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41화

작가: 김나비
지아는 이미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어차피 그녀도 도윤의 어머니에게 인사하러 온 것이기 때문에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으면 바로 떠나면 됐다.

그러나 심예지가 말을 하기도 전에 익숙한 목소리가 먼저 울렸다.

“예지 이모, 도윤 오빠가 돌아온 거예요?”

2층 모퉁이에 익숙한 그림자가 나타났는데, 그녀는 바로 얼마 전 국내에서 만난 유진이었다.

도윤은 유진의 목소리를 듣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어느새 그의 얼굴에는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유진은 재빨리 심예지의 곁으로 가서 다정하게 그녀의 팔을 안았다.

“도윤 오빠, 이 2년 동안 난 줄곧 예지 이모와 함께 있었어요.”

지아는 마침내 그때 유진이 큰소리칠 수 있던 이유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전에 이것을 말하고 싶었나 보군.’

유진의 비장의 카드가 바로 심예지였다. 이번에 심예지가 먼저 도윤을 만나자고 한 것도 아마 그들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다니.’

그러나 지아는 질투나 슬픔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이미 이렇게 될 것을 추측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공항에서 배불리 먹고 온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렇지 않았다면 오늘 저녁 그녀는 또 굶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아도 유진과 싸울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조용히 일이 마무리 되기만을 기다렸다.

‘설마 내가 도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로 날 공격하려는 건가?’

지아는 생각에 잠겼다.

‘만약 내가 헤어지지 않으려고 한다면, 도윤의 어머니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유진은 득의양양하게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바라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심예지는 도윤을 재빨리 훑어본 다음, 지아를 조용히 살펴보았다.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그녀는 마침내 차갑게 입을 열었다.

“밥 먹자, 음식 다 식겠어.”

유진은 좀 서운했다. 그녀는 자신이 2년 동안 정성껏 심예지를 모셨으니, 지금 망설이지 않고 그녀의 편에 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또 생각해보면, 오늘 심예지도 지아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642화

    지아가 무슨 뜻인지 알아채기도 전에 심예지는 자리를 떠났다. 지아는 도윤을 향해 눈을 깜빡이며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네 어머니는 도대체 날 어떻게 생각하시는데?”“제대로 된 S시 요리 먹으러 가자.” 도윤은 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녀의 손을 잡고 식탁으로 걸어갔다.심예지는 이미 자리에 앉았다. 그녀의 눈빛은 도윤과 지아의 맞잡은 손에 떨어졌다. 그 순간, 그녀는 멈칫했다.유진은 그릇을 들고 올 때, 도윤이 지아를 위해 의자를 당기는 것을 보았다. 지아가 앉은 후에야 그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가장 멀리 있는 애피타이저를 지아 앞에 놓았다.만약 도윤이 밖에서 일부러 보여주기 식으로 지아를 챙겨주는 것이라면, 이곳에서 굳이 연기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두 사람이 원래 커플처럼 지냈다는 것이다.유진은 원래 도윤의 호감을 얻으려고 했는데 도윤이 지아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이라면 이렇게 보면 그녀는 이씨 집안의 셰프와 별 차이가 없었다.그녀는 그릇을 내려놓고 억울한 표정으로 지아를 바라보았다.“지아 씨, 난 정말 지아 씨가 부럽네. 도윤 오빠에게 시집갔는데도 자신을 손님으로 생각하다니.”유진은 지아를 비웃고 있었지만 지아는 화를 내지 않고 방긋 웃으며 말했다.“어쩔 수 없네요. 전 태어날 때부터 이런 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하지만 유진 씨는 요리 솜씨가 뛰어나고 마음도 착하고, 게다가 고용인보다 요리를 더 잘하잖아요.”지금 지아가 자신이 공짜로 일하고 있다고 모욕하는 것을 보고, 유진은 더욱 불쌍한 척했다. 그녀는 우물쭈물하며 도윤을 바라보았다. ‘도윤 오빠도 이제 나와 소지아의 차이를 느낄 수 있겠지. 난 착하고 부지런하고 부드럽고 다정하지만, 소지아는 그냥 게으른 여자일 뿐이잖아.’도윤은 턱을 높이 들더니 차갑게 말했다.“꺼져.”유진은 화가 나서 심예지를 쳐다보았다.“예지 이모, 도윤 오빠 좀.”그러나 심예지 역시 냉담하게 말했다.“밥도 다 되었으니 그만 돌아가 봐.”유진은 눈을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643화

