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택 문이 열리는 순간, 구승훈은 잠시 멍해졌다.강하리가 나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더욱 뜻밖이었던 건, 그녀가 연정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연정이는 구승훈을 보자마자 눈을 반짝이며 소리쳤다.작은 몸이 강하리 품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더니 두 팔을 벌려 구승훈에게 달려왔다.그는 연정이의 얼굴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착한 우리 딸, 생일 축하해.”연정이는 구승훈의 옷자락을 붙잡고는 고개를 돌려 강하리를 바라보았다.“엄마, 안아줘. 연정이 안아줘.”작은 손이 강하리를 향해 애타게 뻗었고 구승훈은 품에 안긴 아이를 내려다보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아직은 마음속에 엄마가 먼저인 듯했다.그는 눈살을 살짝 찌푸린 채 강하리를 바라보았고 강하리는 그런 구승훈을 힐끗 보며 아무렇지 않은 듯 물었다.“밥은 먹었어?”“아직 안 먹었으면?”구승훈은 연정이를 안은 채 그녀에게 한 발짝 다가섰다.“그럼 빨리 가서 먹어. 연정이 케이크 자르면 내가 사람 시켜서...”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구승훈이 갑자기 그녀의 턱을 잡아끌더니 몸을 숙여 그녀의 입술을 살며시 깨물었다.깜짝 놀란 강하리는 얼굴을 붉히며 그를 밀쳐냈다.“개도 아니고 뭐 하는 짓이야?”구승훈은 연정이를 바라보며 천연덕스럽게 말했다.“나는 그냥 우리 딸의 작은 생일 소원을 들어주는 중이야.”강하리는 연정이를 구승훈 품에서 빼앗듯 끌어안았다.“구승훈, 너 정말 염치도 없다.”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오히려 강하리가 연정이를 달래는 틈을 타 두 사람을 한꺼번에 끌어안아 버렸다.강하리는 반사적으로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연정이가 까르륵 웃음을 터뜨렸다.그 웃음소리에 강하리의 손이 얼어붙었고 구승훈의 가슴을 밀어내던 손이 조심스럽게 움츠러들었다.그녀의 그 짧은 망설임에 구승훈은 더 깊숙이 그녀를 끌어안았다.고요한 밤, 마치 세상엔 세 사람만 남은 듯 화목했다.강하리는 문득, 시간이 이대로 멈춘다고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때, 전화벨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