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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천억대 몸값 비서님: Chapter 841 - Chapter 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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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1화

이승연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혁재는 따라와 그녀를 품에 안으며 눈을 반짝였다.“내가 여보라고 불러도 이젠 대답해 주는 거야?”이승연은 그가 왜 따라왔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말했다.“길 한복판에서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이거 놔줘.”“내가 내 여보를 안는 게 뭐가 창피해?”이혁재가 고개 숙여 키스하려 했지만 이승연은 여전히 본능적으로 몸을 피했다. 그녀가 아직 마음의 병을 이겨내지 못한 걸 알아 이혁재도 억지를 부리지 않고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했다.이승연은 결국 그를 달래며 말했다.“내가 오성민을 찾아가는 건 나만의 계획이 있어서야.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이혁재는 자신이 이렇게 쉽게 달래질 줄 몰랐다.그녀의 말에 그는 곧 마음이 풀렸고 주머니에서 도청기를 꺼내 그녀의 셔츠 깃에 몰래 숨겼다.“누나한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대화를 들으면서 수가 틀리면 바로 구하러 갈 수 있게 해야 해.”“그는 지금 경찰의 중점 조사 대상이니까 함부로 못 할 거야.”“그건 모르는 일이야. 전에 누나를 강제로 데려가려고 한 적도 있잖아.”이승연은 더는 대꾸하지 않았고 그가 설치하는 걸 그대로 두었다.그런 다음 그녀는 길 건너편 오래된 집으로 걸어가 벨을 두 번 눌렀다.문을 열어주는 사람은 없자 이승연은 바로 전기 계량기 상자를 열어 그 안에서 열쇠를 꺼내 문에 꽂아 돌리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굉장히 능숙한데, 두 사람만의 작은 비밀인가?”이혁재는 담배를 피우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껌을 하나 입에 넣어 씹었다....집 안에 누군가 살고 있는 기운이 느껴졌지만 1층은 아무도 없었다.이승연은 무표정으로 둘러본 후 곧장 2층으로 올라갔다.이 집은 꽤 오래된 작은 복층 구조였으며 2층에는 큰 테라스가 있었다.예전에 그녀와 오성민이 이 집을 고른 이유 중 큰 부분이 바로 이 테라스 때문이었다.그들은 집에 들기 전에 이 테라스에 흔들의자 두 개와 나무 테이블 하나를 놓고 밤이 되면 야외에서 밥을 먹고 서류를 보고 이야기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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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2화

이승연이 반응이 없자 오성민은 안경을 벗어 닦으며 말했다.“10년 전 우리는 비록 유명하지도 않고 돈도 없었지만 이 집에 세 들어서 살았던 그때가 진짜 행복했던 것 같아.”이승연은 그처럼 감성적이지 않았다.“우리가 그때 돈이 없었던 게 아니라 서로의 정체를 숨기고 돈이 없는 척했던 거야.”그들이 처음 사귀었을 때는 서로가 어떤 배경과 신분인지 몰랐다.반년 후에야 서로의 정체가 드러났고 그는 오씨 가문의 둘째 아들이었고 그녀는 이씨 가문의 외동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오성민이 웃으며 말했다.“그때 일부러 당신한테 숨기려던 건 아니었어.”이승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성민 씨도 말했었지. 부모님이 형한테만 신경 쓰셨고 자신은 그들에게 있어도 없어도 상관없는 존재처럼 보였다고.”“그래서 가족에게 가장 ‘쓸모없어 보이는’ 변호사를 선택했고 집안 덕을 본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 대학 진학부터 유학, 그리고 첫 직장까지 전부 당신 힘으로 했다고.”오성민의 눈빛이 흔들렸다.그녀가 다 기억하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형이 너무 뛰어나서 부모님은 온 정성을 형에게만 쏟으셨지. 