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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해서 결혼했어요의 모든 챕터: 챕터 101 - 챕터 110

911 챕터

제101화

한빈은 그녀의 긴장한 목소리를 듣고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했다.그녀와 오랜 시간 교제해온 사람으로서 한빈은 정유진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화려한 외모와는 다르게 보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어릴 때부터 자란 환경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사실 한빈은 진심으로 정유진이 좋았다. 예쁜 여자친구와 밖에 나가면 자신의 체면도 사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하지만 외모와는 다르게 고집스럽고 단순한 성격 때문에 어쩌다 보니 자꾸 그녀를 속이게 되었다.그는 정유진이 임신했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부터 강지찬은 이 일을 모를 거라 확신했다.둘이 헤어진 걸까?그게 아니라면 임신한 사실을 강지찬에게 숨길 이유가 없었다.그는 인터넷에 떠도는 강지찬과 여배우의 사진을 보며 거의 확신했다.“유진아, 설마 너 강 대표 모르게 아이를 낳아서 키울 생각은 아니지?”한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정유진이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내 일에 관심도 갖지 말고 간섭하지도 마.”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한빈이 다급히 소리쳤다.“유진아, 잠깐만 끊지 말아봐! 내가 너 도와줄 수 있어!”하지만 전화는 이미 끊어진 뒤였다.도움?정유진은 애초에 도움이 필요 없었다.저녁 회의를 마치고 그녀는 사무실에 남아 야근했다.일을 마무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는 이미 아홉 시가 넘은 시각이었다.문단속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뒤에서 튀어나온 남자 때문에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한빈임을 알아본 정유진은 말도 걸지 않고 그를 지나치려 했다.한빈은 제딴에는 정장에 셔츠까지 갖춰 입고 그녀를 찾아왔다.그는 자신을 지나치는 정유진의 손을 붙잡았다.정유진은 혐오스럽다는 듯이 그의 손을 떨쳐내며 말했다.“내 몸에 손 대지 마!”한빈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최근 빠듯한 일정과 임신으로 인한 감정기복 때문에 그녀는 많이 야위어 있었다.한빈은 지금도 자신이 가장 잘한 일이 캠퍼스 퀸이었던 정유진을 여자친구로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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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정유진은 한빈의 추한 본모습에 대해 이미 알만큼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더 추악한 면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한빈, 넌 사람들이 다 너처럼 더럽고 졸렬하다고 생각하나 봐?”한빈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그는 자신이 한 모든 일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정유진이 자신을 이해해 주기를 바랐다.“유진아, 우리 속 터놓고 얘기하는 게 어때? 나 진심이야. 생각해 봐. 너 강지찬 아이를 임신했잖아. 이게 뭐겠어? 네가 한번에 인생 역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정유진이 참지 못하고 냉소를 지었다.“한빈, 넌 소희 뱃속에 있는 네 아이나 걱정해. 그리고 대화 끝났으니까 비켜.”한빈은 그녀와 대화가 통하지 않자 얼굴이 점점 험악하게 일그러졌다.“정유진, 너 임신한 거 가족들에게도 알리지 않았지?”부모님 얘기가 나오자 정유진이 순간 움찔했다.“한빈, 대체 원하는 게 뭐야?”한빈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정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유진아.”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고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봐. 널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지? 네 약점에 대해서도 다 알아. 그런데 어찌 내가 널 사랑한 적 없다고 하겠어?”강지찬은 타다 만 담배를 비벼서 껐다.그의 각도에서 보면 한빈이 정유진에게 입을 맞추는 것처럼 보였다.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면 아마 한빈은 지금쯤 싸늘한 시체로 누워 있을 것이다.오늘 그는 홀로 차를 운전해서 여기까지 왔다.그는 운전대를 꽉 잡고 애써 치미는 분노를 삼켰다.정유진은 이성을 잃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한빈은 분명 무슨 목적이 있어서 찾아왔을 터였다.대체 이 인간은 뭘 원하는 걸까?강지찬 때문에 회사가 망한 거?그녀가 말이 없자 한빈은 점점 조바심이 났다.