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Chapter 1001 - Chapter 1010

1206 Chapters

제1001화

“선우가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요?”정윤은 방으로 돌아와 윤아에게 소식을 전했다.“네, 근데 대표님 안색이 조금 이상해 보였어요.”윤아는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가 정윤의 말에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안색이 이상하다고요”정윤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전체적인 느낌과 표정이 전이랑은 좀 다른 것 같았어요.”이를 들은 윤아가 입을 앙다물었다.정윤의 말도 일리가 없지는 않았다. 며칠간 선우를 보지 못했고 윤아도 그런 선우를 신경 쓰지 않았다.대부분 자고 있었기에 선우가 몇 번 찾아와도 못 본 척하기가 일쑤였고 그러면 선우는 가만히 침대맡에 서 있었다.어떤 때는 반 시간, 어떤 때는 한 시간, 또 어떤 때는 오전 내내 서 있었다.하지만 윤아는 모르고 있었고 윤아가 잠에서 깨면 정윤이 알려줬다.그런 선우가 지금 갑자기 윤아를 만나겠다고 한다.설마 요즘 버티다가 지겨워서 끝장을 보려는 건가?...정윤은 윤아에게 새로운 옷을 가져다주었다.윤아의 옷차림은 꽤 캐주얼했다. 하얀 터틀넥 니트에 기모가 있는 바지를 입고 밖엔 회색 코트를 걸쳤다. 긴 머리까지 묶으니 전체적으로 정신이 나 보였다.비록 요 며칠 음식을 조금 먹긴 했어도 몸은 아직 허약했고 날씨가 추운 까닭에 윤아의 얼굴과 입술엔 아직 핏기가 없었다. 아직 완전히 낫지 못한 게 뻔했다.윤아는 걸어가고 싶었지만 선우가 어디서 휠체어를 가지고 왔는지 올라타게 하고는 정윤에게 밀라고 했다.처음에는 내키지 않았다. 멀쩡한데 휠체어가 웬 말인가.하지만 정윤이 이렇게 말했다.“윤아 님, 아마 요 며칠 잘 먹지 못하는 바람에 몸이 허약해져서 걷기엔 힘들까 봐 휠체어를 보낸 것 같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가면 체력을 보존할 수 있을 거예요.” 윤아는 순간 선우의 뜻을 알아채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윤아는 휠체어에 앉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래 서 있으면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아직 후유증이 채 낫지 않은 것 같았다. 이런 상황에 휠체어가 있으니 확실히 더 편했다.약속은 저녁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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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2화

그러다 우연히 백미러를 본 윤아의 미간이 구겨졌다.뒤를 따라는 까만 세단이 보였다. 윤아가 탄 차를 오랫동안 미행하고 있었다.달리는 차가 많고 도로 상황이 복잡한 데다 밤이라 일반적으로 이를 신경 쓰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하지만 윤아는 섬세했기에 백미러로 여러 번 확인했고 그 차가 계속 따라오고 있음을 발견했다.바짝 따라오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끈질기게 따라왔다.윤아는 차 안에 앉은 이들을 힐끔 쳐다봤다. 정윤은 아직도 창가에 기대 별을 올려다보았고 우진도 앞으로 팔짱을 낀 채 눈을 지그시 감고 명상하고 있었다. 기사님은 운전에 집중했다.차 안에 이 상황을 발견한 사람은 윤아밖에 없었다.논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기사님과 정윤은 몰라도 정상인데 우진까지 모른다는 게 이상했다.윤아는 입을 앙다물고 우진에게 알려줄까 생각했지만 차가 길을 또 바꿨다.다시 한번 백미러를 확인했지만 따라오던 차가 사라졌음을 발견했다.윤아는 이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이렇게 놓쳐버렸다고? 설마 너무 예민했던 건가?이때 정윤이 말했다.“윤아 님, 도착했어요.”도착했다고?고개를 돌려보니 차는 한 고급 호텔 앞에 멈춰 섰다.우진도 그제야 눈을 떴다.차 문이 열리고 안에 탄 사람들이 내렸다. 기사님은 내리지 않고 주차하러 갔다.윤아는 정윤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렸다. 앞에 놓인 휠체어를 본 윤아의 미간이 구겨졌다. 딱히 휠체어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윤아는 입을 앙다물더니 말했다.“이 휠체어…”“윤아 님, 걱정하지 마세요. 옥상에 도착하면 의자가 있으니 그때는 휠체어를 치울 거예요. 그냥 윤아 님 체력 보존을 위해 옥상까지 가는 데에만 사용할 예정입니다.”정윤과 우진의 설득하에 윤아는 다시 휠체어에 올랐고 그들이 밀어주는 대로 움직였다.가는 길에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려도 윤아는 애써 모른척했다.우진과 정윤은 윤아를 중간에 보호한 채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윤아는 주변을 빙 들러보더니 창백한 입술을 오므렸다. 너무 이상했다. 아까 들어올 때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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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3화