    지아는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비록 많은 음식을 시켰지만, 사실 다 먹지 않았고 그저 가볍게 맛보았다. 그러나 워낙 작은 위 때문에 지아도 많이 먹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배가 불렀다.심예지는 어이가 없었다.“못 먹겠으면 먹지 마. 한 끼 낭비한다고 이씨 집안이 파산하는 거 아니니까. 설령 파산한다 하더라도 우리와 상관없어.”지아는 멍해졌다. 심예지는 그녀의 상상과 매우 달랐다.“죄송해요, 저는…….” 지아는 입을 오므리며 사실을 말하려 했지만 심예지는 그녀가 다 하지 못한 말을 이어서 말했다.“내가 너를 괴롭힐 것이라 생각하고, 저녁에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할까 봐 미리 밖에서 먹은 거잖아.”“네, 죄송해요.”“사과할 필요 없어, 난 확실히 널 괴롭히려고 했으니까.”지아는 어이가 없었다.‘내가 생각한 것과 너무 많이 다르잖아.’이 말에 지아는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몰랐다.“사실 나도 너 때문에 입맛 없을까 봐 미리 먹었어. 만약 배고프지 않으면 나와 함께 걸으면서 소화 좀 하지 그래.”심예지가 먼저 요청을 했기에 지아도 거절할 수 없어 얼른 입을 닦고 일어섰다.“네.”수많은 음식을 차린 큰 식탁에는 도윤 혼자만 남았다. 그는 심예지가 단독으로 지아와 이야기를 나누려 하는 것을 보고 세 살 때의 트라우마가 떠올라 즉시 지아를 감쌌다.“왜, 내가 네 와이프 잡아먹을까 봐 걱정이야?”“어머니가 지아를 위층에서 밀어낼까 봐요.’“엄마한테 이렇게 말하는 아들이 어딨어? 이럴 줄 알았으면 널 다시 내 배 안으로 집어넣을 걸 그랬어.”“저도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싶지 않았어요.”어릴 때부터 심예지가 도윤을 죽이려 했던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예전에 확실히 잘못을 저질렀지, 인정해. 그때 엄마가 아팠으니까. 지금 난 이미 다 나았고,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거야.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면, 너도 동행해도 돼.”지아는 이렇게 두 모자의 버림을 받았고 다시 앉아서 과일을 조금 먹었다.이때 고용인은 공손하게 그녀의 곁으로 다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644화

    도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심예지를 바라보았다.“저희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소식이 참 빠르시군요.”그와 눈을 마주치려면 심예지는 고개를 살짝 들어야 했다. 이 말을 듣고 그녀는 마음속으로 감개무량했다.“내 기억 속에서 너는 줄곧 내 뒤를 따르는 꼬마였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네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어.”그녀는 도윤의 얼굴을 쓰다듬으려고 손을 들었다. 그러나 닿기도 전에 동작을 멈췄다.도윤에 대한 심예지의 감정은 복잡했다. 처음에 그녀는 이 아이가 태어나길 바랐고, 도윤을 이용해 그 남자의 마음을 돌리려 했다. 그러나 매정한 이남수는 그들을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고, 심예지는 차츰 도윤에게 원한을 품게 되었다. 그녀는 단 하루도 어머니 노릇을 하지 못했다. 심지어 도윤이 지금 자기 앞에 서 있는 것조차 낯설다고 생각했다.심예지는 겸연쩍게 손을 거두며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너와 예린이는 틀림없이 나를 원망하고 있을 거야. 난 너희들을 사랑한 적이 없으니까.”“지금 이런 말씀을 하시면 또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아버지는 결국 돌아오지 않았고, 그렇게 어머니는 아버지의 자식을 낳아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되었죠.”도윤은 말을 할 때 심예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만약 이전의 심예지였다면 진작에 미쳐버렸겠지만, 오늘 그녀는 무척 평온했다.심예지는 완쾌한 게 분명했다. 그녀의 화를 돋구게 하는 사람을 언급해도 심예지는 오히려 평온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깨닫게 되는 법이지. 내가 전반생을 이런 사람 때문에 헛되이 보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가치가 없더라고. 이 2년 동안 나는 묵묵히 너를 주시하고 있었어. 그래서 예린에 대해 알고 있었던 거야. 그 당시 내가 예린에게 한 일을 생각하면, 예린은 분명히 나란 어머니를 몹시 원망했을 거야. 그래서 분명히 살아있는데도 나를 찾아오지 않는 거겠지.”도윤은 자기가 생전에 심예지의 참회를 들을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번에 저를 부르신 이유가 유진을 만나게 하기 위해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645화

    만약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인정이 없는 것 같지만, 세 살짜리 아이를 위층에서 던진 모진 어머니로서는 너무 정상이었다.심예지는 자신의 자식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니 남의 자식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이렇게 보면 심예지와 이남수는 사실 같은 부류의 사람이었다. 이기적인 데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외에는 다른 사람을 철저히 무시하는.심예지는 귓가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넘겼다.“그 아이는 2년 전부터 틈틈이 날 찾아왔어. 때로는 나랑 같이 산책을 했고, 때로는 내 다리까지 주물러줬고. 난 그 아이가 심심해서 그러는 줄 알고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어.”도윤은 어이가 없었다.“심심하신 사람은 어머니인 것 같은데.”심예지는 한번도 현모양처였던 적이 없었다. 오히려 악역에 더 근접했다. 전에 이남수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심예지는 그 불여우를 많이 괴롭혔다. 물론 마지막에 이남수는 갈수록 그녀와 멀어졌고, 두 사람은 이혼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심예지는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이 전에 한 일을 회상했다. 그녀는 예전의 자신이 가소롭게만 여겨졌다. 한 남자를 위해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다니.“그래, 나도 확실히 심심했지. 하지만 누가 스스로 찾아온 장난감을 거절할 수 있겠어?” 심예지는 웃었다. 그 웃음은 마치 밝은 달이 구름과 안개를 뚫은 것처럼 즉시 하늘을 밝게 비추었다.도윤은 멍해졌다. 그동안 그는 종래로 심예지가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한때 그가 가장 바랐던 것이 바로 어머니가 자신에게 웃어주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 기억 속의 심예지는 항상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거나 증오의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확실히 납득하신 것 같네요.”“도윤아, 이 엄마를 용서해 주면 안 될까?” 심예지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어릴 적 그녀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자, 심예지는 뜻밖에도 부드럽고 많이 상냥해졌다.그러나 도윤은 손을 내밀지 않았다. 그는 어릴 때 심예지가 자기에게 한 짓을 잊지 않았다.심예지는 한숨을 쉬었다.“그래, 네가 이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646화

