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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고세연의 낯빛은 무섭게 굳어졌다.“공사 현장에서 얼마나 있은거야?”김주환이 낄낄 웃으며 고세연의 앞에 놓인 커피를 바라보며 말했다.“여긴 와 본 적이 없어서 커피가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네.”고세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웨이터를 불러 그에게 커피 한 잔을 시켜주었고 김주환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오래 머무르지도 않았고, 강 대표님도 차에 올랐어. 근데 잠시 후 내려오더니 그 여자가 차 밖으로 강 대표님 손에 있던 쇼핑백을 던져버리던데.”고세연이 불만스럽게 대꾸했다.“이게 다야? 끝났어?”김주환은 고세연의 가슴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응, 끝이야.”고세연은 화가 치밀었다. 카페에 다른 사람이 없었다면 뺨이라도 한 대 올리쳤을 것이다.“네 눈깔이나 제대로 관리해. 그리고, 앞으로 일 없으면 날 찾아오지 마.”말을 마친 고세연은 가방에서 돈 두 묶음을 꺼내 김주환에게 던졌다.김주환이 돈을 받아들더니 더욱 탐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화내지 마, 나한테 또 다른 소식이 있어. 그날 그 여자가 요양원에 있었고, 우연히도 강지찬도 밤중에 돌아오더라고. 아침에는 각자 요양원에서 나왔어.”“뭐라고?”고세연은 순간 당황했다.“이미 같이 있는 사이인 거야?”김주환은 케이크 한 조각을 집어 먹으며 말했다.“그 여자가 강지찬 방에서 잤다던데, 무슨 사이인지는 너도 잘 알겠지?”고세연은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정유진 저 재수 없는 여자!입으로는 강지찬과 아무 사이도 아니라 하면서도 그의 침대에 기어 올라가? 날 뭐로 보는 거지?“이렇게 중요한 일을 왜 말하지 않았어?”김주환이 비열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널 너무 오래 보지 못해서 커피나 얻어 마시러 온 거야.”옆에 있던 지아는 그의 웃는 모습에 역겨운 생각마저 들었다. 지금 왜 이 지저분한 남자와 고세연이 같이 커피를 마시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러다 잠깐 부주의로 아이스크림을 손에 묻혔고 끈적거리는 느낌이 불편했다.“화장실 갈 거야.”고세연은 김주환에게 무언가를 지시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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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지아는 지능이 9살에 머물러 있었지만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었다.김주환의 음흉한 속내가 느껴지자 반항할 줄도 알았고 주환이 자신에게 가까워지자 크게 소리를 질러댔다.“살려주세요, 살려...”김주환은 낯빛이 순식간에 변하더니 그대로 달려와 그녀의 입을 막았다.“지아 아가씨, 사실 나도 무슨 일을 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그냥 당신 형이 너무 심하게 날 괴롭혀서 나도 당신한테서 조금이라도 이득을 얻고 싶을 뿐이죠.”김주환이 잔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무서워하지 마요. 그냥 지아를 너무 좋아해서요, 나한테...”강지아가 무서워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하지만 아이 같은 그녀의 사고방식으로는 상대가 가진 더러운 생각을 전혀 알 수 없었고 그저 자신을 때리려 한다고 생각했다.만약 진짜 성인 여성이었다면 이미 죽을 만큼 무서운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하지만 강지아는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나쁜 놈을 물리치고 자신을 구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남자는 힘이 상당히 컸고 그녀를 통제하기 위해 한 손으로 입을 막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팔을 꽉 잡았다.