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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천억대 몸값 비서님: Chapter 861 - Chapter 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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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1화

유월영이 갑자기 노현재의 말을 끊었다.“잠깐만요.”노현재는 하던 말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유월영은 손에 묻은 밀가루를 털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와인 선반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도수가 꽤 높은 위스키 한 병을 꺼낸 후 냉장고에서 얼음 반 컵을 꺼냈다.“현재 씨는 방금 뜨거운 걸 먹었으니 차가운 술은 마시지 마세요. 위장에 안 좋을 수 있어서.”그녀는 말을 마치고 자신의 잔에 술을 따랐다. 독한 술과 차가운 얼음이 그녀를 빠르게 깨우고 차분하게 만들어주었다.그리고 숨을 크게 내쉬며 노현재를 향해 미소를 짓고 말했다.“이제 계속해요.”이미 여기까지 왔고 이제는 도망칠 곳도 없었다.노현재가 또박또박 말했다.“현시우 씨는 연회 부인의 친아들이 맞아요. 이건 레온 가문의 철저한 검증을 통해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죠.”“연회 부인이 바로 고씨 가문의 사모님이라면 현시우는 바로 고씨 부인의 아들, 즉 인신매매범에게 납치된 고준인거죠.”“월영 씨와 같은 어머니를 둔 친오빠라는 말이에요.”“...”유월영은 술잔 속 얼음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잔 벽에는 물방울이 맺혀 흘러내리고 있었다.“역시나.”노현재는 그녀가 충격받아 믿을 수 없다는 듯 반응하거나 그의 조사가 틀렸다고 의심하며 따지거나 혹은 실성해서 온갖 것을 부수며 울부짖을 거라고 예상했었다.그녀가 덤덤히 받아들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노현재는 아무 말 없이 유월영을 가만히 지켜보았고 그녀는 여전히 조용히 술을 마시고 있었다.그는 참다못해 물었다.“반응이 왜 그래요?”유월영이 오히려 웃어 보이며 태연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노현재 씨한테 조사를 부탁한 이상 모든 가능성을 받아들일 준비를 했다고요. 그리고 지금 나온 답이 예상했던 것 중의 하나라 내가 더 뭘 할 수 있겠어요?”그러면서 유월영은 다시 술병을 들어 술을 따르려고 했다.노현재는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잡았다.“아니에요. 월영 씨가 정말 받아드릴 수 있었다면 지금처럼 술을 마시지 않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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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새벽 4시 30분, 오래된 고씨 가문의 옛집은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고 주택가의 검은 어둠 속에서 유난히 눈에 띄었다.유월영은 여전히 말없이 술을 한 모금씩 마시고 있었다.노현재는 그런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 이렇게 엄청난 일을 갑자기 알게 되었다면 유월영도 감정을 쏟아내야 할 터였다.노현재는 유월영 곁에 잠시 앉아 있다가 부엌으로 마무리하러 갔다. 빚어놓은 만두를 용기에 담아 냉동실에 넣고 식탁에 흩어진 밀가루를 깨끗이 닦았다.그러나 부엌에서 행주를 털고 나왔을 때 식탁에 앉아 있던 유월영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도수가 높은 위스키를 절반 이상 마신 상태였다. 아무리 술이 강하다 해도 이 정도면 약간 취했을 터여서 그는 걱정되기 시작했다.“그런 상태로 어디로 간 걸까?”노현재는 바로 1층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소리쳤다.“월영 씨! 월영 씨!”하지만 유월영은 대답이 없었고 그는 2층으로 올라가 한세인을 불렀다.“아가씨가 왜요?”“월영 씨가 취한 상태로 밖에 나간 것 같아요.”노현재는 현관에 있던 신발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바로 그녀를 찾아 나가려는 순간 한세인이 말했다.“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아가씨 곁에는 항상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가 전화로 물어볼게요.”유월영이 신주시로 돌아오기로 결심했을 때 현시우는 유월영의 안전을 염려해 비밀 요원을 배치해 두었고 그들은 유월영의 그림자처럼 그녀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녔다.잠시 후, 비밀 요원으로부터 답변이 왔다.“아가씨가 지금 산수원으로 가고 계십니다.”“산수원?”“거기는 연 대표님의 집이잖아요?”꿈속에 있던 연재준은 초인종 소리에 잠이 깼다.잠에서 깨어난 그는 잠시 이마를 문질러 약간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그는 집에 외부인을 들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거주하는 가정부가 없었고 집 안에는 그 혼자뿐이었다.