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리는 택시를 안 잡고 그냥 길을 따라 목적 없이 걸어갔다.이때 익숙한 차가 그녀 앞에 멈춰 섰고 도어가 내려가더니 구승훈의 얼굴이 보란 듯이 나타났다.“타.”강하리는 잠시 침묵한 후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검사결과 언제 나와?”“오늘 오후 세 시에요.”구승훈은 무관심한 태도로 알겠다며 대답한 후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이에 강하리가 먼저 해명했다.“아버지 때문에 임 변호사님한테 문의할 일이 있었어요.”구승훈이 그녀를 힐긋 쳐다봤다.“그래서 함께 밥까지 먹어야 했어?”“신세 지고 싶지 않아서요.”“모든 신세는 돈으로 갚는 게 제일 간편해.”“전 돈이 없잖아요.”강하리가 대답했다.그녀는 구승훈을 빤히 쳐다보며 생각했다.‘내가 돈이 얼마나 필요한지는 당신이 누구보다 잘 알면서.’구승훈은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경멸의 미소를 날렸다.“어제 준 2억을 그새 다 썼어? 강 부장 혹시 밖에서 슈가마미 놀이하는 건 아니지?”“아니에요, 그런 거!”강하리가 해명하려 들자 구승훈은 코웃음을 쳤다.그녀는 더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집안 사정을 구승훈에게 너무 많이 알리고 싶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구승훈도 딱히 관심 없을 것이다.강찬수가 처음 회사에 찾아왔을 때 구승훈이 그를 바라보는 짜증 섞인 눈빛을 그녀는 잊을 수 없다.다행히 구승훈도 더는 캐묻지 않았다. 강하리는 몰래 한숨을 돌렸다.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준 후 구승훈은 바로 자리를 떠났고, 시동 걸기 전에 잊지 않고 그녀에게 당부했다.“강 부장, 우리 계약 잊지 마.”강하리와 구승훈 사이에 근로계약서 외에도 스폰 협의서가 하나 더 있다.그 협의서에는 구승훈이 갑이고 강하리가 내연녀이자 을이라고 명확히 적혀 있다.그리고 바로 그 협의서에 계약 기간 강하리는 이성과 그 어떤 관계도 유지할 수 없다고 보란 듯이 적혀 있다.강하리가 웃으며 대답했다.“기억하고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대표님.”구승훈은 그녀를 힐긋 바라보며 더 말하지 않고 바로 자리를 떠났다.오후 세 시를 넘
강하리는 인상을 찌푸렸다.“누군지는 얘기했어?”안예서는 고개를 내저었다.“인제 어떡하죠?”강하리는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내가 가서 대표님 뵙고 올게.”구승훈의 사무실 앞에 도착하자 안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와 통화 중인 듯싶었는데 목소리가 유달리 부드러웠다.강하리는 저도 몰래 심장이 쿡쿡 쑤셨다. 그래서 숨을 깊게 몰아쉬며 마음을 다잡고 노크했다.“들어와.”구승훈의 목소리가 안에서 전해졌다.강하리는 문을 열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그래, 나 지금 볼일 있어서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구승훈은 전화를 끊고 강하리를 쳐다봤다.“할 얘기 있어?”“신제품 출시 모델에 관해서요, 우리 기획안이 이미 통과됐는데 대표님이 왜 또 사람을 바꾸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구승훈이 넥타이를 살짝 풀었다.“강 부장은 더 물을 필요 없이 지시대로 움직이면 돼.”강하리의 안색이 살짝 일그러졌다.기획안은 그녀가 무려 반년이나 공들여 겨우 통과됐는데 이 남자 한 마디에 바로 캔슬 당하다니.“그럼 누구로 바꾸셨는지만 알려주세요. 저도 모니터링 해야 해서요.”“내 친구야.”구승훈이 무심한 척 대답했다. 그의 태도는 더없이 간결하고 단호했다. 강하리에게 이 결과를 바꿀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그녀도 구승훈의 태도에 바로 짐작했다. 그가 정한 일이니 더이상 의논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강하리는 잠시 침묵한 후 대답했다.“그럼 대표님 친구분더러 되도록 빨리 저한테 연락 주라고 하세요. 기획안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하거든요.”“원래 계획대로 하면 돼. 귀찮지도 않아? 기획안 다시 짜는 거.”“원래 기획안이 안 맞을 수도 있잖아요.”“맞든 말든 상관없어. 속은 좀 나아졌어?”구승훈은 수중의 계약서를 확인하며 그녀에게 물었다.강하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네, 많이 나아졌어요.”“그래. 몸을 차갑게 굴지 마.”“알겠습니다.”강하리는 그를 물끄러미 쳐다봤다.“대표님, 신제품 모델을 다시 한번 고려해주시길 부탁드릴게요. 친구