날 완전히 신경 안 쓴 건 아니었지만 집안의 모든 관심과 사랑을 받는 사람과 비교하니 차이가 확연했어.”이승연이 말했다.“그래서 난 성민 씨가 지난 10여 년 동안 이렇게 변한 이유가 형과 경쟁하고 부모님께 보여주려고 한 원인이 있다고 생각해. 그들에게 성민 씨가 형보다 뛰어나다는 걸 증명하려고 했던 거지.”오성민은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자조적인 웃음이었다.“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날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당신이야.”“이번 일 있고 성민 씨 부모님과 형이 뭐라고 해?”이승연의 이 말은 마치 걱정하는 것처럼 들렸다.오성민이 다시 냉소적으로 변했다.“집안을 끌어들이지 말라고 하더라...마치 고씨 가문의 그 일을 내가 저지른 것처럼 말이지.”“그럼 성민 씨 혼자의 능력으로 빠져나와 봐.”이승연은 평온하게 말했다.“예전처럼 스스로 구해내서 그들 앞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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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3화

이승연은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도 오성민과 함께 거리를 걸으며 산책했다.달빛이 은은하게 비추고 가로등은 따뜻하게 빛났다.두 사람은 거리를 거닐면서 한가로운 대화를 나눴다.그들이 다녔던 로펌이 이제는 문을 닫고 현재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이 되었다는 얘기도 하고, 올해가 모교 100주년 기념행사라서 시간이 되면 함께 참가하자는 얘기도 했다.심지어 최근 몇 년간 일어난 기묘한 사건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예를 들면, 살인을 의뢰했는데 암살자가 목표 대상에게 설득당해 의뢰인을 되려 죽인 사건이나, 아내를 살해해 보험금을 받으려 했지만 아내가 죽지 않고 보험회사와 함께 남편의 범죄 증거를 찾아낸 사건 같은 것들이다.이야기 속에서 웃음이 오갔고 분위기는 마치 모든 것이 망가지기 전으로 돌아간 듯 평화로웠다.오성민은 몇 시간 동안의 이 시간이 자신이 꾸는 환상이나 꿈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그러나 이건 꿈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고 심지어 이승연이 3년 동안 혼수상태였던 게 꼭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신을 미워하지 않았다.이승연은 현재 마음의 병을 앓고 있어 감정이 무뎌진 상태다. 그래서 그녀는 그를 미워하지도, 원망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다.그것은 오성민에게 좋은 일이었다.그는 그녀가 평생 회복하지 않기를 바랐다.이승연은 자신이 3년 동안 혼수상태였던 탓에 지식이 모두 초기화된 것 같다며 말했다.이제는 법조문도 외우지 못하고 최근 건설 노동자들의 임금을 받아내기 위한 공익 소송을 맡았는데 자료는 충분하지만 며칠을 고민해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오성민은 그녀의 얼굴에서 한순간도 시선을 떼지 못하며 말했다.“그럼 우리 내일 점심에 다시 만날까? 그때 자료를 가져와. 내가 도와줄게. 내가 가르쳐줄게...승연아, 기억나지? 네 첫 번째 소장도 내가 수정해 준 거였어.”이승연은 고개를 숙인 채 발밑의 길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연히 기억나지. 내가 첫 재판에 나섰을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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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4화

