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631 - 챕터 640

1378 챕터

제631화

지아는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속으로 감탄했다. ‘도윤의 곁에는 어떻게 정상인이 하나도 없는 걸까? 나랑 조금 닮은 이 여자는 또 어떻게 된 일이지?’도윤은 화가 치밀어 오른 탓에 이마의 핏줄까지 튀어나왔다. 잠시 후, 그는 문창걸을 불렀다.문창걸은 연지은을 손 봐주느라 온몸이 땀 범벅이 되었다. 하지만 태도는 여전히 공손했다.“대표님, 정말 죄송합니다. 전에 사람을 시켜서 이 여자의 채팅 기록과 통화 기록을 조사해 보았지만 의심할 만한 것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의 영상 원본을 찾아냈습니다.”도윤은 땅바닥에 엎드린 채 숨을 헐떡이는 여자 앞으로 걸어갔다.“말해, 이유민과 도대체 무슨 거래를 한 거지?”“난 당신과 할 말이 없어요.” 연지은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번 생 가장 큰 잘못이 바로 당신을 만난 것이었으니까.”도윤은 어이가 없었다. 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사랑에 집착하는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깨달았다.여자가 자신이 도와준 것을 봐서라도 사실을 말할 줄 알았지만, 연지은은 감지덕지하긴커녕 오히려 도윤이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원망하고 있었다.연지은의 마음 속에 도윤밖에 없는 것을 보고 문창걸은 속이 뒤집어질 것 같았다.도윤은 고집불통인 여자를 보고 더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영상 원본을 챙긴 다음 지아를 데리고 떠났다.‘설령 이유민이 이 일에 끼어들었다 하더라도 연지은과는 잠깐 연락한 걸 거야. 그러니 두 사람은 아마 중요한 얘기는 하지 않았을지도 몰라.’도윤은 그 어떤 단서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연지은은 이제 더 이상 쓸모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도 아마 아무런 정보도 알아내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도윤은 더이상 연지은을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지아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지아야, 가자.”지아는 도윤과 바닥에 쓰러져 거의 미치기 일보 직전인 여자를 번갈아 보았다. 하지만 끝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응.”두 사람은 손을 꼭 맞잡았다. 도윤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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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2화

지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오히려 태연한 모습이었다. 그녀의 반응은 연지은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문이 닫힌 순간, 연지은은 도윤이 지아를 좋아하는 이유를 깨닫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는 것을 깨닫았다. 대문은 그녀의 처량한 목소리를 그렸다.연지은에게 내일이 없었다.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결혼을 망쳤고, 또한 자신에게 잘해 주는 남자의 마음을 저버렸다.차에 올라타서도 도윤은 여전히 지아의 손을 놓지 않았다.지아가 깨어난 이후, 도윤이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지아의 성격은 전과 너무나도 다르게 변했다. 그녀는 더욱 차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설령 다른 여자가 도윤에게 접근하거나 관심을 보낸다 해도, 지아는 전과 같이 질투를 하지 않았다. 그녀는 도윤의 배려를 거부하지 않았고, 정서도 많이 안정되었다. “지아야, 나한테 묻고 싶은 거 없어?”어둠 속에서 도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 여자와 넌…….”지아의 목소리는 아주 평온했다.“우리는 네가 상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야. 내가 말했잖아, 11년 전에 우린 이미 만난 적이 있다고. 그리고 그 다음 해에 난 한 시골에서 연지은을 발견했어. 그때 연지은은 아직 성인이 되지 않았지만 부모님은 그녀에게 학업을 그만두고 심지어 돈 때문에 그녀를 노총각에게 팔려고 했어. 그러다 우연히 연지은의 얼굴을 보게 됐는데, 그때 머릿속에 네가 떠올라서, 그래서 도와준 거야.”“그랬구나, 그 후의 일에 대해서 나도 대충 알 거 같아. 연지은 씨는 너를 은인으로 생각하다 점점 좋아하는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고, 너는 연지은 씨 마음을 알아차린 후, 철저히 선을 그었겠지. 하지만 연지은 씨가 쉽게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거 맞지?”도윤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응, 그 여자는 너무 극단적이야. 날 협박까지 했다니까? 지금은 본인뿐만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까지 다치게 했지.”지아는 눈을 꼭 감았다. 그러자 그 점잖은 남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두 사람은 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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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3화

