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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1화

늦은 저녁, 정유진이 한창 샤워하고 있을 때 강지현의 전화가 걸려왔다. 옆에 있는 정유진이 때마침 발신자 표시가 ‘강지현’인 것을 보고 그녀 대신 전화를 받았다.“지현 오빠, 저 예원이에요.”강지현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인사했다.“예원 씨, 오랜만이에요.”강지현은 오늘 저녁 조예원이 밥을 사기로 했던 것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오롯이 본인 할 말만 했다.“유진 씨 있어요?”그 말에 조예원의 얼굴에 있던 웃음기가 조금 사라졌다.“지금 샤워 중이에요. 방금 들어간 거라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지현 오빠, 혹시 급한 일이라도 있어요? 유진이 나오면 전해줄게요.”“아니에요, 괜찮아요. 나중에 문자로 해도 돼요.”조예원이 잠깐 침묵하자 강지현은 이내 말을 이었다.“나중에 만나서 밥이나 같이 먹어요. 내가 살게요. 잘 자요.”“잘 자요.”4년 만이었지만 강지현의 마음속에 조예원이란 사람은 친구조차도 아닌 것 같았다.정유진이 샤워를 마치고 계단에서 내려오자 조예원은 그녀를 향해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지현 오빠에게서 전화가 왔었어.”“뭐라고 했는데?”“말하지 않았어. 너에게 문자를 보내도 된다면서.”정유진은 수건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닦으며 휴대전화를 집어 들며 한마디 했다.“지현 씨의 말로는 강지찬이 전씨 집안과 결혼한대.”그 말에 조예원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다른 사람과 결혼할 사람이 왜 계속 이혼을 미루는 걸까?”정유진은 강지현에게 답장을 보내며 말했다.“일부러 나를 괴롭히려는 거지. 지현 씨가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겠다면서 나더러 조급해하지 말라고 했어.”조예원은 무심한 듯한 태도로 말했다.“지현 오빠가 너의 일에 신경을 참 많이 쓰네?”정유진은 조예원이 묻는 의도를 알아채지 못하고 생각나는 대로 대답했다.“나 때문에 애가 타서 그러는 거지. 내가 이혼을 안 하면 연우와 우리 엄마를 데려올 수 없으니까.”다음날, 조예원과 정유진, 그리고 예담 스튜디오 직원들은 프로젝트 미팅을 마친 후 사무실에 돌아왔다. 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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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그날 밤, 기자는 강지찬이 안나와 함께 에이프릴 홀에 있는 모습을 포착했다.정유진은 샤워 수건을 머리에 두른 채 남교에서 찍은 사진을 정리하고 있었다.이때 조예원이 휴대전화를 들고 와서 말했다.“이 인간쓰레기 좀 봐. 전씨 집안하고 결혼한다고 하지 않았어?”하지만 정유진은 강지찬 열애설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몰라. 어차피 그 전태연이라는 아가씨가 별로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아.”조예원은 정유진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강지찬이 너 때문에 너무 화가 나서 성격이 많이 변한 게 아닐까? 자기 아버지 침대에 고세연을 보낸 일도 서울 전체를 얼마나 떠들썩하게 했는데... 나중에는 또 두 사람을 강제로 결혼시켜 고세연이 자기에게 시집오겠다는 생각을 아예 완전히 끊어 버리게 했으니... 이 남자, 정말 너무 잔인한 것 같아.”그 말에 정유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한마디 했다.“응, 잔인하지.”강지찬은 잘난 척하고 또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에이프릴 홀, 강지찬은 아직도 이곳을 떠나지 않았고 룸 안에는 남자 몇 명만 있었다.최의현이 심드렁한 얼굴로 말했다.“안나가 너더러 하는 척만 해달라고 하니까 네가 진짜로 딱 스캔들 날 정도까지만 할 줄은 몰랐어. 얼굴이라도 좀 내밀지 그래? 그런데 그 조씨 그 인간이 이득 보는 거에는 완전히 선수 같아. 누가 뭐래도 안나는 너의 스캔들 여자친구야.”온유한은 흥이 깨진 강지찬을 보며 웃었다.“지찬이가 그 스캔들 여자친구까지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겠어.”그때 옆에 있는 경은우가 말했다.“형, 고모님 사건 공소시효가 거의 만료되는데 정말 수사를 계속할 생각이 없어요?”최의현이 한마디 끼어들었다.“해야지, 반드시 조사해야지.”말을 마친 최의현은 또 강지찬을 보며 입을 열었다.“정유진 씨를 못 잊겠으면 그냥 집에 데려와. 어차피 법적으로도 명색이 네 마누라니까. 정유진 씨가 싫으면 확실하게 이혼하고 네 할 일 해. 나는 네가 계속 이러는 거 더 이상 지켜보지 못 하겠어.”온유한도 맞장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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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임우연이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사모님, 오늘 밤 폐를 너무 많이 끼치네요. 