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Chapter 141 - Chapter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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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진수현!왜 저기에서 나와?윤아는 정말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업무 처리하러 가지 않았어? 왜 서재에 있는 건데... ‘너무 조용하게 있었는지라 윤아는 들어올 때부터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다.‘나 아까... 아기라고 하지 않았던가? 하필 이때 들어온 거 보면 설마 들었나? 아니면...’윤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잔뜩 긴장한 마음으로 수현을 보면서 간신히 입술을 깨물며 진정했다.수현도 윤아가 서재에 올 줄 몰랐다.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그녀의 표정을 보며 수현은 눈썹을 살짝 추켜게세웠다. 요즘 자꾸 화들짝 놀라던데 마치 뭔가 숨기고 있는 듯했다.수현은 입술을 꾹 다물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는 예리한 시선으로 윤아의 창백한 얼굴을 훑었다.“아까 누구와 대화했어?”윤아는 살짝 멈칫했다.이렇게 묻는다는 건 뭘 말했는지 듣지 못했다는 뜻인가?하지만 윤아도 장담할 수 없었다. 만약 수현이 제대로 듣고 일부러 시험이라도 하려고 이렇게 물어보는 걸 수도 있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윤아는 조금 진정되었다. 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수현에게 물었다.“수현 씨가 왜 여기 있어? 회사 간다고 하지 않았어?”동문서답.“온라인 회의거든. 회사 안 가도 돼.”“아, 그래?”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난 수현 씨가 회사 간 줄 알고 잠시 서재를 빌렸어. 연수 씨가 모르는 일이 많대서 가르쳐줬거든.”평소와 다름없는 차분한 어투로 말하고 있다고 여겼다.수현은 느릿한 시선으로 윤아의 얼굴을 조금씩 훑어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어둡고 그윽한 눈동자는 마치 그녀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기라고 하는 것 같았다.“너 되게 긴장한 것 같다?”“...”수현은 윤아에게로 다가가서는 거의 붙을 기세로 서 있었다. 그러자 수현 특유의 호르몬 기운이 순식간에 그녀를 휘어잡았다.윤아는 저도 모르게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살짝 움직였을 때 커다란 손이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잡으면서 앞으로 끌어당겼다. 조금만 힘을 썼을 뿐인데 윤아는 수현의 넓은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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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수현은 윤아의 턱을 잡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뭔 상관인데.”윤아는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웃긴다. 내가 언제 상관했다고 그래? 마음대로 해.”그러자 아무 표정 없이 그녀에게 손을 내미는 수현.“그러면 통화기록이나 내주시던지.”“진수현, 너 돌았어?”“마음대로 해라며.”“네 마음대로 하라는 거지 나에게 그렇게 하라는 뜻은 아니잖아. 독해 능력이 이래서야 되겠어?”“왜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 연수 씨와 통화했다면서 기록도 못 내놓냐? 아니면 다른 사람과 통화했어?”“...”“설마 너의 그 잘난 찬영 오빠야?”“...”이제야 알 것 같았다. 수현이 왜 자신을 시험하려 했는지, 왜 이렇게 삐딱하게 말하는지.그냥 말하는 소리만 들었지 내용은 제대로 듣지 못한 거였다. 그래서 그녀가 당황한 모습만 보고 연수가 아닌 찬영과 통화했다고 오해했구나.강찬영...세번째였다. 수현이 찬영 때문에 화낸 게.이렇게 생각하자 윤아는 침묵했다. 동시에 불안에 벌렁벌렁 뛰고 있던 심장도 점차 진정되었다.