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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이라는 죄로: Chapter 141 - Chapter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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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그의 시선이 마치 자신을 잡아먹기라도 하는 것처럼 유시아는 마주치지 않으려 애를 썼다.임재욱이 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서로 이름만 들어도 난감한 현 애인과 전 애인을 굳이, 굳이 한군데 모아놓을 필요가 뭐란 말인가.게다가 이 정유라라는 여자는 분명 자신이 누군지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방금도 자신을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지 않을 테니까.유시아는 매우 난처한 나머지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당기며 말했다.“아니요, 괜찮아요. 저는 이 스타일을 별로 안 좋아해요.”그리고 가느다란 손으로 소현우의 옷자락을 슬쩍 잡아당겼다.“현우 씨, 우리 저쪽으로 가봐요. 저기 신발도 되게 예쁜 거 같아요.”“그래요.”소현우는 손을 뻗어 유시아의 가냘픈 어깨를 감싸고 임재욱과 정유라를 향해 몸을 돌렸다.“시아가 여기 신발이 별론가 봐요. 저흰 저쪽에 가볼게요. 조금 전 말씀은 감사드려요.”임재욱은 눈꺼풀을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유시아를 뚫어지게 쳐다봤다.“그래요? 왜 유시아 씨가 예전엔 이런 스타일을 좋아했던 것 같은데...”“예전은 예전이고, 지금은 지금이니까요.”소현우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예전에 좋아했다고 지금도 꼭 좋아하란 법 있나요? 사람이 평생 제자리걸음 할 순 없잖아요.”말을 끝내고 그는 유시아의 손을 잡고 맞은편 명품점으로 향했다.정유라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가 잠시 후에야 고개를 돌렸다.“재욱 씨. 저 둘, 엄청 잘 어울리지 않아요? 소 대표님이 유시아 씨를 매우 신경 쓰는 게 보여요. 유시아 씨도 소 대표님을 엄청 의지하는 거 같고요.”그러자 임재욱은 그녀를 차가운 시선으로 힐끗 흘겨보았다. 그 눈빛은 정유라가 저도 몰래 몸서리를 칠 만큼 차고 시렸다.“유라 씨가 오늘 말이 좀 많네요!”말을 마치고 임재욱은 홱 돌아서 밖으로 나갔다.정유라는 입술을 살짝 오므리고 막 따라 나가려고 했는데, 한쪽에 있던 쇼핑 가이드가 그녀한테 주소를 물었다.이 많은 신발을 당연히 그들이 직접 들고 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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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시아야, 이건 그냥 단순한 자선 파티야, 긴장할 거 없어.”소현우는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또 다른 한 손은 유시아의 약간 차가운 손을 잡고 있었다.“너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제일 귀엽고 보기 좋아. 굳이 어떤 틀에 얽매일 필요는 없어.”유시아는 고개를 돌려 부드러운 라인으로 이어진 그의 옆모습을 보며 힘 있게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네, 현우 씨 말대로 할게요!”자선 파티는 도심에 있는 그랜드 하얏트호텔 연회장에서 열렸는데, 아직 이른 시간이라 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 홀 안에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고 드문드문 흩어져 있었다.짙은 청색의 롱 드레스를 입은 이채련은 뷔페 코너에서 디저트를 접시에 담고 있었다. 그녀는 가슴에 진주 브로치를 달고 올림머리를 했는데 매우 우아해 보였다.소현우는 얼른 그녀한테 유시아를 끌고 갔다.“엄마, 저랑 시아가 왔어요.”유시아는 수줍은 얼굴로 이채련에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어머님.”