무표정으로 핸드폰을 집어 들어 실시간 인터폰 화면을 확인한 연재준의 눈에 문 밖에 서서 비틀거리는 유월영의 모습이 보였다.연재준은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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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연재준은 순간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했다.하지만 품 안에 안긴 느낌은 너무나도 생생했고 유월영한테서 풍기는 술 냄새와 한밤중의 서늘함이 모두 선명하게 느껴졌다.유월영의 눈은 술기운 때문인지 초점이 살짝 흐려져 있었고 평소의 냉랭한 기운이 덜했다.그녀는 긴 머리를 아무렇게나 묶고 있었고 귀 옆으로 흘러내린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그녀의 뺨에 닿아 한층 매혹적인 분위기를 더하고 있었다.긴장한 연재준은 마른침을 삼키느라 목울대가 움찔거렸다. 그는 유월영을 항상 원해왔고 지금도 예외는 아니었다.하지만 오늘 밤 그녀는 평소와 너무 달랐다.유월영이 먼저 찾아와 자자고 할 리 없었다. 게다가 그녀가 이렇게 많은 술을 마시는 것도 드문 일이었다.연재준은 유월영한테 뭔가 일이 생겨 감정적으로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그는 유월영의 술버릇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리 만취해도 다음 날 자신이 했던 일을 잊지 않을 사람이었다.그러니 다음 날 깨어나 자신을 이용했다고 오해할 일은 없겠지만 연재준은 자신의 욕망보다 그녀의 상태가 더 걱정됐다.그는 낮게 한숨을 쉬고 손가락을 그녀의 머리카락 속으로 넣어 그녀의 머리를 받친 채 나지막이 물었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그의 목소리는 충분히 부드러웠다.그러나 유월영은 지금 그와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할 거예요, 안 할 거예요?”“...”연재준이 자제하며 말했다.“낮에 회사에 있을 때까지 기분이 괜찮았잖아. 퇴근 후 당신 혼자 시장에 간 것도 봤어. 저녁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유월영이 다시 물었다.“할 거예요, 안 할 거예요? 연 대표님, 설마 그쪽으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니겠죠?”연재준은 어이가 없어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고는 다시 물었다.“무슨 일이야? 노현재가 오늘 신주시에 돌아온다고 하던데, 당신이 조사하라고 했던 뭔가를 알아낸 거야?”‘재준 씨는 어떻게 이런 걸 다 알고 있을까?’하지만 지금 그녀가 그런 것에 신경 쓸 상황은 아니었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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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연재준이 입고 있는 잠옷은 면 소재의 긴소매 셔츠에 여밈 단추가 달린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그가 옆으로 누운 채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있자 셔츠의 옷깃이 내려가 쇄골이 드러나 있었다.그리고 그 쇄골에는 아주 뚜렷한 치아 자국이 남아 있었고 누구 때문인지 말할 필요도 없었다.유월영은 자신이 그 자국을 남길 때 어떤 자세였고 어떤 기분이었는지까지 또렷이 떠올릴 수 있었다.“...”유월영의 표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연재준은 그 미묘한 표정을 보며 물었다.“어젯밤 일...잊어버린 거야?”“내가 기억을 잃은 것도 아니고...”유월영은 시선을 거두며 일어나려고 했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허리와 허벅지에 느껴지는 심한 통증에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생리 기간에 산을 오를 때보다도 더 고통스러웠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숨을 헉 들이쉬었다.연재준은 바로 옆으로 다가와 허리를 받쳐주며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베개를 하나 가져와 그녀의 허리 뒤에 받쳐주며 말했다.“이러면 좀 나아?”목소리는 부드럽고 낮으며 아주 다정했다.유월영은 몸이 불편해서인지 얼굴이 어두웠다.“몇 년 동안 여자를 안 만났다더니 정말인가 봐요? 다른 사람이 봤으면 연 대표님이 평생 여자를 한 번도 못 안아본 사람인 줄 알겠어요.”그는 어젯밤에 마치 굶주린 승냥이 같았다.연재준은 자신이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한다는 것에 어이가 없었지만 얌전히 웃으며 넘어갔다.그리고 유월영의 기분을 상하게 할 말을 일부러 하지는 않고 대신 그녀의 허리를 가볍게 마사지하며 말했다.“당신이 입고 온 옷은 가정부가 손세탁하러 가져갔어. 하 비서가 이따 새 옷으로 준비해 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그리고 욕실에 세면도구 있으니 우선 씻고 같이 밥 먹자.”그의 이 온순한 태도에 유월영은 화를 낼 수가 없었다.그녀는 말을 멈추고 흩어진 침대 시트를 힐끗 봤다..이 시트는 원래 깔려 있던 것이 아니었다.