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예지를 만나기 전, 지아는 그녀가 아주 악독하고 미친 여자인 줄 알았다. 그러나 직접 만나보니, 지아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예지는 단지 평생 사랑을 받지 못한 불쌍한 사람일 뿐이었다.“전혀요, 사랑에 너무 집착하셔서 그래요.”지아는 비록 과거를 잊었지만 심예지의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마치 그녀도 전에 이런 경험을 한 것처럼.“똑같지 뭐. 과거의 나는 정말 엄마 노릇을 잘 하지 못했어. 지금 이 나이가 되니 오히려 많은 일을 깨닫게 되었지. 넌 나보다 행복해. 도윤의 모든 사랑을 받았으니까. 그래서 너야말로 이 팔찌에 어울리는 사람이야.”지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래서 저희 두 사람을 반대하시지 않는 거예요?”“왜 반대해야 하지? 너희들은 이렇게 잘 어울리는데. 하지만 나도 너에게 조언 하나 해주고 싶어. 도윤 이 아이는 비록 훌륭하지만, 이런 가정에서 자랐으니 성격에 심각한 결함이 있을 거야. 일반인들은 알아차릴 수 없지만 가까운 사람만이 발견할 수 있지.”“그 아이는 사람을 사랑할 줄 몰라. 하지만 넌 다르지. 네가 사랑으로 가득 찬 가정에서 자랐다고 들었다. 그래서 도윤이 너에게 끌릴 수 있었던 것은 너무나도 정상이지. 이씨 집안의 남자는 한 사람을 사랑하면 평생 변하지 않을 거야. 이것은 행복이자 동시에 재난이기도 해.”“얘야, 너희들은 아직 젊으니 앞으로 갈 길이 아주 멀어. 난 앞으로 도윤이가 너에게 무슨 짓을 하든 네가 도윤의 곁에 있어주기를 바라거든. 우리의 불행이 너희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어.”지아는 마음이 복잡하여 심예지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녀와 도윤은 이미 부부이고, 도윤은 또 그녀를 그렇게 사랑하니 지아도 마땅히 도윤을 아주 사랑해야 했다. 그러나 머릿속에는 자꾸만 누군가 그녀에게 도윤을 멀리하라고 훈계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선뜻 대답하지 않자, 심예지는 지아의 손을 덥석 잡고 물었다.“너를 지아라고 불러도 되겠니?”“편하신 대로 부르시면 돼요.”“나
시어머니와의 만남은 의외로 순조로웠다. 심예지가 떠난 다음, 지아는 줄곧 그 아름다운 팔찌를 바라보았는데, 수많은 세월을 거쳐 이 팔찌는 더욱 아름다워졌다. 그러나 지아는 팔찌를 차지 않고 그저 자세히 살펴만 보았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이 팔찌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느꼈다.“마음에 들어?” 도윤의 목소리가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자 지아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너무 진지하게 보고 있어서 도윤이 다가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응, 아주 예뻐.”도윤은 팔찌를 들고 부드럽게 말했다.“내가 끼워줄게.”그러나 지아는 오히려 자기도 모르게 피했다.“나중에. 이렇게 진귀한 물건은 일반적으로 중요한 장소에 참석할 때에만 껴야 하지. 나도 평소에 주얼리를 차는 것이 그리 익숙하지 않아서 불편하거든.”도윤은 멈칫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캐묻지 않았다. “좋아, 네가 편한 대로 하자.”지아는 비록 매일 그와 같이 지냈지만, 여전히 그에게 호감만 있을 뿐 그를 사랑하진 않았다.도윤은 지아가 자신을 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앞으로 시간은 많으니까 그도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도윤은 드라이를 꺼내 지아의 젖은 머리를 꼼꼼히 말려주었다. 지아는 그의 손을 잡았다. 도윤의 손은 아주 예뻤다.“이런 손으로 내 머리를 말려주는 건 너무 낭비 아니야?”“널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도윤은 지아의 손을 들어 가볍게 키스했다.“지아야, 사랑해.”그는 항상 그녀에 대한 사랑을 아낌없이 표현했었다. 도윤의 눈과 마음속에는 오직 그녀 한 사람밖에 없었다.지아는 손으로 도윤의 매끄러운 볼을 어루만졌다.“도윤아, 예전에 우리는 어떤 사이였어?”“넌 나를 엄청 사랑했고, 나도 너를 많이 사랑했지.”지아의 손끝은 도윤의 눈썹과 눈을 스쳤다. 그녀는 의아한 말투로 물었다. “널 보면 난 아주 익숙한 느낌이 들거든. 그러나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우리가 그렇게 사랑했는데, 무엇때문에 난 지금 너를 조금도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있