이채련은 그들을 보고 얼굴에 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어, 그래 왔구나.”그녀는 유시아를 아래위로 한번 훑고 나서야 얼굴에 약간 안도하며 흡족해하는 기색이 나타났다. 유시아의 차림새가 체면 깎이지는 않겠다 생각한 것이다.자기 어머니의 반응에 소현우는 조금은 안심이 되어 말했다.“엄마, 시아랑 얘기 좀 하고 있어요. 제가 저기 장 대표님이랑 인사 좀 하고 올게요.”그러자 이채련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가봐, 어서.”소현우는 떠나기 전 달래듯이 유시아의 어깨를 툭툭 가볍게 두드렸다. 그리하여 유시아도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고, 그는 그제야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소현우의 뒷모습이 멀어지자 이채련의 얼굴 미소는 점점 옅어지며 유시아한테 담담하게 물었다.“잘 지냈어요? 곧 기말고사라서 공부하느라 바쁘겠네요?”유시아는 갑작스러운 관심에 몸 둘 바를 몰라 하며 대답했다.“괜... 괜찮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열심히 해서 올 A를 맞도록 하겠습니다.”이채련은 그저 그녀를 향해 웃어 보이고는 아무 말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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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유시아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예의를 표했다.“감사합니다.”감사 인사는 했으나 채 여사의 형식적인 인사치레를 진심으로 받아들이진 않았다. 사실 소현우 때문에 그녀와 심하윤의 관계가 틀어진 마당에 그녀가 심하윤에 집에 인사 갈 면목도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채 여사는 계속해서 그녀의 손등을 두드리며 관심하는 척했다.“비록 네 아빠가 돌아가셔서 너한테 이제 가족이 없긴 하지만, 우리가 있잖니... 절대 우리 집안을 남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 알겠지?”말을 마치고 채 여사는 유시아의 붉으락푸르락한 작은 얼굴을 흘겨보더니 옆 사람한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우리 그이가 자기 옛날 부하한테는 정말 진심으로 잘해주잖아요. 그 집 자식까지 제 딸처럼 아낀다니깐요!”그러자 주위에서 맞장구를 치는 사람이 있었다.“그건 맞아요. 심 회장님은 정말 인심 좋은 분이시죠...”유시아는 듣고 있으면서 저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채경숙은 오랜 시간 동안 이런 부잣집 사모님들 사이에서 웬만한 일은 다 겪었고 세상 물정에도 훤한 사람이 분명한데, 할 말 못 할 말 안 가리고 이 자리에서 그녀의 아버지를 언급하는 건 무슨 속셈일까. 그녀의 처지를 뻔히 알면서 말이다.진짜로 그녀가 걱정돼서? 그건 아닐 거다.일부러 여기에서 그녀를 모욕하려는 의도가 빤히 보였다. 소현우가 심하윤의 재결합 요청을 거절했고, 자신이 심하윤의 남자 친구를 빼앗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심지어 채 여사는 이채련까지도 가만두지 않았다.“시아는 젊고 예쁘고 미술학과를 다니는 수재 아닌가요, 현우는 참 복도 많아요. 제가 축하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이제 집안에 새 며느리 들이게 생겼네요? 나중에 집안 경사에 잊지 말고 꼭 초대해 주세요.”은근하게 야유를 풍기는 이 말, 그리고 그녀는 말뿐만 아니라 얼굴에도 고스란히 그 분위기가 묻어났다.유시아가 어떤 사람인데.살인범의 딸, 감옥살이를 하고 빨간 줄까지 그어진, 졸업장 하나 마저 소현우한테 빌붙어야 딸까 말까 하는 형편없는 계집애 아닌가. 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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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그 몇몇 여인들의 목소리에 임재욱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돌아서서 긴 뷔페 식탁 너머로 유시아가 하얗게 변한 낯빛으로 귀부인들 사이에 같이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그런데 소현우 이 개자식은 어디 갔지?