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Kabanata 11 - Kabanata 20

1053 Kabanata

제11화

구승훈이 음침한 눈길로 말했다.“강 부장 그럼 최대한 빨리 진행해. 새로운 부장의 임명을 지체하지 말고.”강하리는 잠시 침묵했다.“네, 알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기획안을 구승훈 앞에 내려놓았다.“이건 신제품 기획안이에요. 대표님께서 더 보충할 거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구승훈은 더 말 없이 곧장 기획안을 살펴보기 시작했다.그는 업무에 대해서 늘 진지한 태도였다. 아니, 까다롭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강하리에게 나가 보란 말을 안 했기에 그녀는 제자리에 서서 그가 다 읽을 때까지 기다렸다.기획안 내용은 그리 많지 않았고 고작 열몇 페이지였다.하지만 구승훈은 무려 한 시간 남짓 확인했다.조목마다 빠짐없이 꼼꼼하게 확인하고 나서야 서명하고 강하리에게 돌려줬다.강하리는 기획안을 손에 넣고 잠시 머뭇거렸다.“또 용건 있어?”구승훈이 무표정하게 그녀를 쳐다봤다.강하리는 2초 동안 침묵하다가 대답했다.“아니요, 없습니다.”“그래, 나갈 때 문 잘 잠가.”말을 마친 구승훈은 머리를 푹 숙이고 다른 업무를 처리했다.강하리는 머뭇거리다가 몸을 돌려 그의 사무실을 나섰다.방금 그녀는 하마터면 구승훈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말할 뻔했다.아마도 진짜 강찬수 때문에 궁지에 몰린 듯싶다.이 남자가 돈을 빌려줄 리 있을까?강하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사무실로 돌아왔다.퇴근 후 그녀는 곧바로 그해 엄마의 소송을 도와준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통화가 연결되고 그녀는 상대에게 상황을 쭉 설명했다.“임 변호사님, 이런 상황은 공갈 협박죄에 해당하나요?”임정원이 잠시 침묵한 후 대답했다.“아직은 공갈 협박으로 고소할 수 없어요. 상대가 법률상에서 친아버지이고 하리 씨는 실질적인 부양 의무를 지니고 있어요. 만약 상대가 이걸 단지 부양비라고 고집한다면 하리 씨는 거의 승산이 없어요. 기껏해야 상대를 비판하고 교육하는 것뿐인데 나중에 다시 찾아와 보복할까 봐 걱정이네요.”강하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정말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하리 씨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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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구승훈은 소파에 나른하게 앉아 있었다.기분이 꽤 좋아 보였는데 그의 옆엔 어제 커피숍에서 본 그 여자가 앉아 있었다.여자의 치마가 너무 짧아 허벅지가 훤히 비칠 지경이었다.강하리는 구승훈에게 다리를 바짝 들이댄 그녀를 보더니 이내 시선을 피했다.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한 듯싶었다.그 여자는 강하리가 들어온 순간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다만 구승훈이 옆에 있으니 딱히 내색하진 못했다.구승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강하리를 쳐다봤다.“강 부장, 용건 있어?”강하리는 그의 옆에 앉은 여자를 힐긋 쳐다봤다.“네.”구승훈은 소파에 비스듬히 기댔다.“퇴사에 관한 일이라면 바로 인사팀 찾아가면 돼.”강하리는 잠시 침묵했다.“퇴사에 관한 일 아니에요.”구승훈이 가볍게 웃었다.“그럼 뭔데? 난 또 강 부장이 날 찾아올 이유가 퇴사밖에 없는 줄 알았지.”강하리는 애써 야유가 담긴 그의 말을 참으며 옆에 앉은 여자를 쳐다봤다.“대표님과 따로 얘기 나누고 싶어요.”구승훈은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둘 사이에 따로 나눌 얘기가 더 있을까 심히 의심하는 듯한 눈빛이었다.강하리는 심장이 철렁거렸다. 그녀는 구승훈의 성격을 잘 안다.전에 클럽에서 그의 체면을 짓밟았고 퇴사에 관해서도 그토록 단호한 태도를 선보였으니, 구승훈은 분명 그녀를 호락호락하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그가 경멸의 미소를 날렸다.