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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해서 결혼했어요의 모든 챕터: 챕터 201 - 챕터 210

927 챕터

제201화

“아가씨, 미워하고 싶으면 강지찬을 미워해. 그 자식이 사람을 너무 업신여기잖아.”남자의 더러운 손이 정유진의 민소매를 잡고 찢어버리려 했다.하지만 민소매의 품질이 워낙 좋아 맨손으로 찢기지 않았다.정유진 깜짝 놀라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제발 살려주세요. 저 임신 4개월이에요, 제발요!”두 남자는 어리둥절해 하며 고세연에게 고개를 돌렸다.“임신했어?”고세연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임신했는데 뭐? 이 여자, 몸매가 좋아서 임신해도 티가 나지 않아.”순간 두 남자는 조금 망설이는 듯했다.그러자 정유진이 바로 말했다.“아이가 지금 불안정한 상태예요. 의사가 너무 낮게 있다고 유산하기 쉽다고 했어요. 거짓말 아니에요, 진짜예요.”정유진은 여기에 결박된 후부터 줄곧 움직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옷을 잡아당겨도 움직이지 않았고 죽을 것 같은 두려움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가 움직이지 못했던 이유는 배 속의 아이를 다칠까 두려워서였다.“이씨!”나이 많은 남자가 머리를 잡으며 짜증을 내자 고세연이 벌컥 화를 냈다.“무서워? 너희들 꼬락서니 좀 봐. 평생 장가갈 생각 못 하게 만든 게 누구 탓인데? 다른 사람들은 다 길옆에 있는 집으로 배정받았는데 너희들은? 너희들, 원래 집은 다 거리 한복판에 있었잖아. 그런데 결국 가장 외진 곳으로 분배되었어. 강지찬만 아니었다면 너희 형제는 진작 장가가고 아이를 낳아 큰돈을 벌었겠지.”자기들의 원한이 생각난 두 남자는 눈이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다시 정유진에게 달려들었다.정유진은 속으로 이제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다.순간, 누군가가 발로 선실 문을 힘껏 찼다. 그리고 훤칠한 키의 한 남자가 안으로 들이닥쳤다.“지찬 씨!”정유진은 기쁨에 겨워 소리 질렀다. 정유진의 목소리에 쓱 고개를 돌린 사람은 강지찬이 아니라 강지현이었다.강지현과 조금 전 같이 온 두 경호원이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강지찬의 경호원들은 모두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프로 경호원들이었다. 그들은 들어오자마자 고세연을 때려 기절시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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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밖은 이미 컴컴했지만 병실 안은 아직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강지찬은 정유진의 손을 꼭 잡은 채 그녀 가까이에 다가가 그녀의 볼에 뽀뽀했다.“여보, 나야말로 깜짝 놀랐어요.”한 손을 배에 얹고 있는 정유진은 아직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아기는 이제야 진정이 된 듯 움직이지 않았다. 아마 잠든 것 같았다.강지찬은 그녀가 배에 손을 올린 모습을 보고 이내 말했다.“아기 괜찮아요. 의사 선생님이 그러는데 아기도 많이 놀랐다고 해요. 그래서 약간 태동이 심하기는 했지만 이제 괜찮아졌대요.”강지찬도 확실히 많이 놀랐는지 그새 얼굴이 많이 수척해졌다.“지아는요?”순간 강지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지아는 제가 헬기로 먼저 보냈어요. 상황이 좀 안 좋아요.”그러자 정유진은 깜짝 놀란 얼굴로 눈이 휘둥그레진 채 물었다.“그럼 누가 옆에 있어요?”“방씨 아주머니와 강지현이요.”강지찬은 어두운 표정으로 계속 말을 이었다.“걱정하지 말고 우선 유진 씨 몸부터 신경 써요.”배 속의 아기만 괜찮다면 정유진은 걱정이 없었다.“저는 괜찮아요.”그녀가 다시 잠들자 강지찬은 그녀의 손을 살짝 이불 속으로 집어넣고는 병실을 나섰다.장형준은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대표님, 청하군에서 모든 경찰을 동원하여 산을 수색하기 시작했어요. 