죄송합니다.”하지만 정유진은 한밤중에 밖으로 나온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그녀는 바로 가방에서 이혼 합의서를 꺼냈다.“강 대표님, 사인 좀 부탁드립니다. 사인만 하면 강 대표님도 밖에서 자유롭게 다닐 수 있잖아요?”옆에 있는 임우연은 속으로 정유진이 이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정유진의 말에 강지찬이 천천히 눈을 떴다. 어둡고 무거운 그의 눈동자는 정말이지 온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차가웠다.“정유진, 당신은 아내 역할을 이렇게 해?”그 말에 정유진은 너무 어이가 없어 한마디 했다.“하... 그렇지 않으면요? 방은 잡으셨어요? 제가 방이라도 잡아 드릴까요?”옆에 있던 경찰관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더니 이내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재벌 집의 사람들은 이렇게 인생을 즐기네...’강지찬이 사인할 기색이 없자 정유진도 더 이상 여기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경찰 아저씨, 별일 없으면 저는 이만 가도 될까요?”“여기에 서명만 해 주시면 됩니다. 다른 일은 저기 임우연 씨가 이미 다 처리했어요.”서명을 한 정유진이 집에 가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옆에서 누군가가 그녀를 확 밀쳤다. 다행히 옆에 있던 임우연이 빠른 속도로 정유진의 팔을 잡아주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분명 얼굴을 아래로 한 채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을 것이다.“너야? 네가 한 짓이야?”안나가 비틀거리며 일어나 정유진을 가리켰고 옆에 있는 강지찬도 굳은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정유진은 치솟아 오르는 화를 가까스로 참으며 말했다.“무슨 말이에요?”안나는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가 사람 시켜서 나를 망신 주라고 했냐고!”재수 없는 놈은 거꾸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이건 뭐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말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제가 남에게 신경 쓸 만큼 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그렇게 못돼먹지도 않았고요. 잘못 짚었어요.”안나가 갑자기 달려들어 정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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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다음 날, 정유진이 내려오자마자 조예원은 거실에서 욕설을 퍼부었다.“강지찬, 그 개자식이 또 실검에 올랐어. 이 사람은 도대체 체면이라는 게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이혼도 안 했는데 바람피운 거잖아?”조예원은 어젯밤의 정유진보다 더 화가 난 듯했다.“내가 이거 다 캡처해서 저장해 놓을게! 이건 소송하면 전부 바람을 피운 증거로 제출할 수 있어.”“변호사에게 물어봤는데 그런 폭로는 소용이 없대.”어젯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정유진은 하품하며 대답했다.정유진은 며칠 안에 반드시 설계도를 내야 했기에 이혼 일은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점심이 다 될 무렵 강지현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오더니 때마침 예담 스튜디오 근처라며 같이 밥을 먹자고 했다.“마침 예원이도 여기 있으니까 같이 나갈게요. 귀국한 후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잖아요.”전화기 너머의 강지현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말했다.“예원 씨는 다음에 불러요. 오늘은 그냥 간단하게 밥 먹으면서 할 얘기가 있어요.”순간 정유진은 살짝 어리둥절했지만 그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휴대전화를 끊자마자 조예원이 그녀가 있는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다.“점심 뭐 먹을 거야? 내가 같이 주문할게.”“좀 이따 잠깐 나갔다 와야 할 것 같아. 나는 신경 쓰지 마.”조예원은 알겠다는 듯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 나갔다.강지현은 예담 스튜디오 맞은편의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았고 정유진이 들어갔을 때 웨이터가 때마침 음식을 내오고 있었다.음식이 전부 나온 후 정유진은 바로 젓가락을 들지 않았고 답답한 얼굴로 강지현을 쳐다보며 한마디 했다.“지현 씨, 예원이와의 관계에 대해 나에게 숨기는 거 있지 않아요?”강지현이 웃으며 되물었다.“갑자기 그건 왜 물어요?”“그냥 일부러 피하는 것 같아서요. 나 혼자만의 착각은 아니죠?”강지현이 정유진에게 국을 떠주며 말했다.“아니에요. 