이혁재는 이승연의 눈에 천천히 입을 맞췄다. 마치 “더러운 것”을 본 그녀의 눈을 깨끗하게 씻어주겠다는 듯이.이승연은 이런 끈적거리는 애정행각을 참을 수 없어서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나 화장했어. 화장품을 막 그렇게 먹어도 상관없어?”이혁재는 전혀 개의치 않았지만 이승연이 조금 불편해하는 걸 보고는 더 이상 키스를 하지 않고 물었다.“효과 있어?”오성민을 찾아가서 “치료”하려는 게 효과가 있느냐는 말이었다.이승연은 입술을 깨물다 말했다.“모르겠어.”이혁재는 단호하게 말했다.“난 효과 없다고 생각해. 그 자식 찾지 말고 나한테 치료받아.”“너는 아니야.”이승연이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법정도 너도, 나한테는 그날을 떠올리게 할 뿐이야.”...정말 불쾌한 주제였다.이혁재는 화제를 바꾸기로 했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 앞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그리고 귓불을 잡고 장난치듯 만지작거렸다.“저녁에 당신들이 먹은 태국 음식, 내가 만든 거라는 걸 알았어?”이승연이 고개를 들며 물었다.“네가 만들었어?”“그래.”이혁재의 목소리가 나른하게 들렸다.“나처럼 현모양처 스타일의 남편은 본 적 없지? 밖에서 만든 음식이라 걱정도 되고 몸에 좋지 않을 수도 있어서 내가 직접 요리했어.”그는 비웃으며 말했다.“젠장, 그 자식 영광인 줄 알아. 우리 엄마도 내가 만든 음식을 먹어본 적 없는데.”다시 말해, 그는 오직 그녀를 위해서만 요리를 해본 것이다.아무리 이승연이라도 이런 편애를 받고 흔들리지 않을 수는 없었다.그녀는 비록 말없이 있었지만 이혁재를 향해서 더는 평소처럼 차갑고 거리를 두는 눈빛은 아니었다.그리고 그가 장난스럽게 만지작거리는 손도 피하지 않았다. 이혁재는 그녀의 작은 귓볼을 만지작거리다 침을 한 번 꿀꺽 삼키며 목소리를 낮추었다.“눈 감아 봐.”“응?”이승연은 의아하다는 듯 소리를 냈다.이혁재의 높고 날카로운 콧대가 그녀의 얼굴에 닿았고 그의 숨결이 그녀의 피부에 스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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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5화

이승연이 입술을 달싹이며 무언가 물으려는 찰나 이혁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키스했다.어깨에 걸려 있던 가방이 땅에 떨어졌고 이승연은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꼭 쥔 채 다른 한 손으로는 이혁재의 옷깃을 잡았다.그녀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그의 거침없는 공세를 받아들였다.이 키스는 이승연이 깨어난 이후 그들 사이에서 가장 진한 키스였다.오랜만의 스킨십에 이혁재는 허리가 뻐근했고 저도 모르게 이승연의 몸에 밀착했다. 그러다 화난 이승연의 발길질에 결국 떼어졌다.이혁재를 떼어낸 이승연은 화장실로 들어가 화장을 지우고 샤워할 준비를 했다.하지만 이혁재는 부끄러움 없이 그녀의 주변을 계속 맴돌았고 이승연은 화장실 거울을 통해 그의 행동을 모두 눈여겨 보고 있었다.그런데 오늘 이혁재가 입은 회색 추리닝때문에 몸의 변화는 정말 눈에 띄었다.이승연은 자신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소녀가 아니라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그의 뻔뻔한 행동에 당황해 하마터면 화장품을 떨어뜨릴 뻔했다.이혁재는 결국 말했다.“난 게스트룸에서 씻을게. 혼자 해결해야지 뭐 어쩌겠어, 내 아내는 나를 안쓰러워하지도 않는데 스스로 알아서 하는 수밖에.”이승연은 참다못해 그를 화장실 밖으로 밀어내고 문을 잠갔다. 드디어 눈과 귀가 드디어 편안해졌다.“...변태!”이승연이 샤워를 끝내고 꽤 시간이 지난 후 그녀가 침대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을 때 이혁재가 돌아왔다.이승연은 그가 엉뚱한 말을 할까 싶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오성민이 심장 질병이 있다고 주장하며 보석으로 풀려났는데 그의 상태를 보면 병이 있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들어. 병원 기록도 조작된 것 같아.”“당연히 조작된 거지. 그 자식은 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거야.”이혁재는 그녀에게 유리컵을 건네며 말했다.“따뜻한 우유 한 잔 마셔. 잠이 잘 올 거야.”이승연은 컵을 받아 들고 생각에 잠겼다.“법의 허점을 이용한다고 해도 마음만 먹는다고 되는 게 아니야. 오성민한테 일이 생기고 나서 집안과 관계가 끊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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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6화