이를 들은 우진이 여러 버튼을 눌렀지만 엘리베이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윤아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고 뒤에 가려져 있었기에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보이지는 않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엘리베이터가 움직이지 않자 무슨 상황인지 대략 알게 되었다.“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거 같은데? 계단으로 가는 게 어떨까요? 아니면 옆에 다른 엘리베이터가 있나요?”꽤 비싼 호텔 같아 보이는데 엘리베이터가 여러 개 있어야 마땅했다.윤아의 말에 정윤이 대답했다.“안 돼요. 윤아 님. 지금 문이 안 열려서 나갈 수도 없어요.”이렇게 말한 정윤은 혹시나 윤아가 놀랄까 봐 몸을 돌려 이렇게 다독였다.“근데 걱정하지 마세요. 겨우 두 층 전도 올라왔고 요즘 엘리베이터에는 추락 방지 설계가 추가되어 있으니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윤아는 정윤이 자신을 걱정한다는 걸 알아챘다. 하지만 그녀는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대도시에 살면서 고층 건물이 많으니 엘리베이터는 꼭 필요한 설비였다.매일 엘리베이터를 타는 윤아는 고장을 한두 번 겪은 게 아니었다. 요즘 엘리베이터의 안전 조치는 꽤 발전했기에 위험할 거라는 걱정은 전혀 들지 않았다.“나는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요.”윤아가 정윤을 다독였다.“옆에 구조용 엘리베이터가 있으니 한번 연락해 볼게요.”옆에 서 있던 남자가 갑자기 이렇게 말하더니 핸드폰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남자는 서구적인 외모를 가졌지만 한국어를 구사했고 이에 다른 세 사람이 놀랐다. 우진은 그 남자가 어디론가 전화해 엘리베이터에 고장이 났다고 하자 입술을 오므리더니 그 남자를 몇 번 더 쳐다봤다.“곧 사람을 보내 수리하러 온다며 침착하라고 하네요.”전화를 끊고 남자는 세 사람이 드를 뚫어져라 쳐다보자 웃었다.“제가 한국어를 하니 신기한 모양이군요. 전에 한국에서 교환 생으로 있을 때 한국어를 배울 수 있게 되었죠.”윤아는 그 말을 듣고도 별생각이 없었지만 정윤이 흥분하며 그 남자와 얘기를 나누었다.약 2분이 지나자 엘리베이터를 수리하러 온 사람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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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4화