    도윤의 눈빛은 점점 예리해졌다.“또 무엇을 알고 계신 거죠?”“네 반응을 보니 내가 맞힌 것 같구나. 다른 뜻은 없어. 이번에 만나자는 것도 단순히 너희들이 보고 싶었을 뿐이야. 그러나 조언 하나 해주지. 우리 집안의 사람들은 많은 결점이 있어. 한 사람을 좋아한다면 평생 집착을 하게 되는 것인데, 이것은 양날의 칼이라 할 수 있지.”심예지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나와 너의 아버지는 모두 너에게 사람을 사랑하는 능력을 가르쳐 주지 않았어. 도윤아, 나는 네가 우리처럼 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 사랑은 결코 일방적인 일이 아니야. 엄마가 가장 후회되는 것이 바로 그때 네 아버지에게 한 그 일들 때문에 너와 예린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는 것이야.”도윤에게 있어 심예지의 말은 환상과 같았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그에게 이런 말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저는 지아를 잘 챙겨줄 거예요.”잠시 망설이다 도윤은 다시 입을 열었다.“장미 부인을 아신다면, 저 대신 한 가지 일 좀 알아봐 주실 수 있어요? 지아의 신분에 관해서요.”“어?” 심예지는 깜짝 놀랐다.“지아는 소계훈의 딸이 아니에요.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장미 부인뿐이고요. 국내에 있을 때 누군가가 지아를 수차례 죽이려고 했는데, 저는 그 사람이 지아의 친부와 관련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어요.”“내가 대신 알아봐줄 테니까 이제 지아를 좀 보여줄래?” 심예지는 다정하게 말했다. 하지만 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아는 씻고 나오자마자 침대에 앉아 있는 여자를 보았다. 분명히 앉아만 있을 뿐인데, 지아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 그녀는 그만 제자리에 몸이 굳어져버리고 말았다.“사모님.”심예지는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이리 와.”지아는 천천히 심예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마음 속으로 이미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녀는 심예지가 자기에게 돈을 주며 도윤의 곁에서 떠나라고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도윤 정도의 남자라면, 그의 어머니도 돈을 아주 두툼하게 챙겨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647화

    심예지를 만나기 전, 지아는 그녀가 아주 악독하고 미친 여자인 줄 알았다. 그러나 직접 만나보니, 지아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예지는 단지 평생 사랑을 받지 못한 불쌍한 사람일 뿐이었다.“전혀요, 사랑에 너무 집착하셔서 그래요.”지아는 비록 과거를 잊었지만 심예지의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마치 그녀도 전에 이런 경험을 한 것처럼.“똑같지 뭐. 과거의 나는 정말 엄마 노릇을 잘 하지 못했어. 지금 이 나이가 되니 오히려 많은 일을 깨닫게 되었지. 넌 나보다 행복해. 도윤의 모든 사랑을 받았으니까. 그래서 너야말로 이 팔찌에 어울리는 사람이야.”지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래서 저희 두 사람을 반대하시지 않는 거예요?”“왜 반대해야 하지? 너희들은 이렇게 잘 어울리는데. 하지만 나도 너에게 조언 하나 해주고 싶어. 도윤 이 아이는 비록 훌륭하지만, 이런 가정에서 자랐으니 성격에 심각한 결함이 있을 거야. 일반인들은 알아차릴 수 없지만 가까운 사람만이 발견할 수 있지.”“그 아이는 사람을 사랑할 줄 몰라. 하지만 넌 다르지. 네가 사랑으로 가득 찬 가정에서 자랐다고 들었다. 그래서 도윤이 너에게 끌릴 수 있었던 것은 너무나도 정상이지. 이씨 집안의 남자는 한 사람을 사랑하면 평생 변하지 않을 거야. 이것은 행복이자 동시에 재난이기도 해.”“얘야, 너희들은 아직 젊으니 앞으로 갈 길이 아주 멀어. 난 앞으로 도윤이가 너에게 무슨 짓을 하든 네가 도윤의 곁에 있어주기를 바라거든. 우리의 불행이 너희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어.”지아는 마음이 복잡하여 심예지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녀와 도윤은 이미 부부이고, 도윤은 또 그녀를 그렇게 사랑하니 지아도 마땅히 도윤을 아주 사랑해야 했다. 그러나 머릿속에는 자꾸만 누군가 그녀에게 도윤을 멀리하라고 훈계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선뜻 대답하지 않자, 심예지는 지아의 손을 덥석 잡고 물었다.“너를 지아라고 불러도 되겠니?”“편하신 대로 부르시면 돼요.”“나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648화

