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 Chapter 171 - Chapter 180

All Chapters of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Chapter 171 - Chapter 180

927 Chapters

제171화

약혼식 이후 강지현은 정유진을 만난 적이 없다.강지찬과 약혼은 했지만 정유진과 강지현은 여전히 스튜디오와 고객의 관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강 선생님, 그동안 제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해서 죄송합니다.”그러자 강지현이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조예원 씨와 키키 씨가 있는 데다 여기 일하는 사람들 다 책임감이 강한 사람들이라 다들 잘해주고 있어요. 유진 씨는 몸이 불편하니 오지 않아도 돼요.”강지현의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정유진의 복부로 향했다가 이내 다시 그녀 얼굴을 봤다. 이제 막 4개월에 진입한 상황이라 그녀는 아랫배가 조금 나왔을 뿐, 입은 옷이 헐렁해 배를 완전히 가려 임신했는지조차 알아보기 힘들었다.정유진은 헬멧을 쓰고 그들의 뒤를 따라 공사 진행 현장을 한 번 훑어봤다. 공사는 아주 빨리 진행되고 있었고 이제 한 달이면 완공될 것 같았다.이때 조예원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점심인데 내가 밥 살게요.”그녀의 마음을 알아챈 정유진은 바로 대답했다. “저와 키키 씨는 함께 신안 요양원에 다녀와야 할 것 같아요. 예원아 강 선생님 잘 부탁할게.”강지현은 고객이고 고객을 접대하는 것은 매우 정상적인 일이다. 이 정당한 이유 하나로 충분히 어색하지 않은 식사 자리가 될 수 있다. 조예원은 정유진에게 몰래 손짓으로 ‘OK'를 하며 미소를 지었다. 역시 절친은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확실히 꿰뚫고 있었다. 그때 그 키키는 별로 눈치가 없었는데 말이다.강지현은 손목시계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벌써 식사시간이네요. 오늘 정말 고생 많으셨으니 제가 한턱 낼게요.”그러면서 정유진을 보면서 한 마디 말했다.“임신한 상태니까 절대 아이를 굶겨서는 안 돼요.”조예원은 역력한 사랑에 빠진 여인의 얼굴로 강지현을 보며 말했다.“그러고 보니 강 선생님이 아이의 삼촌이기도 하네요. 우리 모두 한 가족이에요.”강지현은 입꼬리만 살짝 올려 예의를 차린 뒤 한마디 했다.“이만 가죠.”세 사람은 한식당으로 향했고 강지현은 정유
Read more

제172화

정유진의 동창 모임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열렸다.졸업 후 첫 모임인데, 매우 성대하게 준비하고 있어 다들 차려입고 모임에 참석했다.조예원은 가장 비싼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가장 비싼 가방을 들었다.하지만 정유진은 강지찬이 준 시계조차 하지 않은 평범한 차림이었고 그나마 유일한 장식품은 지난번 약혼식에서 받은 다이아몬드 반지가 전부였다.하긴... 다이아몬드 반지가 2억 원 이상이니까...“강 대표가 준 시계는 왜 안 차고 왔어.”조예원이 자동차 핸들을 두드리며 말했다.“그 못돼 먹은 년들도 분명 왔을 건데 오늘 저녁 또 한 번 피바람이 불겠네.”그 말에 정유진이 한마디 했다.“나는 그 싸움에 참여하지 않을게. 괜히 태교에 안 좋으니까. 너만 믿어.”조예원은 그녀의 배를 보며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아가야, 오늘은 이 이모가 너를 위해 적들을 없애줄게!”레스토랑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가니 예전부터 조예원과 맞지 않았던 그 사람들이 보였다.디자인학과를 다녔던 정유진은 대학 시절 조예원과 둘이 성적도 좋고 얼굴도 이뻐 교수님들 손에 무슨 프로젝트라도 있으면 바로 두 사람에게 맡기기를 좋아했고 그 프로젝트에는 몇 명의 남자들도 있었다.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자 반에서 그녀들을 못마땅해하는 사람이 자연히 생겼고 뒤에서 두 사람을 향해 별소리를 다 해 정말 듣기 거북했다.“정유진, 조예원.”예전에 프로젝트 늘 같이하던 한 남자가 멀리서 그들을 맞이했다.“우리 학교 퀸카가 왔네? 유진이는 지금도 여전히 예쁘구나.”“예원아, 너도 꽤 잘나간다고 들었어? 어디서 뭐 하는데?”“작업실을 차렸다는 말은 들었어. 사람이 부족하지 않아? 내가 가서 아르바이트 좀 할게.”조예원은 어이가 없는 듯한 얼굴로 그들의 말에 대꾸했다.“연봉이 몇억씩이나 되는 수석디자이너를 모실만한 능력은 없네요! 내가 망하면 반장 회사에 입사지원서 넣을게. 잘 부탁해.”“알았어.”서정호 반장은 성격이 시원시원한 남자다. 정유진은 서정호가 계속 조예원에게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고
Read more