임재욱은 사방을 둘러보며 소현우의 행방을 찾았다.사람을 데려다 놓기만 하면 그만이야? 저렇게 모욕당하고 있도록 내버려둔다고?그는 또 날카로운 눈동자로 채경숙의 얼굴을 깊이 들여다보다, 들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고 그녀들을 향해 걸어갔다.그러나 막 두 걸음 내디뎠을 때, 다른 편에서 소현우가 그녀들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시아야...”임재욱은 조건반사처럼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그는 소현우가 유시아를 향해 걸어가 그 여자들에게 몇 마디 하고 나서 그녀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가는 걸 보았다.이번엔 뜻밖에도 소현우가 그보다 한발 앞서 유시아를 난처한 상황에서 데리고 나왔다.임재욱은 입가에 쓴웃음을 지으며 경매장 쪽으로 돌아섰다.뷔페 행사가 끝나면 경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임재욱의 좌석은 첫 번째 줄에 배치되었는데, 이는 또한 주최 측이 대우그룹을 매우 중시한다는 뜻이기도 하다.그는 건성으로 피켓을 몇 번 들며 경매에 참여했지만, 차츰 피켓을 드는 것조차 귀찮아졌다.매년 그가 참석한 이러한 유형의 행사는 셀 수도 없이 많고, 행사 내용도 다 거기서 거기였다.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보며 그만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이때, 한 유니폼을 입은 웨이터가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그한테 다가와 그의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임 대표님, 유시아 씨가 화장실에서 기절했습니다.”임재욱은 순간 멍해졌다. 그리고 고민할 새도 없이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화장실로 걸어갔다.반쯤 가서 그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방금 그 웨이터의 생김새를 보려고 했으나, 그 사람이 이미 자취를 감추고 보이지 않았다.의심이 들었지만 일단 화장실로 향했다. 어쨌든 어떤 상황인지 확인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여자 화장실 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문밖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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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그 시각, 경매장에는 열기가 한창이었다.마지막 몇 점의 경매품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장내에는 환호성이 일며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이채련은 유리 덮개 안에 놓인 비취 장식품 한 점을 가리키며 소현우에게 말했다.“저건 내가 경매에 내놓은 건데 네가 한 2억 주고 다시 가져와.”이런 자리에 기부금 2억이면 체면 세우기에는 충분했다.소현우는 뭔가 뒤숭숭하여 아무렇게나 대꾸하며 고개를 돌려 화장실 방향을 돌아보았다.유시아가 화장실에 들어간 지 10분 넘었는데 나오지 않고 있었다.원래는 같이 가려고 했는데, 이채련이 자신이 기증한 경매품이 곧 나올 차례라며 그를 남아서 경매에 참여하라고 했다. 유시아도 화장실에서 화장만 고치고 나오겠다며 같이 갈 필요 없다고 했다.근데 이제 10여 분이 지났으니 화장도 다 고치고 남을 시간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그의 안절부절못한 모습에 이채련은 불만스러운 듯 그를 쳐다보며 가볍게 나무랐다.“현우야, 방금 내 말 들었어?”소현우는 이채련을 향해 건성으로 웃고는 휴대전화를 꺼내어 몰래 유시아한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시아야, 화장 다 고쳤어? 우리 경매품이 이제 곧 나올거야, 얼른 돌아와.’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그는 앞을 바라봤다.