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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천억대 몸값 비서님: Chapter 891 - Chapter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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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1화

연재준이 완벽하게 맞는 예복을 입고 나타나자 유월영은 자신이 지난 3년간 명품 라인의 책임자로서 헛되이 일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수많은 명품 브랜드의 복장을 다뤄본 경험 덕분에 그녀는 사이즈 감각을 키울 수 있었고 특히 최근 일주일 동안 연재준과 붙어 지내면서 그의 사이즈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신랑과 신부가 하도 울어서 눈이 토끼 눈처럼 빨개진 것이었다.다행히 조서희가 자신의 안약을 꺼내며 말했다.“자, 자, 이거 조금만 넣어. 충혈된 눈이 바로 가라앉을 거야. 내가 쓰려고 가져온 건데 이렇게 쓰이네!”시원한 안약 덕분에 충혈된 눈이 빠르게 가라앉았다.“완벽해! 이제 됐어!”유월영과 연재준이 함께 계단을 내려갔고 거실에서는 연회 부인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이 인사를 올리자 연회 부인이 연재준을 보고 말했다.“나는 너를 본 적이 없지만 너의 아버지는 잘 알아.”“연 회장도 원래 괜찮은 사람이었는데 미련을 못 버리다 결국 잘못된 길을 갔어. 하지만 이제 그분도 세상을 떴고 다 지나간 일이야.”연재준은 눈앞의 연회 부인이 바로 고해양의 부인인 걸 알아봤다.그의 아버지 연민철이 위독하여 침대에 누워있을 때 연재준은 아버지와 고해양 사이에 얽혔던 과거를 알게 되었다. 연회 부인은 연민철 대신 고해양을 선택했고 그 때문에 연민철은 평생 고해양을 증오했고 고씨 가문에 집착했다.연재준이 입을 열었다.“저의 아버지 대신해 사과드립니다.”연회 부인이 진지하게 대답했다.“연 회장을 대신해 사과할 필요 없단다. 하지만 네가 민서에게 잘못한다면 백번 사과해도 나는 용서하지 않을 거야! 알겠지? 나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사람 하나 감쪽같이 없애는 건 일도 아니지.”연재준이 차분하게 대답했다.“절대로 월영이 한테 상처 주지 않을 겁니다.”결혼하고 나서 딸을 자주 볼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연회 부인은 눈시울을 붉히면서 유월영의 손을 만지작거렸다.“그래. 어서 가봐.”두 사람이 손을 잡고 문을 나설 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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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2화

결혼식에는 프랑스 국립교향악단이 초청되어 연주하고 있었고 신부가 무대에 올라설 때 ‘time’의 선율이 연회장 전체를 감쌌다.이 곡은 유월영이 고른 것이었다. 결혼식 음악으로는 다소 경쾌하지 않지만 그녀와 연재준의 추억이 담긴 특별한 곡이었다.고등학교 시절, 그녀는 우연히 피아노실 앞을 지나가다가 ‘time’을 들었고 그때 그 곡을 연주한 사람이 바로 연재준이였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그의 연주를 칭찬했었다.유월영은 음악에 맞춰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드레스 자락이 그녀의 걸음에 맞춰 가볍게 흔들리며 마치 부드러운 달빛처럼 연회장의 모든 곳을 비추었다.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고 눈에는 빛이 반짝이였다.모든 하객들의 시선은 약속이나 한 듯 신부에게 집중되었고 그녀가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자 객석에서는 축복의 박수가 울려 퍼졌다.연재준은 원래 무대의 끝에서 신부를 기다리고 있었으나 유월영이 점점 다가오자 사회자의 말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신부에게 다가갔다.몇 년 전, 매번 유월영이 그를 향해 달려갔었지만 3년 후, 이제는 매번 연재준이 그녀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이 결혼식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모든 일에서 그는 항상 그녀에게 먼저 다가갈 것이다.“월영아.”연재준이 다정하게 이름을 부르자 유월영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음악에 맞춰 사회자에게 다가가 서약을 약속했다.가난하거나 부유하거나, 병들거나 건강하든, 그들은 함께 손을 잡고 절대 헤어지지 않으며 죽음만이 그들을 갈라놓을 것이라고.연회장의 한구석에서 한 남자가 평온한 얼굴로 결혼식 무대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박수가 울려 퍼지며 신랑은 신부에게 에로스 반지를 끼워주었고 신부는 눈물을 흘리며 그를 껴안았다.“1호 신랑분.”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현시우는 몸을 돌렸다.“1호라니?”신연우는 칵테일 한 잔을 그에게 건네며 말했다.“탈락한 1호 신랑.”그가 자신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이어 말했다.“탈락한 2호 신랑.”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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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3화

