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강씨 집안의 모든 권력은 강지찬이 쥐고 있었다. 그리고 이 또한 이 집안에서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고세연은 옆에 멍하니 선 채 주먹만 꼭 쥐고 있었다. 그녀는 계속 강지찬 앞에 서 있었지만 강지찬은 마치 그녀가 안 보이는 듯했다. 사실 강지찬의 눈에는 오직 정유진만 보였다.결국 보다 못한 강홍식이 한마디 했다.“세연아, 앉아서 밥 먹어.”고세연은 아무 말없이 정유진 옆에 앉았다.한참후 강원훈이 뒤늦게 들어왔다.강씨 집안의 혼외자로서 그는 자기가 어디에 앉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늦어서 죄송합니다.”그는 천천히 걸어와 강지현 옆에 앉았고 잠이 덜 깬 듯 하품을 하기도 했다.입을 벌려 하품하는 중에 그는 순간 눈에 띈 정유진을 보고 어리둥절해 했다.“어머, 조카며느리가 왔네?”정유진은 굳이 누가 가르칠 필요 없이 알아서 그를 아버지라고 불렀다.“작은 아버님, 안녕하세요.”이 집에서 그녀는 강홍식과 강원훈을 제외한 둘째 집 식구들에게 따로 호칭을 부르지 않았다.강홍택과 류선도 그걸 눈치챘는지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한편 강원훈은 그런 호칭이 마음에 들었는지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지찬이가 왜 왔나 했더니 조카며느리를 데리고 왔네. 환영해, 자주 와.”이 말에 강홍식도 그리 기분 나빠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집안 하인들이 하나둘씩 음식을 내오자 강홍식이 제일 먼저 젓가락을 들며 말했다.“다들 들어. 먹으면서 제사 얘기나 하지.”원래부터 식구가 많지 않은 강씨 집안인 데다가 하나둘씩 다른 속셈과 꿍꿍이가 있다 보니 강지찬을 제외하고 모두 조용히 고개 숙여 밥만 먹었다. “여보, 그건 먹으면 안 돼요, 매워요. 여보 이거 먹어봐요, 영양가 있는 거라 태아에 좋아요. 여보, 이 닭국 시원해, 한 그릇 마셔봐요.”강지찬이 정유진의 앞에 놓인 접시에 음식을 집으려고 몸을 내밀었다. 옆에 있던 다른 식구들은 그저 이런 두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정유진은 어색함을 참지 못하고 그를 힐끗 보며 말했다.“지찬 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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