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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3화

작가: 고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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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우가 그 앞에서 상자를 열어봤지만 현시우는 신경 쓰지 않았다.

“수고해 줘.”

신연우가 낮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 사람 진짜...”

잠깐 신랑이 되어본 신연우도 마음이 좋지 않은데 하물며 몇 년간 약혼했던 사람은 더욱 마음이 좋지 않으리라.

결혼식을 눈앞에 두고 모든 게 뒤바뀌었다.

현시우의 마음속 생각은 오직 그 자신만이 알고 있었고 아무도 그가 앞으로 유월영과 어떤 신분으로, 또 어떤 상태로 만날지 알 수 없었다.

유월영은 어느새 한복으로 갈아입고 하객들에게 인사하고 있었다.

비단 같은 소재의 연분홍색 저고리의 소매와 끝단에 금박으로 된 연꽃이 수놓아 있었고 넓고 풍성한 치마는 부드럽게 퍼져 실루엣을 연출했다.

긴 머리는 정교하게 올려 묶여 비녀가 비스듬히 꽂혀 있었고 노리개는 전통 매듭으로 제작되어 술이 가볍게 흔들리며 우아한 느낌을 자아냈다.

연재준의 한복도 유월영의 의상에 맞춰 제작되었다. 연하늘색 저고리의 소매 끝과 깃 부분에 금박으로 된 전통 무늬가 섬세하게 새겨져 있었고 걸을 때 자연스럽게 퍼지는 연한 아이보리색 바지는 단정하고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두 사람은 테이블을 돌며 하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신연우가 있는 테이블에 다다르자 유월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신 교수님.”

신연우가 자연스럽게 두 사람과 잔을 부딪치며 말했다.

“결혼 축하해요.”

신랑, 신부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고마워요.”

잔을 비우고 나서 신연우는 테이블 위에 놓인 술병을 다시 들어 그의 잔을 가득 채우며 말했다.

“연 대표님. 저랑 한 잔 더 하시죠? 제가 그럴 자격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연재준이 신부를 빼앗은 데는 신연우의 도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재준은 순순히 뒤에 있는 웨이터가 들고 온 술병을 가져와 술잔을 가득 채웠다.

“그럼요. 신 교수님, 감사해요.”

연재준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신연우는 그와 잔을 부딪치고 술잔을 단숨에 비웠다. 그리고 다시 유월영을 바라보며 작은 상자를 꺼내서 연재준 앞에서 그녀에게 건넸다.

“이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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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13화

    동성끼리는 서로 통하는 것이 많고, 비슷한 기질을 가진 사람들일수록 더 그렇다.독립적이고 강한 여성을 좋아하던 고사연은 유월영과 친해지려고 다가갔다.그 모습을 본 서지욱은 재빨리 아내를 자기 쪽으로 끌어갔다.“이렇게 가까워지다 보면 아내가 이승연처럼 유월영을 가장 우선시하지 않을까?”그는 두 번째 이혁재가 되는 것을 피하고 싶어 아내의 소매를 서둘러 붙잡았다.유월영은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끌어당기는 특별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노현재가 입을 열었다.“비서나 보조를 몇 명 더 고용하는 게 어때요? 일이 너무 많아 보여요. 좀 나눠야 하지 않겠어요?”유월영 맞은편에 앉아 턱을 괸 채 그는 이어 말했다.“아니면 몇몇 사람을 승진시키는 것도 방법이고요.”연회 부인도 동의했다.“일이라는 건 끝이 없는 법이지. 내 생각엔 전문 경영인을 몇 명 고용해서 회사 운영을 맡기고, 너는 인생을 즐기는 데 집중했으면 좋겠어. 인생은 3만 일도 안 돼. 현시우처럼 일에만 매달리지 말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길 바란다.”연재준은 유월영의 손을 잡으며 미소를 짓고 눈을 찡긋거렸다.그의 표정은 “어머니도 같은 말씀을 하시잖아.”라는 뜻이었다.연재준도 이미 여러 번 같은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지금의 연재준은 회사 경영에 대한 야심이 없었다.그는 백수 생활을 즐기며 한동안 문서에 손도 대지 않고 지냈다.연재준의 자산은 전부 유월영의 이름으로 되어 있었고, 마르세유에 있는 저택 또한 유월영 소유의 다니엘 정원이었다.유월영은 약간 난감한 표정으로 웃음을 지었다.세상에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법이다. 그녀는 정확히 말하면 일에서 오는 성취감과 자산이 늘어나는 것을 좋아했다.모두가 그녀에게 손을 놓고 인생을 즐기라고 했지만, 그녀는 그럴 수 없었다.게다가 큰 그룹을 완전히 외부 사람에게 맡기는 것도 불안했다.“해운 그룹에는 조서희가 있고, 레온 그룹에는 한세인 씨가 있어서 충분해요. 다만 이번에 하 비서를 부대표로, 조 비서를 최고운영책임자로 승진시키려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12화

