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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크나큰 홀에는 정유진의 목소리만 들려왔다.강지찬과 함께 서 있는 그녀는 고세연을 몰아붙일 뿐 싸우지 않았다.그녀는 차분하면서도 단호하게 질문을 던졌고 얼굴은 더없이 침착했다.처음에 정유진이 단지 외모만 강지찬과 어울렸다면 이제는 두 사람이 같이 서 있는 모습을 본 사람들의 머릿속에 저도 모르게 두 사람이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강씨 가문의 주인은 강지찬이고 K그룹도 강지찬이 모든 권력을 갖고 있었다.오늘 약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강씨 집안의 친척과 친구들을 제외하고 전부 강씨 집안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거물급 인물들과 K그룹의 임직원들이었다.이들은 물론 옆에서 구경하고 있었지만 만약 진짜로 나서라고 한다면 분명 강지찬의 편에 섰을 것이다. 그때 누군가 의문을 제기했다.“강 대표님의 인품은 우리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강 대표님은 절대 술 마시고 난폭한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닙니다. 고세연 씨 지금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거짓말로 강 대표님을 모함하는 것은 옳지 않아요.”“맞아요. 강 대표님이 어떤 사람인지는 우리가 제일 잘 알아요. 젊은 아가씨,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순간 고세연은 마음이 급해졌다. 이 사람들은 모두 서울의 명문가 집안이다. 그녀는 오늘 그들 앞에서 체면을 구겼고 만약 강지찬에게 시집가지 못하면 그 어떤 재벌가 집에 들어갈 자격이 없을 것이다.그녀는 강지찬을 절대 이대로 보내줄 수 없었다.“함부로 말한 적 없어요. 그날 밤 분명 지찬 오빠였어요. 제가 사람을 잘못 봤을 리가 없어요.”고세연은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내가 지찬 오빠를 이렇게 좋아하는데 어떻게 다른 남자가 저를 건드리게 할 수 있겠어요?”강홍식은 강지찬에게 삿대질하며 말했다.“이 자식, 바른대로 말 못해?”강지찬은 고세연과 강홍식이 무슨 말을 하든지 전혀 개의치 않았다.그는 정유진이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의 편을 들어줄 줄은 몰랐다.강씨 집안에서 그는 줄곧 혼자의 힘으로 모든 것을 떠맡아 왔으며 유일한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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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그녀는 상황이 이렇게 빨리 전환될 줄 몰랐다. 강지찬이 고세연을 뿌리친 것은 온전히 본능적인 반응이었다.그게 고세연이든 아니면 다른 여자든 상관없이 그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바로 팔을 뿌리쳤을 것이다. 옆에서 지켜보던 강홍식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이 자식, 감히 손찌검해?”순간 강지찬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오늘 같은 날, 그는 정말 강홍식과 부자지간의 불화로 남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강홍식의 눈에는 예전 연인의 딸만 있었고 자기 친아들은 없는 듯했다.“오늘 반드시 세연이에게 정확히 해명해 줘야 할 거야. 네가 피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그 말에 강지찬은 차가운 눈으로 강홍식을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피한다고 생각해요?”강지현이 올라가서 고세연을 일으켜 세우자 그녀는 자기의 모습이 얼마나 초라한 것은 전혀 개의치 않은 듯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아저씨, 아저씨는 내 편이죠? 지찬 오빠와 결혼하지 못할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나아요”그녀는 불쌍한 얼굴로 서럽게 울었다.