제173화

그러던 중, 항상 조예원과 티격태격 했던 사람이 찾아왔다.“정유진, 조예원 오랜만이야.”말하는 사람은 미나, 그녀의 옆에는 주민정과 나수빈이 있었다.조예원이 웃으며 인사했다.“어, 그래. 오랜만이야. 그동안 남자친구가 세 번이나 바뀌었다며?”“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어떻게 너의 그 높은 눈에 들어오겠니.”미나는 정유진의 손을 힐끗 쳐다보더니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유진아, 너 한 선배와 헤어졌다고 하던데 그 소문이 사실이야?”그 당시 그녀와 한빈이 사귀던 것은 학교 전체에 가 다 알고 있었다. 헤어진 지금, 아마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이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숨길 이유도 없었다.“응, 한빈이와 헤어졌어.”옆에 있던 두 사람도 정유진의 손에 있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발견했다. 나수빈은 경멸이 가득한 눈으로 정유진을 보고 말했다. “역시 소문이 사실이었구나. 한 선배 집이 망해서 우리 학교 퀸카가 돈 많은 남자에게 간 거. 다이아몬드 반지 꽤 비싸지? 정유진, 한빈 선배가 그동안 너에게 얼마나 잘했는데 미안하지도 않아?”순간 안색이 어두워진 정유진이 물었다.“무슨 소문?” 고개를 돌려 조예원을 바라보니 그녀는 나수빈을 밀치며 말했다.“뭘 안다고 함부로 지껄여? 참, 너도 한때 한빈 쫓아다녔는데 지금 유진이가 버렸으니까 네가 가서 대시하면 되겠네. 여기서 헛소리하지 말고.”조예원은 소문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동안 정유진이 임신한 걸 염려해 태교에 안 좋을까 봐 계속 말을 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나수빈은 속마음이 들통나자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누굴 따라다니던 너와 뭔 상관인데! 내가 누구처럼 돈에 눈이 멀어 허영심이 많은 줄 알아?”옆에 있는 미나도 한마디 보탰다.“정유진, 남자친구 왜 안 데려왔어? 같이 와서 우리에게 소개 좀 해주지. 다른 애들은 다 남자친구 데려왔잖아.”나수빈이 콧방귀를 끼며 맞장구를 쳤다.“아마 못 보여 주는 거겠지. 대머리 아저씨거나 아니면 뱃살이 가득한 아빠뻘 되는 사람인데 여기
Read more

