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Bab 1031 - Bab 1040

1063 Bab

제1031화

익숙한 향기, 익숙한 체온, 익숙한 사람.강하리는 잠시 밀치는 것도 잊었다.구승훈은 그녀의 비협조적인 태도가 조금은 불만스러운 듯 입술을 살며시 깨물었다.강하리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벌렸고, 구승훈은 그녀가 물러설 틈도 주지 않고 조급하게 파고들었다.강하리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구승훈이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한 손으로 목뒤를 감싼 채 다른 한 손은 니트 안으로 집어넣은 뒤였다.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차린 강하리는 순간적으로 몸부림을 쳤다.그런데 구승훈이 갑자기 그녀의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구승훈...”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구승훈의 손이 그녀의 허리에 닿았고, 굳은살이 박인 손이 닿은 곳에서는 전율이 일었다.강하리의 몸이 순간 경직되고 구승훈은 그 틈에 그녀를 더 꽉 끌어안았다.남자는 그녀의 어깨 위로 얼굴을 파묻고 씁쓸한 마음을 억누르며 그녀의 목덜미를 콱 물었다.강하리는 화를 내며 남자를 옆으로 밀쳐내고 일어나 침대에 누워 있는 남자를 노려보았다.“구승훈, 미쳤어?”구승훈은 웃음을 터뜨렸다.“응.”그는 반박하지 않고 놀랍게도 그냥 인정했다.어쩌면 정말로 미쳐가고 있는지도 모른다.이혼 얘기를 꺼낼 때도 강하리 같은 여자에게 들이대는 남자가 있을 거란 생각은 했었다.하지만 막상 다른 남자와 웃고 떠들고 심지어 다른 남자의 선물까지 받는 그녀를 보며 그는 마음속에서 신물이 올라오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다.강하리는 짧은 대답에 말문이 막혀 할 말을 잃었다.잠시 침묵하던 그녀가 말했다.“늦었어. 이만 가.”그러고는 이내 한 마디를 덧붙였다.“앞으로는 여기 오지 마. 연정이 보고 싶으면 아주머니가 데리고 갈 거야.”하지만 구승훈은 여전히 침대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구승훈, 같은 말 반복하게 하지 마.”구승훈은 웃으며 일어나 강하리 앞에 섰다.“강하리, 임희주랑 나랑 있는 거 보면 조금도 질투 안 나?”강하리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이내 옅은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왜 질투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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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2화

그때 그의 기분이 어땠던가, 아마도 행복했던 것 같다.하지만 옆의 빈자리를 바라보며 마음은 여전히 공허했다.그렇게 어느새 술병이 바닥을 드러냈다.침실 문에 기대어 저쪽 주방에서 분주한 모습을 바라보는 구승훈은 이제야 마음이 꽉 찬 것 같았다.강하리는 부엌에 서서 계속 끓고 있는 냄비에 시선을 고정했다. 잠시 후 심호흡을 한 그녀가 휴대폰을 꺼내 구승재에게 메시지를 보낸 뒤 불을 끄고 국 한 그릇을 떠서 밖으로 나갔다.“마시면 가야 해?”“안 마시고 가도 돼.”국물을 손에 든 구승훈은 다시 평소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샤워하게 욕실 좀 써도 될까?”강하리가 눈을 흘겼다.“선 넘지 마.”구승훈이 그릇을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나 좀 먹여줄래?”“얼굴에 확 부어줄까?”구승훈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고, 강하리는 그를 무시한 채 돌아서서 서재로 들어갔다.전에 최하영과 의논했던 대로 안현우에게 함정을 파도 빈 껍데기만 둘 수는 없었다.그녀의 손에서 기획서가 차츰 구색을 갖춰갔다.그런데 구승훈은 여전히 침실 문 앞에 서서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강하리는 조용히 컴퓨터를 닫았지만 밖에 있는 사람과 약속이라도 한 듯 서재에서 나가지 않았다.두 사람은 그렇게 안팎으로 각자 떨어져 있었다.둘 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웃기게도 편안함이 느껴졌다.초인종이 울렸을 땐 새벽 세 시였다.그 소리에 구승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지며 다가가려는데 서재 문이 열렸다.강하리는 그를 쳐다보더니 곧장 문으로 향했다.“아주 바쁘네.”등 뒤에서 들리는 구승훈의 목소리엔 짙은 질투가 배어 있었다.“이 시간에도 찾아오는 사람이 있어?”강하리는 술에 취한 사람이라고 치부하며 무시한 채 다가가 문을 열었다.“보지도 않고 문을 여는 건 자주 들락거리는 사람이란 뜻인데...”“형수님, 우리 형 어디 있어요?”구승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구승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구승재를 향해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넌 여기 왜 왔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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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3화

