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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1화

정유진은 누군가가 허리를 누르는 이상한 느낌에 집에서 깼다. 눈을 떠보니 눈앞에는 탄탄한 근육질 가슴이 보였다.눈앞의 낯익은 얼굴을 한참 본 정유진은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이미 강지찬의 품에 안겨 있었다.그제야 정유진은 어젯밤에 문을 잠그는 것을 깜빡했다는 것을 알았다.이불을 젖히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눈을 감고 있는 남자는 습관적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아마 정유진의 배를 생각해서 일부러 그녀를 꽉 껴안지 않고 대신 몸을 꼭 붙여 자기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여보, 좀 더 자요.”강지찬은 아직 잠이 덜 깬 듯 습관적으로 정유진의 목에 입술을 들이밀었다.목은 정유진의 제일 예민한 포인트였다. 강지찬이 매번 목을 만질 때마다 그녀는 온몸이 나른해지는 것 같았다.하지만 배가 불러 움직이는 게 불편한 정유진은 그의 품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저 손으로 강지찬의 얼굴을 힘껏 밀쳤다.강지찬은 그제야 잠에서 깼다.은근히 잠투정이 많은 강지찬은 정신을 제대로 치리지 못할 때 유달리 더 잠투정이 심했다. “진짜 가만 안 둬요?”말을 마친 강지찬은 다짜고짜 정유진을 품에 안고 다시 눈을 감았다. 정유진은 바로 무릎을 구부려 그의 급소를 공격했다.힘을 주지는 않았지만 이 사람을 완전히 깨우기에는 충분했다.“시x!”강지찬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품에 안긴 정유진을 노려보며 말했다.“평생 남편 있는 과부로 살고 싶어요?”정유진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진짜로 힘을 줬다면 당신이 지금 이렇게 저를 꽉 잡고 있지는 않겠죠. 놔요!”아침부터 하마터면 아내의 손에 남자 구실을 못 할 뻔한 강지찬은 화가 잔뜩 나 있었다. 강지찬도 더 이상 그녀를 안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몸을 뒤척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하지만 그의 속옷은 아직도 그대로 텐트가 처져 있었다. ‘당장 인생이 끝날 것처럼 말하더니 너무 잘만 살아있잖아?’정유진은 속으로 한마디 하고는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씻으러 갔다.세심한 방경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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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지아가 밥을 다 먹은 후 방경숙은 지아에게 패딩점퍼를 입혀주고 모자와 장갑까지 잘 착용해 춥지 않게 한 후, 강지혁더러 데리고 나가라고 했다.지아는 강지혁과 나이가 비슷하지만 생일이 두 달 더 빨랐다.강지아도 거부하는 내색 없이 강지혁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갔다.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방경숙은 많이 걱정되는 듯했다.“대표님, 사모님, 저도 같이 따라갈까요?”그러자 강지찬이 대답했다.“필요 없어요.”잠깐 고민하던 정유진이 옆에서 한마디 했다.“눈치 빠른 사람을 한 명 붙여서 보내세요. 장식할 물건들 건네는 사람도 있어야죠.”그 말에 방경숙의 안색이 이내 밝아졌다.“사모님 말이 맞아요.”그러고는 재빨리 약삭빠른 하인을 불러 그들을 도우러 가게 했다.강씨 본가는 면적이 워낙 넓어 마당도 여러 개 있었다.아마 강씨 집안의 조상님들은 후손이 많을 거라는 생각에 집을 크게 지었으나 실제 본가는 아직도 그 몇 식구일 뿐이었다. 강도석 할아버지와 그 위의 두 세대는 모두 외동아들이었다.그래서 이 본가의 여러 채 건물과 마당은 계속 비어있었고 사람이 살지 않았다. 하지만 매년 유지 보수 비용은 어마어마하게 들어갔다. 장식품은 집집마다 다 할 필요 없이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그저 마당 대문과 그 근처만 적당히 보기 좋게 설 분위기만 나게 하는 것으로 충분했다.