    시어머니와의 만남은 의외로 순조로웠다. 심예지가 떠난 다음, 지아는 줄곧 그 아름다운 팔찌를 바라보았는데, 수많은 세월을 거쳐 이 팔찌는 더욱 아름다워졌다. 그러나 지아는 팔찌를 차지 않고 그저 자세히 살펴만 보았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이 팔찌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느꼈다.“마음에 들어?” 도윤의 목소리가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자 지아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너무 진지하게 보고 있어서 도윤이 다가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응, 아주 예뻐.”도윤은 팔찌를 들고 부드럽게 말했다.“내가 끼워줄게.”그러나 지아는 오히려 자기도 모르게 피했다.“나중에. 이렇게 진귀한 물건은 일반적으로 중요한 장소에 참석할 때에만 껴야 하지. 나도 평소에 주얼리를 차는 것이 그리 익숙하지 않아서 불편하거든.”도윤은 멈칫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캐묻지 않았다. “좋아, 네가 편한 대로 하자.”지아는 비록 매일 그와 같이 지냈지만, 여전히 그에게 호감만 있을 뿐 그를 사랑하진 않았다.도윤은 지아가 자신을 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앞으로 시간은 많으니까 그도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도윤은 드라이를 꺼내 지아의 젖은 머리를 꼼꼼히 말려주었다. 지아는 그의 손을 잡았다. 도윤의 손은 아주 예뻤다.“이런 손으로 내 머리를 말려주는 건 너무 낭비 아니야?”“널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도윤은 지아의 손을 들어 가볍게 키스했다.“지아야, 사랑해.”그는 항상 그녀에 대한 사랑을 아낌없이 표현했었다. 도윤의 눈과 마음속에는 오직 그녀 한 사람밖에 없었다.지아는 손으로 도윤의 매끄러운 볼을 어루만졌다.“도윤아, 예전에 우리는 어떤 사이였어?”“넌 나를 엄청 사랑했고, 나도 너를 많이 사랑했지.”지아의 손끝은 도윤의 눈썹과 눈을 스쳤다. 그녀는 의아한 말투로 물었다. “널 보면 난 아주 익숙한 느낌이 들거든. 그러나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우리가 그렇게 사랑했는데, 무엇때문에 난 지금 너를 조금도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있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649화

    아침, 지아는 바깥의 새 울음소리에 깨어났다.따뜻한 햇살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지아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바깥의 테라스 돌기둥에 알록달록한 새 몇 마리가 앉아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새는 노래를 하고 있었고 어떤 새는 깃털을 정리하고 있었다. 먼 곳의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은 온 세상을 부드럽게 만드는 것 같았다.지아는 눈을 비비며 잠시 멍을 때리고 나서야 자신이 이미 다른 나라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곳은 일년 내내 따듯하고 습윤했기 때문에 주변에 식물이 무성했다. A도시처럼 건조하고 춥지 않았다.지아는 이곳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침대에서 내려와 씻으려 했다.매번 이 호화로운 별장을 바라볼 때마다, 지아는 자꾸만 자신이 성 안의 공주라는 착각을 하곤 했다. 이씨 가문은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재벌 집안이었다.그녀가 방을 나서자, 한 줄로 늘어선 고용인들이 웃으며 인사했다.“작은 사모님, 좋은 아침입니다.”지아는 우렁찬 소리에 깜짝 놀랐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유리를 닦고 있는 고용인들, 바닥을 닦고 있는 고용인들, 꽃가지를 다듬는 고용인들까지 모두 그녀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전의 별장에는 장씨 아주머니 한 사람밖에 없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많은 고용인들이 그녀에게 인사를 하자 지아는 매우 어색했다.그녀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좋은 아침.” 이때, 다른 고용인들과 옷차림이 다른 한 고용인이 다가왔다.“작은 사모님, 아침식사가 이미 준비되었습니다.”지아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도윤은?”“어르신을 뵈러 가셨습니다. 사모님은 저를 이 집사라고 부르면 됩니다.”이 집사는 자기소개를 했다. 말하는 태도나 행동은 무척 여유로웠다.지아는 사람들에게서 어르신이 전에 자신을 싫어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노부인이 세상을 떠난 후, 그도 A시를 떠났는데, 그 후 치매에 걸려서 치료받느라 요 몇 년 동안 소식이 없었다고 한다. 기왕 온 이상, 지아는 어르신을 뵈러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

