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Chapter 1011 - Chapter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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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1화

그때 수현이 많이 다친 걸 알고 있었기에 윤아는 혹시나 선우가 제때 치료해 주지 않아서 수현이 깨어나지 못하거나 심각한 후유증이라도 남을까 봐 걱정했다.그래서 선우와 신경전을 벌이게 되었고 그렇게 수현을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얻어낸 것이다.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선우와 한 약속이 생각났다.선우 곁에 남겠다는 윤아의 말에 선우는 수현을 보내줬다. 하지만 선우와 제대로 된 얘기를 나누기 전에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이다.옥상에서 기다리던 선우는 헛수고했을 것이다. 선우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윤아는 선우가 작별 인사를 하려고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직감이 틀렸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이런 생각이 든 윤아는 수현에게 물었다.“나 얼마나 기절해 있었어?”“왜?”“내가 나온 지 얼마나 됐는지 알고 싶어서.”“하루.”윤아는 입술을 오므렸다. 하루 사이 그쪽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생각에 잠긴 윤아를 보고 수현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은 몰랐지만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보인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왜?”수현의 질문에 윤아가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아니야.”그녀는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계속 사색에 잠겨 있었다.수현은 그런 윤아의 모습에 먼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어떻게 기억을 잃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이 질문에 윤아도 약간 막연해졌다. 그러다 갑자기 깨달았다. 기억을 잃고 나서 한 번도 왜 기억을 잃게 되었는지 물은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나도 잘은 모르겠어. 깨어나 보니 머리를 다쳤다고 하더라고.”머리를 다쳤다는 말에 수현의 눈빛이 윤아의 이마로 향했다. 이마에 상처가 없자 뒤통수를 확인했다.“뒤통수를 다친 거야?”“그런 것 같은데.”수현이 한참 동안 검사하더니 침묵했다.“조금 이따 정밀 검사해 보자. 그래야 내가 시름 놓을 수 있을 거 같아.”검사라는 말에 윤아는 뭔가 떠오른 듯 이렇게 말했다.“나만 검사하지 말고, 너는?”“뭐가?”“내 기억이 맞는다면 내가 그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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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2화

“너는 괜찮은 거야?”윤아가 수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깨어나자마자 이렇게 위험한 일을 하는데, 의사 선생님은 동의한 거야?”자신을 관심하는 윤아를 보며 수현은 기분이 좋아져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당연히 의사 선생님께 확인했지. 허락받고 나간 거야.”윤아가 멈칫하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나는 기억을 잃은 거지, 지력을 상실한 건 아니야.”“...”수현은 말문이 막혔다.“이런 말로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아?”윤아의 말에 수현이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화났어?”윤아가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미안, 나는 네가 걱정하는 게 싫어서 그랬는데, 실망했어?”수현의 말투가 많이 조급해 보였다. 윤아가 용서해 주지 않으면 바로 자결이라도 할 것 같은 기세에 윤아는 마음이 조금 아팠다.자신의 몸은 일도 신경 쓰지 않고 그녀를 구하러 달려왔으니 윤아도 성질을 부릴 자격이 없었다.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사실 너도 알잖아. 내가 너한테 화난 게 뭐 때문에 화난 건지.”“알지.”수현의 눈빛이 기쁨으로 반짝반짝 빛났다. 그는 윤아에게로 다가가 익숙하게 그녀를 끌어안았다.이를 본 윤아는 심장이 멎는 것 같았지만 딱히 거부하지 않고 뼈가 없는 사람처럼 그대로 나른하게 수현의 품에 안겼다.“알아. 네가 화가 난 건 나를 걱정해서라는 거.”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그의 향기가 그녀를 가득 채웠다. 이에 윤아는 마음이 편해졌고 자기도 모르게 팔을 돌려 수현의 목을 감쌌다.이런 윤아의 행동에 수현은 마음이 동했는지 시선을 아래로 늘어트린 채 그녀를 향해 덮쳐왔다.이때 문 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윤아는 그대로 얼어붙더니 얼른 그의 목에 올렸던 손을 풀고 그를 밀어냈다. 그러더니 다시 이불속으로 숨어버렸다.수현은 행동을 개시하다 말고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방으로 들어온 민재가 이 광경을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대표님, 왜 그런 자세로 앉아계세요? 윤아님은 깨셨나요?”“에헴...”이불속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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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3화