이제 겨우 열여덟 살인 강지혁은 처음에는 내키지 않은 눈치였지만 하면서 점점 재미를 붙였는지 입꼬리가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하지만 작은 집의 마당은 도저히 하기 싫었는지 그 집안 하인을 시켜 장식하라고 했다.사실 강지혁의 입장에서는 침이라도 뱉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꾹 참았다. 집마다 어느 정도 장식을 마친 강지혁은 자기 집은 어떻게 꾸밀지 생각하면서 제일 마지막에 자기가 사는 집으로 향했다. 입구에 서 있던 송지윤은 빨간 롱 패딩을 입고 걸어오는 강지아를 보고 얼른 가서 강지아 손에 있는 장식품을 받아 들며 아들을 원망했다. “어떻게 지아 더러 들게 해? 아이고, 이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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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강씨 집안의 섣달 그믐날 저녁은 강홍식의 마당에서 함께 먹고 점심은 각자 집에서 해결하는 것이 관례였다.강지아는 한창 창문 옆에 쪼그리고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정유진은 그녀 옆을 지키며 가끔 한마디씩 조언했다.“지아야, 저기 밖에 작은 전등들 모두 네가 단 거잖아. 이 그림에 그려보는 게 어때?”하지만 강지아는 정유진의 말을 전혀 들은 척하지 않았다.정유진이 빨간 물감을 붓에 찍어 건네도 강지아는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옆 소파에 앉아 있는 강지찬은 무릎 위에 자료를 펼쳐놓고 있었지만 시선은 오롯이 정유진에게 가 있었다.한편 정유진은 조금 전 송지윤이 한 말을 계속 떠올리다가 옆에 있는 방경숙에게 물었다. “지아가 예전에도 집을 알아본 적이 있었나요?”“그 집 마당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았어요.”옆에 있던 강지찬이 강홍식의 마당을 가리키며 말했다.정유진은 다시 방경숙을 보며 말했다.“앞으로 꼼꼼한 사람 두 명을 시켜 지아를 따라다니면서 지아 행동들 기록하라고 하세요. 될수록 일기 쓰는 것처럼 매일 다 기록해주세요.” 그 말에 강지찬이 대답했다.“소용없어요. 의사가 말하길 지아는 사실 속으로는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데 현실을 마주하기 싫어서 말을 안 하는 거라고 했어요.”하지만 정유진은 계속해서 방경숙을 바라보며 말했다.“어쨌든 일단 해보시죠. 되도록 지아를 환자로 생각하지 말고 평소에는 지아와 정상적으로 얘기도 해 주세요. 오늘 강지혁과 함께 설맞이 장식품을 걸고 하는 것도 제가 보기에는 지아에게 좋은 것 같아요.”두 사람 사이에 끼인 방경숙은 자기가 대답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한편 강지찬은 계속 정유진에게 무시를 당하자 기분이 나빴는지 무릎 위에 있던 문서 서류를 ‘탁’하고 덮었다.그 소리에 지아도 깜짝 놀랐다. “유진 씨, 일부러 그러는 거예요?”“지찬 씨, 어디 아파요?”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외쳤다.말을 하자마자 강지아는 지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지아야, 괜찮아.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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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한빈, 이 자식도 너무 하지 않냐? 설날부터 어떻게 자기 엄마를 호텔에 보낼 수 있어? 그 늙은 마귀할멈이 별로 좋은 사람은 아니긴 하지만...”조예원은 숨을 길게 내쉬며 말을 이었다.“네가 그 인간과 헤어진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이런 짓을 할 수 있어?”정유진은 조예원의 말에 한마디 했다.“인과응보지 뭐. 벌을 받아도 싸.”그때 조예원이 우물쭈물하며 말했다.“너와 강지찬은...”정유진은 피식 웃으며 조예원의 말을 끊었다.“그래, 그 말이 나와 지찬 씨에게도 어울리네. 하... 나 요즘 진짜 고세연만 보면 마귀가 쓰인 것처럼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아.”“나 같으면 진작에 치고받고 했지.”배가 많이 불러온 정유진은 당연히 지금의 몸 상태로 고세연과 싸울 수 없었다. 