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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억대 몸값 비서님의 모든 챕터: 챕터 881 - 챕터 890

966 챕터

제881화

4월의 세상은 봄의 따스한 햇살과 맑은 경치로 가득 차 있었다.유월영과 신연우는 정원 뒷마당에서 천천히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봄바람이 두 사람의 얼굴을 스쳤고 장미 향기가 섞여 퍼졌다.두 사람은 아직 결혼식 예복을 벗지 않았다. 신연우가 벗으려 했지만 유월영은 옷을 입고 걸어봐야 어느 부분이 불편한지 알 수 있다고 했다.“내일이 결혼식인데, 식전에 예복을 입고 움직여 봐야 불편한 부분을 고칠 수 있죠. 아니면 결혼식에서 가서야 알아채면 그 옷을 입고 고생할 수밖에요.”신연우도 그녀의 말에 설득되어 예복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그의 다리는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혼자서 걷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두 사람은 서두를 필요가 없어 천천히 정원을 거닐었다.“그날, 시우가 나한테 전화해서 우리는 한 시간 넘게 이야기했어요.”신연우가 말을 꺼냈다.유월영이 물었다.“우리 관계에 대해 털어놓던가요?”“네.”“그럼 많이 놀랐겠네요?”유월영은 그 황당한 진실의 주인공이 자신이 아닌 듯 신연우를 놀리며 말했다.신연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뭐라고 말을 꺼낼지 망설이다 결국 침묵했다.앞에서는 한 무리의 가정부들이 손님들이 사용할 식기를 옮기고 있었다.그 식기들은 모두 베르나르도 도자기에서 생산된 것들이었으며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많은 궁전 연회에서 사용된 명품이었다.식기들은 매우 정교하고 비쌌지만 깨지기 쉬워 가정부들이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었다.신연우가 입을 열었다.“그렇지만 시우의 말을 다 듣고 나니 그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어요.”유월영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네?”“월영 씨도 알겠지만, 다니엘 부인이 살아있을 당시 그분은 능력 있고 권위까지 가진 사람이었어요. 레온 가문의 모든 일은 거의 그분의 말 한마디에 결정되었고 아무도 그분에게 반기를 들 수 없었죠. 설령 그분이 자리를 손자에게 물려주려 해도 레온 가문 사람들은 탐탁지 않아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죠.”유월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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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2화

신연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시우는 이 세상에서 오직 자신만이 월영 씨를 보호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어요. 그래서 월영 씨를 곁에 두고 싶어 했죠. 하지만 이제 시우도 깨달았어요. 월영 씨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월영 씨 대신 결정을 내리거나 심지어 강요하는 건 잘못된 일이란 걸요. 그래서 시우는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어요.”유월영이 물었다.“신 교수님과 결혼하든지, 아니면 그와 결혼하든지요?”신연우가 말했다.“나와 결혼하든지, 아니면 결혼식을 취소하든지요.”유월영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레온 가문의 명성은 포기하고요?”신연우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건 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요. 시우한테는 월영 씨가 더 중요하죠.”유월영은 신연우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봤고 신연우도 유월영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여전히 금속 체인으로 된 테 안경을 쓰고, 눈빛은 부드럽고 다정했다.유월영이 잠깐 고개를 숙이고 생각하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신 교수님은 예복이 참 잘 어울려요.”신연우는 약간 놀란 듯 그녀를 바라봤다....불가리 호텔은 세계적으로 몇 개밖에 없는 최고급 호텔로 기본 객실조차도 엄청난 가격을 자랑했고 스위트룸의 가격은 몇천만 원을 호가했다.사람들은 레온 가문에서 이번 결혼식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그뿐만 아니라 현시우는 호텔을 일주일 동안 통째로 예약해 결혼식에 참석하는 하객들을 맞이했다.그 비용만으로도 몇십억 원에 달했으며 강수영마저 그 사치스러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녀는 조금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사촌 오빠가 진 것 같은데.”연재준과 강수영도 결혼식에 초대받은 손님이었기 때문에 불가리 호텔에서 묵고 있었다.유월영은 정말로 연재준에게 청첩장을 보냈고 연재준도 보란 듯이 결혼식에 참석하러 왔다.강수영은 이 상황이 너무 막장처럼 느껴졌다.연재준은 불쾌한 표정 없이 이런 의미 없는 비교에 화내지 않았다. 그는 큰 창가에 앉아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창밖은 마르세유의 야경이 펼쳐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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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3화