신연우가 그 앞에서 상자를 열어봤지만 현시우는 신경 쓰지 않았다.“수고해 줘.”신연우가 낮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이 사람 진짜...”잠깐 신랑이 되어본 신연우도 마음이 좋지 않은데 하물며 몇 년간 약혼했던 사람은 더욱 마음이 좋지 않으리라.결혼식을 눈앞에 두고 모든 게 뒤바뀌었다.현시우의 마음속 생각은 오직 그 자신만이 알고 있었고 아무도 그가 앞으로 유월영과 어떤 신분으로, 또 어떤 상태로 만날지 알 수 없었다.유월영은 어느새 한복으로 갈아입고 하객들에게 인사하고 있었다.비단 같은 소재의 연분홍색 저고리의 소매와 끝단에 금박으로 된 연꽃이 수놓아 있었고 넓고 풍성한 치마는 부드럽게 퍼져 실루엣을 연출했다. 긴 머리는 정교하게 올려 묶여 비녀가 비스듬히 꽂혀 있었고 노리개는 전통 매듭으로 제작되어 술이 가볍게 흔들리며 우아한 느낌을 자아냈다. 연재준의 한복도 유월영의 의상에 맞춰 제작되었다. 연하늘색 저고리의 소매 끝과 깃 부분에 금박으로 된 전통 무늬가 섬세하게 새겨져 있었고 걸을 때 자연스럽게 퍼지는 연한 아이보리색 바지는 단정하고 고급스러움을 더했다.두 사람은 테이블을 돌며 하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신연우가 있는 테이블에 다다르자 유월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신 교수님.”신연우가 자연스럽게 두 사람과 잔을 부딪치며 말했다.“결혼 축하해요.”신랑, 신부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고마워요.”잔을 비우고 나서 신연우는 테이블 위에 놓인 술병을 다시 들어 그의 잔을 가득 채우며 말했다. “연 대표님. 저랑 한 잔 더 하시죠? 제가 그럴 자격 된다고 생각하는데요.”연재준이 신부를 빼앗은 데는 신연우의 도발이 있었기 때문이다.연재준은 순순히 뒤에 있는 웨이터가 들고 온 술병을 가져와 술잔을 가득 채웠다.“그럼요. 신 교수님, 감사해요.”연재준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신연우는 그와 잔을 부딪치고 술잔을 단숨에 비웠다. 그리고 다시 유월영을 바라보며 작은 상자를 꺼내서 연재준 앞에서 그녀에게 건넸다.“이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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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4화

연재준과 유월영이 테이블에 다가오자 이혁재가 호기심 어린 눈길로 물었다.“재준아, 잔에 있는 건 음료수야?”연재준이 술을 마실 수 없는 몸 상태라는 걸 주위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그래서 연재준은 음료로 술을 대신했고 잔을 들어 보이며 대답했다.“탄산수야.”유월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건 술이에요.”그녀는 취하고 싶을 땐 위스키 반병에도 취했지만 평소에는 주량을 가늠할 수 없었다.이혁재가 감탄했다.“역시 고 대표님이네요. 그러니까 재준아 이제는 고 대표님의 말을 잘 듣고 우리 ‘아내를 사랑하는 모임’에 가입하는 거야.”연재준이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이 모임엔 너와 나만 있는 건가?”이혁재가 서지욱의 어깨를 감싸며 대답했다.“아니, 지욱이도 있지.”서지욱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난 빼줘.”이혁재가 놀란 얼굴로 서지욱의 아내 고사연을 향해 물었다.“거절한다네요? 고사연 씨도 들었죠?”서지욱의 아내 역시 고씨였다. 그녀는 우아하고 지적인 미모의 대명사이자 수백 년 전통을 보유한 도자기 명문의 후계자였다.고사연이 여전히 미소를 띤 채 남편 서지욱을 바라보았다.다만, 고사연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녀의 미소가 더 아름다울수록 그 속에 숨겨진 의도가 더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서지욱이 급히 헛기침하고 아내를 끌어안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이 모임 이름부터가 좀 정신 상태가 안 좋아 보이지 않아?. 당신은 남편이 그런 상태가 되는 걸 원치 않겠지?”고사연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듣고 있었다.서지욱은 친구 중에서 가장 노련한 처세술을 가진 사람이었으나 아내 앞에서는 항상 쩔쩔매었다.그는 오늘 밤 소파에서 자고 싶지 않았고 귀국 후에도 딸과 떨어진 채로 별거하고 싶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그 모임에 가입하겠다고 해서야 아내의 마음을 달래는 데 성공했다.이승연은 남편을 힐끗 보고 하이힐로 그의 발을 살짝 밟았다.“이혁재, 좀 창피하게 굴지 마.”유월영은 예전에는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들인 줄 몰랐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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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5화

