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641 - 챕터 650

1378 챕터

제641화

지아는 이미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어차피 그녀도 도윤의 어머니에게 인사하러 온 것이기 때문에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으면 바로 떠나면 됐다.그러나 심예지가 말을 하기도 전에 익숙한 목소리가 먼저 울렸다.“예지 이모, 도윤 오빠가 돌아온 거예요?”2층 모퉁이에 익숙한 그림자가 나타났는데, 그녀는 바로 얼마 전 국내에서 만난 유진이었다.도윤은 유진의 목소리를 듣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어느새 그의 얼굴에는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유진은 재빨리 심예지의 곁으로 가서 다정하게 그녀의 팔을 안았다.“도윤 오빠, 이 2년 동안 난 줄곧 예지 이모와 함께 있었어요.”지아는 마침내 그때 유진이 큰소리칠 수 있던 이유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전에 이것을 말하고 싶었나 보군.’유진의 비장의 카드가 바로 심예지였다. 이번에 심예지가 먼저 도윤을 만나자고 한 것도 아마 그들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다.‘일이 이렇게 되다니.’그러나 지아는 질투나 슬픔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이미 이렇게 될 것을 추측하고 있었다.그녀는 자신이 공항에서 배불리 먹고 온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렇지 않았다면 오늘 저녁 그녀는 또 굶을지도 모른다.그래서 지아도 유진과 싸울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조용히 일이 마무리 되기만을 기다렸다. ‘설마 내가 도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로 날 공격하려는 건가?’지아는 생각에 잠겼다. ‘만약 내가 헤어지지 않으려고 한다면, 도윤의 어머니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유진은 득의양양하게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바라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심예지는 도윤을 재빨리 훑어본 다음, 지아를 조용히 살펴보았다.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그녀는 마침내 차갑게 입을 열었다.“밥 먹자, 음식 다 식겠어.”유진은 좀 서운했다. 그녀는 자신이 2년 동안 정성껏 심예지를 모셨으니, 지금 망설이지 않고 그녀의 편에 설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또 생각해보면, 오늘 심예지도 지아
더 보기

제642화

지아가 무슨 뜻인지 알아채기도 전에 심예지는 자리를 떠났다. 지아는 도윤을 향해 눈을 깜빡이며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네 어머니는 도대체 날 어떻게 생각하시는데?”“제대로 된 S시 요리 먹으러 가자.” 도윤은 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녀의 손을 잡고 식탁으로 걸어갔다.심예지는 이미 자리에 앉았다. 그녀의 눈빛은 도윤과 지아의 맞잡은 손에 떨어졌다. 그 순간, 그녀는 멈칫했다.유진은 그릇을 들고 올 때, 도윤이 지아를 위해 의자를 당기는 것을 보았다. 지아가 앉은 후에야 그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가장 멀리 있는 애피타이저를 지아 앞에 놓았다.만약 도윤이 밖에서 일부러 보여주기 식으로 지아를 챙겨주는 것이라면, 이곳에서 굳이 연기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두 사람이 원래 커플처럼 지냈다는 것이다.유진은 원래 도윤의 호감을 얻으려고 했는데 도윤이 지아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이라면 이렇게 보면 그녀는 이씨 집안의 셰프와 별 차이가 없었다.그녀는 그릇을 내려놓고 억울한 표정으로 지아를 바라보았다.“지아 씨, 난 정말 지아 씨가 부럽네. 도윤 오빠에게 시집갔는데도 자신을 손님으로 생각하다니.”유진은 지아를 비웃고 있었지만 지아는 화를 내지 않고 방긋 웃으며 말했다.“어쩔 수 없네요. 전 태어날 때부터 이런 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하지만 유진 씨는 요리 솜씨가 뛰어나고 마음도 착하고, 게다가 고용인보다 요리를 더 잘하잖아요.”지금 지아가 자신이 공짜로 일하고 있다고 모욕하는 것을 보고, 유진은 더욱 불쌍한 척했다. 그녀는 우물쭈물하며 도윤을 바라보았다. ‘도윤 오빠도 이제 나와 소지아의 차이를 느낄 수 있겠지. 난 착하고 부지런하고 부드럽고 다정하지만, 소지아는 그냥 게으른 여자일 뿐이잖아.’도윤은 턱을 높이 들더니 차갑게 말했다.“꺼져.”유진은 화가 나서 심예지를 쳐다보았다.“예지 이모, 도윤 오빠 좀.”그러나 심예지 역시 냉담하게 말했다.“밥도 다 되었으니 그만 돌아가 봐.”유진은 눈을
더 보기

