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연은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도 오성민과 함께 거리를 걸으며 산책했다.달빛이 은은하게 비추고 가로등은 따뜻하게 빛났다.두 사람은 거리를 거닐면서 한가로운 대화를 나눴다.그들이 다녔던 로펌이 이제는 문을 닫고 현재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이 되었다는 얘기도 하고, 올해가 모교 100주년 기념행사라서 시간이 되면 함께 참가하자는 얘기도 했다.심지어 최근 몇 년간 일어난 기묘한 사건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예를 들면, 살인을 의뢰했는데 암살자가 목표 대상에게 설득당해 의뢰인을 되려 죽인 사건이나, 아내를 살해해 보험금을 받으려 했지만 아내가 죽지 않고 보험회사와 함께 남편의 범죄 증거를 찾아낸 사건 같은 것들이다.이야기 속에서 웃음이 오갔고 분위기는 마치 모든 것이 망가지기 전으로 돌아간 듯 평화로웠다.오성민은 몇 시간 동안의 이 시간이 자신이 꾸는 환상이나 꿈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그러나 이건 꿈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고 심지어 이승연이 3년 동안 혼수상태였던 게 꼭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신을 미워하지 않았다.이승연은 현재 마음의 병을 앓고 있어 감정이 무뎌진 상태다. 그래서 그녀는 그를 미워하지도, 원망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다.그것은 오성민에게 좋은 일이었다.그는 그녀가 평생 회복하지 않기를 바랐다.이승연은 자신이 3년 동안 혼수상태였던 탓에 지식이 모두 초기화된 것 같다며 말했다.이제는 법조문도 외우지 못하고 최근 건설 노동자들의 임금을 받아내기 위한 공익 소송을 맡았는데 자료는 충분하지만 며칠을 고민해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오성민은 그녀의 얼굴에서 한순간도 시선을 떼지 못하며 말했다.“그럼 우리 내일 점심에 다시 만날까? 그때 자료를 가져와. 내가 도와줄게. 내가 가르쳐줄게...승연아, 기억나지? 네 첫 번째 소장도 내가 수정해 준 거였어.”이승연은 고개를 숙인 채 발밑의 길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연히 기억나지. 내가 첫 재판에 나섰을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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