주해찬은 이미 자리를 떠났지만 동네 입구에 다다랐을 때 주차된 차가 눈에 들어왔다.더할 나위 없이 익숙한 차다.사고가 났을 때 자신을 향해 돌진했던 차가 바로 지금 앞에 있던 차와 거의 똑같았다.그는 다가가 창문을 두드렸고 차창을 내리자 놀랍게도 거기엔 구승훈의 경호원이 있었다.준봉도 주해찬을 보고 살짝 놀랐다.노민우 말로는 강하리가 한밤중에 주해찬 마중을 나갔다던데 주해찬도 이 밤에 그녀를 찾아올 줄이야.“준봉 씨, 맞죠?”주해찬이 웃으며 묻자 준봉이 적대시하며 대꾸했다.“주해찬 씨, 무슨 일이죠?”주해찬이 뒷좌석을 슬쩍 들여다보자 구승훈은 보이지 않았다.“그쪽 대표님 올라가셨나요?”준봉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주해찬은 알 수 있었다.밑에서 기다렸을 때 구승훈이 올라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건 구승훈이 그보다 먼저 도착했다는 뜻이었다.그가 2시간 넘게 기다렸으니 구승훈은 아마 3시간은 더 위층에서 기다렸을 테다.보아하니 그도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온 게 분명했다.‘준봉이 떠나지 않았다는 건 구승훈도 아직 가지 않았다는 뜻이겠지.’그래서 그도 가다 말고 다시 돌아왔다.그런데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리게 될 줄은 몰랐다.싱긋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구 대표님, 오랜만이네.”구승재는 주해찬을 보는 순간 관자놀이가 지끈거리며 무의식적으로 형을 힐끗 쳐다보았다. ‘오늘 또 싸우는 건 아니겠지?’하지만 놀랍게도 구승훈은 침착하게 그를 향해 말했다.“차에 가서 기다려.”구승훈이 말을 마친 후 고개를 숙이고 담배에 불을 붙이자 구승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형을 바라보았다.“형, 아직 몸 회복되지 않았어.”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구승훈이 그를 돌아보았다. 구승재는 곧장 입을 다물고 맞은편에 서 있던 주해찬을 흘깃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로 향했다.“주해찬 씨도 오랜만이네.”구승훈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담뱃재를 털었다.주해찬은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다가 갑자기 구승훈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슬쩍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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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4화

“한 대 피울래요?”구승훈이 대답하지 않자 주해찬은 자신의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들이켰다.구승훈도 마찬가지로 담배에 불을 붙였고 두 사람 사이에는 그렇게 정적이 흘렀다.“당신이 하리한테 잘해줄 거라고 생각했어. 당신을 위해 모든 걸 제쳐둔 채 온 힘을 다해 애쓰는 걸 보면서 다시는 걔한테 상처 주지 않을 줄 알았어. 그래서 나도 마음 놓고 떠났던 거야.”그렇게 말한 뒤 주해찬은 또 한 번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그런데 결혼식장에서 하리를 혼자 내버려둬? 구승훈, 대체 이유가 뭐야? 왜 매번 그런 식으로 자꾸만 하리에게 상처를 주는 건데?”구승훈은 대답하지 않고 담배만 한 모금 빨아들이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나랑 하리 사이에 벌어진 일에 주해찬 당신이 왜 끼어들어?”주해찬은 코웃음을 쳤다.“왜 끼어드냐고? 그러는 당신은 방금 아무 상관도 없는 날 왜 때렸는데?”주해찬은 구승훈을 바라보았다.“구승훈, 난 가끔 정말 당신이 이해가 안 돼. 그렇게 하리에게 마음 쓰면서도 대체 왜 자꾸만 상처를 주는 거야?”구승훈은 엄지와 검지로 담배 끝을 잡고 한 모금 들이마시고는 자조적인 웃음을 드러냈다.“상처를 줄 생각이 없었다고 하면 믿을 건가?”주해찬은 말이 없었다.자신이 둘 사이를 비집고 끼어들던 때가 떠올랐다.그녀를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엔 깊은 상처만 남기고 말았다.사랑이란 게 이럴 때 보면 참 모순적이다.“날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주해찬도 고개를 들어 꼭대기 층을 바라보았다.“난 포기했어. 이젠 그냥 좋은 선배가 되고 싶을 뿐이야. 하리 마음속에 내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걸 알았으니까.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관계가 있더라고.”구승훈이 피식 웃었다.“그래서 그렇게 오랫동안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나? 한밤중에 선물이나 주려고?”“난 단지 오늘 파티에서 구 대표님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갔다는 걸 들어서, 하리가 걱정되는 마음에.”구승훈은 조롱 섞인 웃음을 지었다.주해찬은 구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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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5화