이승연의 머릿속은 세상에 이렇게 성가신 사람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끈질기게 매달리고 떼어내려 해도 떼어낼 수 없는 사람.마치 계단 위의 이끼나 벽 구석의 덩굴처럼 집착하며 휘감아 오니 화가 나고 어쩔 수 없기도 해서 답답하기만 했다.재미있게도 그 시각 유월영 역시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분명 당신이 나에게 물어볼 일이 있어 나를 찾아오겠다고 했잖아? 그런데 날 두고 그냥 떠나버렸네.”연재준이 가로등 아래 서서 양손을 정장 바지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유월영은 그를 발견하고 이승연에게 하려던 전화를 끊고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연 대표님. 마치 내가 당신에게 무슨 책임이라도 져야 하는 사람처럼 말하지 말아 주세요.”그녀는 그의 얼굴을 한 번 확인하고 또 그의 온몸을 훑어보며 물었다.“상처는 다 나았나요?”연재준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잠깐 당신한테서 눈을 뗐더니 당신이 이미 귀국했다고 하지를 않나. 그래서 나도 당신 따라 귀국했지. 어차피 가벼운 부상이니 귀국해서 회복해도 마찬가지야.”유월영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음, 빠른 쾌유를 빌게요.”그리고는 그를 지나치며 걸어가려고 했다.연재준은 곧 손을 주머니에서 꺼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월영아.”유월영은 고개를 약간 돌려 그를 보며 다소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그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온화하게 마주 보며 말했다.“당신 나에게 물어볼 말이 있다고 했잖아. 이왕 이렇게 된 거, 물어보지 않을 거야?”유월영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어디 앉아서 얘기하죠.”그들은 결국 재즈바를 찾았다.유월영은 자신에게는 도수가 낮은 칵테일을, 연재준에게는 민트차를 주문했다.두 사람은 식당 입구의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연재준은 그녀의 배려를 보며 말했다.“내 건강을 챙겨주는 건가?”유월영은 그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연재준이 물었다.“왜 웃어?”유월영이 답했다.“당신은 나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내가 당신한테 아직 감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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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7화

“이제 확실히 알겠어. 당신은 내가 걱정되고 내가 파산해서 망할까 봐 두려운 거야. 안 그래?”연재준이 태연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냥 내가 아파서 뭐든지 의욕이 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해.”유월영은 그를 바라보며 어금니를 꽉 깨물다 미소를 지었다.“연 대표님. 내가 전에도 물어봤었잖아요. 무슨 사정이 있어 나한테 얘기하지 않은 게 있는지?”“그런데도 당신은 말하지 않았어요. 그러니 앞으로도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말은 하지 말길 바래요. 그건 전부 당신이 자초한 일이니까요.”연재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말 못 할 사정 같은 건 없어. 지금 보이는 그대로야.”유월영은 더 이상 묻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그에게 기회를 줬다. 자신의 어머니에게서 인공 심장 배터리를 훔쳐 간 사람이 누구인지 말할 기회를 줬지만 연재준은 끝내 말하지 않았다.유월영은 연재준에게 왜 신현우와 오성민을 감싸지 않고 오히려 그녀를 도왔는지 물을 기회를 줬지만 그는 그것조차도 말하지 않았다.그렇다면, 나중에 그가 정말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건 그녀와 상관없는 일이다.유월영은 더는 신경 쓰지 않기로 다짐하며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연재준은 순간 그녀의 눈가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본 것 같았다.