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 천억대 몸값 비서님 / 챕터 871 - 챕터 880

천억대 몸값 비서님의 모든 챕터: 챕터 871 - 챕터 880

966 챕터

제871화

유월영은 숨기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제가 불렀어요.”한세인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아가씨, 이번만 두 번째인데 다시 연 대표님과 재결합하려는 건가요?”“이번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필요하면 그 사람을 부를 거예요. 재결합이라고 할 수는 없고 그저 내 불안을 잠재우는 데 꽤 유효해요.”유월영은 꾸밈없이 담담하게 대답했다.한세인은 한순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녀는 다른 사람을 찾을 수 있지 않냐고, 왜 하필 연재준이어야 하는지 묻고 싶었다.두 사람은 철천지원수 관계인데 어떻게 그런 밤을 보내고 난 뒤에도 다시 그에게 복수할 마음을 굳힐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유월영은 한세인의 망설이는 행동과 어쩔 줄 몰라 하는 눈빛에서 그녀의 생각을 읽어냈지만 깊게 설명할 생각은 없었다.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유월영은 죽을 떠먹으며 물었다.“한 비서님, 예전에 저와 시우 씨가 사귀는 걸 반대했었잖아요. 그때 이미 저와 시우 씨가 어떤 관계였는지 알고 있었던 거예요?”한세인은 눈길을 피하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유월영은 말없이 웃었다.한세인은 사실 유월영에게 현시우와 결혼식을 어떻게 할 건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현시우와 유월영은 그녀의 상사였고, 자신은 그저 부하에 불과했기 때문에 선뜻 간섭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결국 그녀는 그저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어차피 이제 4일밖에 남지 않았고 결혼하든 안 하든, 어떻게 하든 결국 답은 나올 것이다....오후 4시, 마르세유는 아침 9시였다.유월영은 어제마저 못한 전화를 다시 걸었다.현시우가 빠르게 전화를 받자 유월영은 평소와 변함없는 말투로 말했다.“크로노스 씨, 어제는 무슨 일로 전화했어?”“결혼식에 빨간 장미를 써도 돼?”그의 목소리는 약간 쉰 듯하고 피곤함이 묻어 나왔다. 유월영은 단숨에 그가 날밤을 새운 걸 알아챘다.“그럼 괜찮지. 그걸 물어보려고 어제 전화한 거야?”현시우가 물었다.“결혼식까지 4일 남았어. 언제 돌아올 거야?”유월영이 웃으
더 보기

제872화

유월영은 체념하듯 말했다.“시우 씨가 그만둘 생각이 없다면, 그럼 계속 진행해.”전화 건너편의 현시우가 말이 없었지만 유월영은 그의 숨소리가 떨려오는 걸 알 수 있었다.유월영은 일어나 커피머신 앞에 다가가 핸드폰 스피커를 켠 채 한쪽에 두었다. 그리고 에스프레소를 만들기 시작했다.그녀는 원만한 바리스타들보다 훨씬 더 잘 커피를 만들었다.비서로 일하면서 자주 상사나 손님을 위해 커피를 만드는 일이 흔했으며 그녀의 성격상 무언가를 하기로 마음먹으면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이었다.유월영은 원두 가루를 포터 필터에 담아 조금씩 눌러가며 느긋하게 말했다.“생각해 보니, 내 인생도 참...기구해.”“어머니라는 사람은 오빠만 데려가셨고 나는 혼자 집에 남겨졌다가 우연히 양부모님한테 입양되었어. 그리고 시우 씨와 사랑에 빠졌을 때 시우 씨는 내게 이별을 고했고 양부모는 나를 빚쟁이들한테 보냈지.”“그러다 비 오는 날 연 대표가 나를 구해줬고 그 사람의 비서가 됐지만 결국 연 대표도 나를 속였어. 그이한테 목숨까지 잃을 뻔했고.”“시우 씨가 데리러 왔을 때 난 운명 같은 재회라 생각했어. 시우 씨와 연회 부인에게 속았다는 걸 알게 되기 전까지는...”딸깍 소리와 함께 포터 필터가 그라인더에 고정되었고 유월영은 유리장 속에서 예쁜 커피잔을 꺼냈다.“나는 이젠 익숙해졌어. 이번 일도 그러려니 하고 있으니 결혼식을 계속하고 싶고 내가 시우 씨의 신부가 되어야 한다면 여전히 당신의 손에 이끌려서 결혼식에서 모든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걸어 들어갈 거야.”물의 온도는 맞춤하게 94도였고 유월영은 추출 버튼을 눌렀다. 진한 갈색 액체가 잔에 담기면서 커피 향이 풍기기 시작했다.그녀는 커피를 들고 한 번 더 향을 맡고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설탕이나 우유는 넣지 않은 순수한 맛.고소하고 쌉쌀했다.현시우는 커피 내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그의 책상에도 커피 한 잔이 있었지만 이미 다 식어 있었다.그도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 입안에 쓴맛이 퍼졌다.현시우가 한
더 보기