돌아가는 길에 구승훈은 표정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형...”구승재는 몇 마디 위로의 말을 건네려 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형과 주해찬이 나누는 대화를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어쨌든 형수님에 대한 이야기임은 분명했다.“형수님...”구승재가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 문득 형이 극도로 피곤한 듯 뒤에서 눈을 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순간 구승재는 입을 다물었다.잠든 게 아닐 수도 있지만 차마 방해할 수 없었다.그동안 강하리와 헤어진 후 지금까지 형은 극도의 피로로 고통을 잊으려는 듯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구승재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강하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형수님, 방금 주해찬 씨가 우리 형을 괴롭혔어요.]샤워를 마치고 나온 강하리가 그 메시지를 보고는 미간을 꾹 누르며 주해찬에게 전화를 걸었다.주해찬은 휴대폰으로 걸려 온 전화를 잠시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며 통화버튼을 눌렀다.“하리야, 아직도 안 잤어?”강하리가 대답하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주해찬이 먼저 입을 열었다.“방금 나랑 구승훈이 너희 집 아래에서 싸운 것 때문에 그래?”강하리는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두 사람 싸웠어요?”주해찬은 여전히 아픈 배를 문지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난 그 사람 못 이겨.”강하리는 문득 그래서는 안 되지만 주해찬의 말에 안도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그녀는 구승훈의 몸에 있는 부상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하지만 그날 응급실에서 본 구승훈의 몸 여러 군데에 상처가 가득했다.게다가 그날 아침 정안 건물에서 두 경호원이 업혀 나오던 것과 엉망진창인 구승훈의 모습을 봤을 때, 지금 몸에 남은 상처가 그날 응급실에서 본 것보다 절대 덜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선배, 미안해요.”주해찬이 웃었다.“미안하다는 말은 내가 해야지. 무턱대고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으니까. 난 그냥 그 사람이 널 너무 괴롭히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나선 거야. 하리야, 네가 너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강하리가 입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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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6화

비서는 순간 얼어붙었다.“안 대표님, 지금 기명 제약 주식을 처분하면 손실이 막심합니다. 게다가 동쪽 교외의 땅은 저희가 절대 손에 넣을 수 없습니다. 그 땅은 최하영 씨도 강하리 씨와 손잡아야 겨우 접근할 수 있는 곳입니다. 차라리 기명 제약을 통째로 삼키는 게 훨씬 나은 선택입니다.”안현우는 앞좌석 비서를 향해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너보고 나 대신 결정하라고 했지? 네가 이 회사의 주인이냐?”비서의 얼굴이 순식간에 핏기를 잃었다.안현우는 구승훈에게 당한 이후로 점점 더 변덕스럽고 괴팍해졌다. 때때로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보일 때도 있었다.이미 몸이 망가졌는데도 여자를 밝히는 집착은 여전했고 그의 눈앞에 나타난 여자들은 하나같이 사람이라고 보기 힘든 몰골이 되곤 했다.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비서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죄송합니다, 안 대표님. 제가 경솔했습니다. 곧바로 사람을 보내겠습니다.”안현우는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어서 여자를 데려와.”비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들의 차량이 떠나고 나서 클럽에서는 최하영이 시청 사람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난 후, 그는 강하리에게 전화를 걸었다.“안현우가 덫에 걸렸어요.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강하리는 웃으며 말했다.“최 대표님, 정말 감사합니다.”잠시 침묵하던 최하영이 입을 열었다.“사실, 정말 고마워해야 하는 사람은 구승훈 씨예요. 구승훈 씨의 인맥이 없었다면 시청 사람들의 도움도 못 받았겠죠. 안현우가 복수하겠다고 덤빌 때, 그 화살이 저한테 말고 두 분한테 향하길 바랄 뿐이네요.”강하리는 순간 숨이 멎는 듯했고 전화를 끊을 때까지 멍하니 서 있었다.“이 일에 대해 구승훈 씨는 입 밖에도 내지 말라고 했어요. 자기가 도와줄 거라고 하면 하리 씨가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나 봐요. 두 사람, 도대체 뭘 위해서 이러는 거예요? 이렇게 숨어서 서로 도와주기만 할 거면서요. 중간에서 저만 괜히 손해 보는 기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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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7화

