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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죄로의 모든 챕터: 챕터 161 - 챕터 170

485 챕터

제161화

전시회를 다 둘러보고 나온 뒤 임재욱은 그녀와 함께 부드러운 야채죽을 먹었고 이후엔 특색 있는 작은 술집에 갔다.창가에 앉으니 빅토리아 항구의 야경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임재욱은 전에도 홍콩에 온 적이 있었지만 매번 일 때문이었다. 늘 각종 문서에 사인하고 각종 사람을 만나느라 스케줄도 늘 꽉 차있어 따로 여가를 내 둘러볼 겨를이 없었다.그런 시간이 오래다 보니 그는 자신이 감정이 없는 일만 하는 기계가 된 것 같았다.그러니 일의 속박 없이 여자와 함께 온전히 즐기기 위해 놀러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는 기쁘게 웨이터가 건네주는 메뉴를 받고 또 맞은편에 앉은 유시아를 보고 말했다.“뭐 마실래? 도수 낮은 과실주?”유시아가 얼른 고개를 저었다.“그... 그냥 오렌지 주스요. 술은 딱히 마시고 싶지 않아서...”마시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마실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마시고 취할까 봐. 그때처럼 그의 앞에서 본모습을 보여주게 될까 봐.3일은 빠르게 지나갈 것이다. 3일만 지나면 두 사람은 아무런 관계도 아니게 될 것이므로 마지막 순간에 일을 그르치고 싶지 않았다.그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자신에겐 칵테일을, 그녀에겐 오렌지 주스를 시켰다.밖의 야경은 아름다웠다. 불빛이 화려하고 찬란했고 물결이 반짝이며 이 번화한 도시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었다.그녀는 밖의 풍경을 감상했고, 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문득 호기심이 들어 입을 열었다.“유시아. 전부터 계속 궁금했었는데, 도대체 넌 내 어디가 좋았던 거야?”그는 직설적이었고 립스틱의 색도 구별할 줄 몰랐으며 더군다나 여자애를 달랠 줄도 환심을 살 줄도 몰랐다.다정하고 착한 소현우를 제외하고, 당시의 남운대에서만 해도 그보다 잘난 사람들은 많이 있었다. 그보다 돈이 많은 사람, 그보다 잘생긴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렇게 끈질기게 그를 쫓아다녔다.그는 자신의 어떤 부분이 그렇게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건지 몰랐다.유시아가 놀라더니 곧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주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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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동시에 그와 자신은 상관없는 두 사람이므로 더 이상 자신에게 미안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그때가 되어 대우 그룹과 유시아, 사업과 사랑을 모두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아쉽게도 상상뿐이지만.이튿날 유시아는 여전히 그에게 이리저리 끌려 놀러 다녔다.홍콩에 오기 전 임재욱은 여행 일정을 짜놓았었다. 먹을 것 마실 것 그리고 놀 것까지 모두 계획했다. 그리고 유시아를 데리고 홍콩 디즈니랜드에 가서 미키마우스 머리핀을 사주고 성 앞에서 사진도 찍어주었다.유시아는 사실 그가 사진을 찍어주는 것을 별로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어떠한 영상도 그에게 남기를 원하지 않았다.임재욱은 어쨌든 조만간 결혼할 것이고, 게다가 그녀가 신부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러므로 그녀는 차라리 자신이 그에게서 철저히 잊히기를 바랐다.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모두.그도 눈치채고 몇 장의 사진을 찍은 후 빠르게 전화를 끄고 그녀를 데리고 사방으로 놀러 다녔다.노는 사이에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 어느덧 3일이 지났다.