제174화

강지현을 본 조예원은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다.“강 선생, 여긴 웬일이세요?”정유진의 뒷모습에 정신이 완전히 팔렸던 강지현은 가까스로 시선을 옮겨 조예원을 바라봤다. 그의 표정은 설렘으로 가득했다.그때 옆에 있던 도 교수가 한마디 했다.“내가 불렀는데 아는 사이였어?”조예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너무 잘 알죠. 그런데 교수님은 강 선생과 어떻게 아는 사이에요?”도 교수는 육십이 다 되어가는데 정신은 아주 좋아 보였다.그는 강지현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현이는 우리 학교 동창이야. 우리 학교 경제 관리학부에 다녔었어. 그때 나를 찾아서 상표를 설계해 달라고 했는데. 참, 그 상표 건도 너희들에게 설계해 달라고 했었잖아. 그때 너희들이 1학년이었나 2학년이었나 그랬는데... 잘 기억이 안 나네.”조예원은 도 교수가 말한 프로젝트가 어떤 것이었던지 기억하지 못했다. 대학교를 다니는 내내 도 교수님과 함께 한 프로젝트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 선생이 우리 선배였군요.”조예원은 강지현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오늘 밤 강지현은 여전히 셔츠와 코트 차림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였다.강지현이 웃으며 말했다.“나도 유진 씨와 예원 씨가 서울대 디자인학부일 줄은 몰랐어요. 아마 입학했었을 때 저는 이미 유학을 하러 갔을 거예요.”조예원은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우리 엄마가 나를 1년만 일찍 낳았더라면 학교에서 강 선생님을 만났었을 수도 있었겠네요. 경제 관리학부와 디자인학부는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자주 함께 친목회를 했다.”그때 「앨리스에게」가 멈췄고 정유진은 피아노 의자에서 일어섰다.그러자 그녀가 입고 있던 긴 치마가 흘러내려 그녀를 더 우아하게 보이게 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박수갈채를 보냈다. 강지현은 박수를 치며 그녀에게 다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만난 적 있어요. 진작에 만난 적 있어요.”목소리 톤은 낮았지만 조예원은 그 말을 똑똑히 들었다.“만났고요? 언
Read more

제175화

도 교수는 또 강지현이 그들의 상표를 디자인한 일을 언급하기 시작했다.정유진도 그때 그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왜냐면 처음으로 사례금으로 천만 원 넘게 받았기 때문이다. “2학년 때 받은 사례금 덕분에 온종일 갤러리에 틀어박혀 있어야겠다는 각오와 자신감이 생겼어요.”서정호는 웃으며 물었다.“그때 그 돈 어떻게 했어? 나는 전부 우리 어머니께 드렸어.”“엄마에게 안마의자를 사드렸어.”안마의자로 2백만 원 정도 쓰고 나머지는 모두 한빈에게 주었다.그때 한빈의 프로젝트에 돈이 부족해 그녀는 두말없이 그에게 가져다주었다.물론 나중에 한빈은 그 프로젝트로 돈을 벌었기에 전부 돌려받았다.그래서 서로 빚진 것도 없었다.강지현은 말없이 그녀의 안색을 살피며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넸다.정유진은 의아한 얼굴로 강지현에게 물었다.“강 선생, 상표는 왜 만들어요?”강지찬은 자연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친구가 만들어 달라고 해서요.”그러자 옆에 있던 서정호가 재빨리 자신의 명함을 내밀었다.“선배님, 앞으로 자주 연락해요.”강지현이 강씨 집안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서정호의 마음은 금세 활기를 띠었다.도 교수는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웃으며 말했다.“이 녀석, 요 몇 년 사이에 많이 컸네? 야심도 생기고 말이야.”강지현은 서정호의 명함을 받아 코트 주머니에 넣은 뒤 웃으며 말했다. “시간 날 때 한 번 봐요.”그들은 한동안 계속 이야기를 나눴지만 조예원은 계속 자리에 돌아오지 않았다.정유진은 강지현에게 한 마디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러자 강지현은 저도 모르게 손으로 그녀의 허리 근처에 대며 당부했다.“조심하세요. 무슨 일 있으면 전화 주시고요.”정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모습에 서정호는 순간 다른 사람들과 눈을 마주쳤고 정유진이 자리를 나서자마자 그는 바로 물었다.“선배님, 유진이 잘 아세요?”강지현은 건성으로 ‘응’이라고 대답했다.멀어지는 정유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의 기억은 점점 더 선명해지
Read more