제873화

유월영이 웃음을 거두고 바로 본론을 꺼냈다.“누군가 오성민을 빼내 갔어. 국내에 있으면 살아남지 못할 거야. 그래서 해외로 도망갈 거라고 생각해. 언니가 그 사람에 대해 가장 잘 아니까, 혹시 해외로 도망간다면 어디로 갈 것 같아?”이승연은 유월영의 말을 듣고 놀란 표정을 짓다가 이내 차분해졌다.그녀의 머릿속에 오성민을 마지막으로 봤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오성민은 그때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다가와 물었었다.“우리 다음 생에서라도 다시 만날 수 있을까?”그 생각만으로도 이승연은 본능적으로 몸서리쳐졌다.“그렇다면 아마 한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이 없는 나라로 도망갈 것 같긴 한데, 우선 그 사람처럼 신분과 권력이 있는 사람을 보호해 주는 나라를 고를 거야.”유월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예를 들면?”이승연이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많지. 미국, 영국...”“그럼 범위를 좁혀볼 수 있을까?”이승연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직감적으로 미국일 것 같아. 나와 오성민이 미국에서 공부했었으니까. 나에 대한 집착도 아직 강하고 아마 그곳으로 갈 거야.”그녀는 입가에 살짝 웃음을 지으며 덧붙였다.“심리학적으로도 불안할 때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익숙한 곳으로 도망간다고 하잖아.”유월영은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알겠어.”헤어지면서 유월영은 우선 다른 사람한테는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나중에 이혁재가 두 사람이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물어봤지만 이승연은 아무것도 털어놓지 않았다.이혁재가 상처받은 듯 투덜거리자 이승연은 참지 않고 그의 입술을 잡고 말했다.“계속 시끄럽게 굴면 오늘 밤은 손님 방에서 자.”이혁재는 그제야 조용해졌다.저녁이 되어 어두운 밤이 깔렸다.신주시 항구.시간은 아직 여덟 시가 조금 넘었지만 낮에 사람들로 붐비던 항구에는 파도 소리만 들려왔다.그때, 검은 벤 한 대가 항구로 와서 멈췄다.차 문이 쾅 열리면서 네 명의 건장한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또 다른 남자를 붙잡아 끌어내렸다.그 남자는 양손과 발
더 보기

