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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해서 결혼했어요의 모든 챕터: 챕터 671 - 챕터 680

927 챕터

제671화

강지찬과 정유진도 얼마 안 돼 병원에 도착했다. 그들은 강지아가 아무 일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강지찬은 경찰청으로 발길을 옮겼고 정유진은 병원에 남아 병간호를 하기로 했다. “저 괜찮아요. 후유증도 없고, 당장 퇴원할 수 있어요.”강지아는 마음이 아주 불편했다. 특히 온유한과 주유정이 같이 있으니 더욱 어색하고 짜증 났다. 어젯밤 일은 어찌 됐든 좋은 일이 아니었고, 말을 꺼내기가 민망했다. 중요한 것은 주유정과 온유한에게 딱 발견되었으니 정말 생각만 해도 벽에 부딪혀 이 자리에서 사라지고 싶었다. 강지아는 정유진의 팔을 잡고 애교를 부렸다. “언니, 저 퇴원하고 싶어요.”정유진은 냉정하게 거절했다. “아직 안돼, 검사결과가 나온 뒤에 결정하자.”정유진은 강지아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온유한과 주유정에게 말했다. “온 선생님과 주유정 씨도 얼른 일 보세요. 제가 지아와 같이 있으면 돼요. 그리고 어젯밤에 정말 고마웠어요.”“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온유한은 더는 입을 열지 않고 강지아를 힐끔 쳐다보고 주유정과 함께 병실을 떠났다. 그들이 떠나자 강지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 온 선생님께서 병간호를 해주셨던 거야?”정유진이 강지아에게 물었다. “맞아요.”강지아는 무릎을 끌어안고 웅크린 채 대답했다. “저를 동생이라고 생각하니까 오빠라는 사람이 저를 혼자 놓아둘 수 없었나 봐요.”“온 선생님과 주유정 씨 아직 사귀지 않았다는데 정말 손 놓을 생각이야? 더 노력해볼 생각 없어?”“?”“좋으면 쫓아가야지 무서워하지 말고.”강지아는 전혀 용기를 내지 못했다. “저 못해요.”정유진은 강지아에게 강요할 생각이 없었기에 더는 설득하지 않았다. 얼마 뒤 화령이 찾아왔길래 강지아는 정유진에게 인터뷰에 관해 물었다. 정유진은 강지아의 부탁 때문에 화령에게 인터뷰를 두 시간 내주겠다고 약속하고 화령더러 임우연과 일정을 맞추라고 했다. 화령은 성공적인 섭외에 너무 기뻐 날아갈 것 같았다. 검사결과 두 사람 모두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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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2화

“그 집 어머니가 나를 찾아와서는 너를 못마땅하게 여겨서 온 씨 집안의 며느리로 삼을 생각이 없다고 하더라.”강홍식은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현재 강씨 가문의 지위로 그가 밖에서 돌아다니면 아첨하려 들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최신애에게 체면이 구겨진 것 같아 화를 가라앉히기 힘들었다. 강홍식은 강지아에게 엄격히 경고했다. “다시는 온유한 그 자식이랑 만나지 마. 그러지 않으면 너에게 소개팅을 시켜줄 거다.”강지아는 온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뭐라고요? 아주머니께서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어요?”“그래, 내가 설마 거짓말하겠냐?”“그 온유한 이라는 자식 이제 서른두 살이 되는데 너를 마음에 두고 있다면 진작에 말했을 것이다. 그 집 어머니가 이미 눈 여겨둔 며느리감이 있으니 너더러 단념하라고 말하더라.”강지아는 강홍식의 말에 충격을 받고 멍하니 서 있었다. 상냥하고 단아한 모습, 그녀를 보면서 항상 웃는 모습이 너무나 다정했고, 그와 같은 딸을 원한다는 말을 수없이 해온 아주머니가 “단념하라”는 말을 내뱉을 줄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강지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 것을 보고 정유진이 더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르신, 저희는 지아의 가족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우리는 지아의 편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온 씨 가문은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합니까? 강지아가 온유한과 사귀었나요, 아니면 그에게 매달렸나요? 온 부인은 무엇 때문에 우리 지아를 업신여기시는 건데요?”강홍식은 정유진의 반박에 말문이 막혀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정유진도 강홍식을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는 이런 집안에서만 난폭한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강 씨 온 씨 양가는 대대로 친분이 있었고 강지아의 상황은 최신애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강지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무슨 자격으로 강 씨 가문과 지아를 비난하는 것인가? 심지어 강지아와 온유한은 사귄 적이 없다. 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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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3화