아침, 지아는 바깥의 새 울음소리에 깨어났다.따뜻한 햇살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지아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바깥의 테라스 돌기둥에 알록달록한 새 몇 마리가 앉아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새는 노래를 하고 있었고 어떤 새는 깃털을 정리하고 있었다. 먼 곳의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은 온 세상을 부드럽게 만드는 것 같았다.지아는 눈을 비비며 잠시 멍을 때리고 나서야 자신이 이미 다른 나라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곳은 일년 내내 따듯하고 습윤했기 때문에 주변에 식물이 무성했다. A도시처럼 건조하고 춥지 않았다.지아는 이곳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침대에서 내려와 씻으려 했다.매번 이 호화로운 별장을 바라볼 때마다, 지아는 자꾸만 자신이 성 안의 공주라는 착각을 하곤 했다. 이씨 가문은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재벌 집안이었다.그녀가 방을 나서자, 한 줄로 늘어선 고용인들이 웃으며 인사했다.“작은 사모님, 좋은 아침입니다.”지아는 우렁찬 소리에 깜짝 놀랐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유리를 닦고 있는 고용인들, 바닥을 닦고 있는 고용인들, 꽃가지를 다듬는 고용인들까지 모두 그녀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전의 별장에는 장씨 아주머니 한 사람밖에 없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많은 고용인들이 그녀에게 인사를 하자 지아는 매우 어색했다.그녀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좋은 아침.” 이때, 다른 고용인들과 옷차림이 다른 한 고용인이 다가왔다.“작은 사모님, 아침식사가 이미 준비되었습니다.”지아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도윤은?”“어르신을 뵈러 가셨습니다. 사모님은 저를 이 집사라고 부르면 됩니다.”이 집사는 자기소개를 했다. 말하는 태도나 행동은 무척 여유로웠다.지아는 사람들에게서 어르신이 전에 자신을 싫어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노부인이 세상을 떠난 후, 그도 A시를 떠났는데, 그 후 치매에 걸려서 치료받느라 요 몇 년 동안 소식이 없었다고 한다. 기왕 온 이상, 지아는 어르신을 뵈러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
지아는 얼른 설명했다.“어르신, 정신 차리세요. 저는 지아라고 합니다. 환희 아가씨가 아니에요.”어르신은 그녀를 한참 동안 쳐다보더니 손에 힘을 꽉 주었다.“그럴 리가 없어, 너는 분명히 환희잖아. 날 속일 생각하지 마. 지아는 또 누구야.”지아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이 집안의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어쩜 할아버지든 손자든 머리가 멀쩡한 사람이 없는 거야.’지아가 어쩔 바를 몰라 할 때, 도윤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 그는 앞으로 다가가서 어르신의 손을 떼었다.“할아버지, 이 사람은 제 아내예요. 사람을 잘못 보셨어요.”“말도 안 되는 소리, 환희가 어떻게 네 아내야? 그리고 이 자식아, 지금 날 뭐라고 불렀어? 할아버지라니? 난 아들도 없는데 손자가 있을 리가 없잖아.”도윤은 그런 노인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어릴 때부터 어르신은 비록 도윤을 아주 엄격하게 대했지만 또 그에게 모든 사랑을 쏟았다.할아버지는 도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다. 예전에 회사에서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던 사람이 지금은 자신의 가족도 못 알아보는 처지가 되었다. 도윤은 마음이 매우 괴로웠다.어르신은 또 지아의 손을 잡으려 했다.“환희야, 내가 드디어 너를 찾았구나.”지아는 놀라서 도윤의 뒤로 숨었다. 도윤은 갑자기 무엇을 의식한 듯 할아버지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그녀를 아는 거예요? 그녀는 누구죠?”“그녀는.”어르신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감쌌다. 하지만 잘 생각이 나지 않아 무척 고통스러운 것 같았다.“할아버님, 괜찮으세요?” 지아는 잔뜩 긴장하며 말했다.“의사를 불러와야 하는 거 아니야? 할아버님이 많이 괴로워하시는 것 같던데.”“지아야.”어르신의 눈빛은 전처럼 맑아졌다.“지아구나, 정말 오랜만이야.”그는 지아와 도윤의 손을 놓아준 다음 아주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너희들 금슬이 좋은 모습을 보면 네 할머니도 하늘에서 안심할 수 있을 거야.”“할아버지, 다 생각나셨군요