어젯밤, 샤워 후 그녀를 안고 나온 연재준은 젖어버린 침대 시트를 버리고 옷장에서 새로운 시트를 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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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샤워 후 물기가 남아있는 채로 유월영이 연재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수건은 이미 바닥에 떨어졌고 그녀는 아침 햇살 아래 서 있었다.깨끗하고 청초한 모습에 둥글고 매끄러운 어깨, 부드러운 곡선, 가늘고 길쭉한 다리, 그리고 붉게 물든 피부.젖은 머리카락이 뺨에 붙어 있어 평소의 냉정함보다는 한층 매혹적이고 은근한 분위기를 풍겼다.마치 어젯밤 그에게 매달렸던 모습처럼 연약하면서도 매혹적이었다.어젯밤은 꿈만 같았고 연재준에게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밤이었다.연재준의 발걸음도 멈췄고 검은 눈동자에 그녀의 모습이 선명하게 비쳤다.그러나 유월영은 당황하거나 부끄러워하며 가슴을 감싸고 욕실로 뛰어가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손을 뻗어 잠옷 가운을 꺼내 펼치고는 입었다.그리고 무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연재준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했다.“아직 침대에서 안 일어난 줄 알았어. 하던 거 마저 하고 빨리 내려와.”그렇게 문을 닫고 나갔다.유월영은 바닥에 떨어진 수건을 발로 찼다.어젯밤, 그녀는 역시 다른 선택을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씻고 나온 유월영은 완전히 진정한 후 계단을 내려갔다.계단을 한 걸음씩 내려오며 어젯밤을 되짚어보았다.어느 정도는 술기운 때문이었지만 또 다른 이유는 쌓여 있던 감정을 가장 극단적이고 철저하게 해소할 방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비록 그를 선택함으로써 불필요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후회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그녀는 두 사람의 관계가 한 번의 육체적 접촉만으로 급격히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자신이 약해져 육체적 접촉 때문에 마음이 흔들린다면 그것은 자신의 문제였다.유월영은 연재준을 그저 하나의 도구로 여겼고 별로 대수로운 일이 아니었다.1층에 도착했을 때 연재준이 전자레인지에서 데운 아침 식사를 식탁 위에 올리고 있었다.식탁 위에는 꿀물이 놓여 있었고 유월영은 그것이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아채고는 한 입 마셨다.그리고 물었다.“노현재 씨와 계속 연락하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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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유월영이 담담하게 말했다.“나중에 결혼식 초대장을 집으로 보내줄게요. 그때 하객으로 참석하시면 돼요.”연재준은 드디어 화가 난 듯 그녀의 이름을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불렀다.“유월영.”유월영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여기까지 왔는데 결혼식을 취소하는 건 불가능해요. 연 대표님, 이게 아이들 소꿉장난인 줄 알아요? 이건 레온 가문의 결혼식이에요. 내가 여기서 레온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는 일일이 설명해 줘야 하는 건 아니겠죠?”“필요 없어. 그건 나도 잘 알아.”서지욱이 이미 그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연재준이 알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유월영은 더 이상 무의미한 논쟁을 이어가지 않았다.그녀는 다시 시선을 돌려 식사에 집중했다.연재준은 유월영을 바라보며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물었다.“당신, 레온 가문을 위해서 잘못된 걸 알면서 계속 밀고 나가는 거야? 아니면 현시우와의 관계를 알고도 여전히 그가 좋아서 이러는 거야?”유월영이 눈살을 찌푸렸다.어젯밤, 그녀는 그 감정을 폭발시키면서 마침내 억눌렀던 세상에 대한 분노와 부조리함을 억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연재준의 잇따른 질문들은 그 감정을 다시 살아나게 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전 연 대표님을 정말 이해할 수 없네요. 항상 제가 만족스러운 답을 주지 않을 걸 알면서 왜 계속 묻는 거죠?”그 말은, 그가 한 질문에 그녀가 내릴 답 역시 그를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란 의미였다.그러니까 아마 후자일 것이다.“...”연재준은 물컵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물은 이미 식어 있었고 차가운 기운이 목을 타고 내려갔다.유월영은 마침내 그가 더 이상 쓸데없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핸드폰을 들어 메시지를 확인했다. 한세인한테서 새로운 메시지가 와 있었다.[아가씨, 오성민의 행방을 알아냈습니다.]유월영이 답장을 보냈다.[살려서 잡아 오세요. 물어볼 게 있어요.]