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리는 더 이상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정확히 말하자면 그 영상을 본 순간부터 모든 감정이 사라졌고 그 이후의 행동은 모두 단지 몸이 기억하는 대로 움직였을 뿐이었다.그동안 생긴 온갖 상처조차 그녀에겐 아무 느낌조차 없었다. 찬 바람이 휘몰아쳐도, 그녀의 마음속엔 단 하나, 구승훈의 얼굴을 끝까지 눈에 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아마도 단 한 순간의 망설임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짧은 찰나가 그녀에겐 긴 세월처럼 길게 느껴졌다.그리고 그 순간, 강하리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내가 구승훈의 인생에서 그렇게까지 중요한 존재가 아니었구나.’그래서 결심은 오히려 단순했다. 그가 망설이는 대신, 자신이 선택하면 될 일이었다.고가 아래 도로는 이미 봉쇄된 상태였지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차들이 있어 안전 매트는 아직 완전히 깔리지 않은 상태였다.그 시각, 조시욱과 주해찬은 차량을 통제하며 진입을 막고 있었고 그때 갑자기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다.밤하늘을 가르며 붉은 드레스가 아래로 떨어졌다고 꽃잎처럼 아름다웠고 동시에 피처럼 잔혹했다. 두 사람의 표정이 동시에 굳어졌고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달려갔다.강하리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받아졌는지, 그대로 지면에 부딪혔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떨어지던 순간, 단 하나 기억나는 것은 구승훈의 창백한 얼굴과, 붉게 물든 그의 두 눈이었다.고통은 어쩌면 한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찰나의 통증이 몸 전체로 퍼져나갔다. 심장에서 시작해 온몸의 관절, 근육, 뼛속까지 천천히 퍼져가는 고통이었다.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는 눈을 감기 전 눈가에 살짝 맺힌 온기를 느꼈고 그 뒤로는 완전한 어둠뿐이었다.구승훈은 짐승처럼 날뛰며 안현우의 목을 움켜잡았다.안현우는 강하리가 그렇게 스스로 뛰어내릴 줄은 상상도 못 했고 그저 형식적으로 그녀의 목에 칼을 들이댔을 뿐이었다.강하리가 떨어지는 순간, 그는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미친 듯이 웃어댔다.‘그년이 죽었다면 이 짓도 해볼 만했네.’그렇게 생각하며 미소를 짓던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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