제176화

정유진은 바깥에 있는 베란다에서 발견한 조예원을 발견했다.“왜 혼자 숨어서 술 마시고 있어?”조예원은 정유진을 돌아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안에 사람이 많아서. 서로 다 굽신거리는 얘기들뿐이라 듣다 보니 너무 짜증 났어.”그 말에 정유진이 물었다.“다들 안에서 강 선생과 인사하느라 난리인데 너는 안 들어갈 거야?”조예원은 퉁명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거길 왜 가? 며칠이면 만날 수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더 좋지. 나도 거기에 껴서 그런 사람들하고 어울리고 싶지 않아.”정유진은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긴. 도 교수님이 불렀으니까 도 교수님과도 분명 할 말이 많을 거야.”조예원은 고개를 들어 잔을 비우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7년 전 개교기념일 가면무도회에서 만난 적이 있어?”그녀의 물음에 정유진이 대답했다.“잘 기억이 안 나. 만난 적 없을걸? 그렇지 않으면 내가 기억 못 할 리가 없잖아.”강지현과 같은 잘생긴 얼굴과 아우라는 한 번 보면 분명 인상이 있을 것이다. 조예원은 더 이상 묻지 않고 대신 화제를 돌렸다.“우리 맞혀볼까? 나수빈 걔네들 지금 강지현 옆에서 알짱거리고 있을지 없을지.”정유진은 강지찬에게 전화를 걸며 말했다.“글쎄... 우리 빨리 들어가자.”조예원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네가 누구에게 전화할지 아니까 방해하지 않을게. 통화 끝나고 들어와.”한편 휴대전화 너머의 강지찬은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지겨워 미칠 지경이었다.말이 아주 많은 영감이 오후 내내 수다를 떨고 있으니 강지찬의 인내심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상대방의 호주머니에 있는 돈만 아니었더라면 그는 진작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을 것이다. 다행히 때마침 정유진의 전화가 걸려와 그는 최의현의 어깨를 툭 치며 옆에 있던 영감에게 말했다.“전 대표님. 죄송해요. 마누라가 계속 재촉하네요. 우리 최 부사장과 좀 더 마시면서 얘기 나누셔야 할 것 같아요. 그럼 저는 이만. ”말을 마친 그는 전
Read more

제177화

정유진은 전화를 끊은 뒤 강지찬에게 자신의 위치를 보냈다. 잠시 후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돌아서는 순간 강지현과 마주쳤다. “강 선생님, 왜 여기 계세요?”강지현은 웃으며 대답했다.“유진 씨는 저를 볼 때마다 이 대사를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유진 씨 앞에 나타나서 많이 놀랐나요?”“아니요. 저는 그저 쟤네들과 이야기하고 있는 줄 알았어요.”강지현이 다가와 난간에 기대어 먼 야경을 바라보며 말했다.“유진 씨와 예원 씨, 그리고 도 교수님 말고는 아무도 몰라요. 아시다시피 제가 말솜씨가 좀 없어서 사람들과 말을 잘 못 한다는 거 아시잖아요.”그 말에 정유진이 한마디 했다. “강 선생님은 말주변이 없는 게 아니라 레벨이 다른 우리 같은 속물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 것뿐이에요. 당연한 일이기도 하고요.”강지현은 처음 들어보는 이런 평가에 꽤 흥미로운 얼굴을 보였다.“유진 씨 눈에는 제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에요?”정유진은 웃으며 대답했다.“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다들 그렇게 알고 있어요. 예원이는 선생님이 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거라 했고요.”그 말에 강지현이 웃으며 대답했다.“다들 내 겉모습만 보고 그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사실 나는 그 누구보다도 더 평범하고 촌스러운 사람이에요.”정유진은 그저 강지현이 겸손해서 이런 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조예원도 강지현을 찾고 있다고 생각해 그를 보며 말했다. “저희 들어가요. 안 들어가면 예원이가 또 찾을 거예요.”하지만 강지현은 꿈쩍도 하지 않은 채 난간에 두 팔을 걸치고 정유진을 바라보았다.정유진도 그만 남겨두고 떠나기 난감했다. 그때 강지현이 물었다.“우리 형님하고 약혼하신 건 아이 때문이에요?”정유진은 강지현이 갑자기 이런 것을 물어볼 줄 몰랐다.사실 이것은 조예원도 물어봤고 이명자도 그녀에게 물어봤었다.그리고 그에 대한 정유진의 대답은 늘 한결같았다.“맞아요.”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저야말로 진정한 속물이죠. 지찬 씨가 돈도 있고 능력도
Read more