“나랑 강 부장 사이에 따로 나눌 얘기가 더 있어?”강하리는 입술을 앙다물고 숨을 깊게 몰아쉬었다.“대표님, 저 퇴사하지 않겠습니다.”구승훈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다.“그래서?”“앞으로의 급여에 대해 대표님과 상의하고 싶습니다.”구승훈이 두 팔을 껴안고 있다가 결국 옆에 앉은 여자에게 말했다.“양 부장, 미안한데 우리 업무는 다음에 다시 얘기해.”양 부장이 분노 어린 눈길로 강하리를 째려봤지만 끝내 활짝 웃으며 구승훈에게 말했다.“네, 대표님. 일단 강 부장님 일부터 처리하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강하리를 힐긋 노려보더니 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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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강하리!”구승훈이 불쑥 그녀의 턱을 꽉 잡았다.강하리는 입을 꾹 다물었다.사실 구승훈은 화를 자주 내는 편이 아니다. 그는 대부분 무표정한 얼굴로 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가슴 깊이 제 감정을 숨긴 채 아무도 짐작하지 못하게 하는데, 지금은 두 눈이 활활 타오를 것처럼 이글거리고 있다. 강하리는 덜컥 겁이 났다.“농담이에요.”그녀는 구승훈의 두 눈을 마주했다.“근데 대표님은 제가 그럴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세요?”구승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에게 쏘아붙였다.“네가 그 가격을 요구했으니까, 가격에 맞게 표현 잘해야 할 거야.”말을 마친 구승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퇴근하고 일찍 돌아가.”강하리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네.”퇴근 후 그녀는 곧바로 집에 돌아갔다.여기서 말한 집이란 바로 그녀와 구승훈이 함께했을 때 그가 선물로 준 아파트 한 채였다.여긴 바로 두 사람의 아지트이다.집안에 들어서자 구승훈이 어느새 소파에 앉아 있었다.“샤워해!”그는 고개도 들지 않고 이 한마디만 내던졌다.강하리는 딱딱하게 굳은 몸으로 그에게 대답했다.“네.”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구승훈이 한창 통화 중이었다.그녀를 본 구승훈은 손을 쭉 내밀었고 이에 강하리도 그의 손을 잡았다.구승훈은 그녀를 아예 다리 위에 앉혔다.“강 부장, 내 옷 벗겨.”구승훈이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였다.강하리는 화들짝 놀라서 몸이 굳었다. 그는 아직 전화도 끊지 않은 상태였다.“얼른.”그녀가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구승훈이 짜증 섞인 표정으로 다그쳤다.강하리는 눈 딱 감고 그의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구승훈의 몸매는 완벽 그 자체였다.단추가 하나씩 풀리자 가슴 근육부터 복근까지 고스란히 드러났다. 강하리는 이 몸매를 3년이나 봐왔지만 여전히 적응이 안 됐다.“그럼 그렇게 정해요.”전화기 너머에서 뭐라 말했는지 구승훈이 건성으로 대답했다.대답을 마친 후 그는 불쑥 머리를 숙이고 날카로운 이빨로 그녀 목 옆의 여린 살을 깨물더니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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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왜 그래?”그가 음침한 목소리로 물으며 그녀의 아랫배에 시선이 꽂혔다.구승훈은 원래 예민하고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 지금쯤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종일 아무것도 안 먹었더니 속이 좀 불편해서요.”구승훈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녀의 목덜미를 잡더니 강제로 고개 들어 그와 눈을 맞추게 했다.“진짜 단순히 속이 불편한 거야?”강하리는 감히 그의 눈길을 피할 엄두가 안 났다.