나흘째 되는 날 아침, 임재욱이 그녀의 방문을 노크하러 갔을 때 잡이를에 오랫동안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손잡이를 잡고 열어서야 그는 문이 잠겨있지 않고, 안에 사람도 사라졌음을 발견했다.유시아는 아침 일찍 새벽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12시가 지나자 바로 캐리어를 끌고 호텔을 떠났다.전화를 끊고 임재욱은 쓴웃음을 지었다. 얼마나 함께 하기가 싫었으면 조금도 기다리지 않고 떠났겠는가. 그와 함께 돌아가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방안에 유시아의 이불이 간단히 정리되어 있었다. 침대 머리맡에는 반쯤 마시다 만 물이 놓여 있었고 쓰레기통에는 각종 생활 쓰레기와 종이 뭉치가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임재욱이 그 종이 뭉치를 주워 평평하게 펴놓았다. 그리고 묵묵히 유시아가 버린 그림을 바라보았다.그림 속에는 사람 한 명 없는 텅 빈 농구장이 그려져 있었다. 주변에는 강의실 건물 두 채가 있고 잔디밭이 있었다.임재욱이 그 그림을 어루만졌다. 마음이 무언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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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용재휘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그야 집에 있기엔 너무 한가했으니까...”사실 그는 유시아를 걱정해서였다. 그녀는 소현우의 약혼녀이기도 했고. 그런 소현우마저 그녀의 행방을 모른다는 것은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니까.그는 심지어 경찰에 신고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유시아가 성인이고 그와 혈연관계도 없었으므로 입건되지 않았다.용재휘는 어쩔 수 없이 교수님께 그녀를 대신해 병가를 내고 매일 학교에서 기다리기만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정말 만나게 될 줄이야.그가 손에 든 필기 노트를 유시아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그럼 오늘의 필기는 유시아 씨한테 부탁할게요!”유시아가 고개를 들며 그의 말을 바로잡았다.“누나.”“네. 시아 누나.”“저리 꺼져요.”용재휘가 히죽거리며 저 멀리 달아났다.주변이 조용해지자 유시아 얼굴 위의 웃음도 서서히 사라졌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곤 책을 꺼내 공부를 시작했다.저녁 무렵, 수업이 끝난 뒤 유시아는 책을 들고 교문으로 향했다. 입구에 도착하자 소현우의 차가 정차되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용재휘가 그녀에게 귓속말했다.“이 며칠간 대표님이 매일 차를 몰고 와서 누군가를 기다렸어요. 사랑에 미친 게 분명해요!”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돌려 떠났다.소현우도 차에서 내려 그녀를 바라보며 다가왔다.“시아야...”겨우 며칠간 보지 못했을 뿐인데 소현우는 이전보다 훨씬 야위어 보였다. 볼이 핼쑥해 보였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두 눈은 여전히 이전처럼 맑고 생기 넘쳤다.유시아는 미소를 지으며 빠르게 그를 향해 걸어갔다.마침 그녀도 소현우에게 할 말이 많았다.식당에서 소현우는 메뉴판을 들고 익숙하게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을 주문했다.“버섯크림스프 담백하게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해물죽 하나 주세요. 감사합니다!”웨이터가 메뉴판을 들고 떠난 후에야 소현우는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고 미안해하며 말했다.“이번 일 우리 엄마가 벌인 거라는 거 알아. 괜히 널 고생시켰어. 시아야, 용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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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시아야!”