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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화

강지찬과 정유진은 본가에서 저녁을 먹지 않았다. 강홍식은 이제 막 부자간의 정을 조금 느끼려던 참이었고 또 강홍택이 아들의 비위를 맞추는 것도 보고 싶었는데 그들이 집으로 돌아가려고 한다는 말에 기분이 몹시 불쾌했다.“왜? 여기 밥은 안 넘어가?”강지찬은 정말 이럴 때마다 아버지고 뭐고 없이 행동하고 싶다는 충동을 가끔 느낀다. 말하는 꼬락서니가 도저히 어른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지 않으니 말이다. “나야 먹을 수 있지만 내 와이프에게는 못 먹이겠어요.” 너무 직설적인 대답에 순간 강홍식과 정유진은 어리둥절했다.강지찬은 정유진의 손을 잡더니 강홍식의 표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그곳을 나왔다. 정유진은 차에 오를 때까지 요동치는 심장을 진정시키지 못했다.차에 오른 후 간신히 마음을 가다듬은 그녀를 보자 강지찬은 그녀의 어깨를 꼭 감싸 안더니 웃으며 말했다.“왜요? 무서워요?”정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아랫배를 감쌌다.그녀는 강지찬과 강지현이 같은 해 같은 날에 태어난 ‘우연의 일치'를 떠올리며 처음으로 부잣집에 시집가는 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었다.“무서워요.”그녀는 솔직히 대답했다.그러자 강지찬은 눈빛이 반짝이더니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뭐가 두려워요? 남편이 여기 있는데.”정유진이 무서워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강지찬이 오늘 보여준 이 수단들은 류선조차 어떻게 할 수 없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류선은 지금쯤 이 두 사람을 죽도록 미워할 것이다. 강지찬 또한 평소 본가에 별로 얼굴을 드러내지 않기에 집안의 하인들은 진작 류선에게 매수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강지찬이 본가에 머물려 하지 않는 게 당연한 게 아닌가? 게다가 고세연도 여기에 있다.정유진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온몸이 더 오싹해지는 것 같았다.“그럼 조상님께 제사를 지내는 일은...”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지찬이 대답했다.“이번 제사는 부경원에서 사람을 데려올 거예요. 방씨 아주머니는 저희 어머니 곁에 오래 계셨던 분이에요.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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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혼인 신고를 마쳤다고?”조예원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말했다.“역시 강 대표님은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는다니까.”정유진은 키키와 조예원에게 자료들을 전송하면서 말했다. “내가 휴가 내는 동안만은 잘 부탁할게. 컴퓨터는 내가 챙길 테니까 급한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줘.”조예원은 어이가 없다는 듯 그녀를 힐끗 보며 말했다.“너는 지금 강씨 집안의 안주인이야. 당장 조사님 제사를 코앞에 두고 무슨 회사 일이야. 회사 일은 우리에게 맡겨. 나중에 출근하고 다시 얘기해.”“알았어.”정유진도 더 이상 그녀와 입씨름을 하지 않았다.조예원의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 모습에 정유진이 먼저 말을 꺼냈다.“강 선생님도 제사를 지내야 하니까 당분간은 상록수 별장으로 가지 않아도 돼.”잠깐 생각에 잠겼던 정유진은 절친인 조예원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작은 집의 일을 그에게 말했다. “혼외자가 열여덟 살이라고? 그, 그러면 강 선생님 많이 속상하겠네?”정유진은 그녀의 예상 밖의 대답에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제대로 보지 못했어. 그런데 별로 슬퍼 보이진 않던데? 그냥 평소와 똑같았어. 