”부승민은 그녀의 핸드폰 화면을 흘깃 보더니 말했다.“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 이미 사람 시켜서 다 처리했어.”“그래.”말은 마친 온하랑은 여전히 표정 변화 없이 샌드위치를 한입 물었다.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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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2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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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1272화

    수화기 너머로 임가희는 잠시 멍해 있다가 임연지가 충동적으로 행동했을까 봐 걱정하며 바로 물었다.“오늘 센트럴 백화점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아? 모르셨어요?”간하림은 간단하게 사건의 경과를 설명했다.“따귀를 맞은 일로 설윤은 굉장히 화가 났어요. 그래서 지금 사모님께 복수할 생각만 하고 있다니까요.”그 말을 듣자 임가희는 안심했다.뺨 한 대 맞고 참지 못해 도망가는, 겨우 스무 살짜리 감정적인 계집애 따위는 신경 쓸 가치도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무심하게 말했다.“이틀 후에 너희 가게로 갈 거야. 그때까지 설윤을 잘 부추겨서 나한테 덤비게 만들어.”간하림은 곧바로 그녀의 의도를 알아챘다.“알겠습니다. 사모님,”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드는 장면은 반드시 녹화되어 최국환에게 전달될 것이다.하지만 어떻게 하면 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들도록 만들 수 있을까?리우 그룹.최국환은 회의를 마치고 몇몇 오랜 친구들과 식사를 하러 갔다.모임이 끝나고 나서야 비서가 그에게 말할 기회를 찾았다.“오전에 사모님과 설윤 씨께서 전화하셨습니다. 설윤 씨는 가방을 사지 않겠다고 하시며 환불해 달라고 하셨습니다.”“갑자기 왜?”“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전화에서 설윤 씨 목소리가 이상했어요. 울먹이는 것 같았습니다.”최국환은 한창 젊은 애인에게 푹 빠져 있던 터라 설윤에게 전화를 걸었다.거의 끊어지려는 순간, 전화가 연결되었다. 설윤의 목소리는 살짝 쉰 듯했다.“국환 씨.”“김 비서 말로는 가방 환불해 달라고 했다던데. 그렇게 갖고 싶어 하더니 왜 갑자기?”설윤은 잠시 말이 없다가 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싫어졌어요. 이유는 없어요.”“이유가 없어? 그럼 목소리는 왜 그래? 누가 괴롭혔어? 누군지 말만 해. 감히 내 여자를 괴롭히다니!”“묻지 마세요. 저 때문에 국환 씨와 사모님 사이가 나빠지는 건 싫어요.”“오? 내 마누라와 관련된 일이야?”“말했잖아요, 묻지 마시라고요. 더 물으면 저 진짜 삐질 거예요.”“아이고, 또 어린애

  • 위태로운 제안   제1271화

    “정말... 어이가 없어...”설윤은 시선을 피하며 돌아서려 했다.“어딜 가요? 방금 구매 기록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이제 와서 못 보여주는 건데요?”임연지는 설윤의 길을 막아서며 그녀 손에 든 선물 상자를 잡고 비꼬듯 말했다.“젊은 아가씨가 왜 이렇게 뻔뻔해요? 유부남인 거 뻔히 알면서 끼어들다니. 내 고모부가 그쪽 아빠보다 나이도 많은데, 역겹지도 않아요? 몸 팔아서 얻은 가방을 들고 다니니까 좋아요?” 마침 가게에 들어오던 손님 몇 명이 임연지의 말을 듣고 문 앞에서 수군거렸다.설윤은 수치심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인 채 임연지를 밀치고 가게를 나서 황급히 도망쳤다.간하림은 그 모습을 보고 재빨리 뒤따라갔다.“저기요. 설윤 씨, 가방은...”점원은 임연지의 손에 들린 선물 상자를 보고 두 번 불렀다.그러나 설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이게 다 무슨 일이래!“그만 불러요. 안 올 거예요.”임연지는 웃으며 손에 든 선물 상자를 내려다봤다.“저 여자가 싫다고 두고 갔으니 이 가방 저 주세요.”“임연지 씨, 죄송하지만 설윤 씨는 그런 말씀이 없으셔서...”“걱정 마세요, 분명히 환불할 거예요. 환불하면 이 가방 저한테 남겨 두세요.”임연지는 선물 상자를 점원에게 건넸다.점원은 임연지의 배경을 생각하며 마지못해 대답했다.“설윤 씨가 환불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네.”가방을 못 사서 한진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했는데 상황이 반전되고 내연녀까지 혼내주고 나니 임연지는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윤아, 괜찮아?”마침내 매장 근처를 벗어나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사라지자 설윤은 걸음을 멈추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간하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넋이 나간 채 앞으로 걸어갔다.“윤아, 어디 가서 좀 앉을까?”설윤은 마침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근처 카페의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간하림이 그녀를 위로했다.“윤아, 너무 속상해하지