제874화

하정은은 이해하지 못한 채 고개를 들어 백미러를 한 번 쳐다봤다.“오 변호사가 나보고 맹세 하라고 하더라고. 그가 사람을 풀어주고 나서도 내가 그를 해외로 보내지 않으면 나는 올해를 넘기지 못하고 죽을 거라고.”연재준이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정말 비열하지...하지만 나는 맹세했으니 어쩌겠어. 그를 풀어줄 수밖에.”하정은은 연재준이 신이나 불교를 믿지 않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지금 그가 왜 그런 허무맹랑한 맹세까지 신경 쓰는지 의문이 들었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차 속도를 늦추었다.“연 대표님.”하지만 연재준은 더 이상 말을 이으려 하지 않았다.“진주만으로 가지.”하정은이 속으로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진주만에 도착했을 때는 밤 9시가 조금 넘었고 마침 이혁재와 이승연이 함께 아파트 단지에서 산책 중이었다.네 사람은 함께 집에 들어가며 이혁재가 투덜거리며 말했다.“너랑 유월영 씨는 천생연분인 것 같아.”연재준이 슬리퍼를 갈아 신으며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그 말을 들으니 기분 좋네. 자주 말해 줘.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 거야?”이혁재가 주방으로 들어가 우유를 잔에 따르며 말했다.“오늘 오후에 유월영 씨를 만나고 들어오는 길이야. 그리고 지금은 네가 이렇게 왔잖아. 이렇게 타이밍이 딱 맞는 게 부부가 아니고 뭐야?”연재준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월영이를 만나고 왔다고? 무슨 일인데?”이혁재는 낮에 일을 떠올리고 기분이 잡친 듯 입을 열었다.“월영 씨가 나한테는 말하지 말라고 했나 봐. 우리 부부 사이를 갈라놓고 있어.”연재준은 저도 모르게 눈썹을 치켜올렸다.이혁재는 우유를 이승연 앞에 놓았다. 그 위에는 말린 장미 한 송이가 장식되어 있었다.그리고 연재준에게 생수 한 병을 건넸다.이승연이 눈을 흘기며 말했다.“네가 꼭 따라오겠다고 고집부려서 같이 간 거잖아. 월영이가 사적인 일을 얘기하는데 꼭 옆에 붙어서 들어야겠어?”이혁재는 억울한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이며 그녀를 바라봤다.“...
더 보기

제875화

이승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눈앞의 남자를 바라봤다. 왠지 안 본 사이에 그가 많이 변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늘 차갑게 보이던 연재준의 눈빛은 어느 순간부터 날카로움과 냉정을 잃고 이제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듯한 차분함으로 변했다. 다만, 그 모습은 유난히 부드럽고 평온해 보였다.이승연이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에요?”연재준은 자신의 계획에 대해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이승연은 처음엔 경계하던 마음이 점점 혼란스러워지며 결국 당황스럽고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옆에서 듣고 있던 하정은은 이미 눈시울이 붉어졌다....이승연의 집을 나섰을 때는 이미 밤 10시 반이었다. 차가운 밤바람에 연재준은 다시 한번 쿨럭거렸다.하정은이 급히 차 문을 열며 말했다.“대표님, 차에 타시죠.”하지만 연재준은 핸드폰을 꺼내 유월영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밤 내가 필요해?]유월영은 빠르게 답장을 보내왔다. 그 메시지 속에는 비록 몇 글자만 있었지만, 그녀의 조롱 섞인 어조가 느껴졌다.[이제 역할에 점점 능숙해지네요.]연재준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아직 한참 멀었어. 당신은 나의 유일한 고객이니까 연습을 더 해야 해.]몇 분이 지나도 그녀가 답장이 없자 연재준은 그제야 몸을 숙여 차에 올랐다.그리고 하정은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뒤로 하고 여느 때와 같은 말투로 말했다.“나중에 늦을 수도 있으니까 지금 바로 말해줄게. 하 비서와 조 비서, 그동안 수고했어. 두 사람의 공로는 잊지 않을 거야. 퇴직금은 걱정하지 말고.”하정은은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목이 메어 급히 고개를 돌려 눈물을 닦았다.그때 핸드폰이 진동하며 다시 메시지가 왔다.유월영이었다.[샤워했어요? 내가 청결에 예민해서요.]연재준은 웃으며 답장했다.[어디야?]유월영은 바로 위치를 보냈다.[1시간 줄게요.]연재준은 위치를 보고 잠시 생각하다 하정은에게 말했다.“집으로 가지. 그리고 하 비서는 바로 퇴근해.”“알겠습니다.”연재준은 집에 도착해 바로
더 보기

