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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1화

강지찬은 경은우의 귀국을 축하하기 위해 미리 호텔의 한 테이블을 예약하고 온유한과 최의현도 불렀다.이 네 사람은 나이 차이가 세 살도 나지 않아 거의 함께 자란 것과 마찬가지였다. 최의현이 경은우를 보며 한마디 했다.“부모님이 또 산에 가신 거야? 불쌍한 것, 쯧쯧. 집에 돌아왔는데 아무도 반기는 사람이 없으니. 괜찮아, 이 형들이 있잖아. 하마터면 우리 꼬마 울뻔했네.”그 말에 온유한이 퉁명스러운 얼굴로 말했다.“말 똑바로 해, 경 원장님은 나라에 공헌하러 가신 거지. 왜 네 입만 거치면 말이 다 이상하게 나오냐?”사실 경은우의 부모님이 출장을 가신 건 사실이었다. 한 공사장에서 옛날 유적을 대량으로 발견해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땅속에 묻힌 문화재를 다 파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공사를 하는 과정에 전부 파손될 수도 있었다.이런 상황이 너무 익숙한 경은우는 개의치 않고 웃으며 말했다.“엄마, 아빠가 안 계셔야 내가 편하지. 안 그러면 사흘이 멀다고 매일 싸운다니까.”그때 온유한이 물었다.“회사는? 어느 법률 사무소로 갈지 정했어?”그러자 경은우가 바로 대답했다.“기훈.”아직 모르고 있었던 강지찬은 그의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왜 기훈으로 가는 거야? 거기 요즘 하는 재판마다 다 지고 있잖아. 내부에서는 기훈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쉬쉬하던데. 꽤 유명한 여러 변호사들도 다 사임했다면서.”경은우는 놀란 기색 하나 없이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서 내가 가서 힘 좀 써야 하지 않겠어? 그리고 회사 지분 20%도 주겠대.”그 말에 최의현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역시 똑똑한 사람은 인기가 많다니까. 사실 기훈이 몇 년 동안 업계에서 명성이 꽤 높았잖아. 물론 올해부터 갑자기 안 좋아지기는 했지만 분명 다시 일어설 거야. 사실 괜찮은 재판 한 번만 이겨도 바로 그때의 명성을 다시 찾을 수 있을걸?”그 말에 경은우가 한마디 했다.“내가 바로 그 레전드를 만들 사람이야.”다른 사람들은 경은우의 자신만만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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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정유진의 배도 이제 많이 불러온 상태라 운전은 정명학이 했다.병원 앞 구간이 너무 막히는 바람에 정명학은 아예 주차장 후문으로 나가기 위해 차를 돌렸다. 한 바퀴를 더 돌더라도 막혀 있는 차들 때문에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괜히 차가 막혀 가다 서기를 반복하면 정유진의 배 속에 있는 손녀딸까지 다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차가 후문을 빠져나와 막 길에 들어섰을 때, 뒤에서 갑자기 흰색 승용차 한 대가 튀어나왔다.흰색 승용차는 빠른 속도로 정유진이 앉은 차를 앞지르더니 이내 급정거하여 앞 골목 어귀에 멈춰 섰다.워낙 조심스럽게 운전하던 정명학인지라 몇 번 급정거 하는 차량 때문에 운전 속도가 현저히 늦어졌다. 그 흰색 승용차가 지나갈 때 정유진은 잠시 시선을 돌려 그 차 안을 힐끗 바라봤다.뒷좌석에 누가 있는지 잘 안 보였지만 운전을 하고 있는 사람은 확실히 소희였다. “소희? 어제 금방 애를 낳았는데 오늘 벌써 퇴원할 수 있어요?”그 말에 옆에 있던 이명자가 한마디 했다.“자연분만은 신체만 건강하면 하룻밤 정도 쉬고 바로 퇴원할 수 있어.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산모와 아이를 위해서 보통 최소 3일은 입원한 후에 퇴원하더라고.”백미러를 보니 소희의 차에서 한 사람이 내리더니 가방 하나를 들고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한눈에 봐도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는 그 골목은 병원에서 주로 의료 쓰레기를 쌓아두는 곳이었다.정유진은 소희에 대해 더 이상 다른 생각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기 전, 정명학과 이명자와 같이 백화점에 들러 아이 물건을 잔뜩 샀다.