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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해서 결혼했어요의 모든 챕터: 챕터 281 - 챕터 290

927 챕터

제281화

바깥에서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지자 정유진이 웃으며 말했다.“손님이 왔나 봐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그러자 강지찬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내가 가라고 했어?”정유진은 이런 강지찬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이 인간은 늘 이렇다. 몇 마디 나누지도 못했는데 당장이라도 싸울 기세이니 말이다.“그럼 뭘 더 도와드릴까요?”“잊지 마, 당신은 아직도 내 호적상의 아내이고 여기는 당신 집이야.”그 말에 정유진이 덤덤한 얼굴로 대답했다.“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요. 당신은 나를 한 번도 아내로서 존중해 준 적이 있는지. 나는 이곳을 한 번도 내 집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강지찬 씨, 내가 오늘 여기에 온 이유는 지난번에 당신이 나를 구해준 것 때문이지 내가 천해서 당신이 나를 모욕하는 말을 듣기 위해 온 게 아니에요.”순간 강지찬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내 아내라고 하는 게 당신을 모욕하는 거야?”“그런 뜻이 아니잖아요.”문밖에서 강지아도 결국에는 들어오려는 사람을 막지 못했다.전태연은 강지아에게 액세서리 상자 하나를 건네주며 말했다.“앞으로 우리는 한 가족이에요. 새언니가 주는 거니까 받아요. 사양하지 말고.”강지아는 그 상자를 옆으로 내팽개쳤다.“누가 그런 거 원한대요? 그리고 나의 새언니는 따로 있어요. 그렇게 함부로 자기를 부풀려 말하지 마세요. 이만 가보세요. 이 집은 당신을 환영하지 않으니까!”“환영하는지 안 하는지는 지아 씨가 결정할 일이 아니에요.”방으로 들어온 전태연은 정유진을 본 순간 어리둥절해졌다.“당신이 왜 여기 있어요?”“이보세요.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된다니까요?”전태연과 같이 들어온 강지아는 정유진의 팔을 꼭 껴안으며 득의양양한 얼굴로 말했다.“내 새언니에요. 여기는 우리 집이고요. 새언니가 집에 안 있으면 어디 있겠어요?”정유진을 보고 있던 전태연은 다시 침대에 기대어 있는 강지찬에게 눈길을 돌렸다.“지찬 오빠, 이 여자가 왜 여기에 있어요? 이혼하기로 한 거 아니에요? 예전부터 별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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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해외에 있는 동안, 강지현은 정유진의 이웃에 살면서 그녀의 집에 자주 드나들곤 했다. 그러면서 강지현도 정명학과 이명자에게서 요리를 좀 배웠다.하지만 딸인 정유진은 부모님의 요리 솜씨를 하나도 물려받지 못했다.한편, 오전 근무를 마치고 정유진의 집에 온 조예원은 집안에 들어오자마자 강지현이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보았다. 정유진은 강지현의 옆에서 요리하는 것을 거들 뿐이었다.강지현이 가스 불을 끄며 말했다.“다 됐어요.”정유진이 접시를 건네자 강지현이 우선 먼저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어 그녀의 입안에 넣어줬다.“간이 잘 됐는지 한번 먹어봐요.”사실 해외에 있을 때도 자주 있었던 일이라 정유진은 별생각 없이 강지현의 손을 잡고 한입 먹었다.그러고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너무 맛있어요. 예원이도 싱겁게 먹는 편이라 이 정도면 딱 좋은 거 같아요. 지현 씨의 요리 솜씨가 우리 엄마를 거의 따라잡았어요.”강지현은 그녀를 향해 웃음을 지어 보였다.“유진 씨의 어머니에게서 이렇게 오래 배웠는데 따라잡기 위해서 좀 더 노력해야겠네요.”접시에 옮겨 담은 음식을 들고 뒤돌아선 정유진은 그제야 조예원이 이미 집에 들어온 것을 발견했다. 조예원은 냉장고에 기대어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깜짝이야! 환풍기를 켜놓는 바람에 들어오는 소리를 못 들었어. 깜짝 놀랐잖아.”정유진은 조예원에게 손짓하며 말을 이었다.“와서 지현 씨의 요리 솜씨 좀 맛봐, 아직 못 먹어봤지?”조예원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지현 오빠가 요리에 소질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강지현은 허리에 두른 앞치마를 벗으며 조금 전보다는 살짝 옅어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유진 씨의 어머니 옆에서 요리 몇 개 좀 배웠을 뿐이에요. 조예원 씨, 앉으세요. 여기 주방 정리만 마치고 나갈게요.”주방에서 여유롭고 편안해 보이는 강지현의 모습은 마치 그가 이 집의 또 다른 주인인 것처럼 보였다.그런 그의 모습에 조예원은 마음이 좀 답답했다.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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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정유진은 한 번도 조예원과 싸운 적이 없다.