노현재가 차 테이블 아래에 있던 청첩장을 발견하고 집어 들며 말했다.“봐, 청첩장에 신랑과 신부의 사진도 없고 신랑과 신부의 이름도 안 적혀있어. 이런 방식, 왠지 익숙하지 않아?”정말 익숙했다.연재준이 미간을 꾹 누르자 노현재가 계속 말했다.“유월영 여동생의 결혼식 기억나? 그때도 이런 식이었잖아. 숨기고 감추다가 나중에 신랑이나 신부가 바뀌어도 아무도 뭐라고 할 수 없게.”만약 결혼식의 주인공이 정말 현시우와 유월영이라면 청첩장이 이렇게 될 리가 없었다.레온 가문은 결혼식을 위해 엄청난 돈과 노력을 들였고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어야 했기 때문에 청첩장 같은 작은 부분에서 실수할 리가 없었다.그렇다면, 이름은 일부러 안 적은 거였고 신랑을 바꾸는 것도 이미 계획된 일이다.노현재는 청첩장을 던지고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신연우는 현시우랑 다르지. 월영 씨와 신연우가 정말로 결혼하면 그건 진짜 부부야.”“맞아. 두 사람은 진짜 부부가 되는 거야!”강수말이 재빨리 대답했다.“사촌 오빠. 신연우는 달라. 유 비서도 신연우한테 아예 감정이 없는 게 아니야! 그때 오빠가 유 비서의 모든 앞길을 막았을 때 신연우가 유 비서를 거둬들였어. 3년 전에 유 비서가 살아있었다는 사실도 신연우만 알고 있었잖아. 게다 얼마 전에 유 비서를 구한다고 다리도 다쳤고. 유 비서가 신연우 때문에 신씨 가문하고 신현우한테 복수도 살살한 거 보면 그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은 진짜라니까!”연재준은 유월영이 현시우와 결혼하는 것보다 다른 남정네와 결혼하는 게 더 두려웠다.현시우와 유월영은 결혼한다고 해도 이성적인 관계에 그칠 거지만, 신연우과 결혼하면 앞으로의 일은 장담할 수 없었다.유월영은 이제 정말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되는 것이다.청첩장을 바라보는 연재준의 검은 눈동자는 파도처럼 요동쳤고 복잡한 감정이 일렁였다.노현재가 다시 거들었다.“두 사람은 진짜라니까.”연재준이 무표정하게 말했다.“그뿐만 아니야. 월영이가 당시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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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4화

유월영은 은베이지색 끈 달린 잠옷에 가운을 걸친 채 화장대 앞에 앉아 있었다.그녀는 이미 화장을 마친 상태였고 이승연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유월영의 머리를 묶어주는 모습을 보며 눈이 반짝였다.유월영이 웃으며 물었다.“어때?”이승연이 아낌없이 칭찬했다.“정말 예뻐.”유월영이 웃으며 대답했다.“다른 사람의 칭찬은 잘 믿지 않지만, 언니가 예쁘다면 정말 예쁜 거야.”그녀는 머리를 움직일 수 없어 거울 속의 이승연에게 말했다.“결혼식은 아홉 시인데, 새벽 네 시 반에 일어나서 화장해야 한다는 게 믿기지 않아. 한 시간만 더 자도 될 것 같은데…”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이승연은 거울 속의 유월영을 바라봤다. 메이크업 덕분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기뻐서인지, 오늘의 유월영은 평소처럼 차갑지 않고 오히려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었다.‘오늘 결혼식을 많이 기대한 것 같네.’이승연이 이내 복잡한 표정을 거두며 대답했다.“맞아. 내 결혼식 때도 그랬거든.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준비했잖아. 다행히 나는 메이크업 하는 동안 사건 파일은 볼 수 있었거든. 그래서 결혼식 전까지 사건 하나는 끝낼 수 있었어.”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대단하다는 듯 이승연을 힐끗 쳐다봤다.유월영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때 우리가 친하지 않아서 아쉽게 결혼식에 못 갔어.”이승연이 상관없다는 듯 대답했다.“괜찮아. 재혼할 때 꼭 초대할게.”그때, 문을 열고 들어온 조서희가 그 말을 듣고는 혀를 차며 웃었다.“대체, 결혼식 날에 그게 무슨 망언이야! 어른들이 들으면 혼난다고!”유월영과 이승연은 눈을 마주치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물론 다 장난이었다.헤어스타일이 끝난 후 유월영은 이승연과 조서희의 도움을 받으며 웨딩드레스를 갈아입었다.웨딩드레스는 중세기 디자인으로 디자이너들이 밤낮으로 작업해 만든 것이라 가격이 매우 비쌌다.드레스는 실크 샤틴과 실크 오르가자로 만들어져 우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광택을 띠고 있었고, 금실로 고급 레이스와 자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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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5화