선우를 속으로 단단히 욕한 민재는 이 말을 뒤로 방을 나섰다.“의사 불러올게요.’그러더니 시야에서 사라졌다.윤아는 민재가 그렇게 떠난 줄 알았지만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방에 들어오지 않고 밖에 서서 수현을 불렀다.고개를 돌린 수현이 민재의 표정을 보고는 하려던 말을 삼키고 윤아에게 말했다.“나갔다 올게. 잠깐만.”윤아는 이불속에 숨어 고개를 끄덕였다.“응.”방에서 나온 수현을 보고 민재는 방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가자고 했다.민재의 요구에 수현이 미간을 찌푸렸다.“할 말 있으면 해요. 뭘 그렇게 멀리까지 가요?”이를 들은 민재가 수현의 뒤쪽을 힐끔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대표님, 아무래도 좀 떨어진 곳에서 말씀 드리는게 좋은 것 같아요. 여기서 말씀드리면 윤아 님이 들을 수도 있어서요.”민재의 말에 수현은 살짝 언짢아졌다.윤아를 얼마나 힘들게 데려왔는데 멀리 나갔다가 중간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누가 이를 배상할 수 있을까?이렇게 생각한 수현은 표정이 차가워졌다.“윤아가 듣는게 싫으면 네가 목소리를 낮추면 되잖아요. 아니면 문자로 하든지.”민재가 더 설득하려는데 수현의 얼굴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이에 민재도 더는 뭐라 하지 않고 목소리를 낮췄다.“대표님, 윤아 님 곁을 꽤 오래 지키셨는데 윤아 님이 안 깨어나시면 몰라도 지금은 깨어나셨으니 일단 먼저 상처부터 치료하시는 게 어때요? 의사 선생님께서 계속 기다리고 계세요. 혹시나 염증으로 다른 문제가 생길까 봐요.”수현은 자신이 다쳤다는 사실을 이미 까맣게 잊고 있었다. 민재가 이 말을 꺼낼 줄은 생각도 못 했기에 수현은 바로 반응하지 못했다.한참이 지나서야 수현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어요. 조금 있다 갈게요.”하지만 민재는 이를 믿지 않았다.“대표님, 이 말 지금 몇 번째 하고 계시는지 아세요? 항상 말씀만 하시고 안 가시잖아요. 의사 선생님께서 그러셨어요. 치료받으러 못 오겠다면 직접 찾아간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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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4화

“응. 의사가 그때 직접 처치해 주셨거든. 아니면 내가 어떻게 멀쩡히 여기 앉아 있겠어? 그러니 걱정하지 마. 너를 보호해야 되는데 내가 어떻게 소홀히 해.”수현의 대답이 그럴듯했기에 윤아도 더는 의심하지 않았다.하지만 선우가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물었다.“그... 내가 가고 나서 선우 쪽에 무슨 일 없었어?”“그건 왜 물어? 걱정하는 거야?”질투가 잔뜩 묻어나는 수현의 말에 윤아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예전 일이 떠오르지 않는 건 사실이었지만 왠지 수현은 소유욕이 강한 사람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윤아가 먼저 선우 얘기를 꺼내면 수현이 언짢아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일이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기에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걱정하는 건 아니고 그냥 확실하게 해두고 싶은 거야.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지도.”“기억을 잃었어도 선우가 다치는 건 싫은 거구나.”수현의 말에서 질투가 점점 세게 느껴졌다.“...”윤아는 말문이 막혔다.“윤아야. 내 몸에 난 상처는 괜찮다 쳐. 예전 일을 청산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니까. 근데 네가 받은 고통과 상처는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어.”윤아의 앞이라 수현은 말을 돌려서 했지만 그래도 윤아는 그 말에서 매서움을 느낄 수 있었다.윤아는 입을 뻐끔거리며 뭔가 말하려 했지만 밖에서 민재가 의사를 데리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대표님, 윤아 님, 의사 선생님 오셨습니다.”순간 수현은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더니 손으로 윤아의 뒤통수를 살살 어루만졌다.“착하지. 일단 걱정하지 말고 검사부터 받아. 난 일단 나가 있다가 검사 끝나면 다시 올게.”윤아는 수현이 무엇을 하러 가는지 바로 알아채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수현이 나가기 전 민재에게 앞을 잘 지키고 있으라고 했다. 이에 민재가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죽는 한이 있어도 윤아 님은 지켜낼 거예요.’그럴싸한 민재의 대답에 수현도 의심하지 않았다. 이번에 윤아를 구해내면서 힘을 제일 많이 보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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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5화