조예원도 방금 자기가 그렇게 말한 후 깜짝 놀랐는지 멍해졌다.하지만 이미 꺼낸 말, 회수할 수도 없다.조예원은 더 이상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고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자리에 얼어붙은 정유진은 한참 후에야 다시 정신을 차리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오늘 기분 나쁘게 헤어진 탓에 그 후 며칠 동안 두 사람은 만나도 별말을 하지 않았다. 회사 사람들도 절친인 두 사장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누나, 조 대표와 싸웠어요?”키키와는 4년이나 떨어져 있었지만 그는 늘 정유진을 따랐다. 정유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의견이 좀 갈린 것뿐이야. 별일 아니야.”두 사람과 몇 년 동안 함께 지내온 키키는 두 사람의 사이가 보통의 친자매들보다 더 가깝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 상대조차 하지 않는 거로 봐서 분명 싸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조 대표님이 겉으로 말은 그렇게 해도 마음은 여리다는 거 알잖아요. 조 대표님과 똑같이 행동하지 마세요.”정유진은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정말 아무 일도 아니야. 나가서 일 봐.”강지아가 점심을 같이 먹자고 했기에 정유진은 오전 근무가 끝나자마자 바로 사무실을 나갔다. 조예원이 키키를 보며 물었다.“너의 누나가 어디 간대?”“누가 같이 점심 먹자고 했대요.”조예원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엉뚱한 표정을 지었다.회사 맞은편의 레스토랑에서 강지아가 한창 정유진을 기다리고 있었다.정유진이 자리에 앉자마자 강지아가 강지찬의 흉을 보기 시작했다.“새언니, 우리 오빠 진짜 너무해요!”메뉴판을 집어 든 정유진은 강지아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대부분 주문했다.조금 전까지 뾰로통한 얼굴로 강지찬의 흉을 보던 강지아는 이내 애교를 부렸다.“역시 우리 새언니밖에 없다니까. 내 입맛까지 다 기억해주고.”정유진은 그런 강지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비행기 좀 그만 태워. 말해봐, 무슨 일 있는 거지?”강지아는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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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강지아는 저녁에 퇴근한 정유진과 같이 그녀의 집까지 따라갔다. “새언니, 이렇게 큰 집에 혼자 살아요?”강지아는 자기 집처럼 집안 아래 위층을 뛰어다녔다. 사실 그녀의 목적은 집안에 남자와 관련된 물건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아무것도 찾지 못한 강지아는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 강지찬과 정유진 사이에 아직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정유진은 그녀를 3층 객실로 안내했다.강지아는 2층에 묵고 싶었지만 그 방은 전에 조예원이 묵었던 곳이었고 또 방 안에 그녀의 물건이 남아 있었다.“목이 마르면 알아서 내려가 마셔. 나는 운동 좀 하고 올게.”정유진은 어느새 요가복으로 갈아입었다. 3층에는 운동할 수 있는 작은 방이 있었다.강지아는 그녀를 따라가 휴대전화로 몰래 영상을 찍었다.하얀색 요가복을 입고 있는 정유진의 몸매는 그녀의 각선미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어 아름답기 그지없었다.촬영을 마친 강지아는 바로 그 영상을 강지찬에게 보냈다.이내 강지찬에게서 답장이 왔다.[새언니에게 간 거야? 그럼 다시 오지 마.]강지아는 ‘흥’하고 콧방귀를 뀌고 강지찬에게 답장했다.[안 갈 거야, 안 간다고!]강지찬이 타고 있는 차는 이미 멈춰 섰지만 그는 내릴 생각이 없는 듯 정유진의 요가 영상만 뚫어지게 보고 있다.두 사람이 함께 있을 그때 당시, 정유진은 임신 중이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배가 불러왔다. 하지만 영상 속의 정유진은 유연하고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은 그 누구든 쉽게 시선을 떼지 못할 것이다.강지찬은 한참을 보고 난 후에야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차에서 내렸다. 오늘 밤, 그는 여자 파트너 안나와 함께 자선 파티에 참석하러 왔다. 한편 집에서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를 본 강지아는 어이가 없어 핸드폰을 옆으로 내던졌다.“강지찬, 정말 어쩌려고 이러는 거야! 그러니까 새언니가 오빠를 싫어하지!”때마침 샤워를 마치고 나온 정유진이 그녀의 핸드폰을 주워주다가 밝은 화면에 뜬 실시간 검색어를 보았다.정유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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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깊은 잠이 들었던 정유진은 갑자기 침대 옆 협탁에서 울린 휴대전화 벨 소리에 잠에서 깼다.