강지혁을 잘 보살펴주기도 하고 식사할 때 반찬도 챙겨줬어. 속상한 건 강 선생님 어머니겠지. 숙모님이 이번에 지찬 씨 확실히 미워할 거야.”정유진의 말에 조예원도 맞장구를 쳤다.“그래, 네 남편이 확실히 독하기는 해. 그게 누구여도 분명 화가 날 거야.”그러면서 못내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그래도 우리 지현 씨가 제일 좋아. 얼마나 멋지고 젠틀해. 꼭 오래 사셔야 할 텐데.”그녀의 말을 들은 정유진이 그녀를 보며 한마디 했다.“강 선생은 살이 빠진 것 말고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어. 밖에서 하는 말이 다 그냥 헛소문인 것 같아.”“우리 엄마가 저번에 유명한 한의사를 안다고 했어. 아주 대단하다고 했는데... 강 선생님께 보약 한재 지어드리고 싶어.”정유진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한의사가 믿을 만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강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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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청하군은 강씨 가문이 있어 다른 마을보다 훨씬 번화했다.게다가 근처에 유명한 오래된 마을까지 있어 관광업이 매우 번창하고 있었다.같이 고스톱을 치고 있는 낯선 두 여자는 아마 류선과 같은 세대인 강씨 집안의 친척일 것이다. 강지찬을 본 두 여자는 얼른 손에 있던 패를 내팽개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지찬이 왔어? 오랜만이야. 너의 숙부가 너를 많이 보고 싶어했어.”“어머, 지아야. 어쩌면 클수록 점점 더 예뻐져?”강지찬은 정유진에게 이 사람들을 소개해주려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아 대충 얼버무렸다.“이건... 숙모.”그러자 정유진이 웃으며 말했다.“숙모님들 안녕하세요.”그녀가 웃으며 인사하자 그 두 여자는 눈이 반짝이더니 이내 아부하기 시작했다.“아이고, 우리 지찬이 와이프가 참 예쁘네. TV에 나오는 연예인들 저리 가라야.”“우리 지찬이는 정말 복이 많아.”정유진의 허리를 감싸 안고 있는 강지찬은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최대한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숙모님, 편하게 계세요. 저희는 잠깐 방에 가서 정리 좀 하고 나올게요.”그러자 노란 옷을 입은 숙모가 웃으며 말했다.“젊은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니까. 그렇게 어려워할 필요 없어. 지찬이 와이프, 좀 이따 나와서 같이 고스톱 한판 해?”정유진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죄송해요. 제가 할 줄 몰라서.”그들이 방으로 들어간 후, 노란 옷을 입은 숙모가 옆 사람에게 말했다.“지찬이 와이프가 좀 까다롭네요.”그 말에 류선은 고세연을 한번 바라보더니 이내 대답했다.“그러니까요, 역시 우리 세연이가 제일 얌전하고 말을 잘 들어요.”그러자 두 여자는 바로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우리 세연이가 제일 예뻐요.”“세연이는 우리가 어릴 때부터 봐온 아이라 어떤 애인지 너무 잘 알죠. 휴, 지찬이 얘는 옆에 있어도 사람 볼 줄 이렇게 모르니... 어쩌겠어요. 본인 스스로 복을 차버리는데.”이 집안의 대부분이 강지찬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두 여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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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밖에서 수군대는 사람들은 일부로 정유진더러 들으라는 듯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정유진은 전혀 불편한 기색이 없었다. 온미정이 우유를 많이 마시면 태아에게도 좋고 살도 안 찐다고 해서 그녀는 매일 오후나 저녁에 한 컵씩 따뜻한 우유를 마시곤 했다. 밖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창가에 앉아 한 모금씩 여유롭게 들이켰다.