다만 관원사 뒷산이 너무 크고 청하진 경찰들도 인원이 제한되어 있어 당분간 사람 찾기는 좀 어려울 것 같아요.”그 말에 강지찬은 차가운 말투로 한마디 했다.“마을 주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모든 경찰과 현장 출동하는 사람들 인건비 빠짐없이 다 계산하고. 김주환을 발견한 사람은 보상금 2천만 원, 잡은 사람은 4천만 원이라고 전달해.”장형준은 강지찬이 이번에 확실히 김주환을 잡기로 마음먹은 것을 알고 바로 그 내용을 경찰에 알렸다.정유진이 다시 깨어났을 때 날은 이미 밝아 있었다.병실은 2인용 병실이라 반대편에는 침대가 하나 더 있었다. 그러나 강지찬은 몸을 옆으로 한 채 정유진이 있는 침대 끝에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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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강지현의 이름을 들은 조예원은 순간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강지현이 구해줬다고?”정유진은 소파에 대충 기대고 앉아 말했다.“그때 지찬 씨가 사람들을 데리고 성묘를 하고 있었거든. 강지현은 아마 몸이 안 좋아서 못 갔던 것 같아.”그러자 조예원이 물었다.“그런데 너는 지아와 관원사를 구경하러 갔다며?”그 말에 정유진이 대답했다.“아마 별로 할 일 없어서 그 근처를 돌아다녔던 것 같아. 서울 돌아와서 아직 못 만났는데 나중에 보면 밥이라도 사야 될 것 같아. 고맙다는 인사는 해야지. 너도 같이 가자.”“그래.”조예원은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정유진이 관원사를 구경하러 갔는데 강지현은 공교롭게 그곳에 나타났다고?진짜로 우연의 일치일까?아니면 정유진의 뒤를 몰래 따라다니며 멀찌감치 그녀를 지켜본 것일까?요 며칠 강지찬은 회사 일로 너무 바쁜 상태였다.한창 최의현과 미팅 중인데 갑자기 누군가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소리 나는 쪽을 보니 강홍식이 그곳에 서 있었다. “강 대표님, 어르신이 갑자기 들어오셔서... 죄송합니다.”임우연이 난처한 표정으로 강홍식의 뒤에서 말했다.순간 강지찬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임우연은 그의 눈치를 살피며 천천히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개자식, 내가 합의하라고 했잖아! 빨리 세연이 풀어주라고 해.”강홍식은 발로 책상을 쾅쾅 차며 말했다.최의현이 옆에서 그의 화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부자지간의 싸움에 쉽게 끼어들 수 없었다.솔직히 강홍식이 의자를 걷어찰 정도면 강지찬의 기분은 어떻겠는가? 그저 이런 아버지를 만난 것을 원망할 수밖에 없다.“아저씨, 고세연이 한 짓은 범죄예요. 봐주고 말고 할 게 아니에요.”그러자 강홍식이 큰 소리로 말했다.“인명피해는 없었잖아...”그러나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지찬은 들고 있던 컵을 그의 발 옆에 떨어뜨렸다.‘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깜짝 놀란 강홍식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인명피해가 없었다고요? 인명피해만 없으면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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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평택으로 출장 예정이던 최효진은 뉴스를 보고 출장도 미뤄두고 정유진을 보러 왔다. 오면서 보약과 영양제도 가득 챙겨왔다.때마침 퇴근한 강지찬의 어두웠던 얼굴도 외숙모를 보더니 조금 풀리는 듯했다.“너의 외삼촌이 지금 같이 과제 하는 애들이 있어서 같이 못 왔어. 그래서 나라도 먼저 너희 두 사람 보러 온 거야.”정유진이 별일 없이 잘 있자 최효진이 웃으며 말했다.“괜찮으면 됐어. 나와 너의 외삼촌, 둘 다 기사 보고 깜짝 놀랐어. 그 뭐야, 그 계집애는 잡혀갔다며?”강지찬은 그녀에 대해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았다.그의 모습을 눈치챈 정유진이 대답했다.“다행히 경찰이 제때에 와서 바로 잡았어요.”