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찬은 눈앞의 이혼 합의서를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그의 맞은편에는 몸매가 살짝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고 있는 정유진이 앉아 있었다.넥라인에 있는 단추를 풀자 그녀의 하얀 목에 남겨진 키스 마크가 그대로 드러났다. 강지찬이 눈썹을 찡그리자 정유진이 물었다.“지금 시간 있어요? 아니면 밥 먹고 호텔로 갈까요?”순간 강지찬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 여자는 이혼을 위해서라면 체면이 구겨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으니 말이다.“정유진, 이리 천박한 사람이었어?”그런 말 따위에 더 이상 흔들리고 상처받을 정유진이 아니었다. 그녀는 심지어 미소까지 살짝 지으며 말했다.“한 번 자나 여러 번 자나 별 차이가 있을까요?”어차피 처음부터 끝까지 이 사람의 눈에는 그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아무나와 자는 여자일 뿐이지 않겠는가? 이때 사무실의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경호원을 대동하고 들어온 전태연의 모습이 보였다. “강 대표님, 우리 엄마가 닭고기 수프 좀 끓였는데... 당신이 왜 여기 있어?”정유진을 발견한 전태연은 순간 멈칫했다. 그러자 정유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강지찬 씨에게 이혼 도장 받으러 왔어요. 전태연 씨, 때마침 잘 왔네요. 강 대표님 좀 설득해 주시죠? 전태연 씨에게 유부남이나 만난다는 꼬리표를 붙일 수 없잖아요. 저는 얼마든지 강씨 집안 사모님 자리를 양보할 수 있으니 전태연 씨가 강지찬 씨 좀 설득해 주시면 감사할 것 같네요.”책상 위에 있는 이혼 합의서를 본 전태연은 정유진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 알았다. 전태연은 경호원에게 수프가 담긴 보온병을 내려놓으라고 한 다음 일단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경호원이 나간 후, 그녀는 강지찬의 옆에 다가와 말했다.“강 대표님, 제가 사적인 일에 간섭하고 싶지 않은데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 발목이 잡혀 대표님 인생을 허비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말을 마친 전태연은 고개를 든 순간, 정유진의 목에 있는 키스 마크를 발견했다. 그녀는 정유진을 가리키며 살짝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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