우유를 다 마셔도 밖에 있는 사람들은 가지 않은 것을 보니 일부러 정유진을 찾으러 온 것이 분명했다. 여기까지 생각한 정유진은 화장을 조금 수정하고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입구에는 이미 사람들이 많이 와 있었고 그녀가 나오는 것을 보고 그중에 누군가가 저도 모르게 ‘와’하고 감탄했다.바로 안이 침실인지라 그녀는 사람들에게 들어오란 말은 안 하고 그저 입구에서 그들을 향해 물었다.“혹시 저를 찾으셨나요?”이때 한 젊은 남자가 건들건들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건 아니에요. 저희는 형수님이 예쁘다는 말을 들어서 특별히 보러 왔어요.”정유진은 웃으며 대꾸했다.“고마워요. 안으로 들어오라고는 하지 않을게요. 아래층에 디저트랑 차가 준비되어 있으니 편하게 계시다 가세요.”그때 누군가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무슨 내숭을 그렇게 떨어요. 우아한 척은! 부잣집 도련님 품에 한 번 안겨서 인생 역전한 주제에!”말하는 여자는 화장도 화려하고 옷도 깔끔하게 입은 꽤 예쁜 여자였다. 정유진이 그녀에게 시선을 옮기자 그녀도 도발하듯 정유진을 빤히 쳐다봤다. 하지만 정유진은 이제 이런 눈빛이 낯설지 않았다.예전에 한빈의 회사에도 갓 입사한 소녀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한빈에게 빠져 있어 정유진이 매번 회사로 갈 때마다 그 소녀는 이런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기 때문이다.강지찬은 여기서도 여자들에게 꽤 인기가 많은 것 같다.하지만 옆에 있던 방씨 아주머니는 그 여자의 말에 매우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어린 아가씨가 왜 이렇게 교양 없이 말해요? 누구 집 자식이에요?”“내가 누구 집 자식이든 당신 같은 가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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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강지찬의 입맞춤에 정유진은 잠에서 깼다.그를 발견한 정유진은 퉁명스럽게 물었다.“아래층에 있는 그 일곱째 고모인지 여덟째 숙모인지 그분들과 얘기 계속 하시지, 왜 저를 괴롭혀요?”옅은 화장을 한 채 자고 있던 그녀의 뾰로통한 얼굴에 강지찬은 참지 못하고 그녀의 볼을 꼬집었다.“화났어요?”해가 정오를 지난 후에야 정유진은 침대에서 일어났다.“몇 시예요?”“저녁 먹을 시간이에요.”강지찬이 또다시 다가와 그녀의 입술에 뽀뽀했다.“생각보다 아주 편안하게 주무시네요.”그 말에 정유진은 퉁명스럽게 한마디 내뱉었다.“그럼 내려가서 그 여자애들과 질투하면서 치고받고 할까요?”강지찬은 그녀를 꼭 껴안고 입술을 맞췄다.“질투한 거로 알게요.”저녁 연회는 마당에 큰 원형 테이블을 여러 개 놓고 가족과 가까운 몇 집을 초대했다.정유진과 강지찬이 아래층에 내려가자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는 류선과 고세연의 모습이 보였다.류선은 내려오는 두 사람을 보고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우리 집안 사모님이 드디어 내려오시네요. 다들 흉보지 마세요. 두 사람이 아직 결혼식을 올리기 전이라 새댁이 사람 보기가 부끄러워서 그런 거니까.”사실 류선의 말뜻인즉 정유진이 게으름을 피우는 것은 물론 아직 정식으로 이 집에 시집온 게 아니라는 점을 빗댄 것이었다.오후 내내 류선과 고세연은 이들에게 두 사람의 얘기를 한 게 틀림없었다.순간 모두의 시선이 그들을 향하더니 아래위로 훑는 사람들도 있었고 경멸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뒤에서 나무라거나 비아냥거리기도 했다.그 임미연이라는 여자도 그 속에서 의기양양한 얼굴로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를 본 강지찬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정유진 옆에 다가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하지만 정유진의 얼굴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치의 변화도 없었고 류선의 말은 아예 듣지도 못한 듯 웃으며 말했다. “둘째 숙모와 세연 아가씨가 저 대신 손님 접대하느라 고생하시네요.”