강지찬의 안색을 본 최효진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대충 이유를 짐작한 듯했다.“너의 아버지, 혹시 마음 약해지거나 그런 건 아니지?”강지찬은 그저 ‘네’라고 대답했다.하지만 최효진은 강홍식만 생각하면 화가 나는지 씩씩거리며 말했다. “그 늙은 영감탱이는 어쩌면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어리석어져? 평생 인간다운 짓을 왜 하나도 못 하냐고!”말을 하던 최효진은 당장 옷을 입고 나갈 기세를 했다.“내가 당장 가서 결판을 내고 말겠어!”강지찬은 말릴 기색이 전혀 없어 보였다. 옆에 있던 정유진은 그녀를 말리려 했지만 강지찬이 오히려 제지했다.“외숙모더러 찾아가시라고 해요. 혼내는 사람도 필요해요.”정유진은 순간 뜨끔했다.“설마 아버님이 진짜로 와서 지찬 씨에게 부탁했어요? 고세연 풀어달라고?”“네.”강지찬의 대답을 들은 정유진은 펄쩍 뛰었다.“꿈도 꾸지 말라고 해요! 나는 물론이고 우리 지아도 절대 고세연 용서 못할 거예요!” 강지찬은 얼른 그녀를 타일렀다.“나도 절대 그렇게 못 해요. 여보 화내지 말아요, 아이에게 안 좋아요.”요즘 강지찬은 회사에 다니랴, 지아 병원에 다니랴 너무 바빠 당분간 정유진더러 친정에 가 있으라고 했다. 오늘 저녁에는 또 병원에 가서 지아 곁을 지켜야 했다.친정에 있는 정유진은 훨씬 더 편안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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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저녁에 강지찬이 정유진을 보러 왔다.이틀 만에 강지찬은 살이 많이 빠져 이명자는 보기 안쓰러워 얼른 닭국 한 그릇을 떠서 건넸다.“지아 씨는 어때요?”“이제야 소리를 덜 질러요.”강지찬은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의사가 지아 깨어날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어요. 하지만 그 전의 상태도 회복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에요.”순간 정유진은 마음이 너무 아팠다.강지아도, 강지찬도 너무 안쓰러워 마음이 너무 쓰렸다.“내일 저도 지아 씨 만나러 갈게요. 오늘 저녁에는 병원에 같이 있는 사람 있어요? 있으면 지찬 씨 오늘 여기서 자요.”강지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있어요. 온유한이 내일 쉬는 날이라면서 저더러 오늘 들어가 쉬라고 해서 왔어요.”그는 정유진을 품에 꼭 껴안으며 물었다.“오늘 그 누구를 만났어요?”강지찬은 그 사람을 지난번에 ‘아빠'라고 불렀던 게 언제였던지도 기억 나지 않았다.“만났어요. 카드를 얼굴에 내다 던졌는데 조금 후회돼요.”강지찬이 의아한 눈길로 그녀를 보며 물었다.“후회?”“누가 뭐래도 지찬 씨 친아버지이자 내 뱃속 아이의 친할아버지가 돈을 주는데 왜 안 받았을까요? 아기에게 주는 분윳값이라 생각하고 받을 걸 그랬나 봐요.”정유진의 말을 절반만 들었을 때까지 강지찬은 화를 벌컥 낼뻔했지만 그녀의 말을 다 듣고 난 그는 이 여자가 너무 예뻐서 당장이라도 깨물어 주고 싶었다.물론 그녀에게 벌컥 화를 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그는 지갑을 꺼내 정유진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우리에게 그깟 돈 필요 없어요. 당신 남편에게 많으니까.”정유진이 지갑을 열어보니 현금 뭉치 외에도 여러 장의 카드가 있었다. 그리고 블랙 플래티넘 카드도 들어 있었다.“진짜 저에게 맡기는 거예요?”그녀는 지갑을 강지찬 앞에 흔들며 물었다.“그럼 앞으로 강 대표님 용돈 얼마 줄 지부터 고민해야겠는데요?”강지찬은 그녀의 득의양양해 하는 표정이 너무 귀여워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무리 봐도 봐도 그녀에게서 도저히 눈길을 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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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강지찬은 고세연을 만나러 갈 생각이 없었다.“죽든 살든 저와 상관없어요.”구치소 안.머리가 산발이 된 고세연이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었다.