제876화

오성민은 자신이 살아서 육지로 올라올 수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생선 통조림으로 가득 찬 화물선의 가장 낮은 층에서 기어 나와 신선한 공기를 마시자 그의 시든 얼굴에는 다시 희망이 되살아났다.여기, 이곳은 미국이 아닌 동남아시아의 어느 나라의 항구였다.하지만 미국으로 가는 화물선 선장들은 그 누구도 그를 태워주려고 하지 않았고, 그는 기구한 신세를 지어내며 설득해서야 겨우 동남아로 가는 선장 한 명이 그를 태워주겠다고 승낙했다.“괜찮아. 동남아도 나쁘지 않지.” 오성민은 항구에서 기어 나오면서 속으로 빠르게 계획을 세웠다.우선 숨을 곳을 찾아야 하고 그다음엔 사람들과 연락을 해야 했다.아직 잡히지 않은 몇몇 심복들이 있었고 그들이 어떻게든 그에게 돈을 송금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돈을 받으면 살 수 있어.”“살아야 해. 반드시 살아야 해...”그는 신경이 곤두섰고 눈빛이 예리하게 변하면서 오직 이 생각만이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다.그러다 오성민은 실수로 사람과 부딪혔다.그는 서투른 동남아시아어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는 방향을 돌렸다.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그의 가슴을 발로 찼고 그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뜻밖의 공격에 오성민은 고개를 들었다.그러자 미소를 짓고 있지만 어딘가 싸늘한 눈빛과 마주쳤다.“오 변호사님. 며칠 못 뵈었더니 왜 이렇게 초라해지셨나요?”오성민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유월영? 당신이 어떻게...”동남아시아는 더운 날씨에 유월영도 시원한 옷을 입고 있었다.민소매 상의와 청 반바지를 입은 그녀는 백조처럼 길고 균형 잡힌 다리와 목을 드러냈으며 그 위에 얇은 가디건을 걸치고 발에는 긴 부츠를 신었다.유월영은 꽤 신경을 써서 단장한 듯했고 기분이 좋아 보였다.그리고 오성민을 바라보는 눈빛에 조롱이 가득했다.오성민은 본능적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뒤쪽에서 네 명의 건장한 경호원이 그를 가로막았다.항구는 사람들로 붐비고 보는 눈도 많았다.유월영의 눈짓 한 번에 경호원들
더 보기

제877화

유월영은 정신 상태가 안 좋은 오성민을 보고 더 이상 그와 시간을 낭비할 생각이 없었다.“그만해요, 오 변호사님. 내 질문에 잘 대답하면 당신을 경찰에 넘길 거예요. 그러면 당신이 살아서 경찰에 잡혀왔다는 사실이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당신을 노리는 사람들도 당분간 손을 뗄 테니 적어도 목숨만은 건질 수 있을 거예요.”“하지만 내가 묻는 말에 협조하지 않으면 당신을 풀어줄 거예요. 그리고 당신이 숨어든 장소도 바로 공개할 거고요. 외국에서 사람 목숨 하나 없애는 건 일도 아니니까요.”오성민은 여전히 바닥에 주저앉아 웃으며 그녀를 쳐다보았다.“유월영, 당신은 진짜 내가 바보인 줄 알아? 경찰에 잡히더라도 그 사람들이 나를 없앨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 여론이 다가 아니야.”유월영은 의자에 기대어 앉으며 한숨을 쉬었다.“그럼 후자를 선택하겠다는 거네요? 좋아요. 오 변호사님 의견을 존중해야죠. 한 비서님, 지금 바로 소문을 퍼뜨리세요. 동남아시아에 그 유명한 오 변호사가 도착했다고.”“잠깐!”오성민의 눈이 갑자기 번뜩였다. 그는 여전히 살아남고 싶었다. 아무리 작은 희망이라도 그는 살아가고 싶었다.오성민은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뭘 물어보려고 하는 거지? 당신 이미 다 알고 있는 거 아니야?”유월영은 상체를 숙이고 팔꿈치를 무릎에 올려놓은 채 그의 독사 같은 눈을 마주하며 천천히 물었다.“내 양어머니는 도대체 어떻게 죽었죠? 인공 심장 배터리를 훔치라고 지시한 사람, 누구였어요?”예상 밖의 질문에 오성민은 놀란 듯 중얼거렸다.“그렇군. 당신이 물어보고 싶었던 게 그거였네...”유월영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윤 대표, 신 대표, 그리고 연 대표한테도 물어봤어요. 이제 오 변호사님 차례예요.”“그걸 물어보려고 한 거였어...”오성민은 중얼거리며 얼굴이 뒤틀리듯 웃음을 터뜨렸다.“누구긴 누구야. 연재준이지.”“...”유월영은 계속해서 여러 사람에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확인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같았고 변하지 않았다.“윤
더 보기

