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진은 한빈의 추한 본모습에 대해 이미 알만큼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더 추악한 면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한빈, 넌 사람들이 다 너처럼 더럽고 졸렬하다고 생각하나 봐?”한빈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그는 자신이 한 모든 일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정유진이 자신을 이해해 주기를 바랐다.“유진아, 우리 속 터놓고 얘기하는 게 어때? 나 진심이야. 생각해 봐. 너 강지찬 아이를 임신했잖아. 이게 뭐겠어? 네가 한번에 인생 역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정유진이 참지 못하고 냉소를 지었다.“한빈, 넌 소희 뱃속에 있는 네 아이나 걱정해. 그리고 대화 끝났으니까 비켜.”한빈은 그녀와 대화가 통하지 않자 얼굴이 점점 험악하게 일그러졌다.“정유진, 너 임신한 거 가족들에게도 알리지 않았지?”부모님 얘기가 나오자 정유진이 순간 움찔했다.“한빈, 대체 원하는 게 뭐야?”한빈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정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유진아.”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고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봐. 널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지? 네 약점에 대해서도 다 알아. 그런데 어찌 내가 널 사랑한 적 없다고 하겠어?”강지찬은 타다 만 담배를 비벼서 껐다.그의 각도에서 보면 한빈이 정유진에게 입을 맞추는 것처럼 보였다.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면 아마 한빈은 지금쯤 싸늘한 시체로 누워 있을 것이다.오늘 그는 홀로 차를 운전해서 여기까지 왔다.그는 운전대를 꽉 잡고 애써 치미는 분노를 삼켰다.정유진은 이성을 잃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한빈은 분명 무슨 목적이 있어서 찾아왔을 터였다.대체 이 인간은 뭘 원하는 걸까?강지찬 때문에 회사가 망한 거?그녀가 말이 없자 한빈은 점점 조바심이 났다.“유진아, 넌 어쩜 점점 더 예뻐지냐.”그의 목소리에서 유감이 묻어났다.정유진이 황당한 눈길로 바라보자 한빈이 한숨을 쉬며 계속해서 말했다.“나도 네 부모님 가지고 널 협박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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