노현재가 씁쓸하게 웃었다.“신주시를 떠난 후 난 목표 없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그냥 북유럽으로 여행을 갔었어.”“그러다 덴마크의 작은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레온 그룹이 SAM을 인수하는 얘기를 하고 있더라고. 그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레온 그룹에 새로 부임한 고민서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지.”“그때 나는 그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냥 레온 가문과 고씨 가문이 묘하게 얽혀 있는 것 같아서 그냥 파리로 방향을 틀었던 거야. 그리고 그 고 대표라는 사람의 집 주소를 알아내서 집 앞에서 기다리다 결국 월영 씨가 집을 나오는 걸 보고서야 월영 씨가 아직 살아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렇게 곁에서 일을 도와주게 됐어.”노현재가 당시 북유럽으로 간 이유는 여행하러 간 게 아니었다.그는 유월영의 죽음에 자신이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만약 그가 그녀를 도망치게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 뒤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자책했었다.그래서 노현재는 현실에서 도피하려고 북유럽으로 갔지만 결과적으로 지금 돌아보면 너무나도 우연한 일이었다.레온 가문의 동향이 덴마크의 작은 술집까지 전해졌고 그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된 것이다.노현재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혹시 형이 사람을 시켜서 일부러 내가 월영 씨를 찾도록 유도한 거 아니야?”이 의심은 말이 안 될 것 같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애초에 유월영이 죽지 않았고 레온 가문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 연재준이 그런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그의 앞선 여러 계획을 보면 그는 정말 세심하고 철저하게 준비하는 사람임이 분명했다.연재준은 이실직고했다.“맞아.”역시나 하는 얼굴을 한 노현재를 바라보며 연재준이 이어 말했다.“나는 월영이가 생소한 레온 가문에서, 그 먼 낯선 곳에서 믿을 사람도 없이 힘들어할까 봐 걱정이었어. 그래서 네가 가서 월영이를 도와주기를 바랐던 거지.”노현재는 말문이 막혔다.“재준이 형, 형은 정말...그때 그 일은 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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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6화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연재준의 페부에 다시 은은하게 통증이 퍼져왔고 그는 기침을 참기 위해 애썼다.‘여기서 이러면 월영이가 걱정할 게 뻔해.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어떤 일이 있어도 이걸 망쳐서는 안 돼.’그는 익숙하게 호흡을 조절하며 기침을 억누른 뒤 조용히 진정했다.그때 뜸을 들이던 노현재가 이어 말했다.“그런데 검사 결과 임신이 아니었어. 그래서 샘플을 바꿀 필요도 없었고 그냥 형한테 있는 결과를 그대로 전달한 거야.”노현재는 연재준의 이글거리는 표정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하지만 월영 씨는 그 검사 결과를 믿지 못했고 여전히 자신이 임신했다고 생각했지.”연재준은 마음속으로 화를 가까스로 누르면서도 서지욱을 탓할 수 없었다.이런 중요한 얘기를 왜 끊어서 얘기하면서 사람 애간장을 태우는지 따지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저 유월영이 다시 유산의 아픔을 겪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연재준이 입을 열었다.“임신하지 않았다고 하니 다행이네.”“그냥 작은 오해였던 거야.”노현재가 느긋하게 말했다.“두 사람 사이에 오해가 워낙 많았어야지. 이런 거 하나쯤은 별일도 아니잖아.”연재준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손에 든 빈 잔을 보며 말했다.“앞으로는 이런 오해 없을 거야.”그때 복도 끝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연재준이 고개를 돌렸다. 유월영이 드레스를 들고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노현재는 손을 들어 유월영에게 인사하고 먼저 연회장으로 들어갔다.유월영이 가까이 다가와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현재 씨랑 무슨 얘기 했어요?”연재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반지를 문지르며 숨김없이 대답했다.“3년 전 그때 당신이 임신한 줄 알았다는 얘기.”유월영이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 담담하게 대답했다.“전에 유산하고 몸이 많이 약해졌었어요. 그래서 건강검진을 받았고 특히 자궁 관련 검사를 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다시는 임신하기 어렵다고 하더라고요.”연재준은 가슴이 저려왔다.그는 한숨을 쉬며 주위를 둘러본 뒤 유월영을 살짝 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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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7화

