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하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사람은 누구나 절망적이고 연약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이런 한준우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진도하 또한 절망한 적이었던 순간이 어찌 없겠는가?해저 감옥에서의 그 암울했던 날들은 두 번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다.비록…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절망 속에서 걸어 나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절친인 한준우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다행히 한준우는 진도하의 위로가 필요 없는 듯 보였다. 한준우는 진도하와 잔을 부딪친후 고개를 뒤로 젖히며 잔을 깔끔히 비웠다.그리고는 입을 닦으며 말했다. “너한테 안 좋은 모습을 보이네. 미안하다.”진도하가 입을 열어 말하기 전에 한준우가 계속 말했다. “둘이 같이 있는데 돈이 그렇게 중요해?”“왜 나를 1도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그렇게 나를 싫어하면서 헤어지기 싫다는 건 또 뭐고?”진도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특히 한준우와 유희정, 두 사람의 감정에 대해 자신이 끼어들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한준우는 감정이 북받친 듯 계속 한탄했다. “그래 x발, 나 능력 없는 ㅈ밥이다. 힘들게 출근해도 한 달에 200만 원도 못 벌어.” “하지만… 그런데도 나는 희정이를 일하러 못 보내겠어. 아까워서.""주택담보 대출이랑 희정이 차 대출, 모두 내가 매달 꼬박꼬박 갚고 있고, 희정이 화장품, 옷들 다 내가 사주면서. 그런데 희정이는 왜 만족하지 못할까.”한준우는 결국 참지 못하고 이마를 무릎 위에 기대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이내 다시 고개를 들어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나는… 매달 통화요금 외에는 진짜 다른 데 안 쓰는데. 술담배도 안 하고, 쫄쫄 굶으면서 야근하면서도 돈 아까워서 배달도 못 시키는데.”“희정이 옷 빨래에 집안 청소까지, 매일 하인처럼 희정이 시중 들어 주는데.""왜 나 싫어할까? 왜 내가 하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모처럼 너 만나서 밥 좀 먹겠다는데… 외식도 아니고 집에서 먹는데
Last Updated : 2023-11-2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