제643화

지아는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비록 많은 음식을 시켰지만, 사실 다 먹지 않았고 그저 가볍게 맛보았다. 그러나 워낙 작은 위 때문에 지아도 많이 먹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배가 불렀다.심예지는 어이가 없었다.“못 먹겠으면 먹지 마. 한 끼 낭비한다고 이씨 집안이 파산하는 거 아니니까. 설령 파산한다 하더라도 우리와 상관없어.”지아는 멍해졌다. 심예지는 그녀의 상상과 매우 달랐다.“죄송해요, 저는…….” 지아는 입을 오므리며 사실을 말하려 했지만 심예지는 그녀가 다 하지 못한 말을 이어서 말했다.“내가 너를 괴롭힐 것이라 생각하고, 저녁에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할까 봐 미리 밖에서 먹은 거잖아.”“네, 죄송해요.”“사과할 필요 없어, 난 확실히 널 괴롭히려고 했으니까.”지아는 어이가 없었다.‘내가 생각한 것과 너무 많이 다르잖아.’이 말에 지아는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몰랐다.“사실 나도 너 때문에 입맛 없을까 봐 미리 먹었어. 만약 배고프지 않으면 나와 함께 걸으면서 소화 좀 하지 그래.”심예지가 먼저 요청을 했기에 지아도 거절할 수 없어 얼른 입을 닦고 일어섰다.“네.”수많은 음식을 차린 큰 식탁에는 도윤 혼자만 남았다. 그는 심예지가 단독으로 지아와 이야기를 나누려 하는 것을 보고 세 살 때의 트라우마가 떠올라 즉시 지아를 감쌌다.“왜, 내가 네 와이프 잡아먹을까 봐 걱정이야?”“어머니가 지아를 위층에서 밀어낼까 봐요.’“엄마한테 이렇게 말하는 아들이 어딨어? 이럴 줄 알았으면 널 다시 내 배 안으로 집어넣을 걸 그랬어.”“저도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싶지 않았어요.”어릴 때부터 심예지가 도윤을 죽이려 했던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예전에 확실히 잘못을 저질렀지, 인정해. 그때 엄마가 아팠으니까. 지금 난 이미 다 나았고,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거야.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면, 너도 동행해도 돼.”지아는 이렇게 두 모자의 버림을 받았고 다시 앉아서 과일을 조금 먹었다.이때 고용인은 공손하게 그녀의 곁으로 다
더 보기

제644화

도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심예지를 바라보았다.“저희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소식이 참 빠르시군요.”그와 눈을 마주치려면 심예지는 고개를 살짝 들어야 했다. 이 말을 듣고 그녀는 마음속으로 감개무량했다.“내 기억 속에서 너는 줄곧 내 뒤를 따르는 꼬마였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네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어.”그녀는 도윤의 얼굴을 쓰다듬으려고 손을 들었다. 그러나 닿기도 전에 동작을 멈췄다.도윤에 대한 심예지의 감정은 복잡했다. 처음에 그녀는 이 아이가 태어나길 바랐고, 도윤을 이용해 그 남자의 마음을 돌리려 했다. 그러나 매정한 이남수는 그들을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고, 심예지는 차츰 도윤에게 원한을 품게 되었다. 그녀는 단 하루도 어머니 노릇을 하지 못했다. 심지어 도윤이 지금 자기 앞에 서 있는 것조차 낯설다고 생각했다.심예지는 겸연쩍게 손을 거두며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너와 예린이는 틀림없이 나를 원망하고 있을 거야. 난 너희들을 사랑한 적이 없으니까.”“지금 이런 말씀을 하시면 또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아버지는 결국 돌아오지 않았고, 그렇게 어머니는 아버지의 자식을 낳아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되었죠.”도윤은 말을 할 때 심예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만약 이전의 심예지였다면 진작에 미쳐버렸겠지만, 오늘 그녀는 무척 평온했다.심예지는 완쾌한 게 분명했다. 그녀의 화를 돋구게 하는 사람을 언급해도 심예지는 오히려 평온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깨닫게 되는 법이지. 내가 전반생을 이런 사람 때문에 헛되이 보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가치가 없더라고. 이 2년 동안 나는 묵묵히 너를 주시하고 있었어. 그래서 예린에 대해 알고 있었던 거야. 그 당시 내가 예린에게 한 일을 생각하면, 예린은 분명히 나란 어머니를 몹시 원망했을 거야. 그래서 분명히 살아있는데도 나를 찾아오지 않는 거겠지.”도윤은 자기가 생전에 심예지의 참회를 들을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번에 저를 부르신 이유가 유진을 만나게 하기 위해
더 보기