만약 어르신에게서 환희 아가씨의 행방을 알 수 있다면 그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었고, 도윤 역시 바다에서 바늘을 건지는 것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힘들게 단서를 찾을 필요가 없었다.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환희 아가씨? 난 네 할머니 밖에 모르는데. 네 이 녀석 지금 날 모함하지 마라. 만약 네 할머니가 이 말을 듣고, 내가 다른 아가씨의 이름을 불렀다고 오해한다면, 오늘 밤 관에서 기어나와 나랑 따질지도 모른다.”“할아버지, 농담 아니에요. 방금 확실히 지아의 손을 잡고 환희 아가씨라고 부르셨어요.”어르신은 콧방귀를 뀌었다.“넌 어째서 점점 둔해진 것이야? 치매 걸린 노인이 한 말을 믿다니, 그럼 내가 울트라맨 본 적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까지 믿을 거야?”어르신은 젊은 시절에 비해 성격이 많이 활발해져서 도윤은 견딜 수가 없었다. 말을 할 때 마치 개구쟁이와 같았다.그러나 어르신은 곧 도윤을 무시하고 지아의 손을 잡았다.“이전에 그렇게 너희들더러 돌아오라고 했는데. 그 A시가 뭐가 그리 좋다고. 이곳은 경치도 좋고 바다와 인접해 있어 날씨가 얼마나 좋은지. 몇 십년은 더 살 거 같구나. 심지어 너희들은 쌍둥이까지 낳을 수 있을 거야.”지아도 웃으며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네, 앞으로 이곳에 정착해 공부할 생각이에요.”“그래, 공부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 사람은 늙을 때까지 배워야 해. 하지만 자신을 너무 힘들게 하지 마라. 어쩜 이리 마른 것이냐. 도윤 그 녀석이 밥을 제대로 해주지 않은 것이냐? 도윤 할머니가 안다면 오늘 밤 바로 관에서 나올 것이다.”지아는 어르신의 말투에서 넘치는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어르신은 정말 그녀를 친손녀처럼 대했던 것이다.“여기에서 지내는 동안 필요한 것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라. 네 시어머니와 거리 좀 두고. 그 아이는 여기에 문제가 좀 있어.”어르신은 지아의 손을 놓은 다음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그러나 나도 때로는 정상적이고 때로는 치매가 발작하니까, 이 집안에 정상인이라곤
두 사람 모두 아이를 낳을 의사가 없는 것을 보고, 어르신은 비록 마음이 급했지만, 이런 일은 당사가가 신경을 쓰지 않으면 그도 재촉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다른 방법을 생각하려고 했고, 잠시 이 화제를 돌렸다.“그래, 낳고 싶지 않으면 그렇게 해라. 하지만 이제 곧 내 생일이 다가오고 있구나. 너희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나는 더 이상 생일을 보내지 않았어. 올해 너희들이 다 있으니까 제대로 모여보자꾸나. 이 일은 지아에게 맡기마.”지아는 이 말을 듣자마자 재빨리 손을 흔들었다.“이건 말이 안 되잖아요. 어머님도 계신데, 제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아요. 게다가 저는 처음 이런 것을 하는 거라 잘 모르니 실수할지도 몰라요.”어르신의 생신잔치는 아무 레스토랑에 가서 간단하게 식사하는 게 아니었다. 손님을 초대하는 것부터 모든 디테일을 도맡아야 했는데, 아무튼 엄청 번거로운 일이었다.이씨 가문처럼 대단한 가문이 만약 조금의 실수라도 한다면,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될 것이다.도윤은 눈살을 찌푸렸다.“할아버지, 꼭 생일잔치를 차려야 하나요? 저희 가족들끼리 모여 식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요.”말을 마치자마자 어르신은 호되게 그에게 딱밤을 날렸다.“이 녀석이, 내가 평생 팔순 잔치를 몇 번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생일 지나면 내려가서 네 할머니를 찾아갈지도 모르는데, 이 늙은이 기분 좀 즐겁게 해줄 순 없는 것이냐?”“자, 이 일은 이렇게 정했으니까 와서 같이 아침 먹자꾸나.”어르신은 두 사람에게 변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억지로 그들을 끌고 아침을 먹으러 갔다.그 사이, 도윤은 낮은 소리로 설명했다.“할아버지는 이 기회를 빌어 사람들에게 네 신분을 공개하시려고 그러는 거야. 앞으로 네가 바로 우리 가문의 여주인이니까.”지아는 눈썹을 찌푸렸고, 속으로 가문의 여주인이 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네 어머니도 건강하시니, 내 차례가 될 리가 없잖아.”지아가 이씨 집안과 관련된 일을 계속 거절하는 것을 보고 도윤은 참을