예원 씨가 원하는 걸 제가 해 줄 수 없어서 괜한 희망을 품게 하고 싶지 않아요. 오해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고요.”정유진은 순간 뭐라고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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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밥을 다 먹은 조예원이 직원들과 회사에 돌아왔을 때 정유진은 이미 사무실에 도착해 있었다.조예원은 정유진 사무실의 방문을 두드리며 물었다. “누구와 밥을 먹었기에 이렇게 빨리 온 거야?”정유진은 강지현이라고 말하기 멋쩍었다. 회사 앞에서 밥을 먹었는데 강지현이 조예원을 안 불렀다는 게 알면 속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조유진이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던 정유진인지라 강지현을 만난 사실에 대해 솔직히 말하지 않았다.“친구, 너는 아마 모를 거야.”조예원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래? 커피 마실래? 물 끓이는 김에 한 잔 타 줄게.”“응. 부탁할게 그럼. 나는 이거마저 해야 해서 손을 뗄 수가 없네.”얼마 지나지 않아 키키가 그녀에게 커피를 가져다줬다.정유진도 별생각 없이 커피를 마시며 하던 작업을 계속했다.이날 조예원은 성원과의 회의를 마치고 건물을 나오던 중 강지현을 만났다.강지현은 늘 변함없이 그대로였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반팔 반바지를 입고 다녀도 그는 늘 긴 팔 셔츠를 입고 있었다.게다가 오늘 바람이 불어서인지 그는 겉에 베이지색 얇은 트렌치코트까지 덧입었다.4년 전보다 살이 좀 쪄있어 그런지 혈색은 오히려 좀 더 좋아 보였고 더 매력이 있어 보였다.“지현 오빠, 이런 우연도 있네요.”“조예원 씨, 오랜만이에요.”조예원은 시간을 한번 보더니 다시 강지현을 보며 말했다. “지현 오빠, 지금 시간 돼요? 오랜만에 만났는데 제가 커피 한 잔 살게요.”강지현이 웃으며 대답했다.“죄송해요. 약속이 있어서...”조예원도 굳이 강요하지 않았다.“그럼 나중에 시간 날 때 커피 한잔해요.”강지현도 아주 공손하게 대답했다.“그래요.”차에 탄 조예원은 백미러를 통해 강지현이 성원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강지현이 자신과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어쩌면 더 이상 친구로도 남을 수 없을 것 같았다.조예원은 강지현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가 간 곳을 뚫어지게 보다가 한참 후에야 차의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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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자리에 앉은 정유진은 커피 두 잔을 주문했다.맞은편에 앉은 전태연은 아니꼬운 시선으로 정유진을 아래위로 훑었다.“별로 괜찮은 집안은 아니라고 들었는데 얼굴로 강 대표님을 꼬신 거예요?”전태연의 물음에 정유진은 두 사람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말했다.“아마도요.”어차피 절대 마음이 있어서 한 결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정유진이 인정하는 모습에 전태연은 어이가 없어 한마디 했다.“정말 뻔뻔하네요.”정유진은 전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전태연 씨는 명문가 자제분이시니까 더 긴 미래를 예상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신 거죠?”전태연이 바보가 아닌 이상 정유진의 비꼬는 말을 못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어쨌든 정유진은 호적상 강지찬의 아내이고 두 사람은 아직 이혼하지 않았다.물론 전태연이 오늘 직접 정유진을 찾아오기는 했지만 이건 너무 체면이 깎이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가족들 또한 그녀가 정유진을 찾아가는 것을 반대했지만 그녀는 몰래 나와 정유진을 만났다.“유진 씨도 굳이 돌려 말할 필요 없어요. 내가 여기까지 온 이상 강지찬 씨와 두 사람의 사이를 명확히 하고 가야겠으니까.”전태연은 말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언성을 높였다.“지찬 씨가 정유진 씨와 이미 혼인 신고한 줄은 몰랐어요. 말해봐요. 어떻게 하면 지찬 씨를 떠날 거예요?”정유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전태연 씨,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요. 내가 이혼을 요구하는데 지찬 씨가 안 해 주고 있는 거예요. 그날도 이혼 합의서에 사인을 받기 위해 K그룹에 찾아간 거고요. 지찬 씨가 사인 안 하는 거 직접 보셨잖아요?”그 말에 전태연이 코웃음을 쳤다.“이혼을 원한다고요?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강씨 집안 사모님이라는 타이틀을 원하는데 그 타이틀을 가진 사람이 버리려 한다고요? 그 말을 내가 믿을 것 같아요? 정유진 씨, 우리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요, 말해봐요. 