제645화

만약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인정이 없는 것 같지만, 세 살짜리 아이를 위층에서 던진 모진 어머니로서는 너무 정상이었다.심예지는 자신의 자식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니 남의 자식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이렇게 보면 심예지와 이남수는 사실 같은 부류의 사람이었다. 이기적인 데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외에는 다른 사람을 철저히 무시하는.심예지는 귓가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넘겼다.“그 아이는 2년 전부터 틈틈이 날 찾아왔어. 때로는 나랑 같이 산책을 했고, 때로는 내 다리까지 주물러줬고. 난 그 아이가 심심해서 그러는 줄 알고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어.”도윤은 어이가 없었다.“심심하신 사람은 어머니인 것 같은데.”심예지는 한번도 현모양처였던 적이 없었다. 오히려 악역에 더 근접했다. 전에 이남수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심예지는 그 불여우를 많이 괴롭혔다. 물론 마지막에 이남수는 갈수록 그녀와 멀어졌고, 두 사람은 이혼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심예지는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이 전에 한 일을 회상했다. 그녀는 예전의 자신이 가소롭게만 여겨졌다. 한 남자를 위해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다니.“그래, 나도 확실히 심심했지. 하지만 누가 스스로 찾아온 장난감을 거절할 수 있겠어?” 심예지는 웃었다. 그 웃음은 마치 밝은 달이 구름과 안개를 뚫은 것처럼 즉시 하늘을 밝게 비추었다.도윤은 멍해졌다. 그동안 그는 종래로 심예지가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한때 그가 가장 바랐던 것이 바로 어머니가 자신에게 웃어주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 기억 속의 심예지는 항상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거나 증오의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확실히 납득하신 것 같네요.”“도윤아, 이 엄마를 용서해 주면 안 될까?” 심예지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어릴 적 그녀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자, 심예지는 뜻밖에도 부드럽고 많이 상냥해졌다.그러나 도윤은 손을 내밀지 않았다. 그는 어릴 때 심예지가 자기에게 한 짓을 잊지 않았다.심예지는 한숨을 쉬었다.“그래, 네가 이
더 보기

제646화

도윤의 눈빛은 점점 예리해졌다.“또 무엇을 알고 계신 거죠?”“네 반응을 보니 내가 맞힌 것 같구나. 다른 뜻은 없어. 이번에 만나자는 것도 단순히 너희들이 보고 싶었을 뿐이야. 그러나 조언 하나 해주지. 우리 집안의 사람들은 많은 결점이 있어. 한 사람을 좋아한다면 평생 집착을 하게 되는 것인데, 이것은 양날의 칼이라 할 수 있지.”심예지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나와 너의 아버지는 모두 너에게 사람을 사랑하는 능력을 가르쳐 주지 않았어. 도윤아, 나는 네가 우리처럼 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 사랑은 결코 일방적인 일이 아니야. 엄마가 가장 후회되는 것이 바로 그때 네 아버지에게 한 그 일들 때문에 너와 예린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는 것이야.”도윤에게 있어 심예지의 말은 환상과 같았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그에게 이런 말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저는 지아를 잘 챙겨줄 거예요.”잠시 망설이다 도윤은 다시 입을 열었다.“장미 부인을 아신다면, 저 대신 한 가지 일 좀 알아봐 주실 수 있어요? 지아의 신분에 관해서요.”“어?” 심예지는 깜짝 놀랐다.“지아는 소계훈의 딸이 아니에요.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장미 부인뿐이고요. 국내에 있을 때 누군가가 지아를 수차례 죽이려고 했는데, 저는 그 사람이 지아의 친부와 관련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어요.”“내가 대신 알아봐줄 테니까 이제 지아를 좀 보여줄래?” 심예지는 다정하게 말했다. 하지만 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아는 씻고 나오자마자 침대에 앉아 있는 여자를 보았다. 분명히 앉아만 있을 뿐인데, 지아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 그녀는 그만 제자리에 몸이 굳어져버리고 말았다.“사모님.”심예지는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이리 와.”지아는 천천히 심예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마음 속으로 이미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녀는 심예지가 자기에게 돈을 주며 도윤의 곁에서 떠나라고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도윤 정도의 남자라면, 그의 어머니도 돈을 아주 두툼하게 챙겨
더 보기