제878화

“...”청천벽력 같은 오성민의 말에 한세인은 멍하니 서 있다가 바로 유월영을 쳐다봤다.하지만 유월영은 놀란 기색 없이 여전히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오 변호사님, 지금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어요?”유월영이 의자에서 일어서며 그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은 고요한 호수 같았다.“우리 엄마는 대낮에 길에서 쓰러졌고 시우 씨의 사람이 직접 숨을 거두는 순간을 확인했어요. 큰언니가 장례를 치렀고 엄마의 유골은 봉현진에 묻혔죠. 내가 매주 엄마를 보러 가는데, 지금 우리 엄마가 살아 있다고요? 그게 말이 된다고 해요?”유월영은 오성민이 감옥에 가지 않으려고 미친 척 연기한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오성민은 예전의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러니까. 누가 알았겠어? 연 대표가 그런 일을 꾸몄을 줄을. 겉으로는 모든 사람들에게 당신 엄마가 죽었다고 알리면서 몰래 그녀를 살려두고 숨겨 놓은 거지. 내가 우연히 이영화 씨를 찾지 않았다면 나도 몰랐을 거야. 사실 3년 전에 죽지 않은 사람이 월영 씨뿐만 아니라는 걸.”유월영은 그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으려 했지만 저도 모르게 목이 메었다.“오 변호사가 직접 봤다고요? 우리 엄마를요?”“맞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 멀쩡히 살아계시고 지금은 신주시 근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살고 있어. 낮에는 노인정에서 노래도 배우고, 작년 설에 마을에서 축제가 있었는데 그때 연극단과 함께 무대에 올라 노래도 하고 예전보다 더 편안하고 즐겁게 살고 있더라고.”오성민이 그럴듯하게 말하자 유월영은 순간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그리고 나서 내가 이영화 씨를 데려갔지. 그런 게 아니라면 연 대표가 왜 날 풀어줬겠어? 당연히 내가 이영화 씨로 그를 협박하니까 별수 없이 나를 풀어준 거야.”유월영은 어느새 그의 말에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했다.오성민은 정말 세 치 혀로 사람을 설득하는 데 능한 사람이었다.‘정말일까? 엄마가 정말 죽지 않았다고? 그게 가능한 일이야?’“증거가 있어요?
더 보기