아무도 이 일에 반전이 생길 줄은 몰랐다.[뭐야?][주아담은 성품이 좋지 않아 유부남을 꼬시는 불여우인 건 그렇다 쳐도, 학교폭력 전과까지 있다니. 전에 그녀에게 당했던 사람들 모두 증인으로 나서고 있어.][심한 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려 평생 치료받아야 한다더라.][그리고 자신의 아이가 모함을 당하자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사람도 있어. 이 중년 부부 좀 봐. 백발이 성성한 채 카메라 앞에서 누렇게 뜬 옛 사진을 들고 주아담이 자신의 아이에게 했던 일을 하소연하고 있잖아.]주아담의 선생님, 동창 그리고 이웃들까지 모두 나서서 그녀를 고발했다. 심지어 연예계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스타일리스트 및 일반 스태프들도 익명으로 평소 주아담이 얼마나 거만하고 오만한 사람인지 폭로해버렸다. 가장 놀라운 것은 여러 명의 청소부와 종업원들도 모두 주아담에게 같은 방식으로 사기를 당했다고 고발한 것이었다.그날, 주아담과 지아가 다툰 사건의 정황이 밝혀지자 지아의 정품 드레스까지 대중의 입장에 오르락거렸다. 황산을 뿌린 사람은 카메라 앞에서 통곡하며 누군가 자신을 매수한 것이라고 밝혔다.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사람들 모두 속으로 명백히 알고 있었다.피해자인 지아가 오히려 황산 테러를 당했다. 게다가 YH 그룹까지 이유 없이 다른 회사의 공격을 받아 거액의 자금 손실을 초래했다.YH 그룹은 이번 일에 연루된 사람들을 전부 잡아냈고, 배상해야 할 사람들은 돈을, 구속되어야 할 사람들은 감옥에 보내버렸다. 그리고 고소와 해명해야 할 일까지 깔끔하게 처리했다.놀라운 반전에 지아를 욕하던 사람들은 지아에게 되레 미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전에 심하게 욕설을 퍼붓던 그들은 지금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들은 이제야 YH 그룹 산하의 모든 체인점의 매출을 높여 주겠다고 마음을 모았다. 하룻밤 사이에 상황이 바뀌었다. YH 그룹은 대중의 마음을 다시 돌리는데 성공했다. 그룹은 이번 일로 전의 입었던 손실을 모두 무마했을 뿐만 아니라 손실의 배가 되는 이윤을 벌어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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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4화

등불이 하나도 켜져 있지 않은 어두운 밤, 키가 1미터 80센티미터 정도 되는 한 남자가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철컥.”장태원은 묵묵히 바깥의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였다. 그는 안경을 고쳐 쓰고 바로 문 앞으로 재빨리 달려갔다.한 줄기 빛이 문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장태원도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그가 지아를 위해 해명 영상을 찍은 뒤, 도윤 일행은 더 이상 그에게 무엇을 강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장태원은 이미 반나절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드디어 사람이 왔군, 날 내보내려는 건가?’문 앞에 훤칠한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그러자 장태원은 급히 입을 열었다.“당신들이 시킨 대로 해명을 했으니 이제 나를 놓아주세요.”탁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방 안의 불을 켰다. 밝은 빛이 장태원을 환히 비췄다. 그는 재빨리 손을 들어 눈을 막았다. 잠시 후, 귓가에 차가운 소리가 들려왔다.“놓아줘? 웃기고 있네.”그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장태원의 뇌리에 크게 박혔다.그는 순간, 자신이 도망가지 못할 것이라는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양복 차림을 한 남자였다. 그 준수하고 차가운 얼굴은 오직 텔레비전에서만 본 적이 있었다.“이, 이 대표님.”도윤의 카리스마가 너무 강해서인지, 장태원은 이미 이 일의 심각성을 의식하고 당장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저는 인터넷의 헛소문에 속아서 그랬던 것입니다. 대표님, 저를 믿어주세요. 저는 정말 일부러 사모님을 해치려는 게 아니었습니다.”“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정말 살다 보니 별 웃긴 농담을 다 들어보네.’도윤은 약자를 괴롭히거나 남을 깔보는 사람이 아니었다.만약 장태원이 작은 소란만 피운 것이라면, 지아가 피해를 입지 않은 전제하에서 도윤은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있었다.하지만 도윤은 당시의 사건 영상을 반복적으로 확인했었다. 결과, 만약 지아의 반응이 조금만 더 느렸다면, 그녀의 온몸 특히 얼굴은 황산에 의해 완전히 부식되었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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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5화