연회 부인은 팔찌를 꺼내 유월영의 손목에 끼우며 말했다.“고씨 가문에서 몇 대를 이어온 팔찌인데 네가 결혼 할 때 꼭 끼워주고 싶었어.”유월영이 팔찌를 어루만지며 눈에 눈물이 맺혔다.“고마워요. 어머니.”연회 부인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유월영을 안고 싶었지만 잘 손질된 머리가 망가질까 대신 가볍게 그녀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앞으로 엄마가 좋은 것만 해줄 거야. 필요한 건 뭐든지 말해.”유월영이 몸을 숙여 연회 부인의 허리를 살짝 안았고 연회 부인은 따뜻하게 그녀의 등을 어루만졌다.유월영의 시선이 방문을 향했다. 사람들이 분주히 왔다 갔다 했지만 더 이상 누구도 들어오지 않았다.8시 30분, 다니엘 정원 입구에서 음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신부를 맞이하는 차량 행렬이 정원 대문을 지나가고 있었다.예복을 차려입은 신연우가 차에서 내려서 손목시계를 한 번 확인하고 신랑 들러리들과 같이 2층으로 향했다. 결혼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석대로 진행되었으며 신부 맞이 과정도 빠질 수 없었다.몇 명의 귀여운 화동들이 앞장섰고 신부 들러리들도 길을 막으며 짓궂게 했다. 따뜻하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유월영은 큰 침대에 혼자 앉아 팔찌를 만지며 미소를 지었다.그녀의 마음은 고요했고 평화로웠다.예식 시간이 다가오자 행사 진행자가 신랑과 들러리들을 방으로 들여보냈고 유월영은 고개를 들어 신연우를 향해 미소를 보였다.조서희는 장난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마지막 관문을 웨딩 구두를 찾는 거예요. 찾지 못하면 신부는 우리가 데려가요!”그렇게 신랑과 들러리들은 방 안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옷장, 침대 밑, 테이블과 의자까지 안 뒤진 곳이 없었지만 웨딩 구두는 도무지 발견되지 않았다.신연우가 유월영 앞에 무릎을 꿇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사랑하는 나의 신부, 힌트 좀 주시면 안 될까요?”유월영이 난처한 듯 웃으며 말했다.“저도 몰라요. 다시 한번 찾아보세요.”행사 진행자는 시간이 임박하자 재촉했다.“신랑께서 서둘러 찾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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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6화

언제부터인지 방 안은 조용해졌고 조금 전까지 시끌시끌했던 신부 들러리들도 사라졌다.방 안에는 이제 연재준과 유월영 두 사람만 남아 있었고 결혼식도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유월영은 여전히 침대 끝에 앉은 채 말이 없었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연 대표님. 나는 당신이 어젯밤에 올 줄 알았어요.”연재준의 목소리가 떨려왔다.“내가 어제저녁에 당신을 찾아왔다면, 오늘 신 교수와 결혼하지 않으려고 한 거야?”유월영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이 질문은 이제 의미가 없어요. 결국 당신은 어제 나타나지 않았으니까요.”그제야 연재준은 자신이 무엇을 놓쳤는지 깨달았고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고통이 그를 짓눌렀다.연재준은 그녀의 차가운 손을 잡고 손바닥으로 따뜻하게 감싸주었다.“미안해. 어제는 생각할 게 많아서 그랬어.”그가 무엇을 고민했는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아마도 자신의 현재 몸 상태로 얼마나 오래 그녀를 지킬 수 있을지 고민했을 것이다. 또한 자신이 신연우보다 더 그녀에게 어울리는 사람인지, 그녀가 신연우와 결혼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온 밤을 고민했을 것이다.연재준의 이성은 그에게 유월영을 찾아가지 말라고, 유월영에게 신연우가 더 잘 어울리고 그와 결혼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말하고 있었다.그는 모든 계획과 포석이 거의 완성된 이 순간에 자신의 판단을 흐리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수없이 말했다.결국 생각을 거듭하고 결정을 내린 끝에 어젯밤에 연재준은 유월영을 찾아가지 않았다.하지만 오늘 아침 모든 사람들이 이 세기의 결혼식에 대해 떠들고 있을 때, 그는 마침내 이성을 잃고 신부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연 대표가 왔다고 해서 제가 당신을 따라나서야 한다는 법은 없죠.”유월영이 이를 악물었다..“나는 당신한테 설명할 기회를 줬고 나를 데려갈 기회도 줬어요. 내가 왜 신 교수님과 함께 예복을 입고 밖에서 산책했는지 생각해 본 적 있어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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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7화