    [번외편 시작]“벌써 4개월이나 됐다고?”다음 날 저녁 축하연에서 유월영이 임신 사실을 공개하자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그 소식은 연재준의 수술 성공보다도 더 큰 충격을 안겼다.사실, 연재준의 수술 사실은 유월영과 가까운 몇몇 사람들에게 비밀로 부쳐졌었다.조서희와 이승연 부부도 몰랐고, 특히 이혁재에게는 철저히 숨겼다.이혁재가 알게 되면 이승연이 당연히 알게 될 것이고, 결국 유월영도 알게 되는 건 시간문제였기 때문이다.그러나 유월영의 임신 사실은 더욱 철저히 숨겨져 있었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녀의 가장 가까운 친구 두 명뿐이었다.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은 역시 이혁재였다.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은 이혁재였다.“여보, 나한테 비밀이 있었던 거야?”이승연은 일부러 못 들은 척하며 대꾸하지 않았다.이혁재는 식사 내내 아내가 자신에게 비밀을 숨겼다는 사실에 빠져 있었다.그러나 풀이 죽은 그를 위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두 번째로 충격을 받은 사람은 연회 부인과 이영화였다.연재준이 수술 사실을 숨긴 것만으로도 큰 일이었는데, 유월영까지 몇 달 동안 임신 사실을 비밀로 하며 신주시에서 수사 사건을 홀로 처리해 온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두 어머니는 그녀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떠올리며 마음 아파했다.연회 부인은 즉시 웨이터를 불렀다.“여기 임산부에게 좋은 요리를 몇 가지 더 추가해 주세요!”며칠 전 친구 딸의 임신 소식을 들었던 그녀는 그때의 식단을 떠올리며 여러 음식을 주문했다.이영화는 테이블 위에서 유월영이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을 조심스럽게 치우기 시작했다.유월영은 연재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어머니들의 배려에 감동하면서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임신 사실을 숨긴 게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했다.사실 이 아이는 예상치 못한 일이 아니었다.그녀와 연재준은 결혼 후 피임을 하지 않았다.결혼 후 1년 동안, 최근 4개월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주 마르세유로 갔던 그녀는 해운 그룹보다 레온 그룹의 명품 계열사에 더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11화

    연재준은 그녀와 꽃다발을 함께 안았다. 그의 몸에서 나는 향기와 그녀의 몸에서 나는 향기가 섞이며 수국의 은은한 향기가 퍼졌다.“당신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어. 오로지 판결에만 집중하길 바래서 모두에게 부탁해서 수술 사실을 숨긴 거야.”유월영은 그의 옷을 꽉 움켜쥐며 말했다.“그러다 수술이 실패하면 어쩌려고...나한테 말도 안 하고! 재준 씨는 정말...”연재준은 진지하게 말했다.“절대 실패하지 않을 거야. 당신에게 꼭 살겠다고 약속했잖아.”유월영은 그의 팔을 꽉 물었다. 그래야만 그동안 억눌렸던 감정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것 같았다.연재준은 그녀의 등을 다독이며 오히려 홀가분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가 말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다.수술 일정을 확정한 후, 그는 반 달 동안 60통의 편지를 썼다.각 편지에는 모두 다른 내용이 가득 적혀 있었다.만약 수술이 실패해 다시는 유월영을 볼 수 없게 된다면, 그 편지들을 매년 하나씩 열어보게 해서 그녀가 80살이 넘을 때까지 함께하도록 남기려 했다.그는 이렇게 이기적이었다. 그녀가 평생 자신을 기억하기를 바랐다.물론 수술이 성공한 후, 그 편지들은 밀폐된 상자에 담겨 다니엘 저택의 나무 밑에 묻혀버렸다.마치 그 편지들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한참 후, 유월영이 말했다.“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것도 있어야죠. 저도 선물이 있어요.”연재준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선물?”유월영은 그의 손을 잡아 자신의 배로 가져갔다.여유롭게 웃고 있던 연재준의 얼굴이 굳어졌다.살짝 부른 그녀의 배는 부드럽고 따뜻했다.잠시 당황한 연재준은 놀란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유월영은 천천히 말했다.“벌써 4개월 됐어요.”그녀는 설 연휴 무렵 임신한 것이었다.마르세유에 가지 않았던 이유도 임신 초기 무리한 여행이 태아에게 좋지 않을까 걱정했기 때문이었다.유월영은 주위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까 걱정되어 알리지 않았다.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녀와 가까이 일하는 조서희, 그리고 가장 먼저 눈치챈 이승연뿐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10화