비취 장식품은 이미 경매에 들어갔고, 소현우는 이채련의 말대로 피켓을 들고 경매에 참여했다. 그러다 그는 무심코 첫 번째 줄의 좌석에 시선이 갔고, 문득 임재욱도 자리에 없음을 발견했다.오늘 임재욱을 만나게 된 것부터 뭔가 불안했던 그는 머릿속에 갑자기 안 좋은 예감이 들어, 손에 들고 있던 피켓을 내려놓고 돌아서서 밖으로 나가려 했다.그때 이채련은 급히 손을 뻗어 그를 붙잡았다.“아직 우리 물건이 경매 중인데 너 어디 가려고?”“시아 좀 보러 가볼게요...”이채련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얼른 뒤쫓아갔다.“현우야, 너 거기 서!”둘은 앞뒤로 밖으로 나갔고, 이채련은 두어 걸음 바싹 다가가 소현우 앞을 가로막았다. 그녀는 굳은 안색으로 말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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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너 그 얘기 그만해!”이채련은 그녀보다 20센티는 훌쩍 넘게 큰 아들을 노려보며 사나운 목소리로 꾸짖었다.“그 일은 원래 유병철의 개인적인 선택이야, 너랑 모든 사람이랑 아무 상관 없어! 그가 돈 때문에 자신을 팔아넘겼는데 누굴 탓해. 암만 불쌍한 딸내미 홀로 남겨놨다 해도 우리가 책임질 일은 아니야!”“그러니까 전에 우리가 만나는 걸 동의하신 것도, 시아가 졸업한 후에 약혼시켜 주겠다고 하신 것도 다 엄마가 기회 봐서 떼어놓으려고 쓴 임시방편인 거네요?”소현우는 고개를 숙여 양미간을 꼬집으며 분한 듯 주먹으로 아래쪽 벽을 내리쳤다.“네, 좋아요! 엄마랑 쓸데없는 말, 인제 그만할게요. 시아는 어떻게 됐어요? 임재욱이 데려가게 했어요? 그렇게 엄마가 다 꾸민 거예요?”이채련은 입술을 꼭 다물고 고개를 돌려 외면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모습을 본 소현우는 초조하게 그녀를 돌아서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현우야......”이채련은 기어코 뒤쫓아가서 그의 손목을 덥석 움켜쥐었다.“그만 좀 해, 너 아직도 보기 흉하다는 생각 안 들어서 그래?”그러나 소현우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시아를 임재욱이 데려가게 할 순 없어요...”“아!”뒤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이채련의 비명소리에 놀라, 소현우는 얼른 뒤돌아봤다.이채련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한 손으로 자기 발목을 누르며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현우, 너!”여자 하나 때문에 자신을 그렇게 거칠게 뿌리치다니!평소에 온화하고 예의 바른 성격이던 아들이 엄마한테 폭력을 행사하다니!이채련은 화가 치밀어 가슴이 답답할 지경이었다.“너 정말 날 너무 실망하게 하는구나!”“엄마, 엄마 미안해요...”소현우는 다급히 이채련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제가 병원에 모셔다드릴게요.”......주차장 안에서.임재욱이 유시아를 안고 계단을 내려올 때 강석호는 한창 운전석에 앉아 잠을 자고 있었다.그러다 차 밖에서 인기척이 나자, 그는 급히 차에서 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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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이튿날 오전, 임재욱은 회사에 있었는데, 역시나 할아버지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너 어젯밤에 뭐 하러 갔니? 내가 기부한 한나라 와당을 왜 입찰 안 했어?”임태훈은 안타까움과 불쾌함이 잔뜩 들어있는 말투로 임재욱한테 따져 물었다.“그건 내가 미국 가서 어렵게 구한 건데, 다른 사람한테 입찰 당하면 어떡해!”어젯밤이라...어젯밤만 생각하면 임재욱은 기분이 상쾌하다 못해 황홀하기까지 하다...그는 서류를 뒤적이면서 한편으로는 실실 쪼개고 있었다.“그렇게 소중한데 왜 기부를 했어요? 손에 꽉 잡고 있을 것이지?”“그만큼 희귀하고 진귀한 물건을 내놔야 우리 임씨 집안 체면이 설 거 아니야?!”잠시 멈췄다가 임태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또다시 입을 열었다.