사실 저녁 식사 자리도 정유진은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안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게다가 송지윤 이 여자는 저녁 식사 시간이 아직 한참 남았는데도 같이 가자며 집으로 찾아왔다. 이 여자는 정말 사교성 하나는 타고난 것 같았다.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벌써 속마음 얘기에 하소연까지 털어놓고 있었다.“아직도 지찬 씨와 냉전 중이에요? 지금 젊은 사람들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내가 잔소리하는 게 아니라... 애도 가졌고 강씨 집안 사모님 자리까지 꿰찼으면서 왜 고세연 하나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어차피 강씨 집안 전체가 다 유진 씨 것인데 그깟 고세연을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있어요?”사실 이 말은 절대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정유진은 머릿속은 똑똑히 알고 있었지만 고세연이 신경 쓰이는 걸 어떻게 할 수 없었다.정유진은 피식 웃을 뿐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그녀와 얘기하지 않았다. 저녁 가족 모임에 강지아는 참가하지 않았다. 괜히 고세연을 보고 또 자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외의 가족들은 전부 참석했고 심지어 강원훈까지도 오늘 저녁 모임에 나왔다.류선은 정유진이 송지윤과 함께 들어오는 것을 보고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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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고세연이 강씨 집안에서의 위치는 진짜 딸인 강지아보다 더 높았다. 적어도 강홍식이 있는 집과 이 마당은 전부 고세연의 것이나 다름없었다.지금 정유진에게 쫓겨난다는 것은 사람들 앞에서 고세연의 체면이 깎이는 것과 다름없었다.고세연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정유진! 감히 사람들 앞에서 나에게 이런 모욕을 주다니! 네까짓 게 뭔데!’정유진이 고세연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렇지 않으면? 지아가 너를 보면 분명 자극을 받을 거야. 그러니까 네가 비켜야지 아니면 누가 비킬까? 잊지 마, 지아야말로 강씨 집안 친딸이야. 성이 강씨인 진정한 아가씨이고.”말문이 막힌 고세연은 입술만 깨물었다. 정유진의 이 한마디는 그때의 납치사건뿐만 아니라 여기가 강씨 가문이라는 것까지 그녀에게 일깨워줬다.강씨 집안에서 외부인은 오직 고세연뿐이다.그때 강홍식이 고세연의 편을 들며 말했다. “됐어, 지아가 몸이 안 좋으니 사람을 시켜 음식이나 갖다 줘. 설날부터 굳이 온 집안 떠들썩하게 하지 말고.”사실 그동안 이런 상황이 강씨 집안에서 수없이 연출되다 보니 송지윤과 강지혁만 빼고 모두 익숙해진 상태였다.강홍식이 입을 열자 작은 집과 강원훈도 더 이상 끼어들지 못했다.강원훈은 이 모든 상황이 자기와 상관없는 듯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손에 든 술잔만 만지작거렸다.강지혁은 고세연을 몇 번 쳐다보더니 당당하게 휴대전화를 꺼내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한편 강씨 집안의 가장인 강지찬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반대편 정유진을 바라보고 있었고 이 상황에 끼어들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정유진은 오늘 흥을 깨려고 작정한 듯 강홍식을 보지 않고 고세연만 차갑게 쳐다보며 계속 말했다.“설날인데 외부인 때문에 지아가 저녁 식사 모임에 오지 못하게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형준 씨, 고세연 씨 더러 나가라고 해 주세요.”순간 강지찬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리고 갑자기 호명된 장형준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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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집사는 바로 강지아를 데려와 정유진 옆에 앉혔다.