“대표님을 다시 만났을 때는 많이 다친 상태였어요. 외상을 제외하고도 응급 처치를 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요. 사실 깨어나서 48시간 정도는 관찰을 해야 하는 거였어요.”민재는 이렇게 말하며 달리 방법이 없었다는 듯 시선을 아래로 축 늘어트렸다.“하지만 저희 중 그 누구도 대표님을 말릴 사람은 없었어요.”수현은 그를 말리는 사람과 목숨이라도 걸 것처럼 눈동자가 시뻘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윤아를 구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겠다는 기세였다.그러니 수현이 하자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 수현이 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이 말을 들은 윤아는 더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전에 수현이 그녀에게 상황이 괜찮았다고 했던 건 다 거짓말이었다. 그저 사람들이 그를 말리지 못했을 뿐이다.그때 수현에게서 왜 그렇게 피비린내가 진동했는지 알 것 같았다.윤아는 뭔가 생각난 듯 얼른 덧붙였다.“아까 말한 내상? 내상도 있었어요? 후유증은요?”윤아가 전에 제일 걱정했던 것도 이 부분이었다.민재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윤아 님, 일단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윤아 님이 기억을 잃은게 대표님 지금 상태보다 훨씬 심각하거든요. 대표님이 위험을 무릅쓰고 윤아 님을 구해내긴 했지만 다행히 지금은 치료받고 있으니 괜찮을 거예요.”하지만 윤아는 아직도 근심을 떨치지 못한 듯한 표정이었다.이를 본 민재가 하는 수 없이 이렇게 말했다.“윤아 님, 만약 아직도 걱정되신다면...”민재는 원래 윤아에게 아직도 수현이 걱정된다면 그가 돌아오고 직접 눈으로 괜찮은지 확인하면 된다고 말하려 했다.하지만 윤아는 민재의 말뜻을 오해했는지 민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로 이렇게 덧붙였다.“내가 그쪽으로 가봐도 된다는 거죠?”민재가 넋을 잃었다.“아, 그게...”윤아가 의사에게 말했다.“선생님, 검사 끝났나요?”의사는 검사에 협조적이면서 목소리도 부드러운 윤아를 꽤 좋아하던 터라 웃으며 대답했다.“아직 십여 분 정도 남아 있어요. 그래도 대표님이 돌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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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6화

“왜?”오랜 시간 만나지 못했기에 수현은 윤아가 너무 보고 싶었다. 게다가 사안이 사인인지라 수현은 정말 하루 종일 그녀를 끌어안고 있고 싶었다.이래야만 수현이 느끼는 공허함과 죄책감, 그리고 황송함과 불안감을 덜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다쳤잖아. 안을 때 힘쓰다가 상처 또 덧나면 어떡해.”“안 그래. 네가 무거우면 얼마나 무겁다고.”“안 그렇다고?”윤아는 불과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그럼 전에 외국에 있을 때 왜 상처에서 그렇게 피가 줄줄 흐른 거야? 나를 안고 달리다가 흘린 거 아니야?”“아니야. 원래 상처가 찢어졌을 뿐.”그녀를 안는 바람에 상처가 덧났다고 생각할까 봐 수현은 바로 부정했다.“음.”윤아가 수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그러니 네 말은 상처가 찢어졌을 때 제때 치료하지 않았다는 거네.”이 말에 수현이 멈칫하더니 이내 자신이 윤아의 말재간에 휘둘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수현은 못 알아들은 척할 수밖에 없었다.“뭐가?”하지만 윤아의 다음 질문은 또 다른 화제였다.“내가 탄 차를 따라오던 까만색 세단에 너도 있었어?”분명 간단한 질문이었지만 수현은 자기도 모르게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어떻게 대답해야 모범 답안일지 고민하고 있었다.“왜 그래?”고민에 빠진 듯한 수현의 모습에 윤아가 더 바짝 다가가며 캐물었다.“이 질문이 대답하기 어렵나? 차에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곰곰이 생각해야 해?”상처가 아파서 정신이 흐릿해질 때도 수현은 이렇게 괴롭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윤아의 질문을 듣고 있노라니 입을 떼기가 힘들었다.“수현아?”그녀가 가까이 다가오자 그녀의 숨결이 수현을 맴돌았다. 하얀 피부에 까만 머리를 가진 윤아를 보고 있자니 수현은 품지 말아야 할 생각을 품게 되었다.전에도 잠깐 있었지만 갑자기 나타난 민재가 이를 방해했다.민재가 조금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윤아도 분명 아직 불편한 데가 있을 텐데 이런 마음을 품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수현은 들끓어 오르는 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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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7화