그녀의 두려움에 질린 눈동자를 보며 김주환의 본능이 꿈틀거렸다.“... 입만 맞추게 해주면, 다치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그가 말하며 다가왔고 지아는 다리를 들어 올려 그의 아랫배를 세게 찼다.김주환은 이런 어린아이가 호신술을 할 줄은 몰랐고 정확히 중요 부위를 걷어차이고 말았다.그는 새우처럼 몸을 구부린 채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졌고 지아는 서둘러 그를 밀쳐내고 문을 열고 도망쳤다.그는 고세연을 찾는 대신 그저 그 장소를 벗어나 가능한 한 멀리 도망치고 싶었다.맞아, 언니를 찾아가면 무섭지 않을 거야.그녀는 카페를 뛰쳐나와 계속 달렸다. 십자로를 지나고 또 다른 거리를 지나가며 멈추지 않았다.얼마나 달렸을까, 그녀는 겨우 지친 채 자리에 멈춰 섰다.거리는 오가는 차로 몹시 시끄러웠다.그녀는 혼란스러운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고 기억과 현실이 겹쳐져 울창하던 숲이 높은 빌딩으로 변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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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유진은 차 키를 들고 빠르게 예원에게 상황을 전달하고는 바로 자리를 떴다.그녀는 휴대전화를 자동차 거치대에 올려놓고 지아의 마음부터 달래줬다.“지아야, 무서워하지마. 언니 이미 차 탔어. 바로 찾으러 갈게.”강지아는 눈물을 닦고는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나 안 울어, 언니 기다릴게.”“카메라를 전환해서 주변에 큰 건물이 있나 봐봐. 그걸 카메라에 비춰줘.”유진도 아이를 돌본 적이 없어 어린애들이 전자기기를 얼마나 잘 다루는지 몰랐다.“언니, 위치 알려고? 나 위치 보낼 줄 알아.”“... 그래, 얼른 보내줘.”그녀는 작은 창으로 띄워놓고 위치를 확인해보자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지아 뒤로 밀크티 가게가 보이자 그녀는 태양 아래 지아가 힘들 가봐 가게 안에서 기다리라고 했다.한 편, 고세연은 전화 통화를 마친 뒤에도 지아가 나오지 않자 불안해졌다. 거기다 김주환도 화장실에 간다고 했는데 역시 돌아오지 않았고 그녀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녀는 김주환이 쓰레기임을 알고 있었고 만약 지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정말 큰 골칫거리가 생기는 것이었다.지아를 찾으러 나가려던 찰나, 엉거주춤한 자세로 김주환이 다가왔고 난처한 기색이 가득했다.고세연은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지아는 어디 있어?”김주환은 그녀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그녀의 심기도 거스르지 못했다. 그녀에게서 돈을 받아내야 했기 때문이었다.“도망쳤어...”“뭔 짓을 한 거야?”고세연의 질문에 김주환이 서둘러 해명했다.“아무것도 안 했어! 애가 미쳤는지 날 발로 차는 거야. 그대로 고자가 될 뻔했잖아.”“아직 손 대기 전이었나 봐?”고세연은 참지 못하고 그의 뺨을 내리쳤다.“이 쓸모없는 놈, 죽고 싶어 환장했어? 왜 강지아를 건드려?”김주환은 비록 비열한 인간이었지만, 여자에게 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이를 악물었다.“뭐야, 왜 그러고 있어? 빨리 사람이나 찾아!”고세연이 분노했다.“일을 그르치기만 했다 봐. 내 계획을 망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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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지아야 뭐라고? 그날 밤 문을 두드렸던 사람이 경비원이었어?”말을 뱉자마자 유진의 머릿속에는 음흉한 얼굴 하나가 떠올랐다.단 한 번 봤을 뿐이지만 그녀의 뇌리에 깊게 박힌 얼굴이었다.당시 반응이 조금만 느렸더라면 그 경비의 손이 그녀의 가슴에 닿을뻔했었다.그럼 그게 우연이 아니라 상습범이었다고?그럼 그날 밤 지아는 거짓말한 것이 아니라 진짜로 그녀의 문을 두드린 나쁜 놈이 있었단 말이야?“맞아, 너무 싫어. 내 얼굴도 만졌어.” 지아는 혐오스럽다는 얼굴을 하며 말했다.정유진은 또 한 번 깜짝 놀랐다.“오빠한테 말한 적 있어?”