그제야 강씨 집안의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정유진은 입맛이 없어 많이 먹지 못했다.그녀와 지아의 뒤에는 시중을 드는 하인이 서 있었고 눈치껏 반찬을 집어주고 국물을 떠 주었다.침묵 속에서 이어가는 저녁 식사 자리는 설맞이 가족 모임이 아니라 마치 조용하고 빈티지스러운 레스토랑에서 열리는 엄숙한 회의 같았다. 정유진은 저도 모르게 친정 부모님이 생각났다. 만약 지금 그녀가 집에 있었다면 아마 부모님과 TV에 설 특집 프로그램을 켠 채 한창 저녁 식사 준비를 하며 일반 가족들처럼 화기애애한 설을 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강씨 집안의 설맞이 모임은 그저 설날이라 진행하는 상징적인 행사였을 뿐 가족의 정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저녁을 다 먹은 강홍택은 강지혁이 아직 학생이라고 세뱃돈까지 두둑이 챙겨줬다.얼마 지나지 않아 각자 알아서 자기 집 마당으로 돌아갔다.밖의 추운 날씨에 정유진이 코트로 몸을 감싸자 옆에 있던 강지현이 자신의 코트를 벗어 그녀 어깨에 걸쳐주려고 했다. 정유진은 깜짝 놀라 옆으로 피하며 말했다.“괜찮아요. 바로 코앞인데요. 저 상관하지 마시고 빨리 입으세요.”강지현이 남의 몸을 생각할 때가 아님을 정유진도 잘 알고 있었다. 강지현의 건강은 어쩌면 그녀보다 더 못할 수 있다.하지만 강지현은 계속 고집을 피웠다.“입으세요. 그러다 감기라도 걸리면 두 사람이 고생하는 거잖아요.”그때 갑자기 조예원이 생각난 정유진이 강지현을 보며 말했다.“예원이가 새해 인사 전해달래요.”그 말에 강지현이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그때 순간 몸이 가벼워진 느낌에 뒤를 돌아보니 강지현의 코트가 강지찬의 손에 의해 강지현에게 돌아갔다.강지찬은 마치 그녀가 사람들 보는 앞에서 바람을 피운 것처럼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봤다. 그런 강지찬을 상대하기 싫은 정유진은 그저 강지현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밖이 추우니 이만 돌아가세요. 디자인 시안은 급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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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호텔로 가는 내내 정유진은 눈을 감은 채 혼자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었고 강지찬은 또 뭐가 화가 났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호텔의 예약한 한 룸에 발을 들인 순간, 정유진은 그곳에 있는 정명학과 이명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그곳에는 정씨 부부뿐만 아니라 경가네 세 식구도 함께 있었다.최효진은 경은우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웃으며 말했다.“유진이 왔어? 우리 아들 소개해 줄게. 이건 우리 아들 경은우. 은우야, 형수님이라고 불러야지.”그러자 경은우가 바로 한쪽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형수님. 진작부터 뵙고 싶었어요.”고객사 접대인 줄 알고 강지찬에게 끌려온 정유진의 차가웠던 얼굴은 두 집안 사람을 보자 순식간에 밝아졌다. “안녕하세요? 어떻게 여기 계세요? 깜짝 놀랐어요.”정유진의 물음에 최효진이 대답했다.“지찬이가 다 같이 얼굴 본 적 없다고. 설날인데 같이 밥이라도 먹자고 해서 왔어.”옆에 있던 이명자가 한마디 보탰다.“지찬이가 우리를 데리러까지 왔어. 밥 다 먹고 우리 집에 같이 집에 가자고 했어.”이 순간 정유진의 마음은 뭐라고 형용할 수 없었다.강지찬이 다가와 그녀가 벗은 외투를 받아주자 그녀는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두 사람 사이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이때 최효진이 말했다.“다들 앉으세요. 앉아서 얘기해요.”