“지찬 오빠, 오빠가 먼저 나를 건드린 거예요. 내 마음을 흔들어 놓고 나에게 이렇게 하면 안 되죠.”모든 상황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듯했다. 그녀의 뜻은 분명했다. 사실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고세연과 강홍식 둘 다 강지찬의 책임을 묻고 있었다.그의 옆에 있는 정유진은 강지찬이 매우 화가 나 있음을 느꼈고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싶지 않아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강지찬은 정유진의 손을 꼭 잡더니 그들을 향해 코웃음을 쳤다.“당신들이 체면 따위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 나도 굳이...”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원훈이 사람들 속에서 걸어 나왔다.“실례합니다. 정확히 말씀드려야 할 일이 있어서요.”흰 양복 차림의 강원훈은 꽤 늠름하고 잘생긴 얼굴을 자랑하고 있었다.그는 고세연 앞에 다가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미안해, 그때 그 사람은 나야.”이 말에 순간 온 장내가 떠들썩해졌다.고세연은 너무 깜짝 놀라 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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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강원훈은 강씨 집안에서 신분이 좀 애매하다. 비록 밖에서는 셋째 도련님이라고 불리지만 사생아를 안중에 두는 사람은 없었다.게다가 씨 강씨 가문의 어르신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강씨 집안의 권력은 전부 강지찬이 잡고 있었다. 강원훈은 그나마 운이 좋아 강씨 집안의 핏줄로 태어난 것이다. 이 집안사람인 이상 아무리 능력이 없더라도 그가 범죄를 저지르지만 않으면 어르신이 그에게 물려주신 개인 재산과 주식을 더하면 평생 먹고 살 걱정 없이 살 수 있었다.하지만 고세연이 어찌 그에게 시집을 가려 하겠는가?그녀가 원하는 것은 강지찬이고 그녀가 원하는 것은 강 사모님 자리이다.전혀 믿기지 않는 듯한 얼굴을 한 고세연에 강원훈도 딱히 아쉬운 마음은 없었다.“세연이는 제가 싫은가 봐요? 그럼 됐어요. 다행히 저도 그때 장난 좀 쳤을 뿐이지 무슨 짓을 하지는 않았어요. 다들 어른이니까. 안 그래?”고세연은 당장이라도 강원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그 입 다물지 못해요?”그녀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채 온몸을 떨었다.끝났다! 완전히 끝나버렸다!왜 그날 그 사람은 강지찬이 아니란 말인가? 왜?그녀는 자신이 정유진보다 못한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강씨 집안으로 들어온 지만 10년이다. 하지만 정유진과 강지찬은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그는 왜 그녀를 원하지 않는 것일까?왜!“지찬 오빠,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물을게요. 오빠 선택이 진짜로 이 여자예요?”고세연의 눈에는 질투가 불타오르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본 강지찬은 정유진과 자리를 바꿔 그녀를 조심스럽게 감싸더니 차가운 얼굴로 고세연에게 말했다.“내 기억에 네가 우리 강씨 집안에 들어온 첫날부터 나는 너에게 눈길 한번 준 적이 없어.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선택할 일은 없을 거야.”그의 말에 고세연이 물었다.“우리 엄마 때문이에요?”강지찬은 차가운 표정으로 코웃음을 치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정유진 손을 잡고 그 자리를 떠났다.순간 고세연은 하늘과 땅이 빙빙 도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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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강지찬은 사람 시켜 영상을 만들어 그들의 가족을 돌아보게 했다.