최신 챕터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74화

    지아를 바라보는 장민호의 창백한 얼굴에 갈망이 스쳤다.“지아 씨, 나랑 함께했던 지난 2년 동안, 단 한 순간이라도 저를 좋아한 적 있었나요?” 차갑게 장민호를 응시하는 지아의 눈빛에는 얼음처럼 냉랭한 혐오감이 담겨 있었다. “아니요, 늘 당신의 죽음만을 바랐어요.” 장민호가 쓸쓸히 웃었다. “그랬군요.” 모든 일은 하늘의 이치를 따르는 법이었다. 탕!놀란 새들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고, 붉은 선혈이 땅에 흩뿌려졌다. 장민호는 무덤의 차가운 사진을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또렷하게 말했다.“미연아, 너한테 빚진 건 전부 갚았어...” 지아는 눈앞에서 연이어 죽어간 사람들을 보며 가슴속 깊은 곳이 조여오는 고통을 느꼈고, 천천히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미연아, 우리의 복수가 이렇게 끝이 나네. 이젠 너도 편히 쉬어.” 지아는 이날을 너무도 오래 기다려왔지만, 복수를 끝낸 후에는 마음이 텅 빈 듯 허전하기만 했다.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핀 지금, 따뜻한 봄바람 속에서 해경의 뒤를 쫓는 무무의 발목에서 짤랑거리는 방울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해경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외쳤다.“어서 잡아봐!” 멀리서 꽃으로 화환을 엮던 소망이 지윤을 향해 손짓하며 말했다.“허리 좀 숙여봐.” 지윤은 순순히 허리를 숙였고, 소망은 지윤에게 화환을 씌워주었다.“와, 정말 잘 어울린다! 아빠랑 똑같이 생겼어!” 지아는 어린 시절의 도윤을 보듯 따스한 눈길로 지윤을 바라보았다. “자기야.”바로 그때, 지아의 귓가에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아가 고개를 돌리자, 한쪽 무릎을 꿇은 도윤의 모습이 보였다.도윤이 한 손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든 채 말했다.“나랑 다시 결혼해 줄래?” 아이들이 옆에서 환호하며 소리쳤다.“결혼해요! 결혼해요!” 지아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도윤 씨...”도윤은 진지한 표정으로 지아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며 말했다.“지아야, 다시는 너한테 상처 주지 않겠다고 맹세할게.” 소망이 꽃으로 만든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73화

    사랑에 미친 장민호는 이 모든 것이 지아가 2년에 걸쳐 설계한 함정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고, 지아가 도윤의 품에 안기는 것을 본 순간에야 자신의 정체가 이미 드러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 끝났구나...’비록 소씨 가문 사람들이 이겼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심세호와 조경선, 그리고 소시월이 힘을 합쳐 저지른 일들로 많은 이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으니, 소씨 가문 사람들이 완전히 이긴 것은 아닌 셈이었다. 심지어 소시영 또한 그들의 희생자가 되었고, 젊은 나이에 영면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지아가 시영의 무덤 앞에서 향을 올리며 말했다.“언니, 다음 생엔 꼭 행복하게 살자. 이번 생에는 내가 가족들을 잘 돌볼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바로 그때, 산들바람이 불어오며 나뭇잎 한 장이 지아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마치 시영이 지아의 말에 응답하는 것 같은 순간이었다.소영수는 소씨 가문 사람들과 함께 강렬한 기세로 돌아왔고, 환희 역시 마침내 안식의 땅에 묻혔다. 환희의 장례식은 비밀리에 치러졌지만, 부남진은 몰래 그곳을 찾았다. 부남진과 소영수는 무덤 앞에서 서로를 마주했는데, 생전 환희에게 가장 중요했던 두 남자가 환희가 죽고 나서야 얼굴을 마주한 것이었다. 아침 햇살이 희미하게 비추는 가운데, 눈가가 붉어진 부남진은 가지에서 가장 어린 복숭아꽃 한 송이를 꺾어 무덤 앞에 내려놓았다.“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그 순간, 지아의 눈에 노인이 아닌 아침 햇살 속에서 자신의 첫사랑을 찾아낸 젊고 잘생긴 소년의 모습이 비쳤다.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던 조경숙의 눈도 치료하면 회복할 수 있는 상태였기에, 지아는 장민호와 소시월을 데리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갔다. 산속은 한창 따듯한 봄이었다. 산꽃들이 만발한 가운데, 강미연의 무덤 앞에는 형형색색의 작은 꽃들이 피어 있었다. 소시월은 숨이 가쁜 상태로 강미연의 무덤 앞에 무릎을 꿇었고, 장민호는 무덤에 새겨진 이름을 보며 입가에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이런 날이 올 줄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72화