  • 위태로운 제안   제1270화

    한진은 큰 도움을 주고도 단지 가방 하나 사달라는 부탁만 했을 뿐인데 실망을 안겨주게 생겼으니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심지어 가방을 선물해주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했는데 무슨 생각 할지 걱정되었다. 설마 공짜로 주기 싫어서 쪼잔하다고 오해하면 어떡하지?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임연지가 물었다.“다음번에 언제 입고되나요?”점원은 임연지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회원 가입하시면 나중에 재고를 확보할 때 연락드리고 있어요.”“그래요. 할게요.”임연지는 마지못해 동의했다.“연락처가 어떻게 돼요?”점원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물었다.임연지는 전화번호를 말하며 머릿속으로 한진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했다.“설윤 씨, 어서 오세요. 가방 찾으러 오셨죠? 잠깐 앉아 계시면 금방 가져다드릴게요.”다른 점원의 반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네, 고마워요.”소리의 출처를 따라 고개를 돌린 임연지는 젊은 여자 두 명을 발견하고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윤아, 여기 점원이랑 아는 사이야? 물건을 엄청 많이 샀나 보네? 부러워.”나지막이 속삭이는 여자 목소리가 임연지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이내 경멸이 담긴 표정으로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았다.‘세상 물정 모르는 촌년들. 잠깐! 왼쪽에 있는 여자가 낯이 좀 익은데?’그리고 고개를 돌려 찬찬히 뜯어보았다.분명 어딘가 본 듯한 얼굴이다.기억을 되짚어보던 찰나 점원이 정교한 선물 상자를 들고나와 두 여자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뚜껑을 열고 안에 든 가방을 보여주었다.“설윤 씨가 구매한 가방이에요. 한번 확인해 보세요.”설윤은 가방을 꺼내 꼼꼼히 살펴보았다.“확인했어요. 고마워요. 먼저 가볼게요.”점원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려던 순간 불쾌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대뜸 울려 퍼졌다.“재고가 없다면서요? 분명 제가 먼저 왔는데 왜 저 사람한테 주는 거죠?”싸늘한 표정으로 따지는 임연지를 보자 점원이 서둘러 해명했다.“이 가방은 손님께서

  • 위태로운 제안   제1269화

    일과를 마친 설윤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돌아갔다가 간하림과 다시 마주쳤다.이내 먼저 입을 열었다.“하림아, 내일 쉬는 날인데 같이 쇼핑하러 가지 않을래?”임가희가 부탁한 일을 떠올리자 간하림은 흔쾌히 동의했다.다음 날, 두 사람은 약속 시간에 맞춰 센트럴 백화점 근처의 카페에 도착했다.일단 만나자마자 설윤은 밀크티 두 잔을 주문했고, 백화점으로 걸어가면서 쪽쪽 빨아 마셨다.간하림이 말했다.“여긴 명품밖에 없을 텐데? 지난번에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발견했다가 가격 보고 기겁했잖아. 그나저나 꽤 익숙한 곳인가 봐? 여기 자주 와?”“내가 무슨 재주로? 국환 씨 따라 몇 번 다녀갔을 뿐, 며칠 전에 가방 하나 주문했는데 오늘 픽업하러 가는 거야.”“헐! 회장님 너무 근사하잖아.”설윤을 바라보는 간하림의 눈빛에 부러움이 가득했다.“그러니까 얼른 행동 개시해야 한다고. 사모님과 이혼시키고 너랑 결혼할 방법을 찾아야 해.”비록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질투심이 활활 타올랐다.목적을 이루기 위해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는 감정이었다.사실 그녀는 속으로 뻔했다. 최국환과 임가희는 결혼 전에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설윤에게 준 돈은 부부의 공동 재산에 속하지 않는지라 다시 빼앗아 갈 자격이 없었다. 물론 최국환이 직접 개입하면 회수가 가능했지만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설령 나중에 임가희가 설윤에게 본때를 보여주거나 최국환의 마음이 식는다고 해도 그동안 받았던 값비싼 선물은 여전히 가져갈 것이며 현금화하면 그래도 두둑이 챙길 수 있다.결국 임가희가 손을 쓰는 이상 설윤은 곧 최국환에게 찬밥 신세 당하므로 얼추 비슷한 액수의 보수를 받을뿐더러 임가희라는 인맥까지 확보하기에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였다.그제야 간하림은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설윤의 표정은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어젯밤에 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네 말이 맞아. 국환 씨 아내와 적이 된 이상 내가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상대방이 봐주는 건 아니지. 고작 돈 몇 푼

