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범벅에 쓰러져 있는 정유진을 본 강지아는 지난 시간 동안 일부러 봉인하고 있었던 모든 기억들을 다시 떠올린 듯했다. 그래서 더 이상 아무렇지 않은 척 자신을 속일 수 없었고 정신적으로 강한 자극을 받은 바람에 완전히 미쳐 버렸다.그녀는 안정제 주사를 맞은 후 치료 기구까지 몸에 장착했다.정신적인 신경이 손상되었을 때 깨어나면서 세 가지 결과를 맞게 된다.예전처럼 바보로 평생을 살거나, 아예 미쳐버리거나, 아니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거나...강지찬은 굳은 표정으로 의사에게 물었다.“마지막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3분의 1 정도요, 하지만 지금 이런 상황에서는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아요.”그때 장형준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대표님, 사모님 수술이 끝났다고 합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강지찬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다시 의사에게 물었다.“지아가 얼마 정도 있으면 깰 수 있을까요?”“빠르면 한 시간이지만 늦으면 언제가 될지 확실하지 않아요.”강지찬은 손으로 미간을 주물렀다. 강지아가 바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강지찬은 그녀의 옆에 있어 줘야 했다. 강지찬은 어쩔 수 없이 온미정에게 전화했고 아니나 다를까 전화기 너머로 그녀에게 또 한 번 욕을 얻어먹었다.4시간이나 넘게 기다린 끝에 강지아가 마침내 깨어났다.다행히 강지아는 완전히 미쳐버리지 않았고 이전의 낯가림 상태로 돌아갔다.주먹으로 침대를 내리친 강지찬은 지금 이 순간 자기의 감정이 그녀가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인지 아니면 완전히 미쳐버리지 않은 기쁨인지 몰랐다. 온유한이 온 후, 강지찬은 강지아를 그에게 맡기고 다시 태안 병원으로 갔다.정유진은 이미 VIP 병동으로 옮겨졌고 강지찬이 들어가려 하자 문을 지키던 경비원이 그를 막았다.“죄송합니다. 강 대표님. 환자가 대표님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 특별히 말했습니다.”순간 강지찬의 종일 쌓였던 분노, 두려움, 불안이 한꺼번에 폭발했다.“꺼져, 난 유진 씨의 남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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