이 말에 장태원은 충격에 몸이 얼어붙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도윤을 쳐다봤다. “대표님, 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이때, 진봉은 아주 큰 대야 하나를 들고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그는 자신이 다칠까 봐 미리 방호용 장갑까지 꼈다.“난 공평을 따지는 사람이야. 이따 나도 실수로 너에게 황산을 뿌릴 건데, 네 능력으로 한 번 피해봐. 하지만 만약 황산에 맞았다면, 내가 괴롭혔다고 원망하지 말고.”장태원은 순간 공포를 느꼈다. 지금 그의 몸은 이미 도윤의 칼에 찔려 많은 상처가 나있었다. 때문에 이대로 황산을 맞는다면 그의 몸은 부식되고 말 것이다.장태원은 무릎을 꿇고 끊임없이 용서를 빌었다. 그는 고개를 조아리며 필사적으로 도윤에게 애걸복걸했다. “대표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황산에 맞으면 저 정말 죽을지도 모릅니다.”도윤은 발로 장태원을 걷어찼다. 그는 묵묵히 장태원을 쳐다보았다. 잠시 후, 그는 이를 갈며 말했다.“너도 황산이 사람을 죽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구나. 그런데 망설임도 없이 한 여자에게 뿌리다니. 넌 여자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얼굴이라는 것을 모르는 거야? 만약 얼굴이 망가졌다면, 운 좋게 살아남아도 어떻게 앞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장태원은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마구 때렸다.“맞습니다, 저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이기적인 사람이라 그런 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죽어도 마땅합니다.”“그럼 죽어.”도윤은 진봉을 쳐다보았다.“시작해.”도윤은 이미 장태원의 뒷조사를 끝마쳤다. 그는 구제불능의 도박꾼이었고 또 마침 주아담의 팬이었다.일이 터진 후, 그는 인터넷에서 악플을 달았었다. 그때 마침 누군가 그에게 돈을 주면서 지아에게 황산을 끼얹으라고 지시했었다.장태원은 이미 거액의 빚 때문에 궁지에 몰린 상황이었다.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위해 복수를 할 수 있고 또 돈까지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장태원은 고민할 것도 없이 그의 제안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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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6화

YH 그룹의 깔끔한 반격에 하룻밤사이에 그룹의 주가는 폭등했다. 산하의 각 산업 역시 대단한 매출을 달성했다.체인점인 한 마트는 날이 밝기도 전에 고객이 입구에서 지키고 있었다. 주얼리 가게, 옷 가게, 부동산 역시 사람들로 꽉 찼다. 게다가 라이브 방송까지 재촉하는 고객들로 엄청난 트래픽을 이루었다. 사람들은 YH 그룹 산하의 기업이라면 무조건 응원했다.특히 전의 악플러들은 하마터면 지아의 얼굴을 망가뜨릴 뻔하고 또 도윤의 회사를 파산하게 만들 뻔한 것을 알고 자발적으로 YH 그룹 산하의 모든 체인점에 가서 쇼핑을 했다.도윤은 이씨 집안이 대단한 재벌이란 것을 알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얼마나 돈이 많은지는 잘 몰랐다. 오직 도윤만이 100개의 YH 그룹도 이씨 집안의 조상으로부터 축적된 재산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씨 집안은 전 세계 각 업종과 관련되어 있는데, 이것은 오직 이씨 가문 가주만이 알 수 있는 비밀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날 주가가 얼마나 증발했는지, 또 어느 백화점이 얼마나 큰 손실을 입었는지, 도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돈을 잃어도 그는 상관없었으니 지금 돈을 버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도윤은 담담하게 휴대폰을 한쪽으로 던진 다음 지아의 곁을 지켰다. 도윤은 재산보다 지아가 더 중요했다. 도윤의 눈빛이 너무 뜨거웠던 탓에 지아는 잠에서 천천히 깨어났다. 그녀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부드럽고 다정한 눈빛의 도윤을 발견했다.“좋은 아침이야, 지아야.”도윤은 막 잠에서 깬 지아를 보고 귀여워 어쩔 줄 몰라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지아의 입술에 키스했다. 지아는 저도 모르게 손으로 그의 목을 감쌌다. 그리고 더욱 짙은 키스를 남겼다.그의 과거를 들은 후, 지아는 도윤이 너무 불쌍하다고 여겨졌다.비록 소계훈은 그녀의 친아버지가 아니었지만, 도윤에게서 그녀는 소계훈이 자신을 매우 사랑하고 또 자신이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게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도윤은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관심조차 없었다.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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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7화

