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정유진은 침대에서 조예원과 키키가 통화하는 내용을 듣고 있었다.잠시 후, 조예원이 만두를 들고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강지찬이 앞으로 더는 너 귀찮게 하지 않을 거래.”정유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조예원이 다가와서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일어나서 뭐라도 좀 먹어. 여기 계란찜도 있어.”정유진은 친구의 성의를 거절하기 미안해서 억지로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부드럽고 촉촉한 계란찜은 보기에도 맛있어 보였다.정유진은 더 이상 참지 못하며 눈물을 왈칵 쏟았다.“나도 우리 엄마아빠한테는 곱게 키운 딸인데 왜 그 자식들은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 거지?”그녀는 스스로를 아주 강한 사람이라고, 그래서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해 왔다.나이도 젊고 스스로 일어설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어렸을 때, 연애 한번 실패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하지만 이렇게 질질 끌려다닐 줄은 몰랐다.강지찬을 마주할 때마다 그녀는 아픈 기억이 떠올라서 힘들었다.정유진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흐느꼈다.“우리 부모님이 아시면 뒷목 잡고 쓰러질지도 몰라.”조예원은 하필 계란찜을 만들어서 친구를 울린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다.계란찜은 정유진이 엄마가 해준 반찬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다.“울지 마. 아줌마한테는 비밀로 하면 되잖아.”조예원은 다가가서 친구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중에 너 수술하면 우리 엄마를 불러서 널 돌봐주라고 할게. 넌 집에서 푹 쉬고 건강을 회복하는데만 신경 써.”한빈이 정유진을 그런 식으로 배신했을 때도 정유진은 울지 않았다. 하지만 멀쩡한 새 생명을 포기해야 하는 지금, 정유진은 속절없이 무너졌다.조예원도 친구에게 이런 상처를 준 강지찬이 미웠다.“유진아, 겁낼 거 없어. 내가 항상 네 옆에 있을 거야.”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인터넷을 검색했다.“지식백과에 알아봤는데 요즘은 수술하는데 전혀 아프지 않대.”“진짜?”정유진이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물었다.“진짜라니까? 이거 봐.”조금 안정을 찾은 뒤, 정유진은 그제야 시름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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