  • 위태로운 제안   제1268화

    “자, 이제 그만하고 출근하자. 아니면 매니저한테 또 혼날라.”설윤은 옷매무새를 다듬고 탈의실을 나가려고 했다.“먼저 가. 나 립스틱만 바르고.”“알았어.”설윤이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간하림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사모님이 부탁한 일이 어려운 것도 아니군.’...병원에 도착한 최동철은 올라가는 대신 온하랑에게 전화를 걸었다.온하랑은 부승민과 작별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섰다.유치원 확인하러 직접 다녀온다고 하는데 굳이 말릴 이유가 없었다.차에 타고 나서 메이슨을 데리러 갈 줄 알았던 그녀의 예상과 달리 최동철이 말했다.“별장에 계신 이모님이 연락이 와서 오늘 메이슨이 일어나자마자 발이 아프다고 했다네. 아마도 어제 강행군이었나 봐. 그래서 집에서 쉬겠다고 해서 우리 둘만 가면 돼.”온하랑은 미안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어제 많이 걸어 다니긴 했죠. 메이슨을 말렸어야 했는데...”“네 탓 아니야. 내가 너무 바빠서 녀석이랑 놀아주지 못하는 바람에 무리한 거지.”이에 온하랑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동철 오빠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메이슨도 철이 들었고.”최동철이 피식 웃었다.“우리 사이에 남사스럽게 뭔.”이동하는 동안 두 사람은 담소를 나누면서 편안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했다.동언 국제 유치원에 도착하자 젊은 선생님이 반갑게 맞이하며 소개와 함께 내부를 구경시켜주었다.“우리 유치원은 총 3개의 반으로 나뉘는데 최대 학생 수를 각각 20명 이내로 확보하여 교사들이 모든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게끔 노력하죠. 교실에는 멀티미디어 교육 장비가 구비되어 있으며 전용 독서 공간, 놀이 공간, 수공예 공간, 실내외 감시 카메라, 그리고...”꼼꼼하게 알아본 결과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 온하랑은 꽤 만족했다.이내 유치원을 나서고 최동철에게 의견을 물었다.최동철이 말했다.“몇 군데가 노후한 것만 빼고 기본적인 인프라는 괜찮네. 시설 개조 명목으로 2억을 기부할 생각이야. 게다가 메이슨도 특별한 케이스라