제647화

심예지를 만나기 전, 지아는 그녀가 아주 악독하고 미친 여자인 줄 알았다. 그러나 직접 만나보니, 지아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예지는 단지 평생 사랑을 받지 못한 불쌍한 사람일 뿐이었다.“전혀요, 사랑에 너무 집착하셔서 그래요.”지아는 비록 과거를 잊었지만 심예지의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마치 그녀도 전에 이런 경험을 한 것처럼.“똑같지 뭐. 과거의 나는 정말 엄마 노릇을 잘 하지 못했어. 지금 이 나이가 되니 오히려 많은 일을 깨닫게 되었지. 넌 나보다 행복해. 도윤의 모든 사랑을 받았으니까. 그래서 너야말로 이 팔찌에 어울리는 사람이야.”지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래서 저희 두 사람을 반대하시지 않는 거예요?”“왜 반대해야 하지? 너희들은 이렇게 잘 어울리는데. 하지만 나도 너에게 조언 하나 해주고 싶어. 도윤 이 아이는 비록 훌륭하지만, 이런 가정에서 자랐으니 성격에 심각한 결함이 있을 거야. 일반인들은 알아차릴 수 없지만 가까운 사람만이 발견할 수 있지.”“그 아이는 사람을 사랑할 줄 몰라. 하지만 넌 다르지. 네가 사랑으로 가득 찬 가정에서 자랐다고 들었다. 그래서 도윤이 너에게 끌릴 수 있었던 것은 너무나도 정상이지. 이씨 집안의 남자는 한 사람을 사랑하면 평생 변하지 않을 거야. 이것은 행복이자 동시에 재난이기도 해.”“얘야, 너희들은 아직 젊으니 앞으로 갈 길이 아주 멀어. 난 앞으로 도윤이가 너에게 무슨 짓을 하든 네가 도윤의 곁에 있어주기를 바라거든. 우리의 불행이 너희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어.”지아는 마음이 복잡하여 심예지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녀와 도윤은 이미 부부이고, 도윤은 또 그녀를 그렇게 사랑하니 지아도 마땅히 도윤을 아주 사랑해야 했다. 그러나 머릿속에는 자꾸만 누군가 그녀에게 도윤을 멀리하라고 훈계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선뜻 대답하지 않자, 심예지는 지아의 손을 덥석 잡고 물었다.“너를 지아라고 불러도 되겠니?”“편하신 대로 부르시면 돼요.”“나
더 보기

제648화

시어머니와의 만남은 의외로 순조로웠다. 심예지가 떠난 다음, 지아는 줄곧 그 아름다운 팔찌를 바라보았는데, 수많은 세월을 거쳐 이 팔찌는 더욱 아름다워졌다. 그러나 지아는 팔찌를 차지 않고 그저 자세히 살펴만 보았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이 팔찌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느꼈다.“마음에 들어?” 도윤의 목소리가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자 지아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너무 진지하게 보고 있어서 도윤이 다가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응, 아주 예뻐.”도윤은 팔찌를 들고 부드럽게 말했다.“내가 끼워줄게.”그러나 지아는 오히려 자기도 모르게 피했다.“나중에. 이렇게 진귀한 물건은 일반적으로 중요한 장소에 참석할 때에만 껴야 하지. 나도 평소에 주얼리를 차는 것이 그리 익숙하지 않아서 불편하거든.”도윤은 멈칫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캐묻지 않았다. “좋아, 네가 편한 대로 하자.”지아는 비록 매일 그와 같이 지냈지만, 여전히 그에게 호감만 있을 뿐 그를 사랑하진 않았다.도윤은 지아가 자신을 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앞으로 시간은 많으니까 그도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도윤은 드라이를 꺼내 지아의 젖은 머리를 꼼꼼히 말려주었다. 지아는 그의 손을 잡았다. 도윤의 손은 아주 예뻤다.“이런 손으로 내 머리를 말려주는 건 너무 낭비 아니야?”“널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도윤은 지아의 손을 들어 가볍게 키스했다.“지아야, 사랑해.”그는 항상 그녀에 대한 사랑을 아낌없이 표현했었다. 도윤의 눈과 마음속에는 오직 그녀 한 사람밖에 없었다.지아는 손으로 도윤의 매끄러운 볼을 어루만졌다.“도윤아, 예전에 우리는 어떤 사이였어?”“넌 나를 엄청 사랑했고, 나도 너를 많이 사랑했지.”지아의 손끝은 도윤의 눈썹과 눈을 스쳤다. 그녀는 의아한 말투로 물었다. “널 보면 난 아주 익숙한 느낌이 들거든. 그러나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우리가 그렇게 사랑했는데, 무엇때문에 난 지금 너를 조금도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있
더 보기