강지아는 자신을 한참 깎아내리다가 말할수록 더 기운이 빠졌다.온유한의 눈에 주유정은 분명히 자신감 있고 당당하며 능력도 있는 여자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제멋대로인 어린애에 불과했다.“네가 유정 씨보다 못하다고 누가 그래?”정유진이 웃으며 말했다. “지아 넌 유정 씨보다 몇 살 어리잖아. 난 유정 씨도 지아 네 나이 때는 그저 걱정 없이 살던 소녀였을 거라고 생각해. 나도 네 나이 때 창업을 시작했어. 계약을 따내기 위해 낮에는 밖에서 영업 뛰고 밤에는 야근하면서 도면을 그렸지.”“그건 언니가 능력이 있으니까 성공한 거죠.”“물론 나는 성공할 거라고 믿었어. 하지만 네 오빠가 없었더라면 지금처럼 성공하지 못했을 거야. 노력도 중요하지만 네 오빠가 나한테 제공해준 조건들이 더 큰 보상을 가져다준 거야.”정유진은 기회를 틈타 말했다. “너도 그 사람의 여동생이잖아. 너도 그 조건들을 가지고 있어. 왜 한 번 시도해 보지 않겠니? 유정 씨는 서른에 자신의 스튜디오를 차렸고, 넌 스물셋에 벌써 네 스튜디오를 열었잖아. 어디가 부족하다는 거니?”강지아는 눈을 크게 떴다. “그렇게도 할 수 있어요?”정유진은 웃었다. “그럼, 왜 안 돼? 설마 우리의 도움 없이 처음부터 시작할 거야? 지아야, 강씨 가문과 네 오빠도 너의 큰 장점이란 걸 알아야 해.”강지아의 마음이 서서히 따뜻해졌다.‘그래, 왜 과거에 매달려 자책하고 있었던 걸까? 더 멋지게 살 수 있지 않나?’주유정이 귀국해서 스튜디오를 차린 것도 주씨 가문의 도움과 인맥이 필요했을 것이다.그렇다면 자신은 왜 안 된단 말인가?“언니, 사랑해요!” 강지아는 정유진을 끌어안고는 볼에 큰 키스를 한 후 바람같이 계단을 올라갔다. “언니, 저 나가야 해요. 저녁엔 안 들어와요!”“또 어디 가서 사고치려고?” 강지찬은 얼굴이 어두웠다.집에 들어서자마자 강지아가 자기 아내를 껴안고 뽀뽀하는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어젯밤 일도 아직 정리하지 못했는데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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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4화

최신애는 소파에 단정히 앉아 있었는데 눈빛이 엄중했다.“그러니까 강지아가 정말로 그런 저질스러운 곳에 갔고, 물에 뭔가 섞인 걸 먹었다는 거야? 명문가의 아가씨가 자존심도 자애심도 없군!”온유한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주머니, 그건 전형적인 피해자 비난이에요. 범죄를 저지른 건 지아가 아니잖아요.”옆에 있던 주유정이 머쓱해지며 해명했다.“그 술집은 작년에 막 문을 연 곳인데 정말 인기 많아요. 평소에도 깨끗하고요. 저도 귀국한 후에 유한이랑 한 번 가봤는데 그때도 지아 씨가 거기서 춤을 추고 있었어요. 평소엔 아무 문제 없었거든요.”“술집에서 춤까지 춘다고?” 최신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런 곳에서 춤을 춘다고? 도대체 그 애는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보아하니 자주 가는 곳이겠구나. 너희가 가선 괜찮았는데 왜 하필 그 애만 그런 일이 생겼지?”“아주머니, 그게 아니에요...”“편 들어 줄 필요 없어. 그 애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의 가르침을 받지 못했으니 이런 행동을 하는 것도 당연하지.”온유한은 참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 그런 건 어른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이에요.”아들이 반박했지만 최신애는 화를 내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어제 강홍식을 만났는데 강지아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나눴어. 원래 이렇게까지 얘기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어젯밤 일을 겪고 나니 그때 좀 더 분명하게 말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드네.”온유한의 눈빛이 깊어졌다. “무슨 얘길 하셨어요?”최신애는 담담히 대답했다. “별건 아니고, 내가 생각하는 며느리 후보가 따로 있다는 걸 강홍식에게 살짝 암시했지.”온유한은 벌떡 일어나 어머니를 똑바로 쳐다보았다.“어떻게 강씨 집안에 그런 얘길 할 수 있어요? 저랑 지아가 사귀기라도 했어요? 아니면 뭐 결혼이라도 하기로 했어요? 왜 굳이 남의 집 딸을 모욕하세요?”“그렇게 흥분할 일이야?” 최신애는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네 태도를 보니까 마음에 꺼리는 게 있나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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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5화

