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오전, 강지찬은 일을 마치고 급히 백화점에 들렸다가 겨우 시간을 맞춰 비행기에 올랐다.최의현은 강지찬이 자리에 앉은 후,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한테 할 말이 있어, 듣고 화내지 마.”강지찬은 아무 표정도 없는 얼굴로 말했다.“정유진이 다른 남자와 도망치지 않는 한, 나머지 일은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나와 상관없어.”최의현은 혀를 차며 말했다.“쯧쯧, 하지만 정말 너와 상관있는 일이야. 네 아버지가 너와 고세연을 약혼시키시려는 것 같아. 날짜도 정하고 청첩장도 이미 돌렸어.”강지찬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며칠 조용하다 했더니 겨우 이딴 방법을 생각해 낸 거야? 내가 너무 과대평가했군.”최의현이 말했다.“청첩장은 이틀 전부터 돌리기 시작했어. 우리 집, 온 씨 가문과 너와 사이가 가까운 가문들에는 오늘 보냈고. 아마 우리한테 대책을 세울 시간을 주지 않으려는 것 같아.”이때, 승무원이 다가오자, 강지찬은 안대와 담요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강지찬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최의현이 오히려 급해 났다.“아니, 넌 정말 하나도 걱정 안 되는 거야?”“걱정할 게 뭐가 있어? 그럴 능력이 된다면 날 약혼식에 납치해 가라고 해.”최의현은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약혼식에 가지 않을 생각인 거야?”“약혼은 하고 싶은 사람이 하라 그래. 어차피 청첩장을 보낸 사람은 내가 아니고 약혼하려는 사람도 내가 아니니까 나와 뭔 상관인데?”최의현이 말했다.“우리 엄마가 그러시던데 초청한 하객이 적지 않다고 하셨어. 네가 나타나지 않으면 강 씨가문은 체면을 잃을 거야. 네 아버지는 바로 이런 방법으로 널 강요하려 하시는 거야.”승무원이 안대와 담요를 가져오자, 강지찬은 담담한 표정으로 받았다.“감사합니다.”“아닙니다, 고객님, 혹시 더 필요 하신 게 있나요?”승무원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가까이에서 보니 강지찬은 오뚝한 코에 깊은 눈빛을 가진 미남이었다.이런 남자는 돈이 없어도 여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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