연재준이 과거 유월영과 그녀의 양어머니인 이영화를 구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던 일부터, 이영화가 죽지 않고 살아있었던 사실까지 그는 유월영에게 먼저 말한 적이 없다.모든 것은 그녀가 윤영훈과 신현우, 그리고 오성민한테서 듣고 알게 되었다.어디 이것뿐이랴.3 년 전, 현시우는 그녀에게 과제로 레온 그룹의 인수 프로젝트를 맡겼었다. 그건 바로 SAM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었고 그때 그녀는 ‘한국에서 온' 경쟁 상대와 맞붙게 되었다.현시우는 일부러 유월영에게 상대가 누구인지 숨겼지만 유월영은 그 경쟁 상대가 바로 연재준이라는 걸 금세 알아차렸다.그렇다면 연재준은 상대편이 유월영이라는 걸 몰랐을까?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그녀가 그를 잘 아는 만큼, 그도 그녀의 모든 걸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어젯밤 유월영은 하객으로 온 SAM 대표 제임스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두 사람이 처음 만나던 날부터, 그리고 그 이후의 인수 건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제임스가 문득 말했다.“사실, 나는 연 대표와 오랜 친구예요.”“그 말이 뭐였더라? ‘C'est le meilleur arrangement que le destin puisse faire’ 모든 것은 결국 다 운명이다.”꼬장꼬장한 노인네는 와인 한 잔을 마시고 나서 이어 말했다.“다행히 그때 연 대표가 한 수 놓쳐서 지고 말았죠.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지금 이렇게 마주 앉아 얘기할 수도 없을 거예요. 당신처럼 재미있는 친구를 놓치는 건 정말 아쉬운 일이거든요.”유월영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나보고는 재미있다고 한 사람은 제임스 씨가 처음이에요. 나는 전혀 재미있는 사람이 아닌데 말이죠.”“왜냐하면 나는 사람의 마음을 잘 보는 눈이 있거든! 연 대표도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나보고 재미있는 노인네라고 한 사람도 연 대표가 처음이에요. 고 대표도 신주시에 갔었으니까 아마 연 대표의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거예요.”“신주시의 연재준 대표를 말씀하시는 거죠? 아주 친하신 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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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8화

연재준은 유월영의 말을 듣고 당황했다. 그는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그는 유월영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홧김에 얘기하는 건지 알 수 없어 어찌할 바를 몰랐다.“일부러 당신을 속상하게 하려던 게 아니야. 나는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한 적 없어. 나는 그저 그렇게 해서라도 당신한테 속죄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야...”그는 어디서부터 설명을 시작해야 할지 몰랐고 어떻게 달래야 그녀의 화가 풀릴지 알 수 없었다.연재준은 유월영의 차가운 손을 자신의 따뜻한 얼굴에 대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은 그 사람들한테 직접 복수하려고 현시우의 도움도 받으려 하지 않았잖아. 내가 나서면 당신은 더욱더 거부하겠지. 그래서 나는 뒤에서 몰래 그렇게 한 거야. 내가 생각해 낼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이었어.”그는 자신의 업보를 청산하고 마음 편히 죽으려던 게 아니었다.“내가 윤영훈, 오성민 그 사람들보다 더 나쁘다는 걸 알고 있어. 그렇게 당신을 괴롭혔으니 내가 당신한테 한 만큼 당신도 나한테 똑같이 되갚아 주기를 바랐을 뿐이야.”유월영이 손을 빼려 하자 연재준은 더욱 꽉 잡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난 당신이 이런 일들을 모른 채 내가 죽은 뒤에도 나를 미워하기를 바랐어. 내 죽음으로 당신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린다면 나는 그걸로 충분해, 후회 없이 죽을 수 있어.”“그래서요?”유월영은 목에 무언가 틀어막힌 것 같았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그렇게 헌신적으로 나를 위한다면서 지금 왜 여기 왔어요? 얼마 살지도 못할 거면서 나를 데려가면, 나 홀로 남겨놓고 과부라도 되라는 건가요?”연재준은 말문이 막혀 입술을 꽉 깨물었다.유월영도 침묵하자 방안이 삽시에 조용해졌다.유월영은 그의 깊고 검은 눈을 마주했다. 그의 날카롭던 눈매는 지금은 슬픔으로 힘없이 보였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고개를 돌렸다. 갑자기 연재준이 몸을 일으켜 그녀의 목덜미를 움켜잡았다.그의 심장은 예전처럼 단단하지 않았고 마치 오랜 세월 바람에 침식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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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9화