두 남자는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다가 결국 서원준이 먼저 물러섰다.“내일 출근해야 하니까 다음에 시간 내서 같이 한잔할까요?”온유한은 냉랭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서원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떠나갔다. 돌아서는 순간 서원준의 입가엔 가벼운 비웃음이 스쳤다.오늘의 강지아는 평소와 달랐다. 아침에는 차갑게 굴더니 오후에는 행사에 가자는 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내내 즐거워하는 듯 보였다. 마치 무언가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듯했다.서원준은 그 내려놓은 것이 온유한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온유한이 집에 돌아왔을 때 발코니에서 강지아가 이미 집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옆집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를 어렴풋이 들을 수 있었다.강홍식의 성격과 강지아에 대한 태도를 보면 어제 그렇게 큰 망신을 당했으니 분명 강지아에게 화를 냈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의 강지아의 상태는 전혀 예상과 다르다.온유한은 강지아의 속마음을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안경을 벗고 눈가를 주무르며 당장이라도 찾아가서 물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강지아는 매우 들뜬 상태였다. 화장을 지우고 샤워를 마친 후 컴퓨터 앞에 앉아 자신의 작업실 디자인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이제 확실히 마음을 먹었다. 작업실을 빨리 시작해야겠다고.밤을 꼬박 새며 작업하다 결국 피곤해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허리는 뻐근했고 목은 나무토막처럼 뻣뻣했다.‘차라리 새언니를 불러볼까?'‘안 돼, 스스로 해야지.'배가 고파 슬리퍼를 질질 끌며 문을 열어보니 예상대로 문손잡이에 아침이 걸려 있었다. 오늘 아침은 다른 가게에서 온 것 같은데 맛도 꽤 괜찮았다. 식사를 마치고 침대로 가서 반나절을 깊이 잤다.한창 자고 있던 중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깼다.서원준이었는데 그의 목소리는 힘이 없는 듯했다. “바보야, 병문안 좀 와.”강지아는 눈을 감은 채 말했다. “누구 병문안을...”“나, 사고 나서 지금 병원에 누워 있어.”“...”서원준은 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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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6화

꽃을 꽂고 있던 강지아는 문 쪽을 등지고 있었기 때문에 온유한이 들어오는 걸 보지 못했다.늘 하던 대로 서원준에게 말했다. “진짜 주책이야, 누가 그쪽 마누라라는 거예요?”서원준은 온유한을 힐끗 보며 웃었다. “날 챙겨주면 그 사람이 내 마누라지.”강지아의 꽃꽂이 솜씨는 형편없었고 인내심도 부족했다. 꽃을 다 뽑아서 그냥 대충 꽃병에 꽂고는 끝냈다. 손을 털고 돌아서며 서원준에게 한마디 더 하려고 했는데 온유한을 보고 멈칫했다.온유한은 아예 문을 열고 들어와 서원준에게 말했다. “다쳤다고 해서 와봤어요.”“고마워요.” 서원준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강지아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곧 과일 바구니를 풀기 시작했다.온유한은 병상 옆에 다가가 습관처럼 침대 머리에 걸린 병력 카드를 뒤적였다. 외상이 전부여서 그저 잘 쉬기만 하면 됐다. 그는 병력 카드를 다시 걸어놓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른 환자가 있어서 이만 가볼게요. 푹 쉬어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 병실을 나갔다.강지아는 과일을 씻고 나서 과일 칼을 들어 사과를 깎기 시작했다.“바보, 두 사람 싸웠어?”“싸우긴 뭘요, 싸울 수 있으면 오히려 다행이죠.”서원준은 그녀가 사과를 깎는 모습을 보면서 칼을 한번 내리자마자 사과 반쪽이 사라지는 걸 보고 입 꼬리를 씰룩거렸다.“그 사람 좋아하지 마. 보는 것만으로도 지루하잖아.” 서원준은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남자친구 소개해줄까?”“누군데요?”“나지!” 서원준의 잘생긴 눈에는 장난스러운 미소가 가득했다. “네가 내 여자 친구 해주면 이제부터는 널 ‘바보’라고 부르는 대신 ‘자기야’라고 부를게. 어때?”강지아는 눈을 굴리며 말했다. “유치해요.”그녀는 얼마 남지 않은 사과를 서원준의 입에 쑤셔 넣으며 말했다. “생애 처음으로 깎은 사과예요. 그걸로 만족해요.”그 말에는 묘한 힘이 있었는지 밤새 잠을 못 잤던 서원준은 사과를 먹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강지아는 그대로 갈 수 없어서 휴대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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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7화