저택 문이 열리는 순간, 구승훈은 잠시 멍해졌다.강하리가 나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더욱 뜻밖이었던 건, 그녀가 연정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연정이는 구승훈을 보자마자 눈을 반짝이며 소리쳤다.작은 몸이 강하리 품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더니 두 팔을 벌려 구승훈에게 달려왔다.그는 연정이의 얼굴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착한 우리 딸, 생일 축하해.”연정이는 구승훈의 옷자락을 붙잡고는 고개를 돌려 강하리를 바라보았다.“엄마, 안아줘. 연정이 안아줘.”작은 손이 강하리를 향해 애타게 뻗었고 구승훈은 품에 안긴 아이를 내려다보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아직은 마음속에 엄마가 먼저인 듯했다.그는 눈살을 살짝 찌푸린 채 강하리를 바라보았고 강하리는 그런 구승훈을 힐끗 보며 아무렇지 않은 듯 물었다.“밥은 먹었어?”“아직 안 먹었으면?”구승훈은 연정이를 안은 채 그녀에게 한 발짝 다가섰다.“그럼 빨리 가서 먹어. 연정이 케이크 자르면 내가 사람 시켜서...”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구승훈이 갑자기 그녀의 턱을 잡아끌더니 몸을 숙여 그녀의 입술을 살며시 깨물었다.깜짝 놀란 강하리는 얼굴을 붉히며 그를 밀쳐냈다.“개도 아니고 뭐 하는 짓이야?”구승훈은 연정이를 바라보며 천연덕스럽게 말했다.“나는 그냥 우리 딸의 작은 생일 소원을 들어주는 중이야.”강하리는 연정이를 구승훈 품에서 빼앗듯 끌어안았다.“구승훈, 너 정말 염치도 없다.”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오히려 강하리가 연정이를 달래는 틈을 타 두 사람을 한꺼번에 끌어안아 버렸다.강하리는 반사적으로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연정이가 까르륵 웃음을 터뜨렸다.그 웃음소리에 강하리의 손이 얼어붙었고 구승훈의 가슴을 밀어내던 손이 조심스럽게 움츠러들었다.그녀의 그 짧은 망설임에 구승훈은 더 깊숙이 그녀를 끌어안았다.고요한 밤, 마치 세상엔 세 사람만 남은 듯 화목했다.강하리는 문득, 시간이 이대로 멈춘다고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때, 전화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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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8화

강하리는 심호흡을 길게 하고는 화제를 돌렸다.“우리 딸, 케이크 먹으러 갈까?”“응!”한편, 구승훈의 차 안에선 전화벨이 계속 울리고 있었다.심씨 가문 저택을 떠난 이후로만 세 번째였지만 그럼에도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차가 정안 빌딩 앞에 도착하고 나서 그는 마침내 전화를 받았다.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임희주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구승훈 씨, 왜 전화 이제 받아요?”구승훈은 차에서 내리며 차 문을 쾅 하고 닫았고 텅 빈 주차장에 그의 발걸음 소리가 또렷이 울려 퍼졌다.“임 선생 전화를 꼭 받아야 하나요?”임희주는 말문이 막혔고 한참의 정적 끝에 겨우 말을 이었다.“이제 제 도움이 필요하지 않으세요?”구승훈은 코웃음과 함께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얼굴 가득한 짜증을 숨기지 않았다.“임 선생은 정말 날 도우려는 마음이 있기나 한가요?”“도와줄게요. 진심이에요. 제 조건만 받아준다면 전 뭐든 할 수 있어요.”구승훈은 코웃음을 내뱉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엘리베이터는 꼭대기 층에 멈췄고 그는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 넥타이를 푼 뒤 휴대폰을 무음으로 돌렸다.한편, 통화가 끊기자 임희주는 왠지 모를 불안에 휩싸였다.며칠째 구승훈은 마치 그녀의 삶에서 완전히 사라진 듯 아무 연락도 닿지 않았었다.이미 강하리와 이혼했고 모든 게 그녀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는 줄 알았다.하지만 어디서부터 어긋나 버린 걸까?구승훈뿐만 아니라, 구승재조차 이틀째 연락이 되지 않았고 집이든 회사든 찾는 곳마다 문이 닫혀 있었다.구승훈은 이제 인내심을 잃은 듯했다.임희주는 처음으로 이 남자를 이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 시각, 구승훈은 사무실에서 밤을 새우며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다음 날 아침, 구승재가 문을 열고 작은 상자를 들고 들어왔고 구승훈은 인상을 찌푸렸다.“뭐야?”구승재가 조심스레 상자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뚜껑을 열자 그 안엔 케이크가 담겨 있었다.“형수님이 어젯밤 저택으로 보낸 거야.”구승훈은 케이크를 말없이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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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9화

