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 앞 잔디밭은 거의 농구장 절반 정도 크기로 매우 넓었고 정원사에 의해 정연하게 가꾸어졌다.다양한 계절의 꽃이 심겨 있는 것 외에도, 키 낮게 자란 관목숲이 우거져있었다. 여기서 작디작은 반지를 찾으려는 것은 바다에서 바늘을 찾는 격이었다.임재욱은 위층에 서서 청회색 옷을 입은 유시아가 파란 잔디밭에서 천천히 기어다니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꼭 마치 파충류 같았다.그녀는 처참한 모습으로 잔디밭에 꿇어앉아 있었다. 세심하게 한 포기의 풀마다 심지어 덤불 사이의 가지마저도 놓치지 않았다. 대개는 땅을 석 자 파려는 태도로 그 어느 구석도 놓치지 않고 찾았다.임재욱은 다소 귀찮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다시 방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천둥소리가 울리고 번개가 번쩍이더니 그 불빛에 어둑하던 하늘은 쫙 갈라졌다.오후부터 날씨는 계속 흐려있었다. 심한 폭우가 쏟아질 것 같았다.임재욱의 발걸음은 느려졌다. 그는 보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그런 자신을 이기지 못하고 내려다봤다.허 씨 아주머니는 이미 나가 있었다.“유 아가씨, 곧 폭우가 쏟아질 것 같습니다. 비가 그치면 다시 찾으세요.”유시아는 듣지 못한 듯 전혀 풀이 죽지 않았고 여전히 잔디밭에서 더듬으면서 찾고 있었다.그것은 현우가 선물해 준 프러포즈 반지다. 평생 기념으로 간직해야 할 정도였다.설령 그녀가 원하는 대로 소현우에게 시집가지 못할지라도, 그녀는 여전히 기억할 것이다.‘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미소를 가진 한 남자가 그녀를 부드럽게 대했었다는 것을, 아무리 그녀가 무뚝뚝하고, 감옥살이를 했었을지라도 전혀 싫어하지 않았었다는것을, 게다가 기회를 노려가며 그녀를 소유할 생각은 더더욱 하지 않았었다는것을, 그녀는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그는 처음이자 유일하게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한 남자였다.그녀는 그에게 미치도록 노력해 갔다. 비록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녀를 차버렸지만, 이 반지를 남기고 있다는 것은 그녀에게는 하나의 기념이 되고 위로가 되었다.또 천둥소리가 몇 번 울리더니 굵은 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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