소현우가 언성을 높이며 반지를 들고 있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잘못 없는 네가 왜 벌을 받으려고 해."유시아가 그를 향해 웃어 보였다.“아뇨. 소현우 씨를 떠나는 건 저에게 벌이 아니라 해방이에요.”말을 마친 그녀가 애를 써 소현우의 손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몸을 돌려 떠났다.-임재욱이 결근하고 홍콩으로 간 일로 임태훈은 몹시 화나 있는 상태였다.그러나 임재욱의 약혼에 응하겠다는 말에 한숨을 돌렸다.이 철없는 손자는 여태껏 순순히 그의 분부대로 행동에 옮긴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3일간 유시아와 무슨 일이 있었기에 갑자기 고분고분해진 건지 궁금했지만, 정유라와의 약혼에 응하겠다니 임태훈은 마음의 짐이 덜어진 듯했고 그가 홍콩에 간 일도 추궁하기 귀찮아졌다.임재욱은 유시아보다 며칠 늦게 정운시로 돌아갔다. 금방 비행기에서 내린 그는 운전기사를 따라 집으로 향했다.아니나 다를까 정유라도 집에 있었다.이미 임태훈으로부터 약혼에 대한 일을 들은 그녀는 임재욱에게 각별히 친절해졌다.“재욱 씨 돌아왔네요. 밖에 더웠죠. 주스 마셔요. 방금 한건데...”임재욱은 관심이 없었지만 그래도 손을 뻗어 주스를 받았다.“고마워요.”임청아는 한켠에서 두 사람을 흘겨보았다. 한 명은 야비하고 한 명은 오만하기에 그지없다.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임태훈도 자연스레 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오히려 흥이 나서 약혼에 대한 일을 상의하기 시작했다.“일생에 한 번뿐인 약혼이니 절대 경솔히 해서는 안 되지. 약혼에 대해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있냐?”임재욱이 담담히 대답했다.“할아버지께서 바라는 대로 하죠.”임태훈이 웃으며 말했다. “둘 사이 일인데 내가 어떻게 감 놔라 배 놔라 하겠어? 그래도 너희들의 말은 들어봐야지. 젊은이들은 아이디어가 넘쳐나니.”날씨가 더운 탓인지 임재우은 괜히 짜증이 나 차갑게 할아버지를 힐끗 쳐다보고 대답했다.“약혼녀까지 다 준비해 놓으신 마당에 약혼식도 마저 준비해 주시죠. 좋은 일 할 거면 끝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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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이튿날 오후, 임재욱은 전과 같이 퇴근 시간에 카드를 찍고 회사를 나갔다.“재욱 씨, 퇴근했어요?”옅은 핑크색 Fendi 정장을 입은 정유라가 귀빈 구역의 소파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걸어왔다.그가 퇴근하면 함께 반지를 고르고 웨딩플래너를 찾아가기로 했다.그녀는 다정하게 그와 팔짱을 끼고 따뜻한 말을 했다.“하루 종일 일해서 피곤하죠? 일 끝나면 재욱 씨가 좋아하는 화이양 요리 먹으러 가요. 제가 아는 유명한 곳이 있는데 아주 정통적인 맛이에요!”임재욱은 무관심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를 뿌리치지도 않았다. 그저 이렇게 그녀가 팔짱을 끼도록 내버려두고 함께 회사 밖의 주차장으로 갔다.그가 문을 열고 차에 오르려고 할 때 뒤편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여 그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보았다. 금방 뒤에 있는 사람을 알아보았을 때, 그는 이미 그 사람에게 주먹으로 얼굴을 맞은 뒤였다.주먹이 생각보다 강했으므로 임재욱은 하마터면 땅에 엎어질 뻔했다.그는 차체를 짚고 가까스로 똑바로 선 뒤 똑같이 주먹을 들어 소현우의 얼굴을 향해 내리쳤다.다 큰 두 성인 남자가 이렇게 주차장에서 몸싸움하기 시작했다.정유라는 이 당황스러운 상황에 깜짝 놀랐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가까운 곳에 있는 대우그룹 건물을 향해 크게 외쳤다.“경비 아저씨, 여기 사람이 싸워요...”“조용히 해요!”임재욱이 차갑게 그녀에게 호통치고 명령조로 소현우를 향해 말했다.“그쪽도 떨어져요!”소현우가 그를 때리는 것은 당연히 유시아 때문이었다.임재욱은 그들 셋 사이의 일에 누군가 끼어들기를 원하지 않았다. 특히나 정유라는 더더욱.소현우는 눈이 벌게진 채로 임재욱을 차 문 쪽으로 쿵 밀고는 이를 사리물었다.“임재욱. 도대체 유시아한테 무슨 말을 한 거야. 왜 나랑 헤어지자고 하는 건데?”