“진짜예요. 강찬수랑 종일 소란을 피우다 보니 밥 먹을 기분도 안 났고, 원래 속이 좀 불편했는데 아까 너무 급하게 죽을 먹었더니 받아들이지 못했나 봐요.”구승훈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다가 반신반의한 눈길로 머리를 끄덕였다.“내일 가서 검사받아.”강하리는 손을 꽉 움켜쥐었다.“네.”그녀는 입술을 앙다물다가 끝내 그 말을 입밖에 내뱉었다.“대표님은 지금 제가 임신한 거로 의심되나요?”구승훈은 창가에 다가가 고개 숙여 담뱃불을 지폈다.그는 담배를 한 모금 빨고 나서야 대답했다.“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 강 부장도 이런 예외는 원치 않는 거 아니야?”강하리는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겨우 말했다.“대표님 말이 맞아요.”그녀는 가볍게 웃은 후 일부러 무심한 척 물었다.“대표님은 아이를 엄청 싫어하시나 봐요?”구승훈이 어두운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질문이 너무 많아!”강하리는 표정이 확 굳었다. 또 그의 기분을 언짢게 했나 보다.구승훈은 그녀가 자신에 관해 묻는 걸 줄곧 싫어하고 그의 사생활도 염탐하지 못하게 했다.무릇 그의 사생활과 관련된 일이라면 가차 없이 그녀에게 선을 긋는다.구승훈에게 강하리는 줄곧 외부인이다. 그러니 아이에 대해서도, 감정에 대해서도 묻지 말아야 한다.강하리의 마음이 이상하리만큼 씁쓸했다.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다시 천천히 내뱉었다. 그렇게 몇 번 반복하고 나서야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구승훈이 몸을 돌려 침실로 들어갔다. 다만 잠시 후 반듯하게 차려입고 밖으로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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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연지야, 나 좀 도와줘야겠어.”“뭔데? 말해봐.”“대표님이 내가 임신한 거 의심하기 시작했어. 내일 아마 비서를 시켜서 날 데리고 검사받으러 가게 할 거야. 너 가짜 임신 검사서 하나 만들어줘야 겠다.”손연지는 문득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연지야?”강하리가 미간을 구겼다.“구승훈 씨 애야?”뜬금없는 그녀의 물음에 강하리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바로 맞출 거라곤 미처 예상치 못했으니까.다만 손연지에게 딱히 숨길 필요도 없었으니 그녀는 아예 인정해버렸다.“맞아. 구승훈 씨 애야.”“X발, 진짜 그 인간이었어! 설마 너 관행 당한 거야? 개자식, 겉모습만 번지르르하지 인간도 아니야. 어떻게 그런 짓을 해!”강하리는 그녀의 연이은 험한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한참 후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관행 아니야.”손연지는 흠칫 놀라서 물었다.“그럼 네가 침대에 기어오른 거?”강하리는 숨을 깊게 몰아쉬었다.“나 스폰받고 있어, 3년 전부터.”손연지는 말을 잇지 못했다.“쇼킹이지? 너무 실망이지?”강하리는 뭇사람들에게 성품과 학문을 겸비한 참한 여자였다.그래서 손연지도 가장 먼저 그녀가 관행 당한 거라고 의심했는데 스폰이라니...“에이, 그게 뭐라고. 각자 원하는 바를 얻는 거잖아. 나도 너 같은 미모를 지니면 돈 많은 남자를 찾아서 스폰받았을 거야. 잠자리도 갖고 돈도 벌고, 얼마나 좋아.”그녀는 잠시 머뭇거렸다.“여기서 금기는 아이가 생기는 거지.”강하리의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그랬다. 둘 사이엔 확실히 이 아이가 없어야 한다.만약 이 아이가 없으면 그녀는 구승훈과 아무렇게나 돼도 다 상관없다.헤어져도 좋고 함께여도 좋으니 딱히 큰 걱정거리가 없다.근데 하필 아이가 생겼고 아무런 준비 없이 불쑥 그녀를 찾아왔다.손연지도 덩달아 걱정됐다.만약 그 남자가 일반인이라면 강하리의 매력으로 충분히 그와 혼인신고하고 잘 살 텐데 하필이면 구승훈이라니.