립스틱은 장미색으로 부드럽고 은은한 느낌을 주어 그녀의 의상과 잘 어울렸다.유월영이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정말 여러모로 꼼꼼하네요.”연재준이 립스틱을 자신의 주머니에 넣고 그녀의 등을 감싸안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유월영이 살짝 턱을 들어 그의 어깨에 기대며 물었다.“이번엔 또 뭐 때문에 미안한 거죠?”연재준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때, 당신 전화를 끊지 말았어야 했는데.”그가 전화를 끊지 않았다면 아마 유월영은 유산하지 않았을 것이고 두 사람의 아이는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이 이야기가 꺼내지자 유월영의 마음은 다시 무거워졌다. 어떤 일들은 시간이 지나도 절대 희미해지지 않는다.연재준은 그녀의 마음을 알아채고 가만히 그녀의 등을 따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유월영이 물었다.“그때 왜 전화를 끊었던 거예요?”연재준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그때 왜 당신 전화를 끊었는지 기억이 안 나서 3년 전에 일부러 통신사에 가서 통화 기록을 조회해 봤어. 전화를 끊은 정확한 시간을 확인하고 그날 내 일정을 확인해 보니 그날은 한 모임에 참석했더라고.”“함께 식사하던 사람들은 신혼부부였는데 자신들의 연애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떠들었어.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다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고 하면서. 당신도 알겠지만, 내 고등학교 시절은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았어.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현시우와 당신이 생각났던 거야. 그러다 당신의 전화를 받고 홧김에 전화를 끊었던 것 같아. 잘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그는 다시 한번 미안한 듯 말했다.“미안해.”유월영은 그의 설명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하지만 그녀는 연재준과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한 상태였고 그 문제를 파고드는 건 서로에게 짐이 될 뿐이었다.그래서 유월영은 그의 품을 벗어나며 말했다.“이제 그 얘기는 묻어두죠.”연재준이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그러다 유월영이 갑자기 손을 들어 그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리며 나른하게 말했다.“복잡한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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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8화

저녁의 연회는 정원 중심에 위치한 건물에서 열렸다.이곳은 레온 가문의 집주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개인 연회 장소였다.건물 주변에는 크고 작은 꽃들이 어지럽게 자리를 잡고 있었고 미풍에 실려 장미 향기가 가득 퍼졌다.정문 앞에는 거대한 분수대가 있었고 밤이 되자 베르사유 궁전을 따 디자인한 분수대가 화려한 분수 쇼를 시작했다.소리와 빛 그리고 물의 특수 효과까지 더해져 조각상은 마치 생명력을 얻은 듯 보였고 손님들은 17세기 유럽 궁전의 화려함과 웅장함을 간직한 바로크 예술의 절정기를 경험할 수 있었다.연회장 내 역시 사치와 예술이 조화를 이루었다.15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크리스탈로 만들어진 샹들리에들이 행사장을 둘러싸고 있었고 벽과 바닥은 검은색 미러 타일로 마감되어 화려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유월영과 연재준은 이 검은색과 금빛의 낭만적인 분위기 속에서 첫 춤을 추며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그 후, 자유로운 사교 시간이 이어졌다. 손님들은 편안히 자리에 앉아 음식을 즐기거나 춤을 추거나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유월영은 칵테일을 한 모금 마시고 주위를 둘러보다 연회 부인과 눈이 마주쳤다.두 사람은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시작할 때가 되었다.연회 부인은 손에 와인 한 잔을 들고 우아하게 무대 위로 올라갔다.그녀는 보라색 긴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드레스는 심플했지만 화려한 다이아몬드 장식이 어깨를 감싸며 귀부인 같은 느낌을 주었다.무대 위에 놓인 마이크를 잡고 가볍게 기침하며 손님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 후, 미소를 지으며 말을 시작했다.“안녕하세요, 여러분. 바쁜 일정을 쪼개어 이렇게 저희 가문 결혼식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여러분께 한 잔 올리겠습니다.”연회 부인은 술잔을 높이 들었고 하객들도 이에 답하며 잔을 함께 들었다.연회 부인은 품위 있게 말을 이었다.“오늘 저희가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준비한 만큼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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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9화