“유진아, 넌 어쩜 점점 더 예뻐지냐.”그의 목소리에서 유감이 묻어났다.정유진이 황당한 눈길로 바라보자 한빈이 한숨을 쉬며 계속해서 말했다.“나도 네 부모님 가지고 널 협박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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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한빈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는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그는 계속해서 정유진의 이름을 불러댔다.화가 치밀대로 치민 정유진이 고함쳤다.“꺼져! 나에게서 떨어지라고!”그녀는 힘껏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온몸이 떨리고 다리에서 힘이 풀려 당장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았다.이대로 가다가는 한빈에게 끌려가고 말 것 같았다.그녀가 큰소리로 도움을 요청하려는데 누군가가 다가와서 한빈을 거칠게 떼어냈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한빈이 바닥으로 쓰러졌다.정유진은 예고도 없이 나타난 강지찬을 보고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이 사람이 왜 여기 있지?강지찬은 분노에 찬 얼굴로 다가와서 한빈의 입술이 닿았던 그녀의 목덜미를 힘껏 닦았다.손길이 너무 거칠어서 피부에서 얼얼한 통증이 느껴졌다.그는 그녀의 입술을 힘껏 노려보더니 그대로 입술을 부딪쳐 버렸다.정유진이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서 당황한 사이, 입술에서 알싸한 통증이 전해졌다.그러나 그 느낌도 잠시 속에서 무언가가 역류하는 느낌이 올라왔다.그녀는 강지찬을 힘껏 밀치고 화단으로 달려가서 속에 있던 것을 게워냈다.강지찬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봤다.키스 좀 했다고 바로 토하다니!내가 그렇게도 싫었던 걸까?바닥에 쓰러졌던 한빈이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그는 강지찬을 알아보고 생각을 굴렸다.강지찬이 왜 여기 나타난 거지?둘이 헤어진 거 아니었나?설마 미련이 남아서 다시 찾아온 걸까?강지찬은 그대로 다가와서 그의 멱살을 잡았다.남자는 지옥에서 돌아온 악마처럼 살기를 번뜩이며 말했다.“감히 내 여자한테 더러운 입술을 비벼대?”당황한 한빈이 다급히 말했다.“오해세요, 강 대표님. 유진이가 저를 불러서 온 거예요.”‘한빈 저 새끼가!’옆에서 위액을 게워내던 정유진은 그 말을 듣고 버럭 화가 치밀었지만 그들과 싸울 힘도 없었다.먹은 걸 모두 게워냈지만 울렁거리는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정유진이 불러서 왔다고?”강지찬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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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정유진은 한참이 지난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설 수 있었다.강지찬이 물었다.“나랑 입술 박치기 한번 했다고 그렇게 토할 일인가요?”정유진은 그가 오해했다는 걸 알면서도 해명하고 싶은 마음은 하나도 들지 않았다.그가 왜 여기 있는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속은 계속 울렁이고 다리에 힘이 풀려 똑바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강지찬은 그녀의 무감각한 태도에 점점 분노가 치밀었다.이처럼 그를 화나게 한 여자는 처음이었다.그는 화를 억누르며 다가가서 그녀에게 생수를 건넸다.아까 토하느라 속에 있는 걸 모두 게워냈으니 분명 목이 탈 것이다.강지찬은 음침한 얼굴로 계속해서 그녀를 노려보았다.“고마워요.”그녀가 생수병을 받으며 말했다.강지찬이 냉소를 지으며 비아냥거렸다.“나한테는 그토록 매몰차게 대하더니 전 남자친구한테는 거절도 잘 못하던데요?”정유진이 덤덤히 말했다.“다른 일 없죠? 없으면 돌아가세요.”그녀는 지금 그와 다투고 싶지 않았다.강지훈이 황당한 얼굴로 그녀를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이 주제를 모르는 여자야! 내가 그렇게 귀찮았어? 아니면 남자친구랑 다시 잘해보고 싶었는데 내가 나타나서 방해한 건가?”정유진은 눈을 질끈 감았다.눈앞이 어질어질하고 머리가 울렸다.그녀는 허벅지를 꽉 꼬집으며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왜 그래요?”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낀 강지찬이 표정을 바꾸고 다가와서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정유진은 격하게 그를 뿌리치며 소리쳤다.“내 몸에 손대지 마세요!”강지찬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여자의 눈빛에는 온갖 혐오의 감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그 모습이 그의 가슴을 아프게 했고 그는 그 자리에서 한발자국도 뗄 수 없었다.정유진은 온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입술마저 파르르 떨리고 갑자기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맞아요. 