“뭐야? 방금 온 교수님이 벽 치기하는 거야? 너무 자극적이다!”“우리 병원 최고의 미남이 드디어 강지아 씨랑 이어졌나 보네?”“너무 답답해서 내가 나서서 밀어주고 싶었는데 다행히 온 교수님이 먼저 나섰네.”“여자는 돈 많고 남자는 외모가 훤칠해!”밖에서는 간호사들이 하나같이 들뜬 목소리로 떠들었지만 휴게실 안의 두 사람은 그저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창가의 테이블 위에는 이미 몇 개의 도시락이 놓여 있었다. 온유한이 진짜로 강지아를 밥 먹이려고 부른 것이었다.하지만 강지아는 도저히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 그녀는 최신애가 저지른 일을 온유한에게 화풀이하지 않으려 최대한 애썼지만 그가 자꾸만 그녀에게 다가올 때마다 마음속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밥 먹어. 밥 먹는다고 네가 환자를 돌보는 데 지장 있진 않잖아.” 온유한은 흰 가운을 벗었는데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얼굴이었다.강지아는 억지로 참으며 말했다. “오빠, 나 이제 다 컸어. 오빠가 진짜 내 친오빠처럼 이래저래 간섭할 필요는 없어. 사람들이 오해한단 말이야. 밥 같은 건 배고프면 알아서 먹을 수 있다고.”온유한은 옷을 걸던 손이 잠시 멈췄다.그는 확신했다. 최신애가 한 일을 강지아가 이미 알고 있다는 걸.하지만 잠깐 멈췄을 뿐, 그는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다시 다가와 강지아의 팔을 잡고 그녀를 의자에 앉혔다.“밥 먹어.”“...”‘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거야?’온유한은 젓가락을 집어 그녀의 손에 억지로 쥐어 주었다.바로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온유한이 대답하기도 전에 휴게실 문이 열리더니 주유정이 들어왔다.강지아를 본 주유정은 순간 당황하며 문 앞에 멈춰 섰다.“지아 씨도 있었어요? 아, 미안해요. 두 사람 이미 밥 먹고 있었네요.”“나 원래 유한이 너랑 같이 나가서 먹자고 했는데.”강지아는 ‘탁’ 소리를 내며 젓가락을 내려놓고 차갑게 온유한을 한 번 노려보고는 벌떡 일어나 나가버렸다.이번엔 온유한이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지아, 너...”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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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8화

저녁시간이 되어 강지아는 병원 밖에서 저녁 두 세트를 사왔다.그녀가 도시락을 들고 들어오자 서원준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난 네가 나 혼자 두고 도망간 줄 알았는데, 양심은 있네.”강지아는 기운 없이 말했다. “원준 씨한테 아침 많이 얻어먹었으니 갚아야죠.”“무슨 아침...” 서원준은 말끝을 흐리며 다음 말을 삼켰다.“일어날 수 있어요?” 강지아는 병간호를 해본 적이 없어 아무것도 몰랐다.서원준이 침대 머리를 가리켰다. “저쪽에 버튼 있어. 그거 눌러서 침대 머리 올리면 돼.”서원준의 상반신은 고정되어 있었지만 하반신은 움직일 수 있었다.“먼저 와서 나 좀 일으켜 줘. 화장실 좀 가게.”강지아는 ‘말도 안 돼' 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것까지 내가 해야 해요?”“그럼 누구한테 말해? 조금만 움직여도 아파 죽겠는데 네가 안 도와주면 어쩌라고. 병간호할 줄 몰라?”“...간병인 부를게요.”서원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난 네가 나 화장실에 가게 도와달라는 거지, 다른 걸 도와달라는 건 아니야. 뭐가 그렇게 부끄러워?”‘이 무례한 자식!’강지아는 서원준을 화장실 앞까지 데려다주고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나머지는 혼자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사실 서원준은 혼자서 걸을 수 있었으니 더는 강지아를 귀찮게 하지 않았다.저녁을 먹고 나서 서원준은 강지아가 병원에서 밤을 새지 않게 하려고 그녀를 돌려보냈다.병원이 준비해 준 전담 간병인이 있어서 사실 강지아가 굳이 병실에 남을 필요는 없었다.강지아가 떠난 후 온유한이 다시 병실을 찾았다.“지아 찾는 거예요? 이미 집에 갔어요.” 서원준이 온유한을 보며 말했다.온유한은 문가에 서서 병실으로 들어오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푹 쉬어요.”서원준은 닫히는 문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강지아가 먹은 아침은 분명 온유한이 가져온 것이었다. ‘온유한, 도대체 뭘 꾸미고 있는 걸까?’강지아가 본가에 돌아왔을 때 그녀는 집 안의 상황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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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9화