피라미드의 제일 꼭대기에 있는 남자라 일반인들이 넘볼만한 존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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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다음 날 아침, 신도윤이 강하리의 집 문을 두드렸다.그녀는 문 앞에 서서 활짝 웃으며 말했다.“강 부장님, 대표님께서 부장님 모시고 검사받으러 가라고 하십니다.”“네, 금방 나올게요.”병원에 도착한 강하리는 피검사 받는 곳에 서 있는 손연지를 보고 나서야 한숨을 돌렸다.피를 다 뽑고 신도윤이 그녀를 데리고 가서 음식을 먹였다.“대표님께서 부장님은 오늘 하루 휴식하셔도 된다고 했습니다.”“네.”강하리도 볼일이 있어 딱히 거절하지 않았다.신도윤과 헤어지고 그녀는 곧바로 임정원과 약속한 장소에 갔다.“뭐 마실래요?”강하리가 자리에 앉자마자 임정원이 물었다.“냉수로 할게요.”임정원은 그녀 앞으로 냉수 한 잔 시켰다.물 한 모금 마신 후 강하리는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전에 내 도움 필요하다는 거 무슨 일이에요?”그녀는 말하면서 가볍게 웃었다.“그땐 자세히 묻지 못했는데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설마 나한테 다이아몬드 팔려는 건 아니죠?”임정원이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진짜 용건이 있어서 그래요.”그는 서류 한 부 꺼내서 강하리 앞에 내려놓았다.“이 자료 좀 통역해줄 수 있나요?”강하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의 손에서 서류를 건네받았는데 이탈리아어로 된 법조문이었다.“이건...”임정원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최근에 국제 경제 분쟁 사건을 하나 맡았는데 상대가 마침 이탈리아어를 사용하더라고요. 전문 통역사를 어디서 구할지 고민하던 차에 마침 하리 씨가 전화 온 거예요.”강하리는 한참 침묵했다.“내가 이탈리아어를 할 줄 아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임정원이 가볍게 웃었다.“전에 하리 씨 연설을 본 적이 있어요.”강하리는 한때 보경대학에서 나름대로 이름을 날린 인물이다.10개 국어에 능통해 대학 시절부터 지도교수를 따라 다니며 동시통역을 해주었고 대학원생 땐 외교부에 합격했다.하지만 그녀는 결국 외교부를 포기하고 구승훈의 회사에 입사했다. 이건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강하리는 살짝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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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아마도 대표님의 새로운 타깃이겠지. 관심 없는 여자에겐 가까이할 기회조차 안 주니까. 양 부장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네.’강하리가 문 앞에서 꿈쩍하지 않자 임정원이 미간을 살짝 구겼다.“왜 그래요?”그녀는 재빨리 정신을 가다듬었다.“우리 그냥 딴 데 길까요?”임정원이 대답하기도 전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강 부장님도 이리로 식사하러 오셨네요?”양 부장이 유난을 떨며 강하리를 불렀다.강하리는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고개 돌린 순간 구승훈과 눈이 마주쳤는데 짙은 눈빛에서 어떠한 감정도 보아낼 수 없었다.강하리는 두 눈을 질끈 감고 그에게 인사했다.“대표님.”구승훈은 무덤덤하게 머리를 끄덕이곤 임정원에게 시선을 옮겼다.임정원도 한창 그를 훑어보는 중이었다.구승훈은 출중한 재능에 거만함이 하늘을 찌른다.연성시에서 그에 관한 전설을 모르는 자가 거의 없을 지경이다.구승훈은 19살 때 아빠를 제치고 SH그룹의 오너 자리에 앉았고, 몇 해 지나지 않아 지루해졌는지 SH그룹을 내팽개치고 독립하여 자기 회사를 세웠다.4년이 지난 지금 구승훈의 회사는 여전히 전성기에 처해 있고 그도 구씨 일가의 도련님이 아닌 연성시의 빅 보스로 거듭났다.아무도 감히 그와 겨룰 자가 없다.임정원도 줄곧 그를 만나고 싶었으나 기회가 좀처럼 차려지지 않았다.강하리가 구승훈의 회사에 다니는 걸 알고 있지만 그녀를 이용하고 싶진 않았다.그러던 중 오늘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안녕하세요, 구승훈 대표님.”임정원은 그와 눈이 마주치자 깍듯이 인사했다.