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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정유진은 푹 숙면을 취했고, 꿈도 꾸지 않았다. 단지 조금 더웠을 뿐이다.잠에서 깨어나 몸을 움직이자 몸이 무겁다는 것을 느꼈고 눈을 떠보니 가슴 앞에 낯선 팔이 놓여 있었다.유진은 온몸이 굳어버렸다.낯선 방이었지만 곳곳의 힌트로 보아 이곳이 남자의 방임을 알 수 있었다. 누구의 방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이상하게도 그녀는 이제 강지찬에 대해 그렇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되려 마음이 아주 편안했다.그녀가 수술실에서 강지찬에 의해 구출되었을 때, 그가 자신에게 다른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유진이 침대 위에 놓인 팔을 치우려고 했지만, 등 뒤에서 자고 있던 사람이 깨어났다.강지찬이 가슴을 찰싹 밀착시키며 물었다. "일어났어요? 배고프죠?"난로같이 후끈거리는 남자의 가슴팍에 더위가 훅 느껴졌다.유진은 다소 당황한 듯 몸을 밖으로 빼며 답했다."네."그 말에 강지찬은 곧장 몸을 일으켰고 잠옷 바지만 달랑 입고 상반신은 헐벗고 있던 그는 대충 티셔츠를 걸쳐 입고 다시 다가와 정유진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잠깐만요, 옷 가져다줄게요."그가 준비한 옷은 정유진이 전에 머물렀던 방에 있었다.그가 떠난 후, 정유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정한 강지찬의 모습이 그녀에게는 매우 낯설게 보였다.강지찬은 곧 옷과 실내화를 들고 돌아오더니 말했다."벌써 세 시에요, 옷 갈아입고 밥 먹으러 가요."정유진은 가볍게 "네"하고 대답했다.강지찬은 침대 가장자리에 손을 짚더니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유진 씨, 대단한 사람 아니었어요? 왜 지금은 말이 없죠?"정유진은 불쾌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옷 갈아입을게요, 강 대표님, 잠시 피해주시겠어요?"강지찬은 그녀가 쑥스러움이 많음을 알고 그녀의 화를 돋울 순 없었기에 더는 장난을 치지 않았다."물론이죠." 그는 약속대로 일어나 밖에서 기다렸다.유진은 다시 한숨을 돌리고 화장실로 가 옷을 갈아입고 세수를 하고 화장기 없는 민낯으로 나왔고 강지찬은 밖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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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정유진은 국밥 한 그릇에 밥까지 말아 반찬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었고 방 씨 아주머니는 그녀의 먹는 모습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음식은 입에 잘 맞았고, 먹은 후에도 메슥거림 없이 속이 편안했다.그림을 다 그린 지아가 위층에서 뛰어 내려오며 말했다."언니, 일어났어?""언니, 너무 보고 싶었어.""언니, 여기서 계속 살면 좋겠어. 그럼 매일 언니를 볼 수 있잖아."속사포로 말을 쏟아내는 지아 때문에 유진은 마지막 한 마디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혹시 오빠가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어?"강지아는 귀여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오빠한테 부탁해서 여기 머물게 해달라고 했어."정유진은 속으로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 뻔뻔한 사람이 아이마저 속이다니.지아의 귀여운 얼굴을 보고, 정유진은 꿈에 나온 그 작은 얼굴이 떠올랐다. 두 얼굴이 겹쳐지자 소름 돋게 같은 모습이었다."언니, 무슨 생각해?""귀여운 지아를 보고 있지."지아를 보니 유진의 마음도 훨씬 가벼워졌다.유진은 형준에게 휴대전화를 가져오게 한 뒤 예원에게 전화를 걸었고 예원은 그녀에게 서두를 것 없이 며칠 쉬라고 전해줬다."쉬다니, 난 멀쩡하거든, 아무 일도 없어! 내일 고객과 약속이 잡혀있잖아, 시간 맞춰 갈게."유진은 원래 그런 성격이라 예원이 말릴 수가 없었다.