“고마워요.”윤아는 오늘 정말 기력이 별로 없었기에 부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우진은 그 남자와 함께 윤아를 들어 올렸다. 위에 닿을 때쯤 그녀를 향해 내민 큰 손 하나가 보였다.그 손은 뼈마디가 선명했고 손가락도 길었다. 손에 낀 은색 반지가 눈에 띄었다.호텔 직원의 손이 이 정도로 예쁘다고?기억은 없지만 전에 탄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을 때 수리공의 손이 이 정도로 예뻤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이상하다고 생각한 윤아는 손을 내밀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뭔가에 홀린 듯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하지만 손이 닿은 찰나 자신을 향해 내밀었던 큰 손이 그녀의 손을 꽉 잡았고 뜨거운 체온이 아무 예고 없이 윤아의 손에 전달됐다.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그 손은 힘이 매우 셌고 냉큼 그녀의 손목을 잡아 위로 끌어올렸다.윤아는 그 힘을 빌려 올라가면서도 자꾸만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올라간 다음 그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는 가느다란 윤아의 허리를 휘감더니 그녀를 안아서 들어 올렸다.그 속도가 너무나도 빨라 윤아는 자기도 모르게 뭔가를 잡으려고 손을 위로 올렸다. 안정적으로 바닥에 착지하고 나서야 윤아는 자신이 상대의 목을 휘감고 얼굴을 그의 품속에 파묻고 있음을 발견했다.낯설지만 익숙한 냄새가 윤아의 코를 자극했다.윤아가 고개를 들어 누군지 확인하려 했지만 그 남자는 윤아를 번쩍 안아 들었다.“가자!”냉정한 말투가 윤아의 귀청을 때렸다. 목소리가 익숙했다.윤아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상대가 안고 달리는 바람에 상대의 목을 감고 있던 손을 내리지 못했다.익숙한 상황이 여러 개 겹치자 윤아는 뭔가 집히는 게 있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시야에 들어온 건 조각 같은 턱이었다. 그 턱에는 조급하게 한 면도로 채 깎이지 않은 수염이 보였다. 곧이어 오뚝한 코와 차가운 눈매, 깔끔하게 정리한 짧은 머리가 보였다.상대의 얼굴을 확인한 윤아는 심장이 떨려왔다.전에 핸드폰으로 사진을 검색할 때 멀리서 찍은 사진 한 장밖에 찾지 못했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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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5화

수현의 뒤를 따라오는 사람들도 보였다. 그중에는 민재도 보였다. 그는 다급한 표정으로 윤아에게 물었다.“윤아 님, 혹시 다리를 다치신 건가요?”이를 들은 수현이 윤아의 다리를 한번 쓱 보더니 다시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봤다.그녀를 안고 달리면서 길도 봐야 하니 넘어지지 않게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일단 이 얘기는 넣어두고 여기에서 벗어나면 병원에 가보자.”수현은 이렇게 말하더니 윤아의 가느다란 허리를 더 꽉 끌어안았다. 그 힘이 어찌나 센지 마치 그녀를 품속에 묶으려는 것 같았다.윤아는 수현에게 잠깐만이라고 몇 번이나 외쳤지만 수현은 마치 듣지 못한 듯 그녀를 안고 성큼성큼 걸어갈 뿐이었다.그녀가 여기 나타날 것이라는 걸 사전에 알기라도 한 것처럼 호텔의 다른 쪽 길도 마련해 놓았기에 가는 길에 막는 사람이 없었고 그녀는 그렇게 순조롭게 차에 올라탔다.역시 아까 윤아가 봤던 그 까만 세단이 맞았다.하지만 아까 길목을 건너올 때 이 차는 분명 다른 길로 갔는데 언제 다시 돌아온 거지? 속도가 이렇게 빠르다고?차에 오른 수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가자.”엔진소리와 함께 차에 시동이 걸렸고 그 뒤로 차가 가로로 줄을 지어 달려왔다.자리에 앉아 있는 윤아는 정윤과 우진을 거기에 놓고 온 게 생각나 자기도 모르게 뒤로 고개를 돌렸다.수현은 차가운 기운을 내뿜으며 윤아의 어깨를 으스러지게 꽉 끌어안았다.“너만 무사하면 돼.”윤아는 턱을 수현의 어깨에 기댔다. 수현이 속삭이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수현의 손은 마치 넝쿨처럼 윤아를 단단히 자기 몸에 묶었다.한평생 놓지 않을 것처럼 말이다.윤아는 왠지 코가 시큰거리는 것 같았다.수현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몸은 절대 속일 수가 없다.그의 손길에도 윤아는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그녀가 기억을 잃었을 때 선우는 자신을 그녀의 약혼자라고 소개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무의식중에 선우와의 스킨십을 거부했다.하지만 수현은 아니다.그의 숨결, 포옹, 그리고 체온까지 다 그녀가 그리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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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6화