최효진은 정유진의 손을 잡고 경은우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유진아, 오늘 처음 보는 거지? 우리 은우는 변호사야. 귀국한 이후로 계속 고모 사건을 조사하고 있어.”‘경은우의 고모면 강지찬의 엄마가 아닌가?’최효진이 계속 말을 이었다.“지찬이가 엄마 사건이 조금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다시 증거를 찾는 중이야. 그런데 사건이 10년이나 지났다 보니까 단서를 찾기가 여간 쉽지 않네.”그때 옆에 있는 경은우가 말했다.“단서를 찾긴 찾았는데 일단 비밀이에요.”오늘 식사 자리는 강씨 본가에 모였던 때보다 훨씬 편안하고 화기애애했다. 식사를 마친 후, 강지찬은 정유진과 함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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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정유진의 친정집 방문은 온 동네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고급 차 세 대가 들어오고 있었고 그중 한 대는 이명자와 정명학, 다른 한 대는 정유진과 강지찬, 그리고 제일 마지막은 경호원 몇 명이 타고 있었다.물건을 잔뜩 들고 있는 경호원들은 엘리베이터를 한꺼번에 다 타지 못해 여러 번 나눠 타고 올라갔다.위층으로 올라가자 옆집 아주머니가 고개를 내밀고 말했다.“아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네. 누가 사진 찍어서 동네 단톡방에 올렸더라고. 다들 어느 집의 사위인지 궁금해하던데. 하하.”정유진은 옆에 있는 경호원의 손에서 선물세트 두 개를 가져와 안에 뭐가 들었는지 보지도 않고 옆집 아주머니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아주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유진 씨도 새해 복 많이 받아. 아이고, 뭘 이런 걸 다 줘. 괜찮으니까 다시 가져가. 가져가.”하지만 결국에는 정유진의 성화에 못 이겨 그녀는 선물을 받았다. 집에 들어가 열어보니 안에는 몸에 좋은 고급 약재가 두 세트나 들어가 있었다. 이 두 세트만 해도 족히 천만 원은 훨씬 넘어 보였다. 집안으로 들어온 강지찬에게 이명자가 슬리퍼를 가져다주려 하자 정유진이 이명자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혼자 하게 내버려 둬요. 우리 집에 시중드는 집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옆에서 강지찬을 도와주려던 장형준도 순간 말문이 막혀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그러자 강지찬이 이명자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장모님, 제가 할게요.”이명자도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그 갈색 슬리퍼가 지찬 씨에게 주려고 산 거예요.”“고마워요.”경호원들은 설날 선물세트들을 집안으로 들여놓고 다시 내려갔다. 아무래도 한 식구만 살던 작은 집이다 보니 사람이 많으면 복잡하고 붐벼 정신이 없었다.강지찬은 정명학과 차를 마시며 바둑을 두고 있었고 정유진은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이명자가 따라 들어와 정유진을 타이르며 말했다.“강서방의 외숙모에게서 얘기는 들었어. 지찬이도 자기 엄마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서 그런 거잖아. 명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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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구정이 지나고 3일 뒤, 정유진은 경찰로부터 한 번호판의 소유주가 맞느냐는 전화를 받았다.정유진이 맞다고 대답하자 경찰은 정확한 시간을 그녀에게 말하며 이 시간대에 태안병원에 간 적이 있는지, 차에 블랙박스가 설치되어 있는지 물었다.경찰의 물음에 일일이 답한 정유진이 한마디 물었다.“무슨 일이 있나요?”사실 경찰에게 묻긴 했지만 정유진은 속으로 그 답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아니나 다를까 경찰이 전화기 너머 대답했다.