    유월영은 잠시 멈칫했다. 그녀는 갑자기 나타난 연재준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연재준은 한 발 앞으로 다가가 유월영이 떨어뜨린 외투를 집어 들고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아직도 어린애처럼 옷을 던지며 놀고 있네?”익숙한 향기가 유월영의 코끝을 스쳤다. 덥게 느껴지던 열기가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그녀는 편안함을 느꼈다.정신을 차린 유월영이 물었다.“언제 돌아왔어요?”“방금.”사실 연재준은 며칠 전에 비행기를 탔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재판에 참석할 수 있었지만 비행기가 태풍을 만나 다른 나라에 비상 착륙해야 했다. 결국, 다음 날에서야 다시 출발할 수 있었다.그의 손에는 유월영이 좋아하는 수국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축하해. 네가 원하던 대로 이루어져서 다행이야.”유월영은 두 손으로 꽃다발을 받아 가슴에 안았다.복잡하게 얽혀 있던 마음이 서서히 풀리는 듯했다. 사건이 마무리된 건 좋은 일이었다.그동안 한 번도 진정으로 쉬거나 행복했던 적이 없었지만, 이제 마음이 비어 새로운 것들로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그녀는 꽃을 들여다보며 향기를 맡았다. 사실 수국은 향이 거의 없었지만, 그녀는 수국의 화려함과 다채로운 색상을 좋아했다.유월영이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 큰 일에 겨우 꽃 한 다발이에요?”연재준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 맞췄다.유월영은 본능적으로 눈을 감았지만, 연재준은 입술이 아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이거.”그는 접힌 A4 용지 한 장을 건넸다.유월영은 아무 생각 없이 종이를 받아 펼쳤다. 그러나 한 줄의 문장이 그녀의 심장을 강타했다.보고서는 연재준의 이름이 적힌 의학 보고서였다.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 유월영은 급히 연재준을 쳐다보았다.연재준은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계속 읽으라는 시늉을 했다.유월영은 서둘러 보고서를 읽어 내려갔다. 보고서에는 수술명, 진단, 수술 지시 사항, 과정, 병리 보고서, 그리고 수술 후 회복 상태가 상세히 적혀 있었다.“수술 후 환자의 회복 상태는 양호하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09화