강하리는 손가락을 살짝 구부렸다.“아직도 위가 약간 불편해요.”“약 먹고 술은 적게 마셔. 샴페인은 별로 독하지 않아.”강하리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더 말했다가는 오히려 들통날 것이다.사실 구승훈은 그녀에게 술을 강요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는 이런 면에서 항상 신사다웠다.하지만 오늘 그는 고집스러웠는데, 아직도 그녀가 임신했다고 의심하는지 일부러 떠보는 것 같았다.파티장에 도착하자 강하리는 정신을 가다듬고 구승훈의 팔짱을 낀 채 파티장 안으로 들어갔다.들어서자마자 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안현우를 발견했다.안현우는 제 자리에서 그녀를 향해 샴페인 잔을 들어 보였고, 구승훈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강 부장 매력이 대단한가 보네.”그러자 강하리가 웃으며 말했다.“구 대표님 안심하세요. 저는 돈에만 관심 있어요.”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세우고 그녀를 바라보았다.“그 말은 누구든지 돈만 주면 강 부장이랑 잘 수 있다는 거네?”강하리는 덤덤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구 대표님께서 더 많은 돈을 내놓으시면 되잖아요. 그럼 전 절대 다른 사람한테 가지 않을 겁니다.”순간 구승훈의 표정이 확 굳어졌고, 강하리는 더 말하지 않았다.구승훈에게 다가와서 샴페인을 권하는 사람은 많았다. 강하리는 예의 있게 그들을 맞이하고 샴페인을 살짝 입술에 대는 식으로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면서 샴페인을 마시지 않았다.“저 좀 쉬러 가도 될까요?”한참 사람들과 얘기를 나눈 강하리는 다소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구승훈은 그녀를 보내주며 말했다.“가서 뭐 좀 먹어.”“네.”강하리는 접시를 들고 가서 케이크 두 조각을 챙긴 후 구석으로 가서 앉았다.어느새 안현우가 그녀의 옆으로 와서 앉았다.“안 대표님.”강하리는 정중하게 인사했다.안현우는 그녀에게 샴페인 잔을 건넸지만 그녀는 그것을 받지 않았다.그런데 이번에 안현우는 뭐라고 하지 않았다.“구 대표랑 잘 지내요?”강하리가 대답했다.“그럭저럭 괜찮아요.”안현우가 웃으
구승훈은 강하리의 옆에 와서 앉고 큰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그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지만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밌게 하고 있어? 나도 들어보자.”강하리가 웃으며 말했다.“안 대표님께서 대표님의 첫사랑이 곧 돌아오신다고 하셨어요.”구승훈은 그 말을 듣고 코웃음을 치더니 별다른 대답하지 않고 계속 물었다.“그래서 강 부장이 그렇게 즐겁게 웃고 있었던 거야?”강하리는 가슴이 답답했다. 웃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그를 붙잡고 울며불며 왜 첫사랑은 사랑하면서 자신은 사랑하지 않냐고 묻기라도 해야 한단 말인가?그녀는 눈치 있는 사람이었다.“전 그저 구 대표님께는 좋은 일인 것 같아서 기뻤을 뿐입니다.”구승훈의 안색은 어둡게 가라앉았다.“그렇다면 강 부장의 관심에 고마워해야겠네.”강하리는 입을 꾹 다물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안현우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구 대표님, 첫사랑분이 돌아오시면 저한테 알려주세요. 제가 강 부장을 데려갈게요. 이건 구 대표님의 사람을 빼앗는 거 아니죠?”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던 구승훈은 그 말을 듣고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왜요? 두 사람 벌써 협상했어요?”“아니요!”강하리는 바로 부정했다.안현우는 구승훈의 기분을 신경 쓰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강하리는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저 조금 전에 이미 안 대표님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그러나 안현우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강 부장, 그렇게 빨리 거절하지는 마요. 겪어보지 않으면 뭐가 진짜 자신한테 어울리는 것인지 몰라요.”안현우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강하리의 안색은 더할 나위 없이 어두웠다. 그녀는 안현우가 일부러 자신한테 보복하는 것이라 생각했다.“대표님, 저는 진짜 안 대표님한테 마음이 없어요.”구승훈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샴페인 잔을 흔들고 있었다.“강 부장은 돈만 있으면 되잖아. 왜 안 대표는 안 되는 거지?”강하리의 입술을 하얗게 질렸다