“지금 사건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x 월 x일, 정유진 씨 차가 태안병원의 후문으로 나가는 게 CCTV에 찍혔어요. 그리고 그때 옆에 흰색 승용차가 스쳐 지나가는 게 보였고요...”그러자 정유진이 바로 말했다.“흰색 차 주인이 누군지 알고 있어요.”경찰은 이날 오후 정유진 차 안의 블랙박스를 수거하고 녹취록을 작성했다.정유진은 배가 많이 나온 이후로 운전을 별로 하지 않았기에 그날의 블랙박스 영상은 다행히 그대로 남아 있었다.보나 마나 이제 곧 한씨 집안에 큰일이 벌어질 것이다.이제는 오성연이 태안병원을 고소하는 문제가 아니라 태안병원에서 오성연과 소희에게 따질 것이 많아졌다.경찰은 당시 소희가 병원에서 딸을 출산한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 딸은 어디로 갔을까?아들은 또 어떻게 왔을까?현재 소희는 신생아 유기죄와 인신매매 혐의를 받고 있었다. 다행히 정유진의 블랙박스에 녹화 기능이 탑재돼 있어 그날에 찍힌 영상은 경찰에게 핵심 단서를 제공했다.영상에는 당시 소희의 차에서 내린 여자의 손에 들려 있던 큰 가방도 선명하게 찍혔다.경찰이 간 후 이명자는 한참 뒤에야 무슨 상황인지 알아차리고 정유진에게 물었다.“소희가 낳은 아이를 버렸다고?”이런 짐승보다 못한 짓은 선생님인 이명자에게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자기가 배 아파 낳은 친딸을 어떻게 버려!”정유진도 믿기 어려운 듯 한마디 했다.“경찰이 수사하는 중이에요. 아이는 괜찮아야 할 텐데...”그런데 이런 추운 날씨에 그 큰 가방 안에 있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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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정유진은 드레스 위에 패딩을 입고 걸어 나와 단지 입구에 대기하고 있던 장형준의 차에 앉았다.차 안은 에어컨을 미리 틀고 있어 따뜻했고 전혀 춥지 않았다.옆에 앉아 있는 강지찬의 다운된 기분 따위는 정유진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나만 보면 이런 표정인 거예요?”강지찬의 차가운 한마디에 정유진은 보지도 않고 말했다.“강지찬 씨, 우리 아직 냉전 중이에요. 오늘은 내가 아내 노릇을 하기 위해 당신을 도와드리는 것뿐이에요. 그런데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요?‘당신이야말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한번 거울 좀 보지 그래요? ‘강지찬은 자기 얼굴이 얼마나 차가운지 생각도 못 하고 정유진만 나무라고 있었다. 정유진의 말에 강지찬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아내 노릇이요?”말 그대로였지만 정유진은 이내 상대방의 말뜻을 알아차렸다.그나마 차 안이었기에 다행이었지 염치없는 이 인간은 진짜로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강지찬 씨, 나 지금 말다툼할 기분이 아니에요.”임신부들은 원래 정서가 불안정하고 쉽게 우울해진다.그녀의 말에 강지찬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당신과 말다툼할 기분이 아니에요. 아내로서의 맡은 바 임무를 다할 거면 조금 이따가 이 얼굴로 있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집에서 와이프를 학대하는 줄 알아요.”그 말에 정유진은 마음이 조금 아팠다. “지찬 씨 창피하게 하는 일 없을 거예요.”두 사람은 한 호텔에서 열리는 리셉션에 참가했다. 호텔 문 앞에 도착한 후 먼저 차에서 내린 강지찬이 차 문밖에서 정유진을 기다렸다.정유진은 내리자마자 강지찬의 손을 잡고 입꼬리를 올렸다.그녀의 웃는 모습을 지켜보던 강지찬도 그를 향해 활짝 웃음을 지어 보였다. “당신 같이 발연기하는 사람이 연기자가 안 된 게 너무 아쉽네요.”강지찬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정유진을 놀렸다.평소에 절대 웃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지 않고 늘 차갑고 침착한 얼굴만 유지하던 강지찬인지라 오늘같이 이렇게 활짝 웃는 모습은 정말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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