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정유진이 한창 샤워하고 있을 때 강지현의 전화가 걸려왔다. 옆에 있는 정유진이 때마침 발신자 표시가 ‘강지현’인 것을 보고 그녀 대신 전화를 받았다.“지현 오빠, 저 예원이에요.”강지현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인사했다.“예원 씨, 오랜만이에요.”강지현은 오늘 저녁 조예원이 밥을 사기로 했던 것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오롯이 본인 할 말만 했다.“유진 씨 있어요?”그 말에 조예원의 얼굴에 있던 웃음기가 조금 사라졌다.“지금 샤워 중이에요. 방금 들어간 거라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지현 오빠, 혹시 급한 일이라도 있어요? 유진이 나오면 전해줄게요.”“아니에요, 괜찮아요. 나중에 문자로 해도 돼요.”조예원이 잠깐 침묵하자 강지현은 이내 말을 이었다.“나중에 만나서 밥이나 같이 먹어요. 내가 살게요. 잘 자요.”“잘 자요.”4년 만이었지만 강지현의 마음속에 조예원이란 사람은 친구조차도 아닌 것 같았다.정유진이 샤워를 마치고 계단에서 내려오자 조예원은 그녀를 향해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지현 오빠에게서 전화가 왔었어.”“뭐라고 했는데?”“말하지 않았어. 너에게 문자를 보내도 된다면서.”정유진은 수건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닦으며 휴대전화를 집어 들며 한마디 했다.“지현 씨의 말로는 강지찬이 전씨 집안과 결혼한대.”그 말에 조예원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다른 사람과 결혼할 사람이 왜 계속 이혼을 미루는 걸까?”정유진은 강지현에게 답장을 보내며 말했다.“일부러 나를 괴롭히려는 거지. 지현 씨가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겠다면서 나더러 조급해하지 말라고 했어.”조예원은 무심한 듯한 태도로 말했다.“지현 오빠가 너의 일에 신경을 참 많이 쓰네?”정유진은 조예원이 묻는 의도를 알아채지 못하고 생각나는 대로 대답했다.“나 때문에 애가 타서 그러는 거지. 내가 이혼을 안 하면 연우와 우리 엄마를 데려올 수 없으니까.”다음날, 조예원과 정유진, 그리고 예담 스튜디오 직원들은 프로젝트 미팅을 마친 후 사무실에 돌아왔다. 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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