정유진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나야.”익숙한 목소리에 정유진은 갑자기 정신이 확 들었다.“강지찬?”늦은 밤, 귓가에 들리는 강지찬의 목소리는 유난히 부드러웠다. 순간 잠이 확 깬 정유진은 휴대폰 위에 뜬 시간을 봤다. 거의 한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이 인간은 왜 한밤중에 전화하는 거지? “문 열어.”정유진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강지찬의 목소리가 또 들렸다.정유진은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몰라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무슨 문이요?”“지금 대문 밖이야.”그 말에 정유진은 깜짝 놀랐다. 졸음이 완전히 가신 정유진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여기는 왜 왔어요? 지아 데리러 왔어요? 지아는 내일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요.”정유진 앞에만 서면 늘 인내심을 잃는 강지찬은 바로 말했다.“나더러 계속 밖에서 기다리라고? 다친 곳 아직 다 안 나았어.”강지찬의 말에 정유진은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예쁜 여자와 저녁 술자리까지 같이 가놓고 인제 와서 연약한 척은? “이혼 합의서에 사인하러 온 거 아니면 이만 가요. 나도 자야 하니까.”그러자 강지찬은 바로 협박하기 시작했다.“안 나오면 장형준더러 여기에서 계속 경적을 울리라고 할 거야. 셋 셀게. 하나, 둘...”“알겠어요. 알겠다고요. 잠시만요. 정말 당신! 너무 못됐어!”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은 강지찬의 입꼬리는 이미 귀에 걸려 있었다. 그는 여유롭게 차에서 내려 대문 앞에 섰다.옷을 갈아입고 내려온 정유진은 대문을 열자 아니나 다를까 희미한 가로등 아래에 서 있는 긴 그림자를 발견했다.강지찬이 집안에 들어가자 정유진이 현관 앞에 그가 갈아신을 슬리퍼를 놓았다.새것처럼 보이는 남자 슬리퍼였지만 강지찬은 분명 누군가가 한 번 신었을 거라 의심했다.그는 슬리퍼를 쳐다보기만 할 뿐 갈아신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정유진은 그제야 그의 버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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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에이프릴 홀에 도착한 두 사람은 바로 한 룸으로 안내되었다.매우 큰 룸 안에는 남녀노소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예원아, 대체 누구를 만나러 온 거야?”말이 끝나기 무섭게 정유진은 사람들 속에 있는 강지찬을 발견했다.다른 사람과 같이 앉는 것을 싫어하는 강지찬이었지만 오늘은 안나가 그의 옆에 앉아 있었다.그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한창 웃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사람들은 대부분 정유진이 모르는 사람들이었다.정유진이 바로 몸을 돌려 나가려 하자 조예원이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유진아, 너와 이번 프로젝트, 둘 중 강지찬에게 어떤 게 더 중요한지 알고 싶다고 했잖아?”정유진은 의아한 얼굴로 조예원을 바라보며 물었다.“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그럼 알고 싶지 않은 거야?”정유진은 덤덤한 얼굴로 대답했다.“응, 알고 싶지 않아.”“연우를 위해서라면? 그래도 알고 싶지 않아?”딸 연우만 언급하면 정유진의 마음은 한없이 약해졌다. 지금까지 연우는 자기 아빠가 누구인지 모르고 있었다. 정유진의 주위 사람들이 연우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연우는 한 번도 자기 아빠에 대해 물어본 적이 없었다. 철이 많이 든 연우는 그녀 앞에서 아빠를 내놓으라며 떼쓰지도 않았다. “내가 연우를 두 배로 사랑해 줄 수 있어.”“네가 아빠 사랑까지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해?”정유진의 어깨를 두 손으로 잡은 조예원은 저 멀리 있는 강지찬을 가리키며 말했다.“너의 남편이고 아이 아빠야. 강지찬이 너에 대한 마음이 어떤지 정말 알고 싶지 않아?”정유진이 대답하기도 전에 조예원은 그녀의 팔을 이끌고 강지찬 앞으로 갔다.갑자기 나타난 두 여자에 같이 떠들던 주위 사람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정유진을 보고 있는 강지찬은 아무런 감정이 없는 듯 무표정이었다.“강 대표님, 이쪽에 계셨네요. 술 한 잔 따라 드리러 왔어요.”조예원의 말에 정유진은 깜짝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그녀가 정신이 어떻게 되지 않은 이상 이런 행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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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강 대표님께 술을 권하는 태도가 그렇게 성의가 없어서 되겠어요? 