하지만 집에 도착했을 때, 문조차 열 수 없을 정도로 상자가 집 문 앞에 가득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그들이 돌아오는 소리에 이웃집 아주머니가 나와 그들에게 한마디 했다.“이게 다 사위가 보낸 거야? 유진아, 사위 너무 좋은 사람 같아 보이던데 애를 봐서라도 화해하고 잘 지내.”다른 사람의 호의에 정유진은 그저 입꼬리를 올리며 예의를 차렸다.“알겠어요, 아줌마. 엄마와 같이 사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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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정유진은 그날 확실히 온미정에게서 소희가 딸을 낳았다고 들었다. 앞서 오성연이 태안병원에서 소란을 피운 것 때문에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설마 진짜로 검사 결과가 틀린 걸까? 온미정이 잘못 기억한 걸까?의아한 마음에 정유진은 직접 온미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매일 수많은 임산부들을 만나고 분만실에 가지만 소희가 낳은 게 딸이라는 것은 확신하고 있었다.“그날 아이를 받은 게 내 동료 의사인데 소희 씨도 아이를 낳고 아들인지 딸인지 물어봤대요. 옆에 있는 간호사가 딸이라고 하니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대요. 심지어 아기 얼굴 한번 보여달라는 얘기도 안 했대요. 간호사가 엄마 옆으로 아기를 가져가도 그냥 알겠다고 하고는 얼굴을 돌렸대요.”온미정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왜? 유진 씨. 무슨 일이라도 있어?”그러자 정유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그건 아닌데... 이상한 게 좀 있어서요. 제 친구 말로는 소희가 아들을 낳았다고 그래서요. 아마 제가 잘 못 들었겠죠.”며칠 후, 정유진은 실검에서 태안병원의 산부인과 초음파실 의사가 고소를 당했다는 내용을 봤다. 사실 처음에 정유진은 이 기사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의사와 환자의 갈등은 어느 병원에나 다 있기 때문이다.이제 곧 연말이 다가오는지라 정유진은 설전에 병원에 한 번 더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괜히 새해 첫날부터 병원에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온미정의 병원에 정기 검진을 예약한 날은 구정 이틀 전날이었다.모처럼 밖으로 나온 정유진은 병원에 가기 전, 강지현에게 연락해 태안병원 앞 카페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강지현은 오랜만에 본 정유진이 볼살이 통통해진 것을 발견했다. 혈색도 무척이나 좋아 보였다.“잘 지내는 것 같네요.”강지현은 오랜만에 만나는 옛 친구를 보는 듯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고마워요.”정유진은 단답형으로 대답했다.하지만 추위를 많이 타는 강지현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카페에 들어올 때도 두꺼운 롱 패딩을 입고 들어왔고 외투를 벗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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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오성연의 소란스러운 행동에 주위에는 이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화가 잔뜩 난 온미정은 경찰에 바로 신고했다.고개를 돌린 온미정은 정유진이 오는 것을 보고 얼른 그녀를 데리고 사무실로 갔다.“밖에 사람이 많으니 괜히 어디 부딪치지 않게 조심해.”정유진은 어이가 없는 눈앞의 상황에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소희가 진짜로 아들을 낳은 거예요?”의사로 일하면서 많은 환자들을 만나본 온미정은 이런 일들에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온미정은 정유진과 강지현에게 물 한 컵 따라 주고 나서 말하기 시작했다.“아들은 무슨 아들이야. 딸이야, 딸. 산부인과 기록에도 정확히 나와 있어. 