지아는 침묵을 지켰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미래에 관한 생각이 아무것도 없었다.그녀는 자신이 마치 절의 스님처럼 속세에 대한 욕망을 잃고 사랑도 미움도 없다고 느꼈다.도윤이 그녀에게 의학을 배우라고 말하자, 지아는 좋다고 했다. 사실 그녀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의학을 배우든 회사 경영을 배우든 다 괜찮았다.지아가 대답이 없어도 도윤은 오히려 화를 내지 않고 그녀의 귓볼을 만지며 진지하게 말했다.“지아야, 난 너와 달라. 과거든 미래든 내 마음속은 전부 너야.”옷을 입은 다음, 도윤은 지아의 미간에 키스를 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지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아무런 감정 변화가 없었다. 그녀는 도윤을 배척하지 않았지만 그를 사랑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곧 A시를 떠날 것이다. 지아도 이곳에 대해 별다른 미련은 없었다.그 후 며칠 동안 도윤은 매일 날이 밝기도 전에 외출을 하고, 저녁에는 꼭 제시간에 맞춰 집에 돌아와 지아와 함께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후, 도윤은 그녀와 함께 영화를 보기도 했다. 테이블 위의 꽃은 날마다 바뀌었지만 그는 지금까지 반지를 뺀 적이 없었다. 심지어 눈빛에는 여전히 그녀를 향한 애정이 넘쳐흘렀다.떠나기 하루 전, 도윤은 지아를 껴안고 물었다.“지아야, 더 하고 싶은 일은 없어? 이번에 출국하면 조만간 돌아오지 못할 텐데.”지아는 깔끔하게 대답했다.“없어.”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이것이 바로 전에 도윤이 원하던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오히려 불안했다. 그는 왜 이런 감정이 생기는 건지 몰랐다.도윤은 곧 마음을 가다듬고 묵묵히 모든 일이 좋아질 것이라고 믿었다. ‘몇 년 후, 지아가 지금의 생활을 즐기기 시작하고 또 위험이 사라지면 우리 일가족은 한자리에 모일 수 있을 거야.’떠나는 날, 밖에는 또다시 큰 눈이 내렸다. 장씨 아주머니는 눈물을 훔치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녀는 지아와 작별인사를 했다. 지아는 미리 준비한 돈봉투를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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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8화

10여 시간의 긴 비행을 거쳐, 비행기는 마침내 무사히 공항에 착륙했다.지아는 안대를 벗고 기지개를 켜며 뻣뻣해진 손발을 움직였다.X국은 지구 다른 반구에 위치해 있어 기온은 A시와 정반대였다.A시는 지금 큰 눈이 흩날리고 있었지만, X국의 수도 S시는 날씨가 봄처럼 따뜻했다. 바닷바람은 맑기 그지없는 공기를 불어왔다.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지아는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VIP 통로 입구에는 검은색 양복을 입은 조지용이 일찌감치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도련님, 고생하셨습니다.”그의 눈빛은 그제야 지아에게 떨어졌다. 조지용은 그녀를 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가씨,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지아는 중년 남자의 눈빛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지아는 타고난 직감으로 조지용이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지아도 별로 나서고 싶지 않았기에 조지용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한 뒤 먼저 자리를 떠났다.도윤은 불쾌한 눈빛으로 차갑게 남자를 바라보았다.“눈이 먼 거야? 차라리 장님으로 살지 그래?”조지용은 소름이 돋았다. 그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잠시 후, 뒤에 있던 진봉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조 집사, 오기 전에 우리 형이 미리 말했잖아. 그런데 지금 정말 모르는 거야 아니면 모른 척하는 거야? 아가씨? 허.”“가자.” 진환은 진봉의 어깨를 두드리며 소란 피우지 말라고 했다. 조지용은 이씨 가문 큰 사모님의 사람이었다. 그녀가 지아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조지용이 이런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도윤은 재빨리 앞으로 걸어가서 지아의 손을 잡았다. 그는 낮은 소리로 설명했다.“전에 우린 비밀 결혼을 했기에 조 집사가 널 몰랐던 거야.”“이제 날 알았겠지.”지아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예비 시어머니는 날 좋아하지 않는 것 같군.’도윤은 고개를 돌려 지아의 눈치를 살펴보았다. 그녀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공항의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능숙하게 음식을 주문했다. 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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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9화