윤아는 기억을 잃기 전 자신이 어떤 성격인지, 이런 일을 부딪치면 어떻게 처리했는지 기억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자기도 모르게 자꾸만 수현에게 잔소리하고 싶었다.지금은 다행히 괜찮아서 다들 웃고 넘어가지만 만약이라는게 얼마나 무서운데? 정말 잘못하면 어쩐단 말인가.수현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윤아도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하면 자극을 받을 수도 있어 수현도 더는 입씨름을 하지 않고 사과했다.“내 잘못이야. 고칠게. 다음이 없다고 약속해. 그러니 화내지 마. 응?”윤아는 원래 더 따지려 했지만 수현이 이렇게 빨리 사과할 줄은 몰랐다.의심의 끈을 놓지 못한 윤아가 수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이렇게 빨리 인정한다고? 진심이야, 아니면 내가 화낼까 봐 그러는 거야? 다음에 또 이러는 거 아니지?”“내가 약속할게. 절대 다음은 없어.”다시는 그녀를 뺏기지 않을 것이니 자연스럽게 이런 상황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약속할 수 있었다. 이러면 그녀를 속였다고 할 수도 없다.수현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약속까지 했는데 더 물고 늘어지면 그녀가 오히려 막무가내 같아 보였다.윤아도 더는 뭐라 할 수 없었다.“깬 지 좀 지났는데 불편한 데는 없어?”그녀가 안정을 되찾자 수현이 먼저 물었다.윤아가 고개를 저었다.“없어.”선우에 관해 묻고 싶었지만 아까 얘기를 꺼냈을 때 수현의 안색이 바로 굳었던 게 떠올라 하는 수 없이 충동을 꾹꾹 누르고 다른 일을 물었다.“아참, 묻고 싶은 일이 있어.”아니나 다를까 윤아의 의미심장한 말에 수현이 웃음이 옅어지더니 말투도 덩달아 차분해졌다.“묻고 싶은 게 뭔데?”그런 수현의 모습에 윤아는 수현이 또 그쪽으로 생각했다는 걸 눈치채고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무슨 생각하는 거야? 전에 진 비서님이 나한테 애가 두 명이 있다고 했는데 지금 어디 있어?”기억을 잃었다기에 이 일을 모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예상 밖으로 윤아가 먼저 말을 꺼냈다.윤아의 질문을 들은 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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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8화

“내 상처는 별거 아니야. 제때 약 바꿔주고 잘 휴식하면 돼. 어디 가는 데는 문제 없어. 게다가 이번에는 너 안고 달릴 필요도 없잖아.”마지막 한마디는 윤아를 놀리는 게 틀림없었다. 윤아는 자기도 모르게 수현을 힐끔 노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그런 말 하면 낯 간지럽지 않아?”“됐어 어디 불편한 데 없지? 그럼 일단 뭐 좀 먹고 이따가 보고서 볼래?”“그래.”윤아도 사실 조금 배고팠다.수현은 얼른 주방에 음식을 준비하라고 했다. 윤아가 요즘 식욕이 확 떨어졌다는 사실을 수현은 아직 모르고 있었지만 금방 깬 윤아를 배려해 전부 소화하기 쉬운 음식으로 준비했다.윤아도 수현에게 들키기 싫었다. 이제 삶의 의미를 되찾았으니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완전히 회복할 일만 남았기에 수현에게 말해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윤아는 조심스럽게 꼭꼭 씹어서 먹었다. 혹시나 급하게 먹거나 많이 먹었다가 체하기라도 할 것 같아서였다.윤아는 포만감이 들자 자제하며 숟가락을 내려놓았다.수현이 얼른 손을 내밀어 사발을 받았다.“다 먹었어?”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금방 깨서 그런지 입맛이 별로 없네. 다음에 더 먹을게.”이에 수현도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도우미에게 남은 음식들을 치워달라고 했다.검사 결과가 나왔고 의사는 윤아에게 별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잃어버린 기억은 치료할 방법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그러면서 수현에게 윤아가 아직 영양실조 상태라고 말해줬다.결과를 들은 수현은 보고서를 쥐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원래도 가늘었던 윤아의 손목이 이번에 더 가늘어진 걸 발견했다.게다가 영양실조라고?시간이 고작 얼마나 지났다고 영양실조란 말인가? 수현은 윤아가 최근에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어떻게 기억을 잃고 영양실조까지 걸린 것일까?이렇게 생각한 수현은 주먹을 불끈 쥐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선우 이 빌어먹을 놈, 윤아를 좋아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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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9화