이것 때문이라면 상관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윤아를 보자 수현의 표정은 썩을 대로 썩어있었다.“심윤아, 왜 아무 말도 안 해?”침묵은 묵인을 뜻한다. 설마 진짜 강찬영과 통화한 거야?비록 내용은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말투가 아주 부드러웠다는 것만은 똑똑히 들었다. 그에겐 한 번도 이런 말투를 써주지 않았다.심지어 어렴풋이 ‘자기’라는 단어와 ‘먹다’, ‘쉬다’ 도 들은 것 같았다. 결국 수현은 ‘아기’를 ‘자기’로 들은 것이다.조합해 보면 상대방을 자기라고 부르면서 뭘 먹은 후 쉬라고 했을 것이다.아직 자신과 한 침대에서 함께 자는 이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자기라고 한 것만 생각하면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더 화난 부분은 윤아의 대수롭지 않다는 담담한 태도였다. 그가 따지고 있는 와중에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 올려 보이질 않겠는가,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말 할 필요 없으니까.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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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윤아는 작은 입으로 한마디에 한마디를 이어 말했는데 수현은 하나도 반박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는 윤아의 말재주가 참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처음 윤아를 비즈니스 협상에 데려갔을 때 그녀는 이런 수준의 업무를 접해본 적이 없는 데다가 나이까지 어리니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횟수가 늘어날수록 그녀는 점점 더 잘해갔고 입만 열면 압도적인 아우라를 뿜어냈으며 논리나 사로도 아주 또렷했다.그래서 매번 상대방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지금도 그녀는 자신을 이런 식으로 대하고 있었고 수현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소영이 집에 왔던 건 사실이었고 확실히 그녀의 옷을 입었다.아무 말도 못 하는 수현을 보며 윤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서늘한 웃음을 지었다.“이번엔 네가 침묵하네? 진수현, 바꿔서 생각해 봐. 내가 다른 남자를 데려와서 네 옷까지 입혔어. 어때?”“...”윤아가 한 말만 들어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게 만약 진짜 벌어진 일이라면...수현이 더는 입을 열지 않는 것을 본 윤아는 그 틈을 타 그를 밀어내고는 노트북을 가진 채 자리를 떴다.방에 돌아온 후, 윤아는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까 그렇게 말해 놓았으니, 수현은 분명 머리가 흐릿했을 것이다. 그러니 다른 건 꼬치꼬치 캐묻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아무래도 좋으니, 그녀의 비밀만은 들키지 않으면 되었다.윤아는 노트북을 잘 챙겨두고 아래층에 내려가 주방에서 먹을 것을 찾아보았다.점심 재료를 준비하고 있던 요리사는 그녀가 온 것을 보자 얼른 인사했다.윤아는 주위를 한눈 둘러보고는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아저씨, 오늘은 간식 있어요?”“네, 그럼요.”요리사의 이름은 김성철이었다. 그는 재빨리 몸을 돌려 뒤쪽에 있는 궤짝을 열고는 그 안에서 예쁜 간식을 꺼내 윤아에게 건넸다.이걸 본 순간, 윤아의 두 눈은 반짝거렸다. 하얗고, 통통하며 동글동글한 찹쌀떡과 슈크림이었다.윤아의 눈빛을 본 성철은 이 간식을 만든 게 옳은 선택임을 깨닫고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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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어, 저도 그냥 아무렇게나 추측해 본 거예요. 오늘 아침에 만든 물고기 국이 얼마나 맛있었다고요. 비린내가 조금도 없었어요. 그런데 사모님께서는 맡기만 했을 뿐인데 그렇게 심하게 토하지 않으셨어요. 제 새언니도 임신했을 때 그랬거든요. 