제178화

강지찬은 장형준과 함께 꽤 빨리 이곳에 도착했다.검은 정장을 입고 셔츠 깃을 열어젖힌 강지찬은 구릿빛 가슴을 살짝 드러내 패기 넘치면서도 야성이 있어 보였다.차가운 목소리와 더욱 차가워 보이는 얼굴, 그리고 그의 날렵한 턱선을 자랑하는 훤칠한 외모의 강지찬은 정유진을 뚫어지게 바라보았고 당장이라도 그녀를 삼켜버릴 것 같았다. 강지찬이 화난 이유가 아마 이곳에 강지현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정유진도 알고 있었지만 이게 그녀 탓은 아니지 않은가?“유진아, 저 잘생긴 남자는 누구야?”정유진이 일어서자 강지찬이 다가와 강제로 그녀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저는 유진 씨 약혼자예요.”화난 얼굴을 하고 있는 이 남자는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아마 와이프의 간통죄 현장을 잡으러 온 것 같았다.정유진은 그를 밀치며 놓으라는 듯 행동했지만 강지찬은 그녀를 뚫어지게 노려보며 나지막이 경고했다.“각오해,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두 사람의 대화에 주위 사람들은 의아한 얼굴이었다. 정유진이 주눅 든 채 가만히 있었기 때문에...나수빈은 깜짝 놀라 말했다. “유진아, 너의 약혼자가 강씨 집안 사람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건 또 어디서 나타난 상남자야?”강지현의 무덤덤한 표정을 본 미나도 한마디 물었다.“유진아, 설마 양다리를 걸쳤던 거야?”조예원은 여유롭게 술을 마시며 말했다.“밖에 바람이 많이 부는데 그 입 좀 관리하는 게 어때? 괜히 혀 잘릴라.”강지찬은 정유진을 흘겨보며 말했다.“상남자? 양다리? 다른 한 놈은 어디 있는데?”그때 강지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강지찬을 불렀다.“형.”그 사이 정유진은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내 약혼자 강지찬 씨야.”그리고 이내 강지현과 조예원을 보며 말을 이었다.“우리 먼저 갈게요. 강 선생님, 예원이가 술 많이 마셨으니 이따가 배웅해 주세요.”조예원은 그들을 등진 채 손만 흔들었고 강지현은 정유진의 말에 한마디 대꾸했다.“알겠어요.”그리고 정유진과 강지찬은 도 교수와 서정호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
Read more