난 당신이 역겨워요. 당신도 역겹고 한빈도 역겨워요!”“한빈이랑 다시 잘해보려 했다고요? 당신 눈에는 내가 그런 여자로 보이나 봐요? 멍청하고 나약하고 줏대 없는 여자?”“강지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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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강지찬이 분노한 얼굴로 소리쳤다.“왜 앞도 안 보고 걸어요? 대체 당신 머리에는 뭐가 들어찬 거야!”정유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급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다쳤잖아요. 많이 아파요?”“죽을 정도는 아니네요.”강지찬은 진심으로 화가 났다. 만약 그대로 멍하니 가다가 다쳤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뭐라고 욕해주고 싶지만 긴장해서 입술을 파르르 떨고 있는 모습을 보자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이 여자가 언제 이렇게 나를 걱정해 준 적 있었나?과정이 어찌됐건 그 사실 하나로 기분이 좋았다.“병원부터 가요.”정유진은 핸드백에서 차키를 꺼냈다. 강지찬이 심드렁한 얼굴로 말했다.“조금 스친 것 가지고 병원은 무슨!”그는 자신의 말투가 매우 거칠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원래도 성격이 좋은 편이 아니었는데 회사에서는 냉철한 대표님 이미지를 유지하느라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정유진을 만날 때만 말이 많아졌는데 그럴 때마다 마음처럼 말이 곱게 나가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강지찬은 자신의 성격이 괴팍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예전이었다면 정유진이 욕설을 퍼붓고 돌아섰을 때 달려가서 귀뺨이라도 날렸을 것이다.하지만 창백하게 질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말투가 누그러졌다.“집에 의약품 상자 있죠? 소독하고 싸매기만 하면 돼요.”정유진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의약품 상자는 당연히 구비하고 있었다. 그들은 평소에 공사 현장에 자주 나가기 때문에 잔 상처가 많았다.하지만 강지찬을 집으로 데려가고 싶지는 않았다.“병원에 가요.”“나 과다출혈로 죽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해요.”강지찬이 고집을 부렸다.정유진은 황당해서 할 말을 잃었다.강지찬이 손을 놓자 길쭉한 상처에서 뻘건 피가 쏟아져 나왔다.그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사람이 왜 그렇게 양심이 없어요? 설마 내가 이 상태로 무슨 짓을 할까 봐 그래요?”정유진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근처에 작은 진료소 있어요. 거기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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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집 안으로 들어서자 은은한 디퓨저향이 풍겨왔다.정유진은 삶의 질을 매우 중시하는 사람이었다.일 잘하고 똑똑한데다가 외모까지 겸비한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모르고 있었다.그리고 그녀에게 한번 빠졌던 남자는 절대 헤어나올 수 없었다.“신발 벗고 들어오시면 돼요.”강지찬은 그대로 소파로 다가가서 털썩 주저앉았다.정유진은 의약품 상자와 깨끗한 수건을 가져왔다.“일단 겉옷을 좀 벗어야 할 것 같은데요?”정유진은 필요한 것들을 테이블에 꺼내놓으며 말했다.강지찬은 단추를 풀며 주변을 둘러보더니 물었다.“여기 혼자 살아요?”정유진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그러니까 내 말은 부모님이랑 같이 안 살아요?”정유진이 답했다.“엄마는 원래 살던 집이 좋대요. 주변 이웃들이랑도 친하고.”강지찬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셔츠를 벗었다.팔뚝에 5cm정도의 찢어진 상처가 있었다.이제 피는 흐르지 않지만 주변에 응고된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일단 핏자국부터 닦아내야겠어요.”“별로 안 아프니까 마음대로 해요.”정유정은 고개를 들자마자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과 마주쳤다.항상 자기중심적이고 성격도 거친 이 남자에게 처음부터 호감이 없었다.하지만 상대가 이렇게 빤히 쳐다보니 저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그녀는 시선을 피하며 상처를 소독하기 시작했다.정유진은 만약 자신이 당했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다행히 그 시간에 강지찬이 나서줘서 다행이었다.소독약이 쓰렸는지 강지찬이 움찔하며 팔을 살짝 떨었다.정유진도 멈칫하며 더 조심스럽게 움직였다.응고된 핏자국을 닦아내자 깊게 찢어진 상처가 그대로 드러났다.“안 아프니까 하던 거 해요.”강지찬은 손으로 무릎을 짚고 앉아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팔뚝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상처를 닦아내니 또 피가 스며나오기 시작했다. 