저 할머니가 초음파실의 젊은 간호사까지 고소한 거 있지? 소송까지 가자는 뜻인 것 같은데 어디 한번 끝까지 해보지, 뭐.”강지현도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그럼 아들은 어디서 왔고 딸은 또 어디로 간 거예요?”온미정은 그제야 두 사람이 같이 온 걸 보고 어떻게 만났는지 궁금한 얼굴이었다.“산모와 아이가 퇴원하면 내 관할이 아니야. 하지만 산부인과 쪽에는 똑똑히 기록되어 있어. 절대 이런 인간들이 와서 병원을 모함하게 내버려 둘 수 없어. 우리 병원을 상대로 고소할 배짱이 있으면 나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어디 한번 누가 이기는지 해보지 뭐!”그제야 정유진은 며칠 전 봤던 기사가 떠올랐다. “그러면 며칠 전 뉴스에 나왔던 태안병원을 고소한 사람이 오성연이에요?”“저 여자가 아니면 누구겠어?”온미정은 콧방귀를 끼더니 말을 이었다.“손자를 보고 싶어 미친 거지. 분만실에 의사가 그렇게 많은데 어떻게 아이의 성별을 헷갈릴 수 있겠어? 내 생각에는 아이가 바뀐 것 같아.”그 말에 정유진과 강지현, 두 사람 모두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바... 바뀌어요?”정유진은 너무 깜짝 놀라 순간 멈칫했다.“누가 바꿨는데요?”힘들게 낳은 아이를 버리고 전혀 상관없는 아이로 바꾸려는 이유가 단지 성별 때문에? 아들이 필요해서? 지금이 조선 시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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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갈색 밍크코트를 입은 오성연은 체구가 좀 있는 편이라 상당히 기세가 넘쳐 보였다.그녀는 걸으면서 입으로 욕을 내뱉었다.“감히 내 손자를 가짜라고 하다니! 다들 눈이 어떻게 됐나 보네! 쓰레기 같은 병원, 조만간 망할 거야! 다들 여기서 진료를 받지 마세요. 태안병원이 환자를 속이는 것은 물론이고 안에 있는 돌팔이 의사들은 초음파 볼 줄도 몰라요.”정유진을 본 오성연은 하던 욕을 멈추더니 정유진의 배를 힐끗 쳐다봤다. 그러고는 독기 서린 눈빛으로 정유진을 바라보며 외쳤다. “쓰레기 같은 년, 우리 아들이 너와 결혼하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우리 아들 버리자마자 다른 사람 아이나 임신하고.”말을 마친 오성연은 정유진의 옆에 있는 강지현을 보고 피식 웃었다. “그새 남자가 또 바뀐 거야? 이 사람은 강지찬이 아니잖아? 유진아, 우리가 비록 가족은 아니지만 아주머니가 여자로서 하나 조언하자면 여자는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해. 반반한 얼굴 하나만 믿었다가 진짜로 골로 가는 수가 있어.”강지현은 저도 모르게 정유진을 막아서며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할머니, 말 좀 조심하세요. 저는 강지현이라고 하고요 형수님을 모시고 병원에 정기 검진받으러 온 거예요.”“형수와 시동생이라...”안 그래도 온미정 때문에 잔뜩 화나 있던 오성연인지라 때마침 화풀이할 대상을 찾은 듯했다.“나는 네 그 반반한 얼굴을 보고 바로 네가 어떤 년인지 알아챘어. 우리 아들과 잘 지낼 때는 그렇게 우리 아들 꼬드겨 우리 모자 사이를 갈라놓더니... 어느 남자가 너 같은 여자와 결혼했는지 참... 안됐네. 너의 뱃속의 그 아이도 누구 아이인지 확실하지 않잖아.”오성연의 목소리가 워낙 큰 바람에 산부인과 내부까지 그녀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져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하지만 태안병원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신분 있는 사람들로 앉아서 심드렁하게 구경하며 남의 뒷담화나 까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다만 지나가는 사람들만 귀를 쫑긋 세우고 호기심이 가득 찬 얼굴로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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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깜짝 놀란 정유진은 등에 식은땀이 났다.오성연이 방금 진짜로 정유진의 앞으로 넘어졌다면 진짜로 모든 게 끝장날 뻔했다. “유진 씨, 괜찮아요?”