일단 벌주 석 잔부터 마시고 얘기하시죠.”눈치 빠른 사람들은 강지찬이 정유진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채고는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그 사람들의 말에 강지찬은 가만히 있었다. 그 말들을 묵인한 것과 다름없었다.화가 울컥 치밀어 오른 정유진은 바로 잔 세 개를 갖고 와 술을 전부 따랐다.술을 따르는 게 뭐가 대수라고? “강 대표님, 제가 이 바닥의 상황을 잘 몰라서요. 벌주는 제가 마시겠습니다.”말을 마친 정유진은 바로 도수 높은 술 세 잔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그러고는 다시 한 잔을 따라 강지찬을 향해 잔을 기울이며 말했다.“강 대표님께도 한잔 드리지요.”주위 사람들은 정유진을 바라보는 강지찬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이때 안나가 옆에서 말했다.“강 대표님, 저기 어여쁜 여자가 술 한잔 따르겠다는데 받으셔야죠?”그제야 강지찬이 입을 열었다.“정유진 씨, 이 술은 제가 마실 수 있어요. 그런데 제가 진짜로 마시기를 바라나요?”가만히 있던 주위 사람들이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강 대표님과 아는 사이였군요?”강지찬과 정유진이 아무 말을 하지 않자 안나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알고 말고요. 그것도 아주 잘 알죠.”사실 정유진은 강지찬이 마시든 말든 별 관심이 없었다. 친구 조예원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술잔을 든 것일 뿐이었으니까...강지찬은 차가운 말투로 한마디 했다.“정유진 씨, 술 한 잔으로 저와 남교 프로젝트를 바꾸려는 것은 좀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네?”주위 사람들은 강지찬의 말에 깜짝 놀랐다.흥미진진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나온 비즈니스 얘기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다시 잠자코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봤다.여전히 잔을 들고 있던 정유진은 강제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강 대표님,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요. 강 대표님과 좋은 친구로 지내고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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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정유진은 눈앞에 있는 조예원이 자기가 알던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정유진이 자기를 뚫어지게 쳐다보자 조예원도 살짝 당황한 듯했다.“별다른 뜻은 없어. 하지만 우리에게 이번 프로젝트가 얼마나 중요한지 너도 알잖아. 그래서 놓치고 싶지 않아. 그리고 강지찬 씨가 아직도 너를 못 잊고 있다는 거, 몰랐어?”정유진은 속상한 얼굴로 대답했다.“지금 나를 모욕하는 거야? 지난번에 이혼 합의서에 사인 받으려고 저 사람을 찾아갔을 때 뭐라고 했는지 알아? 사인할 수 있대, 대신 자기와 자재. 예원아, 지금 일부러 나 모욕하려고 그러는 게 안 보여?”조예원은 정유진이 자기 말을 믿지 않자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강지찬같이 비즈니스에 빠삭한 사람이 너를 모욕하기 위해 몇조 원짜리 프로젝트를 조건으로 내세우고 너에게 그런 요구를 한다고 생각해? 정유진, 왜 강지찬이 너에 대한 마음을 계속 피하려는 건데? 아니면, 너의 마음속에 이미 다른 사람이 있는 거야?”정유진은 다시 어리둥절한 얼굴로 조예원에게 물었다.“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잠시 가만히 있던 조예원은 표정이 점점 더 안 좋게 변했다.“어쨌든 남교 프로젝트는 우리가 꼭 따야 해. 네가 안 하면 나라도 직접 강지찬 씨를 만나서 얘기할 거야.”정유진은 깜짝 놀란 얼굴로 그녀를 보며 물었다.“네가 지찬 씨를 만나서 무슨 얘기할 건데?”“네가 생각하고 있는 거. 이미 예상한 거 아니었어?”이렇게까지 말한 이상 조예원과 정유진의 우정은 더 이상 되돌릴 수 없게 되었다.하지만 예담 스튜디오를 위해서, 그리고 강지현을 위해서 조예원은 반드시 이렇게 해야 했다.“물론 강지찬 씨가 아직은 연우의 존재를 모르지만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자기 딸이 외국에 있다는 거 알면 뭐라고 할지 너무 궁금하네.”정유진은 가장 친한 친구가 이런 말을 서슴지 않게 한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지금 연우로 나를 협박하는 거야? 예원아, 연우는 너의 수양딸이나 마찬가지야. 연우는 너를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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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어젯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잔 정유진은 해가 중천에 떠서야 침대에서 일어났다.