그 순간 초인종이 울렸고 연재준은 잠시 감정을 억누르며 문을 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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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오후 4시 30분쯤 유월영은 연재준의 집에서 나왔다.원래 예정 시간보다 거의 두 시간 늦어진 시간이었다.그녀는 미리 한세인과 운전기사에게 마중을 나오라고 연락해 두었고 대문을 나설 때도 여전히 차분한 얼굴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한세인이 차 문을 열어주자 유월영이 차에 올라탔고 목소리 역시 평온했다.“출발해요.”그녀의 표정이나 태도 어디에서도 식사를 마친 뒤 연재준과 또 한 번 충동적으로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하지만 아침의 일로 허리는 더 아팠고 다리는 더욱 저렸다.특히 허벅지 안쪽 피부에 스치는 듯한 따끔거림이 있었다.그것은 연재준의 짧은 머리카락이 쓸리면서 생긴 것이었다.그녀가 오랜 시간 동안 욕구를 억눌러 왔던 탓일 수도 있고 연재준의 ‘서비스’ 태도가 너무 좋았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그는 자신의 불편함을 무시한 채 유월영의 만족을 최우선으로 두었고 그녀를 두 번이나 절정에 보낸 후에야 자신의 욕망을 채웠다.결론적으로 어젯밤 술기운에 흐릿했던 기억이든, 대낮의 선명한 경험이든 그녀에게는 모두 만족스러웠다.유일하게 심기를 건드린 건 연재준이 유월영이 떠나려 한다는 것을 깨닫고 아쉬워하며 그녀의 어깨를 물었다는 것이다.남겨진 깊은 치아 자국은 옷감에 스칠 때마다 가렵게 했고 유월영은 무표정으로 어깨를 긁었다.그리고 한세인에게 물었다.“오성민은 잡았어요?”“...또 도망쳤습니다.”유월영은 그 말에 미소를 지었다.“또 도망쳤다고요? 이번엔 어떻게 도망친 거죠?”“좀 이상합니다. 갑자기 나타난 한 무리가 우리 사람들로부터 오성민을 빼앗아 갔습니다.”유월영이 미간을 찌푸렸다.“그 위에 있는 사람들은 아니겠죠?”“제 생각엔 아닌 것 같습니다.”한세인은 앞좌석에서 고개를 돌렸다가 유월영의 목에 남은 키스 자국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그리고 침착하게 말했다.“그 높은 분들이야말로 그를 죽이고 싶어 하죠. 오성민도 그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이상하게도 그 무리가 나타나자마자 그쪽으로 달려갔습니다. 마치 구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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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유월영은 한세인이 현시우에게 자신의 모든 행동을 항상 보고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날 밤 노현재가 그녀를 찾아왔던 일이나, 그녀가 산수원에서 하루 넘게 머물렀던 일도 현시우는 멀리 마르세유에 있으면서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었다.그렇다면 노현재가 그녀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그리고 그녀와 연재준이 무엇을 했는지도 당연히 알고 있을 터였다.현시우가 이틀 동안 아무 연락도 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그녀와 어떤 대화를 나눠야 할지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그리고 지금 드디어 연락을 해왔다.유월영은 핸드폰 화면에 떠오른 ‘크로노스’라는 이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그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지만 그녀는 그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다.핸드폰이 울린 지 10초쯤 지나자 유월영은 손을 뻗어 전화를 끊었다.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그녀는 옆의 버튼을 눌러 등받이를 뒤로 기울게 했다.몸이 편안해졌지만 정신은 여전히 팽팽히 긴장되어 있었다.몇 분이 지나고 나서 그녀는 핸드폰을 들어 현시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일하는 중이야. 끝나면 연락할 게.]현시우는 짧게 답장을 보냈다.[알았어.]유월영은 셔츠의 윗단추 두 개를 풀었지만 억눌린 답답한 감정이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에서 차가운 생수 한 병을 꺼내 한 모금 들이켰다.하지만 그 감정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유월영은 또다시 어깨를 만지작거렸다. 전에 연재준이 남긴 치아 자국은 희미해졌지만 그녀의 신경을 계속 건드렸다.유월영은 다시 책상으로 돌아와 핸드폰을 들고 연재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연재준은 이틀 동안 그녀보다 더 바쁜 시간을 보냈다.해성 그룹이 그간 불미스러운 일에 엮이면서 주가가 폭락했고 해운 그룹 역시 덩달아 타격을 입었다.회의실에서 이사진들이 몇 시간 동안 격렬히 언쟁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마치 자신과 상관없는 일처럼 냉담한 태도를 유지했다.해운 그룹이라는 이 기업이 몰락하더라도 조금도 개의치 않는 듯했다.