그녀도 강씨 집안 친척들에게 인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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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당신, 미친 거 아니야!”강홍택은 류선을 뿌리치더니 그녀에게 삿대질하며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 화를 냈다.“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염치가 없는 거야 뭐야? 당신이 뒤에서 그깟 수작을 부린다고 걔가 눈이라도 하나 깜빡해? 지찬이를 속일 수 있을 거로 생각한 거야?”류선은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외쳤다. “내가 미친 거예요? 아니면 쟤네들이 미친 거예요? 쟤가 나에게 어떻게 했는데요?”강홍택은 류선과 말싸움을 하기 싫어 그저 한마디 내뱉었다. “좀 그만해! 체면이라는 게 없어? 나와 지현이 체면도 봐줘야 하잖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나와 지현이는 이제 당신 상관 안 할 테니까 당신 마음대로 해! 누가 손해 보는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말을 마친 강홍택은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류선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강홍택의 말에 어느 정도 정신을 차렸다.강지현은 비록 몸이 좋지 않지만 어쨌든 그녀의 아들이자 유일한 아들이다.자기 친아들을 생각한 류선도 어느 정도 냉정함을 찾을 수 있었다.그때 강지현이 식판을 들고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류선은 아들을 보자 다소 어색한 듯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왜 네가 갖고 와? 그 빌어먹을 하인들은 이제 나에게 밥도 주지 않는 거야?”강지현 음식을 상에 놓으며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엄마,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오전부터 지금까지 엄마가 어떻게 했는지 몰라서 그래?”“내가 뭐? 다 사실이잖아!”류선은 기분 나쁜 얼굴로 퉁명스럽게 내뱉었다.“너는 또 왜 그래? 너도 너의 아빠처럼 팔이 밖으로 굽는 거야? 엄마가 얼마나 큰 손해를 봤는지 알아?”강지현은 도저히 이런 엄마와 말하고 싶지 않았다. 말해 봤자 입만 아프다고 생각했다. “원하는 게 뭐야? 내가 사줄게. 그냥 나에게 말해.”“그런 거와 달라!”류선은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오늘 밤 한꺼번에 세 사람이 족보에 오른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아? 앞으로 K그룹에서 번 돈 모두 세 사람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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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우리 마누라, 진짜 대단해요. 웃는 얼굴에 칼을 품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정유진이 양치를 하고 있는데 강지찬이 다가와 그녀의 목에 사정없이 키스해댔다.가족 연회가 끝난 후, 강지찬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눈 후에야 위층으로 올라갔다.양치를 다 한 정유진은 강지찬의 머리를 살짝 밀어젖혔다.“가만히 있어요. 나 조금만 유진 씨 안고 있어야 할 것 같아요.”강지찬은 그녀의 목에 얼굴을 묻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한마디 물었다.“샤워했어요? 냄새가 너무 좋네요.”두 사람은 한참이나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았다.그나마 정유진이 임신을 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강지찬이 절대 그녀를 가만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그다음 날은 정식으로 조상님께 제사를 지내는 날이었다.