속전속결로 상처를 싸매야 했다.“조금만 참아요. 곧 끝낼게요.”정유진이 말했다.“아프면 소리 질러도 돼요.”강지찬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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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의약품 상자 정리가 끝났지만 소파에 앉은 강지찬은 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게다가 윗몸을 벗고 있어서 완벽한 복근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입던 옷은 피가 잔뜩 묻어 있어서 다시 입기에는 적절하지 않았다.정유진은 그에게 생수 한 병을 건네며 말했다.“입을 만한 거 찾아올게요.”강지찬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혼자 사는 여자 집에 남자 옷이 왜 있어요?”정유진은 그 말을 무시하고 안방으로 들어갔다.강지찬은 벌떡 일어서서 그녀를 따라갔다.정유진은 옷장을 뒤져 안에서 검은색 셔츠 하나를 꺼냈다.사이즈가 매우 큰 것이었는데 여자용으로 보이지는 않았다.강지찬은 순간 잡고 있던 이성의 끈이 끊어지며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옷장 안에는 색깔 별로 비슷한 사이즈의 셔츠들이 잔뜩 있었다.‘이 양심 없는 여자가 집에서 남자를 키우고 있었어?’정유진은 뒤에 나타난 남자를 보고 잠깐 당황했지만 이내 무덤덤한 얼굴로 옷을 그에게 건넸다.“이 정도면 강지찬 씨도 입을 수 있을 거예요. 대충 입어요.”강지찬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이거 누구 거예요?”정유진은 남자의 이글거리는 시선을 보고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반박하고 싶었다.하지만 자신을 구하다가 다친 사람에게 거칠게 대하고 싶지는 않았다.“내 건데요.”정유진이 말했다.“잠잘 때 입으려고 샀어요. 싫으면 입지 마세요.”강지찬이 눈을 가늘게 떴다.“이게 유진 씨 거라고요?”정유진이 말했다.“네. 그리고 오해할 거 같아서 말해두는 건데 이거 여자 옷이에요.”여자 옷 중에도 빅사이즈는 있었다.강지찬은 셔츠를 낚아채서 이리저리 살펴보았다.아무리 봐도 남자 옷 같았다.다만 남자 셔츠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밑단 부분이 둥근 곡선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셔츠를 보고 있자니 이 셔츠만 입고 집에서 돌아다니는 그녀의 모습이 상상이 됐다.검은색 셔츠를 입고 하얀 다리를 드러낸 모습이 얼마나 매혹적일지 상상만 해도 피가 끓었다.그는 여자가 잠옷용으로 샀다는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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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정유진은 더 이상 길게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그건 잘 모르겠네요.”그녀가 말했다.강지찬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푹 자요. 이만 가볼게요.”말을 마친 그는 성큼성큼 현관으로 향했다.정유진은 그가 이렇게 쉽게 물러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헀다.엘리베이터에 오른 강지찬은 장형준에게 전화를 걸어 뺑소니범 추적이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물었다.장형준은 이미 CCTV를 확인하는 중인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했다.강지찬이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조양 거리 쪽에 차가 그렇게 많이 다니는데 왜 교통경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거야?”“잘 모르겠습니다.”장형준이 답했다.그는 상사가 정유진한테 받은 화를 엉뚱한 곳에 푼다고 생각했다.강지찬이 짜증스럽게 말했다.“사람 시켜서 한빈 그 녀석 좀 감시해. 그 인간이 정유진한테 접근하면 바로 나한테 알려줘.”“네, 알겠습니다.”한빈의 본가.한빈의 모친 오성연은 정성스럽게 끓인 전복죽을 소희에게 건넸다.“소희 많이 먹어. 전복이 아기한테도 그렇게 좋대. 나중에 건강한 아기 낳아야지.”소희가 고개를 홱 돌리며 짜증스럽게 말했다.“어머니, 저 전복 싫어한다고 했잖아요. 이걸 어떻게 다 먹으라고 그래요?”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소희는 어느새 숟가락을 들고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오성연도 짜증이 치밀었지만 임산부에게 화를 낼 수도 없었다.현재 한빈은 파산하며 많은 빚을 졌다. 그래서 부잣집 공주님인 소희를 상전 모시듯이 모시고 있었다.“먹고 싶은 거 있으면 한빈이한테 말해서 사오라고 해. 요리는 내가 할게.”오성연이 웃으며 말했다.어차피 아이까지 낳으면 소희는 싫어도 한빈과 결혼해야 할 테니 지금은 뭐든 다 들어줄 수 있었다.어쨌거나 그녀는 다시 예전의 빈곤한 생활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이때, 현관문이 열리며 한빈이 들어왔다.그는 소희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엄마를 끌고 서재로 갔다.