몇 초가 지난 뒤 그가 물었다.“조사해 봤어? 당신과 현시우의 관계 말이야.”“내가 뭘 조사해야 하는데요?”유월영의 시선이 차갑게 번뜩였다.“우리는 다음 달 결혼할 부부예요. 오늘 웨딩드레스를 보고 왔는데 내가 고른 드레스가 어떤 건지 알고 싶어요? 당신이랑 결혼할 때 입었던 드레스보다 열 배는 더 예쁘던데.”연재준이 끈질기게 물었다.“유전자 검사를 안 했어?”“왜 내가 그런 무례한 짓을 해야 하죠?”“만약 그가 당신을 속인 거라면?”유월영이 비웃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도 기꺼이 속아주죠.”그녀는 방금 그가 한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연재준은 천천히 숨을 내쉬며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다.그리고 세 번째 화제를 꺼냈다.“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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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8화

이혁재는 순간 흠칫했다. 그러고 나서야 깨달았다.깨어난 뒤 왜 그에게 그런 태도를 보였는지.이승연은 그날 자신과 아이를 구해내지 못한 이혁재를 줄곧 마음속 깊이 원망하고 있었다.이혁재는 이승연의 힘에 밀려 몇 걸음 물러섰다.그러다 갑자기 정신을 차린 그는 밀어낸 이승연의 손을 잡아채며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여보.”이혁재는 느낄 수 있었다. 이승연은 사랑싸움이 아닌 진심으로 그를 거부하고 있었다이혁재의 팔을 꽉 잡은 그녀의 손톱이 그의 살에 파고들었다. 이승연은 그를 향해 울부짖었다.“이거 놔!”오성민도 뒤따라왔고 큰 소리로 외쳤다.“승연이한테서 손 떼!”오성민이 이승연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갑자기 나타난 두 명의 경호원에게 가로막혔다.그 경호원들이 이혁재의 사람이라 생각하고 화를 냈지만 어쩔 수 없었다.여기는 법원이니 감히 손을 쓸 수 없었다.하지만 사실, 이 경호원들은 유월영의 사람들이었고 그녀는 이승연의 첫 재판을 걱정해서 직접 법정에 와 있었다.하지만 예상 밖으로 연재준도 법정에 나타났고 그 순간, 복도 모퉁이에서 두 사람이 시선이 마주쳤다.연재준은 손을 입가에 대며 말했다.“쉿.”“...”급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유월영은 그에게 물었을 것이다.“그렇게 회사를 내팽개치고 하루 종일 날 따라다녀도 돼요?”정말 그렇게 한가하다면 병원에나 가보라고 말했을지도 모른다.이혁재는 주변 사람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픔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이승연을 꼭 안고 말했다.“여보, 내 말 좀 들어봐...당신은 나를 벗어날 수 없어. 내가 하는 말 다 듣고 나서도 여전히 내가 싫다면 그땐 내가 떠날게. 더는 귀찮게 하지 않을게.”이승연이 여전히 몸부림쳤지만 이혁재는 그녀를 품에 안은 채 빠르게 말했다.“3년 전 그 일은 내 잘못이 아니야.”그는 또렷하게 말했다.“그때 내 자리는 방청석이었고 내 앞에는 몇 줄의 좌석과 다른 방청객들이 있었어.사건이 터졌을 때 모두 놀라 도망치기 바빴고 내 앞을 막아섰어. 난 좌석을 지나 혼란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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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9화

이혁재가 뻔뻔하게 말했다.“나를 봐봐. 매일 당신한테 달라붙어서 뽀뽀해 달라고 안아 달라고 하고 1분이라도 못 보면 떼를 쓰잖아. 내가 꼭 애 같지 않아? 응? 어차피 내가 연하이기도 하잖아, 나를 아들로 봐도 아무 문제 없어.”이승연은 그의 헛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이혁재는 단도직입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나 병 있어. 그리고 당신만이 나를 살릴 수 있어. 그러니까 나를 떠나지 마. 누나가 원하는 건 뭐든 할게.”“...”이승연은 더는 대꾸할 힘이 없어 그를 밀쳤다. 다만 이번엔 아까처럼 혐오감에 의한 거부가 아니라 그의 엉뚱한 발언에 기가 차서 그와 거리를 두고 싶었던 것이다.하지만 이혁재는 그녀를 다시 품에 끌어안았다.이승연은 거의 기진맥진했지만 오랫동안 그녀를 짓눌렀던 고통이 점차 사라지는 걸 느꼈다.