    “오빠, 대체 무슨 일이에요?”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지아는 루이스에게 함부로 다가갈 수 없었기에, 지아가 이 상황에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시후뿐이었다. “지아야, 가까이 오지 마. 여긴 너무 위험해!”시후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해지자, 루이스가 고개를 돌려 지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내 실험은 곧 성공할 거야. 저 아이는 환희의 후손이라, 몸속에 환희와 같은 피가 지니고 있을 테니까.” 그 순간, 지아의 얼굴빛이 달려졌다.‘스승님이 나한테 유독 신경 쓴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아.’ 예전의 지아는 그것이 자기 몸과 재능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루이스는 처음부터 지아의 정체를 알고 있던 것이었다. 루이스가 말한 ‘생체 개조 계획’도 사실은 환희를 되살리기 위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저 사람... 정말 무서운 사람이었구나. 할머니를 부활시키려고 이렇게 철저히 준비하다니!’ ‘하마터면 개조 계획이라는 거짓말에 깜빡 속을 뻔했어!’ 백발이 성성한 소영수가 아주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루이스, 그만둬! 환희는 이미 죽은 지 오래야. 환희의 혼도 이미 윤회에 들었을 텐데 부활이라니, 그건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는 일이야!” “네가 그동안 저질러온 실험으로 얼마나 많은 생명이 희생되었는지 알아? 아, 그걸로도 부족하다는 건가?” “네 과거 실험 데이터를 살펴봤는데, 하나도 빠짐없이 실패했더군. 그런데도 네가 저 아이를 건드리지 못한 이유는...”소영수가 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아이가 환희의 핏줄이고, 환희와 닮은 얼굴을 가졌기 때문이었어. 혹시라도 실험에 실패할까 봐 저 아이를 건들 수 없었던 거야, 그렇지?” 지아는 그제야 모든 것을 이해했고, 환희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느꼈다.‘할머니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미 몇 년 전에 목숨을 잃었을 거야.’ 루이스는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지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넌 내 최고의 실험 대상이야. 어서 스승인 나를 도와주렴.” 시후와 도윤이 동시에 지아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71화

    섬에 도착한 지아는 섬의 분위기가 어딘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풍경은 여전히 그대로였지만, 섬 곳곳에 있던 로봇들은 사라진 듯했는데, 원래라면 섬에 내리자마자 로봇들이 눈에 띄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섬 가장자리에 밀집한 수많은 군함이 눈에 띄었고, 그것들은 대부분 외국 민간 무장 단체와 용병들이 사용하는 군함 같았다. ‘대규모 인원이 섬에 상륙한 모양인데...’ ‘대체 무슨 일이지?’ ‘스승님은 괜찮으신 걸까?’ 루이스가 지아를 인체 개조 대상으로 삼으려 했음에도 지아는 루이스가 살아남길 바랐는데, 루이스처럼 뛰어난 과학자가 유명을 달리한다면 큰 손실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스승님!”“자기야, 진정해. 이 섬에 많은 사람이 들어오긴 했지만, 현재로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여.”도윤은 지아를 재빨리 진정시켰다. 이렇게 많은 군함이라면 분명 강력한 무기를 많이 실었을 테지만, 섬의 꽃과 나무, 건물들은 여전히 온전했다. “아니야, 이 섬에는 원래 사람이 많지 않았어. 대부분 로봇이었단 말이야! 그나저나 우리 오빠는 어디 있는 거지?” 지아는 며칠 전 시후가 치료를 계속하기 위해 여기에 왔던 것을 떠올린 후, 더 이상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섬 안쪽으로 미친 듯이 달려갔다. 잠시 후, 지아는 겨우 작동하고 있는 한 로봇을 마주했는데, 로봇에서는 전기 스파크가 튀고 있었고, 몸체에서는 쇠약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루이스 스승님은 어디 있어?” 지아가 다급히 물었지만, 이미 언어 기능을 상실한 로봇은 전자 화면에 두 글자를 표시할 뿐이었다. [뒷산.]‘뒷산이라니!’뒷산은 루이스가 지아에게 접근을 허락하지 않은 유일한 장소였다. ‘거기엔 거대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 거야!’ 지아는 미친 듯이 뒷산으로 달려갔다.그곳에는 수많은 로봇과 인간들이 쓰러져 있었고, 원래 뒷산 입구를 막고 있던 기계 문도 강제로 파괴된 상태였다.‘큰일이네. 루이스 스승님은 괜찮으신 걸까?’ 루이스의 로봇도 많은 수를 자랑했는데, 상대는 그보다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70화

    그날, 부남진과 소임호는 단둘이 오랜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물론 소씨 가문 사람들은 그것에 집착하지 않았으며, 단지 가족이 하나 더 늘었다는 것에 집중할 뿐이었다. 하지만 민연주는 조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갑자기 이렇게 많은 자손이 생기다니, 만약 저 사람들이 모두 부씨 가문 사람이 된다면, 내 아들과 딸에게 돌아갈 재산이 줄어들진 않을까?’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인 법이다. 정말 이런 상황에 닥친다면, 그 누가 자기 이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하지만 소임호와 부남진이 이야기한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빗나갔다. 그것은 바로... 소씨 가문 사람들이 소임호의 신분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소임호는 부씨 성으로 바꿀 생각이 없다는 것!즉, 소임호의 어머니가 소영수와 결혼한 이상, 소임호를 비롯한 그 자손의 생에는 소씨 가문 사람들에 속했기에, 부씨 가문과는 친척 관계로 왕래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부남진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소영수가 자기 자손들을 잘 대해준 것을 생각하며 동의할 수밖에 없었고, 소임호의 자손들에게 잠시 부씨 가문에 머무르며 상처를 치료해달라고 간청하기에 이르렀다. 지아는 돌아온 이튿날 아이들을 데리고 묘지로 갔는데, 도윤과 함께 환희와 소계훈을 찾아뵙기 위해서였다. 묘지는 산속에 있었고, 산에는 복숭아나무와 배나무가 활짝 꽃을 피워 푸른 신록이 빛나고 있었다. 소계훈의 묘 앞에는 이끼가 조금 늘어나 있었는데, 지아는 꽃다발을 내려놓고 무릎을 꿇은 채 오랫동안 이야기를 털어놓았다.“아빠, 드디어 제 가족을 찾았고, 배후의 손도 밝혀냈어요.” “유일하게 아쉬운 건... 그 여자를 데리고 와 아빠의 묘비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하도록 하지 못한 거예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 저는 이제 성장했고, 다른 사람들을 지킬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도윤은 지아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소계훈의 묘비 앞에 담배 한 개비를 놓았다. “기대를 저버려서 정말 죄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69화