    결국 신현우는 벌금과 서면 경고를 받았고 재판이 끝난 후 바로 석방되었다.하지만 그는 더 이상 회사의 대표가 아니었다.지난해, 그는 심각한 손해를 입은 기업을 매각했고 상당한 매각 대금을 얻었다.그러나 그중 삼 분의 일은 폭발 사고로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으로 지급되었다.비록 법적으로는 이미 보상이 이루어졌지만 신현우는 다시 한번 자발적으로 피해자들에게 보상했다.그도 오성민에게 이용당한 피해자였으며, 본질적으로 고해양 사건과 ‘2세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였다.신현우의 아버지는 이미 사망하여 법적 제재를 피했지만 신현우는 아버지가 고씨 가문을 억압해 얻은 이익을 누렸다는 점에서 그 역시 책임을 느끼고 있었다.남은 돈의 삼 분의 일을 그는 유월영에게 보상으로 전달했고, 유월영은 이를 자신과 윤영훈이 공동 창립한 ‘비상’ 자선 재단에 전액 기부했다.처음에는 윤영훈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설립된 재단이었지만, 지금은 본래의 목적을 잃지 않고 계속 운영되고 있었다.재단은 지난해 말 시에서 주는 상을 받기도 했다.경찰이 신현우의 수갑을 풀어주자, 그는 배심석을 바라보았다.윤영훈보다 운이 좋았던 그는 그곳에서 붉은 드레스를 입은 강수영을 발견했다.연재준은 신현우와 마찬가지로 공모 범죄에 해당하지 않았다.다만, 고의 상해죄는 증거가 명확했지만 피해자인 유월영의 용서를 받은 점, 경찰이 오성민 사건을 해결하는 데 기여한 공로, 당시 상황의 불가피성을 참작 받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모든 피고는 법정에서 자신의 죄를 자백했고 항소하지 않았다.이로써 두 사건은 완전히 종결되었다.29년에 걸친 이 사건은 재심이 시작된 시점부터 계산하더라도 정확히 1년 1개월이 걸려 마침내 결말을 맺었다.판결이 내려지자 법정에 있던 유월영의 지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박수를 쳤다.이는 공정한 법 집행에 대한 찬사이자, 긴 세월 동안의 한을 푼 유월영을 위한 박수였다.유월영은 그제야 마음 깊은 곳에서 안도감을 느꼈다.조서희가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08화

    사건이 공식적으로 접수된 후, 경찰은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하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고 범죄 혐의자들의 수법이 은밀했던 탓에 수사는 쉽지 않았다.다행히 유월영과 현시우가 지난 3년간 수집한 방대한 증거를 정리해 제출하면서 경찰의 수사 난이도를 크게 낮췄다.그로부터 1년 뒤인 다음 해 5월, 경찰은 수사를 마무리하고 관련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법원은 사건을 접수한 지 보름 만에 공개 재판을 열었고, 모든 관련자를 법정에 소환했다.이미 사망한 연민철과 신민우는 출석할 수 없었고, 해외에 숨어 있던 오정훈과 윤이창은 체포되어 송환되었다.그러나 연재준은 출석하지 않았다.경찰 조사 단계에서 오성민은 연재준이 과거 유월영을 다치게 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경찰은 이를 확인한 후 연재준을 고의 상해죄로 체포하기로 결정했으나, 당시 연재준은 마르세유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결국 보석을 신청한 그는 석방 상태로 재판을 받았고, 건강상의 이유로 변호사를 통해 대신 출석했다.한편, 연회 부인은 마르세유에서 신주시로 날아와 고해양 사건의 중요한 증인으로 출석했고, 유월영과 이영화는 이른바 ‘2세 사건’의 증인으로 나섰다.‘2세 사건’은 네티즌들이 붙인 이름으로, 네 재벌 가문의 2세들이 저지른 범죄를 가리킨다.공개 재판이었기에 법원은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생중계를 진행했다.비록 사건 발생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중의 관심은 뜨거웠다.접속자 수는 천만 명을 돌파하며, 최근 몇 년간 가장 주목받는 사건이 되었다.두 사건 모두 하루 8시간 이상의 재판이 이어졌고, 결국 판결이 내려졌다.오정훈과 윤이창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29년 동안 도망친 두 사람은 결국 60세에 가까운 나이에 감옥에서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2세 사건’에서, 법원은 오성민에게 고의 상해죄, 고의 살인죄, 살인 미수죄, 뇌물죄, 불법 감금죄, 범죄 교사죄, 공공 안전 위협 죄, 국제 범죄 등 수많은 혐의를 적용해 사형을 선고했다.오성민은 이 판결을 듣고 전혀 놀라지 않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07화

