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저녁 식사 자리, 강지찬은 계속 정유진에게 반찬을 집어 줬고 정유진은 그가 집어준 음식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 여자가 정말!’화가 난 강지찬은 정유진만 뚫어지게 쳐다볼 뿐 밥도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는 듯했다.고세연은 테이블 위에 있는 국을 강지찬에게 한 그릇 떠주며 말했다.“지찬 오빠, 이 닭국 오후 내내 끓인 거예요. 한번 드셔보세요.”강지찬은 싸늘한 눈빛으로 고세연을 쳐다보았지만 그녀가 건네는 국을 거절하지 않았다.고세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또다시 새우 한 마리를 집어 강지찬에게 건넸다.“지찬 오빠...”“닥쳐!”순간 옆에 있던 정유진이 입을 열었다.정유진은 고세연을 노려보며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고세연, 어르신께서 식탁 예절을 안 가르쳐 줬나 봐?”정유진의 이 한마디가 강홍택과 고세연의 심기를 건드렸다. 강홍식과 고세연, 어차피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같은 유형의 인간들이라 나중에 죽을 때도 같은 무덤에 매장하는 게 어쩌면 그들도 더 원할 것이다. “너는 대체 무슨 버르장머리야? 어른 앞에서 말버릇이 그게 뭐야?”옆에 있던 강홍식이 벌컥 화를 냈다.불효자 아들은 데려온 며느리조차 불효자니... 이걸 어찌한단 말인가! 젓가락을 내려놓은 정유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저야 남의 집안 식구니까 어르신도 당연히 저의 어른은 아니죠.”정유진의 뒤끝이 심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재판이 있던 그 날, 정유진은 강씨 집안 사람들의 표정을 평생 잊을 수 없었다. 그때는 더 이상 밥도 먹고 싶지 않았고 밥이 넘어가지도 않았다.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고세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내 앞에서 생쇼 하는 거야? 고세연 아가씨, 연기를 그렇게 하고 싶으면 가서 연기자라도 도전해보는 게 어때? 재능이 너무 아까워 미치겠네. 그리고 앞으로 내 앞에서 굳이 연기할 필요 없어. 능력이 있으면 강지찬더러 날 쫓아내라고 하던가.”고세연은 이를 꽉 악문 채 아무 말도 못 했고 얼굴은 마치 뺨 한 대를 얻어맞은 듯 화끈거렸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