강하리는 마음이 씁쓸했다.“전 그저 예의상 웃었을 뿐이에요.”구승훈이 코웃음을 쳤다.“강 부장 매너 좋네.”강하리는 더 말하지 않았다.구승훈은 참았던 것을 분출하듯 그녀의 어깨에 키스하면서 가슴까지 내려왔다.몇억 되는 드레스는 한 번밖에 입지 못했는데 구승훈이 잡아당겨 찢어지는 바람에 다시는 못 입게 되었다.“대표님, 오늘 안 하면 안 돼요?”구승훈은 그녀의 턱을 잡고 물었다.“왜? 안현우 때문에 그래? 남겨 두었다가 걔랑 하려고?”강하리는 그제야 자신이 안현우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눈 것 때문에 구승훈이 얼마나 기분이 나빴는지 알아차렸다.어이없게도 그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미친 듯한 소유욕을 드러내고 있었다.남자들은 다 이런 걸까. 자신이 놀다 버린 장난감을 절대 다른 사람이 다치지 못하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제가 피곤해서 그래요. 살살 하면 안 돼요?”구승훈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강 부장, 나한테 빌어봐.”차가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강하리는 자신을 향한 이 남자의 뜨거운 욕구를 견뎌내면서 조심스럽게 배를 가렸다.끝나고 구승훈은 그녀를 안고 집으로 올라갔다. 강하리는 구승훈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구승훈은 그녀를 안고 바로 욕실로 향했다. 그는 그녀를 씻긴 후 다시 안아서 침대 위에 내려놓고 이불을 덮어주었다.강하리는 배가 불편한 것을 느꼈다. 그런데 구승훈은 아직 만족하지 못한 듯했다. 그는 머리를 숙여 그녀에게 키스를 퍼부었다.강하리는 그를 밀어냈다. “대표님, 저 오늘 진짜 피곤해요.”그러나 구승훈은 무릎을 그녀의 두 다리 사이에 놓고 거절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막 욕구가 솟구칠 때 그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그는 관계가 진행될 때 방해받는 걸 제일 싫어했다.그는 짜증이 난 채 핸드폰을 들어 확인했는데, 예상밖으로 화를 내지도 않고 전화를 끊지도 않았다. 그저 갑자기 하던 일에 흥미를 잃었을 뿐이었다.구승훈은 일어나서 가운을 걸치고 핸드폰을 들고 나갔다.강하리는 침대
“자간전증이야.”손연지는 초음파 소견서를 들고 강하리에게 보여주었다.“이 개자식, 안 하면 죽는대?”강하리는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워 마음을 진정시켰다.손연지는 답답해서 말했다.“아니면 그냥 그 남자한테 말해.”강하리는 잠시 침묵하다가 눈을 떴다. 그녀는 구승훈에게 말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그렇지 않으면 이 아이는 조만간 구승훈 때문에 죽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설령 말한다고 해도 아이를 지키지 못할 확률이 높았다.그러나 그녀는 아이를 포기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에 차라리 구승훈에게 그 잔인한 일을 맡기는 게 나을 것 같았다.“어떻게 말할지 생각해 볼게.”손연지는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결정한 거야?”강하리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이렇게 끄는 건 해결책이 아니야.” 손연지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빨리 결심하고 끝내. 다 끝나면 그 남자 차버리고 혼자 당당하고 멋지게 살면 돼!”강하리는 슬픔을 삼키고 말했다.“아직 엄마 병원비도 벌어야 하는데 어떻게 멋지게 살아?”손연지가 물었다.“요즘 어머님 상태는 어때? 좀 나아졌어?”강하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여전히 똑같아.”손연지가 무슨 말을 하려는데 갑자기 옆에서 누군가 외쳤다.“강하리!”강하리가 뒤를 돌아보니 멀지 않은 곳에 강찬수가 서 있었는데, 얼굴이 너무 부어 원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의 양손은 두꺼운 거즈로 감싸고 있었다.“이년아, 네가 사람 시켜서 날 때렸지?”강찬수는 포효하며 강하리에게 달려들었다.강하리는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나라면 당신을 죽이라고 했을 거야!”“이 년이...”“강찬수, 당신 뭐 하는 짓이에요!”손연지는 그 모습을 보고 강하리 앞에 황급히 막아섰다.“움직이면 당장 경비원을 부를 거예요!”강찬수는 차갑게 웃으며 강하리에게 말했다.“너 딱 기다려!”강찬수는 화를 내며 자리를 떴다.손연지는 눈살을 찌푸리고 강하리에게 물었다.“무슨 일이야?”강하리가 강찬수가 찾아왔었던