오성연은 아들에게 끌려가며 부드럽게 말했다.“무슨 일인데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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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전복죽을 다 먹고 느긋하게 드라마를 시청하던 소희는 씩씩거리며 다가오는 한빈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쾅!그가 테이블을 걷어차자 테이블에 있던 접시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한빈아,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애기 놀라잖아!”오성연이 달려와서 다급히 그를 말렸다.“아들, 우리 손주를 생각해서라도 소희 자극하지 마. 애를 생각해야지.”그 말에 소희는 기분이 확 나빠졌다.손자만 중요하고 나는 중요하지 않다는 건가?하지만 시뻘겋게 달아오른 한빈의 눈을 보고 입을 꾹 다물었다.한빈은 푸르뎅뎅한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며 물었다.“이 사기꾼! 그 점쟁이 대체 어떻게 된 거야?”소희는 그제야 분위기가 뭔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정유진 찾아갔었어?”한빈이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소희가 버럭 화를 냈다.“또 그년 만나러 간 거야? 그년 이미 다른 남자 아이까지 임신했어. 왜 아직도 그년을 잊지 못해 쩔쩔매는 건데?”“나랑 내 아이는 너에게 뭐야?”한빈은 소희의 부푼 배를 힐끗 보고는 물었다.“뱃속에 애가 아들인 게 확실해?”소희가 순간 당황하며 말했다.“당연하지. 의사가 아들이랬어.”한빈은 다가가서 그녀의 멱살을 잡았다.“네 뱃속에 애가 아들인지 딸년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내가 알고 싶은 건 그 망할 점쟁이 네가 찾아온 거 맞냐고 물었어!”소희는 당연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아니야. 나도 다른 사람한테 추천 받은 거야. 혹시 정유진이 뭐라고 했어? 걔 원래 여우잖아. 강지찬한테 버림받고 너 찾아온 거라고.”그 말을 들은 한빈은 더욱 화가 치밀었다.“멍청한 년, 네가 뭘 알아? 그 둘이 헤어졌다고 누가 그래? 헤어졌는데 강지찬이 회사 대문 앞까지 찾아와?”그는 사진 한 장 건졌다고 온갖 망상을 해대는 이 여자가 한심했다.한빈의 머리에는 또다시 정유진이 떠올랐다.정유진은 절대 이러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 일에 관심이 없었고 쓸데없는 소문을 내고 다니지도 않았다.그래서 재벌집 사모님들이나 아가씨들과도 잘 지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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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소희는 한빈에 대해 잘 알았다.한빈이 이제 와서 점쟁이가 사기꾼이었다는 걸 안들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정유진은 이미 강지찬의 여자가 되었고 그의 아이를 임신했다.둘이 헤어졌거나 안 헤어졌거나 한빈에게는 기회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단지 아쉬운 마음에 분풀이가 필요했을 뿐이었다.남자는 원래 갖지 못하는 것에 더 미련을 갖는 종족들이었다.소파에서 감정을 추스른 뒤, 소희는 차를 우려서 서재로 갔다.멀어지는 그녀를 바라보며 오성연이 중얼거렸다.“결국 수그러들 거면서 자존심은.”한빈은 서재에서 통화를 하고 있었다.문을 열고 들어온 소희를 본 그의 얼굴이 차갑게 식었다.소희는 속으로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한빈, 아무리 난리를 피워도 넌 나한테서 벗어날 수 없어.’“그러니까 둘은 아무 사이도 아니고 강지찬은 그 여자를 처음부터 무시했다는 거지? 알았어.”전화를 끊은 한빈은 싸늘하게 소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앞으로 근거 없는 소문을 믿고 이상한 얘기 떠들고 다니지 마. 생각이라는 걸 좀 하라고.”소희는 그 말에 반박하지 않고 순순히 사과했다.“그래, 내 잘못이야. 내가 머리가 좀 둔해. 그래서 똑똑한 널 만난 거 아니겠어? 화 풀고 따뜻한 차나 마셔.”한빈은 목이 말랐기에 순순히 그녀가 건넨 찻잔을 받았다.“정유진은 임신 사실을 강지찬한테 알리지 않았어. 아이를 지울 생각인 가 봐.”소희가 의아한 얼굴을 했다.“왜 굳이 지우려는 거야? 재벌가에 시집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그걸 버린다고?”한빈이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정유진은 그런 속물이 아니니까. 과거에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나를 선택한 걸 보면 모르겠어? 걔는 좀 특별해.”소희는 아직도 지나간 얘기를 하며 의기양양해하는 한빈을 보자 속으로 구역질이 올라왔다.“그러니까 강지찬이 걔랑 한번 자고 마음이 동한 거겠네?”강지찬 같은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한 여자를 위해 여러 번 전면에 나서주었다는 건 그만큼 그가 여자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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