  • 위태로운 제안   제1267화

    설윤은 그녀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봤어? 다른 사람한테 절대 얘기하면 안 돼.”“당연하지.”간하림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나 몰라? 걱정 붙들어 매.”그리고 다정하게 설윤의 팔짱을 끼고 클럽 탈의실로 향했다.아직 아무도 없었고, 간하림은 옷을 갈아입으며 궁금한 듯 물었다.“윤아, 최 회장님과 어떻게 알게 되었어?”딱히 언급하고 싶지 않은 설윤은 대충 둘러댔다.“우연한 기회에 마주쳤어. 전에 일하던 곳에 놀러 왔다가 마침 내가 접대를 담당했거든.”그러고 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간하림은 부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이내 손을 뻗어 설윤의 잘록한 허리를 꼬집었고, 뽀얀 피부에 선명한 붉은 자국을 바라보았다.“최 회장님이 네가 진짜 마음에 드나 봐. 직접 출근하는 곳까지 데려다주고, 정말 좋겠네.”설윤은 피식 웃으며 옷을 갈아입었다.“너도 든든한 지원군이 있잖아.”“든든하긴 개뿔! 하늘과 땅 차이거든?”간하림이 툴툴거렸다.“가게에 오면 지명할 뿐이지 너처럼 최 회장님 전속 담당이 아니야.”심지어 손님마저 감히 설윤에게 집적거리지 못했고, 누가 봐도 사전에 단단히 경고한 게 분명했다. 반면, 그녀는 치근덕거리는 사람이 있어도 꾹 참아야만 했다.설윤은 웃으면서 아무 말 없이 거울을 보며 헤어스타일을 다듬었다.“윤아, 나중에 사모님이 되면 날 잊지 마.”“무슨 소리 하는 거야? 우리가 뭐 하는 사람인지 정녕 몰라?”이내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바르더니 간하림을 흘겨보았다.“국환 씨가 싫증이 나기 전에 돈이라도 두둑이 챙기면 땡큐고, 사모님은 감히 넘보지도 않아.”간하림은 납득할 수 없는 듯 바짝 다가갔다.“우리가 뭐 어때서? 최 회장님 와이프도 결국에는 사모님 자리에 오르는 데 성공했잖아. 그리고 며칠 전 기사 못 봤어?”“무슨 기사?”곧이어 출입구를 힐끗 쳐다보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누군가 최 회장님 와이프의 얼굴을 칼로 난도질해서 끔찍한 상처를 입었대.”“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 위태로운 제안   제1266화

    임연지는 집에 도착하자 거실 소파에 앉아 굳은 얼굴로 손에 든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는 임가희를 발견했다.테이블에 놓인 등기 전용 서류 봉투 위에 여러 장의 사진이 널브러져 있었다.“고모, 왜 그래요?”말을 마치고 나서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고모부가...”이내 나머지 사진도 확인했는데 전부 어떤 젊은 여자와 다정한 스킨십을 하는 최국환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결코 가벼운 사이는 아닌 듯싶었다.“왜 이렇게 소란스러워?”임가희가 싸늘한 얼굴로 그녀를 흘겨보았다.임연지는 목을 움츠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그리고 쪼그리고 앉아 임가희를 올려다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고모, 이제 어떡해요?”“어떡하긴?”임가희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모른 척해야지. 지금 네 고모부 덕분에 우리가 먹고 사는 거야. 괜히 추궁했다가 홧김에 쫓아내기라도 한다면 더 손해이지 않겠어?”그렇다고 마냥 당할 수는 없었다.지금껏 비슷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지만 하나같이 머리가 텅 빈 여자들이라 그녀의 도발에 넘어가서 부랴부랴 찾아와 따지기 급급했다. 나중에 울면서 최국환에게 하소연하면 정이 떨어진다며 다시는 만나주지 않았다.또한 최국환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신분과 집안, 그리고 사회적 지위 때문이었다.어쨌거나 그 나이 먹고 결혼을 3번이나 하면서 웃음거리로 전락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본처의 자리를 위협받지 않은 이상 고작 여자 문제로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뭐 있겠는가? 뒤에서 몰래 처리하면 그만이었다.“그냥 넘어가려고요?”비록 고모의 말도 맞지만 그래도 왠지 꺼림칙했다.“넌 신경 쓰지 마. 고모부 앞에서도 티 내지 말고.”임연지는 사진 속 여자를 힐끗 쳐다보며 속으로 ‘여우 년’이라고 욕하고 마지못해 대답했다.“알았어요.”임가희는 사진을 모두 치웠다.무언가를 떠올린 듯 임연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참, 고모, 만약 이 여자가 임신하면 어떡해요?”“네 고모부의 컨