지아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니, 오빠는 너무 바쁘잖아. 나도 엄청나게 센 사람이야, 나쁜 놈한테서 멀리 도망쳤어.”유진은 화가 나면서도 가슴이 아파 떨리는 손으로 강지찬의 번호를 눌렀다.한편 지찬은 금방 회의를 마치고 몇 명의 고위간부들과 일을 토론하고 있었다.그때 걸려온 전화 화면을 보며 실눈을 뜬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이 여자가 어쩌다 먼저 전화를 했지?보고 싶었나?이런 생각에 지찬이 휴대전화를 들고 탕비실로 들어와서야 전화를 받았다.그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정유진의 다급한 목소리가 귓가에 전해졌다.“나랑 지아가 당장 찾으러 갈 거예요. 그리고, CCTV 좀 확인해주세요. 귀국한 날 밤 누군가 지아의 방문을 두드렸대요, 자세한 상황은 만나서 얘기해요.”정유진은 용건만을 말한 채 바로 전화를 끊었고 강지찬은 굳은 얼굴로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한편 강지아는 고개를 갸우뚱한 채 물었다.“언니, 오빠랑 통화한 거야? 우리 오빠 찾으러 가?”“응.” 유진이 억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지아는 기쁨에 겨워 소리를 질렀다.“좋아! 오빠 찾으러 가자.”그리고는 강지찬의 흉을 보기 시작했다.“오빠는 바보야. 선물도 줄 줄 모르고, 나한테 도와달라고 하잖아. 언니, 왜 오빠가 준 선물을 받지 않는 거야?”“대가 없는 선물은 없으니까.” 유진의 대답에 지아가 눈을 깜빡이더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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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K그룹 대표 사무실에서,유진에게서 자신이 귀국하던 날과 오늘 있었던 일을 전해 들은 지찬은 분노하고 말았다.화를 못 이겨 옆에 놓인 의자를 세게 걷어찼고 그 바람에 지아도 깜짝 놀라 몸을 떨었다.지찬은 당장 형준에게 경찰에 신고하라고 분부했고 의현도 요양원 측에서 보내온 CCTV 영상을 확인해봤지만, 중간에 빈 부분이 있음을 발견했다.“CCTV가 삭제된 것 같아.” 의현이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내가 소홀한 탓이에요.” 강지찬은 유진이 이전에 그에게 한 지적을 인정했다.정말로 경호원들이 이렇게 행동할 줄은 몰랐고 오늘 지아가 고세연이 나갈 때 아무도 따라가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다.지아의 병실 밖을 밤 10시 이후로 아무도 지키지 않는 것을 보고 형준은 놀라움에 몸서리쳤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제 불찰입니다.”유진은 한 손으로 지아를 끌어안고 말했다.“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경호원을 찾는 거예요.”그 사람은 강지찬이 해고한 사람이었고 그도 누군지 알고 있었기에 형준에게 그를 찾으라고 명령했다.지아는 자신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유진에게 물었다.“언니, 왜 오빠가 화가 난 거야? 너무 무서워 보여.”정유진은 진지하게 그녀에게 당부했다.“앞으로 나쁜 일이 생기면 바로 오빠한테 말해야 해, 알았지?”그 경호원이 지아에게 손을 댔다는 걸 생각하면 강지찬은 지금 당장 그 쓰레기 새끼를 찾아서 산산조각내고 싶었다.그때 지아가 망설이며 말했다.“근데 오빠는 너무 바빠. 거의 볼 수가 없어.”강지찬은 마음속으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고 고개를 돌리자 유진의 비난하는 눈빛과 마주쳤다.강지찬은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느끼며 지아의 앞에 쪼그려 앉으며 말했다.“그럼 앞으로 나쁜 일이 생기면 언니한테 말해, 알겠어?”지아는 바로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알겠어 오빠!”정유진은 말문이 막혔다. 이 사람은 어디까지 더 뻔뻔해질 예정이지?지아는 대체 누구 동생인 거야?강지찬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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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정유진은 오늘 있었던 계약 건을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그 건은 그녀와 키키가 한 달 정도 매달렸던 건이었다.