강지찬의 대답을 전해 들은 그녀는 당장이라도 미쳐버릴 것 같았다. “안 만나요, 다 안 만나요!”고세연은 맞은편에 앉아 있는 강홍식을 바라보며 말했다.“아저씨, 저 좀 살려주세요. 저에게 아저씨밖에 없는 거 아시잖아요.”강홍식은 이런 그녀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세연아, 진정해. 내가 꼭 너를 꺼낼 방법을 찾을 거야. 내가 이미 제일 유명한 변호사를 찾았으니까 분명 너를 도울 수 있을 거야...”“소용없어요!”고세연은 강홍식의 말을 바로 끊었다.“아무리 대단한 변호사라도 소용없어요. 지찬 오빠가 고소 취하하겠다고 해야 한다고요. 아저씨, 지찬 오빠에게 한 번만 부탁해 주세요. 아저씨가 부탁하시면 분명 들어줄 거예요.”강홍식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나도... 나도 이미 지찬이 찾아갔어. 그런데 그 자식이 나를 쫓아냈어.”“뭐라고요?”순간 고세연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강홍식이 계속 말을 이었다.“정유진에게 찾아가서 돈까지 줬는데 거절했어.”여기까지 말한 강홍식은 갑자기 고세연을 보더니 언성을 높였다.“왜 그런 짓을 한 거야. 세연아. 너에게 정말 실망이야. 그리고 지아... 지아는 너에게 피해를 준 적이 없잖아. 왜 지아에게 그런 거야?”고세연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러고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아저씨, 제가 잘못했어요.”그녀는 불쌍하게 흐느끼며 후회막심한 얼굴로 말했다.“저도 다른 사람이 부추겨서...”“누가 부추겨? 누가 이간질한 거야?”“둘째 숙모요... 정유진을 망쳐야 지찬 오빠가 그 여자를 버릴 거라면서...”순간 강홍식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이 류선 이 여자가! 정말 몹쓸 년이구나! 그런데 정유진만 괴롭히면 되지 왜 지아까지 그렇게 한 거야?”어찌 되었든 강지아는 강홍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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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강홍식을 만나고 온 강지현을 본 류선은 그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왔다.“너의 큰아버지가 요즘 여기저기서 고세연을 구해달라고 부탁하시는데 너에게까지 지금 그러는 거야?”강지현은 옷장을 열고 안에서 트위드 코트를 골랐다. “응.”류선은 피식 차갑게 웃더니 말을 이었다.“찾을 사람이 도저히 없긴 했나 보네. 자기 친아들이 꿈쩍도 안 하니까 이제 너에게까지 부탁해? 아들, 명심해. 이 일에 절대 끼어들면 안 돼.”강지현은 선택한 코트를 옷장에서 꺼낸 후 셔츠와 민소매를 고르기 시작했다.이를 지켜보던 류선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너 지금 강지찬을 만나러 가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 만나는 거야? 왜 옷차림에 그렇게 신경 써?”순간 강지현은 옷을 고르던 손을 멈칫하더니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나 옷 좀 갈아입어야 하는데, 좀 나가 주면 안 돼?”류선은 그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정유진 만나러 가는 거야? 큰아버지가 너더러 정유진에게 사정하라고 한 거야?”강지현이 아무 대꾸를 안 하자 류선도 나갈 생각이 없는 듯했다.그런 엄마를 보며 강지현은 어쩔 수 없이 욕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너의 큰아버지, 이제 정말 노망이 났구나. 하나만 말할게. 강지찬을 만나지 마, 정유진은 더더욱 만나지 말고. 쓸데없이 그들 집안일에 더 이상 끼어들지 마.”말을 하던 류선은 점점 기분이 격앙되는 듯했다.“너만 아니었으면 강지찬은 지금 스캔들에 휘말렸을 거고 강씨 집안은 네 것이 됐는지도 몰라. 나는 어쩌다가 너 같은 아들을 낳았을까? 어렵게 이런 기회가 차려졌는데 아들인 네가 직접 뭉개 버릴 줄 어떻게 알았겠니.”욕실에서 옷을 갈아있던 강지현은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류선은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지금 말해 봤자 이미 소용없겠지. 