“그래?”윤아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며 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괜찮은 거 맞아?”“괜찮아.”말은 그렇게 했지만 잡고 있는 윤아의 손은 놓지 않았다. 혹시나 윤아가 가까이 다가와 확인할까 봐 두려운 사람처럼 말이다.윤아는 약간 언짢은 듯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수현이 단단히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그러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일단 이거 놔.”“안 놔.”수현은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눈동자는 창밖으로 비쳐 드는 네온사인과 달빛을 받아 유난히 부드러워 보였다.“너무 보고 싶었어. 잠깐만 더 잡고 있자.”“...”윤아는 할 말을 잃었다.이 말을 들은 민재는 사실 약간 낯 간지러워 몰래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수현에게 이런 면이 있을 줄은 몰랐다. 다친 곳을 윤아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이런 이유로 돌려막다니.하지만 윤아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수현이 보고 싶었다고 말하니 마음이 약간 설레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 제일 걱정되는 건 수현의 상처였다.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다시 손을 뿌리쳤다.“아무리 내가 보고 싶었다고 해도 얼마나 다쳤는지 봐야지. 아니면 처치하든가.”상처가 너무 깊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 수현은 끝내 윤아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고 그저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가만히 있었다.“너는 다친 데 없어? 어디 아프진 않고? 너 다리는...”아까 윤아가 차에서 내릴 때 휠체어를 타고 있는 걸 수현은 보았다.윤아는 멈칫하더니 아까 휠체어를 탔던 걸 떠올렸다. 아마 그녀의 다리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고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 얼른 설명했다.“내 다리는 괜찮아. 휠체어를 탄 건 내가 요즘 좀 기력이 없어서 그래.”“기력이 없다고?”이 말에 수현이 눈을 찌푸렸다.“혹시 선우가 너 학대했어?”이 질문을 하는 순간 수현은 위험한 살기를 뿜어냈다.윤아는 이를 느끼고 살짝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나를 학대한 적은 없어. 내 문제야.”“왜?”수현의 말투는 여전히 긴장에 가득 차 있었다.윤아는 대답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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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7화

수현은 원래 민재에게 상처를 처치하라고 하려 했지만 민재가 구급상자를 가져오자마자 윤아가 받아 갔다.민재는 윤아와 수현을 번갈아 봤다. 그러다 수현이 고개를 끄덕여서야 얌전하게 제일 뒷줄에 위치한 좌석으로 향했다.“이제 손 좀 놓지?”윤아는 수현이 꼭 잡고 놓지 않는 자기 손을 보며 말했다.수현은 자신의 큰 손에 잡혀 있는 하얗고 보들보들한 손목을 힐끔 쳐다봤다. 살짝만 힘을 줘도 부러질 것 같은 크기에 수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못 본 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이 정도로 야위다니.그런 윤아를 보며 수현이 마음이 너무 아팠고 걷잡을 수 없는 자책감에 휩싸였다.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마음 약해지는 게 아닌데... 그래서는 안 되는 건데...수현은 어금니를 꽉 깨물더니 잡고 있던 윤아의 팔목을 놓아줬다.자유로워진 윤아는 아무 말 없이 구급상자를 열더니 수현의 상처에 필요한 약을 꺼냈다. 윤아가 준비하는 동안 수현은 그런 윤아를 물끄러미 쳐다봤다.아까는 급해서 신경 쓰지 못했는데 지금 보니 볼살도 많이 빠져 있었고 뼈가 선명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얼굴과 입술 색도 창백하기 그지없었다.보면 볼수록 수현의 마음이 아파왔고 너무 후회막심했다.윤아는 이내 필요한 약을 찾아냈다. 구급상자에 쓸 수 있는 물건이 그렇게 많지 않았기에 간단한 처치만 가능했다.윤아는 약을 들고 수현에게 가까이 다가가 수현의 손에 들린 손수건을 빼려는데 수현이 자꾸만 상처를 가렸다.윤아가 고개를 들어 수현을 바라봤다.그제야 수현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니면 그냥 이 비서한테 맡겨.”수현은 민재가 하는 게 낫겠다고 했다.“왜? 나는 안돼?”윤아가 되물었다.“아니, 혹시나 네가 놀랄까 봐.”“이렇게 지체하다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차피 그때도 내가 처치해 줄 텐데.”한참 망설이던 수현이 손을 비키더니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이 상처는 새로 생긴 것이었고 전에 난 상처와는 다른 곳에 있었다. 이 상처로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깨어났을 때 의사는 이 상처로 수현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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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8화