제649화

아침, 지아는 바깥의 새 울음소리에 깨어났다.따뜻한 햇살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지아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바깥의 테라스 돌기둥에 알록달록한 새 몇 마리가 앉아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새는 노래를 하고 있었고 어떤 새는 깃털을 정리하고 있었다. 먼 곳의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은 온 세상을 부드럽게 만드는 것 같았다.지아는 눈을 비비며 잠시 멍을 때리고 나서야 자신이 이미 다른 나라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곳은 일년 내내 따듯하고 습윤했기 때문에 주변에 식물이 무성했다. A도시처럼 건조하고 춥지 않았다.지아는 이곳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침대에서 내려와 씻으려 했다.매번 이 호화로운 별장을 바라볼 때마다, 지아는 자꾸만 자신이 성 안의 공주라는 착각을 하곤 했다. 이씨 가문은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재벌 집안이었다.그녀가 방을 나서자, 한 줄로 늘어선 고용인들이 웃으며 인사했다.“작은 사모님, 좋은 아침입니다.”지아는 우렁찬 소리에 깜짝 놀랐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유리를 닦고 있는 고용인들, 바닥을 닦고 있는 고용인들, 꽃가지를 다듬는 고용인들까지 모두 그녀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전의 별장에는 장씨 아주머니 한 사람밖에 없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많은 고용인들이 그녀에게 인사를 하자 지아는 매우 어색했다.그녀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좋은 아침.” 이때, 다른 고용인들과 옷차림이 다른 한 고용인이 다가왔다.“작은 사모님, 아침식사가 이미 준비되었습니다.”지아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도윤은?”“어르신을 뵈러 가셨습니다. 사모님은 저를 이 집사라고 부르면 됩니다.”이 집사는 자기소개를 했다. 말하는 태도나 행동은 무척 여유로웠다.지아는 사람들에게서 어르신이 전에 자신을 싫어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노부인이 세상을 떠난 후, 그도 A시를 떠났는데, 그 후 치매에 걸려서 치료받느라 요 몇 년 동안 소식이 없었다고 한다. 기왕 온 이상, 지아는 어르신을 뵈러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
더 보기

제650화

지아는 얼른 설명했다.“어르신, 정신 차리세요. 저는 지아라고 합니다. 환희 아가씨가 아니에요.”어르신은 그녀를 한참 동안 쳐다보더니 손에 힘을 꽉 주었다.“그럴 리가 없어, 너는 분명히 환희잖아. 날 속일 생각하지 마. 지아는 또 누구야.”지아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이 집안의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어쩜 할아버지든 손자든 머리가 멀쩡한 사람이 없는 거야.’지아가 어쩔 바를 몰라 할 때, 도윤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 그는 앞으로 다가가서 어르신의 손을 떼었다.“할아버지, 이 사람은 제 아내예요. 사람을 잘못 보셨어요.”“말도 안 되는 소리, 환희가 어떻게 네 아내야? 그리고 이 자식아, 지금 날 뭐라고 불렀어? 할아버지라니? 난 아들도 없는데 손자가 있을 리가 없잖아.”도윤은 그런 노인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어릴 때부터 어르신은 비록 도윤을 아주 엄격하게 대했지만 또 그에게 모든 사랑을 쏟았다.할아버지는 도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다. 예전에 회사에서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던 사람이 지금은 자신의 가족도 못 알아보는 처지가 되었다. 도윤은 마음이 매우 괴로웠다.어르신은 또 지아의 손을 잡으려 했다.“환희야, 내가 드디어 너를 찾았구나.”지아는 놀라서 도윤의 뒤로 숨었다. 도윤은 갑자기 무엇을 의식한 듯 할아버지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그녀를 아는 거예요? 그녀는 누구죠?”“그녀는.”어르신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감쌌다. 하지만 잘 생각이 나지 않아 무척 고통스러운 것 같았다.“할아버님, 괜찮으세요?” 지아는 잔뜩 긴장하며 말했다.“의사를 불러와야 하는 거 아니야? 할아버님이 많이 괴로워하시는 것 같던데.”“지아야.”어르신의 눈빛은 전처럼 맑아졌다.“지아구나, 정말 오랜만이야.”그는 지아와 도윤의 손을 놓아준 다음 아주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너희들 금슬이 좋은 모습을 보면 네 할머니도 하늘에서 안심할 수 있을 거야.”“할아버지, 다 생각나셨군요
더 보기
이전
1
...
6364656667
...
138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