임재욱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헤어지자고 했다고?”임재욱은 당연하게도 그가 유시아의 일로 화풀이하러 온 줄 알았다.이미 유시아가 그의 청혼을 허락했고 그가 준 약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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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말을 마친 소현우의 주먹이 얼굴을 향해 내리쳤다. 임재욱은 굳이 피하지 않았다.마음속으로 이번 주먹은 그가 마땅히 맞아야 하는 것이라 어렴풋이 생각했다.한 대 맞는 게 뭐 어때서.그는 두 번이나 유시아가 손목을 긋게 했는데.꼴 좋다.정말 통쾌하구나.임재욱을 때린 후 소현우는 그를 제자리에 남긴 채 훌쩍 떠나버렸다.“재욱 씨...”정유라가 그에게 달려와 쪼그려 앉아 그를 부축했다.“재욱 씨, 괜찮아요? 병원에 데려다 줄게요...”이때 임재욱의 몸은 온통 흙투성이였고 발에 차인 곳은 여전히 얼얼하게 아팠다.30여 년을 살면서 이렇게 낭패하긴 처음이다.정유라가 그를 부축해 차에 올랐다. 그녀가 차를 몰고 병원에 가려고 하자 임재욱이 운전대를 잡으며 말했다.“내려요. 병원 안 갈 거니까.”의기소침한 듯했지만 눈빛은 차가웠다. 낯선 사람에게 절대 마음을 열지 않을 것 같은 모양새였다.정유라가 무어라 말하고 싶은듯했지만 결국 조용히 차에서 내렸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임재욱이 그녀와의 약혼에 응했어도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은 아니라는걸. 그래서 그를 거역할 수도, 그에게 애교를 부릴 자격도 없다는걸.그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를 귀찮게 하지 않아야만 그의 곁에 오래 있을 수 있다.차 내부가 드디어 고요함을 찾았다.임재욱은 연락처에서 유시아의 번호를 찾아 한참을 응시했다. 그러나 전화를 걸 용기는 없었다.아마 3년 전 그가 유시아를 감옥에 보낸 순간부터 그는 이미 그녀에게 있어 떠올리기조차 어려운 존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매번 그녀에게 다가갈 때마다. 그 태도가 온화했든 포악했든. 그녀를 곁에 두고 괴롭히든, 혹은 아이 대하듯 그녀를 데리고 디즈니랜드로 놀러 가든. 그녀에게 있어 다를 바가 없었을 것이다. 그 때마다 마음속의 흉터를 피투성이가 되도록 다시 찢는 것과 같았으니.그가 가까이 가지 않아야 그녀가 아프지 않을 것이다.임재혁은 쓴웃음을 지으며 입가의 피를 문질러 지웠다. 그리고 그린레이크를 향해 차를 몰았다.-벌써 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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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시아야, 고맙다.”전화를 끊은 뒤 유시아는 얼른 소현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현우 씨, 어디 있어요? 어머님께서 오랫동안 연락이 안 되셔서 불안해하세요. 얼른 어머님께 연락해 줘요.」메시지가 전송되었다. 마치 돌이 바다에 가라앉은듯 아무런 대답이 없다.유시아는 잠시 고민하다 외투를 입고 지갑을 챙겨 외출했다.지금 그녀에게 학업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소현우였다.그녀가 그와 헤어지자고 한 것은 그가 더 좋은 연인을 찾기를 바라서였지. 그가 이렇게 자포자기하게 하려던 것이 아니었다.그리고 이채린은 결국 그의 어머니였고, 어머니로서 그녀는 아들을 가장 생각하는 사람이다.피는 물보다 진하다는데 이렇게 사이가 서먹하게 굴어서는 안 될 일이다.그녀는 택시를 타고 소현우의 아파트에 도착했다. 아파트의 경비원과 책임자가 모두 그녀를 알아보았고 게다가 소현우의 분부가 있었으므로 그들은 열정적으로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아가씨 오셨네요. 대표님 보러 오셨어요?”유시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현우 씨는 집에 있어요?”“대표님은 3일 전에 오셔서 한 번도 나가지 않으셨습니다.”책임자가 그녀를 직접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올라가세요!”아파트의 엘리베이터는 집 내부와 이어진 구조였으므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그녀는 입구에 소현우의 구두가 놓여있는 것을 보였다. 