“응.”“하지만...”“걱정하지 마. 내가 잘 처리할게.”수현은 자신의 상처가 덧나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 그녀를 구하고 싶은 건 맞지만 일단 먼저 수현 자신부터 안전해야 한다. 아니면 윤아를 보호해 줄 사람이 없다.윤아는 처음에 수현이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야 그가 미리 공항에 의사를 불러 도착하면 바로 상처를 치료할 수 있게 준비했다는 걸 알았다.이를 본 윤아는 드디어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되었다.윤아는 긴장이 풀리면서 온몸에 힘이 쑥 빠지는 듯한 느낌이었다.수현이 치료를 받는 걸 확인한 윤아는 시야가 흐릿해지면서 옆으로 쓰러졌다.그 뒤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그녀도 알 수 없었다....“윤아 왜 이래요? 언제쯤 깰 수 있어요?”“영양실조에 진이 빠져서 그런 거라고요?”삐삐삐.귓가에 여러 가지 소리가 섞여서 들려왔고 이내 윤아의 손등이 따끔하게 아파왔다.“큰 문제는 없어요. 몸에는 외상도 없고요. 깨어나서 잘 조리하면 될 것 같아요.”그 뒤로도 윤아는 많은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선명하다가도 흐릿했고 그러다 결국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긴 시간 동안 그녀는 기나긴 어둠속에 빠졌다.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깨어나 보니 낮이었고 얼마나 잤는지 머리와 몸이 천근만근이었다.침대맡에 누군가 엎드려 있었다.수현이 윤아의 침대맡에 엎드려 잠에 든 것이었다.윤아는 혹시나 수현이 깰까 봐 살며시 움직였다.수현은 윤아가 깼다는 걸 금방 알아채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어디 불편한 데 없어?”지척까지 다가온 수현의 얼굴에 윤아는 가볍게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저었다.“불편한 데 없다니 다행이야.”충혈된 수현의 눈은 그가 얼마나 피곤한지 알려주고 있었다. 거리가 매우 가까운지라 수현의 코끝에서 알릴 듯 말 듯한 숨결이 전해졌다.“진짜 불편한데 없어?”수현은 마치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러서지 않았고 계속 거기에 기댄 채 코가 윤아의 얼굴에 닿을 만큼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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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9화