천천히 계단 아래로 내려가니 강지아가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말했다. “새언니, 다시는 언니와 오빠를 엮으려고 노력하지 않을게요.”정유진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강지아를 바라봤다. ‘이 계집애가 또 무슨 꿍꿍이인 거야?’강지아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정유진 앞에 다가오더니 손에 든 휴대전화를 그녀 앞에 내보이며 말했다.“자선 행사 날 밤, 지찬 오빠가 안나뿐만 아니라 다른 여자와도 같이 있었어요.”사진은 먼 곳에서 찍어 흐릿하고 어두웠지만 정유진은 한눈에 강지찬의 맞은편에 서 있는 여자가 조예원임을 알아챘다.조예원이 사적으로 강지찬을 만났다고?정유진은 아침밥도 먹지 않고 휴대폰과 가방을 들고 곧장 회사로 향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조예원의 사무실로 향한 정유진은 그녀의 책상 위에 바로 강지찬과 찍힌 사진 기사가 있는 휴대폰을 놓았다.사실 조예원도 그날 강지찬을 찾아간 것이 찍혔을 줄 몰랐다.하지만 찍힌다고 해도 딱히 신경 쓰이지 않았다.정유진은 차가운 얼굴로 조예원을 보며 말했다.“나에게 할 말이 없어?”조예원은 팔짱을 끼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말했다.“무슨 말? 네가 생각하는 그대로야. 강지찬 씨가 너에 대한 마음이 어떤지 떠보기 위해 찾아간 거야.”정유진은 그날 밤 강지찬이 한밤중에 갑자기 집에 찾아와 소란 피웠던 것이 생각났다.사실 그날 정유진은 강지찬이 술 마시고 술주정을 부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인제 보니 두 사람은 이미 그 전에 따로 얘기가 오갔던 것이었다.여기까지 생각한 정유진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도대체 너는 나를 뭐로 보는 거야? 조예원, 너의 지금 행동이 그때의 한빈과 뭐가 다른데?”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또 한 번 배신당한 정유진은 그저 자기 인생이 우습다고 생각했다.“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데? 진짜로 단지 남교 프로젝트 때문이야?”조예원은 진지한 얼굴로 정유진을 빤히 쳐다봤다.정유진의 미모는 정말 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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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집에 도착한 정유진은 방에 틀어박혀 온종일 나오지 않았다.강지아가 그녀에게 배달음식을 시켜줬지만 정유진은 한 입도 먹지 않았다.오후가 되어도 방안에 아무런 기척이 없자 덜컥 겁이 난 강지아는 서둘러 강지찬에게 전화를 걸었다.강지찬은 평소 회의 중일 때 다른 사람의 전화는 절대 안 받는다. 하지만 강지아가 건 전화는 언제 어디서든 항상 꼭 받았다.통화가 연결되자마자 전화기 너머로 불만 가득한 강지아의 목소리가 들렸다.“다 오빠 탓이야! 오빠 때문에 새언니가 화가 나서 온종일 아무것도 안 먹잖아.”강지찬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무슨 일이야?”“오빠가 다른 여자와 찍은 사진을 보자마자 새언니가 오전에 외출하고 오더니 지금은 방에 틀어박혀서 온종일 아무것도 안 먹고 있단 말이야. 방안에 아무 소리도 안 들려. 오빠, 빨리 와. 새언니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겁난단 말이야.”순간 강지찬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는 이사회에 참석한 한 무리의 사람들을 뒤로한 채 회의실을 나왔다.정유진 집에 도착한 후, 강지아가 강지찬에게 문을 열어줬다.강지아는 겁에 질린 듯, 강지찬을 보자마자 바로 그를 붙잡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두 사람은 한참이나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는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하지만 강지찬은 자기가 다른 여자와 사진 찍힌 것 때문에 정유진이 화를 내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정유진에게 조금이라도 그런 감정이 남아 있었더라면 두 사람은 절대 지금의 이런 사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무슨 사진을 보여준 건데? 봐봐.”강지아는 바로 아침의 그 사진을 찾아냈다.처음에 강지찬은 안나와 찍힌 사진인 줄 알았다. 파파라치가 조예원과 같이 서 있는 사진을 찍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다행히 조예원을 아는 사람이 없었기에 이 사진들은 인터넷에서 별다른 이슈룰 일으키지 않았다.사진을 본 강지찬은 그제야 정유진이 왜 온종일 밥도 안 먹고 방에 틀어박혀 있는지 이해가 됐다.그는 바로 정유진의 방문을 두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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