그런데 강지찬 지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상태라 아무도 고세연 편들려 안 할 거야. 우리도 그 자식 건드리지 말고 조용히 있자고. 아들, 너도 적당히 해.”이 말은 그녀 자신도 언행 불일치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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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식사를 마친 후, 강지현은 조예원과 함께 문을 나섰고 정유진은 특별히 강지현더러 조예원을 배웅하라고 부탁했다.힐튼캐슬을 나온 조예원이 강지현을 보며 말했다.“제 차는 작업실 앞 주차장에 있으니 저 안 데려다줘도 돼요.”그러고는 한번 피식 웃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유진이 그 녀석이 야무져 보이지만 사실은 꽤 순진하니까 굳이 신경 안 쓰셔도 돼요.”지난번에 강지현이 그녀의 집에서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났다는 것은 이 사람이 그녀에게 전혀 마음이 없다는 뜻이었다.오늘 밤 정유진이 두 사람을 엮어 주려는 게 너무 훤히 보여 강지현도 분명 눈치를 챘을 것이다.강지현은 몇 초간 침묵하다가 조예원을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죄송해요.”순간 어리둥절해진 조예원은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하하, 지현 오빠. 왜 갑자기 사과하세요?”그런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강지현은 이 문제를 얼버무리려 하지 않고 그녀와 확실히 선을 그으려고 했다.조예원도 어느 정도 눈치챈 듯 웃던 얼굴이 점점 굳어 갔다.그녀는 항상 신사적이고 상냥하다고 생각했던 강지현이 이렇게 무정할 줄 몰랐다.“제가 지현 오빠를 몰래 좋아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거예요?”조예원이 묻자 강지현이 담담한 얼굴로 대답했다.“나 같은 사람에게 시간 낭비하지 마세요.”말을 하는 강지현은 여전히 부드럽고 차분했다.그는 제일 다정한 얼굴로 가장 무정한 말을 하며 맞은편에 서서 기대하고 있는 사람에게 조금의 여지도 주지 않았다.마치 다른 사람이 그를 좋아하는 것이 그에게는 속박이고 방해가 되는 것처럼 모든 것이 시작하기도 전에 그는 끝내려 했다.그는 상대방에게 아무런 기대도 주지 않았다.조예원 또한 매사에 칼같이 확실한 것을 좋아한다.“고백해 보기도 전에 거절당했네요? 그런데 나를 안 좋아할 거라는 거 어떻게 알아요?”그녀는 한발 앞으로 다가가 강지현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물었다.“유진이 때문인가요?”순간 강지현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다.“아니에요.”강지현은 아니라고 했지만 조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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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이날 강지찬은 늦게 귀가했고 집에 도착했을 때 정유진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침실에 어두운 스탠드 등을 켜 논 정유진은 그가 눕는 쪽을 향해 옆으로 누운 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강지찬은 저도 모르게 그녀 가까이에 다가가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정유진은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돌아왔어요? 몇 시예요?”강지찬은 얼른 그녀 어깨를 다독였다.“한 시 거의 다 됐어요. 계속 자요. 저 씻고 올게요.”정유진은 다시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다음날 강지찬은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 정유진을 요양원에 먼저 데려다주고 출근했다.“어제 집에 손님이 왔어요?”강지찬이 무심코 물었다.분명 장은미가 고자질했음에도 강지찬은 모른 척하고 있었다.