그녀는 눈을 감으며 나지막이 이혁재의 말을 되풀이했다.“당신 잘못 아니야...”이혁재가 대답했다.“그럼 당연히 내 잘못이 아니지. 나도 완전히 억울한 피해자야. 그러니까 나를 미워하면 안 돼.”그의 당당한 태도는 마치 모든 액운을 쓸어내는 빗자루 같았고 이승연의 마음속 어두운 생각들이 깨끗하게 지워졌다.이승연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의 품에서 익숙한 향기가 났다.그녀는 매일 아침 이 향기 속에서 깨어났고 그녀를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이혁재가 갑자기 자신의 넥타이를 풀어 헤쳐 이승연의 눈을 가렸다.“법정을 설 용기가 없어도 상관없어. 안 보면 되지. 자, 눈을 가려줄게.”그는 넥타이를 그녀의 머리 뒤에서 묶으며 말했다.“눈을 가리고 법정에 서면 안 된다는 법도 없잖아?”식물인간으로 지냈던 3년 동안 어둠에 익숙해져서인지 눈앞이 깜깜해지자 이승연은 오히려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이혁재는 고개를 숙여 넥타이를 사이에 두고 그녀의 눈 위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눈을 가려도 참 예쁘네. 이렇게 예쁜 여자가 누구 아내지? 아, 내 아내네.”이승연은 그의 황당한 발언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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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0화

이혁재가 벌린 온갖 난리를 겪고 나니 이승연은 오히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었다.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날 어린애처럼 달래지 마.”이혁재가 능청스럽게 말했다.“여보와 누나 사이에서 이 변호사님은‘애기’라는 별명을 고른 거잖아.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제부터 당신을 애기라고 부를게.”이승연이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정말 그렇게 부른다면 네 입을 찢어버릴 거야.”이혁재가 히죽거리며 그녀의 입가에 키스했지만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그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잠시만 앉아 있어. 내가 마실 거 사 올게.”그녀의 입술이 건조해져서 트고 있었다.“응.”자판기는 다른 복도에 있었고 이혁재는 복숭아 맛 음료 두 병을 골랐다.그때 갑자기 오성민이 나타나 그를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넌 말장난으로 이승연을 속이고 있는 거야.”이혁재는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자판기에서 결제하며 무심히 말했다.“내가 내 아내랑 어떻게 지내는지는 당신이 간섭할 일이 아니야.”오성민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그녀는 그렇게 해서 마음속의 두려움을 극복한 게 아니야! 그건 그냥 눈 가리고 아웅, 본질을 피해 가는 것일 뿐이라고!”이혁재가 웃으며 말했다.“정말 이상하다 말이지. 왜 꼭 두려움을 극복해야 해?”자판기가 덜컹 소리를 내며 음료 두 병을 떨어뜨렸다.이혁재는 음료를 바로 꺼내지 않고 오성민을 바라보며 말했다.“요즘 어떤 사람들은 인생에서 마주하는 사소한 좌절이나 어려움들이 사실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작은 걸림돌인데도, 굳이 극복해야 한다고 강박적으로 생각하지. 그냥 피해 가면 안 돼? 왜 굳이 쓸데없이 고통을 자처해야 하지?”오성민이 비웃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군!”이혁재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그래서 난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당신은 어때?”“들리는 얘기로는 당신 부모도 썩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들었어. 온 가족이 형만 편애했다고 하던데. 이렇게 보니 우리 상황이 조금 비슷하네. ““내 아버지도 두 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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