강지찬은 그날 저녁까지 바삐 돌아쳤고, 저녁도 회의실에서 했다.정유진은 점심을 늦게 먹었기 때문에 저녁은 적게 먹었다.방 씨 아줌마는 긴장하여 그녀를 따라다녔고, 그녀가 목욕하는 것까지 옆에서 도와주고 싶어 했지만 유진은 어색한 나머지 에둘러 거절했다.낮에 종일 잠을 잤지만, 예상외로 밤이 되자 또 빠르게 잠에 빠져들었고 그렇게 얼마나 잤을까, 갑자기 매트리스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정유진은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나 때문에 깼어요?" 또 상의를 벌거벗은 것으로 보아 이 남자는 잠을 잘 때 상의를 입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았다.정유진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왜 여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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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결국 정유진은 그를 방으로 돌려보내지 못했다.다행히 강지찬은 다른 생각이 없었다. 온미정에게 특별히 물어본 결과 침대에서의 일은 생각조차 하지 말라는 답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유진 옆에는 아무도 없었고 일어나 씻고 나오자 강지찬이 반쯤 마른 머리카락을 하고 나타났다.지찬은 얼굴색이 좋지 않았다. "내 딸을 위해서라면, 매일 아침 찬물로 샤워하더라도 당신한테 손가락 하나 대지 않을 거예요, 이제 믿겠어요?"“...”유진은 아무런 대꾸가 없었고 그런 그녀가 외출 준비를 마친 것을 보고 강지찬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오늘 일하러 가야 해요, 퇴근 후에는 제 집으로 갈 거예요."강지찬은 몇 초간 생각한 뒤 대답했다."일하는 건 괜찮지만, 집에 가는 건 안 돼요.”유진이 채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는 이미 계획을 세워놨다. "퇴근 후에 회사에서 날 기다려요, 데리러 갈 테니까. 앞으로 차도 운전하지 말아요, 내가 회사까지 데려다줄게요."정유진은 터무니없는 말에 화가 나 대꾸도 하기 싫었다."강 대표님, 우리는 지금 그저 우연한 사건으로 얽힌 두 낯선 사람일 뿐이에요. 이 점을 명심하세요."강지찬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연이라고? 그날 밤 나는 술에 취하지 않았어요. 당신이 마음에 들어서 물 들어올 때 노 저은 것뿐이지. 유진 씨도 이 점도 명심해요. 나 강지찬은 누구나 함부로 잠자리를 가지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요.""당신..." 정유진은 그의 황당한 논리에 말문이 막혔다.강지찬은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더니 말을 이었다. "유진 씨, 내가 아이 때문에 당신을 받아들인 줄 알아요? 그 예쁜 머리로 생각해봐요. 나 강지찬이 아이 때문에 책임을 지는 그런 남자라고 생각해요? 내가 책임을 지는 이유는 당신이 그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이에요, 바보 같은 여자!"그녀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강지찬은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원하는 건 유진 씨, 당신이에요. 몸뿐만 아니라 당신 마음도 원한다고요. 유진 씨가 싫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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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식사를 마친 후, 강지찬은 정말로 정유진을 직장에 데려다주겠다고 마음먹었다.이번에는 유진도 아파트 입구까지 걸어 나가 택시를 잡을 용기를 내지 못했다."강지찬, 나 농담하는 게 아니에요." 유진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당신과 싸우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 당신도 제 의사를 존중해 주세요."