강지현의 목소리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놀란 가슴을 겨우 부여잡은 정유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괜... 괜찮아요.”그때 옆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내 마누라, 언제까지 그렇게 안고 있을 거야?”정유진과 강지현이 옆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강지찬이 굳은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정유진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여기는 웬일이에요?”강지찬은 그녀의 물음에 대꾸하지 않고 대신 차가운 얼굴로 강지현을 바라보며 말했다.“내 와이프 좀 넘겨줄래?”그 말에 강지현은 정유진을 안고 있는 상태 그대로 강지찬에게 넘겨줬다.강지현의 품에서 강지찬의 품으로 넘어온 정유진은 그제야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강지찬에게 설명했다.“오늘 정기 검진 나온 김에 지현이와 일 얘기 좀 했어요.”강지찬은 그녀를 한번 쳐다보고는 장형준을 보고 말했다.“경찰에 신고해. 여기 고의로 상해를 저지르는 사람이 있다고.”그러자 옆에 있던 강지현이 말했다.“경찰이 태안병원에 있어요. 아직 안 갔을 거예요.”말을 마친 강지현은 한쪽으로 가서 온미정에게 전화를 걸었다.강지찬의 품에 있던 정유진은 낮은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저 좀 놔줄래요?”정유진은 주위에 보는 눈들이 많아 이 상황이 그저 너무 난감하기만 했다.하지만 강지찬은 그 말에 화가 났는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지현이는 안고 있어도 되고 나는 안 돼요?”다행히 강지찬도 낮은 목소리로 말했기에 그의 목소리는 정유진만 들었다.“지찬 씨,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당신과 싸우고 싶지 않아요.”강지찬은 화가 잔뜩 나 있었지만 꾹 참고 말했다.“저도 당신과 싸우고 싶지 않아요. 우리 부부는 적어도 이 부분에서는 찰떡궁합인 것 같네요.” 정유진은 오늘 강지찬의 기분이 그리 좋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한편 강지찬을 직접 본 오성연은 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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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강지찬은 음흉한 눈빛으로 정유진을 바라보며 외쳤다.한 손으로 앞 좌석 등받이를 꽉 잡고 있는 강지찬의 손등에 드러난 선명한 핏줄로 보아 지금 그가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 알 수 있었다.“내가 뭐라고 했어요? 강지현을 멀리하라고 했는데 왜 말을 안 들어요? 상록수 별장은 그렇다 치고 배가 이렇게 불러왔는데 왜 아직도 강지현의 인테리어를 맡냐고요! 왜요? 나 강지찬이 당신과 아이를 먹여 살리지 못할까 봐 그래요? 아니면 강지현을 떠나기 아쉬워서 그러는 거예요?”정유진은 눈앞의 이 남자가 너무 억지를 부린다고 느꼈다.“내가 왜 강지현 씨를 멀리해야 하죠? 왜 강지현 씨가 부탁한 인테리어를 담당하면 안 되는데요? 우리 두 사람은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그럼 지찬 씨는요? 지찬 씨는 고세연과 연락 안 해요? 지아 복수는 했어요? 지찬 씨의 논리대로라면 지찬 씨가 고세연에게 감정이 남아 있어서 용서한 거네요?”정유진의 말에 강지찬은 말문이 막혔다. 정유진도 더 이상 강지찬과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 차에서 내리려 했다. 그러다 차 문이 잠긴 것을 발견한 그녀는 강지찬을 노려보며 말했다.“문 열어요. 내릴 거니까!”그녀의 말에 강지찬은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안 돼요!”정유진은 한숨을 길게 내쉬더니 다시 한번 말했다.“강지찬 씨, 저는 내릴 거예요!”강지찬은 침울한 얼굴로 정유진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천천히 그녀 얼굴에 가까이 다가오며 말했다.“안 된다고 했잖아요. 나와 같이 집에 가요. 앞으로 내가 있을 때만 강지현을 만나요.”