  • 위태로운 제안   제1265화

    “침착해.”임연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호텔에서 제공한 가운을 느긋하게 껴입었다.“샤워했어? 나랑 같이 씻을래?”“꿈 깨.”이내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으면서 문을 열자 알몸으로 나타나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려는 오재원을 발견했다.“연지야.”그녀는 남자의 손길을 슬쩍 피했다.“호텔에서 푹 쉬어. 먼저 가볼게.”“아직 이른데? 좀 더 있다 가.”“안돼.”임연지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오재원을 스쳐 지나가 침대 옆으로 걸어가서 바닥에 떨어진 옷을 집어 들었다.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쌀쌀맞은 얼굴을 보자 오재원은 꼬리를 내렸다.“알았어. 그럼 언제 다시 올 거야? 그리고 원하는 집이 있으면 알려줘. 부동산에 물어볼게.”“방 3개, 풀옵션. 나머지는 알아서 해.”“그래.”임연지는 옷매무새와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방을 나갔다.그리고 문이 닫히는 순간 뒤돌아보며 혀를 찼다.‘역겨운 놈.’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몸을 싣고 한진에게 답장을 보냈다.[호텔을 벗어나니 공기마저 상쾌한 기분이야.]한진이 대답했다.[하하하! 참,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우리 오빠가 인맥을 동원해서 각 언론사에 수시로 주시하라고 했잖아. 그중에서 제보받은 회사가 있는데 편집장이 이메일을 보자마자 오빠한테 연락했대.]그러고 나서 이메일의 스크린샷을 보내주었다.본문의 첫 마디가 온하랑이 필라시에서 유학할 때 최동철과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었다.임연지는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대박인데? 고마워, 한진아. 오빠한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해줘. 네가 아니었다면 진짜 아프리카로 쫓겨났을지도 몰라.]그동안 한진의 오빠가 사전에 뉴스를 차단하지 못하고 자칫 폭로라도 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이제 결과를 확인한 이상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하지만 대체 누가 제보했단 말이지?한진이 다시 문자를 보냈다.[물론 메일 주소를 역추적한 결과 여전히 너희 집으로 되어 있어. 아마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가상 주소를 사용한 것 같아.][미친놈.]임연지는 화가 나서 머리카락을

  • 위태로운 제안   제1264화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임연지는 그 틈을 타서 오재원의 손을 뿌리치고 재빨리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갔다.오재원은 그녀를 따라 나가려고 했지만 잠시 뒤 자신이 들고 있던 캐리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끌며 엘리베이터를 나왔다.방에 들어가자 오재원은 서둘러 캐리어를 한쪽으로 밀어두고 임연지를 끌어안고는 침대 쪽으로 밀어붙였다. “연지야, 빨리 나 주라고. 더는 참을 수 없어.”“오재원! 이거 놔! 먼저 일어나!”“안 돼. 연지야,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그냥 즐기기만 하면 돼.” 그녀는 그를 힘껏 밀쳤고 마음속에서 강한 반감을 느꼈다. 그녀는 그의 억제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오재원의 힘이 너무 강해 벗어나기 힘들었다. “오재원, 내 말 들어봐. 우리 얘기 좀 해야 해.” 임연지는 차분하게 말하며 그가 자신의 말을 듣길 바랐다.하지만 오재원은 이미 욕망에 눈이 멀어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임연지에게 입을 맞추려 했고 손은 그녀의 몸을 함부로 만지기 시작했다.“얘기할 필요 없어. 네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걸 알아. 우리는 지금 중요한 일을 하는 거야.” 그는 말을 마친 후 임연지의 입술을 막았다. “연지야, 잘 생각해. 네가 만약 나를 밀어내면 난 바로 나갈 거야.” 임연지는 속에서 역겨움이 밀려왔지만 그녀의 밀치는 손길은 결국 멈춰 섰다.“그래 이거지.”오재원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는 충분히 즐겼다. 모든 일이 끝난 후 오재원은 임연지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너 너무 향기로워. 연지야. 어쩌면 이제 우리 아이가 여기 있을지도 모르겠네.”임연지는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더 이상 그를 피하지 않으면 정말로 오재원에게 뺨을 갈길 것만 같았다.화장실에 들어간 임연지는 핸드폰을 꺼내 한진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진아, 살려줘. 진짜 그 사람이 너무 싫어!][돌아오자마자 나랑 자려고 하고 역겨워 죽겠어!][내가 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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