    지아 일행은 다시 소씨 가문으로 돌아왔다.시후가 관리 중인 소씨 가문은 이미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으며, 시하의 다리도 많이 회복되어 이제는 더 시아 장애를 가장할 필요도 없이 자유롭게 걸을 수 있었다. 시언의 건강은 단기간에 완전히 회복될 수는 없었지만 눈에 띄게 좋아졌고, 소임호 역시 지아가 떠나기 전보단 훨씬 건강해 보였다. 소시월이라는 사람 때문에 소씨 가문은 거의 전멸할 뻔했지만, 지금은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지아가 돌아오자 소임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지아야, 시후한테 네 몸에 독벌레가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괜찮은 거니?” “걱정하지 마세요. 이젠 다 나았으니까요. 그런데... 소시월은 아마 바닷속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 같아요.” 소임호가 지아를 단단히 껴안으며 말했다.“괜찮다, 괜찮아. 난 그저 너희들만 무사하면 그만이야.” 짧디짧은 시간에도 몇 살은 더 늙어버린 듯한 소임호의 모습을 보며 지아의 마음은 더욱 아팠다. “엄마 쪽 소식은 없는 거예요?”“시후가 몇 가지 단서를 찾아냈는데, 아직 추적 중이란다. 참, 부씨 가문에서 우리가 한 번 왔으면 좋겠다고 하더구나.” 최근 부남진은 신분상 모습을 드러내기 어려운 상황이라, 소씨 가문 사람들이 본국으로 가야만 했다. 마침 지아도 다른 아이들이 그립던 터였다.“좋아요. 아이들이 외할아버지와 외삼촌의 존재를 알게 된다면 분명히 기뻐할 거예요.” 그렇게 가족들은 전용기를 타고 본국으로 향했다. 본국은 이미 초봄의 시기로 접어들어, 추운 겨울을 지난 후 생기가 넘치는 대지를 뽐내고 있었다. 나뭇가지엔 새싹이 돋았고, 벚꽃이 활짝 피는 계절이었으니 말이다. 지아는 가벼운 봄옷으로 갈아입었고, 무무는 연한 초록색 원피스를 입고 지아의 곁을 따랐다. 도윤도 모처럼 정장을 입지 않고 모녀와 함께 커플룩을 맞춘 듯한 연한 초록색 줄무늬 셔츠와 흰 바지를 입고 있었다. 도윤은 차 문을 열고 무무를 안아 내렸다. 세 사람은 등장하자마자 사람들의 눈길을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68화

    배신혁은 태연하게 말했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심규철은 말 그대로 충격에 휩싸였고, 머릿속엔 온통 한대경이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을지에 대한 상상이 가득했다. ‘낡은 민간 보호시설에서 삼류, 사류 사람들과 부대끼며 자란 걸로도 모자라, 그 무엇도 가져본 적이 없으니 잃는 것도 두렵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이영화가 세상을 떠난 이후, 심규철은 심장후에 대해 그다지 마음을 쏟지 않았지만 물질적인 부분만큼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친아들을 찾은 지금, 심규철은 가슴 한편이 아려져 왔다. ‘그 결혼이 아들의 유일한 소망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들어주고 싶어.’ 한편, 지아는 바닷가에 서서 멀리 붉게 물든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시월은 이미 바다 밑에 잠겼을 테지만, 지아의 마음은 조금도 평온하지 않았다. ‘죄의 근원이 사라지면 무슨 소용이야? 우리 소씨 가문은 이미 산산조각이 났고, 엄마는 아직 행방불명 상태인데.’ 지아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아직 젊은데, 무슨 한숨을 그렇게 쉬어?”언제 다가왔는지 모를 한대경이 물었다. 지아의 옆에 털썩 앉은 한대경은 바닥의 모래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태연한 모습이었다. 한대경은 옆자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앉아봐. 별건 아니고, 그냥 얘기나 좀 하자고.” 지아는 한대경을 한 번 흘긋 보고,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물러난 뒤에야 자리에 앉았다. “아니, 조선시대도 아니고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거야, 뭐야?”한대경은 지아가 자신을 뱀 보듯 피하는 모습이 못마땅한 듯 말했지만,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한대경, 우리가 친구로 지낼 순 있어도 그 이상은 불가능해.” 그 순간, 갑자기 다가온 한대경이 짙은 남성미로 지아를 압도했다. “소지아, 진짜 날 피하고 싶었다면, 애초에 나한테 희망을 주지도 말았어야지!” “정말 미안해, 한대경.” 지아는 그 임무에 한대경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 동의하지 않았을 터였다. “시도도 해볼 수 없다는 거야? 단 한 번이라도?”한대경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67화