강지찬은 이 여자의 생각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대체 뭘 고집하고 있는 거예요?"정유진이 대답했다. "우리는 지금 부부도, 연인도 아니에요. 시작해볼 수는 있지만, 차근차근 진행하고 싶어요."강지찬의 눈빛이 깊어지더니 아무런 대꾸도 없었고 정유진은 계속 말을 이었다. "저도 도우미 아주머니를 고용할 거고,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능력도 있어요. 제 삶에 간섭하지 말아 주세요."강지찬은 그녀의 말 속에 담긴 의도를 단번에 간파했다."당신이 저를 사랑하게 되기 전까지는 부경원에 이사 오지 않겠다는 거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이 여자의 고집을 생각해보던 강지찬은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요, 다른 사람은 찾지 말아요. 방 씨 아주머니를 시켜 당신을 전담해줄 사람을 배치하도록 할게요. 이건 괜찮겠죠?"정유진은 이것만은 거절할 수 없었다.방 씨 아주머니가 정한 사람이라면 확실히 믿을 만하고, 그녀도 안심하고 고용할 수 있을 것이다."감사합니다."강지찬은 참지 못하고 욕설을 터트리고 싶었다."오늘 아침에 한 말은 전혀 듣지 않았나요?"정유진이 놀라며 물었다. "무슨 말이죠?""제가 말했죠, 당신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원한다고. 당신이 원하지 않아도 나에게 내줘야 한다고. 유진 씨, 이 점 명심하세요.""..."그녀는 당연히 알아들었고 가슴이 움찔거리기까지 했으며 이 남자가 얼마나 강압적인지 깊이 체험하게 됐다.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가 도망치려 해도 갈 곳은 없었다.스튜디오에 도착하자, 예원이 이미 출근해있었다."정말 출근한 거야? 강 대표가 널 데려다줬어?""응."예원이는 놀라워했다. "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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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강지찬이 강지현에게 배정한 직책은 K그룹 재무부 부서장이었다.강지찬은 자신의 돈주머니를 강지현에게 넘겨준 것이다.임우연이 웃으며 말했다. "강 대표님의 의도는 둘째 도련님의 건강이 좋지 않으니 큰 힘을 들이지 말고, 그냥 돈 관리만 하시라는 거예요."강지현은 공손히 웃으며 말했다. "강 대표님께 열심히 하겠다고 전해주세요."그러고 나서 임우연은 강지현을 데리고 재무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 이곳은 K 그룹 본사의 재무부로, 이 부서만으로도 한 층을 차지하고 있었다.외부인들의 눈에는, 강지찬이 강지현에게 회사 재무를 관리하게 한 것은 그에 대한 신뢰의 표시로 보일 것이다.강지현은 새로운 사무실 문을 열었다.상당히 큰 규모의 사무실은 그가 일전에 아래층에서 맡았던 사장 사무실보다도 크고 호화로웠다.책상 위의 명패는 이미 그의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고 마치 일찍부터 이 사무실을 그를 위해 준비해둔 듯했다.새로운 비서는 다소 엄격한 표정으로 문 앞에 서서 노크하며 물었다. "강 대표님, 커피 한잔 드릴까요?""차를 마실게요.""그럼 차를 우려드릴게요.""감사합니다."부서장 사무실 바깥에서 모든 사람들은 질서 정연하게 일하고 있었고 그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가 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강지현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전에 재무부에 문제가 생긴 적이 있었는데, 강지찬은 재무부 전체를 인사 조정했고 깨끗이 숙청해버렸으니 지금의 재무부는 강지현을 제외하고 모두 강지찬의 사람들이었다.강지찬이 그를 여기에 배치한 것은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었다.K 그룹 최고층의 대표이사 사무실에서, 최의현이 강지찬에게 걸려온 전화를 대신 받았다. "어르신, 강 대표님 회의 중이세요, 무슨 일이세요?"전화는 강홍식이 걸어온 것이었고, 강지현의 자리가 정해졌는지 묻는 것이었다.최의현이 강지찬과 눈빛을 교환한 후 대답했다. "네, 재무부 부서장으로 배치되었습니다. K 그룹의 경제적 생명선을 관리하면서도 일에는 큰 압력이 없을 겁니다.