비린내는 절대 못 맡아요. 그냥 일반인보다 예민해져서요. 그리고 입맛도 많이 바뀌었어요.”성철은 들으면 들을수록 더 놀라웠다.이 도우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었다.만약 윤아가 정말 임신하기라고 했다면 그는 반드시 식단을 조절해야 했다.성철은 재빨리 머릿속에서 이 포인트에 동그라미를 쳤다.-윤아는 두 개의 찹쌀떡과 여러 개 슈크림을 먹고는 아주 만족한 마음에 배를 가볍게 두드렸다.예전엔 왜 맛있는 줄 모르고 살았지?배 속에 아기가 먹기를 참 좋아하는 것 같았다.“벌써 식탐 많은 거 봐.”배를 톡톡 치며 낮은 소리로 사랑스럽다는 듯 말했다.임신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윤아의 배는 아직 평평했고 임신한 티가 나지 않았다. 그러니 아기가 그녀의 말에 반응하는 것은 불가능했다.하지만 그렇다 해도 윤아는 아기에게 혼잣말하며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졸음기가 몰려온 윤아는 이를 닦고 침대에 누워 잠을 잤다.조금만 자려고 했으나 오후 두 시가 다 되어서야 눈을 떴다. 시간을 보고 벌떡 몸을 일으킨 윤아.벌써 두시라고? 늦잠을 자버리다니!방안은 제법 조용했다. 옷을 갈아입고 급히 아래층에 내려갔더니 거기도 무척 조용했다. 도우미 한 명이 윤아가 내려온 것을 보고는 그녀에게 인사했다.“사모님, 깨셨어요?”“네.”윤아는 도우미를 보며 물었다.“할머님께서는 깨셨나요?”“네. 이미 점심 식사까지 하셨어요.”선월이 어디에 있냐고 물어보려 했을 때 도우미는 말을 이었다.“지금은 대표님께서 어르신 모시고 밖에 나가셨어요.”“어딜요?”“그건... 저희도 잘 모릅니다.”윤아는 사실 남자인 수현이 선월을 꼼꼼하게 보살피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래서 전화를 쳐서 어디 갔냐고 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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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성철이 방금 한 말에 담긴 메시지는 너무 많았다. 그래서 윤아는 약간 도둑이 제 발 저린 느낌이 들었다.설마 성철이 바뀐 자신의 입맛으로부터 뭔가 눈치채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성철은 깜짝 놀라는 윤아를 보자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는 듯 손을 비비며 점잖게 웃었다."사모님 입맛이 갑자기 달라지지 않으셨습니까. 그래서 저도 식단을 조금 조절해 보았어요. 왜 그러세요, 사모님?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입맛이 바뀌다라...다른 사람들이 이런 말을 들으면 분명 의심할 게 뻔했다.윤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엄숙한 얼굴로 성철을 보면서 조용히 말했다."아저씨 제 입맛이 어디가 달라졌다는 거예요. 전 그냥 간식 좀 먹었을 뿐인데."윤아의 말에 성철은 조금 어리둥절해 있었다. 그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일리가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윤아는 그저 간식을 조금 먹었을 뿐인데 왜 입맛이 바뀌었다고 생각했을까. 성철은 조금 머쓱해졌다."죄송합니다, 사모님. 제가 넘겨짚었네요."윤아는 눈썹을 살짝 추켜올리며 말했다."괜찮아요. 아저씨는 그저 본분을 다했을 뿐이에요. 얼마 전에 너무 기름진 음식만 먹어서 그런 가, 입맛을 좀 바꾸고 싶네요. 그리고 이젠 할머님께서도 본가에서 요양하시잖아요. 수술도 해야 하시고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계속 담백한 식단으로 만들어주세요."한마디 한마디마다 성철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물론이죠. 앞으로는 담백한 음식으로 준비할게요. 역시 사모님께서 세심하게 생각하시는군요."윤아는 그저 웃기만 하며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아, 사모님. 점심 후에 간식을 드시겠습니까? 특별히 사모님을 위해 과일 찹쌀떡을 만들었습니다."과일 모찌 찹쌀떡.윤아는 이런 음식을 먹어보지 못했지만 입이 머리보다 빨리 대답을 해버렸다."좋아요."정신이 들었을 때는 성철이 빙그레 웃으며 알겠다고 하며 멀리 가버렸다."..."윤아는 제 아랫배를 보며 속으로 궁시렁거렸다.식탐 많은 녀석!'