회사에 돌아오니 모두 쥐 죽은 듯 조용했고 고객도 이미 가버린 뒤였다.키키는 테이블에 엎드린 채 비 맞은 장닭마냥 늘어져 있었다.유진은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미안해, 내 탓이야.”예원이 그녀를 훑어보더니 물었다.“왜 네 탓이야?”유진은 자신이 일을 제쳐두고 나간 행동에 변명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더 많은 계약을 따내게 노력할게.”예원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정말 네 탓이야, 그래, 정말 널 죽이고 싶을 지경이지!”유진이 혼란스러워했다.“...응?”예원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네가 설계도를 너무 잘 만들어서 고객이 망설임 없이 계약을 체결했지 뭐야.”유진은 어안이 벙벙한 채 되물었다.“그럼 왜 다들 우울해 보이는 거야?”모두가 갑자기 책상을 두드리더니 큰 소리로 웃어댔다. 분명히 유진을 놀리려고 장난을 친 것이었다.유진은 할 말을 잃었다.예원은 그녀를 사무실로 밀어 넣고는 문을 닫고 솔직하게 얘기했다.“한빈이랑 네 사주가 상극인가 봐. 헤어진 뒤 계약을 얼마나 쉽게 체결했는지 봐봐. 오늘 이 대형 아파트 계약은 안 될 줄 알았는데, 고객이 네 설계도에 대해 칭찬이 끊이질 않았어. 다들 돈이 많나 봐, 너랑 나만 빼고 말이야.”정유진은 물을 한 컵 마시며 침착하게 대꾸했다.“키키한테 내 성과급에서 1%를 떼줘. 애가 일을 너무 잘해, 졸업하면 바로 우리 스튜디오랑 계약해도 되겠어.”“1%는 너무 많은 거 아니야?” 예원이 걱정스럽게 물었다.“다른 디자인 어시스트들은 기본 급여만 받는데, 너랑 함께 디자인 작업을 하면 걔한테 이득인 거 아니야?”정유진은 더 먼 곳까지 생각했다.“회사를 키우고 싶다면, 우리는 우리만의 디자이너를 키워내야 해. 단지 우리 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나도 키키가 마음에 들고.”예원은 반대하지 않았다.“어차피 네 성과급에서 빠지는 거니까 마음대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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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순진한 강지아의 얼굴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고세연은 그런 지아를 바라보며 속으로 몰래 질투했다.어떻게 바보 같은 애가 이렇게 예쁘게 생길 수 있지? 하느님도 눈이 멀었나?고세연은 마음속으로는 악랄한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더욱 친절한 미소를 가득 담고 말했다.“네 오빠랑 결혼하면 난 진짜 새언니가 되는 거야.”“진짜 새언니?”지아의 눈이 밝게 빛났다.“그럼 지금은 가짜 새언니인 거야?”그녀는 다른 것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진짜와 가짜의 차이는 구분할 수 있었다.그러니까 오빠는 여전히 내 것이고, 새언니 것이 아니라는 말이지?고세연은 ‘가짜 새언니’라는 말에 놀라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화제를 돌렸다.“지아야, 오늘 그 나쁜 아저씨를 내가 쫓아냈어. 넌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오빠한테 말하지 말아 줄래?”강지아가 불쾌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안돼.”고세연이 멈칫하더니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왜, 왜 안돼? 네가 말하지 않으면 다음번에 놀이공원에 데려다줄게.”강지아는 진지하게 흥하고 코웃음 치더니 말했다.“그 나쁜 아저씨는 내가 쫓아낸 거야. 내가 그 아저씨의 소중이를 차버렸거든. 언니는 어딜 찼어?”고세연은 말문이 막혔다.역시 얼굴만 예쁜 바보라니까.그녀는 어쩔 수 없이 지아를 설득했다.“나도 그놈 소중이를 차 줬어. 그래서 그놈을 쫓아낸 거야. 지아야, 네가 오빠한테 오늘 일을 말하지 않으면, 놀이공원에 데려다줄게.”하지만 지아는 여전히 거절했다.“안 돼.”“왜 또 안돼?” 고세연이 한숨을 쉬며 인내심의 바닥을 경험하고 있었다.