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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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정유진도 자신에게 다가온 여자 중 한 명이었지만, 그녀는 강지찬을 노린 것이 아닌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그녀는 강지찬의 돈을 바란 것도 아니었다. 강지찬은 그처럼 어리석은 여자는 본 적이 없었다."그만 생각해. 정유진 같은 여자는 우리가 평소 만나는 여자들과 다르니, 그들의 기준으로 그녀를 평가할 수 없어. 단지 한빈에 대한 그녀의 태도만 보아도 그녀는 보통 여자가 아니야."최의현이 진지하게 조언했다. "정말 유진 씨와 결혼하려면 그녀의 뜻대로 하게 해줘."강지찬은 이 말을 듣고 꽤 만족스러워했다. "내가 선택한 여자니까, 그녀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지."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강지찬과 최의현은 회사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고 조금 늦게 내려간 그들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강지현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둘째 도련님이 구내식당에서 식사하시다니, 정말 소박하시네요.""그분 참 멋지시고, 다정하시죠. 소설 속 비단처럼 부드럽다고 묘사한 남자주인공이 떠오르네요."최의현이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고 크흠 헛기침을 했고 뒤이어 강지찬이 표정 없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사람들을 지나쳐 갔다.최의현은 두 여성에게 농담을 던졌다."강 대표님이 멋지세요, 아니면 둘째 도련님이 멋지세요?"두 여성은 뜻밖에도 대표님을 마주치게 될 줄 몰랐고, 머리가 하얘졌다."강 대표님이요, 물론 강 대표님이 가장 멋져요."최의현은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흐느적거리며 강지찬을 따라갔다.두 여성의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맙소사, 강 대표님을 볼 때마다 숨이 막혀요.""저런 남자라면, 하늘이 우리를 괴롭히기 위해 보내신 거겠죠? 너무 멋져요!"강지찬은 그들과 함께 식당에서 식사할 리 없었고 임우연이 사전에 대표 전용 요리사에게 전화를 걸어 점심 식사를 준비했다.원래대로라면 바깥 복도를 통해 대표 전용 룸으로 직접 갈 수 있었지만, 강지찬은 일부러 홀을 지나갔다."강 대표님, 안녕하세요.""강 대표님, 안녕하세요."식사하던 직원들은 화들짝 놀라 일어나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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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그날 정유진은 고객과 디자인 계획에 관해 이야기하는 데 바빴다. 오전에 한 명, 오후에 한 명의 고객과 미팅을 했는데, 두 고객은 다른 디자이너의 고객이었지만, 회사의 총 디자이너로서 그녀는 중요한 고객들의 계약을 돕고 있었다. 그녀 덕분에 두 고객 모두 디자인 계약을 체결했다.예원은 감탄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 "도대체 한빈이 너한테 악운인지 강지찬이 너한테 행운인지, 어떻게 네가 참여하는 계약은 모두 성공적으로 체결될 수 있는 거야? 이렇게 계속하면 내년에는 사무실을 옮길 수 있겠어."정유진은 물을 마시며 웃으며 말했다. "날 죽일 셈이야? 그럼 난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얼마나 많은 시안을 그려야 한다는 거야?"이때 키키가 한 소포를 들고 왔다. "누나, 누나한테 온 거에요."정유진은 의아해하며 말했다. "내 거야? 요즘 온라인 쇼핑을 안 했는데."소포에는 확실히 그녀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고 예원이가 그녀를 대신해 소포를 열었다.안에는 여러 상자의 약이 들어 있었다."엽산?" 예원은 단번에 깨달았다. "맞아, 임신 첫 3개월 동안은 이것을 먹어야 한대. 이건 또 뭐야? 이건 다 널 위한 거네. 