얼마면 강 대표님 곁에서 떠날 거예요? 강 대표님은 이미 정유진 씨를 싫어해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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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조예원이 건 전화였다. 정유진이 아무 말도 없이 나간 탓에 그녀를 찾아 헤맸던 것이다.전화를 받은 정유진은 재빨리 말했다.“나 지금 남교에 왔는데 경찰에 신고 좀...”조예원은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되물었다.“응?”그 세 청년은 가까이 다가오며 정유진을 가리켰다.“아가씨, 누구와 통화하는 거야? 우리 같이 놀지 않을래?”한 손에 카메라를 든 정유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 친구가 경찰에 신고했으니 빨리 가는 게 좋을 거야.”하지만 이 사회를 휩쓸고 다니는 건달인 것 같은 세 청년에게 정유진의 말이 통할 리가 없었다.여기 남교 근처는 모두 철거된 탓에 주위가 황량하기 그지없는 교외나 마찬가지였다.그중 머리를 노랗게 탈색한 아이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누나, 이런 곳에 왜 왔어? 일부러 우리와 놀아 주려고 온 거야?”휴대전화 너머에 있던 조예원은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 키키더러 빨리 경찰에 신고하라고 했다.정유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 친구가 진짜로 경찰에 신고했으니까 너희들은 빨리 가는 게 좋을 거야.”“가더라도 녹화 영상은 지우는 거 보고 가야지.”노랑 머리 아이의 말에 정유진은 굳이 일을 번거롭게 만들고 싶지 않아 바로 대답했다.“알았어, 바로 지울게.”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카메라를 보며 지우고 있을 때 노랑 머리가 다른 두 사람을 향해 눈짓했다.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여자아이는 순간 겁에 질려 소리쳤다. “조심해요!”이때 노랑 머리와 나머지 건달들이 정유진의 손에 있는 카메라를 빼앗고는 정유진을 양쪽에서 잡았다.“사진 찍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시니 저희가 찍어드릴게요.”곧바로 정유진은 조금 전 여기에 있던 그 여자아이와 같이 밧줄에 묶였다.아직 학생인 듯한 여자아이는 많이 놀란 듯 계속 울고 있었다.하지만 정유진은 최대한 침착한 말투로 건달들과 협상하려 했다.“카메라 영상을 지우고 지금 뛰면 잡히지는 않을 거야. 내 친구가 진짜로 경찰에 신고했거든. 경찰이 곧 도착할 거야. 너희들도 감옥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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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강지찬의 품에 안긴 정유진의 귀에 그의 끙끙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노랑머리는 사람을 친 후, 바로 널빤지를 옆으로 던지고 도망가 버렸다.“괜찮아요?”정유진은 강지찬의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움직이려 했지만 강지찬이 너무 꽉 껴안고 있는 탓에 나오지 못했다.정유진은 강지찬이 자기를 이렇게 안고 있는 상황이 조금 불편하고 이상하게 느껴졌다. “강지찬 씨, 이 팔 좀 놓으세요.”강지찬은 그녀의 목에 얼굴을 묻고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한마디 했다.“닥쳐!”정유진은 이런 강지찬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강지찬을 힘껏 밀어내고 옆에 주저앉아 있는 여자아이를 일으켜 세웠다.여자아이는 조금 전의 상황에 많이 놀랐는지 계속 울고 있었다. 몇 번이나 물어본 후에야 여자아이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여자아이는 누군가 강제로 그녀를 여기로 데리고 오는 바람에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던 것이다.깡패 무리에서는 노랑머리만 도주한 외에 나머지 두 명은 장형준이 잡아 뒀다가 조금 전 정유진이 묶여 있던 끈에 한데 묶어 놓았다.이때 장형준은 노랑머리가 던지고 간 널빤지 위에 못이 하나 박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강 대표님...”강지찬이 눈짓하자 장형준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정유진은 큰 충격을 받은 여자아이를 가까스로 다독여 진정시킨 후 강지찬을 보며 말했다.“오늘 고마웠어요. 그런데 왜 여기 있어요?”강지찬은 나무에 등을 기댄 채 정유진을 보며 말했다.“당신은 왜 또 이런 귀신도 드나들지 않는 곳에 혼자 온 거야?”말을 하는 강지찬은 점점 더 화가 치밀어 오른 듯했다.“정유진, 머리가 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이곳은 폐기된 이후 더러운 짓을 하는 사람들의 은신처라는 것을 몰라?”