“한데 그것보다, 네가 상관없는 사람들과 일 때문에 우리 집안 체면까지 잃어버렸다는 게 더 실망스럽구나!”한나라 기와 한 덩이가 그에게 그다지 중요하진 않았다. 비싼 값에 사들이면 그만이니까.하지만, 자그마치 대우그룹 대표라는 사람이 여자 때문에 경매장에서 뛰쳐나와서는 자신이 기부한 물건조차 입찰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가 더 참을 수 없는 이유였다.예로부터 예쁜 여자는 다 화근이라 했다.그리하여 임씨 집안 남자들은 가장 먼저 배워야 할 일이 바로 자아 억제다.자신을 억제해야만 모든 약점을 숨길 수 있고 비즈니스 판에서 상승장군이 될 수 있다!“그만해요.”임재욱은 그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제지했지만, 자신의 태도에서 뭐라도 들키게 될까 봐 아무렇게나 대꾸를 덧붙였다.“그냥 낡은 기와장이잖아요, 나중에 한 장 구해드릴게요! 난 회의 있어서 이만 끊어요. 들어가세요.”말을 마치고 임재욱은 전화를 끊었다.가죽 의자에 등을 기대고 있는 그는 섬세하고 준수한 얼굴이지만 지금은 거기에 옅은 피로가 어려 있었다.잠깐 뒤, 책상 위에 놓인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하나 이번에는 집에 있는 도우미한테서 온 전화였다.......30분이 지나서, 임재욱은 차를 몰고 그린레이크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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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유시아의 창백했던 얼굴에 격한 분노가 일어 불그스름하게 변해갔다.“임재욱, 당신. 어쩜 그리 파렴치할 수가 있어?!”“파렴치한 건 내가 아니지. 그렇지만 미련하다 못해 구제 불능인 건 바로 너야!”임재욱은 가볍게 웃었다.“소현우 엄마가 진짜로 널 받아들인 거 같아? 널 소현우 여자친구로, 미래의 며느리 될 사람으로 인정한 거 같냐고? 꿈 깨. 어젯밤 너한테 약을 탄 게 바로 그 사람이야. 그래 놓고 사람을 시켜 나한테 알려줬지, 널 데려가라고!”그는 이미 어젯밤에 강석호를 시켜 그한테 소식을 알린 그 웨이터를 조사하라고 했는데, 확실히 이채련의 돈을 받고 한 것이 맞다고 실토했다.그 여자는 겉으로는 너그러운 척하며 유시아가 사람들 앞에서 비웃음을 당해도 노한 기색이 없더니, 사실은 그의 손을 빌려 유시아를 치워버리려는 심산이었다.그리고 소현우는 아마 지금쯤 병원에서 그녀를 돌보며 효자 노릇을 하고 있겠지.유시아의 동공은 놀라움에 움츠러들었다.“그럴 리가... 어떻게...”그러면서도 그녀는 자신이 어제저녁 연회장에서 입 안에 넣었던 것들을 차례차례 회상했다.웨이터가 건넨 주스, 뷔페에서 가져온 간식, 그리고 이채련이 건넨 브라우니 한 조각...그럼 그 브라우니에...임재욱은 그녀의 경악하고 놀란 안색을 보며 입술을 약간 오므리며 말했다.“시아야, 왜 너 자신을 아낄 줄 몰라? 널 싫어하는 사람한테 굳이 미천하게 얼굴을 들이밀어서 뭐 해. 그건 스스로 수모를 자초하는 일이잖아.”이채련이 소현우의 옆자리를 계속 비워둘지언정 유시아는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만약 그녀가 죽을 각오로 핍박하면, 소현우도 어쩔 도리가 없을 테니까.임재욱은 괴로워서 축 처진 유시아를 바라보며 마음이 측은해져 그녀의 볼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며 말했다.“시아야, 소현우한테 더 이상 희망 갖지 마. 그 사람은 너한테 행복을 줄 수 없어. 왜 꼭 그 사람한테 가려고 해?”“현우 씨는 나한테 제일 잘해주는 사람이니까. 현우 씨처럼 날 대해주는 사람은 이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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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하지만 소현우는 다르다.사랑받는 것은 언제나 누구를 사랑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다.불나방 같은 사랑은 일생에 한 번이면 충분하다.또다시 시도한다면 아마 그녀한테는 정말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그도 말했듯이 이번 일은 소현우의 어머니가 벌인 일이지, 소현우와는 관계가 없지 않은가!유시아가 여전히 상심한 모습을 하고 있자, 임재욱은 그녀가 자기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 줄 알고 다시 한번 말했다.