임산부와 태아에게 좋은 것들이야. 누가 보낸 거지?"정유진은 소포의 발송인 이름을 확인했다. "온미정? 나는 모르는 사람인데."예원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도 몰라."그때 정유진의 휴대전화에 문자가 도착했다.바로 온미정이 보낸 것이었다. 【저는 온미정이에요. 강지찬 그 녀석이 절 '이모'라고 부르죠, 태안병원 산부인과 의사예요. 당신에게 몇 가지 물건을 보냈어요. 아마 그 녀석은 이런 걸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아서요, 고맙다고 할 필요 없어요.】정유진은 메시지를 예원에게 보여주었고, 예원이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태안병원이잖아, 이 사람이 온미정이고 강지찬의 지인이라면, 맞아, 이건 온 씨네 사람이야."정유진은 서울의 상류층에 대해 잘 몰랐고, 심지어 한빈도 그 정도의 높이에는 올라가지 못했다."온 씨 가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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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강지찬은 정유진의 집으로 따라갔고 정유진이 문을 열려고 하자 문이 안쪽에서 열렸다."도련님, 아가씨, 돌아오셨군요."도우미가 서둘러 신발장에서 정유진의 슬리퍼와 강지찬을 위한 새 남성 슬리퍼를 꺼냈다. 정유진은 확실히 이 슬리퍼가 자신이 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방 씨 아주머니가 교육한 도우미답게 강지찬이 올 것까지 계산해 첫날부터 슬리퍼를 준비했던 것이다.이번에는 강지찬이 꺼리지 않고 슬리퍼를 신고 들어갔고 정유진도 신발을 갈아신고 들어갔다."아가씨, 도련님, 저녁 준비됐습니다. 지금 차려드릴게요."정유진은 아직 사람에게 시중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예의 바르게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괜찮아요, 괜찮아요. 오늘 특별히 제비집을 끓였어요. 아가씨, 많이 드셔야 해요."도우미는 쾌활한 성격이었고, 정유진은 자신의 조용한 성격 때문에 활달하고 일 잘하는 사람을 선호했다. 강지찬이 무심코 물었다. "사람 쓰는 거 어때요? 마음에 안 들면 바꿔요."정유진은 서둘러 대답했다. "장 씨 아주머니 정말 좋아요, 요리도 맛있고, 바꾸지 않을게요."강지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좋아하면 그만이죠."강지찬과 정유진이 저녁을 먹은 후, 장 씨 아주머니가 부엌을 정리하고 떠났고 정유진은 강지찬을 쳐다보며 말했다. "안 가요?"강지찬은 손님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서 자면 안 돼요? 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아니, 내 딸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내가 옆에 없으면 어떡해요?"정유진은 그를 바라보며 말문이 턱 막혔다."..."이번에는 강지찬도 물러서지 않아 정유진은 어쩔 수 없이 타협했다. "제 방에 함부로 들어오면 안 돼요."강지찬은 냉정하게 대답했다. "날 뭐로 보는 거에요?"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정유진이 문을 열자 형준이 캐리어 두 개를 끌고 서 있었다."아가씨, 이건 대표님 옷이에요.""..."그는 이미 여기서 살 계획을 세웠다. 정유진은 그가 가방을 끌고 들어오도록 비켜섰고, 형준은 강지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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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시간이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 정유진은 소파에 누워 예비맘 어플을 다운로드했다. 이는 회사에서 아이를 낳은 언니가 추천한 것으로, 임산부에게 유용한 정보와 태아의 발달 과정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앱이었고 예비 엄마에게 주의사항을 알려줘 첫 임신을 한 여성에게 추천할만한 어플이었다.정유진은 앱을 다운로드하고 정보를 입력하자마자 앱이 구동되었다.