강지찬은 강씨 집안의 현재 주인으로서 강씨 가족들을 데리고 먼저 사당에 가서 족보를 꺼냈고 족보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어르신이 정유진, 강원훈, 강지혁의 이름을 족보에 추가했다.그러고는 이내 제사를 지내기 시작했다.정유진은 오후 성묘에 가지 않았다. 강씨 집안의 산소가 산속이라 임신한 그녀가 그곳까지 가기에는 불편했기 때문이었다.낮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는 강지찬과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이미 출발한 후였다.방씨 아주머니가 우유를 들고 방으로 들어오자 강지아도 뒤에서 몰래 그녀를 따라왔다.정유진이 강지아에게 물었다.“왜 오빠와 산에 안 갔어?”강지아는 입을 삐죽거리며 대답했다.“가기 싫어요. 사람이 그렇게 많이 가는데 저 한 명 정도 안 가는 건 조상님도 발견하지 못할 거예요.”비록 이 마을의 많은 사람이 강지찬과는 이제 먼 친척 관계라고는 하지만 근본을 따지면 조상은 한 사람인 셈이었다. 그래서 꽤 많은 사람이 제사에 참여하게 된다.방씨 아주머니도 강지아에게 우유 한 컵을 가져다주었다. 두 사람이 다 마신 후, 강지아는 정유진에게 밖으로 나가자고 졸랐다.“새언니, 우리 좀 나가서 돌아다녀요. 집에만 있으니까 너무 답답해요.”방씨 아주머니도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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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정유진과 방씨 아주머니, 강지아는 비구니를 따라 선실로 들어갔다.부적 만드는 도구가 모두 선실에 있다고 한 말에 정유진도 별생각 없이 따라갔다.의식을 잃기 전에 그녀는 분명 그 비구니가 노란 부적을 그려 놓은 것을 보았다.다시 깨어났을 때, 그녀들은 선실에서 손발이 묶인 채 꼼짝달싹을 할 수 없었다.비구니는 보이지 않았고 입구 쪽에는 두 남자가 서 있었다.순간 정유진은 가슴이 철렁했다.재빨리 선실을 한 바퀴 휘둘러본 정유진은 방씨 아주머니와 강지아도 결박당해 있는 것을 발견했고 같이 왔던 그 두 명의 경호원은 보이지 않았다.같이 선실에 들어왔는데 시야에서 사라진 걸 보면 분명 그 두 경호원도 기절해서 다른 곳에 갇혀있었을 것이다.기절해 있던 강지아도 곧 깰 것 같았다. 순간 안 좋은 예감이 그녀의 머릿속을 휩쓸었다. 강지아가 아직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했는데 만약 이런 일이 다시 한번 더 발생하면 분명 병이 더 심해질 수 있다.“당신들 누구예요?”그녀의 앞에는 온몸이 구질구질한 30, 40대 되는 두 남자가 서 있었다.그들은 정유진이 말을 걸어오자 나이가 좀 더 많아 보이는 사람이 노란 이빨을 드러내며 ‘헤헤’ 웃더니 더러운 말을 내뱉었다. “아가씨는 목소리마저 이렇게 달콤하네? 내 뼈가 다 간지러워.”또 다른 한 사람은 손을 비비며 말했다.“저도 그래요, 빨리, 먼저 하세요.”이 사람들의 의도를 알아챈 정유진은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당신들! 당신들 우리가 누구인지 아세요?”“미친년, 네가 누군지 모르면 우리가 여기 있을 수 있겠어? 이년아, 똑똑히 알려줄게! 오늘 우리가 노리는 건 강지찬의 여자야!”정유진의 가슴은 다시 한번 철렁 내려앉았다. 알고 보니 이 두 사람은 강지찬의 원수였던 것이다.움직일 수 없는 정유진은 최대한 마음을 다잡고 두려운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녀는 이전에 폭행하려는 사람들은 피해자가 두려워할수록 더 흥분한다는 심리분석 결과를 본 적이 있다. 정유진은 자신이 얼마나 기절해 있는지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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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고세연은 뭔가에 홀린 듯 이상한 얼굴로 정유진과 강지아를 번갈아 보더니 외쳤다. “너희 둘! 오늘 여기를 나갈 생각 하지도 마!”정유진은 고세연이 이렇게 악랄할 줄 몰랐다.감히 강지찬의 코앞에서 이런 짓을 하다니! 정말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이렇게 할 수 있겠는가! “고세연! 어리석은 행동 하지 마! 지아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지찬 씨가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야.”