강지아는 입을 삐죽이더니 그런 고세연을 불쾌하게 쳐다봤다.“나는 언니랑 더는 놀지 않을 거야. 그러니 더는 날 찾아오지 마. 우리 사이 절교야!”흥, 이젠 나한테 언니가 있거든.돌아오는 길에 오빠가 날 데리고 언니를 만나러 갈 거라고 약속까지 했었어.나 강지아 이제 언니가 있는 아이니 가짜 새언니 따윈 필요 없어!“너 이...”고세연은 화를 참지 못하고 강지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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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강지찬은 진즉부터 고세연을 자신의 친딸보다 더 끔찍이 아끼는 강홍식의 태도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고세연이 이 집 며느리가 되겠다고 마음먹지 않았다면 진짜로 강 씨 집안 아가씨가 되어있을 법했다.강홍식은 분명히 지아의 울음소리를 듣고 뛰어온 것이겠지만 지아의 상황은 한마디도 묻지 않은 채 고세연이 바닥에 쓰러진 모습에 마음 아파했다.도우미가 전전긍긍하며 고세연을 석제 의자에 앉히고는 바로 옆으로 물러났다.고세연의 오른쪽 무릎은 바닥에 쓸려 피부가 벗겨졌고 피가 고여 나와 보기에 끔찍했다.“이게 무슨 일이야?”강홍식이 즉시 걱정스러워하며 조금 전 들었던 지아의 울음소리를 잊은 듯했다.고세연이 눈물을 글썽이며 대답했다.“제가 실수로 넘어진 거에요. 아버님, 화내지 마세요. 다 제 잘못이에요.”강지찬의 눈빛이 단번에 어두워졌다.고세연이 이토록 연기를 잘할 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사내대장부에 일까지 바빴으니 한 여인이 연기를 잘하는지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오늘 지아 때문이 아니었다면 이런 자잘한 일들까지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이 여자가 이렇게 노인네의 동정을 얻은 거였나?강홍식은 그녀의 말을 듣고 그제야 고세연 스스로 넘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화를 내며 말했다.“세연이 무슨 끔찍한 일을 저질렀길래 널 이렇게 화나게 만들었냐? 손찌검까지 하다니?”“지아를 꼬집었어요.”강지찬은 차갑게 강홍식을 바라보며 말했다.“지아를 울렸다고요.”강홍식의 표정이 흠칫 굳어졌고 강지찬은 그를 비웃듯이 쳐다보며 그가 무슨 말을 할지 기다렸다.그 눈빛은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도발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강홍식은 아들이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동시에 두려웠다.그는 별다른 능력이 없는 사람이었고 강지찬은 할아버지가 직접 키운 아이였다.할아버지는 강홍식과 강홍택이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죽기 전에 K그룹을 손자에게 넘겼다.당시 강지찬은 갓 성인이 된 나이에 불과했다.이런 경험들을 통해 강홍식은 점점 자기 아들을 두려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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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고세연과 강지아의 목소리가 녹음기에서 흘러나왔다. 일분일초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얼굴은 핏기가 가신 채 창백해졌다.그녀는 다리의 상처도 신경 쓰지 않고 강지찬의 발 앞에 자리한 채 그의 다리에 매달렸다.“제가 잘못했어요, 지찬 오빠. 제가 잘못했어요, 부탁이에요. 그만 멈춰주세요.”강지찬은 냉랭한 얼굴로 되물었다.“새언니라고? 너 지아에게 몰래 새언니라고 부르게 했어?”고세연은 펑펑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지찬 오빠를, 지아를 너무 좋아해서 그랬어요. 제발 믿어줘요. 오빠!”강홍식은 그녀의 서러운 눈물에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과거 자신의 옛 연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고, 이젠 그녀의 딸마저 지켜주지 못했다.“왜 다들 서 있어? 빨리 세연 아가씨를 일으켜 세워줘!”