정유진은 진짜로 그런 것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하지만 강지찬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에 정유진도 굳이 그와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한편 옆에서 그녀의 카메라를 본 장형준이 피식 웃었다. “사모님, 사모님이 찍은 영상들이 아직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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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돌아가는 길, 정유진은 생각할수록 이상했다. 강지찬은 왜 남교에 나타났을까?큰 그룹의 대표가 아무리 현장 답사를 한다고 해도 경호원으로 장형준 한 명만 데리고 다닐 수 없기 때문이었다.한참을 생각했지만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아 회사로 돌아온 후 조예원에게 조금 전의 일에 대해 말했다.그 말을 들은 조예원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유진아, 강지찬 씨가 아직 너를 잊지 못하고 있는 거 아닐까?”그러자 정유진이 바로 부인했다.“그럴 리가 없어. 여자 연예인에 부잣집 외동딸까지 옆에 두고 있는 사람이야. 그 여자들 중에 나보다 못한 사람이 어디 있어?”“하지만 강지찬은 계속 이혼을 안 하겠다고 하잖아. 그게 가장 중요한 거지.”조예원의 말에 정유진이 담담한 얼굴로 한마디 했다.“조만간 사인하겠지. 지금은 일부러 나를 괴롭히기 위해 그러는 거야.”조예원은 그런 정유진의 표정을 바라보며 말했다.“하지만 강지찬이 진짜로 아직 너를 잊지 못하고 있는 거라면? 그래도 이혼할 거야?”그 말에 정유진은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다. “만약 그 사람 마음속에 아직도 네가 있다면 연우를 위해 계속 이혼을 고집할 거야?”정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이혼할 거야!”감정이 없는 결혼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정유진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감정도 없고 믿음도 없는 결혼은 더더욱 무서운 것이었다.조예원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사실 나는 네가 지현 오빠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너의 성격이나 습관, 이런 부분에서 강지찬보다는 지현 오빠가 너와 더 잘 어울릴 것 같아.”그 말에 정유진이 벌컥 화를 냈다.“너 미쳤어? 나와 지현 씨는 친구야. 나에게는 친오빠 같은 사람이라고!”“왜? 지현 오빠, 좋은 사람이잖아.” 호기심이 발동한 조예원이 의미심장한 얼굴로 정유진을 보며 얼굴로 말했다. 잠깐 생각하던 정유진은 어깨를 한번 들썩이며 말했다.“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아마 나와 같은 유형의 사람이라 그런가 봐.”조예원은 더 이상 아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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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늦은 밤, 휴대전화 벨 소리에 정유진은 잠에서 깼다.겨우 눈을 뜬 정유진은 휴대전화 화면에 뜬 발신자 표시를 보았다. 강지아에게서 온 전화였다. 휴대전화 너머로 강지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새언니, 우리 오빠가 지금 열이 너무 많이 나요. 온몸이 불덩이에요.”정유진은 이런 상황이 살짝 어이가 없었다.“열이 났으면 병원에 가. 아니면 의사를 부르거나. 나에게 얘기해도 소용없어.”하지만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강지아는 겁에 질린 목소리였다.“그런데 오빠가 병원에 가려고 안 해요. 유한 오빠에게 전화했는데 아직 안 왔어요. 오빠가 지금 열이 나서 인사불성이 됐는데 정말 오지 않을 거예요? 새언니.”정유진은 속으로 ‘내가 가서 뭐해?’라고 하고 싶었다. 강지찬이 자기를 그렇게 증오하는데 굳이 갈 필요가 있겠냐 말이다.“온 선생님께서 곧 도착할 거야. 독감 같은 게 걸린 것뿐이니까 걱정하지 마.”“감기 걸린 거 아니에요. 오빠가 다쳤어요.”순간 정유진은 멈칫했다.“오빠가 다쳤어? 어디를? 어떻게 다친 건데?”그러자 강지아가 울먹이며 말했다.“모르겠어요. 2, 3일 전에 다친 것 같아요. 형준 오빠가 와서 약을 바꿔주는 걸 몰래 봤는데 어깨에 상처가 난 것 같았어요. 요 며칠은 접대가 많아서 제대로 쉬지도 못했는데... 형준 오빠 말로는 상처에 세균이 감염되었을 수도 있다고 했어요.”2, 3일 전이라면 설마 남교에서 노랑머리가 내리쳤던 그 널빤지 때문인가?전화를 끊은 정유진은 쉽게 다시 잠들지 못했다.그럼 그날 강지찬이 다친 건가?정유진은 그날 강지찬에게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어쩐지 계속 나무에 기대어 움직이지 않더라니...그런데 왜 말하지 않았을까?정유진은 4년 전이나 4년 후인 지난 지금이나 강지찬의 마음을 여전히 모를 것 같았다.겨우 날이 밝기를 기다린 정유진은 집에서 두 시간이나 이것저것 생각하며 머뭇거리다가 결국 아홉 시가 넘은 후에야 동네 밖에 있는 과일가게에서 과일바구니를 사서 부경원으로 갔다.어찌 되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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