“저는 정인 로펌 파트너 변호사 임정원이에요. 하리 씨랑도 친구 사이고요.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구승훈이 담담한 표정으로 머리를 끄덕이곤 강하리를 쳐다봤다.“친구?”그는 비난 섞인 말투로 이 두 글자를 곱씹었다.“두 분 꽤 친한 사이인가 봐요?”강하리가 눈썹을 치키며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임정원이 덥석 가로챘다.“네, 아주 친해요.”구승훈은 가볍게 웃었다.“그렇다면 임 변호사 우리랑 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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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더없이 짤막한 네 글자에 강하리는 거절하려던 말을 꾹 집어삼켰다.그녀는 고개 돌려 임정원을 쳐다보면서 살짝 미안한 듯 웃었다.한편 임정원은 전혀 아무렇지 않았다.구승훈과 함께 식사할 수 있다니 그는 되레 뿌듯할 따름이었다.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양희수가 강하리의 팔을 툭툭 쳤다.“솔직히 말해봐요. 두 사람 데이트 중이었죠?”강하리는 무심코 구승훈을 쳐다봤는데 그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제야 대답했다.“양 부장님과는 무관한 일인 것 같은데요.”양희수는 화를 내기는커녕 원망 어린 눈길로 구승훈에게 말했다.“승훈 씨도 참, 직원들 데이트하는 것까지 간섭해야겠어요? 하리 씨랑 옆에 있는 이분 얼마나 잘 어울려요.”말을 마친 양희수가 강하리를 쳐다보며 윙크를 날렸다.“하리 씨, 대표님 무서워하지 말아요. 연애하는 게 뭐 어때서요? 데이트하면 안 되나요? 이 사람 상사이긴 해도 직원들 사생활까지 간섭하진 못해요.”강하리는 웃으며 맞받아쳤다.“희수 씨, 그만 얘기하고 스테이크나 드세요!”양희수는 순간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하리 씨,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나 지금 하리 씨 도와주고 있잖아요.”“고맙지만 사양할게요.”강하리는 그녀의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았다.두 여자 사이에 팽팽한 기운이 감돌았지만 구승훈은 아무것도 모른 척 느긋하게 스테이크를 썰었다.양희수가 수중의 포크로 식탁을 내리치자 임정원이 본능적으로 강하리를 감쌌다.그제야 구승훈도 시선을 올리고 강하리의 앞을 가로막은 양정원의 팔을 보면서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임 변호사 매너 좋으시네요.”임정원이 웃으며 말했다.“저는 대표님처럼 담담하지 못해서요. 하리 씨는 제 친구라 이런 장소에서 상처받게 내버려 둘 순 없네요.”강하리는 머리가 띵해졌다. 계속 이러다가 억울한 누명까지 뒤집어쓸 판이다.그녀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죄송해요, 대표님. 제가 입맛이 없어서 양 부장님이랑 천천히 드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곧게 밖으로 나갔고 임정원도 뒤따라갔다.레스토랑 입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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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강하리는 택시를 안 잡고 그냥 길을 따라 목적 없이 걸어갔다.이때 익숙한 차가 그녀 앞에 멈춰 섰고 도어가 내려가더니 구승훈의 얼굴이 보란 듯이 나타났다.“타.”강하리는 잠시 침묵한 후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검사결과 언제 나와?”“오늘 오후 세 시에요.”구승훈은 무관심한 태도로 알겠다며 대답한 후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이에 강하리가 먼저 해명했다.“아버지 때문에 임 변호사님한테 문의할 일이 있었어요.”구승훈이 그녀를 힐긋 쳐다봤다.“그래서 함께 밥까지 먹어야 했어?”“신세 지고 싶지 않아서요.”“모든 신세는 돈으로 갚는 게 제일 간편해.”“전 돈이 없잖아요.”강하리가 대답했다.그녀는 구승훈을 빤히 쳐다보며 생각했다.‘내가 돈이 얼마나 필요한지는 당신이 누구보다 잘 알면서.’