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진은 해가 거의 중천에 뜬 후에야 잠에서 깼다.어젯밤, 배 속 아이의 움직임이 너무 심해 정유진은 한밤중에야 잠이 들었다.양치한 후, 거울을 보며 스킨로션을 바르는데 강지찬의 방으로 향하는 발걸음 소리가 소란스럽게 들려왔다.정유진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지만 굳이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았다.잠시 후, 강지찬의 방으로 향했던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깝게 들려오더니 누군가가 정유진이 있는 게스트 룸의 문을 ‘펑’하고 발로 걷어찼다.순간, 립스틱을 바르던 정유진의 손이 그대로 멈췄다.강지찬이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의자에 앉아 있는 정유진의 옷을 잡고 그녀를 들어 올렸다.“대표님! 대표님, 진정하세요!”방경숙과 장형준은 깜짝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정유진을 바라보는 강지찬은 눈빛이 차갑다 못해 주위의 모든 공기조차 얼어붙게 할 것 같았다.하지만 정유진은 그런 강지찬을 보고도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내가 또 뭘 잘못했기에 강 대표님의 심기를 건드렸나요?”정유진의 얼굴을 노려보는 강지찬의 눈에서는 깊이 맺힌 원한을 느낄 수 있었다.정유진은 강지찬의 마음속 가득한 이 원한이 어디서 왔는지 몰랐기에 그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그녀 또한 이런 남편을 보고 있자니 이따금 마음이 슬프고 쓸쓸했다.강지찬은 정유진을 옆으로 홱 뿌리쳤다.방경숙이 뒤에서 부축하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정유진은 분명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을 것이다.강지찬은 미친 듯이 정유진이 방금 일어난 이불을 들추고 베개를 옆으로 던지며 무엇인가 찾고 있는 듯했다.하지만 게스트 룸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했고 그저 침대 시트만 살짝 구겨져 있을 뿐이었다. 심지어 이불 속에는 아직도 그녀의 온기가 남아 있었다. 어제저녁, 정유진이 여기에서 잔 것을 남김없이 알려주었다.아무것도 찾지 못한 강지찬은 다시 씩씩거리며 방을 나갔다.“사모님, 괜찮으세요?”방경숙은 정유진보다 더 심하게 온몸을 떨고 있었다.정유진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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