처음 결혼한 신혼부부부터 1남 1녀의 출산으로 경윤미가 죽고 강지아가 병이 발작하면서 네 식구에서 강지찬과 강지아 두 사람으로 되었고 지금은 강지찬과 정유진만이 남게 됐다.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은 역시 포토샵으로 만든 것이다.같이 찍은 사진이 있긴 했지만 오프닝 때 언론에서 찍었던 사진을 가지고 올 수는 없었다.사진을 본 후 정유진도 저도 모르게 눈물을 훔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주위의 하객들도 연신 감탄했다.특히 경우성과 최효진도 계속 박수를 쳤고 최효진의 눈시울은 이미 빨갛게 물들었다.정명학과 이명자의 표정은 더없이 진지했다. 아마도 강씨 집안에 시집가는 게 못내 걱정스러웠음이 분명했다.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그들이 반대한다고 해도 이미 늦었다.정유진은 앞서 최효진이 류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고 이 강씨 가문 역시 재벌가답게 식구는 적지만 사사건건 갈등투성이였다.강지찬과 강지현의 갈등은 아마 그들이 각자의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시작되었겠지?고세연은 병원으로 옮겨졌고 강홍식도 일찍 식장을 떠났기에 그 이후 술자리에서는 별다른 이변이 없었다.정유진은 강지찬과 마지막까지 남아 마지막 손님을 배웅했다.둘째 집 식구들도 끝까지 남아 있으며 강홍택은 여전히 체면을 차리고 있었다.“지찬아, 시간 나면 유진 씨를 데리고 집에 자주 가거라. 부자 사이에는 원한 같은 게 있으면 안 돼. 네 아버지께 잘 말씀드려.”그러자 강지찬이 대답했다.“작은 아빠, 작은 엄마 오늘 오시느라 힘드셨죠? 약혼식 참석해 주셔서 고마워요.”류선은 웃으며 말했다.“고생은 뭐. 어차피 네 아내는 네가 직접 찾은 거니까 앞으로 행복하지 않아도 너 자신을 탓하면 돼.”그 말에 강지찬도 한 마디 대답했다.“네, 작은 엄마. 내 행복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류선은 가방을 들고 나갔고 강지현은 어색한 듯 정유진에게 사과했다.“유진 씨, 죄송해요.”류선을 대신해서 설명할 말도 할 필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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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정유진과 강지찬도 호텔에 오래 머물지 않고 남은 일을 임우연에게 맡기고 집으로 돌아갔다.온종일 정유진 뒤를 따라다닌 조예원은 감탄을 금치 하지 못했다.그녀는 정유진의 드레스를 정리해주고 남아서 그녀 화장을 지워주며 시큰둥한 말투로 한마디 했다.“강지현 엄마가 너무 무섭긴 했어.”정유진은 오늘 헤어스타일링까지 해서 머리에는 작은 집게가 많아 두 사람은 거울을 보며 하나씩 떼내고 있었다.“왜? 그래서 주눅 든 거야?”조예원은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나는 지찬 씨처럼 마른 미남형을 좋아하긴 하지만... 됐어, 그냥. 나는 온 선생이 제일 완벽하다고 생각해. 얼굴도 잘생겼고 직업, 집안도 좋고 거기에 사람이 교양까지 있어. 모든 걸 다 갖추었어.”오늘 온씨 집안사람들도 약혼식에 왔다. 온유한 어머니와 온씨 집안의 다른 여자 쪽 식구들이다.온가네 식구들은 대부분 의사 선생님이라 평일인 오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업무 스케줄이 있었다.정유진은 순간 자기와 계속 대화를 나누던 미모가 나이답지 않게 관리가 잘 된 최효진을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그래, 힘내. 온 선생 어머니가 생각보다 편한 사람인 것 같아.”그러자 조예원이 톡 쏘아붙였다.“힘내긴 개뿔, 온 선생이 나 같은 사람을 보기나 한대?”두 사람은 웃고 떠들며 화장을 지웠고 아직 이른 시간이라 조예원은 곧장 작업실로 향했다.정유진은 조금 피곤한지 작업실에 가지 않고 집에서 쉬었고 강지찬도 회사에 가지 않았다.그녀는 왼손에 낀 다이아몬드 반지를 보며 문득 한마디 했다.“오늘 고세연이 보여주려고 했던 사진이 뭐예요?”강지찬은 그녀를 한 번 힐끗 보더니 가까이 다가와 그녀의 턱을 살며시 어루만지며 말했다. “보고 싶어요?”“네, 보고 싶어요.”강지찬은 USB와 노트북을 가져와 그녀 앞에 놓았다.안에는 총 10여 장의 사진이 있었고 주인공은 그대로였지만 사진 스토리가 시작된 시간이 달랐다.