얼마 전에 막 깨어났을 때, 지아는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의 지아는 마치 길을 잃은 어린 양 같았고, 말투는 무척 억울했다. 그러나 지금, 지아는 자신감으로 넘쳐났다. 그녀는 입을 삐죽 내밀더니 한 마디 덧붙였다.“싫어해도 괜찮아, 어차피 앞으로 나와 같이 살 사람은 너니까.”말을 마치자마자 지아는 성큼성큼 레스토랑을 나섰다. 도윤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아이와 가족이 없는데도 이렇게 무사하다니.’비행기에서 잠을 충분히 잤기에 새로운 곳에 도착했는데도 지아는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발걸음도 많이 가벼워졌다. 앞에서 소녀처럼 깡충깡충 뛰던 지아에게서 작년의 그런 의기소침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특산물을 파는 가게를 지날 때, 지아는 도윤에게 맛있는 특산물 좀 사오라고 지시했다.날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조지용은 불만이 있었지만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지아가 도통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지아는 자신이 전에 너무 오래 틀어박혀 있었기에 새로운 곳에 오니 이렇게 흥분하고 기뻐하는 것이라고 느꼈다.도윤이 특산물을 사고 있을 때, 지아는 몸을 돌려 다른 한 가게에 들어섰다. 그렇게 쇼핑한 물건을 가득 들고 계산하러 나왔을 때, 지아는 그만 한 사람과 부딪치고 말았다.손에 든 물건이 바닥에 떨어졌다. 잠시 후, 온화하고 우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미안해요.”‘익숙한 목소리 같은데.’“괜찮아요.” 지아는 주우면서 대답했다.그러다 같은 과자를 주웠을 때, 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고, 임건우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지아야, 여기서 널 만날 줄은 몰랐어. 병은 다 나은 거니?”지아는 어찌된 일인지 좀처럼 알 수 없었다. “누구시죠?”‘병이라니, 나에게 언제 병이 생긴 거지?’지아가 더 묻기도 전에 한 예쁜 여자가 다가와 임건우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건우 선배 빨리요, 곧 탑승해야 하는데. 뭘 꾸물거리는 거예요?”임건우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너와 이야기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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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0화

이씨 가문은 S시 교외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은 경치가 수려하고 환경 역시 아주 좋았는데 사방은 온통 여러 가지 식물로 뒤덮였다.얼마 전에 가랑비가 내려서 그런지 공기 중에는 비가 내린 후의 식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맑은 향기로 가득 차 있었다.도시의 등불도 매우 특색이 있었다. 별처럼 생긴 등불이 높은 식물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그중에는 버섯, 호박 또는 각종 동물, 요정 모양의 등불도 적지 않았다.도시라기보다 또 다른 환상의 세계에 진입한 것 같았다.그들이 도착했을 때, 시간은 이미 저녁 8시였다.이씨 가문은 수십 개의 작은 별장들로 가득할 정도로 아주 컸다. 하지만 밤에는 길가의 꽃가지가 잘 다듬어진 윤곽만이 어렴풋이 보일 뿐이었다. 공기 중에는 짙은 꽃향기가 가득했다. 차가 지나가자 길가의 새들은 깜짝 놀라 날개짓을 했다. 메인 별장은 이 도시의 독특한 풍격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었다. 별장 주위는 등불이 환했다.지아는 멀리서 살펴보았다. 이 별장은 그들의 신혼집보다 수십 배는 더 컸고, 특히 정문은 마치 하늘나라로 통하는 것처럼 위엄과 신성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그녀는 부드러운 카펫을 밟으며 도윤을 따라 거실로 들어갔다. 눈에 띄는 모든 인테리어는 눈부시게 화려했다. 지아는 마치 왕궁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시선이 닿는 곳곳에는 값비싼 그림, 진귀한 도자기 그리고 골동품이 널려 있었다. 가는 곳마다 웅장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다행히 지아도 재벌 집안 출신이었기에 그다지 흥분하지 않았다. 오히려 좀 불편했다. 왜냐하면 이곳은 집이라기 보단 오히려 박물관 혹은 왕궁 같았지 사람이 사는 곳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윤의 표정은 아주 진지했다. 지아는 그가 자신을 데리고 집에 돌아온 것이 아니라 마치 곧 제사를 지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지아조차 영문도 모른 채 긴장하기 시작했다.오는 길에 그녀는 도윤의 어머니에 대해 거의 묻지 않았다. ‘오늘 두 사람이 만나면 도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지아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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