강지찬은 샤워를 마치고 나와 그녀가 소파에 느긋하게 누워 핸드폰을 보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의 몸은 마치 부드러운 빛으로 둘러싸여 있는 듯했다. 임신으로 화장을 하지 않은 정유진은 기본적인 피부 관리만 했지만, 피부는 하얗고 매혹적인 눈매는 타고난 매력이 있어 강지찬의 눈에는 언제 어디서나 항상 유혹적으로 보였다.강지찬의 발걸음은 무의식적으로 그녀에게 이끌렸다. "뭘 보고 있어요?" 그는 정유진 옆에 앉아 몸을 밀착했다. 정유진은 본능적으로 옆으로 움직이려 했지만, 그의 팔이 금세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뭐 하는 거예요?" 하지만 그녀는 크게 반항하지 않았다. 강지찬은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무언가에 데이기라도 한 듯 화들짝 놀란 듯 말했다. "이 콩알만 한 것이 내 딸 이이에요?" 그는 핸드폰을 보고 나서 정유진의 배를 쳐다봤다. 배는 아직 평평했고 허리도 가늘어 임신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정유진은 그와의 이런 친밀함이 익숙하지 않아 허리에 있는 손을 잡아당겼다. 하지만 유진이 뭔가 말하기도 전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움직이지 말아요, 우리는 감정을 쌓고 있어요. 유진 씨, 당신도 아이에게 온전한 가정을 주고 싶잖아요? 그렇다면 지금부터 우리 관계의 변화에 적응해야 해요. 다른 사람들은 결혼 후 사랑을 시작하지만, 우리는 임신 후 사랑을 시작하는 거죠.""..."이유가 타당해 반박할 수 없었다. 강지찬이 이곳에 머물게 동의한 것도 그와 감정을 쌓기 위해서였다. 그가 아이의 아버지라는 것을 마음속으로 인정하면서, 정유진은 이제 그의 접근을 그다지 거부하지 않았지만, 그저 조금 어색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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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강지찬은 자리에 도착한 뒤에야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원훈, 강지현, 최의현와 온유한이 있었고, 그 외에도 강지찬이 모르는 일부 사람들이 있었다. 강지찬이 도착하자 다들 일어나 그를 맞이했다."아이고, 강 대표님 왔네요, 어서 앉으세요.""강 대표님 여기 앉으세요.""형님." 강지현도 일어섰다.강원훈은 일어서지 않았다. 그의 지위가 애매하긴 하지만, 결국은 강지찬의 삼촌이었으니 삼촌이 조카를 맞이할 이유는 없었다.최의현와 온유한도 당연히 일어날 필요가 없었다."왜 이제 왔어? 우리 벌써 두 바퀴 돌았는데." 강원훈이 편안하게 소파에 기대며 곁에 있던 종업원에게 눈짓하며 강지찬에게 술을 따르라고 지시했다.강지현이 자신의 자리를 비켜주며 말했다. "형님, 여기 앉으세요."강지찬이 그를 쳐다보고 그 자리에 앉았다.테이블에 석 잔의 술이 이미 따라져 있었고 강원훈이 독촉했다. "어서 마셔, 지각하면 석 잔 마셔야지."강지찬은 한 잔을 들어 마셨지만, 나머지 두 잔은 손대지 않았다. 그의 주량은 좋지 않았고, 누가 권해도 술을 마시지 않았다. 지금은 회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최의현도 강지찬을 놀렸다."또 속임수를 쓰네. 취하면 뭐 어때? 누가 문을 걸어 잠그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없잖아."강지찬은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가 없다고 그래?"최의현이 놀라며 말했다. "그 여자가 너희 집에 안 산다며?"강지찬이 대답했다. "그녀가 내 집에 살지 않는다고 내가 그녀의 집에 살 수 없다는 법은 없지."최의현은 깨달음을 얻고 강지찬을 칭찬했다. "역시 우리 강 대표님답네. 융통성 있고, 굽힐 줄도 아시는 분이니 결국 솔로 탈출에 성공하는구나."강지찬이 솔로를 탈출했다는 말에 다른 사람들이 축하하며 술잔을 들었다.강지찬은 기분이 좋아져서 알게 모르게 석 잔의 술을 마셨다. 하지만 그는 더는 마실 수 없었다. 높은 도수의 술은 세 잔이면 충분했다. 더 마시면 취할 것이다.다른 사람들은 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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