정유진의 시선이 사진 속 가장 설레는 장면에서 2초간 멈췄다.그러자 강지찬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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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정유진은 자신이 마음을 표현하면 거친 강지찬이 자기를 놓아줄 줄 알았다.하지만 그녀는 남자를 이해하지 못했다.강지찬은 그녀를 놓아주기는커녕 거실에서 침실로 장소를 바꾸더니 더 거칠게 스킨십을 했다.만약 그녀가 임신 중이 아니었다면 분명히 그녀를 삼켜버렸을 것이다.다행히 행동은 너무 크게 하지 못했고 강지찬이 찬물로 샤워한 후에야 모든 게 끝났다.“외숙모가 작은어머니와 싸울 때 한 말이 다 사실인가요?”정유진이 물었다.조금 전, 강지찬은 그 자리에 없었지만 최효진이 무슨 말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강지현과 같은 날 태어난 일?”“네.”강지찬은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담담한 얼굴로 마랬다.“자기가 넘어졌는지 아닌지는 본인만 알겠지만 우리 엄마가 그 충격에 조산한 건 사실이에요. 물론 주범은 강홍식이지만.”이왕 얘기가 나온 김에 강지찬은 아예 정유진에게 전부 다 말했다.“강홍식은 고세연 엄마는 연인 사이였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같이 있었다고 했는데 할아버지가 허락하지 않으셨대요. 할아버지도 일찍이 저에게 얘기했었는데 강홍식이 나약하고 무능해서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서 할아버지가 직접 며느릿감을 물색했다고 했어요. 그게 바로 우리 엄마였고요. 명문가 수재인 데다가 외모까지 예쁜 우리 엄마는 소개팅할 때 학교에서 박사 공부를 하고 있었대요.하지만 뼛속까지 인간쓰레기인 강홍식은 분명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음에도 우리 엄마에게 끌렸죠. 허허, 분명 본인이 이 여자 저 여자 다 건드려 놓고서 어르신네한테 얻어맞아 놓고서는 처량한 모습으로 두 여인 사이를 이리저리 휘젓고 다녔죠.엄마는 줄곧 고세연의 존재를 몰랐고 경씨 집안에서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대요. 엄마가 미리 알았더라면 절대 강홍식에게 시집가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어머니가 알았을 때는 뱃속에 이미 제가 생긴 이후였죠.”정유진은 젊은 시절의 강홍식과 경윤미의 잘생기고 예쁜 사진 속 얼굴이 떠올랐다. 아무리 야무진 여자라도 엄마가 되는 순간 변하기 마련이다.어머니 얘기에 강지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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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에이프릴 홀, 강지찬이 예약한 룸에는 최의현과 온유한 다 같이 있었다.“한빈 그놈은 요즘 꽤 얌전한 것 같아. 별로 움직임도 없고. 나가서 만난 사람도 모두 예전에 협력했던 사람들뿐이야.”그 말에 최의현은 혀를 내두르며 한마디 했다.“들었어. 소희가 계속 한빈이에게 그러는 거 보면 분명 한빈이 소희에게 숨긴 게 있을 거야. 소희는 한빈의 속셈을 모르고 있고... 녀석이 생각보다 꽤 침착한데?”그러자 온유한도 한 마디 받아쳤다.“그 인간이 침착하다는 것은 그 배후에 있는 사람이 분명 그 인간의 기를 세워주고 있다는 뜻이겠지?”강지찬은 긴 다리를 소파에 쭉 뻗은 채 몸을 기대며 말했다.“강원훈 아니야.”그러자 최의현이 말했다.“카메라를 설치한 사람이 너의 그 작은 삼촌이었다면 그날 약혼식에서 고세연을 건드린 게 자기라고 인정하지 않았겠지. 그냥 아무 말 없이 옆에서 가만히 있을 수도 있었어. 게다가 그 사진들까지 있었으니... 하마터면 강씨 집안이 실검에 오를 뻔했잖아. K그룹 주가에도 큰 영향이 있었을 거야.”한 명은 고세연, 다른 한 명은 안나, 거기에 정유진까지. 여자 세 명에 강지찬 충분히 바람둥이라고 소문이 났을 거야. 네 자리도 위험해질 수 있었다고.”온유한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런데 너의 작은 아빠가 아니면 누구였을까?”순간 셋 다 아무 말이 없었다.잠시 후 최의현은 ‘하...’하고 탄식을 내뱉으며 한마디 했다.“작은 집에서 그랬을 리도 없잖아. 