유월영에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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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유월영은 머리를 염색을 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그녀의 머리카락은 완전한 검은색도 아니었고 조명 아래에서 차가운 갈색빛을 띠고 있었다.이전에는 단순히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녀의 외할머니가 유명한 다니엘 부인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그건 곧 유월영도 1/4 혼혈 혈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고 유전적인 이유라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연재준은 느긋하게 그녀의 머리카락을 말려주었다.머리카락은 상태가 아주 좋았고 부드럽고 풍성해서 만질 때의 촉감이 매우 좋았다.그는 손바닥으로 그녀의 뒤통수를 감싼 채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 끝에 가볍게 키스했다.그러다 갑자기 물었다.“좋아?”‘뭐가 좋다는 거지?’“...”유월영은 순간적으로 그의 질문에 당황해 얼굴이 달아올라 그를 밀어냈다.“연 대표님. 그 나이에 이런 질문을 하다니 유치하지 않아요?”연재준은 그녀의 말에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곧 그녀가 오해했음을 깨닫고 웃음을 터뜨렸다.“내 말은 그게 좋았냐가 아니라, 아까 들어왔을 때 당신이 찌푸린 얼굴로 기분 나빠 보여서 지금은 좀 나아졌는지 물어보는 거야. 내 ‘서비스’가 당신이 생각하는 도구의 기준에 부합했나 해서.”유월영은 잠시 할 말을 잃자 연재준이 부드럽게 말했다.“자신감 없는 남자들만 그런 걸 묻지. 나는 답변이 필요 없어.”그는 이미 그녀의 반응에서 가장 솔직한 대답을 얻었다.게다가 두 사람을 3년을 함께했기에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그는 그녀가 어떤 포인트에서 반응하는지 모든 걸 알고 있었다.유월영은 자신이 왜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둘 사이의 분위기가 애매모호해지기 전에 그를 조롱했다.“연 대표님, 이제 고객의 피드백까지 받으려는 건가요? 혹시 해운 그룹이 파산하면 여기 와서 취직하려는 속셈은 아니죠?”그녀는 그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회사의 상황을 저주했지만 그의 대답은 의외로 침착했다.“만약 고 대표님께서 받아준다면.”유월영이 그를 쏘아보며 말했다.“내연남이 되겠다고요? 그것도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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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매 순간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의 흐름 속에서 싸우고 있다. 마치 야수들이 모여 있는 정글과 같이 조금이라도 병든 모습을 드러내거나 큰 부상을 입었다는 것이 발견되면 주변의 굶주린 포식자들이 즉시 기회를 엿보며 움직일 것이다.해운 그룹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해운 그룹이라는 이 큰 비곗덩이를 호시탐탐 노리는 회사들이라면, 지금쯤 아마 모두 이 재무 보고서를 한 부씩 가지고 있을 게 불 보듯 뻔했다.하지만 연재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다른 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보고서는 분명히 유월영의 손에 들고 있는 이 보고서만큼 진실하고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할 것이다.연재준의 손에 들린 이 보고서는 바로 해운 그룹의 대표인 자신이 직접 수정한 것이었고 유월영에게 바로 무적의 무기를 직접 쥐여준 셈이나 마찬가지였다.그는 펜을 들고 천천히 읽으며 틀린 부분에 동그라미를 그려 표시하고 정확하지 않은 숫자를 수정했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는 외부인들이 모르는 비밀 정보까지 덧붙였다.마지막 페이지까지 수정하고 나니, 벌써 새벽 2시 30분이었다.연재준은 갑자기 기침하기 시작했다. 그는 재빨리 티슈를 뽑아 입을 틀어막고 방문을 살폈다.그래도 기침이 멈추지 않자 그는 몇 장의 문서를 들고 급히 사무실을 나갔다. 문을 닫고 유월영이 있는 방까지 들리지 않을 거라 확인한 뒤 접견실 소파에 앉아 몸을 굽힌 채 한참 동안 기침을 했다.기침이 가라앉을 때쯤, 그의 얼굴은 창백해졌지만 표정은 매우 차분했다.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탄산수를 들어 한 모금 마시고 또다시 문서들을 검토하기 시작했다....유월영이 깨어났을 때는 오전 9시였다.오랜만의 운동 덕분에 평소보다 개운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방을 둘러보았다. 남자의 흔적은 없었고 그 기운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하지만 유월영은 신경 쓰지 않고 일어나 욕실로 들어갔다.어젯밤에 어질러 놓은 욕실도 이미 정리되어 있었다.‘연 대표가 정리한 건가?’‘곱게 자란 귀공자가 이제 이런 것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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