순간 정유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강지찬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를 한 번이라도 믿은 적이 있긴 해요?”미간을 찌푸린 강지찬은 이 여자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한참이나 그를 노려보던 정유진은 표정이 점점 애처로워지고 있었다.“우리의 그 어처구니없는 시작 때문에 날 계속 못 믿는 거죠? 내가 강지현을 만나는 것을 계속 경계하는 것도 내가 강지현과 잘까 봐 두려워서 그러는 거 아니에요? 그래서 나더러 천한 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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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내 말은 구정 지나고 나서 이혼하러 가자고요.”정유진은 다시 한번 조금 전의 말을 반복했다.강지찬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한없이 평온해 보였다. 하지만 강지찬은 그런 그녀의 눈빛이 마치 한빈에게서 상처받았을 때의 그녀를 보는 듯했다.이 여자는 화가 날수록 얼굴이 더 차갑고 차분했다. 이런 말도 아무 감정 없이 냉정하게 하는 그녀를 보며 그는 당장 죽이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이혼?”강지찬은 이마의 핏줄까지 선명히 드러내며 큰소리로 외쳤다.“꿈 깨!”정유진은 두 사람이 이렇게 서로를 못 믿는데 굳이 이 감정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강지찬은 정유진의 턱이 으스러질 정도로 손에 힘을 꽉 주었다. 그러고는 당장이라도 정유진을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며 경고했다.“앞으로 한 번만 더 그 단어를 언급하면 그때는...”“나를 끊임없이 괴롭힌 사람은 당신이에요. 이 결혼생활에서 내가 존중받지 못하다고 느끼게 한 것도 당신이고요!”정유진은 강지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순간 목이 멘 강지찬은 잡고 있던 정유진의 턱을 놓고 다시 등받이에 몸을 털썩 기대어 앉았다.“출발해!”그의 말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호원은 재빨리 차에 탔다.이명자가 가까이 오려 하자 다른 한 경호원이 그녀를 막으며 무엇인가 말을 하는가 싶더니 이명자를 이내 다른 차에 태웠다.경호원은 아마 이명자를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한 것 같았다. 엄마가 안전하게 집에 가는 모습을 본 정유진도 더 이상 그녀를 걱정하지 않았다. 강지찬과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정유진은 이명자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이명자의 음성 메시지 답장이 왔다. 음성 메시지의 목소리에서 엄마가 꽤 기뻐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강 서방과 화해했어? 그럼 초하루에는 집에 올 거야?”시집간 딸은 음력 정월 초하루에 대부분 친정에 가게 된다.정유진은 음성 메시지 대신 문자로 답장을 보냈다.[네,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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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정유진이 강지아가 부쩍 달라진 모습에 깜짝 놀라 기뻐하려던 찰나 강지아는 정유진의 배에서 손을 뗐다.아마 강지아는 그저 호기심에 만져 봤을 것이다. 그때 방경숙이 웃으며 말했다.“아가씨가 오늘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얼마 전까지는 아무와도 대화하려 하지 않고 아무것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사모님과 인연이 깊은 것 같아요. 아가씨가 배 속의 아기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네요.”방경숙의 말을 들은 정유진은 마음이 너무 아팠다.세상과 단절된 지아는 앞으로 어쩌면 두 번 다시 정신을 못 차릴지 모른다.의사는 강지아의 트라우마가 너무 심해 평생 깨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그림을 그리다가 생각이 끊겼는지 강지아는 그리던 것을 멈추고는 펜을 놓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사실 강지아도 이 본가에서 그녀만의 집과 마당이 따로 있었다. 