강홍택이 몰래 아들을 키우는데 다른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겠어. 강지현? 그 인간은 일단 서른을 넘길지 안 넘길지도 모르는데...”그때 장형준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대표님, 안나 씨를 찾았어요.”강지찬은 그 말에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데려와 봐.”10분 후, 안나는 강제로 룸으로 끌려왔다.룸 안의 사람을 본 그녀 얼굴의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이어 강지찬의 맞은편 소파에 앉아 웃으며 말했다.“이게 누구야, 강 대표님이었네요. 저를 부른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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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최이현 맞혔다. 안나는 본명이 아니라 예명이었다.학교 다닐 때 안나는 확실히 불량소녀였다. 수업을 빼먹고 싸우고 연애하며 낙태까지 했다. 이 내용을 외부에 퍼뜨리는 순간 팬들이 그녀를 떠나는 것은 물론 그녀는 이 바닥에서 퇴출당할 것이다. 소희는 이런 그녀의 약점을 잡고 무슨 일이든 그녀에게 강요하고 있었다.“사촌 언니예요.”안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사실 안나도 소희를 매우 원망하고 있었다.“저는 그저 한 번 도왔을 뿐이에요. 벽을 짚은 그 사진은 일부러 찍은 게 아니에요. 소희는 그 사진을 보고 그다음 수작을 생각해 낸 거고요. 카메라도 소희가 사람 시켜 단 거예요. 에이프릴 홀에는 소희 뒷일을 봐주는 사람들이 있고요. 그날 강 대표님이 도착한 후 저에게 전화를 걸어 저더러 오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저 협조만 했을 뿐이에요. 영상은 저에게 없어요.”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최의현이 물었다.“소희에 대해 얼마나 알아요?”“강 대표님의 약혼녀가 소희가 좋아하는 남자의 전 여자친구라는 것만 알고 있어요. 그리고 두 사람이 강 대표를 건드렸고요.”최의현이 다시 한번 그녀에게 물었다.“한빈에 대해 얼마나 알아요?”안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만난 적 없어요. 저와 소희가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고...”하긴, 친했다면 소희도 이렇게 안나를 괴롭히지 않았을 것이다.안나도 딱히 착한 성격이 아니기에 이럴 때 당연히 모든 것을 소희에게 떠넘겼다.“강 대표님, 저 같이 작은 배우가 어떻게 감히 강 대표님을 건드리려 하겠어요? 소희가 하도 협박하는 바람에 저도 어쩔 수 없어요. 그리고 저는 그날 촬영하는 데 협조만 했을 뿐이지 강 대표를 감히 어떻게 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럴 엄두도 나지 않았고요.”강지찬은 줄곧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아무리 예쁜 여자를 봐도 절대 함부로 다가가지 않았고 오직 정유진 앞에서만 속물로 변하는 짐승같은 남자였다.강지찬은 정유진 외에 다른 여자들은 항상 멀리 떨어져 있었다.온유한은 웃으며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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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소희는 태안병원에 병실을 예약하러 왔다.임신한 지 6개월이 넘었고 태안병원은 병상이 항상 빠듯해 일찍 와서 예약을 해야 했다.요 며칠 동안 배가 가끔 좀 아픈 것 같아서, 이 기회에 산부인과 검사까지 받으려던 참이었다.사실 별일 없었는데 오성연이 손자가 너무 걱정되어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의사에게 물으면서 일이 커졌다.“의사 선생님, 제 큰손자는 괜찮나요?”의사는 며느리의 배 속에 있는 아이가 손자가 아니라 손녀라고 말하기가 곤란하여 완곡하게 말했다.“할머니, 귀염둥이가 좀 활발하고 엄마처럼 예쁘게 생겼네요. 큰 문제는 없어요. 자세한 내용은 담당 의사에게 물어보십시오.”육모는 이 말을 듣고 뭔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했다.