결국 강지찬은 강원훈을 만나러 갔다.경찰 쪽에서 따로 그에게 연락을 해왔다. 강지찬을 만나지 못하면 강원훈은 조사에 협조하지도 않고 변호사도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일이 진행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며칠 만에 본 강원훈은 한층 더 늙어 보였다. 수염도 깎지 않았고 다크서클이 심했지만 강지찬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여전히 검고 깊었다.강홍식 삼형제 중에서도 강원훈이 가장 잘생긴 사람이었고 젊었을 때는 마치 요괴처럼 매혹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늙어버린 모습에 강지찬은 잠시 멍해졌다.“왔니?”강지찬은 그와 마주 앉으며 말했다. “꼭 절 만나야 한다고 했다던데, 무슨 일이세요?”“별일 아니야. 그저 축하하려고. 이제 강씨 가문엔 너 혼자 남았잖아.”강지찬은 턱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할아버지가 강씨 가문을 제 손에 넘기고, 저를 이 집안의 주인으로 만들었을 때부터 가문이 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나머지 분은 다르게 생각했나 봅니다.”강원훈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가 억울한 거지. 왜 하필 손자 세대가 집안을 물려받게 됐는지 말이야. 아들이 셋이나 멀쩡히 있는데.”강지찬은 냉정하게 대꾸했다. “그건 당신 어머니에게 물어보는 게 좋겠습니다.”강원훈의 얼굴이 굳었다.그는 평생 동안 누군가가 자신의 어머니와 출생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강지찬도 이전에는 절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대놓고 그의 얼굴에 들이밀었다.“뭐가 그리 잘났다고? 너도 그냥 좋은 집안에 태어난 거잖아.”“네, 태어나는 것도 능력이니까요. 다음 생엔 운 좋길 바래요.”“...”강지찬은 강원훈이 자신을 만나려 한 이유를 이미 알았기에 더 이상 말을 섞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잠깐.”강지찬은 그를 내려다보며 그가 말하기를 기다렸다.“지금 너한테 아무리 부탁해도 소용없다는 건 알아. 하지만 한 가지는 말해두고 싶다. 내 아내와 아이들은 아무 죄가 없어. 내가 한 짓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강지찬의 눈빛이 깊어졌다. “전 당신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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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0화

임미연은 겁에 질린 듯, 온몸이 흔들리고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 보였다.“언니가 나를 싫어하는 거 알아요. 하지만 내 뱃속의 아이는 아무 죄도 없어요. 나 정말 무서워요.”“그럼 지찬 씨를 찾아가요.” 정유진이 말했다.“누군가 제 아이를 이용하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찬 오빠한테는 못 가고, 언니한테 왔어요.”임미연은 정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둘 다 여자잖아요. 언니도 한 아이 엄마니까 절 그냥 두지 않을 거라고 믿어요.”정유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날 의심하는 거예요?”임미연은 정면으로 대답하지 않고 시선을 피했다. 그녀는 분명 정유진이 사람을 보내 자신을 감시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정유진은 어이가 없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이지?’“난 그렇게 한가하지 않아요. 당신 뱃속 아이에도 관심 없고요.” 정유진이 말했다. “그 사람들은 나와 상관없어요.”임미연은 배를 움켜쥐며 말했다. “언니가 인정하지 않을 줄 알았어요. 언니 외에 누가 이 아이를 신경 쓰겠어요? 언니는 이 아이가 태어나면 언니 딸의 자리가 위태로워질까 봐 걱정하는 거잖아요.”정유진은 임미연을 바라보았다. 이제 강원훈이 감옥에 들어간 마당에 이 아이의 아버지가 누군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원래는 굳이 이 문제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지만 더 이상은 침묵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임미연에게 더는 신경 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입을 열려는 순간 문 밖에서 여러 여자가 우르르 들어왔다.정유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임미연이 또 그녀의 고모 가족을 데리고 온 것이다.“준비를 잘하고 왔나 보네요.” 정유진은 약간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임미연은 마치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듯 가슴을 펴며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우고 자신감을 되찾았다. “언니, 날 탓하지 말아요. 나도 내 몸을 지켜야 하니까요.” 그녀는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그러고는 돌아서서 그들에게 달려갔다. “여러분, 와주셨네요.”네 명의 여자가 임미연을 둘러싸고 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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