제879화

오성민이 끌려간 지 한참이 지났지만 그의 말은 여전히 창고 안에서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는 듯했다.유월영의 얼굴은 마치 먹구름이 낀 듯했고 표정은 뭐라 형용하기 어려웠다.한세인이 침묵을 깨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아가씨...”유월영은 눈을 감고 낮게 한숨을 쉬었다. 마음속 한구석이 아프기도 하고 저리기도 했다.그러다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한 비서님. 오성민 말이 진짜일까요? 정말로 엄마가 3년 전에 죽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 있을까요?”한세인도 충격을 받았다. 아니, 사실 이미 많은 것들이 그녀의 생각을 뒤흔들어 놓았다.요 며칠 동안 봐온 연재준은 예전에 그녀가 알고 있던 연재준의 모습과 완전히 달랐다.한세인이 알고 있던 연재준은 냉혈 인간에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었지만 지금의 연재준은 유월영을 위해 지구 끝까지 따라갈 사람이었다.유월영을 구하기 위해 절벽에서도 뛰어내렸고 홀몸으로 마르세유까지 쫓아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그는 유월영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고, 그 점을 그녀는 분명히 보았다.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 한세인조차도 비난할 말을 할 수 없었다.“아가씨, 저는 모르겠습니다.”유월영이 쓴웃음을 지었다.“오 변호사의 말이 진짜일 거라고 생각해요. 연 대표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연재준은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었고 그를 과소평가해선 안 됐다.그는 언제나 유월영의 곁을 맴돌았으며 그녀의 모든 동선을 꿰고 있었다.그런 점에서 그는 충분히 오성민이 말한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느꼈다.그래서 유월영은 자신의 양엄마가 죽지 않았다는 생각이 확신으로 바뀌었다.“살아 있다니...”“그러면서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을까? 나는 몇 번이고 당신한테 물어봤었는데, 그럴 때마다 재준 씨는 자기가 살인자라고 인정하며 진실을 말하지 않았어...”연재준은 유월영이 계속해서 자신을 증오하기를 바랐다.어머니를 죽였다는 오해 때문에 유월영은 절대로 그를 용서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입을 닫고
더 보기

제880화

유월영이 마르세유에 도착한 것은 오후였다.다니엘 정원은 충분히 크고 뒤쪽에는 개인 비행기 활주로가 있어서 비행기에서 내린 후 곧바로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하지만 이 저택은 한 달 전 떠날 때와는 매우 달라져 있었다.화려한 바로크 양식의 유리창으로 꾸며진 저택은 여러 가지 생화로 장식되어 있어 독특하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정원에는 원래 현시우가 좋아하던 청아한 색의 꽃들이 많이 심어져 있었지만 지금은 강렬하고 화려하게 만개한 장미들이 차지하고 있었다.정원에도 풍선과 장식용 리본들이 넘쳐났고 가정부들도 검은색과 흰색의 전통적인 복장을 벗고 분홍색과 흰색으로 된 메이드 복으로 갈아입었다.유월영이 입을 열었다.“아마 다니엘 정원이 건설된 이래 가장 고생스러운 행사일 거예요.”집사가 급히 그녀의 입을 막았다.“아가씨, 내일은 가장 경사스러운 날인데 그런 말은 하시면 안 됩니다!”유월영이 얕게 미소를 지었다.“그래요, 재수 없는 말은 하지 말죠. 그럼 우리 두 사람 백년해로하길 바랄게요.”집사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야지요. 이 정원은 한 세기 동안 이렇게 시끌벅적한 적이 없어요. 연회 부인의 결혼식은 마르세유에서 하지 않았고 다니엘 부인의 결혼식은 레온 정원에서 했으니까요.”“그야말로 영광이네요.”유월영은 집사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기분이 좋은 듯 보였다.집사가 흐뭇하게 말했다.“아가씨의 결혼식을 준비할 수 있어 우리도 영광입니다. 그나저나, 아가씨가 아직 식사하지 못한 것 같아서 주방에서 식사 준비했습니다. 천천히 드시면서 제가 내일 결혼식의 세부 사항을 설명드리겠습니다.”“좋아요.”유월영이 저택으로 들어갔다.저택 안도 곳곳에 못 보던 장식들이 가득했고 그녀는 무심코 현관에 있는 도자기 꽃병을 매만졌다.그러다 유월영이 몸을 돌리며 물었다.“시우 씨는 어디 있나요?”그러자 집사가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크로노스 씨는 결혼식을 전통대로 진행하자고 하셨습니다. 결혼식 전에 신랑은 신부를 만나지 않는 게 전통입
더 보기
이전
1
...
8687888990
...
97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