“내 말은, 나도 소현우처럼 너한테 잘해줄 거라고. 그보다도 더 잘해주겠다고!”한 여자한테 잘해주는 게 별 대수라고.기껏해야, 좀 더 부드럽게 대해주고, 존중해 주고, 그녀의 흉터를 들추지 않고, 싫어하는 일을 강요하지 않고, 예쁜 옷과 치마를 사주는 등등...소현우가 그녀한테 했던 것처럼, 그도 얼마든지 할 수 있고, 더 잘할 수도 있다 생각했다.자신이 사랑하지 않는 남자한테 사랑받는 것과,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한테 사랑받는 것은 완전 다른 차원이다.임재욱은 그녀가 자신을 거절할 도리가 전혀 없다고 여겼다.“날, 사랑하잖아... 시아야...”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너 옛날에 나한테 시집오겠다고 큰소리쳤잖아? 그리고 너 대학교 2학년 때 침실에서 생일날 케이크에 촛불 불면서 빈 소원이 나랑 사귀는 거였잖아? 기억 안 나? 시아야, 소현우 그만 잊어, 이젠 나랑 같이 있자...”“싫어요!”유시아는 자신이 똑같은 사람한테서 두 번 넘어질 만큼 멍청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를 믿을 때마다 결과는 매우 비참했다.결혼하자고 속여서 감옥에 보내고, 기절했다고 속여 문을 열어준 대가는 자신을 괴롭히는 거였다.이 남자는 악마야.매번 그녀를 속여 독이 든 사탕을 먹게 했다. 다시는, 한마디도 믿지 않을 거야!유시아는 그를 사랑했던 예전, 그리고 미래의 자신을 전부 인정 못 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정신없이 가로 저었다.“아니에요. 난 당신 사랑하지 않아요. 다시는 당신 사랑하지 않을 거야... 놔줘요, 집에 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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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임재욱은 그녀의 뒷덜미를 감싸 쥐고, 그녀를 몸 밑에 가둬, 머리 숙여 그녀의 얼굴에 남아있는 눈물 자국에 입술을 맞췄다.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듯이.“시아야, 울지 말고, 이젠 소현우는 그만 잊어. 나랑 같이 있어, 내 곁에 와. 내가 약속할게, 너한테 잘할게, 다시는 너 안 속여...”임재욱은 소현우보다 더 잘해주겠다고만 약속했을 뿐, 끝내 그 세글자는 뱉지 않았다. 마치 그것이 그가 굳게 지키는 마지막 방어선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유시아는 그 방어선이 그가 가장 사랑하는 신서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싫어요, 재욱 씨, 제발 날 놔줘, 난 이제 다시는...”그녀의 낮고 억눌린 흐느낌 소리는 짧은 순간에 임재욱의 입속으로 삼켜졌다.그는 그녀의 입술에 자기 입술을 포개고, 손을 뻗어 그녀의 등 뒤로 가 천천히 드레스의 지퍼를 내렸다. 늘씬하고 힘센 두 다리도 그녀의 다리 사이로 한 치씩 비집고 들어갔다...날은 좀 흐렸고 제비도 낮게 날고 있었다. 스산한 바람이 불어와 밖에 있는 은행나무를 흔들어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내게 했다.유시아는 잠결에 발밑을 헛디디는 꿈을 꾸고 벌떡 눈을 떴다.여전히 그 침실, 그 침대였다. 침구에는 그 남자의 익숙한 내음이 남겨진 채... 그녀는 남자의 널따란 가운을 입고 있었고, 자신의 드레스는 온데간데없었다.손을 들어 자신의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다가 우연히 자기 왼손 약지가 텅 비어 있는 걸 보게 되었다.다이아몬드 반지가 없어졌다!소현우가 그녀에게 준 프러포즈 반지.임재욱과 싸울 때만 해도 있었는데, 갑자기 왜 사라졌지?유시아는 베개 밑과 협탁을 뒤졌지만 찾지 못했다. 마음이 급해진 그녀는 임재욱을 찾아가려고 침대에서 내려왔다.하나 남자의 가운이 너무 큰 탓에, 침대에서 내려올 때 가운 끝자락을 밟고 앞으로 털썩 무릎을 꿇으며 넘어졌다.무릎이 얼얼하게 아팠고, 그 때문에 유시아는 눈물이 찔끔 나올 거 같았다.“시아야!”임재욱은 문을 밀고 들어온 후 황급히 뛰어와 그녀를 안아 침대 위에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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