하지만 수현과 자신이 당했던 일을 생각하면 수현이 화내는 것도 이해가 갔다.“이 일은 더는 물어보지 마. 지금은 기억을 잃었으니 일단 몸조리부터 잘하자.”“하지만...”윤아는 그래도 조금 망설여졌다.“내가 잘 처리하지 못할 것 같아서 그래?”“그건 아닌데...”윤아는 수현의 잘생긴 얼굴을 보며 원래는 뭔가 더 말하고 싶었지만 수현의 눈빛에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말을 다시 삼켰다.상관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비록 기억을 잃긴 했지만 자신이 선택한 남자니 그가 처리하는 대로 따르기로 했다.윤아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좌석에 몸을 기대고 쉬려고 했지만 수현이 이를 보더니 바로 윤아를 자신의 품속에 꼭 끌어안았다.윤아는 어쩔 수 없이 수현의 품에 기댔다.“잠깐 쉬어.”수현의 품에서 느껴지는 향기가 윤아의 심신을 안정되게 해주었다. 윤아도 수현을 밀어내지는 않았고 오히려 손을 내밀어 수현의 튼실한 어깨를 휘감고 완전히 수현의 품속에 기댔다.수현은 멈칫하더니 자기도 모르게 윤아를 더 꽉 껴안았다. 그래야만 그녀를 잃었다 다시 얻었다는 느낌이 확실해지는 것만 같았다.처음엔 가는 길이 꽤 순탄했는데 점점 더 깊은 시골로 내려갈수록 길은 울퉁불퉁해졌고 덕분에 차가 심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산과 가까운 도로라 카메라가 없는 건 둘째 치고 낙석의 위험도 있었다.다행히 차를 운전한 기사님이 운전 경험이 풍부했기에 그 길을 빨리 벗어날 수 있었다.그 길을 완전히 떠나고 나서야 윤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아까 그 길 진짜 무섭긴 하다.”수현은 품속에 윤아를 꼭 끌어안은 채 숨을 고르고 있었다.아까 길이 흔들릴 때 윤아는 수현의 품에서 이리저리 부딪혔다. 처음엔 그녀를 보호하느라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지만 그녀가 부딪히면 부딪힐수록 수현의 숨결이 점점 흐트러졌다.한참을 진정하고 나서야 수현이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내일 이쪽에 사람 보내서 길 좀 고치라고 할게.”길을 고치는 건 작은 비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수현은 전혀 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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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0화

기사님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차는 도로와 연결되지 않은 위치에 멈춰 섰다. 행인들의 시선이 그 차에 쏠렸다. 가끔 걸음을 멈추고 들여다보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차가 시골에 나타난 게 신기한 듯 보였다.“이 시골에 요즘 고급 세단이 자주 보이네?”“명인 댁 사람들이라던데. 저번에 온 건 딸이래. 딸이 손자를 데리고 놀러 왔나 보더라고. 아이고, 애들이 얼마나 뽀얗고 말캉한지, 시내에서 자란 애들은 달라도 뭐가 다르다니까.”“그러게. 그날 그 명인 댁 마당 지나가다가 봤어. 애들 좋으라고 나무에 그네까지 만들었더라고.”행인들이 지나가며 토론했다.명인 댁의 팔자가 좋다느니, 복이 많다느니, 딸을 잘 낳았다느니, 손자도 대단해서 유명인이라느니, 정말 이것저것 끝도 없이 말했다.그러다 또 명인 댁도 대단한 사람인데 나이가 많아서 산 좋고 물 좋은 이곳에서 노년 생활을 즐기러 왔다고도 했다.자신이 사는 동네가 산 좋고 물 좋다는 말에 동네 주민들이 우쭐대며 동네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수현은 창문을 조금 내리고 그 토론을 조용히 들었다.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위해 그네를 만들어줬다는 말에 수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두 아이가 조부모의 사랑을 많이 받는다는 생각에 기뻤다.하긴 총명하고 똘똘한 아이들이었기에 직계 가족이 아니라 친척들, 외부인도 보자마자 마음에 쏙 들어 했다.사람은 결국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동물이다.사색에 잠겨 있는데 품속에서 자고 있던 윤아가 살짝 움직였다. 고개를 숙여보니 윤아가 서서히 잠에서 깨어났다.수현의 품에서 눈을 뜬 윤아는 한 몇초 있다가 고개를 들어 수현을 올려다봤다.“나 잠들었어?”“응.”수현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윤아의 볼을 어루만지며 살짝 헝클어진 윤아의 머리를 정리해 주었다.윤아도 그제야 차가 멈춰 섰음을 알아채고는 얼른 창밖을 바라봤고 시야에 들어온 풍경에 눈이 번쩍 뜨였다.“도착한 거야?”그런 윤아의 모습에 수현은 입꼬리를 올리며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응, 도착했어.”“왜 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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