제179화

정유진이 돌아간 후 조예원은 그 안에서 한동안 즐기다가 자리를 떠났다. 만날 때마다 티격태격하는 그 세 명의 여자들 말고는 조예원의 이런 성격은 반에서 꽤 인기가 많다.그녀는 끝까지 그들과 함께했고 결국 마지막에 취한 사람은 강지현이었다.서정호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우리가 술을 별로 권하지도 않았어. 강 선배도 얼마 안 마셨는데 이렇게 취하네...”몇몇 친구들의 도움으로 강지현은 가까스로 조예원의 차에 타자 강지현은 친구들에게 한마디 했다.“강 선생님이 몸이 안 좋아서 평소에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것 같아.”서정호는 조예원을 보며 물었다.“예원아, 내가 도와줄까?”조예원은 강지현의 차 열쇠를 대리운전 기사에게 주었고 자신의 차 열쇠도 다른 대리운전 기사에게 주며 서정호에게 말했다.“괜찮아, 강 선생도 우리 스튜디오 고객이야. 내가 바래다주면 돼.”이번에도 그녀는 서정호를 거절했다. 서정호는 멋쩍은 듯 허허 웃더니 이내 화제를 돌렸다.“오늘은 강 대표가 한턱낸 거니까 네가 우리를 대신해서 감사 인사 전해줘. 나중에 또 시간이 나면 다시 모이자.”조예원은 다시 모이자는 제안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나중에 다시 얘기해.”그녀는 강지현을 그녀의 집으로 데려갔고 두 명의 대리운전기사가 그녀를 도와 침대 위로 눕혔다.대리비용을 건네고 기사들을 보낸 조예원은 문 앞에 잠시 서 있다가 용기를 내어 침실로 들어갔다.강지현은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조예원은 그를 도와 신발과 코트를 벗겼다.그의 셔츠 단추에 손을 댄 조예원은 순간 망설여졌다.강지현은 워낙 마른 체형인 데다가 키까지 커서 정말 긴 막대기 같았다. 만약 이 남자와 자버리면...여기까지 생각한 조예원은 다시 손을 움츠렸고 채 끝내 셔츠에 손을 대지 않고 이불을 잡아당겨 그에게 덮어줬다.그녀는 정유진이 전에 살던 방에 들어가서 잤다.다음날 일어났을 때 강지현은 이미 떠났다.문에는 포스트잇 한 장이 붙여져 있었는데 그 위에 네 글자가 쓰여 있었
Read more

제180

회의가 끝난 후 강지현은 강지찬의 사무실로 갔다.강지찬은 그의 손에 든 서류를 힐끗 보며 물었다.“무슨 일이야?”강지현은 서류를 펼쳐 강지찬에게 내밀며 말했다.“이 돈은 결제할 수 없을 것 같아요.”강지찬이 살펴보니 서류에 빨간 펜으로 체크된 항목이 있었고 그것은 강원훈이 청구한 업무비용이었다.강지현이 알고 있는 계좌 리스트는 이미 각급 품의를 거쳤고 재무와 업무를 총괄하는 최의현도 모두 서명을 한 상태였다.“강 부장 의견은 뭔데?”강지찬이 물었다.사실 이 리스트에 있는 돈은 적은 편이 아니었다. 4천만 원 정도 되는 금액을 다른 사람은 몰라도 회사에 취직했지만 일을 안 하고 아무런 실권이 없는 강원훈이 이런 비용을 청구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은 아빠 오늘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청구한 업무비용이 프로젝트 매니저나 대표님보다 더 많아요. 지난달에는 3천6백만 원, 이번 달에는 5천 6백만 원이에요. 저는 이게 너무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요.”강지찬은 그를 쳐다보면서 말했다.“그럼 왜 지난달에는 말하지 않았어?”“지난달에 재무팀 일을 인수인계 받은지 얼마 되지 않아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요. 게다가 최 부사장 서명이 이미 있어서 별 생각하지 않았고요.”강지찬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사인펜을 가져다 강원훈이 요청한 업무비용에 칸을 긋고는 다시 서류를 강지현에게 던졌다.“더 할 일 있어?”강지현은 잠시 멈칫하더니 그에게 물었다.“형, 유진 씨와 올해 만난 거예요?”유진 씨, 유진 씨, 약혼자보다 더 다정하게 부르는 그의 목소리가 꽤 귀에 거슬렸다.강지찬은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너의 형수님이야.”두 사람은 몇 초 동안 서로 눈을 마주쳤고 잠시 후 강지현은 아무 말 없이 서류를 가지고 대표실을 나갔다.최의현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차에 강지현이 나오는 바람에 두 사람이 바로 마주치게 되었다.“하하, 강 부장이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셨어요?”강지현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이고는 그냥 가버렸다.최의
Read more
PREV
1
...
1617181920
...
93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