정유진은 자기를 언급하면 또 고세연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일부러 지아에게 초점을 맞췄다.“지아가 지찬 씨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잖아. 몸도 안 좋은데 또 자극을 받으면 정말 미칠지 모른다고. 고세연, 제발 지아를 놓아줘, 빨리!”순간 고세연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사실 고세연은 강지아에게 그 어떤 원한도 없었다. 그리고 강지아가 강지찬에게 목숨과 같은 존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정유진은 예상대로 망설이는 고세연을 보고 계속 말을 이었다. “지아는 지찬 씨의 가장 중요한 가족이야. 나는 그저 그 사람 여자일 뿐이야. 오늘 내가 여기서 죽으면 지찬 씨는 다른 여자 찾으면 돼. 하지만 지아는 이 세상에 단 한 명뿐이야. 안 그래? 고세연, 잘 생각해봐!”옆에 있던 김주환은 순간 조바심이 난 듯 고세연을 보며 말했다.“세연 씨, 약속한 거 번복하시면 안 돼요. 강지찬 때문에 내가 밖에서 거지보다 못한 생활을 했어요. 나는 이 원수를 꼭 갚고 말 거예요.”철썩!순간 고세연은 김주환의 뺨을 후려갈겼다. “닥쳐, 네까짓게 뭔데 함부로 지껄여!”맞은 얼굴을 손으로 움켜쥔 김주환은 독기 가득한 눈으로 고세연을 노려보았지만 감히 말을 잇지 못했다. 방씨 아주머니 옆에 결박된 채 웅크리고 있던 강지아는 뺨 때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그녀는 움직이려다가 결박이 된 걸 알고 괴로워 신음소리를 냈다.“엄마...”정유진은 당장이라도 깰 것 같은 강지아를 보고 다급히 고세연을 향해 소리쳤다.“거기 멍하니 서서 뭐해! 지아와 방씨 아주머니를 풀어주고 데리고 나가, 빨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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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김주환은 고세연이 정말 미쳤다고 생각했다.살인을 하라고?김주환은 아무 능력이 없는 루저이다. 인간 자체가 쓰레기이다. 하지만 찌질한 그는 도저히 사람을 죽이는 것까지 감히 할 수 없었다.“세연 씨, 농담이죠? 늙은 아주머니는 그냥 버리면 그만이지 죽일 필요는 없잖아요?”옆에 있던 두 사람도 죽인다는 말에 깜짝 놀란 듯했다.그들은 단지 화를 풀러 왔을 뿐, 돈만 받으면 그만이지 사람을 죽이는 일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다.그중의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일이 끝나면 사람들 모두 산속에 버리면 그만이에요. 이 뒤의 산이 워낙 인적이 드무니까 살든 죽든 알아서 하게 하면 되죠.”김주환이 방씨 아주머니와 강지아의 입을 틀어막자 강지아는 깜짝 놀라 미친 듯이 몸을 뒤틀며 손과 발목의 밧줄을 풀려고 했다.그녀는 피부가 부드러워 손목이 금방 끈에 긁혀 피가 줄줄 흘렀다.몇 마디 하는 사이 그녀는 이미 온 얼굴이 땀범벅이 되었다.조금 전, 김주환이 강지아의 입에 헝겊을 쑤셔 넣을 때 강지아가 심하게 무는 바람에 화가 난 김주환은 손을 뿌리치며 강지아의 얼굴을 향해 뺨을 한 대 때렸다.그 순간 강지아는 바로 뒤로 넘어지며 기절해 버렸다.“시x, 계집애가 죽고 싶어 환장했나!”김주환이 발을 들어 강지아를 걷어차려 하자 방씨 아주머니가 강지아를 막아 나섰고 김주환의 발은 방씨 아주머니의 허리를 강타했다.방씨 아주머니는 아파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강지아의 옆으로 쓰러졌고 헝겊으로 막힌 입은 ‘웅웅’ 앓는 소리만 났다.정유진도 온몸이 식은땀에 흠뻑 젖어있었다.배 속에 있는 아기는 그녀의 감정을 느끼기라도 했는지 평소에 별로 움직이지 않던 아기가 불안한지 계속 움직여 태동이 선명히 느껴졌다.여자가 임신하면 숨이 자주 차기에 정유진은 최대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러자 심장도 더 빨리 쿵쾅쿵쾅 뛰었다.“고세연, 정신 좀 차려. 지금이라도 멈춘다면 절대 네 탓 하지 않을게. 지찬 씨에게도 누구도 추궁하지 말라고 할게.”하지만 더 이상 정유진의 말을 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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