그 의사는 말하다가 갑자기 멈칫했다.“그런데 송유라와 함께 온 남자는 꽤 잘 생겼을 뿐만 아니라 아우라가 너무 강했어요.”“맞아요. 남자 연예인보다 훨씬 더 잘생겼던데, 설마 송유라의 남자친구는 아니겠죠?”“맞을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한밤중에 병원에 같이 왔겠어요?”두 의사가 이미 다른 화제로 넘어간 것을 본 손연지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하리를 바라보았다.강하리는 아무렇지 않을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난 이만 돌아가야겠어.”손연지는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마음이 불편할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다른 사람들은 강하리와 송유라의 관계를 모르지만 손연지는 알고 있었다.송유라는 강하리의 이복동생이다. 강하리는 언니지만 사실 송유라보다 고작 30분 일찍 태어났다.같은 날 태어난 두 사람의 운명은 완전히 달랐다.강하리의 어머니 정서원은 송동혁이 길가에서 발견하고 데려온 여자이다.송동혁이 그녀를 발견했을 때 그녀는 엉망인 모습으로 자신의 이름이 정서원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기억 못 했다.정서원은 젊었을 때 매우 아름다웠고 아무 기억도 없었지만 몸에 두른 액세서리들은 전부 비싼 것들이었다.송동혁은 예쁜 여자를 보고 좋았는지 아니면 정서원의 몸에 있는 액세서리들 때문인지 그녀를 데리고 있기로 결정했다. 심지어 그녀와 결혼하겠다고 거짓말을 했다.나중에 정서원이 임신을 했는데도 송동혁은 결혼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정서원이 참지 못하고 묻자 그제야 그는 본모습을 드러냈다.그때서야 모든 사람들은 송동혁이 정서원과만 만난 게 아니라, 제약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의 딸과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우연히도 그 제약 회사 사장의 딸도 임신했고 송동혁은 그녀와의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었다.그는 정서원과 만난 것이 폭로될까 봐 두려워서 그녀에게 아기를 낙태하도록 강요했다.정서원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몰래 병원에서 도망쳤다.아이를 낳은 후 그녀는 거의 10년 동안 떠돌다가 연성시로 다시 돌아왔다. 강하리는 어머니를
강하리는 그들과 엮이기조차 싫었고, 송하양이라는 이름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그들이 괴롭히지만 않는다면 강하리는 평생 그들 앞에 나타나지 않을 자신도 있었다.3년 전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해 수술비가 절실히 필요했던 그녀는 송동혁 앞에서 구걸을 해야 했다.그때 그녀는 송동혁의 차가움을 완전히 알게 되었고, 그 후 그녀는 그의 가족과 다시는 마주치지 않았다.단지 가끔 TV나 트위터에서 송유라의 이름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송유라는 4년 전 해외에서 데뷔했다.4년 동안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녀는 예뻤고 국민 첫사랑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었으며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유명세를 탔다.강하리는 집으로 돌아와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꿈속에서 그녀는 다시 한번 그 해변으로 돌아왔다. 겨울의 해변은 찬바람이 강했다. 해변가 별장의 창문이 윙윙 거리며 날아갔다.송유라는 팔찌를 잃어버려서 그녀에게 소리를 지르며 가서 팔찌를 되찾아오라고 명령했다.강하리는 그 팔찌를 본 적이 있다. 다이아몬드가 아름답게 박혀 있는 팔찌에는 ‘하양’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송동혁이 송유라에게 준 생일 선물이었다.송유라는 이 팔찌를 끼고 사진을 많이 찍었다.잃어버려서 정말 안타까웠지만, 강하리는 그녀가 그것을 찾도록 도와주지 않았다.어두운 밤, 그런 강풍이 부는 날에 외출하는 것은 죽으려는 것과 같았다.송유라의 포효가 별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송동혁은 그녀를 서재로 불러와서 물었다.“네 엄마가 얼마 전에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며?”당시 강하리는 사회생활을 하지 않아서 잘 몰랐지만, 그의 말에 담긴 위협을 단번에 알아차렸다.그녀는 그에게 물었다. “오늘 여기 오라고 하신 이유가 정확히 뭐죠? 내 생일 때문인가요, 아니면 죽이려고 부른 건가요?”송동혁은 즉시 얼굴이 어두워졌다.강하리는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않고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가 해변으로 향했다.강찬수가 하루 종일 술을 마셔대니 집안 살림은 모두 어머니에게 의존했다. 게다가 어머니는 때때로 장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