큰손자가 어찌 소희처럼 예쁠 수 있냐 말이다. 당연히 잘생긴 훤칠한 아들이 아니라는 말인가!의사 말에 육모가 바로 물었다.“선생님, 그러니까 배 속에 있는 아이가 손자가 아니라 계집애라는 말씀입니까?”순간 소희의 얼굴빛이 일순 변하더니 이내 비명을 질렀다.“그럴 리가 없어요. 지난번에 검사했었을 때까지는 아들이었단 말이에요.”의사는 이 말을 듣자마자 뭔가 안 좋은 느낌이 들었다. 이 시대에 아직도 남존여비의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는 게 놀라웠고 게다가 상대하기 몹시 어려워 보이는 두 사람이었다.의사는 혹시라도 괜히 일을 크게 만들기 싫어 웃으며 말했다.“그저 아기 예쁘다고 칭찬한 것뿐이니 오해하지 마세요.”그러나 그들의 의심은 쉽게 가시지 않았고 의사를 밀치며 한 마디 했다. “큰손자인지 계집애인지 똑바로 좀 보세요. 당신들은 서울에서 가장 비싸고 유명한 병원이잖아요, 이런 병원이 설마 아들인지 딸인지도 못 알아본다고요?”초음파 검사를 하는 두 의사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 태안 병원은 사립병원으로 몰래 태아의 성별을 조사하는 것을 엄격하지 단속하지 않았다.게다가 자신의 전문 기술까지 의심받으니 검사를 하는 여의사는 순간 불만이 커졌다. 의사가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소희가 소리쳤다.“저는 분명 아들을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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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정유진은 소희와 인사하지 않고 오성연이 소희를 향해 소리지를 때 이미 강지찬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다.엘리베이터에는 때마침 아무도 없었다.장형준은 강 대표의 사람으로서 강 대표 눈에는 아마 보이지 않는 듯싶다. 강지찬은 정유진의 허리를 한 손으로 감싸 안으며 말했다.“강홍식도 철이 없긴 하지만 저 늙은 할머니보다는 상대하기가 쉬운 편이에요.”강홍식은 그래도 남자이다 보니 당연히 정유진 같은 여자아이와 너무 따지며 말싸움을 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오성연은 다르다. 그녀는 그 어떤 일이든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 그동안 소희가 오성연을 속였으니 당분간은 한씨 집안도 시끄러울 것이다. 인과응보라는 말이 그래서 있는 것이다. 정유진도 다른 사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자기 몸을 더 많이 챙겨야 할 때이기에...인터넷에 태반 위치에 대해 검색해보니 마음이 더 싱숭생숭해졌다. 강지찬은 그녀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보고 더 이상 장난치지 못했고 그녀보다 더 긴장해 하는 것 같았다.“딸에 대한 사랑은 아빠가 주는 거라고 했는데... 분명 이렇게 살뜰히 보살피는데 왜 이렇게 엄마를 힘들게 하는 거야?”강지찬은 너무 답답했다. 석 달 동안만 참으면 고기를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은 고기는커녕 국 한 모금도 마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정유진은 강지찬의 말에 아무 대꾸를 하지 않았다.샤워를 마친 강지찬은 축축이 젖은 몸으로 그녀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이제 조금만 몸이 괜찮아지면 저택으로 데려가려고 했는데... 됐어요, 나 혼자 갈게요.”정유진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비록 함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강지찬이 별일 없으면 저택에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부자 관계를 끊겠다고 아우성치는 사람이 있어서 한 번 가보려고요.”굳이 그런 것 때문이라면... 정유진은 망설임 없이 한마디 내뱉었다.“그럼 혼자 돌아가세요.”강지찬은 그녀의 말에 어이가 없어 웃으며 말했다.“여보, 나한테 좀 잘해주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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