“어제 지현이가 왔어요. 예원이도 같이 와서 밥 먹었어요.”“지현이?”강지찬이 시큰둥한 얼굴로 물었다.“그렇게 부르지 말아요.”“그럼 어떻게 부를까요? 계속 강 선생님이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순간 정유진은 목소리를 낮춰 그에게 속삭였다.“예원이가 많이 좋아해요.”강지찬은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유진 씨 그 절친, 사람 보는 눈 없죠?”강지현이 뭐가 좋다고? 허약하고 푹 주눅이 들어 음침해 보이기도 하고...게다가 둘째 집에는 정상적인 사람이 하나도 없다.“그런 말 마세요. 가족이잖아요. 지현이가 어때서요? 이번에 저와 지아도 구해줬잖아요.”강지찬은 더 이상 그녀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네네, 나중에 정식으로 식사 초대해서 고맙다고 인사할게요.”정유진의 배는 하루가 다르게 점점 불러가고 있었다. 그래서 강지찬은 최대한 아내의 심기를 건드리려 하지 않았다.정유진이 경호원과 함께 신안요양원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강지찬의 얼굴은 많이 굳어 있었다.“조사하는 건 어떻게 됐어?”그의 물음에 장형준이 대답했다.“그때 지나가던 사람과 관원사 입장권 판매원의 말에 따르면 작은 도련님이 확실히 계속 멀리서 사모님을 지켜보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강지현이 왜 정유진을 따라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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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상록수는 이미 완전히 원래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변했다.정원에 잔디밭도 이미 깔려 있었고 일하는 인부들도 마지막 정리를 하고 있다.내부도 거의 완공되어 각종 가전제품과 생활용품도 이미 들어온 상태였다.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강지현이라 전체 디자인의 스타일 또한 아늑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줬다.정유진이 그림을 들려고 하자 강지현이 다가와 그녀를 말렸다.“그냥 놔둬요. 내가 할 테니까.”“무겁지 않은데요, 뭘.”강지현은 그림을 들고 벽에 걸자 정유진이 그를 제지했다.“여기가 아니에요. 이건 계단에 걸 거예요.”상록수의 계단은 터프하게 꾸며져 있어 왠지 텅 빈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정유진은 강지현과 함께 빈 곳을 메울 수 있는 적당한 그림을 골랐다.“제가 가서 걸면 되니까 여기 꼼짝 말고 있어요.”강지현은 인부들을 시켜 그림을 들고 갔다.그 모습에 정유진이 말했다.“너무 오버할 필요 없어요. 의사 선생님께서도 저 보고 틈만 나면 걸으라고 했어요.”하지만 그녀의 말에 강지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래도 주의하는 게 좋잖아요. 여기 일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 사람들과 같이 그림 걸면 되니까 가서 좀 앉아 계세요.”그림을 거는 담당 인부는 화랑 사람이었다. 그는 두 사람이 부부인 줄 알고 웃으며 한마디 했다.“두 분 사이가 참 좋으시네요. 제 와이프가 임신했을 때 제가 이렇게 꼼꼼하지 못했는데 어쩐지 계속 저를 나무라더라니...”정유진은 이 상황이 너무 난감했지만 강지현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오해하신 것 같네요. 우리 형수님이십니다.”형수님과 도련님 사이라는 말에 그 인부의 표정이 더 이상해졌다.정유진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강지현이 그림을 건 후 두 사람은 다시 마당을 돌며 어떤 점을 보완해야 될지 살폈다.일을 마치고 강지현이 정유진을 작업실까지 데려다줬다.정유진이 잠깐 들어가 앉으라고 하자 강지현은 요양원에 지아를 만나러 가야 한다며 이를 거절했다.그녀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회사에 들어가자 조예원이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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