    유월영은 상대가 먼저 입을 열기 전에 고발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래야 대중들이 그녀를 ‘선택적 복수’를 하는 것으로 오해하지 않을 것이었다.만약 그녀가 윤영훈, 신현우, 오성민을 고소하면서 연재준에 대해서만 감춘다면, 사건이 불분명하게 보일 수 있고, 진심으로 공정한 판결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편 가르기’로 비춰질 위험이 있었다.연재준의 죄목을 따져보면 유일한 범죄는 그녀에게 화살을 쏜 후 바다에 던진 고의적 상해죄였다. 그 외에는 별다른 죄목이 없었다.인터뷰 방송 이후 큰 논란이 일었다.유월영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녀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일부는 그녀가 자작극으로 관심을 끌며 여론을 선동하려 한다고 주장했다.심지어 “아버지를 죽인 원수의 아들을 사랑하다니, 스톡홀름 증후군이 아니냐”라는 비아냥도 나왔다.그러나 유월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부정적인 목소리 때문에 3년 넘게 준비한 복수 계획을 멈출 그녀가 아니었다.신고한 지 7일이 지나도 경찰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사건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특별 수사가 필요하며 수사 시작까지 최대 30일이 걸릴 수 있다고 답했다.이 사건에서 유월영은 어떤 인맥도 이용하지 않았고 모든 것은 규정과 절차에 따라 진행되었다.극도로 외부에 노출된 상황에서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확대 해석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사건 심사를 재촉하려는 행동마저 왜곡될 수 있었다.유월영은 자신이 원하는 공정한 판결을 위해 기다리는 시간을 견디기로 다짐했다.그녀는 조급해하지 않고 신주시와 마르세유를 오가며 통보를 기다렸다.그 사이, 유월영은 다니엘 부인에게서 받은 10%의 주식을 기존에 갖고 있던 10%의 지분과 합쳐, 레온 그룹 내에서 현시우 다음으로 큰 주주가 되었다.현시우의 친여동생인 그녀는 자연스럽게 그의 편에 섰고, 레온 가문에 속한 후 현시우가 그룹을 지배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하지만 주주총회에서 주식 상속을 논의하는 자리에 현시우 대신 한세인이 참석했으며, 정작 현시우는 모습을 드러내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06화

    결혼식 다음 날, 유월영은 팀과 함께 전세기를 타고 13시간의 긴 비행을 거쳐 신주시에 도착했다.긴 여정을 마친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 쉴 틈도 없이 공항에서 바로 경찰서로 향해 사건을 정식으로 신고했다.이 모든 과정은 이미 대기 중이던 언론에 의해 촬영되었고, 그 영상은 빠르게 온라인에 퍼졌다.처음에 네티즌들은 단순히 해외에서 열린 화려한 귀족 결혼식을 구경하며 레온 가문의 신부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다.그들은 금빛 화려한 장식을 보며 “부자면 부자답게 조용히 결혼식을 치를 것이지.”, ‘드디어 유럽 재벌 가문의 결혼식을 보는군.’ 같은 농담을 하며 대체로 구경하는 분위기였다.그러나 하룻밤 새, 수십 년 동안 감춰졌던 억울한 사건이 세상 밖으로 드러났다. 결혼식 연회에서 한 연회 부인의 발언은 편집되지 않은 채 외국 인터넷에 그대로 올라갔고, 그 내용은 다시 국내 주요 플랫폼으로 퍼졌다.곧바로‘고해양’, ‘4대 재벌 가문’, ‘음모’, ‘장부’ , ‘재심’ 등의 키워드가 연이어 검색어에 오르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조용했던 시기에 터진 이 충격적인 사건은 대중의 관심을 단숨에 끌며 뜨거운 토론으로 이어졌다.유월영의 경찰 서 방문은 이미 뜨거운 사건에 또 다른 불씨를 던졌고, 논란은 더욱 격렬해졌다.하지만 경찰서에 신고한다고 해서 바로 수사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었다.경찰은 최대 7일이 걸릴 수 있다고 답했지만, 4일이 지나도 유월영은 별다른 연락을 받지 못했다.이는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이승연이 미리 충고했듯이, 이 사건은 지나치게 민감한 사안이라 여러 방면에서 신중함이 요구된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5일째가 되자, 유월영은 한 권위 있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대중의 관심사에 대해 차분히 답했다.특히 한 기자의 날카로운 질문이 있었다. “고해양 씨 사건이 잘못된 판결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잘못된 판결이라면 단순히 네 가문만의 문제가 아니라, 당시 사건을 다룬 사법 체계에도 책임이 따른다는 의미였다.유월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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