어떻게 알았지?아마 차에 타 있을 때부터 뒤를 미행하는 다른 차량을 발견했을 것이다. 비록 뒤에 그 차가 다른 길로 빠졌지만 말이다.“엘리베이터 안에서 전화하던 남자도 네가 보낸 사람이야?”수현은 윤아가 컵에서 입을 떼자 손으로 윤아의 입가에 묻은 물기를 닦아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내가 보낸 사람이야.”윤아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 로비에 이상하리만치 사람이 적다고 생각했다. 큰 호텔이라 그럴 수가 없는데 말이다.마침 이를 수상해하고 있는데 한 남자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그리고 마침 두 층을 올라가다 엘리베이터는 고장이 났고 또 마침 그 남자가 어디론가 전화를 거니 수현이 나타났다.이는 수현이 사전에 설계한 게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윤아가 물도 이제 마시지 않고 또렷한 의식으로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얘기하자 수현은 기분이 좋아졌다.그녀가 깨어나기 전 의사가 한 말로 들어보면 그녀의 몸에 상처는 없지만 다른 곳은 깨어나면 다시 검사해 봐야 한다고 했다.머리를 다치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려면 그녀가 깨어난 후 말을 시켜보면 된다고 했다. 만약 사고방식이나 노직이 정확하다면 별문제 없는 것이라고도 했다.다행인 건 다시 되찾은 윤아는 영양실조 외에 다른 문제는 없었다.하지만 수현의 웃음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윤아가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피더니 이렇게 물었다.“근데 여긴 어디야?”이를 들은 수현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어 윤아를 뚫어져라 쳐다봤다.“뭐?”수현의 말투가 변하자 윤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질문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다시 한번 주위를 빙 둘러보더니 다시 가볍게 물었다.“그냥 여기가 어딘지 묻고 싶은 거야.”수현은 윤아의 첫 질문에 웃음이 옅어졌다가 다시 한번 주위를 빙 둘러보는 윤아의 모습에 아예 웃음기가 사라졌다.여기는 두 사람이 살던 곳이었다. 수현이 깨어난 후 윤아가 아이들을 데리고 쭉 여기서 지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여기로 돌아왔던 것이다. 돌아온 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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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0화

그들을 못살게 굴지 않았으면 된 것이다. 수현이 윤아를 데리고 떠나도 정윤이 밖에 있으니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우진을 도울 수 있을 테고 두 사람이라면 별문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선우가 이를 문제 삼을지는 의문이었다.“걱정하지 마. 우진 씨 전에도 너를 구했는데, 나 그렇게 배은망덕하지 않아.”이를 들은 윤아가 감탄했다.“전에 나를 구해주셨구나.”왠지 전에 우진을 보자마자 다른 사람과는 다른 느낌이라 했다.과연 기억은 잃었어도 몸은 속일 수 없었다.이 말에 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이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거야?”수현의 질문에 윤아는 그제야 뭔가 눈치챘다.수현은 아마 그녀가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수현을 만났을 때 단번에 수현임을 알아봤기 때문이다.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을 먼저 꺼낼까 고민하고 있던 차에 수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너 기억이... 어떻게 된 거야? 혹시 어디 다쳤어?”윤아는 더는 숨기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응.”예상은 했지만 윤아가 직접 인정하자 수현은 마음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어떻게 된 거야? 모든 기억을 잃은 거야?”수현의 표정이 순간 너무 안 좋아졌다.“아닌데. 모든 기억을 잃은 거라면 나는 어떻게 알아본 거야?”“핸드폰으로 검색해 본 적이 있으니까.”윤아가 말했다.“그리고 너에 관한 얘기는 진 비서님이 알려줘서 알고 있어.”수현은 이 말이 마치 장난 같았다.“뭐라고?”수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윤아를 바라봤다. 겨우 구해냈는데 그를 잊었다고? 그를 알아본 것도 우진이 알려줘서, 핸드폰으로 검색한 사진 덕분이었다고?“사진 찾는 것도 힘들었어. 너 은근히 유출 안 되게 잘 막았더라? 멀리서 찍은 사진 겨우 한장 찾았는데 오관도 잘 안 보이더라고.”이를 들은 수현은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진작에 기억을 잃은 윤아는 수현이 그녀를 구하러 갔을 때 그의 얼굴을 기억도 못 하면서 사진 한 장으로...이렇게 생각한 수현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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