양쪽 모두 몇 초간 말이 없었다.짧은 정적이 흐르는 사이 구승재는 관자놀이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왜 하필 형수님이 이런 장면을 보게 된 거야?’그는 무의식중에 임희주를 형에게서 떼어내려 손을 뻗었지만 강하리는 이미 먼저 아무 말 없이 회사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구승재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구승훈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강하리의 뒷모습에서 시선을 거두었다.“이거 놔요.”무심하게 뱉은 구승훈의 말에 임희주의 몸이 순간 굳어버렸다.그녀는 머쓱하게 팔을 풀고 조심스럽게 구승훈에게서 몸을 뗐다.그는 말없이 겉옷을 벗어 쓰레기통에 내던졌고 그 동작엔 숨길 수 없는 냉소와 혐오가 묻어 있었다.“저를 왜 찾았어요?”짧게 말을 던지고는 그대로 발걸음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임희주는 쓰레기통에 처박힌 옷을 보며 속으로 이를 악물었다.“구승훈 씨, 정말 더는 협력할 생각이 없는 거예요?”구승훈은 단 한 번도 그녀를 돌아보지 않고는 말없이 문을 열고 이미 대기 중이던 차에 올라탔다.임희주는 순간 당황하며 급하게 차 문을 열고 올라타며 말했다.“구승훈 씨, 제가 잘못했어요. 계속 이렇게 피하지 말고 우리 얘기 좀 해요, 네?”구승훈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는 이내 조용히 시동을 걸고 도로 위로 미끄러지듯 나아갔다.JM 빌딩 꼭대기 층 사무실에서 강하리는 창가에 서서 멀어져 가는 차를 잠시 바라보다가 천천히 눈을 돌렸다.그 맞은편엔 천아름이 앉아 잡지를 넘기고 있었는데 오늘따라 높게 묶은 머리에 평소보다 차가운 눈빛이 느껴졌다. 늘 따뜻하던 표정이 오늘만큼은 더 날카로웠다.“오늘은 협업 얘기하려고 했는데, 지금 분위기 보니까 기분이 썩 좋아 보이진 않네. 어떻게 할까? 둘이서 무슨 짓 하는지 내려가서 직접 볼까?”강하리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계속 얘기하자.내가 했던 제안, 어떻게 생각해?”천아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진짜 괜찮아?”강하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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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0화

천아름은 그렇게 말을 마치고 사무실을 나섰고 강하리는 의자에 앉아 어이없다는 듯 허탈하게 웃었다.‘정말 장난도 정도껏이지.’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하지만 아침에 보았던 장면이 자꾸 머릿속에 떠올랐다.자신은 꽤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믿어왔고 이미 이혼했으니 구승훈이 임희주와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일이라 여겼다.게다가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대강은 알 것도 같았기에 계속해서 자기 자신을 타이르며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받아들이기 힘들었다.이런 장면을 보면 항상 힘들고 슬펐다.그 순간,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고 강하리는 화면을 확인한 뒤 전화를 받았다.“강 대표님, 안현우가 갖고 있던 기명 제약 주식을 저렴한 가격에 매입했습니다. 인수 건 다시 진행할까요?”강하리는 짧게 응답하고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숨을 가볍게 내쉰 뒤, 최하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안현우 일, 마무리해 주세요.]잠시 뒤, 최하영에게서 곧바로 답장이 왔다.[OK. 그런데 보수는 챙겨줘야죠.]강하리는 피식 웃고는 입술을 깨물며 휴대폰을 조용히 내려놓았다.사무실을 나서려던 그때,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이번에는 문자 메시지였는데 모르는 번호였고 그 안에는 몰래 찍힌 사진 한 장이 첨부되어 있었다.사진 속 호텔 방에서 임희주는 옷을 제대로 걸치지도 않은 채 구승훈의 품에 안겨 있었고 구승훈은 그런 임희주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순간, 강하리는 이상하게도 그의 눈빛이 예전에 자신을 바라보던 눈과 똑같다고 느껴졌다.강하리는 손끝이 떨렸고 동시에 임희주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저, 구승훈 씨랑 잤어요.”강하리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지만 웃음은 나오지 않았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녀는 천천히 감정을 추스르며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잤다고 해서 나랑 무슨 상관이야?’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녀는 어느새 손연지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같이 술 마실래?”강하리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건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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