    심규철은 약간 지친 듯했다.‘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상황에 부닥치게 된 거지?’ ‘아들이 아니라, 아버지를 찾은 것 같군.’ ‘이 세상에 30년 동안 얼굴도 못 본 아들이 만나자마자 가족 걱정은커녕 결혼하겠다고 소리치는 경우가 또 있을까?’ ‘그리고 평범한 여자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상대는 이미 이혼한 데다 아이를 넷이나 데리고 있는 여자잖아!’ ‘그것도 그렇지만 가장 골치 아픈 건, 소지아의 전남편이 내 여동생의 친아들이라는 사실이야. 게다가 두 사람의 관계도 아직 완전히 끝난 게 아니잖아?’ ‘손바닥도 손등도 모두 살인데,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심규철은 매우 절망스러웠다. 하지만 한대경은 심규철의 곤란한 표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 한 개비를 건넸다.“나는 끊었단다.”심규철이 손을 저으며 말하자, 한대경은 혼자 담배를 피우며 땅바닥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 모습은 공사장의 현장 소장과 같았는데, 도무지 한 나라의 군주다운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심규철은 이마를 짚으며 생각했다.‘대체 그동안 어떻게 자란 거지?’ “되는지 안 되는지 확답이나 주시죠.”한대경이 담배 연기를 뿜으며 말하자, 심규철은 아들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쉽지 않을 거라면 어쩔 셈이지? 그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야. 물론 두 집안의 사정을 따지는 건 아니란다. 네가 다른 사람을 좋아했다면, 거지가 상대라 해도 바로 혼약을 허락해 줬을 거야. 하지만 상대는 소씨 가문 사람이라고.” “넌 모를 수도 있겠지만, 요즘 소씨 가문에 문제가 좀 생겼어. 그 집안은 이미 진정한 소씨 가문과 관계가 끊긴 상태인 데다, 완전히 난장판이 되었단 말이지... 이 결혼은 정말 쉽지 않을 거야.”한대경이 담배꽁초를 던지며 말했다.“그럼 안된다는 겁니까? 아버지라는 호칭을 쓴 게 아까울 지경이군요.” 한대경은 기분이 상한 듯 몸을 돌려 떠났고, 심규철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뭐야, 왜 저렇게 쉽게 포기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66화

    시름시름 앓던 심규철은 지금까지 자신이 낳은 친아들이 오랜 세월 동안 외지에 버려져 있었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더구나 그 아들이 수많은 겪었음에도 거대한 나무처럼 성장했다는 사실에 아주 놀랐는데, 거대한 나무는 맞지만, 어쩐지 그 나무는 조금 삐딱하게 자란 것 같았다. 부자지간임에도 피는 물보다 진하지 않은 것 같았으니 말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 진실이 드러났다면,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감동적이 이야기를 나눠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한대경은 아버지를 만난 기쁨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심씨 가문의 큰아들이라는 신분과 소씨 가문의 여섯째와의 혼약에 훨씬 더 관심을 보이는 했다. “지금은 상황이 조금 복잡하니, 천천히 논의해 보자꾸나...”“제가 친아들이라면서요?”한대경은 성격이 급하고 불같았으며, 그의 어머니와 똑같이 누군가의 설득 따윈 듣지 않았다. 한대경은 이미 심씨 가문과 소씨 가문의 관계를 철저히 파악했기에, 혼약의 존재를 알아낸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하마터면 혼약이라는 걸 전혀 몰랐을 뻔했잖아?’“그럼, 당연하지. 이미 친자 확인 결과도 나왔으니 말이야... 하지만 지금 소씨 가문 상황이 조금 복잡해서 지금은...”“어쨌든 저랑 결혼할 사람은 소씨 가문의 여섯째인 거죠?” “그래.”“그 혼약은 심씨 가문과 소씨 가문의 어른들이 정한 거고요?” “그래.”“그럼 됐으니, 어서 결혼부터 준비해 주세요. 저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습니다.” 심규철은 아들이 아주 성급하다는 것을 느꼈다.‘기다리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잖아? 만약 이 상황이 올림픽이었다면 쟤는 분명히 부정 출발로 탈락했을 정도야.’ “결혼 같은 중대한 일보다는 네 아비가 어떤 사람인지 더 궁금하지 않니? 그토록 오래 떨어져 지냈는데, 네 아버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알고 싶지 않냐는 말이야.” 한대경은 냉담하게 말했다.“전혀요, 아버지는 이미 반쯤 땅에 묻혀가는 사람이잖아요. 그런 사람에 대해 제가 뭘 궁금해해야 하죠?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