이건 절대 내가 먹고 싶은 게 아니야!'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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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과 소영의 관계가 결백하지 못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전화를 치면서 부르려는지 이해가 안 됐다.곧 수현의 머릿속엔 고집만 센 윤아가 이걸로 자신이 열받았으면 하는 속셈으로 이렇게 말한다는 생각이 스쳤다.어제 이 문제를 두고 다퉜기 때문에 오늘 또다시 이걸로 자신에게 보복하려는 것이다.이렇게 여긴 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걔를 왜 불러?”직접 나서서 소영이 오기를 막는 수현을 보며 윤아는 살짝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어쨌든 그에겐 유리한 일이었다. 앞으로 자신과 이혼한 후 분명 소영과 만날 테니까 말이다. 그때 가서 만약 소영이 선월과 사이가 좋다면 그도 덜 혼날 것이라고 생각 되었다.“할머님과 되게 잘 지내는 것 같고 또 할머님을 즐겁게 해드리잖아. 그래서 부르려는 거야.”수현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부르면 와? 남은 출근 안 하는 줄 아나 봐?”선월은 아침부터 둘 사이 분위기가 조금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부부끼리 다투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감정이 좋아야 여러 가지로 투정도 부리기 때문에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지금 두 사람이 의논하는 것을 듣자, 선월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그러게, 윤아야. 소영 씨도 출근해야 할 텐데. 그리고 어제 이 할미와 하루 동안 함께 있어 줬잖니. 오늘까지 오라는 건 곤란할지 싶구나.”여기까지 말한 후, 선월은 손을 뻗어 윤아를 툭툭 치면서 말을 이었다.“그러니 됐다, 윤아야.”어제 소영과 그녀를 초대할 거라고 약속했었다. 이 정도까지 했으니, 약속을 어긴 셈이 아닐 것이다. 더욱이 반대한 사람이 수현이었으니 말이다.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수현을 힐끔 보고는 선월을 향해 머리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소영 씨에게 민폐 끼치지 않을게요. 그저 할머님을 아주 좋아하길래 부르려고 했어요. 아마 거절하지 않을 거예요.”선월은 그저 웃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 대화가 끝난 후, 다들 계속 아침을 먹었다. 하지만 수현의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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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갈 때 윤아의 머릿속엔 단 한 가지 생각만 들었다.삼 초라며? 삼은 어디 갔는데?키도 크고 다리도 길었는지라 수현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윤아는 방에 돌아오면 수현이 자신을 내려줄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안고 꼿꼿이 서서 버티고 있었는데 마치 급소라도 맞은 것 같았다.“나 내려줘.”전혀 듣지 못한 것처럼 고개를 숙여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는 수현.“소영에겐 내가 잘 말해둘게.”심윤아: “?”뭔 뜻인 거야? 뭘 말해둔다는 거지?“네가 말했잖아. 나와 강소영 사이가 결백하지 않다며. 그래서 소영이 오늘부터 다시는 네 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야. 회사도, 집도 오게 하지 않을 거고 네 옷을 입는 일도 없도록 할게.”여기까지 듣자, 윤아는 가슴이 철렁했다.수현이 이 말을 한 의도를 잘 몰랐다.강소영더러 회사도, 집도 오게 하지 않겠다니, 왜 갑자기 이러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왜?”윤아는 더 이상 심술부리지 않고 차분하게 물었다.그러자 진지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수현.이 시선에 윤아는 조금 놀랐다. 왜 갑자기 이러는 건지 잘 모르겠으니까.