구승훈은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경멸의 미소를 날렸다.“어제 준 2억을 그새 다 썼어? 강 부장 혹시 밖에서 슈가마미 놀이하는 건 아니지?”“아니에요, 그런 거!”강하리가 해명하려 들자 구승훈은 코웃음을 쳤다.그녀는 더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집안 사정을 구승훈에게 너무 많이 알리고 싶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구승훈도 딱히 관심 없을 것이다.강찬수가 처음 회사에 찾아왔을 때 구승훈이 그를 바라보는 짜증 섞인 눈빛을 그녀는 잊을 수 없다.다행히 구승훈도 더는 캐묻지 않았다. 강하리는 몰래 한숨을 돌렸다.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준 후 구승훈은 바로 자리를 떠났고, 시동 걸기 전에 잊지 않고 그녀에게 당부했다.“강 부장, 우리 계약 잊지 마.”강하리와 구승훈 사이에 근로계약서 외에도 스폰 협의서가 하나 더 있다.그 협의서에는 구승훈이 갑이고 강하리가 내연녀이자 을이라고 명확히 적혀 있다.그리고 바로 그 협의서에 계약 기간 강하리는 이성과 그 어떤 관계도 유지할 수 없다고 보란 듯이 적혀 있다.강하리가 웃으며 대답했다.“기억하고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대표님.”구승훈은 그녀를 힐긋 바라보며 더 말하지 않고 바로 자리를 떠났다.오후 세 시를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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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강하리는 인상을 찌푸렸다.“누군지는 얘기했어?”안예서는 고개를 내저었다.“인제 어떡하죠?”강하리는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내가 가서 대표님 뵙고 올게.”구승훈의 사무실 앞에 도착하자 안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와 통화 중인 듯싶었는데 목소리가 유달리 부드러웠다.강하리는 저도 몰래 심장이 쿡쿡 쑤셨다. 그래서 숨을 깊게 몰아쉬며 마음을 다잡고 노크했다.“들어와.”구승훈의 목소리가 안에서 전해졌다.강하리는 문을 열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그래, 나 지금 볼일 있어서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구승훈은 전화를 끊고 강하리를 쳐다봤다.“할 얘기 있어?”“신제품 출시 모델에 관해서요, 우리 기획안이 이미 통과됐는데 대표님이 왜 또 사람을 바꾸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구승훈이 넥타이를 살짝 풀었다.“강 부장은 더 물을 필요 없이 지시대로 움직이면 돼.”강하리의 안색이 살짝 일그러졌다.기획안은 그녀가 무려 반년이나 공들여 겨우 통과됐는데 이 남자 한 마디에 바로 캔슬 당하다니.“그럼 누구로 바꾸셨는지만 알려주세요. 저도 모니터링 해야 해서요.”“내 친구야.”구승훈이 무심한 척 대답했다. 그의 태도는 더없이 간결하고 단호했다. 강하리에게 이 결과를 바꿀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그녀도 구승훈의 태도에 바로 짐작했다. 그가 정한 일이니 더이상 의논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강하리는 잠시 침묵한 후 대답했다.“그럼 대표님 친구분더러 되도록 빨리 저한테 연락 주라고 하세요. 기획안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하거든요.”“원래 계획대로 하면 돼. 귀찮지도 않아? 기획안 다시 짜는 거.”“원래 기획안이 안 맞을 수도 있잖아요.”“맞든 말든 상관없어. 속은 좀 나아졌어?”구승훈은 수중의 계약서를 확인하며 그녀에게 물었다.강하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네, 많이 나아졌어요.”“그래. 몸을 차갑게 굴지 마.”“알겠습니다.”강하리는 그를 물끄러미 쳐다봤다.“대표님, 신제품 모델을 다시 한번 고려해주시길 부탁드릴게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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