연재준은 여전히 그녀의 발밑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다행히 키가 컸기에 허리를 펴 그녀를 안을 수 있었다.그는 유월영의 등을 토닥여 주며 떨림을 진정시키려 했다.연재준은 그녀의 눈물을 이해하고 있었다.그 눈물에는 가족의 원수를 갚기 위한 힘든 짐뿐만 아니라 서로를 괴롭히며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진 마음과, 그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무력감까지 모두 담겨 있었다.연재준도 자신을 진정시키며 최대한 가볍고 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전에 우리 결혼식 반쯤 치르다 말았잖아. 이제 남은 부분을 마저 할까? 신랑이 현시우에서 신연우로 바뀌었으니 이제 나로 바뀌지 말라는 법이 없잖아?”유월영은 그의 등을 때리며 저항했지만 연재준은 여전히 애교 부리듯 말했다.“나랑 결혼해줘...내가 반지도 가져왔어. 에로스, 이건 영원히 당신 거야. 다시 이 반지를 받아줄래?”그는 주머니에서 에로스 반지를 꺼냈다. 반지에 박힌 다이아몬드는 영원했으며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다.“나중에 내가 손가락을 또 잘라야 할지도 몰라요.”유월영은 여전히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다.“내 몸에 있는 흉터는 전부 당신 때문에 생긴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서 내 몸이 변하듯 흉터도 점차 옅어지겠죠. 10년, 20년이 지나면 아마 눈에 띄지도 않을 거고요.”“하지만 내가 죽어 내 살이 썩고 결국 뼈만 남았을 때도 흉터는 뼈에 아로새겨 있겠죠. 내 가슴에 관통된 상처와 내 손가락에 남은 상처들.”연재준이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그럼 우리 둘이 죽으면 땅에 묻지 말고 같이 화장해 달라고 하자. 내 유골과 당신 유골을 같이 담으면 내 유골 가루가 당신의 상처가 된 부분을 채워 줄 거야. 그렇게 하는 게 어때?”“...”유월영은 기가 막혀 그의 어깨를 덥석 물어버렸다.“그런 미친 소리는 혁재 씨한테서 배운 건가요? 뜻대로 안 되면 막무가내로 밀고 나가는 거요.”연재준은 유월영을 끌어안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조준을 잘해. 활 쏘는 것도 총 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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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0화

유월영의 두 눈에 또다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이 모든 것, 전부 그가 한순간에 생각해 낸 것이다.연재준은 애초에 자신의 결혼식이 이렇게 될 줄 몰랐고 윤영훈을 비롯한 세 가문과 자신의 새엄마까지 유월영의 목숨을 노리고 있을 줄 몰랐다.막연히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이혁재에게 유월영을 호위하도록 미리 준비했지만, 그는 그저 결혼식을 성공적으로 마치길 바랄 뿐이었다.하지만 연재준은 그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그 갑작스러운 사고 속에서도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냈다.유월영과 그녀의 어머니를 구할 방법을.그는 이영화의 죽음을 위장해 그녀가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도록 했고 유월영을 자기 손으로 직접 죽이면서 그녀가 그 세 가문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왔다.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그는 유월영이 목숨을 보전하고 그녀가 상처를 치유하고 힘을 모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녀가 돌아와 그들에게 그리고 그 자신에게 복수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했다.유월영이 다시 물었다.“만약 당신이 실수하면요? 그래서 내가 죽었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나요?”연재준이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만약 내가 실수한다면 나 혼자 살아남지 않을 거야. 그들이 죗값을 받게 한 뒤 당신을 따라가려고 했어.”유월영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는 그녀의 얼굴을 들고 눈물을 닦아주었다.“울지마. 내가 수술받을게. 당신을 위해서 난 최선을 다해 살아갈 거야. 그러니 내 수술 동의서에 서명해 줄래?”눈물이 그녀의 속눈썹을 적셔왔다.“시우 씨는 나에게 이 다니엘 정원과 셀 수 없이 많은 부를 줄 수 있어요. 당신은 나에게 뭐 줄 수 있는데요?”연재준이 웃으며 말했다.“나의 몸과 마음 전부를 줄게. 아낌없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당신에게 바칠게.”연재준은 가진 걸 모두 다 그녀에게 줄 것이다.그가 항상 말하던 그 말처럼, 그는 언제나 그녀를 위해 모든 걸 막아주고 목숨 바쳐 그녀를 보호할 것이다.유월영은 또 한 번 쏟아지는 눈물을 참았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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