“그 유명한 다니엘 부인은 레온 가문의 구세주이자 귀족 사회의 전설이었지만 동시에 제 악몽이기도 합니다. 농담이 아닌, 진짜 악몽이었습니다.”연회 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그녀는 연회 부인이라는 신분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후 이렇게 진지한 적이 거의 없었다.평소 화려하고 사치스러우며 유흥에 빠져 살던 그녀였지만 이 순간만은 자신의 과거를 차근차근 풀어놓기 시작했다.“천재는 자신과 다른 사람 사이의 차이를 잘 모르죠.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같을 거라고 자기 생각을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마치 쓸모없는 사람처럼 여기면서요. 제 어머니도 그랬습니다.”“제 어머니는 타고난 ‘상업 천재'였어요. 전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었죠. 상업적 직감, 통솔 능력, 결단력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았습니다. 제 눈에는 그분보다 뛰어난 상인도 없었어요.”연회 부인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그래서 제 어머니는 제가 12살 때 옥스퍼드 사전보다 더 두꺼운 상업 이론서를 외우지 못했다고 제가 지능이 부족한 멍청이라고 생각했어요. 맙소사, 어떤 애가 12살에 그런 걸 외울 수 있겠어요? 그때 저는 글자도 제대로 읽지 못했는데 말이죠.”하객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그 전설적인 여성을 기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여성은 상업계에서 어둠처럼 군림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연회 부인은 작게 한숨을 쉬고 이어 말했다.“내 어린 시절은 그런 어머니의 분노와 경멸 속에서 보냈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런 대우를 받으면 안 됐어요.”“그래서 저는 18살 때, 어느 비 오는 밤에 짐 싸서 집을 떠났어요.”“전 한국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대학도 다니며 같은 수준의 친구들을 만나 정상적인 학습 환경을 경험했죠. 그곳에서 저는 책 읽는 게 그렇게 무서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매일 아침 기분 좋게 일어났고 심지어는 연애할 여유도 생겼죠. 가난한 남자와 함께요.”그 남자를 이야기할 때 연회 부인의 눈은 그녀 위의 크리스탈 조명보다 더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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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0화

“제가 고집을 부리자, 다니엘 부인은 제가 저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언젠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며, 그때가 돼도 자신은 한 푼도 도움을 주지 않을 거라고 매정하게 말씀하셨어요. 그리고는 저와 관계를 끊으셨죠. 저 역시 레온 가문을 완전히 떠났습니다.”다니엘 부인은 독재적이고 오만하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었다.딸이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기에, 그녀는 단호했다.“딸이 말을 듣지 않으면 내쫓는 거죠. 딸에게 굽힐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연회 부인은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그분은 틀렸습니다. 다니엘 부인이 처음으로 잘못 보신 거죠.”연회 부인의 목소리에는 강한 확신이 담겨 있었다.“그분은 제가 결혼한 남자가 단지 외모만 멀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아, 맞다, 여담이지만 고해양 씨는 정말 잘생긴 사람이었어요. 크로노스를 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두 사람은 부자지간이라기보다는 한 틀에서 찍어낸 것 같거든요.”“하지만 잘생긴 외모는 그의 장점 중 가장 사소한 부분에 불과했어요. 그는 학문에서도, 테니스에서도, 그리고 사업에서도 최고였습니다.”“맨손으로 시작해 불과 5년 만에 자신만의 회사를 창립했고, 직원 수가 100명을 넘어섰죠. 그리고 3년 뒤, 작은 회사는 해양 그룹으로 성장했습니다.”“그 후 2년이 지나자 그는 신주시를 넘어 전국적으로 가장 유명한 기업가 중 한 명이 되었고, 정부의 중대한 프로젝트도 그에게 맡겨졌습니다.”연회 부인은 자랑스러운 듯 말을 이었다.“무일푼에서 세계적으로 알려진 사람이 되기까지, 그에게는 단 10년밖에 걸리지 않았어요. 출발점은 낮았지만 그의 가능성은 무한했습니다.”“그 10년 동안 우리는 결혼식을 올렸고, 장남을 낳았으며 딸도 임신했죠. 저는 아들과 딸을 모두 데리고 남편과 함께 마르세유로 돌아가 어머니를 찾아뵐 계획이었어요. 그녀에게 직접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번에는 그녀가 틀렸고, 제가 맞았다는 것을요. 저는 결코 비참한 삶을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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