“다음부턴 그 사람에게 전화 걸지 마.”갑자기 앞뒤 없는 말을 내뱉는 수현에 윤아는 어리둥절했다.윤아: “?”뭐라고?“그 사람에게 자기라고 하지도 말고 걱정해 주지도 마.”수현은 거의 어금니를 깨물며 마지막으로 이 한마디를 내뱉었다.“...”전화를 걸지도 말고 자기라고 하지도 말라니, 뭔 소리인지 도통 모르겠다. 잠시만...‘어제 일 때문에 이러는 거야? 내가 언제 자기라고 했다고... 자기? 설마... 아기!”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제야 드디어 알 것 같았다. 어제 수현이 왜 그렇게 화냈는지 말이다.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몇몇 단어는 어렴풋이 들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찬영을 자기라고 불렀다고 여긴 것이었다. 결국 그는 아기를 자기라고 잘못 들었었다. ‘이렇게 오해해서 소영 씨 일로 나와 상의하던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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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이 일은 아주 잘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저 잠시 잊고 잊었을 뿐이었다. 아마 남자로서 특유의 자존심에 이성을 잃은 게 분명했다.하지만 웃긴 건 그녀가 아직도 수현에게 희망을 품고 있다는 점이었다.정말 너무 황당했다.강소영이 귀국한 그날, 자신과 깊은 입맞춤을 하다 말고 핸드폰 벨 소리에 바람처럼 사라진 수현. 그리고 자신의 옆자리에 누워 이혼하자고 제안했을 그 시각부터 두 사람 사이는 마치 금 간 도자기처럼 다시는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었고 더 이상 불가능했다.결국, 윤아는 수현을 밀치고 땅바닥에 착지한 후,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고, 수현도 더는 쫓아오지 않았다.이상한 점이라면 그날 소영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지도, 메시지를 보내지도 않으면서 조용히 있었다는 거였다. 윤아라고 먼저 연락할 이유도 없었다.이튿날.젊은이들의 일을 방해할까 봐 걱정되던 선월이 집에서 자신을 보살피지 않아도 된다고 화내는 시늉 하며 말하는 바람에 윤아도 그녀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는 회사에 출근했다.며칠 동안 수현과 거의 절반쯤은 집에서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일이 지체된 건 사실이었다. 집에 있을 때는 괜찮았는데 이렇게 회사에 있으니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중간에 쉴 시간도 없었다.이렇게 오후까지 일하고 나서야 윤아는 잠시 책상에 엎드려 쉬게 되었는데 눈을 아예 뜰 수가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예전엔 이렇게 빡센 업무를 하루 이틀 정도 계속해도 괜찮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너무 무리였다. 이렇게 힘들어하는 윤아를 안타까워한 연수는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포장해 윤아에게 건넸다.구내식당의 음식은 솔직히 별로였다. 게다가 연수가 배고플 그녀를 위해 고기가 들어간 메뉴만 포장해 왔는데 지금은 보기만 해도 속이 메슥거려서 결국 뚜껑을 다시 닫고 말았다.“윤아 님, 안 드세요?” 설마 제가 가져온 음식이 입맛에 안 맞으세요?”“아뇨.”윤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냥 힘들어서 밥이 잘 안 넘어가네요. 저 내려가서 죽 좀 사 와야겠어요.”그러자 발 벗고 나서는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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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사색에 잠겨있을 때 죽집 사장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윤아는 번뜩 정신을 차렸다.“아가씨, 주문하신 야채죽과 크림 빵 나왔어요.”사장이 포장해 놓은 물건을 건네자, 윤아는 손을 내밀어 받았다.“고마워요.”“네. 살펴 가시고 다음에도 또 오세요.”윤아는 봉지를 들고 몸을 돌려 죽집을 떠났다.