그리고 옅은 핑크색 슬리퍼 한 켤레도.그녀가 지난번에 왔을 때 소현우가 직접 그녀를 위해 사 온 것이었다. 슬리퍼 위에는 귀여운 털 뭉치가 장식되어 있다.유시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슬리퍼로 갈아신고 안으로 들어섰다.거실에 들어서자 짙은 술담배 냄새가 코를 찔렀다. 코가 시큰거렸고 동시에 사레가 들렸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더니 과연 한 남자가 헐렁한 잠옷을 입고 소파에 비스듬히 기댄 채 티브이를 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온통 퇴폐적인 모습이었다.두 눈이 마주치자 소현우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잠시 후 그는 조금 부끄러운 듯 자기 옷을 정리하고서야 소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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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신데렐라는 유리구두를 신고 호박 마차를 탔다. 그리고 왕자님과 춤을 추고 결혼까지 하였다.이런 일은 어린아이들이 즐겨 보는 동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현실 세계에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신데렐라는 유리구두를 신더라도, 그리고 왕자님 곁에 서더라도 자신의 비천함을 숨길 수 없는 것이다.게다가 동화 속의 신데렐라는 감옥살이한 적이 없다.소현우가 그녀의 창백하고 앙상한 얼굴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바보 같이. 네가 지은 죄가 뭐가 있다고 이런 벌을 받으려고 해?”바보같이...순간 유시아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이 네 글자가 그녀의 마음을 울렸다.그는 그녀의 무고함과 고통을, 열등감과 위축된 마음을 모두 이해해 준다.그는 자신이 그녀에게 유일한 삶의 지푸라기임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종래로 그녀를 포기하지 않았다.설사 그녀가 임재욱에게 끌려가더라도 그는 그녀가 더럽다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사과했다. 자신이 무능해서 지켜주지 못했다고.그녀가 흐느껴 우니 소현우는 가슴이 아팠다. 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눈물에 키스했다.“시아야, 울지 마. 내가 항상 곁에 있을테니까...”“현우 씨, 왜 이렇게 멍청해요? 왜 저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거예요.”그녀는 목이 멘 채로 그의 등을 마구 쳤다. 마치 정신을 차리라는 듯이.“전 그럴 가치가 없는 사람이에요...”소현우가 되려 웃었다.“시아야, 너도 알잖아.”“난 이렇게 사랑받을만한 사람 아닌데...”“너보다 더 사랑 받을만한 사람은 없어!”소현우가 그녀를 안고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시아야, 난 평생 너와 함께할 거야. 영원히 헤어지지 않고.”이 세상에서 유시아를 제외한다면 그가 사랑할 만한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는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줄 아니까, 모든 것을 무릅쓰고 사랑할 용기가 있으니까.-이채련은 비록 유시아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소현우가 그녀에 대한 감정은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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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일주일 후, 정운대학교 입구.유시아가 울상을 지으며 학교에서 뛰쳐나왔다.“현우 씨, 시험 망했어요. 예측 문제 다 안 나왔어요...”소현우가 그녀의 울상인 얼굴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는 손을 뻗어 갈수록 살이 붙어가는 그녀의 귀여운 볼을 어루만졌다.