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씨 집안 역시 서울에서 유명한 엘리트 가문이었다.강지찬의 외할아버지는 과거 서울 시립박물관 관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를 역임했고 유명 역사학자이기도 했다. 삼촌인 경우성과 숙모 최효진 역시 고고학자 겸 서울대 교수인 데다 경우성은 서울대 역사대학 부학장을 맡고 있었다.나름 명문가라고 불릴 만한 강씨 가문이 아주 오래전 집안 어른들끼리 절친한 사이를 유지했던 가문이 바로 최씨 가문이었다. 이때 류선이 고세연의 손목을 잡아끌며 소개를 시작했다.“세연아, 여기 와봐. 내가 소개해 줄게. 이쪽은 지찬이 삼촌이랑, 숙모. 얼른 인사드려. 이제 한 가족이 될 사이잖아.”지금 이 순간, 고세연은 살짝 흥분되면서도 조금씩 밀려드는 긴장감을 감출 수 없었다.경우성과 최효진의 안색을 보아하니 두 사람은 고세연이 마음에 들기는커녕 상당히 혐오스러운 모양이었다.그 대단한 교양으로도 터져 나오는 경멸을 감추지 못할 정도였으니까...하지만 강지찬의 가족은 곧 그녀의 가족이다. 절대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외삼촌, 외숙모, 안녕하세요. 고세연이라고 합니다.”이에 경우성은 아예 고개를 돌렸다.상대가 어린 여자아이라 차마 악담을 던질 수는 없어 아예 무시하기로 한 것이다.반면 최효진은 도도한 표정으로 고세연의 표정을 자세히 훑어보다 무덤덤하게 말했다.“어머니랑 많이 닮았네요. 그래도 호칭은 그렇게 편하게 부르지 말아요. 아직 약혼식 시작 안 했으니까.”차가운 목소리에 고세연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오늘의 약혼식은 온전히 고세연의 강요로 진행되는 것, 순순히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건 진작 예상하고 있었다.‘괜찮아. 오늘만 지나면 난 강씨 가문의 예비 안주인이 되는 거니까.’한편, 류선은 어딘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렇다. 애초에 고세연을 경우성, 최효진 부부에게 소개해 준 것도 일부러 한 행동이었다.경씨 가문이 강홍식과 강씨 가문을 증오할수록 짜릿했으니까.“최 교수님은 참 기억력도 좋아.”이때 류선이 불쑥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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