하지만 강지찬은 강지아 혼자 그곳에 살고 있는 게 마음에 놓이지 않아 계속 자기와 함께 있게 했다. 예전에는 강홍식과 함께 살았지만 지금의 강지찬은 그녀가 강홍식과 같이 사는 것이 더 이상 마음에 놓이지 않았다. 강지찬은 만약 자기가 본가에 없으면 강지아를 부경원에 보낼지언정 절대 강홍식의 옆에 있게 하지 않았다.한참 동안 강지아가 그린 그림을 보던 정유진은 갑자기 펜을 들었다.그러자 강지찬이 물었다.“뭐 하는 거예요?”정유진은 강지찬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손에 쥔 펜으로 캔버스의 오른쪽 위에 담장 밖에서 매화꽃이 들어오는 모양을 그렸다.어두운 잿빛 속에서 붉은 매화꽃은 유난히 눈에 띄었다.그림을 다 그린 정유진은 펜을 놓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강지찬은 옆에 있는 집사더러 그림을 집안으로 들여놓으라고 했다.집 안에 있던 강지아는 캔버스에 그려진 빨간 매화꽃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집의 하인이 창가 옆의 바닥에 옮길 때까지 강지아는 그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녀의 하얀 얼굴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그저 멍하니 그림만 바라보고 있었다.방경숙이 따뜻한 물 한 잔을 들고 와 정유진에게 건네자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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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조용한 저녁 식사 자리, 강지찬은 계속 정유진에게 반찬을 집어 줬고 정유진은 그가 집어준 음식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 여자가 정말!’화가 난 강지찬은 정유진만 뚫어지게 쳐다볼 뿐 밥도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는 듯했다.고세연은 테이블 위에 있는 국을 강지찬에게 한 그릇 떠주며 말했다.“지찬 오빠, 이 닭국 오후 내내 끓인 거예요. 한번 드셔보세요.”강지찬은 싸늘한 눈빛으로 고세연을 쳐다보았지만 그녀가 건네는 국을 거절하지 않았다.고세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또다시 새우 한 마리를 집어 강지찬에게 건넸다.“지찬 오빠...”“닥쳐!”순간 옆에 있던 정유진이 입을 열었다.정유진은 고세연을 노려보며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고세연, 어르신께서 식탁 예절을 안 가르쳐 줬나 봐?”정유진의 이 한마디가 강홍택과 고세연의 심기를 건드렸다. 강홍식과 고세연, 어차피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같은 유형의 인간들이라 나중에 죽을 때도 같은 무덤에 매장하는 게 어쩌면 그들도 더 원할 것이다. “너는 대체 무슨 버르장머리야? 어른 앞에서 말버릇이 그게 뭐야?”옆에 있던 강홍식이 벌컥 화를 냈다.불효자 아들은 데려온 며느리조차 불효자니... 이걸 어찌한단 말인가! 젓가락을 내려놓은 정유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저야 남의 집안 식구니까 어르신도 당연히 저의 어른은 아니죠.”정유진의 뒤끝이 심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재판이 있던 그 날, 정유진은 강씨 집안 사람들의 표정을 평생 잊을 수 없었다. 그때는 더 이상 밥도 먹고 싶지 않았고 밥이 넘어가지도 않았다.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고세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내 앞에서 생쇼 하는 거야? 고세연 아가씨, 연기를 그렇게 하고 싶으면 가서 연기자라도 도전해보는 게 어때? 재능이 너무 아까워 미치겠네. 그리고 앞으로 내 앞에서 굳이 연기할 필요 없어. 능력이 있으면 강지찬더러 날 쫓아내라고 하던가.”고세연은 이를 꽉 악문 채 아무 말도 못 했고 얼굴은 마치 뺨 한 대를 얻어맞은 듯 화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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