“바보야. 직감은 항상 반대인 거야. 망했다고 생각할수록 잘 한거고, 잘 했다고 생각할수록 낙제하는거야.”유시아가 뾰로통해서 말했다.“위로 하지 마요. 이제 졸업장도 받지 못하게 됐으니 현우 씨 체면도 이제 구겨진 거예요!”소현우가 웃으며 그녀의 뒤통수를 감싸안아 가볍게 두드렸다.“괜찮아. 그저 시험일 뿐인데. 최선을 다했으면 된 거지. 이제 차에 타! 같이 갈 곳이 있어!”“어딜 가려고 이렇게 의미심장한 거예요?”유시아가 고개를 숙이고 조수석에 올라탔다. 아직도 시험의 여파로 몸에 기운이 별로 없었다.“혹시 배불리 먹여서 시험이 망한 걸 위로하려는 건 아니겠죠?”유선우가 그녀에게 안전벨트를 매어주며 말했다.“그럴 리가. 시아는 분명 잘 쳤을 거야. 지금은 다른 일을 보러 가는 거야.”그는 곧 차를 몰고 정운대학교를 떠났다.시험이 끝나고 시험장을 나서면 홀가분할 줄 알았건만, 뜻밖에도 유시아는 지금이 시험 전보다 훨씬 긴장되었다.비록 소현우는 졸업장 따위 개의치 않았지만 정말 졸업장을 받지 못한다면 학교 측과 친구들의 추측을 증명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바로 그녀가 소현우의 입김으로 정운대학교의 명성을 가져가려 한다는 추측이었다.그녀는 이채련도 이것 때문에 자신을 업신여길까 봐 겁이 났다.이를 생각한 유시아는 더욱 초조해져서 의자를 뒤로 젖혔다.“전 좀 자고 있을 테니 도착하면 불러요!”최근 기말고사 때문에 밤을 새가며 공부했더니 확실히 몸이 매우 지친 상태였다.눈을 감자마자 그녀는 주위는 신경도 쓰지 못한 채 곤히 잠들어버렸다.소현우가 그녀를 깨울 때, 그녀는 심지어 잠투정까지 부렸다."부르지 마...”“시아야! 도착했어!”유시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일어났다.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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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그럼 다른 곳으로 가요.”유시아가 항의하며 말했다.“전 이곳이 싫어요...”소현우는 그녀의 반응에 어찌할 바를 모르다 설득하기 시작했다.“아직 보지도 않았잖아. 여기 단지 내의 풍경도 아름다워. 돈은 절대 신경 쓰지 않아도 돼...”이때 벤틀리 차 한 대가 단지에서 나왔다.운전석에 앉아있는 남자의 얼굴을 보았을 때야 소현우는 비로소 깨달았다.유시아는 이 동네가 싫은 것이 아니라 이 동네에 살고 있는 누군가가 싫었던 것이다.얼마 전 임재욱의 부동산을 조사했었으나 이곳에도 그의 집이 있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그 며칠 동안 줄곧 임재욱에 의해 이곳에 갇혀있었으니, 이렇게 반항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차를 몰고 문어구에 도착했을 때 임재욱 역시 그들 둘을 보았다.조수석의 문이 열려 있었고 유시아는 옅은 남색의 긴 치마를 입고 머리카락은 약간 헝클어진 모습이었다. 소현우가 한켠에 서서 흐뭇하게 웃는 것을 보아 그녀를 차에서 내리도록 설득하는 것 같았다.할아버님께 듣기로 두 사람이 곧 결혼한다고 하던데.약혼도 아닌 결혼.그 옛날 하루 종일 그의 뒤를 쫓아다니는 지칠 줄 모르던 소녀 애가 드디어 지쳤다. 더 이상 달리지도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를 선택했고 곧 신부가 될 것이다.유시아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은 매우 아름답다. 골격이 작은 데다 몸매가 좋아 어떤 종류의 드레스를 입든 모두 예뻤다.그들의 결혼식도 아마 유난히 아름다울 것이다.임재욱은 씁쓸히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잠시 혼이 나간듯하였는데 차가 하마터면 앞차와 추돌할 뻔했다.그는 깜짝 놀라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다행스럽게도 몇억이 되는 고급 차는 안정적으로 멈추어 주어 교통사고의 끔찍한 결과는 피했다.임재욱은 깊은 숨을 들이쉬고 나서, 마음을 다잡고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그가 오늘 외출한 것은 정유라와 함께 반지를 고르고 약혼식에서 쓸 기타 액세서리들을 사기 위해서였다.정유라는 기쁜 모습으로 다정하게 그와 팔짱을 꼈다.“재욱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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