회사에 돌아가는 길에서도 여전히 누군가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이상한 느낌은 회사 로비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사라졌다.아까 그 검은색 차 안에 사람이 있었던 거야, 없었던 거야.사실 회사로 걸어갈 때 어차피 사람도 없을 텐데 한번 가서 봐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소름 끼쳐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점심때에 주차장에 세운 거라면 사람이 없을 가능성이 컸다. ‘너무 넘겨짚었나 봐.”윤아는 눈을 비비며 이렇게 생각했다.띵-엘리베이터가 일 층에 도착한 후, 윤아는 걸어 들어갔다.오후에 바쁘기 시작하니 점심의 이 에피소드는 새까맣게 잊어졌다.거의 퇴근 시간에 가까울 무렵, 연수가 윤아를 찾아왔다.“윤, 윤아 님, YM그룹 쪽에서 저희와 저녁 약속을 잡았어요.”연수는 잔뜩 긴장한 채 손을 꼭 맞잡았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한참 동안 뒤에 말을 잇지 못했다.“혼자 가기 무서워요?”윤아는 연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쉽게 알아차렸다.이 말을 듣자, 연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죄송해요, 윤아 님. 제가 지나치게 겁먹은 것 같아요. 그냥 저 혼자 갈게요. 아까 말한 거는 그저 못 들은 거로 해주세요.”“거기 서봐요.”윤아는 연수를 부르며 몸을 일으켰다.“연수 님, 준비하세요. 제가 같이 가줄게요.”아마 마지막일 것이다.“어어! 진짜요? 고마워요, 윤아 님. 저 빨리 준비하고 올게요.”연수와 함께 저녁 식사에 참석해야 하므로 윤아는 수현에게 야근하니까 먼저 퇴근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진수현: 「?」진수현: 「야근? 오늘 회사에서 야근 안배 없었던 거로 기억하는데.」심윤아: 「비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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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네, 알겠어요!”윤아의 몇 마디 말에 다시 용기를 얻은 연수. 윤아가 반대편으로 머리를 돌렸을 때 연수는 그녀를 몰래 훔쳐보았다.‘윤아 님은 정말 착하고 대단한 분이신 것 같아... 난 언제쯤이면 저렇게 될까?’저녁 약속을 잡은 곳은 술집이었다.차에서 내린 후 윤아는 요란한 불빛으로 가득한 장소를 보며 저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렸다.“누가 여기로 약속 잡은 거예요?”연수도 조금 멍한 표정으로 대답했다.“YM 그룹 쪽에서요.”이 말을 듣자, 윤아는 눈썹을 더 찌푸렸다.“술집엔 사람들이 많아서 시끌벅적하니까 미팅하기엔 적합한 곳이 아니잖아요. 상대방과 장소를 다시 정하지 않았어요?”연수는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저, 저는 몰랐어요. 그저 YM 그룹 쪽에서 정한 대로 따라야 하는 줄 알았거든요.”오기 전까지 연수도 약속 잡은 장소가 술집이라는 것을 몰랐다. 지금 이렇게 보니 그다지 정규적인 곳도 아닌 것 같았다.“앞으로 상대방이 비즈니스 약속 잡을 때 미팅하기에 적합한 곳인지 장소를 미리 찾아둬요. 만약 적합하지 않다면 스스로 장소를 바꾸세요.”연수는 그저 머리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그러면 우리 이제 어떡해요? 윤아 님, 아니면... 들어가지 말까요?”윤아는 여전히 눈썹을 찌푸리고 있으며 빨간 입술을 꾹 다물었다.“온 김에 들어가죠.”연수가 미리 자신에게 말한 게 참 다행이라 여겨졌다. 오늘 밤 혼자 왔으면 분명 덫에 걸린 토끼처럼 안 좋은 일을 당했을 것이다.들어가기 전, 윤아는 연수에게 말했다.“며칠 후, 인사팀에게 인원 모집 공고 내라고 하세요. 연수 님 도울 수 있는 영리한 사람으로 모집하는 게 좋을 거예요.”미안한 마음에 연수는 윤아가 뭐라고 하든 그저 머리만 끄덕였다.그리고 그들은 술집 직원들의 안내하에 YM 그룹 쪽에서 예약한 룸에 도착했다.문을 열자마자 윤아는 코를 찌르는 냄새에 안색이 급변했다. 담배 냄새, 술 냄새 그리고 여러 가지 향수 냄새가 한데 섞여 구역질이 나게 만들었다. 윤아는 하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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