하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강지찬은 발로 고세연을 밀쳐내며 말했다.“네가 지아의 새언니라고? 그럼 그 경호원 이름은 뭐지?”고세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강지아 이 나쁜 년이 이미 오늘 일을 강지찬에게 말했다고?고세연은 지아와 나눈 대화를 잠시 회상했다. 다행히 다른 말은 하지 않았기에 아무것도 모른다고 잡아뗄 수 있었다.그녀는 차분히 마음을 가다듬고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들어 올렸다.비록 강지찬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 별 감흥이 없었지만 강홍식은 그녀의 얼굴 앞에 무기력해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가장 불쌍하고 나약하며 남성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얼굴을 잘 알고 있었다.“지찬 오빠,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오늘 지아와 함께 디저트를 먹으러 갔을 뿐이에요. 경호원 같은 사람은 만나지 않았어요.”강지찬의 눈빛이 더욱 차갑게 가라앉았다.“만나지 않았다고? 다시 물을게. 그 경호원 이름이 뭐지?”“정말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지아가 항상 집에 갇혀 있었기에 그냥 좋은 마음으로 데리고 나갔을 뿐인데요...”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강지찬은 고세연의 목을 움켜쥐었다.“켁켁, 지찬 오빠...”고세연은 고통스러워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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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고세연은 속으로 화들짝 놀랐다.김주환 저놈이 쓰레기 같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저 떨어지는 콩고물만 얻어먹는 사람인 줄 알았고 큰 짓을 저지를 담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 쓰레기 새끼가 심지어 지아의 방문 앞까지 찾아가 문을 두드렸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한밤중에 예쁘고 정신이 온전치 않은 바보 같은 여자애의 문을 두드렸다는 건 무슨 일을 하려 했는지는 불 보듯 뻔했다.더 큰 문제는 강지찬이 이제 그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강지찬이 지아를 얼마나 끔찍하게 아끼는지 생각하면, 김주환은 덜미가 잡히자마자 감옥에 보내질 게 분명했다.고세연은 몸을 부르르 떨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난 그 사람이 누군지 몰라요. 오늘 지아가 언급한 그 아저씨는 제 엄마랑 같은 고향 사람이에요. 그저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이에요. 지찬 오빠, 믿어주세요. 아니면 커피숍 직원에게 물어보세요. 지아가 화장실에 간 뒤 오랫동안 나오지 않아서 저도 급히 지아를 찾으러 갔었어요.”강지찬은 비웃으며 대꾸했다.“네 말은, 그 이른바 고향 사람이란 남자가 지아에게 음란한 의도가 있었다는 걸 몰랐다는 거네. 그 남자가 내가 해고한 경호원이란 것도 부정하고, 그 경호원이 지아에게 흑심을 품고 있다는 것도 모른다는 거지?”고세연은 미친 듯이 고개를 흔들며 눈물을 흘렸다.“진짜 몰랐어요. 지찬 오빠, 절 믿어주세요. 전 오빠를 이렇게 사랑하고 지아도 아끼는데, 어떻게 저랑 전혀 관련 없는 경호원을 두둔할 수 있겠어요?”집사가 참을 수 없어 끼어들었다.“그럼 세연 씨, 왜 지아에게 오빠한테 그 나쁜 아저씨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했나요? 게다가 당신도 그 사람을 차버렸다고 했잖아요? 그건 왜 그런 거죠?”고세연은 당황했다. 너무 많은 거짓말을 하다 보니 자신도 헷갈렸던 것이다.“저, 저는...”고세연은 목을 잡혀있어 머리는 움직일 수 없었지만, 눈은 움직일 수 있었다.그녀는 강홍식을 쳐다보며 더욱 슬픈 눈물을 흘렸다.“아버님, 절 믿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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