“너희 두 사람 사이가 참 좋구나. 잠깐 못 봤다고 서로가 보고 싶은 것이냐.”어르신이 갑자기 나타났다.지아는 얼굴을 붉히며 도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고, 마치 학창 시절 쑥스러움을 타던 소녀와 같았다.“자, 자, 결혼한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 어째서 아직도 소녀처럼 부끄러움을 타는 것이냐. 나도 농담 그만 하마. 너희들이 이렇게 화목하게 지내는 것을 보면 너희 할머니도 안심할 수 있겠구나. 도윤아, 넌 와서 나와 바둑 몇 판 좀 두지.”“네, 할아버지.”두 사람은 그제야 헤어졌다. 도윤은 어르신의 뒤를 따라갔는데, 주위에 사람이 없을 때, 어르신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너와 지아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별일 없어요.”“별일 없어? 너 지금 내 머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니면 내 눈에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왜 내가 그렇게 많은 일을 언급했는데 지아는 아무런 반응도 없는 거야? 왜 그동안 두 사람은 아이조차 없는 거냐고? 분명히 3년 전에 너를 위해 그렇게 아이를 낳고 싶었는데, 왜 3년 후가 지난 지금, 오히려 원하지 않는 거야?”어르신은 비록 때로는 정신이 있고 때로는 많은 일을 잊어버렸지만, 여전히 예전처럼 예민했다.도윤은 더 이상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저희 사이에 확실히 문제가 좀 생겼지만 저는 이미 다 해결했어요.”어르신의 얼굴은 더 이상 지아를 볼 때처럼 부드럽지 않았고, 어두운 표정은 극히 엄숙했다.“너 스스로 말할 거야 아니면 내가 직접 조사할까? 넌 내가 키운 아이인데, 너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지 모를 줄 알았어?”도윤은 사건의 경과를 다시 한번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할아버지, 아무튼 저희는 이미 화해했…….”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찰싹’하는 소리와 함께 어르신은 그의 얼굴에 뺨을 내리쳤다.어르신은 비록 나이가 많지만, 힘은 여전했다. 그는 손에 힘을 주었고, 도윤의 얼굴은 순식간에 빨갛게 붓기 시작했다.“멍청한 자식!”어르신은 벌컥 화를 냈다
도윤도 그런 결과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었는데, 지금 그의 마음속 깊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 바로 이것이었다.“이 약은 효과가 매우 안정적이어서 지아에게 기억할 기회를 주지 않을 거예요.”“이 세상에 절대적인 일은 없어. 어쨌든 먼저 백채원의 일을 잘 처리해라. 이 시점에 나와서 두 사람 관계를 방해하지 못하게. 일이 이미 이렇게 된 이상, 제때에 그 문제들을 해결해, 아니면 될수록 빨리 지아를 임신시킬 수밖에 없구나.”도윤은 눈살을 찌푸렸다.“지아는 연이어 두번이나 조산해서 몸을 다쳤으니 임신할 확률이 크지 않아요.”“몸이 좋지 않으면 조리 좀 해줘. 여자는 감성을 중시하잖아. 넌 지아가 과거에 네가 한 일들을 떠올리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도윤은 지금 지아가 기억을 잃은 상황에서도 여전히 자신을 방비하고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래서 지금 지아는 본능적으로 그에게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망설임 없이 떠나겠죠.”“그래, 지아는 떠날 거야. 지아에게 있어 지윤은 네가 백채원과 바람을 피워 낳은 아이지. 넌 지아와 두 사람 만의 아이를 가질 필요가 있어. 여자는 아이가 생기면 너와 어떤 모순이 있더라도 아이를 봐서 너와 계속 함께 할 거야. 지아는 내가 인정한 손자며느리이자 네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가장 귀여워했던 사람이니, 난 네가 지아를 잃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도윤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팠다.“할아버지,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이 일은 내가 안배하마. 반드시 가능한 한 빨리 지아를 임신시켜야 해.”도윤은 말을 하려다가 멈추었고 눈빛에는 걱정스러운 기색을 띠었다.지아를 가장 깊이 다치게 한 것이 바로 그 두 번의 조산이었다. 지난번 조산을 한 것도 겨우 몇 달 전의 일이었으니, 이 짧은 시간 동안 도윤은 지아를 임신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어르신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아이가 바로 두 사람을 연결하는 고리였다.‘지아를 다시 임신시킨다고?’“할아버지, 저에게 질문이 하나 더 있어요.”“말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